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온 세상을 뒤덮은 상업화되고 사유화된 의료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것이 필연이라면, 이 책은 가망 없는 싸움에 희망을 거는 소용이 닿지 않는 몸짓일 뿐인가. 사실 사정은 상업주의적 의료가 승리를 눈앞에 둔 것처럼 보인다. 신자유주의 신조는 신앙에 버금가고 상품의 ‘부가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한다. 게다가 의료만큼은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으려던 나라들조차 앞 다투어 상품화 경향을 좇고 있는 형편이다. 더 어려운 것은 우리가 자본과 상품화에 저항하는 탈상품화된 의료, 그리고 공공성과 연대성에 기반한 공적인 의료보장을 몸으로 익힌 경험이 허약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