‘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성공의 전제

The Premises of the Successful Implementation of ‘Community Care’

2018년 한국 사회에서 ‘커뮤니티 케어’가 가지는 의미

2018년 한국 보건・복지 영역의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이다. 이것은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기간 우리 사회의 핵심 주제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 케어’는 전 세계 보건, 복지,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언급되어 오던 것이라 새삼스레 그 정의를 다시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는 ‘커뮤니티 케어’는 보통 명사이면서 동시에 현재 한국 사회의 특별한 현실 속에 존재하는 고유 명사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케어(care)가 필요한 주민들이 자기 집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서비스 체계로 정의하고 있으며 케어는 돌봄뿐 아니라 주거, 복지, 보건의료서비스를 포괄하는 사회서비스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18). 그러나 일견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정의를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공간적 상황에 대입해 보면 작금의 커뮤니티 케어는 더욱 적극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즉,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고령화 속도, 전 세계적 경제침체의 장기화, 오랜 관행이 되어 버린 보건・복지 전달체계의 낮은 질과 낭비적 구조, 무엇보다 이들 요소들의 ‘고착적’ 성격은 커뮤니티 케어의 불가피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의 성공적 시행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 될지를 예견하고 있다.

더욱이 현 정부는 이 ‘커뮤니티 케어’를 단순한 일개 정책이 아니라 (1) 보건과 복지의 주류화, (2) 새로운 경로(pathway)의 창출, (3)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극복과 복지국가 건설의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김용익, 2018). 그러나 일찍이 정치학의 한 현인이 간파한 바와 같이, 이렇게 포괄적이고 전면적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 “새로운 체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낡은 질서에서 혜택을 입어온 이들은 개혁가에 반대하고, 반면 새로운 제도 하에서 혜택을 입게 될 사람들은 그저 소극적인 지지자로 남기 때문이다.” (Machiavelli, 2008)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성공의 전제: 개념과 정치 공간의 확대

포괄적, 전면적 개혁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케어의 정치적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이러한 개혁이 추진되어서는 안됨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고령화, 양극화 등의 상황은 커다란 변화를 당위로서가 아니라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한 전략과 노력이다.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 전략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김보영, 2018; 김용득, 2018; 석재은, 2018; 오정수, 1994; 이건세, 2018). 이를 요약하면 서비스 제공 및 관리체계에서 정부 및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가 그것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1) 당사자의 중심 욕구에 부응하는 통합적 급여와 서비스 체계 및 관리체계구축, (2) 기존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이나 ‘사회서비스원(공단)’ 프레임을 넘어서는 포괄적 종합계획의 수립, (3) 커뮤니티 케어가 보장될 수 있는 재정과 인력 확보, (4) 민・관, 중앙・지방정부의 역할 명확화, (5) 보건복지서비스의 보편성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서비스의 강화, (6) 보건-의료-요양-주거-복지 간 총체적 협력이 가능한 여러 부문, 부처, 정책 간 협력체계의 구축, (7) 일차의료 강화 등 기존 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적 개편과 관련 특별법 제정 등이 그것이다.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 위의 제안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상의 제언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 지극히 정치적 과정임을 다소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제안된 정책들과 함께 특별히 다음 두 가지 정치적 과정이 추가될 때 그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커뮤니티(community)’개념의 복원 또는 확대

로베르토 에스포지토(R. Esposito)는 ‘커뮤니티(community) ’의 어원이 ‘(되갚아야 하는 선물이란 의미로서) 직무-과업, 책무, 의무’란 뜻의 ‘munus ’와 영어의 ‘with’를 의미하는 ‘cum ’으로 구성된 것에 주목한다(Esposito, 2010). 부연하면, 사회 구성원 모두는 독립적, 자율적 존재가 아니라 취약성과 불완전성을 본질로 하는 존재이며 따라서 그 취약성과 불완전성에 대해 서로 돌볼 의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과 인식의 전환을 전제로 기존에 폐쇄적, 방어적인 것으로 인식되던 ‘사회’는 외부(또는 아프고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개방과 환대가 가능한 그 무엇(et was)이며, 또한 그것이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문수, 2018). 다시 말해, ‘커뮤니티(community)’라는 말속에 이미 ‘돌봄’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에스포지토의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는 동어반복인 셈이다.

둘째, ‘커뮤니티(community)’라는 정치 공간의 확대

커뮤니티가 취약성과 불완전성을 본질로 하는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현대 사회는 그 의무를 전적으로 특정 계층, 젠더 등에 맡겨버리는 과정을 진행해왔다. 이러한 역사 역시 지극히 정치 경제적 과정의 결과물이었다. 따라서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도 우리는 정치 분석, 전략의 수립과 무엇보다 적극적인 실천을 필요로 한다. 특별히 돌봄을 특정 집단에 책임 전가하는 과정에 국가/정부가 오히려 앞장섰을 때도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돌봄 사회’는 반드시 민주주의와 만나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버틀러(Butler)는 개방과 환대의 열린 공동체(community)는 “평등한 인간의 취약성”을 그 공동체의 기초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Butler, 2016). 간단히 말해, 특정 계층과 젠더, 더 나아가 ‘건강한 자’, ‘장애가 없는 자’가 중심이 되는 공동체의 경계를 부수고 모든 취약한 타자들까지도 환대하는 정치적 공간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안 트론토(Joan C. Tronto)는 그러한 과정을 “돌봄 민주주의(caring democracy)”라고 불렀다(Tronto, 2013). 김희강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돌봄으로 민주주의가 채워지고, 민주주의가 돌봄을 중심으로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유능함을 보일 때 돌봄과 민주주의는 가장 잘 어울리는 동반자로서 시민의 진정한 가치이자 우군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김희강, 2014).

결론적으로 이러한 ‘커뮤니티(Community)’ 개념의 복원과 정치 공간의 확대를 이루어내는 이론적, 실천적 활동이 전제될 때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시작된 ‘커뮤니티 케어’라는 정치 프로젝트는 성공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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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2018). 문재인 정부 커뮤니티 케어, 역사적 전환과 선진국 흉내를 가르는 세 가지 관건. 월간복지동향, 238, 11-18.

2 

김용득. (2018). 커뮤니티 케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월간 복지동향,, 238, 5-10.

3 

김용익. (2018). 2018년 보건사회연구 콜로키움: 커뮤니티 케어와 보건복지 서비스의 재편 자료집. pp. 3-14, 새로운 커뮤니티 케어의 방향과 전략.

4 

김희강, 트론토조. C.. (2014). 돌봄 민주주의: 시장, 평등, 정의(김희강, 나상원, 공역). 서울: 아포리아. pp. 5-13, 시장에서 돌봄으로.

5 

보건복지부. (2018). “재가・지역사회 중심으로 사회 서비스 제공” 커뮤니티케어 (Community Care) 본격 추진. 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344177&page=1에서 2018.12.30. 인출.

6 

석재은. (2018). 커뮤니티 케어와 장기요양 정책과제. 월간 복지동향, 238, 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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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2018). 인간 존재와 열린 공동체. 문화와 정치, 5(2), 14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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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osito R.. (2010). Communitas: The Origin and Destiny of Community Cultural Memory in the Present. 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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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iavelliN.. (2008). 군주론(강정인, 김경희, 공역). 서울: 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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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nto J. C.. (2013). Caring democracy: Markets, equality, and justice. NYU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