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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보이지 않는 고통 :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

서명/저자사항
보이지 않는 고통 :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 / 캐런 메싱 지음 ; 김인아 [등]옮김
발행사항
파주 : 동녘, 2017
형태사항
296 p. ; 21 cm
ISBN
9788972979012
주기사항
주: p. 276-296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자료실EM050505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EM050505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자료실
책 소개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노동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보건과학자 김승섭 추천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감사했습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분투했던 과학자의 이야기를, 이토록 정직한 문장으로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자, 이제 첫 장을 펼치고, 1976년으로 돌아가 갓 교수가 된 한 과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입니다.
-김승섭(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과학자, 연구실을 나와 노동현장으로 가다!


《보이지 않는 고통》은 과학자 캐런 메싱의 회고록이다. 대학 실험실에서 곰팡이 연구에 매진하던 메싱이 어떻게 노동현장을 누비며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분투하는 과학자로 변모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책에서 메싱은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그들의 고통을 드러내고, 함께했던 노동자들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한다. 또 과학자가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과학계의 관행과, 때로 연구 결과에 대한 모호한 해석과 판단 유예로 노동자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직업보건 과학자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메싱의 이야기는 성공담과는 거리가 멀다. 실패와 좌절의 기록에 가깝다. 고통 받는 노동자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느꼈던 무력감, 노동자의 아픔에 무관심한 채 그들을 연구대상으로만 보는 과학자들을 향한 실망감, 그리고 자신의 연구와 제안으로 개선시켰던 노동조건이 곧 다시 악화되었을 때 느꼈던 허무함 등이 책에 녹아 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는 자신의 연구가 노동자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든 것 같지 않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애쓰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모두 헛되지는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과학자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터 속 문제를 발견하고 그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며, 아픈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음을 역설한다. 나아가 메싱은 말한다.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 과학자의 회고록일 뿐 아니라, 동료 과학자와 시민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는 일종의 제안문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여성 노동자의 고통을 응시하다!


고교 시절 메싱은, 여자는 과학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교사들은 그에게 수학이나 과학보다는 여자가 잘할 수 있는 어학 과목에 주력하라고 말했고, 물리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을 때도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물리학 캠프 프로그램에 데려가지 않았다. 대학에 가서 필수 교양으로 들었던 과학 수업에 매혹 당했지만, 과학은 명백한 남자들의 세계라는 생각에 그 속으로 들어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는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로 페미니즘을 접하고 나서야 여성도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후 과학자가 된 메싱은 유능한 여성 과학자들이 어떻게 연구 과정이나 승진 등에서 차별받는지를 목격했고, 페미니스트가 거의 없던 시절의 싱글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와 사람들의 편견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그 때문일까. 그는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더욱 소외된 여성 노동자의 고통을 들여다보기 위해 애썼다.
오랫동안 남성에 비해 여성이 처한 노동환경은 위험하지 않으며 여성이 아픈 것은 정신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간주됐다. 남성 노동자가 주로 종사하는 업계의 산업재해만이 주목받았고, 상대적으로 여성 노동자가 많은 서비스업계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사소하게 취급되었다. 과학 연구에서 다루는 표준화된 신체, 병들거나 다칠 수 있는 신체는 성인 남성의 몸뿐이었다. 캐런 메싱은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가려졌던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응시했다. 직업보건학계에서 그의 연구를 거치지 않고서 여성 노동과 건강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 책 《보이지 않는 고통》 역시 마트 계산원, 간병인, 청소노동자, 식당 종업원, 교사, 은행원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사례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과학자도 고통 앞에서는 중립일 수 없다!


메싱이 만난 과학자 다수는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다. 왜 그들은 노동자를 연구 대상으로만 취급하거나 무시하고 회피했을까. 우선 메싱은 과학자들이 노동자보다는 그들의 고용주에게 공감함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종종 노동자의 건강보다 이윤을 생각하는 고용주들에게 자신의 공감을 기꺼이 매수당했다. 한편으로 대부분 중산층인 과학자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일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과학자들은 노동자의 아픔을 이해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이 산재 보상을 위해 고통을 꾸며내거나 과장한다고 여겼다. 메싱은 그처럼 경험의 차이가 부르는 간격을 ‘공감 격차’라고 명명한다. 메싱은 현장에 뛰어듦으로써 공감 격차를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며, 메싱이 이 책에서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은 물론 그들의 정서와 생각을 상세히 묘사한 것은 책을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과학자, 고용주, 시민의 편견을 깨고 공감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아한 것은,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할 준비가 된 과학자들 역시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메싱은 그 원인을 과학계의 관행에서 찾는다. 과학자들은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배우며, 단도직입적이고 완전무결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확신을 담은 연구 논문은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리지 못한다. 설령 어딘가에서 발표된다고 하더라도 비과학적이라며 다른 과학자들의 비방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순수과학과 달리 보건과학에서는 연구 결과를 모호하게 이야기하거나 판단을 유보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모호함과 판단 유보는 여러 위험 요소로부터 악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이유로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던, 편파적이라 아름다운 과학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목차

추천의 말 _김승섭(《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1장 공장노동자와의 만남
2장 청소노동, 보이지 않는 세계
3장 왜 그들은 의자를 요구하지 않았을까
4장 저임금 노동자의 일머리
5장 보이지 않는 팀워크의 발견
6장 들쑥날쑥한 근무일정은 가정을 흔든다
7장 교사의 일이 숫자로 측정될 때
8장 과학자 되기
9장 무엇이 과학자의 공감을 가로막나
10장 중립적 과학의 편파성
11장 과학자가 노동자에게 귀 기울일 수 있을까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