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이타적 집단행동 재해석: 공동체 차원에서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의 몰입이론 적용

A Reinterpretation of Altruistic Collective Action in South Korea: Applying Flow Theory by Csikszentmihalyi to Social Community

Abstract

This study aims to reinterpret altruistic collective action in Korean society as autotelic experience of community. Prior research regards a collective action as selfishness of human nature, boiling pot syndrome, and coincidence or miracle. However, the studies showed difficulties in explaining altruistic collective action in the circumstances in which self-sacrifice in needed and external motivation is limited. Thus, the new model is required an alternative view for better understanding the action. This study develops the model of social flow in social community (MSFS) based on flow theory by csikszentmihalyi, focusing on an internal motivation. In the MSFS, the challenges and skills of flow theory have been translated into recognized severity of social problems and total resources in the society, respectively. Also, the model tries to understand various factors affecting a social flow in social community. This study tried to testify the MSFS using the case of Hebei Spirit’s oil spill in Taean. This study presents the results of analysis of various resources, relations between resources, and correlation between media news and resources. From this study, volunteer work in Teaan as of 2008 is regard as social flow in the level of social community at which people did successfully integrate various resources in our society. This study has implications for us in helping have new understanding of altruistic collective action as social value, as well as expand the horizon of perception.

keyword
Social FlowAltruistic Collective ActionFlow TheoryHebei Spirit Oil Spill in TaeanSocial Media

초록

본고(本稿)의 목적은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이타적 집단행동을 공동체의 자기목적적 행동 경험으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 기존 연구에서 집단행동은 인간 이기성, 냄비성향, 우연과 기적 등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외부 동기가 제한되어 있거나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촉발한 이타적 집단행동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부족하기에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이에 본고는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이론을 이용하여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에 기반을 둔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모형을 제안한다. 사회적 몰입모형에서는 몰입의 두 축인 도전과 기술을 대신하여 사회문제에 대한 공동체의 위험 인식과 자원의 총합으로 치환했고, 이 과정에서 이타적 집단행동의 동인을 새롭게 규정하고자 했다. 2008년 태안에서 일어난 대규모 자원봉사활동을 활용하여 본 연구에서 제시한 모형을 증명하려고 시도했다. 본고는 새로운 이론의 관점에서 이타적 집단행동을 유발한 다양한 자원의 분석, 자원 간의 연계, 그리고 언론과 자원의 상호관련성을 도출했다. 태안 자원봉사활동은 우연과 기적이 아닌 공동체가 문제해결에 필요자원을 규합하여 성공시킨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으로 고려되었다. 연구결과는 이타적 집단행동을 사회적 가치로 재인식하게 해줌으로써 우리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의의를 지닌다.

주요 용어
사회적 몰입이타적 집단행동몰입이론태안 기름유출대중매체

Ⅰ. 서론

한국사회에서 집단행동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집단행동은 시위, 파업, 점거, 집단청원, 폭동과 같은 급진적이고 과격한 사회운동에서부터 반값 등록금 투쟁, 무상급식, 반 FTA 시위, 촛불집회 같은 비제도권 정치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띤다.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집단행동은 “질서보다는 무질서, 안정보다는 불안, 예측성보다는 불예측성”으로 고려되며 지배층이나 엘리트 집단에 의해 통제 혹은 진압되어야 할 위험요인으로 인식되었다(김태수, 2007, p.144). 소셜미디어(예: Social Network Services)와 연계되어 일어나는 비제도권 정치 행위도 대안정치로는 의의가 있지만, 기존정치 체계를 위협하는 도전이자 시민 여론의 쏠림현상을 유도하는 포퓰리즘적 여론몰이라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이소영 2012, p.141). 또한, 정부 시설정책과 관련한 님비(NIMBY) 혹은 핌피(PIMFY)현상이 지역사회 비도덕적 이기주의(Hermansson, 2007)의 표출로 비치면서 지역 공동체의 집단행동은 지역사회 이기적 행동으로 쉽사리 간주했다. 집단행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참여와 비참여의 동력인 인간 이기성에 기인한다(McCarthy & Zald, 1977). 집단행동이 가지는 이익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집단 이기성은 공익을 위한 집단의 협력과 조정을 방해한다. 기존 연구에서 인간 이기성은 다양한 모형을 통해 증명되었다. 집단행위 논리(Olson, 1965), 공유재의 비극(Hardin, 1968), 죄수의 딜레마(Axelord & Hamilton, 1981), 공공재 무임승차 등의 모형은 합리적이고 경제적 인간이 타인이나 공익을 증진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예다.

현대사회 인간은 외적 동기에 기인한 삶, 이른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추구한다. 인간 이기성도 정확히 외적 동기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Csikszentmihalyi, 2000). 외적 동기란 쉽게 말해 돈, 시간(예: 휴가), 지위와 같은 인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혹은 인간행동에 따라 조작될 수 있는 요인을 의미한다(Skinner, 1953). 동인(動因)으로써 돈이나 시간과 같은 외적 동기가 제공되지 않는 한, 인간행동은 쉽사리 동원되거나 조정되기 어렵다. 인간행동에 외적 동기가 가지는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외적 자원이 제공되지 않는 조건이나 자기희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타성에 기반을 둔 집단행동이 우리 사회에서 지속해서 일어났다. IMF 경제위기에서는 금 모으기 운동이, 태안 기름유출사고에서는 자원봉사활동이,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촛불집회와 같은 이타적 집단행동이 촉발되면서 사회가 봉착한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사회가 경험한 다양한 이타적 집단행동은 인간 이기성과 집단행동 구성의 이기주의 관점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타적 집단행동에서 자주 발견되는 즐거움, 열정, 시민 정신, 자기희생 같은 공동체가 공유하는 감정과 행동은 외적 동기와 다른 방식으로 발현된다. 한국사회 공동체가 경험하는 이타적 집단행동을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이른바 냄비성향(김영욱, 2014)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냄비성향은 사회문제 해결에 투여되고 있는 공동체의 지속적 노력과 관심을 설명하기에는 논리적 모순에 직면한다. 또한, 모든 사건에 냄비성향이 발현되지 않고 특정 시점과 특정 사건에서 우연히 대규모 집단행동이 발현됨을 고려할 때, 이를 단순히 한국인의 냄비성향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이타적 집단행동을 특정 조건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한 ‘우연이나 기적’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관점을 고수하면 집단행동에서 발현하는 보상이 없는 자발성, 참여과정에서 발생하는 즐거움과 창의성, 집단행동 간의 차이와 반복, 외부 동기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공동체 행위를 설명할 길이 없다. 이타적 집단행동의 원인을 외적 동기가 아닌 사회적 자본(Putnam, 1993), 사회문제(McAdam et al., 1996) 혹은 지역성(예: 사회연대)과 같은 외부(환경)요인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관점으로는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즐거움, 성장, 효능감과 같은 내적 동기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진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요인에만 기댄 관점은 소규모 지역이 아닌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공동체의 집단행위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 이기성, 한국인의 냄비성향, 우연과 기적으로 이타적 집단행동의 동인과 특성을 설명하기에는 이타적 집단행동의 특성과 발현 양상의 설명에 빈곤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렇다고 한국사회와 공동체가 이타적 성향이 지극히 높다는 막연한 가정만으로 이타적 집단행동의 동인과 특성을 설명하는 논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인과관계일 뿐이다. 동시에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나 지역사회의 사회문제 혹은 지역성에만 기대어 이타적 집단행동을 해석하려는 시도 또한 설명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의 이타적 집단행동이 발현한 과정과 동인 간의 관계는 아직 분석되지 않은 블랙박스처럼 미지의 영역으로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본고는 기존 연구가 고수하던 일련의 관점을 배제하고 이타적 집단행동을 칙센트미하이가 제시한 자기목적적 행동(autotelic experience) 혹은 몰입(flow)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고 한다(Csikszentmihalyi, 1990, 2000). 여기서 말하는 자기목적적 행동이란 행위자인 인간이 특정 목적을 위해 많은 에너지(육체, 정신, 재원 등)를 사용하지만, 일반적 의미에서 보상(돈, 지위, 시간 등)은 거의 없는 행동을 말한다(Csikszentmihalyi, 2000). 현대사회에서 개인과 집단행동을 결정짓는 외부요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요인만이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배한다는 가정은 환경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일 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돈과 같은 외적 요인에 상관없이 타인을 돕거나 쓰레기를 치우는 이타적 행위를 했을 듯하다.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스스로가 자기 행위를 통제하고 조정함으로써 내 삶의 주인이 나임을 자각했던 황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유형의 경험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지향하고 싶은 삶의 이정표로 되새겨진다. 그리고 이 경험을 유지하고 지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토록 바라던 ‘행복’을 맛본다(Csikszentmihalyi, 1990).

본고가 이타적 집단행동을 재해석하려는 목적과 방향도 여기에 있다. 이타적 집단행동을 단순히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일치시키려는 동조(conformity)나 경제성에 기반을 둔 이기주의로 해석하기보다는 공동체가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통제감, 행복감, 최적경험(optimal experience)으로 재해석하려 한다. 다시 말해, 공동체가 외적 보상이 아니라 재미, 통제감, 성취감 등의 내적 동기에 기반을 둔 사회적 몰입을 경험하고 이 몰입의 표출행태가 이타적 집단행동이라 본고는 가정한다. 이 가정하에서 이타적 집단행동이란 공동체에 닥친 사회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 스스로가 통제감을 획득하기 위해, 최적경험을 통해 공동체 행복감을 얻기 위해 지향하는 자기목적적 행동이다. 사회적 몰입에서 인간 이기성은 이타적 이기주의로 환원되고 외부 환경요인은 사회적 몰입을 촉발하는 자원으로 전환된다.

이타적 행동의 분석사례로 본고는 2008년 태안에서 일어난 자원봉사활동을 활용했다. 본 연구 이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태안에서 일어난 자원봉사활동을 해석하려 노력해왔다. 기존 연구에서는 태안자원봉사를 촉발한 핵심을 언론보도, 즉 언론보도와 자원봉사활동 간의 긍정적 관계(붐 조성과 유지)를 밝히는데 연구의 초점을 두었다(성기환, 최희천, 2008; 이창현, 김성준, 2008). 언론학 외의 영역에서는 외적 요인보다는 자원봉사자의 내적 요인 분석에 초점을 두었다. 이들 연구에서 자원봉사자의 참여 동기와 봉사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인식은 봉사활동의 지속에 큰 영향을 미쳤다(박재묵, 이정림, 2009; 이시재, 2009; 윤순진, 2008). 기존 연구의 도움으로 우리는 태안 자원봉사활동과 같은 이타적 집단행동이 촉발되게 되는 내부 요인과 외부요인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결과만으로는 집단행동이 발현하게 되는 상황과 맥락 그리고 조건과 유인(誘因)을 명확하게 해석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원봉사자의 몇 가지 특성만으로 수만에서 수십만 이상의 공동체가 수행한 하나의 행동을 설명하기에는 요인 설명력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존 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은 내·외부 요인들이 상당수 존재하며 이 요인들이 모형 외생변인으로 작용하여 모형의 설명력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더 큰 한계도 존재한다. 집단행동의 조건과 원인을 매체의 영향력 같은 외부요인으로만 탓하게 되면 이타적 집단행동은 우리 사회가 내재하고 있는 가치나 힘이 아닌, 한때 우리에게 우연히 일어난 기적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외부요인은 언제나 큰 변동성을 가지므로 통제한계와 반복성의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태안 자원봉사활동과 같은 이타적 집단행동을 특정 조건 속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과 기적으로 치부하면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이타적 집단행동의 본질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기 어렵다. 또한, 외부 자극이나 환경요인과는 무관하게 발현하는 집단행동의 양상을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이 한계를 바탕으로 본고는 칙센트미하이가 제시한 몰입이론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일어난 이타적 집단행동을 재해석하려고 한다. 이론에서 제시한 몰입의 두 축인 도전과 기술과의 균형 관계를 자세히 검토한 후, 사회적 몰입으로서 이타적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공동체의 사회문제 인식과 자원의 총합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1.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의 몰입이론

몰입(沒入)의 사전적 의미는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몰입함은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며 힘과 정신을 쏟아붓는 행위를 말한다. 유희와 놀이에서 쉽게 발현하는 몰입을 칙센트미하이는 행복과 창조성의 원천과 특성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몰입의 효용과 가치를 세상에 알렸다. 칙센트미하이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현재 좋아하고 있는 그 일 외에는 다른 관심을 두지 않으며 그 일에 푹 빠져들어 시간의 흐름조차 잊어버리는 상태에 쉽게 빠져들었다. 칙센트미하이는 이 상태를 자기목적적 경험 혹은 몰입이라 정의한다(Csikszentmihalyi, 1990, 2000).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과 기존의 스키너가 주를 이루는 행동심리학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인간 몰입 행동을 외적 보상체계가 아닌 내적 보상체계를 통해 해석하려는 시각이다. 인간행동을 처벌과 강화라는 외적 보상의 관점에서만 다룬다면 인류가 직면할 결과는 자원의 낭비와 고갈밖에 없다(Csikszentmihalyi, 1990). 반면 칙센트미하이는 내적보상체계와 자기목적적 활동을 강조함으로써 자율적이며 창조적 인간의 모습을 조망한다. 몰입이론에서 자기목적적 활동이란 행위자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지만 일반적 의미에서 보상은 거의 없는 활동이다. 그렇다면 보상이 없는 행동을 인간이 왜 지속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전제될 수밖에 없고 이 질문에 대한 칙센트미하이의 학문적 응답은 ‘재미’였다. 즉, 내적보상의 다른 이름은 재미와 즐거움이다. 인간은 재미를 위해서 자기목적적 활동을 하고 이 활동은 자기목적적 경험을 낳는다. 이 활동과 경험을 통해 자기목적적 인격, 몰입하는 사람, 행복하고 창조적 인간이 형성된다(Csikszentmihalyi, 2000).

몰입이론에 따르면 몰입을 경험하는 인간은 크게 8가지 특징을 가진다(Csikszentmihalyi, 1990: 최인수 역, 2018, pp.103-130). 이 특징은 명확한 목표, 빠른 피드백, 도전과 기술과의 조화, 통제가능성1), 행동과 각성의 통합, 과제에 대한 집중, 시간 감각의 왜곡, 자의식의 상실로 이루어진다. 앞선 3가지 특징이 몰입의 상황조건이라면 뒤에 5가지 특징은 몰입 후의 심리적 특성으로 볼 수 있다(김춘식, 2014). 몰입의 전제조건에서 칙센트미하이의 가장 큰 관심은 도전과 기술의 조화다. 칙센트미하이는 개인의 직면한 외부 환경(도전, 과제의 난이도)과 개인의 기술·능력 간의 비율에 따라 인간의 몰입이 결정된다고 가정했다. 다시 말해, 몰입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부과된 요구(도전)에 대처하는 능력 정도(기술)에 따라 결정된다. 몰입이론이 제시한 도전과 기술의 황금비는 도전하는 과제의 난이도와 개인기술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다. 칙센트미하이가 제시한 황금비를 기초로 자아성장과 실패에 관한 다양한 세분화 모형이 제시되었다. 세분화 모형은 칙센트미하이가 초기 제시한 3채널, 4채널, 5채널과 후에 고안한 8채널 모형(Csikszentmihalyi & Nakamura, 1989)으로 분류된다. 본고는 가장 단순한 모형인 3채널 모형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으며 3채널 모형은 후술하는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모형의 이론적 틀로써 이용됨을 미리 밝힌다.

몰입이론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 자아성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있다. 3채널 모형을 통해 칙센트미하이는 경험의 두 차원인 도전과 기술을 각각 x와 y축에 표시하고([그림 1] 참조), 도전과 기술의 상호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자아성장의 방향과 가능성을 도식화하였다. 3채널 모형은 두 경험 축에 대한 인간 주간성에 따라 불안(anxiety), 지루함(boredom), 몰입을 경험한다고 가정한다(Csikszentmihalyi, 1990). [그림 1]에 A1은 초기 몰입단계를 의미한다. 초기몰입(A1)에서 인간의 기술은 없거나 상당히 낮은 수준이며 당면한 도전과제도 쉽게 도달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 수준의 몰입은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 수준이 올라가게 되면서 인간은 자연스레 지루함(A2)을 느낀다. 반대로 기술 상승의 속도보다 도전과제의 난이도가 더 빨리 증가하게 되면 부족한 실력에 대한 불안감(A3)이 엄습한다. 다시 몰입의 상태로 돌아가려면 지루한 상태에서는 도전의 수준을 높이고(A2→A4), 불안한 상태에서는 기술을 향상(A3→A4)하면 된다. 물론 불안 상태(A3)에서 도전의 수준을 낮춰 초기 단계의 몰입(A1)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직면하거나 이미 달성한 과제에 대한 퇴행적 태도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Csikszentmihalyi, 1990).

새창으로 보기
그림 1.
몰입조건의 도식화: 3채널 모형
hswr-40-1-238-f001.tif

출처: Csikszentmihalyi (1990),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나다(최인수 역, 2018) p.144 그림 인용

2. 사회적 몰입과 특성

몰입은 개인 내부에서 일어나는 개인적 몰입(solitary flow)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몰입(social flow)으로 구분된다(Walker, 2010; Csikszentmihalyi, 1990). 사회적 몰입은 팀 스포츠, 합창단, 단체토론 등에서 흔히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개인적 몰입보다 사회적 몰입에서 인간은 더 큰 즐거움과 재미를 느낀다고 보고된다(Csikszentmihalyi, 1990). 사회적 몰입 역시 개인적 몰입처럼 몰입조건으로써 도전과 기술의 2가지 핵심요소가 필요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다른 현상을 포함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조직이나 팀과 같은 공동체 안에서는 혼자일 때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기 때문이다(Walker, 2010). 동일한 사건과 현상이라도 타인과 경험을 공유할 때 인간은 다른 유형의 인지와 감각을 가진다. 그래서 칙센트미하이는 개인적 몰입보다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몰입이 더 높은 복합성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최인수 역, 2018, p.339).

유사하지만 다른 두 가지 사회적 몰입이 존재한다. 하나는 공동형(co-active) 사회적 몰입이며 다른 하나는 상호의존형(interdependent) 사회적 몰입이다(Walker, 2010). 공동형 사회적 몰입은 개인이 누군가와 상호작용 혹은 상호의존은 하지 않지만,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함께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동호회에서 마라톤을 함께 출전하거나, 지인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돈다거나, 친구와 함께 TV를 볼 때, 공동형 사회적 몰입이 발생할 수 있다. 상호의존형 사회적 몰입은 타인과의 협동과 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다. 상호의존형 사회적 몰입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축구와 같은 단체운동, 합창단, 성관계, 사교 파티와 같이 사람들 간의 신체와 언어가 교환되는 순간이다. 정리하면 공동형 사회적 몰입은 하나의 일(분업할 수 없는 일)을 여러 명이 같이 수행할 때 발생하고, 상호의존형 사회적 몰입은 전체 일(다수의 공동작업)을 분업하여 수행할 때 발생한다(Walker, 2010).

사람은 집단 내에서 몰입할 때 더 큰 위험(도전)을 감수하며(Ryu & Parsons, 2012), 집단에서 증가하는 도전이 사회적 몰입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사회적 몰입은 개인적 몰입에 비해 높은 복합성을 가진다. 집단 안에서 사람은 다르게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단일 개체에 비해 집단의 공통의견과 생각이 도출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 태만2)(social loafing)과 같은 부정적 현상이 집단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몰입은 개인적 몰입보다 개인에게 더 큰 재미와 더 높은 수행능력을 제공한다. 집단에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독행동에서 요구되지 않는 추가노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조직에 속한 개인들의 주의를 새로 환기하거나 조직목표를 새로이 수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조직원 간의 갈등이나 분쟁을 조정하거나 생각과 사용 용어의 재정립을 조직 스스로가 요구하기도 한다(Callon, 1986). 이와 같은 노력으로 개인과 소속조직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발전시킨다. 한편, 개인보다 집단에 소속된 개인은 혼자 하기 힘들거나 기존에는 할 수 없다고 여긴 도전을 쉽게 시도한다. 집단에는 ‘나’만이 아닌 ‘너’가 존재하기에 나의 기술과 너의 기술을 바탕으로 도전과 과제에 임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정보와 생각이 쉽고 빠르게 교환될수록 집단의 태도와 행동은 더 공고해진다(Callon, 1986). 그리고 사회적 몰입이 개인적 몰입보다 더 큰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집단에 소속된 개인은 더 큰 즐거움을 위해 더 수준 높은 과제와 도전에 임할 수가 있다(Ryu & Parsons, 2012). 몰입이론의 측면에서 해석하면 사회적 몰입은 낮은 수준의 몰입(A1)보다는 높은 수준의 몰입(A4)을 요구하며 이 과정에서 집단은 높은 난도의 과제와 그에 알맞은 기술 간의 균형을 확보해 간다. 종합하면, 사회적 몰입은 개인적 몰입보다 개인에게 더 큰 즐거움과 더 높은 수준의 몰입을 보장한다. 사회적 관계 안에서 개인은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그리고 개발된 기술, 각자의 능력, 그리고 집단에서 생성된 즐거움을 바탕으로 기존에 하지 못했던 더 높은 수준의 과제와 도전에 응하게 된다.

Ⅲ. 사회적 몰입의 재구성과 사례분석

1. 이타적 집단행동의 동인

이타적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요인에 대한 분석은 학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어왔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요인은 지역사회 차원(community level)의 사회적 자본이다(Bekkers & Wiepking, 2011; Putnam, 1993). 사회적 자본은 한 범주라기보다는 사회관계망, 신뢰, 생활특성과 같은 다양한 요인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적 자본으로서 지역사회의 신뢰 증대는 지역사회 내 공동체의 다양성, 상호작용, 관용(generosity)을 높인다(Glanville, Paxton, & Wang, 2016). 즉, 사회적 자본의 증가는 공동체의 신뢰와 상호작용을 증대하여 집단행동을 촉발하며 공동체 수준의 자원봉사, 지역발전 참여,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형성을 유도한다((Morgeson & Hofmann, 1999; Putnam, 1993).

다른 관점은 사회적 자본과 대비되어 사회문제가 이타적 집단행동을 촉발한다고 본다(Hwang & Young, 2019; McAdam et al., 1996).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공동체의 문제 인식이 증가(McAdam et al., 1996)하는 동시에 문제해결을 위한 긴급한 정당성 확보(legitimacy imperative) 혹은 제도마련(institution)에 대한 공동체 욕구가 발현한다(Meyer & Rowan, 1977).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동체의 관심은 다양한 자원을 동원하고 규합하려는 시도를 만든다. 이 시도를 통해 자원동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공동체 수준의 이타적 집단행동이 발생하게 된다. 이 외에도 지역성 혹은 지역 연결성, 예를 들어 지역사회 인식, 사회적 연대, 지역 문화 등이 공동체의 이타적 집단행동을 유도(Clerkin, et al., 2013)하거나 비영리 단체의 이타적 집단행동에 영향(Grønbjerg & Paarlberg, 2001)을 미친다는 관점이 존재한다.

2.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 모형과 몰입요소의 재구성

본고는 사회적 몰입을 크게 미시와 공동체 수준(거시)의 차원에서 구분하고자 한다. 미시차원의 사회적 몰입이 일어나는 조직과 분석단위는 기존 연구에서 분석되었던 팀 운동, 합창단, 단체학습, 집단게임 등과 같이 조직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이 실시간 그리고 즉각 이루어질 수 있는 규모로 정의하고자 한다. 반면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이 발생하는 조직과 집단은 국가 전체나 지역 공동체 혹은 특정 이익과 관련 연계된 집단으로 조작적 정의한다. 공동체 수준의 조직에서는 상호작용과 의존이 발생하지만, 개인 간의 정보소통이 즉각적으로 일어나기보다는 일정 시간 정체(time-lagged relationships)후에 서로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동체에서 행동 교류도 매체(예: 인터넷)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거시조직은 미시조직보다 지속성과 연계성 그리고 상호의존성이 현저하게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직의 구심점, 규칙, 위계 구조가 없을 가능성이 크며 조직구성과 유지에서도 높은 휘발성을 가진다. 본고가 고려하는 공동체는 국가대표를 위한 응원모임, 촛불집회 참여, 금 모으기 운동,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자원봉사와 같은 대규모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조직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문제의 발생은 공동체의 문제 인식 혹은 의식함양(consciousness-raising)을 촉발한다. 문제에 대한 공동체의 위험 인식이 일정수준 이상 고취되면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나 법령 마련을 위한 집단행동이 촉발된다(McAdam et al. 1996; Meyer & Rowan, 1977).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모든 사회문제와 관련하여 집단행동이 촉발되고 제도가 마련되지 않음이다. 자원동원이론(resource mobilization theory)에 따르면 사회문제가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의식(심각성)이 공동체에 공유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유된 의식을 기반으로 공동체가 사회 내 유용자원을 동원할 수 있을 때 집단행동이 사회표면으로 드러난다(McCarthy & Zald, 1977). 사회적 자본이론도 이와 유사한 관점을 견지한다. 사회적 자본은 공유된 신념, 규범, 관계망, 신뢰 등의 복합 개념체계를 의미한다(Putnam, 1993). 공동체가 신념과 믿음을 공유하지 못하거나 사회의 신뢰 관계망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자본이 축적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켜 공동체의 이타적 집단행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공동체 내에 신념과 생각을 공유하는 동시에 문제해결에 대한 당위와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집단행동의 발생을 유도하는 2가지 요인은 공동체 수준의 문제의식과 문제해결을 위한 자원동원이다. 후술하겠지만 이 두 가지 요인이 자연적 혹은 선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사회문제가 공동체 수준의 문제 인식을 일으키지 않으며 동시에 문제 인식이 필연적으로 공동체의 자원동원과 집단행동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두 가지 요인은 각각 필요조건으로 존재하며 특정한 사회적 상황을 경험하거나, 공동체의 자원동원 역량이 충족되거나, 혹은 사회적 몰입이 가능할 때, 두 요인은 집단행동을 촉진하는 동인으로서 기능한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고는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모형은 몰입을 촉발하는 두 요소를 공동체의 문제의식(심각성) 그리고 자원동원과 총합으로 규정하고, 두 가지 요소가 사회적 몰입을 발현시키는 가능성을 상황 조건으로 고려했다. 본 연구는 두 요소 간의 관계를 선형(linear)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조건과 상황에 따른 확률 관계(probability)로 본다. 다만, 시간 선행에 있어서 사회문제 발생, 공동체 문제의식, 그리고 자원동원의 순으로 진행되리라 고려한다. 각 조건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모형에서 도전은 사회문제와 쟁점에 대한 공동체의 심각도 혹은 위험 인식으로 전환된다. 특정 목표에 대한 도전은 공동체 관점에서는 상당히 모호하거나 지엽적인 현안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미시 차원(자조모임, 단체운동)의 조직은 명확한 목표와 조직 규모, 그리고 조직구성원의 직접 상호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업의 종류(도전)를 결정하기에 비교적 쉽다. 하지만 거시 공동체는 조직구성과 규모가 일회적이거나 모호할 가능성이 크다. 상호작용도 간접적이거나 시간이 정체될 가능성이 크기에 특정 목표에 대한 도전을 빨리 설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거시쟁점, 예를 들어 환경, 복지, 경제, 정치와 관련한 문제는 그 파급력이 동시적이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국가 전체나 공동체가 빠르게 이 문제를 인식하고 동시에 공통의 도전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몰입이론의 ‘도전’을 사회문제 혹은 쟁점에 대한 공동체 위험 인식으로 치환(置換)함이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을 적용하는데 더 합당하리라 고려했다. 한편, 거시 공동체의 위험 인식은 주로 대중매체 등의 언론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매일 언론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제공된다. 상당량의 정보는 단일 언론을 통해 일회성으로 그치지만 어떤 정보는 여러 날 혹은 여러 주에 걸쳐 반복적으로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소비된다. 이 반복성을 정보제공자인 언론의 의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되지 않는 정보를 지속해서 노출하는 매체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매체에서 나타난 특정 정보의 반복성은 정보소비자의 의도와 목적이 강하게 나타난 결과이다. 다시 말해, 언론정보를 소비하는 공동체가 특정 문제나 이슈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언론이 그 현상에 대한 정보를 반복해서 자신의 매체에 노출할 필요성과 동기가 사라진다. 정리하면 공동체가 위험하고 해결되어야 한다고 인지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에 대한 공동체 관심은 언론을 통해 제공되는 문제 정보에 대한 소비를 증가시킨다. 반복 소비되고 노출된 문제 정보는 공동체 전체의 위험 인식을 높인다.

제1조건 사회문제에 대해 공동체가 인식하는 심각성(문제의식)에 따라 공동체 차원의 사회적 몰입수준이 결정된다. (a) 사회문제에 대한 공동체 인식 정도가 공동체 차원의 도전 수준을 결정한다.

둘째,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모형에서 기술은 한 사회와 공동체가 가진 자원의 총합으로 전환된다. 본 연구에서 자원은 형태와 내용 차원(content)의 자원이 아닌 인간이 경험하고 인지하는 맥락 차원(context)의 자원을 의미한다. 도전을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전환하는 데 비해 기술을 자원총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더 복잡한 이해가 요구된다. 먼저, 기술에서 자원으로의 전환은 다음의 상황적 이해가 요구된다. 몰입모형에서 말하는 기술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정확하고 능률적으로 해내는 솜씨 그리고 특정 사물을 잘 다루는 솜씨로 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신·신체·심리의 능력(capability)과 실력을 모두 포괄한다(최인수, 2018, p.151). 좀 더 자세히 보면 몰입모형에서 기술은 지금 무엇을 해낼 수 있는 실제 혹은 현실 능력을 넘어, 개인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잠재 능력까지 포괄한다. 칙센트미하이에게 능력이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Csikszentmihalyi & Csikszentmihalyi, 1975)으로 귀결된다. 즉 기술이란 단순히 실행능력과 기능이 아니라 현재 역량과 잠재능력을 모두 포괄하는 힘이다. 본고는 이 두 가지 차원을 모두 포괄하는 요소를 자원이라 고려했다.

집단행동에서 자원의 역할과 자원 규합에 대한 논의는 McCarthy와 Zald(1977)의 자원동원이론을 통해 충분히 설명된다. 자원동원이론은 개인과 집단의 유용자원과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에 따라 사회운동과 같은 집단행동이 촉발된다고 가정한다. 이 이론은 집단행동을 사회심리적인 요인으로 발현된 결과가 아닌 집단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집단이 처한 사회·환경 간의 관계에서 발원된 결과로 본다. 주목할 전제는 자원의 보유량이 아니라 자원의 동원능력이다. 특정 집단이나 조직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보유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Pfeffer & Salancik, 2003). 내부 유용자원이 부족할 때, 행위 주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고 흡수하여 문제해결에 대한 대응력을 갖춘다. 사회문제에 봉착하였을 때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만큼의 자원을 가진 집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일부 조직에서 다양한 자원을 동원하고 규합하려는 시도가 지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이를 통해 자원 규합과 연계가 성공하면 공동체 수준의 집단행동은 표면에 나타난다. 몰입모형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규합된 자원의 총합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정도가 된다면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이 완성된다.

사전에 따르면 자원은 ‘인간 생활 및 경제 생산에 이용되는 원료’를 말한다. 형태학 측면에서 자원은 기초자원, 기초자원을 포괄하는 천연자원, 기초자원과 천연자원을 이용하여 가공·생산한 제1차에서 3차 자원으로 분류된다. 인간의 노동과 기술은 따로 인적자원으로 구분된다(두산백과, 2018). 이에 따라, 본고는 자원분류를 형태 혹은 내용 차원으로 정의하고, 인간이 경험하고 인지하는 상황에 따른 분류를 맥락 차원의 자원분류로 정의하고자 한다. 맥락 차원에서 자원분류는 물리적 범주(예: 광물, 수자원)를 이용하거나 자원이용과 변형의 위계(예: 1차, 2차 자원)를 고려하지 않는다. 맥락 차원의 자원분류는 인간의 경험과 인지를 통해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의 선택 혹은 인간과 사회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현하는 자원에 대한 다양한 선택에 대한 분류로 해석할 수 있다. 자원을 맥락 차원으로 분류한 대표적 예는 Hobfoll(1989)의 자원보존이론이다. 자원보존이론에서는 자원은 대상(Object Resource), 상황(Condition Resource), 개인특성(Personal characteristic Resource), 에너지(Energy Resource)의 4 범주로 구분된다. 대상자원은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인 자원이지만 동시에 사회경제적 지위(예: 좋은 집과 차)를 의미하기도 한다. 상황자원은 일종의 관계적 자원으로써 인간이 처한 조건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상황자원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 동시에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자원에 접근하거나 소유에 필요한 안정된 서열과 상태를 말한다. 상황자원의 예로 사랑, 결혼, 정규직 등이 있다. 개인특성 자원은 특정 상황, 특히 스트레스 상황을 견뎌내는 개인 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같은 조건으로도 개인특성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데, 주로 효능감, 성격, 능력과 기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에너지 자원은 상위의 3가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요구되는 도구적 자원이다. 에너지 자원의 예로 돈, 시간, 지식 등이 존재한다. 물론 자원보존이론이 제시한 개념과 분류 외에도 다른 관점, 예를 들어 사회적 자본(Bourdieu, 1983, Putnam, 2001)을 활용하여 자원을 맥락 차원에서 분류하는 시도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서 주시해야 할 것은 맥락 차원에서 자원총합은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전제다. 왜냐하면, 자원과 자원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발생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자원 전체는 부분의 단순 합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형태상 분류에서 자원이 질량보존의 법칙을 따른다면 맥락상 분류에서 자원은 체계이론의 법칙(von Bertanlanffy, 1956)을 따르고 있음을 전제한다. 이는 공동체의 힘과 의지의 합이 개개인의 합보다 더 큰 힘과 영향력을 가짐을 의미한다.

제2조건 통합된 자원의 양에 따라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이 결정된다. (a) 공동체의 자원은 공동체에 속한 개인 자원의 총량 이상이다. (b) 사회문제와 쟁점에 따라 필요자원의 종류와 수준은 달라진다.

3. 공동체 차원의 사회적 몰입: 허베이 스피리트호(Hebei Spirit) 기름유출사고를 중심으로

가. 도전과 공동체 수준의 불안

2007년 12월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예인선 간의 충돌로 인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해상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2014). 역설적으로 이 사고는 우리 시민사회에서 기간 대비 최대 규모의 자원봉사활동을 불러일으켰다. 살펴보면 기름유출 관련 방제작업에 참여한 민간 자원봉사활동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2007년 12월 8일부터 2008년 5월 말까지 이루어졌다. 이 기간에 활동한 자원봉사자는 연인원으로 계산해보면 약 1백3십7만여 명에 이르며 이는 하루 평균 약 7,821명의 인원이 태안 부근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박재묵, 이정림, 2009).

태안에서 일어난 오염과 그 후 자원봉사활동을 사회적 몰입의 과정과 조건으로 되짚어 보았다. 2007년 12월 이전의 태안은 기름유출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의 해양오염만이 발생하고 있었기에 기존 자원과 전략을 활용하면 큰 문제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상태를 초기 혹은 낮은 수준의 사회적 몰입(A1)이라고 가정한다.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로 이 수준의 몰입은 더는 진행되지 않았다. 국내 해양기름유출사고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약 12,547㎘)되었고 유출된 기름은 인근 300㎞의 해안을 오염시켰다. 또한, 15개의 해수욕장, 101개의 섬, 그리고 35,000헥타르의 양식장과 어로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이시재, 2009). 기술 혹은 자원이 고정된 상태에서 도전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공동체의 불안을 일으킨다(A1→A3).

태안이 겪은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사실 해양오염의 직접적 피해는 해안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국한되었지 전 국민의 몫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기름유출을 심각한 오염이자 도전으로 인식하게 한 계기는 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유민이와 공동성(2013)은 태안사고 직후인 2007년 12월 7일에서 2008년 3월 15일까지 정치적 성향이 다른 네 종류의 일간신문(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과 공중파 뉴스의 보도 자료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매체에 보도된 태안 관련 사고와 자원봉사활동을 분석하였는데(부록1), 매체 분석 자료와 자원봉사자의 수를 상관분석 하면 다음의 유의한 관계가 도출된다. 100일간 태안에 참여한 봉사활동참여자의 수는 신문기사에 보도된 봉사활동 관련 뉴스 수(r=.741, p<.001), 태안 관련 뉴스의 전체 수(r=.619, p<.05), 공중파 뉴스에 보도된 봉사활동 관련 뉴스 수(r=.818, p<.001), 태안 관련 뉴스의 전체 수(r=.742, p<.01)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보였다. 이 결과는 태안 기름유출과 태안 봉사활동 등에 관한 미디어 노출이 봉사활동 참여자의 증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성기환과 최희천(2008)의 연구도 이를 지지하는데, 사고 이전 매체에 발표된 자원봉사 관련 기사는 57건에 불과하였으나 사고 이후 게재된 자원봉사 관련 기사는 3,936건에 이르렀다. 언론기사의 증가는 매체 종류와 관계없이 태안 자원봉사자의 증가와 정적으로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그림 2] 참조).

새창으로 보기
그림 2.
언론기사의 수와 자원봉사자 수의 추이
hswr-40-1-238-f002.tif

출처: 성기환・최희천(2008). 주별기사 수와 주별 자원봉사자 수 추이 인용 p.178

이상의 결과를 정리하면 공동체가 기존의 몰입수준(A1)에서 새로운 도전 혹은 불안의 수준(A3)으로 옮겨가게 된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측정 가능한 수준에서 심각한 해양오염이 발생했고(객관성), 다른 하나는 이 객관성을 공동체가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하게끔(주관성) 미디어가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한 것이다. 본고에서 제기한 사회적 몰입의 제1조건에 이 현상을 대입하면 미디어의 반복 노출은 태안오염에 대한 공동체의 위험 인식을 증가시켰고 결과적으로 태안오염을 공동체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게끔 유도하였다. 칙센트미하이의 관점에서도 이 과정은 타당하게 받아들여진다. 칙센트미하이는 도전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플로우 활동이라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객관적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이 그 객관적 조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도 중요한 것이다”(최인수 역, 2018, p.147). 다시 말해, 도전이란 개념은 외부 환경이 제공하는 객관성에 영향을 받지만, 인간 내부의 주관성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몰입모형은 집단 또는 인간 사이의 공통된 이해 차원 혹은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의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관점에서 도전을 바라본다.

나. 공동체 차원의 사회적 몰입과 자원동원

본고가 제시한 사회적 몰입의 두 번째 조건은 맥락 차원의 자원(이하 자원)이다. 몰입모형에서 기술과 능력이란 어떤 일을 해낼 힘을 의미하며(Csikszentmihalyi, 1975), 공동체 수준에서 해석하기 위해서 기술의 자리에 자원을 대리(代理)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 후, 태안오염이 발생하고 미디어를 통해 이 상황이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사회 전체에 불안감(A3)이 엄습했다. 개인 차원에서 기술 상승의 속도보다 도전과제의 난이도가 빨리 상승하게 되면 사람은 불안하게 되듯, 공동체도 현재 사회가 가진 자원의 양보다 문제의 양(심각성)이 더 빨리 증가하게 되면 공동체 수준의 불안(A3)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공동체가 취할 전략은 두 가지로 축약된다. 하나는 불안한 상태로 머무르면서 도전 수준이 줄어들기를 기다리거나(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 해결: A1), 다른 하나는 사회가 가진 다양한 자원을 개발, 연계, 동원을 통한 문제해결이다(자원동원을 통한 의지 해결: A4). 두 가지 방향 모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금 안정 상태인 몰입으로 우리를 유도하지만 두 결과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초기몰입(A1)보다 후기몰입(A4)에서 인간은 더 복합적이고 창조적인 경험을 가진다. 후기몰입에 진입하기 위해서 사람은 더 높은 목표를 세우거나, 기술을 증대시키거나, 통제력을 증진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아의 복합성이 강화된다. 칙센트미하이에게 복합성이란 유기체의 분화와 통합이라는 심리적 과정의 결과로써 생성된 결과물이다(Csikszentmihalyi, 1990). 분화가 자신을 유일하고 고유한 존재로 여기며 나아가려는 경향과 움직임을 의미한다면 통합은 다른 생각을 자기 생각과 합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따라서 복합성을 함유한 사회는 이 두 가지 경향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회를 의미한다.

개인이 가진 기술과 능력이 우연한 습득이 아니라 오랜 노력과 고통의 산물이듯 공동체의 자원도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자원형성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소를 공동체가 발견하고, 적재적소에 연계하면서, 이 요소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적용하는 노력과 의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공동체 수준의 자원이란 공동체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의지의 총체(총합)라 볼 수 있다. Hobfoll(1989)의 자원보존이론이 기대어 태안자원봉사를 유발·유지한 자원을 유추해보자. 첫째, 태안에서 이용되었던 대상자원(Object Resource)은 다양한 형태의 물질자원으로 고려할 수 있다. 방제 기간 약 100만 명의 봉사자는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지원단체로부터 중식과 라면, 빵, 과일 등의 간식을 지원받았다(행정안전부, 2008).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기간 약 100만 명분의 중식과 김치, 그리고 5만 상자 이상의 라면과 간식 등이 자원봉사자에게 무료로 제공되었다(표1). 방제 장비와 물품의 경우, 유흡착제 134톤, 방제(유)복 10만 6천여 벌, 마스크 8만 9천 매, 고무장갑, 양동이 등이 현장에 투입되었다. 동시에 전국에서 부직포, 헌 옷, 현수막 등의 물품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기부되고 이용되었다.

새창으로 보기
표 1.
태안에서 활용된 자원분류와 예
자원구분 특성 자원예시
대상자원 물질자원 식료품(쌀, 라면, 빵, 과일 등)
방제 물품(유흡착제, 방제복, 마스크, 현수막 등)
캠프 물품(텐트, 천막 등)
상황자원 상태와 조건(가치요인) 오프라인 장(태안해안, 오염지역)
온라인 장(포털 사이트, 카페 등)
특성자원 사회가치와 자기성장 사회 가치와 규범 수호(환경오염 해결 등)
자기성장(민주시민의 역할인식, 효능감, 참여만족 등)
에너지자원 자원 간 연계(도구자원) 시간 여유(방학, 농한기 등)
물리적 접근성(이동 거리 등)
기회 다양성(종교단체, 자원봉사단체, 군부대 등)

둘째, 상황자원(Condition Resource)은 개인이 처한 조건이나 상태를 의미하는 동시에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진다. 본고는 태안 자원봉사활동에서 활용된 상황자원을 크게 장(場)으로 정립하고자 한다. 상황자원에서 장은 일종의 참여와 소통의 공간을 의미한다. 장은 온·오프라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장은 봉사활동이 벌어진 태안해안으로 볼 수 있다. 2008년 태안은 참혹한 환경피해의 현장임과 동시에 나와 비슷한 목적과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함께 활동하는 공간이었다. 그때 태안에 가면 평소 동경하던 수많은 정치인, 유명 운동선수, 연예인들과 함께 모여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과 단체가 연말연시 송년회를 태안에서 자원봉사로 대체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외국인도 이곳으로 모여 봉사활동을 진행하였다(행정안전부, 2008, p.58). 공동의 목적을 함께하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생각과 행동을 공유하였던 태안은 비극의 공간(場)에서 축제와 기쁨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 가정은 윤순진(2008)의 연구를 통해 뒷받침된다. 윤순진의 연구에서 태안 자원봉사자(n=271)가 경험한 봉사활동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1순위 상황은 “함께 문제를 헤쳐 나가는 즐거움”(116명, 42.8%)이었다.

온라인에서도 장이 열렸다. 온라인 장에서는 오프라인보다 더 빠르게 자원봉사활동이 진행되었다. 유출 사고가 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인터넷에서는 태안자원봉사 카페가 수십 개나 개설되었으며 태안군 홈페이지는 자원봉사를 신청하려는 접속자의 폭주로 서버가 지속해서 다운되었다(행정안전부, 2008). 상당수 연예인과 일반인들이 태안 관련 UCC를 제작·배포하여 태안오염의 심각성과 자원봉사활동의 필요성을 홍보해주었다. 다음(DAUM)등 다양한 포털에서는 태안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예: 희망모금)을 지속하였고, 일부 사이트에서는 태안 피해주민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벤트가 벌어졌다(행정안전부, 2008, p.105). 숙박 웹사이트에서는 태안자원봉사를 고취하기 위하여 태안지역 숙박업소의 이용료를 절반으로 할인해주거나 태안 관련 여행상품을 제공했다. 이 시기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은 태안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구축하고 공유했다. 구축된 정보는 공동체에 산재하던 인력, 물품, 돈을 끌어모으는 기폭제가 되었다. 오프라인 장이었던 태안해안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해양오염이라는 공동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누리는 만남의 공간이 되었다. 동시에 온라인 장에서는 태안과 해양오염과 관련된 명시지(explicit knowledge), 암묵지(tacit knowledge), 그리고 인지된 무지(known unknown)가 공존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발했다. 다시 말해, 태안오염과 자원봉사에 관한 사람들의 지식과 무지의 향연이 온라인 장을 통해서 펼쳐졌고, 이 두 가지 지식체계(Smithson, 1989)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과 행동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 본다.

셋째, 우리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의 내적 자원(Personal characteristic Resource),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개인이 가진 자원봉사 동기가 태안의 자원봉사활동을 촉발했다고 고려된다. 기존 연구에서는 자원봉사활동의 동기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역할정체성모델, Piliavin & Callero, 1991; 자원봉사 의사결정모델, Penner, Midili, & Kegelmeyer, 1997; 기능이론, Clary & Snyder, 1999)이 제시되었다. 이론들이 가지는 다른 논리에도 불구하고 공통으로 지적하는 동기 요인은 사회관계 강화와 사회기대 충족 그리고 봉사과정이나 후에 경험하는 자아 정체성 확인과 성장에 있다(박재묵, 이정림, 2009).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요구되는 일련의 소임을 수행할 때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재인식한다. 자원봉사 동기란 바로 이 재인식을 위해 필요한 동기를 말한다. 박재묵과 이정림(2009)의 연구에서 분석된 방제작업 자원봉사에 관한 의사결정 모델에서 애타적 공동체의 형성과 참여 후 생성된 봉사자의 효능감과 참여 만족은 동기 요인을 명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에서 봉사자 참여 동기의 가장 큰 3가지 요인은 생태계 복원 참여, 피해주민의 고통분담, 시민의무 수행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높은 소득과 참여 만족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 결과는 더 큰 자원을 가진 사회구성원이 사회기대에 충족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행위에 더 큰 만족을 가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윤순진(2008)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에서 자원봉사자의 참여 동기 1순위는 생태계 조기 복원을 위한 노력과 판단이었고, 종교단체, 직장, 모임에서의 독려, 지역주민의 고통 분담이 각각 2, 3순위 동기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공동체 구성원이 가지는 사회규범과 가치를 수호하려는 의지 그리고 자기성장과 발전을 지향하려는 노력과 태도가 자원봉사 동기를 형성하였고 이 동기의 활성화가 자원봉사 공동체의 특성자원으로 발전했다고 고려된다.

넷째, 에너지(Energy Resource)는 다른 자원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도구 혹은 연계자원이기에 에너지를 타 자원 간의 통과지점(passage point) 혹은 문(門)으로 개념 정립해도 큰 무리가 없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태안자원봉사에 이용된 에너지 자원을 몇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고려되는 에너지는 시간이다. 기존 연구에서 당시 봉사자가 활용하였던 시간 여유를 논의한 적은 아직 없다. 사고 발생은 12월 7일이었고 방제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되던 시기는 4월 말로 집계되었다(행정안전부, 2008). 한국에서 학생과 일부 직군은 12월에서부터 3월까지 타 기간보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를 가진다. 이 기간에 학생은 겨울방학을 맞이했고, 농촌에서는 농한기에 들었으며, 공기업의 경영평가는 4월이 되어야 시작되었다. 행정안전부(2008) 백서를 살펴보면 사고 발생 첫째 주와 둘째 주, 즉 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에 학생들의 자원봉사참여는 미미하였으나(1주 차 0명, 2주 차 14팀, 4819명), 방학이 시작된 셋째 주부터3)는 고등・대학생의 자원봉사 참여는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 증가추세는 방학이 끝나가던 10주부터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r=-.174, p<.05). 동시에 방학 기간(1-13주차)과 비방학 기간(14-26주) 자원봉사참여 학생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방학 기간에 참여한 학생이 비방학 기간 동안 참여한 학생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많게 나타났다(t=6.10, p<.001).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대학생(대학원생 포함) 집단(t=4.58, p<.001)과 고등학생 이하의 집단(t=5.17, p<.001))에서도 각각 유사하게 나타났다.

다른 에너지는 물리적 접근성으로 고려된다. 앞서 상황자원에서 태안해변을 오프라인 장으로 규정했다. 상황자원에 획득하기 위한 도구 차원에서 자원봉사자의 상황을 고려하면 봉사자는 태안으로 가기 위해 이동 차량과 여행경비 같은 조건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요구조건의 수준이 낮을수록 사람들은 상황자원을 더 쉽게 획득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여행경비가 적게 들수록, 이동이 쉬울수록,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많은 사람이 태안에서 자원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서울에서부터 전국 10대 해수욕장과 기름유출에 직접 영향을 받은 만리포 해수욕장까지의 거리와 이동시간을 측정·비교하였다. 네이버 지도를 기준으로 서울에서 만리포까지의 거리는 총 160.59km(약 2시간 29분)이며, 피해지역인 대천해수욕장이 다음으로 가까운 170.96km로 나타났다. 이 거리는 강원도의 낙산(183.46km), 속초(194.75km), 경포(221.24km)보다 가까운 거리다. 이와 같은 지리적 접근성은 만리포와 대천을 서울에서 차량으로 2시간 30분 이내에 갈 수 있게끔 했다. 만약 오염사고가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부산 송정해수욕장(411.62km, 5시간 2분)에서 일어났다면 서울을 거주지로 한 자원봉사자의 수가 태안만큼 부산의 송정에서 모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끝으로 참여 기회는 에너지 자원의 하나로 동원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참여 기회란 개별 자원봉사가 아닌 단체를 통한 태안자원봉사의 참여를 의미한다. 에너지 자원을 타 자원과 연계하는 통로와 문의 개념으로 보면 기회의 다양성은 타 자원을 습득하는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개인은 타인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통로가 마련이 되어 있다면 자원봉사의 참여는 더 쉽고 빨라진다. 그 당시 태안에는 한국자원봉사협의회(140개 이상 단체 소속), 종교단체(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학교(초·중·고·대학), 기업체, 군부대(육·해·공· 해병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통로가 존재하였다. 혼자서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어렵거나 시간 여유가 없어 참여할 수 없지만 소속된 조직 자체가 참여의 통로가 되면(예: 군인) 많은 사람이 봉사활동에 조직화 될 수 있다. 참여 기회 다양성이 다른 자원을 연계하는 도구이자 통로가 된다.

새창으로 보기
그림 3.
사회적 몰입조건의 도식화: 기름유출사고와 자원봉사
hswr-40-1-238-f003.tif

Ⅳ. 결론 및 함의

본고는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집단행동을 인간 이기성이나 특정 환경에 의존하여 발생하는 이례적 사건과 기적으로 여기기보다는 우리 공동체가 사회문제에 맞서 공동체의 자원을 활용하여 대응한 자기목적적 행위로 재정립하고자 했다. 연구목적을 위해 칙센트미하이가 제시한 몰입모형을 기반으로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모형을 새롭게 제시하고 기존 몰입모형에서 제시한 도전과 기술영역을 사회적 몰입모형에서 사회문제를 인식하는 심각도와 자원의 총합으로 치환하는 시도를 하였다. 본고가 제기한 사회적 몰입모형을 증명하기 위해서 기름유출 이후 태안에서 일어난 자원봉사활동을 연구사례로 이용했다. 태안 자원봉사활동을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의 사례로 고려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회적 몰입이 사회가치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목적과 결과가 사회 공공선을 지향한 사례가 필요했다. 둘째, 사회적 몰입모형이 전제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모형이 제시한 가정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가 필요했다. 특히, 특정 사회문제에 대한 사회인식 혹은 사회 담론 형성을 기술하기 위한 언론자료와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자원의 동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필요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사회문제가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잘 기록되어 있어야 했다. 이 요건에 태안 자원봉사활동은 대부분 부합했다.

본 연구는 특정 사회문제나 현상을 공동체가 심각히 인식하게 하는 요인을 대중매체와 같은 언론으로 고려했다. 왜냐하면, 태안사고의 피해 규모나 범위가 상당히 넓었지만, 이 사고가 전국단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예: 태풍이나 가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측정 가능한 객관적인 요인(태안에 유출된 기름양)과 더불어 언론이 태안 기름유출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와 관심으로 전환했다. 몰입모형의 측면에서 사회 전체가 직면한 도전 수준이 증가했으며 동시에 사회 전체의 불안이 증대되었다. 자원이 동원되었다는 가정 하에 도전 수준의 증대는 몰입증대를 일으킨다. 도전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몰입이 가능해지듯(A4: [그림 1] 참조), 태안 관련 언론보도는 공동체의 문제 인식(도전)을 증대시켰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몰입이 촉발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나타난 태안 관련 사고와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언론보도와 자원봉사자 수의 높은 상관관계는 이 가정을 강력히 뒷받침한다(유민이, 공동성, 2013; 성기환, 최희천, 2008).

본고는 태안자원봉사를 촉발한 다양한 요인들은 Hobfoll(1989)이 제시한 네 가지 자원 분류체계를 이용하여 분석했다. 네 가지 분류체계를 통해 기존 태안연구에서 언급되었던 다양한 형태의 지원(식료품, 방제 용품 등)은 대상자원으로, 개개인의 자원봉사 동기는 개인특성자원으로 구분되었다. 상황자원은 장(場)개념을 통해 재정립을 시도했다. 장은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 장으로 구분하였고 오프라인 장은 봉사활동이 벌어진 태안해안으로, 온라인 장은 인터넷 카페, 포털 등으로 고려했다. 일부 연구에서도 태안자원봉사와 관련 온라인 활동을 태안자원봉사의 영향요인(박재묵, 이정림, 2009)으로 고려하였지만, 이들 연구에서 온라인은 주로 정보를 전달·확산시키는 도구, 즉 미디어의 역할에 국한되어 있었다. 반면 본 연구는 온라인을 하나의 공간으로 가정하고 인력, 정보, 재원 등의 자원이 생성되고 공유되는 상태(상황자원)로 보았다. 자원이 생성되고 공유, 전달되는 측면에서는 오프라인 장인 태안해변도 마찬가지다. 태안해변과 온라인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며 동시에 이들은 다양한 자원이 생성되고 공유되는 장소와 상황을 봉사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봉사자가 태안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안정적 상태와 관련 지식을 제공했다. 끝으로 에너지 자원으로 시간, 접근성, 기회를 고려했다. 에너지 자원은 타 자원을 연결하는 도구 자원이며 일종의 통과지점(門)과 같다. 자원과 자원을 연결하는 고리 혹은 통과지점을 기존의 태안연구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았음은 아쉬운 일이다. 기존 연구는 아마도 시간, 접근성, 기회 같은 요인들은 자원봉사에 영향을 미치는 자원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일종의 통제요인으로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들 연구에서는 자원봉사자의 시간, 접근성, 기회가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거나 이들 요소가 봉사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가정했을 수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 살펴보았듯이 에너지 자원의 양(예: 시간)과 봉사활동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특정 집단(예: 군인)은 에너지 자원(기회)이 없으면 타 자원과의 연계가 원천 봉쇄됨을 고려할 때, 에너지 자원의 존재와 중요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본고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타적 집단행동을 사회적 가치의 측면에서 재해석을 시도하였다. 재해석의 중심에 사회적 몰입을 기초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공동체의 위험 인식과 자원연계를 논의했다. 기존의 연구에서도 공동체의 이타적 집단행위를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박재묵, 이정림, 2009; 성기환, 최희천, 2008; 이창현, 김성준, 2008; 이시재, 2009; 윤순진, 2008).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우리 사회의 이타적 집단행위를 일으키는 요인 혹은 자원을 밝히거나 자원과 이타적 행위 간의 선형관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이 분석만으로는 이타적 집단행동이 발현하게 되는 상황과 맥락 그리고 조건을 명확하게 해석할 수가 없었다. 한 상황에서 이타적 집단행위를 초래한 특정 자원(예: 자원봉사 동기, 구호 물품의 양)이 다른 상황에서 같게 제공된다 할지라도 비슷한 수준의 집단행위를 유발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반대로 기존보다 더 적은 수준의 자원이 투자된 상황에서 더 큰 수준의 이타적 집단행위가 발생할 때도 종종 일어난다. 자원과 이타적 행위와의 비선형 확률 관계가 빈번히 발생하기에 기존 연구가 견지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특정 자원의 영향 관계는 낮은 설명력을 가진다. 반면 본고에서 가정한 공동체 위험 인식과 자원총합과의 균형 관계는 이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고가 가정한 두 체계 간 균형에 대한 논리는 불의 점화조건과 유사하다. 불은 열(점화원), 산소, 연료(가연물)의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추어 져야만 발생한다. 이 요소를 흔히 불의 3요소라 부르며, 3요소가 모두 충족될 때 발화된다. 본 연구도 이타적 집단행위가 물질의 발화처럼 집단행위를 발생시키는 모든 조건이 충족될 때 발현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문제에 대한 공동체 위험 인식이 도출되어야 하는 조건 1, 문제해결을 위한 자원이 규합되어야 하는 조건 2, 그리고 두 체계가 특정 시·공간에서 균형 이룬다는 조건 3이 모두 충족해야 이타적 집단행위가 발현한다고 고려했다. 이타적 집단행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자원과 집단행위와의 비선형적 확률 관계를 설명함에 기존 연구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였다. 동시에 이타적 행동을 사회적 몰입의 개념으로 전환함으로써 공동체 수준의 행복과 행복추구의 방향성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가지는 한계도 뚜렷하다. 첫째, 연구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본고는 원자료(raw data)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2차, 3차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분석 자료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메타 자료가 활용되면 분석의 신뢰성은 증가한다. 반면 원자료로부터 도출되는 분석이 아니기에 기존자료에 대한 타당도와 신뢰성에 의문, 분석방법과 절차에 대한 모호성, 원자료와 기존자료 간의 이질성에 대한 한계가 야기될 수 있다. 특히, 기존자료에 오류나 편의(bias) 발생했거나 분석과정에서 연구자의 특정 의도가 강하게 들어갔다면 연구결과에 잘못 유추된 인과관계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둘째, 개인 수준의 몰입을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으로 고려함이 적절한지 더 분석할 필요가 있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모형의 성과는 대부분 개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론 그의 연구 일부에서 사회적 몰입을 전제하고 있지만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공동체 수준의 몰입을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몰입모형에 고려하는 몰입의 조건과 결과가 공동체 수준의 몰입에서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기에 이 괴리를 좁히는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몰입모형의 일반화를 전제할 수 없다. 결과만을 두고 봤을 때 본고가 제안한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몰입모형은 사회 가치적 집단행동인 태안자원봉사를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모형의 효과성(내적 타당도)을 의미할 뿐, 모형의 일반화(외적 타당도)를 담보하지 않는다. 사회적 몰입모형이 태안자원봉사를 잘 설명한다고 해서 경제위기의 금 모으기 운동이나 촛불집회와 같은 다른 집단행동을 적절히 설명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모형 일반화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집단행동을 모형을 통해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넷째, 연구에서 사용되었던 자원분류에 자의성(恣意性)이 존재할 수 있다. 본고는 자원보존이론의 자원 분류체계를 이용하여 태안에 사용되었던 다양한 자원을 분류하고 분석했다. 자원보존이론의 분류체계가 정교하게 구성된 이론일지라도 이 분류체계가 태안에 동원된 자원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또한, 자원이 아닌 자본과 같은 다른 체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공동체 수준의 몰입을 설명할 수 있음을 본고는 인지한다. 하지만 본고의 목적은 특정 자원이 얼마나 집단행동을 위해 동원되었음을 파악하는 데 있지 않다. 본고는 기술의 자리에 자원이라는 체계가 동원되고 연계되어 사회적 몰입을 촉발했음을 알리려 했다. 칙센트미하이가 언급한 기술도 따지고 보면 다양하고 수많은 능력이 동원되고 연계되어 형성된 결과다. 시력, 근력, 인지력 등 수없이 많은 능력과 기능이 몸을 매개한 공변량 결과가 인간의 기술이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자원이 얼마나 동원되었는가를 파악하는데 연구의 초점을 두기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해 자원이 동원되었고, 동원된 자원이 서로 연계했으며, 연계된 자원의 총합이 사회적 몰입을 촉발했음을 인지함이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가치를 훨씬 더 증대시키리라 본다.

본고는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을 이용해 기존의 이타적 집단행동에 대한 해석을 확장하는데 연구의 초점을 두었다. 동시에 기존 몰입이론의 가정을 거시차원으로 전환해 몰입을 개인 너머 공동체 수준에서 해석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기존 태안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다양한 자원의 분석, 자원 간의 연계, 그리고 언론과 자원의 상호관련성에 대해서 좀 더 정교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본고의 해석과 시도가 사회 전체의 몰입증대와 행복증진을 이끄는 도정(道程)에 작은 힘이 되길 희망한다.

Appendices

새창으로 보기
부표 1.
기간별 언론보도 유형과 봉사활동 참여자 수
기간 신문기사
공중파 뉴스보도
봉사활동 참여자
상황책임 봉사활동 기타 상황책임 봉사활동 기타
1주 15 1 0 16 25 8 6 39 77,576
2주 85 59 33 177 40 43 29 112 107,737
3주 24 44 25 73 10 22 6 38 52,035
4주 11 53 9 73 12 39 4 55 157,933
5주 12 22 11 45 8 6 3 17 66,303
6주 19 14 10 43 3 4 1 8 43,159
7주 20 16 10 46 8 10 6 24 102,819
8주 38 12 14 64 12 8 0 20 23,227
9주 9 7 9 25 1 1 1 3 17,673
10주 1 5 0 6 0 3 0 3 2,136
11주 7 4 5 16 0 0 0 0 12,800
12주 5 9 6 20 5 1 2 8 11,806
13주 10 9 3 22 2 0 0 2 11,435
14주 5 9 2 16 5 2 2 9 9,295
15주 4 2 1 7 0 4 3 7 9,752
265(40.8) 246(37.9) 138(21.3) 649(100) 131(38.0) 151(43.8) 63(18.3) 345(100) 705,686

자료: 유민이, 공동성(2013)의 <표 5> 발췌.

Notes

1)

통제감은 몰입의 특성인 동시에 몰입의 전제조건으로 동시에 작용(최인수 역, 2018, p141).

2)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하는 상황에서 사람은 혼자 일할 때보다 단체에 속해 있을 때 노력을 덜 하며 이로 인해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Hakins & Jackson, 1985).

3)

3주차 58팀(10,910명), 4주차 24팀(6,504명), 5주차 9팀(80,540명), 6주차 15팀(3,710명), 7주차 12팀(3,206명), 8주차 4팀(1,665명), 9주차 4팀(440명), 10주차 3팀(1,120명), 11주차 8팀(1,460명), 12주차 8팀(3,435명), 13주차 6팀(3,440명).

References

1 

김영욱. (2014). 언론에 나타난 냄비근성의 의미 분석. 커뮤니케이션학 연구, 22(2), 33-62.

2 

김춘식. (2014). 퇴계의 경사상과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 비교연구. 한국행정사학지, 35, 285-306.

3 

김태수. (2007). 일반 논문: 집단행동의 사회학: 자원동원 모델의 성과, 한계 및 전망. 시민사회와 NGO, 5(1), 143-176.

4 

두산백과. (2018). 자원.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37725&cid=40942&categoryId=31819에서 2019. 3. 19. 인출.

5 

박재묵, 이정림. (2009).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자원봉사자 분석. 환경사회학연구 ECO, 13(1), 173-216.

6 

성기환, 최희천. (2008).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매스 미디어의 역할 분석.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0(3), 165-191.

7 

유민이, 공동성. (2013). 재난구호 봉사활동의 참여 유형과 메커니즘. 한국행정학보, 47(2), 367-394.

8 

윤순진. (2008).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의 자원봉사자 연구. 환경사회학연구 ECO, 12(1), 145-179.

9 

이소영. (2012). 소셜네트워크와 정치변동. 파주: 한울. 조화순, Ed., pp. 115-145, 소셜미디어는 정치적 지식을 어떻게 확대하는가?.

10 

이시재. (2009).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의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 연구. 환경사회학연구, 13(1), 127-170.

11 

이창현, 김성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언론 보도 내용분석 연구. ‘허베이 호 기름유출사고를 통해 본 언론의 역할과 사회 방재시스템의 문제’세미나 주제 발표. 충청언론학회.

12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2014). 허베이스피릿호 원유유출사고. http://www.archives.go.kr/next/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9324에서 2019. 3. 23. 인출.

13 

행정안전부. (2008). 자원봉사활동백서: 허베이 스피르트호 기름방제활동. 서울: 행정안전부.

14 

Axelrod R., Hamilton W. D.. (1981).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Science, 211(4489), 1390-1396.

15 

von Bertalanffy L.. (1956). General system theory. General Systems (Yearbook of the Society for the Advancement of General Systems Theory) (Vol. 1). pp. l-10.

16 

Bekkers R., Wiepking P.. (2011). A literature review of empirical studies of philanthropy: Eight mechanisms that drive charitable giving. Nonprofit and voluntary sector quarterly, 40(5), 924-973.

17 

Bourdieu P.. (1983). The field of cultural production, or: The economic world reversed. Poetics, 12(4-5), 311-356.

18 

Callon M.. (1986). Power, action and belief: a new sociology of knowledge?.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LawJ., Ed., pp. 196-223, Some elements of a sociology of translation:Domestication of the scallops and the fishermen of St Brieuc Bay.

19 

Clary E. G., Snyder M.. (1999). The motivations to volunteer: Theoretical and practical consideration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8(5), 156-159.

20 

Clerkin R. M., Paarlberg L. E., Christensen R. K., Nesbit R. A., Tschirhart M.. (2013). Place, time, and philanthropy: Exploring geographic mobility and philanthropic engagement.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73(1), 97-106.

21 

Csikszentmihalyi M.. (1990).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New York: Harper & Collins.

22 

Csikszentmihalyi M.. (2000). Beyond boredom and anxiety: experiencing flow in work and play (2 ed.). San Francisco, CA: Jossey-Bass Publishers.

23 

CsikszentmihalyiM.. (2018).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최인수, 역). 서울: 한울림. (원서출판 1990)

24 

Csikszentmihalyi M., Csikszentmihalyi I.. (1975). Beyond boredom and anxiety (Vol. 721). San Francisco, CA: Jossey-Bass Publishers.

25 

Csikszentmihalyi M., Nakamura J.. (1989). Research on motivation in education (Vol. 3). New York: Academic Press. AmesC., AmesR., Eds., pp. 45-71, The dynamics of intrinsic motivation: A study of adolescents.

26 

Glanville J. L., Paxton P., Wang Y.. (2016). Social capital and generosity: A multilevel analysis. Nonprofit and voluntary sector quarterly, 45(3), 526-547.

27 

Grønbjerg K. A., Paarlberg L.. (2001). Community variations in the size and scope of the nonprofit sector: Theory and preliminary findings. Nonprofit and voluntary sector quarterly, 30(4), 684-706.

28 

Hardin G.. (1968). The tragedy of the commons. science, 162(3859), 1243-1248.

29 

Harkins S. G., Jackson J. M.. (1985). The role of evaluation in eliminating social loaf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11(4), 457-465.

30 

Hermansson H.. (2007). The ethics of NIMBY conflicts. Ethical theory and moral practice, 10(1), 23-34.

31 

Hobfoll S. E.. (1989). Conservation of resources: A new attempt at conceptualizing stress. American psychologist, 44(3), 513-524.

32 

Hwang H., Young T. A.. (2019). How does community philanthropy function?: Direct effects of the social problem and the moderating role of community racial diversity. The Social Science Journal, In press, online published first.

33 

McAdam D., McCarthy J. D., Zald M. N., Mayer N. Z.. (1996). Comparative perspectives on social movements: Political opportunities, mobilizing structures, and cultural framings. Cambridge University Press.

34 

McCarthy J. D., Zald M. N.. (1977). Resource mobilization and social movements: A partial theory.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82(6), 1212-1241.

35 

Meyer J. W., Rowan B.. (1977). Institutionalized organizations: Formal structure as myth and ceremony.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83(2), 340-363.

36 

Morgeson F. P., Hofmann D. A.. (1999). The structure and function of collective constructs: Implications for multilevel research and theory development.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4(2), 249-265.

37 

Penner L. A., Midili A. R., Kegelmeyer J.. (1997). Beyond job attitudes: A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perspective on the causes of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Human Performance, 10(2), 111-131.

38 

Pfeffer J., Salancik G. R.. (2003). The external control of organizations: A resource dependence perspective.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39 

Piliavin J. A., Callero P. L.. (1991). Giving blood: the development of an altruistic identity. Baltimore, MD: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40 

Putnam R.. (1993). The prosperous community: Social capital and public life. The american prospect, 13, 35-42.

41 

Putnam R.. (2001). Social capital: Measurement and consequences. Canadian journal of policy research, 2(1), 41-51.

42 

Olson M. J.. (1965). 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 public goods and the theory of groups (revised edi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43 

Ryu H., Parsons D.. (2012). Risky business or sharing the load?–Social flow in collaborative mobile learning. Computers & Education, 58(2), 707-720.

44 

Skinner B. F.. (1953). Science and human behavior. New York: Macmillan.

45 

Smithson M.. (1989). Ignorance and Uncertainty: Emerging Paradigms. New York: Springer.

46 

Walker C. J.. (2010). Experiencing flow: Is doing it together better than doing it alone?.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5(1), 3-11.

Acknowledgement

20년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누구도 아닌 나로서 오롯이 몰입하게 도와준 우정공동체, 승철과 진호에게 이 글을 통해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