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행본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조세정치와 미국 자유주의의 한계
- 서명/저자사항
-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조세정치와 미국 자유주의의 한계/ 몰리 미셸모어 지음 ; 강병익 옮김
- 판사항
- 개정판
- 개인저자
- Michelmore, Molly | 강병익 역
- 발행사항
- 서울 : 페이퍼로드, 2020
- 형태사항
- 370 p. : 도표 ; 23 cm
- ISBN
- 9791190475099
- 주기사항
- 이 책은 「택스 앤 스펜드」(2019, 페이퍼로드)의 개정판임 색인수록 이 저서는 2014년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 원서명
- Tax and spend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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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자료실 | EM050028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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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EM050028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자료실
책 소개
“미국은 왜 복지국가에 실패했는가?”
- 감세와 증세 혹은 주입된 진영 논리를 넘어 분석한 복지국가 미국의 역사
소위 세금과 세금 담론이 국가 정책 결정을 지배하고 있다. 요즘 정치인들은 국민을 시민이나 유권자로 부르는 것만큼이나 납세자로 부르길 좋아하고, 그와 동시에 세금을 정치에 활용하는 일 역시 빈번해졌다. 유권자 겸 납세자인 국민들은 진영에 따라 때로는 ‘왜 부자까지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하냐’고 화를 내고, 또 때로는 ‘왜 세금도 내지 않는 가난뱅이들에게 세금의 혜택이 돌아가냐’고 답답해한다. 언론에서는 수시로 부정수급자를 고발하고, 복지 수당을 받아 유흥비로 탕진하는 사람들에 대한 폭로기사도 빈번하다. 그와 함께 복지에는 찬성하지만, 복지를 위한 세금 집행에는 반대하는 기묘한 여론이 형성되어버렸다. 복지가 담론이 아닌 시대에조차 평범하게 집행되던 세금이, 복지 담론이 대세인 오늘날 오히려 공격받는 기이한 상황이다.
흔히들 조세와 복지에 관한 담론을 보수와 진보 사이의 대결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진보가 복지에 관한 담론을 선점하며, 이를 감세와 성장이라는 주장으로 받아치는 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쟁의 모습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 책,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의 저자 몰리 미셸모어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강력한 예시를 미국의 정치사에서 찾아낸다. ‘감세’라는 전제가 뒤집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복지에 대한 환상과 조세에 대한 저항은 보다 복잡한 요인에 의해 생겼으며, 이를 자유주의 진영과 보수주의 진영 모두가 선거에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낮은 과세율과 경제 성장”
- 복지국가 미국의 이면에 숨은 취약한 복지 체제
세금에 대한 국민, 특히 노동 계급과 중산층의 강박관념은 현대 복지국가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시작은 뉴딜이다. 미국인들은 뉴딜에 대한 향수가 있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의 절망에서 벗어나 대압착Great Compression을 통해 중산층의 시대를 연 자본주의 황금기의 또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집권기부터 시작된 1930년대 이후 30년간의 이른바 뉴딜 체제는 이후 신우파와 신자유주의 시기 양극화, 그리고 1 대 99의 사회와 대비되며 그 향수를 더욱더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몰리 미셸모어는 신우파 정권이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를 흥미롭게도 뉴딜 자유주의자들의 경제 정책, 특히 조세와 복지를 둘러싼 연방정부의 정책과 정치 담론에서 찾고 있다. 즉 레이건의 보수주의 혁명은 뉴딜 체제의 파산이 아니라, 그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뉴딜 추진 세력들은 미국의 복지 체제를 처음부터 기여형 사회보험 체제, 즉 일반 사적 보험이나 저축과 같은 개념을 기초로 구축했다. 이것들의 재원은 급여세다. 즉 노동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 재분배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불평등이 노후까지 이어지는 역진적인 제도다. 필자에 따르면 이는 세금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강박관념에 기인한 것으로, 바로 “낮은 과세율과 경제 성장”을 주요 구성요소로 하는 뉴딜 사회 협약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이른바 미국 자유주의 세력의 경제성장 우선주의는 전후 냉전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냉전 이전에 이미 뉴딜 체제를 지속하기 위한 주요한 정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유명한 파이를 키우자는 이야기도 민주당이 집권한 백악관에서 나온 단골 메뉴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효수요 창출과 완전고용, 그리고 노동조합의 권한 보장을 통한 노동과 자본의 타협 체제였던 뉴딜 복지국가의 이면에는 이렇듯 취약한 복지 체제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당신의 세금을 강탈하고 있다”
- 복지국가를 살해하는 혐오의 낙인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복지라고 하면, 보통 TANF(빈곤가족일시지원제도. 이 책에서 등장하는 AFDC의 후신)나 SNAP(보충영양지원제도. 2008년 푸드 스탬프에서 개칭)을 지칭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인들에게 복지란 극빈층에 대한 구제제도에 다름 아니다. 이른바 보충성 원칙에 기반을 둔 잔여적 복지 체제가 그렇듯이, 이러한 협의적 개념의 복지는 복지 수혜자들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다. 실제로는 1994년까지 AFDC가 전체 복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미만에 불과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뉴딜과 위대한 사회는 엄청난 소득세율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뉴딜 체제와 위대한 사회를 이끌었던 민주당 집권 세력이 낮은 세금을 추구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이 대목에서 필자가 왜 복지국가가 아닌 조세복지국가 혹은 조세국가와 복지국가의 모순을 이야기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조세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 담론이 기본적으로 낮은 세금에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광범위한 조세지출 정책의 활용이다. 요컨대 높은 과세율이 반드시 높은 수준의 재분배와 빈곤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 재정도 빈곤층이 아닌 중간계급의 생계 안정과 복지에 더 기여했지만, 미국 복지체계의 특성상 복지 정책은 중간계급의 조세저항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나와는 상관없는 ‘복지’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는 자유주의 복지 담론과 그에 의해 파생된 정책의 후과로 납세자와 복지 수혜자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는 곧 감세정치의 정당성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러한 조세저항운동은 풀뿌리 수준, 즉 주와 지방 수준에서 확대됨으로써 뉴딜 복지국가를 위협하게 된다.
“납세자의 권리 vs 수혜자의 권리”
- 복지를 둘러싼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주의 세력의 자기모순
미국 복지국가의 취약성에 대한 필자의 분석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복지제도뿐만 아니라 조세 체계를 통해 미국의 복지국가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과 낮은 세율을 근간으로 하는 전후 미국 자유주의자들의 사회 협약의 근거들이 드러난다.
지역 관료들로부터의 조세저항과 이에 대한 감세 여론이 확대되자,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을 약속하면서 탄생하게 된다. 실제로 케네디와 존슨은 연방부조에 의존하는 세금 수혜자들의 권리와 이익보다는 납세자의 권리와 이익을 강조하면서, 감세 그리고 빈곤과의 전쟁을 복지 의존성을 탈피하는 방식 — 노동시장의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근로 연계 방식 — 으로 이해했다. 1960년대 말부터는 부자 증세와 서민감세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지만, 1970년대 진보 진영의 조세개혁운동은 “평범한 납세자들의 부담”이 “부자를 위한 복지” 때문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었다. 이 조세개혁운동은 보수주의 반조세운동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었지만, 과세 기반의 확대를 통한 제도적이고 보편적인 광의의 복지 개념의 확장보다는 기존의 낮은 세금을 통한 경제적 안정이라는 자유주의적 인식에 기반했다는 측면에서 보수주의 조세저항운동과 궤를 같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진보 진영의 조세저항운동은 제도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고소득자들에게 면세 혜택을 주는 역진적인 과세안을 채택하는 1978년 재정법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보수 진영 대표하는 공화당의 본격적인 감세정당으로서의 변신은 주지하다시피 197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제안 13호로 상징되는 전국적인 조세저항운동과 레이건의 집권을 통해서였다. 그 배후에는 기존 공화당 보수주의와는 결을 달리하는 신보수주의 반체제(반기득권) — 이른바 티파티Tea Party —세력이 있었다. 사실 이전의 공화당 보수주의 세력은 균형예산과 재정보수주의에 입각한 낮은 세금과 지출 억제 정책을 기본적인 재정 정책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뉴딜 자유주의가 조세와 복지국가의 간극을 넘어서지 못했듯이 레이건의 보수주의 역시 조직되지 않은 빈곤층에 대한 낙인찍기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복지 규모의 축소에는 실패하고 만다. 미국 복지국가의 교착과 위기가 반복되고 지속되고 있는 데는 이러한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주의 세력의 자기모순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역사에서 찾아낸 대한민국 정치의 맥락
이 책의 묘미는 풀뿌리 수준, 즉 도시 지역에서 펼쳐지는 반복지와 조세저항 운동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미국의 복지 갈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필자가 역사학자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필자가 현대 미국 정치의 모순으로 뽑고 있는 상반된 국민 인식, 즉 좀 더 많은 정부의 공적지원을 바라지만, 정작 세금은 내기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세심한 기술은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우리나라 역시 필자가 그려낸 미국의 모습과 닮은 데가 있다. 어느 나라나 세금 내기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내가 낸 세금이 내 경제적 안정과 복지로 돌아온다는 복지의 효능감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조세지출 수준도 OECD 평균을 상회한다. 어떤 조세체제를 갖느냐, 또한 어떤 복지국가를 지향하느냐는 정치적 선택의 영역이다. 사회지출 영역과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고는 있지만 보편적이고 촘촘한 재분배 정책으로도 잘 이어질 수 있는지, 이 책이 다루는 미국 조세복지국가의 역사에서 그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감세와 증세 혹은 주입된 진영 논리를 넘어 분석한 복지국가 미국의 역사
소위 세금과 세금 담론이 국가 정책 결정을 지배하고 있다. 요즘 정치인들은 국민을 시민이나 유권자로 부르는 것만큼이나 납세자로 부르길 좋아하고, 그와 동시에 세금을 정치에 활용하는 일 역시 빈번해졌다. 유권자 겸 납세자인 국민들은 진영에 따라 때로는 ‘왜 부자까지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하냐’고 화를 내고, 또 때로는 ‘왜 세금도 내지 않는 가난뱅이들에게 세금의 혜택이 돌아가냐’고 답답해한다. 언론에서는 수시로 부정수급자를 고발하고, 복지 수당을 받아 유흥비로 탕진하는 사람들에 대한 폭로기사도 빈번하다. 그와 함께 복지에는 찬성하지만, 복지를 위한 세금 집행에는 반대하는 기묘한 여론이 형성되어버렸다. 복지가 담론이 아닌 시대에조차 평범하게 집행되던 세금이, 복지 담론이 대세인 오늘날 오히려 공격받는 기이한 상황이다.
흔히들 조세와 복지에 관한 담론을 보수와 진보 사이의 대결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진보가 복지에 관한 담론을 선점하며, 이를 감세와 성장이라는 주장으로 받아치는 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쟁의 모습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 책,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의 저자 몰리 미셸모어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강력한 예시를 미국의 정치사에서 찾아낸다. ‘감세’라는 전제가 뒤집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복지에 대한 환상과 조세에 대한 저항은 보다 복잡한 요인에 의해 생겼으며, 이를 자유주의 진영과 보수주의 진영 모두가 선거에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낮은 과세율과 경제 성장”
- 복지국가 미국의 이면에 숨은 취약한 복지 체제
세금에 대한 국민, 특히 노동 계급과 중산층의 강박관념은 현대 복지국가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시작은 뉴딜이다. 미국인들은 뉴딜에 대한 향수가 있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의 절망에서 벗어나 대압착Great Compression을 통해 중산층의 시대를 연 자본주의 황금기의 또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집권기부터 시작된 1930년대 이후 30년간의 이른바 뉴딜 체제는 이후 신우파와 신자유주의 시기 양극화, 그리고 1 대 99의 사회와 대비되며 그 향수를 더욱더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몰리 미셸모어는 신우파 정권이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를 흥미롭게도 뉴딜 자유주의자들의 경제 정책, 특히 조세와 복지를 둘러싼 연방정부의 정책과 정치 담론에서 찾고 있다. 즉 레이건의 보수주의 혁명은 뉴딜 체제의 파산이 아니라, 그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뉴딜 추진 세력들은 미국의 복지 체제를 처음부터 기여형 사회보험 체제, 즉 일반 사적 보험이나 저축과 같은 개념을 기초로 구축했다. 이것들의 재원은 급여세다. 즉 노동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 재분배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불평등이 노후까지 이어지는 역진적인 제도다. 필자에 따르면 이는 세금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강박관념에 기인한 것으로, 바로 “낮은 과세율과 경제 성장”을 주요 구성요소로 하는 뉴딜 사회 협약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이른바 미국 자유주의 세력의 경제성장 우선주의는 전후 냉전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냉전 이전에 이미 뉴딜 체제를 지속하기 위한 주요한 정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유명한 파이를 키우자는 이야기도 민주당이 집권한 백악관에서 나온 단골 메뉴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효수요 창출과 완전고용, 그리고 노동조합의 권한 보장을 통한 노동과 자본의 타협 체제였던 뉴딜 복지국가의 이면에는 이렇듯 취약한 복지 체제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당신의 세금을 강탈하고 있다”
- 복지국가를 살해하는 혐오의 낙인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복지라고 하면, 보통 TANF(빈곤가족일시지원제도. 이 책에서 등장하는 AFDC의 후신)나 SNAP(보충영양지원제도. 2008년 푸드 스탬프에서 개칭)을 지칭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인들에게 복지란 극빈층에 대한 구제제도에 다름 아니다. 이른바 보충성 원칙에 기반을 둔 잔여적 복지 체제가 그렇듯이, 이러한 협의적 개념의 복지는 복지 수혜자들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다. 실제로는 1994년까지 AFDC가 전체 복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미만에 불과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뉴딜과 위대한 사회는 엄청난 소득세율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뉴딜 체제와 위대한 사회를 이끌었던 민주당 집권 세력이 낮은 세금을 추구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이 대목에서 필자가 왜 복지국가가 아닌 조세복지국가 혹은 조세국가와 복지국가의 모순을 이야기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조세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 담론이 기본적으로 낮은 세금에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광범위한 조세지출 정책의 활용이다. 요컨대 높은 과세율이 반드시 높은 수준의 재분배와 빈곤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 재정도 빈곤층이 아닌 중간계급의 생계 안정과 복지에 더 기여했지만, 미국 복지체계의 특성상 복지 정책은 중간계급의 조세저항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나와는 상관없는 ‘복지’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는 자유주의 복지 담론과 그에 의해 파생된 정책의 후과로 납세자와 복지 수혜자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는 곧 감세정치의 정당성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러한 조세저항운동은 풀뿌리 수준, 즉 주와 지방 수준에서 확대됨으로써 뉴딜 복지국가를 위협하게 된다.
“납세자의 권리 vs 수혜자의 권리”
- 복지를 둘러싼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주의 세력의 자기모순
미국 복지국가의 취약성에 대한 필자의 분석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복지제도뿐만 아니라 조세 체계를 통해 미국의 복지국가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과 낮은 세율을 근간으로 하는 전후 미국 자유주의자들의 사회 협약의 근거들이 드러난다.
지역 관료들로부터의 조세저항과 이에 대한 감세 여론이 확대되자,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을 약속하면서 탄생하게 된다. 실제로 케네디와 존슨은 연방부조에 의존하는 세금 수혜자들의 권리와 이익보다는 납세자의 권리와 이익을 강조하면서, 감세 그리고 빈곤과의 전쟁을 복지 의존성을 탈피하는 방식 — 노동시장의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근로 연계 방식 — 으로 이해했다. 1960년대 말부터는 부자 증세와 서민감세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지만, 1970년대 진보 진영의 조세개혁운동은 “평범한 납세자들의 부담”이 “부자를 위한 복지” 때문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었다. 이 조세개혁운동은 보수주의 반조세운동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었지만, 과세 기반의 확대를 통한 제도적이고 보편적인 광의의 복지 개념의 확장보다는 기존의 낮은 세금을 통한 경제적 안정이라는 자유주의적 인식에 기반했다는 측면에서 보수주의 조세저항운동과 궤를 같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진보 진영의 조세저항운동은 제도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고소득자들에게 면세 혜택을 주는 역진적인 과세안을 채택하는 1978년 재정법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보수 진영 대표하는 공화당의 본격적인 감세정당으로서의 변신은 주지하다시피 197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제안 13호로 상징되는 전국적인 조세저항운동과 레이건의 집권을 통해서였다. 그 배후에는 기존 공화당 보수주의와는 결을 달리하는 신보수주의 반체제(반기득권) — 이른바 티파티Tea Party —세력이 있었다. 사실 이전의 공화당 보수주의 세력은 균형예산과 재정보수주의에 입각한 낮은 세금과 지출 억제 정책을 기본적인 재정 정책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뉴딜 자유주의가 조세와 복지국가의 간극을 넘어서지 못했듯이 레이건의 보수주의 역시 조직되지 않은 빈곤층에 대한 낙인찍기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복지 규모의 축소에는 실패하고 만다. 미국 복지국가의 교착과 위기가 반복되고 지속되고 있는 데는 이러한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주의 세력의 자기모순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역사에서 찾아낸 대한민국 정치의 맥락
이 책의 묘미는 풀뿌리 수준, 즉 도시 지역에서 펼쳐지는 반복지와 조세저항 운동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미국의 복지 갈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필자가 역사학자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필자가 현대 미국 정치의 모순으로 뽑고 있는 상반된 국민 인식, 즉 좀 더 많은 정부의 공적지원을 바라지만, 정작 세금은 내기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세심한 기술은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우리나라 역시 필자가 그려낸 미국의 모습과 닮은 데가 있다. 어느 나라나 세금 내기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내가 낸 세금이 내 경제적 안정과 복지로 돌아온다는 복지의 효능감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조세지출 수준도 OECD 평균을 상회한다. 어떤 조세체제를 갖느냐, 또한 어떤 복지국가를 지향하느냐는 정치적 선택의 영역이다. 사회지출 영역과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고는 있지만 보편적이고 촘촘한 재분배 정책으로도 잘 이어질 수 있는지, 이 책이 다루는 미국 조세복지국가의 역사에서 그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세금은 왜 중요한가?
제1장 복지국가와 조세국가 지키기: 뉴딜과 전후 복지국가 논쟁
지역에서의 복지국가 반대운동 … 43
뉴딜이여, 안녕 … 56
납세자, 세금 수혜자, 그리고 성장의 정치 … 70
제2장 시장의 실패: 케네디-존슨 정부 시기 감세와 복지 축소의 정치
자유주의적 방식으로서의 감세: 1964년 재정법 … 93
형평을 위한 호소: 빈곤과의 전쟁 … 109
제3장 정치적 합의의 붕괴: 뉴딜 체제의 와해와 위대한 사회의 분열
부양아동가족부조에 대한 공격 … 132
총이냐, 버터냐 … 149
빈자를 위한 정책, 부자를 위한 정책 … 158
제4장 세금 논쟁: 닉슨 행정부 시기 복지 개혁과 조세저항
잊힌 미국인들에 대한 구애: 가족지원계획 … 175
아래로부터의 납세자 동원 … 186
조세저항의 활용: 조세정치와 신공화당 … 206
제5장 게임 오버: 레이건 혁명과 조세 논쟁의 결말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세 개혁의 종말 … 221
자유주의와 레이건 혁명 … 239
에필로그 교착 상태의 미국 복지국가 … 259
옮긴이의 글 … 276
주석 … 285
색인 … 359
감사의 글 … 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