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행본
反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 서명/저자사항
- 反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 볼프강 작스 외 지음 ; 이희재 옮김
- 판사항
- 원본 2nd
- 개인저자
- Sachs, Wolfgang | 이희재 | 작스, 볼프강
- 발행사항
- 서울: 아카이브, 2010
- 형태사항
- 679 p. ; 23 cm
- ISBN
- 9788958623694
- 주기사항
- 색인수록: p. 670-679 원본 2판을 번역함 원저자명: Sachs, Wolfgang 이 책은 "The development dictionary : a guide to knowledge as power. 2nd ed."의 번역본임 서지적 각주 수록
- 원서명
- (The) development dictionary
- 주제어
- Economic development, Terminology 자본, 발전, 사전, 반자본, 경제, 사회주의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
이용 가능 (1) | ||||
자료실 | EM039024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EM039024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자료실
책 소개
1. 자본과 성장에 사로잡힌 세계와 정신을 뒤집다
― 다시, <발전>을 묻는다
《反자본 발전사전》은 묻는다. <성장이 곧 발전인가?> <모든 개발은 진보인가?> <국가는 항상 국민의 편인가?> <빈곤은 극복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과학과 기술은 정말 좋은 것인가?> <시장은 진정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평등해질 수 있는가?> <진보는 늘 정의로운가?>
저자들은 발전 담론을 둘러싼 개념들을 의심하고 그 이면에 감춰진 암묵적 전제들을 드러내면서, 성장과 개발이 반드시 발전일 수 없으며, 국가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억압하고 그런 세계관을 강요했는지, 시장과 계획을 통해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요구가 충족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추악한 진실을 담고 있는지, 언젠가 평등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신화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의 상상력과 다양성이 후퇴하였는가를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9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자신의 취임식에서, 해외에서 이익을 수탈하는 낡은 제국주의를 버리고 공정한 민주적 거래에 바탕을 둔 발전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창하며, 자신들이 누리는 과학 진보와 산업 발달의 수혜가 저발전 지역의 향상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롭고 과감한 사업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드디어 <발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문명의 수준은 생산의 수준과 동일시되었고, 세계 20억 인구는 저발전인이 되었다. 세상은 두 개로 나뉘었다. 발전한 나라들과 미개한 나라들로. 이때부터 사람들은 모든 다양성을 상실하고 남의 현실로 자기를 비추기에 급급했다. 세계의 절반은 자신들의 간직해온 문화와 가치를 열등한 것으로 여기고 서구식 발전 모델의 신화를 좇기 시작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미래를 향한 희망은 오직 부자 나라의 한 줌 부자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양상을 전범으로 삼았다. 자연을 약탈하고 후대와 3세계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서구식 발전은 처음부터 그 한계가 분명하고 그 마지막 목숨을 연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서구식 사상과 발전에 사로잡혀 세계와 삶을 편협한 외눈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정치적 식민주의는 끝났지만 <상상력의 탈식민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反자본 발전사전》은 그 모든 상식을 뒤집어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2. 개발과 성장의 광기에 맞서는 19가지 개념
― 세계를 <다르게> 보는 방식
《反자본 발전사전》의 저자들은 발전 담론을 둘러싼 주요 개념들의 기원과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추적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서구식의 잣대와 색안경을 끼고 생활 수준, 삶의 방식, 세계관조차 그들을 따라가려 하는지, 발전 담론이 만들어내고 변형시킨 여러 개념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시장과 자본에 순응하게 되는지를 이야기하며 개발과 성장의 광기 속에서 세계를 정확히 읽고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좌표를 보여준다.
<발전>이라는 단어가 세계를 선진국과 저발전국으로 나누고 내면화했다면 <환경>은 자연을 정치의 영역으로 만들면서 성장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둔갑시킨다. <평등>이라는 개념은 모든 사람과 국가가 똑같이 시합에 나서야 한다는 전제를 감추면서 경제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사람의 뿌리를 잘라 경제인으로 도려냈다. 경제학자들은 <생산>을 이야기하면서 옥수수를 직접 키우느니 차라리 공사판에 나가서 품삯을 벌고 그 돈으로 시장에서 수입 옥수수를 사먹는 편이 경제적으로 낫다고 말한다. <생활 수준>을 GDP라는 한 가지 차원의 양화로 환원하자, 자급자족을 하며 마음 편히 살아가던 사모아의 어부가 졸지에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또, 원래 <자원>이라는 단어 re-source는 봄처럼 자꾸 솟아나는 그 무엇으로, 소모해도 자꾸만 생겨나는 자연의 자기 재생력과 창조력을 뜻했다. 하지만 이 단어는 어원만 남긴 채 상품 생산에 들어가는 투입물로 변했고 회복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요구>라는 단어는 만인을 시장으로 끌어들여 인간 조건의 일면에 불과했던 궁핍을 중독된 욕망으로 만들어 개발과 성장을 합리화하고 그 이면의 폭력을 정당화했다. 《反자본 발전사전》은 <시장>에서 비롯되는 무한한 진보가 자연과 사회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주리라는 믿음, 이미 현대인의 보편적 종교가 되어버린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맹신에도 맞선다. 저자들은, 현대 과학은 인간의 자연권을 은근슬쩍 갉아먹으면서 자연과 전통의 가치들을 열등하고 비본질적인 것으로 깎아내리고 표준에 대한 인간의 관념도 재정의했다고 본다. 또한 낙원으로 가는 비밀 통로라고 여겼던 현대의 기술 역시, 공업사회 생산력의 신화 속에서 당장의 영향과 나중의 효력을 분리해서 자연이 이룩해놓은 것을 약탈하고 다시 자연에, 3세계에, 미래세대에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3. 좌와 우를 흔쾌히 뛰어넘은 근본적 사유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 사람은 발전을 비롯한 국가적·전략적 고려가 경제화로 이어진 다음 비로소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여겼다. 권력이 만들어내는 지식과 <계획>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실천에 기대고 있다. 이 과정은 선택과 배제, 세계관의 강요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행위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좌우를 막론하고 무고한 사람을 수백만 명씩 육체적·정신적으로 망가뜨린 사건에 꼭 따라붙은 것도 결국은 <참여>의 구호였다.
《反자본 발전사전》은 참여, 계획, 사회주의, 진보, 국가 등의 개념들을, 좌와 우의 틀에 매이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비판하고 성찰한다. <국가>는 국익 우선론,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시민들을 탄압하고, 시민들 또한 국가를 위한 희생을 당연시하고 타협하고 발전이라는 폭력을 받아들인다. 국가 개념에 숨겨진 폭력성과 마찬가지로 <진보>라는 개념에도 인간과 자연에게 무자비하게 굴 수 있는 명분이 숨겨져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지금은 죽은 개 취급을 받고 있는 <사회주의>라는 단어 또한 자본주의에 갇힌 상상력을 벗어나게 해주었지만 오해와 오류라는 역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상투어가 되었으며, 그것을 뛰어넘는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권력은 개념을 만들고 개념은 의식을 지배한다. 좌와 우의 틀을 벗어나 보다 근본적으로 사유하도록 돕는 《反자본 발전사전》은 삶과 세계에 얽혀 있는 수많은 의문과 논란에 명징한 시선을 제공한다.
4. 《反자본 발전사전》의 <용례>
지구의 생존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자세히 뜯어보면 공업 체제의 생존을 보장하라는 요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많다. 지구가 직면한 생태학적 곤경의 뿌리에 도사린 것은 경쟁적인 생산지상주의의 논리다.
- 환경
빈곤층의 가난은 부유층의 풍요를 만들고 빈곤층의 굴욕은 부유층의 자부심을 낳고 빈곤층의 의존성은 부유층의 자립성을 낳는다. 따라잡기를 통한 평등은 현실의 불평등을 조직하고 합리화하는 신화에 불과하다.
- 평등
개발원조의 영역에서 도움의 사상은 극단적으로 변질되었다. 남의 땅에서 학살극을 벌이는 데 쓰는 장비를 거액을 써서 들여놓게 해서 그 나라를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망가뜨리는 일을 원조라고 군사 원조라고 부른다. 맹독성 산업폐기물을 경제 지원이라는 포장물에 싸서 버리는 일도 원조다.
- 도움
발전이라는 미신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기우제의 춤이 불을 붙인 요구는 지구의 약탈과 독살을 정당화했을 뿐 아니라 더 깊은 수준에서도 작용했다. 바로 사람의 본성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 요구
기독교도에게 이교도가 있었듯이 계몽주의 철학자에게는 미개인이 있었다. ‘세계의 통일’이라는 계몽주의의 이상은 역사는 보편이성의 지배를 지향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서구화를 통해서 실현된다.
- 한 세계
독일, 소련, 캄보디아, 인도, 이란, 이라크 등지에서 무고한 사람을 수백만 명씩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망가뜨린 사건에 꼭 따라붙은 것도 결국은 참여의 구호였다.
- 참여
사회의 해체와 재조립, 근대 사회의 명령 앞에서 전통은 장애물이자 비합리적인 것으로 극복되고 일소되어야 하는 것이 되었다. 계획은 비서구권의 삶을 궁핍이라는 조건으로 오그라뜨리고 계획을 통해 뜯어고쳐야 하는 대상으로 만든다. 발전 계획은 그렇게 자급과 생존에 필요한 토대를 가로채거나 허물어뜨렸다.
- 계획
빈곤은 주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세상 안에서 자기의 자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폭넓은 인식의 일면이다.
- 빈곤
멕시코 옥수수는 국내에서 멕시코 국민이 먹을 때보다 외국에서 미식으로 팔릴 때 국민총생산에 더 생산적으로 보인다. 생산은 남반구와 북반구를 중재하는 중심 개념이자 둘의 관계를 끌고 가는 운영 개념이다. 생산과 함께 생산의 그늘인 가치 폄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생산
탐욕은 이제 영락없이 물질적 진보를 이끌어내는 심리적 원동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해서 개인의 탐욕과 오만은 나라와 온 인류의 번영과 정의로 둔갑한다.
- 진보
지식은 권력이지만 권력 또한 지식이다. 권력은 무엇이 지식이고 무엇이 지식이 아닌지를 결정한다. 과학은 지식을 확대하는 수단이 아니라 지식의 방향을 식민화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되었다.
- 과학
5. 우정의 연대, 우정의 향연
<발전>은 서구화의 산물이었지만 《反자본 발전사전》은 우정의 산물이었다. 1989년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벗이자 존경해 마지않던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우정 아래 함께 모여 서구가 만든 발전 담론의 핵심 개념들을 무너뜨리고자 노력하였다. 이들은 처지도 다르고 몸담은 조직도 달랐지만 서로 친구가 되어 함께 요리하고 여행하고 떠들고 공부하면서 발전의 주요 개념들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거나 감춰왔는지, 그리고 이런 편견이 얼마나 깊게 서구식의 문명관에 뿌리박고 있는지 치열하게 토론하였다. 이렇게 해서 서로의 길을 살펴주고, 서로의 지평을 넓혀주고자 애썼던 친구들의 우정의 결실로 《反자본 발전사전》은 태어났다.
― 다시, <발전>을 묻는다
《反자본 발전사전》은 묻는다. <성장이 곧 발전인가?> <모든 개발은 진보인가?> <국가는 항상 국민의 편인가?> <빈곤은 극복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과학과 기술은 정말 좋은 것인가?> <시장은 진정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평등해질 수 있는가?> <진보는 늘 정의로운가?>
저자들은 발전 담론을 둘러싼 개념들을 의심하고 그 이면에 감춰진 암묵적 전제들을 드러내면서, 성장과 개발이 반드시 발전일 수 없으며, 국가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억압하고 그런 세계관을 강요했는지, 시장과 계획을 통해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요구가 충족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추악한 진실을 담고 있는지, 언젠가 평등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신화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의 상상력과 다양성이 후퇴하였는가를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9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자신의 취임식에서, 해외에서 이익을 수탈하는 낡은 제국주의를 버리고 공정한 민주적 거래에 바탕을 둔 발전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창하며, 자신들이 누리는 과학 진보와 산업 발달의 수혜가 저발전 지역의 향상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롭고 과감한 사업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드디어 <발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문명의 수준은 생산의 수준과 동일시되었고, 세계 20억 인구는 저발전인이 되었다. 세상은 두 개로 나뉘었다. 발전한 나라들과 미개한 나라들로. 이때부터 사람들은 모든 다양성을 상실하고 남의 현실로 자기를 비추기에 급급했다. 세계의 절반은 자신들의 간직해온 문화와 가치를 열등한 것으로 여기고 서구식 발전 모델의 신화를 좇기 시작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미래를 향한 희망은 오직 부자 나라의 한 줌 부자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양상을 전범으로 삼았다. 자연을 약탈하고 후대와 3세계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서구식 발전은 처음부터 그 한계가 분명하고 그 마지막 목숨을 연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서구식 사상과 발전에 사로잡혀 세계와 삶을 편협한 외눈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정치적 식민주의는 끝났지만 <상상력의 탈식민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反자본 발전사전》은 그 모든 상식을 뒤집어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2. 개발과 성장의 광기에 맞서는 19가지 개념
― 세계를 <다르게> 보는 방식
《反자본 발전사전》의 저자들은 발전 담론을 둘러싼 주요 개념들의 기원과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추적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서구식의 잣대와 색안경을 끼고 생활 수준, 삶의 방식, 세계관조차 그들을 따라가려 하는지, 발전 담론이 만들어내고 변형시킨 여러 개념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시장과 자본에 순응하게 되는지를 이야기하며 개발과 성장의 광기 속에서 세계를 정확히 읽고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좌표를 보여준다.
<발전>이라는 단어가 세계를 선진국과 저발전국으로 나누고 내면화했다면 <환경>은 자연을 정치의 영역으로 만들면서 성장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둔갑시킨다. <평등>이라는 개념은 모든 사람과 국가가 똑같이 시합에 나서야 한다는 전제를 감추면서 경제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사람의 뿌리를 잘라 경제인으로 도려냈다. 경제학자들은 <생산>을 이야기하면서 옥수수를 직접 키우느니 차라리 공사판에 나가서 품삯을 벌고 그 돈으로 시장에서 수입 옥수수를 사먹는 편이 경제적으로 낫다고 말한다. <생활 수준>을 GDP라는 한 가지 차원의 양화로 환원하자, 자급자족을 하며 마음 편히 살아가던 사모아의 어부가 졸지에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또, 원래 <자원>이라는 단어 re-source는 봄처럼 자꾸 솟아나는 그 무엇으로, 소모해도 자꾸만 생겨나는 자연의 자기 재생력과 창조력을 뜻했다. 하지만 이 단어는 어원만 남긴 채 상품 생산에 들어가는 투입물로 변했고 회복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요구>라는 단어는 만인을 시장으로 끌어들여 인간 조건의 일면에 불과했던 궁핍을 중독된 욕망으로 만들어 개발과 성장을 합리화하고 그 이면의 폭력을 정당화했다. 《反자본 발전사전》은 <시장>에서 비롯되는 무한한 진보가 자연과 사회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주리라는 믿음, 이미 현대인의 보편적 종교가 되어버린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맹신에도 맞선다. 저자들은, 현대 과학은 인간의 자연권을 은근슬쩍 갉아먹으면서 자연과 전통의 가치들을 열등하고 비본질적인 것으로 깎아내리고 표준에 대한 인간의 관념도 재정의했다고 본다. 또한 낙원으로 가는 비밀 통로라고 여겼던 현대의 기술 역시, 공업사회 생산력의 신화 속에서 당장의 영향과 나중의 효력을 분리해서 자연이 이룩해놓은 것을 약탈하고 다시 자연에, 3세계에, 미래세대에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3. 좌와 우를 흔쾌히 뛰어넘은 근본적 사유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 사람은 발전을 비롯한 국가적·전략적 고려가 경제화로 이어진 다음 비로소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여겼다. 권력이 만들어내는 지식과 <계획>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실천에 기대고 있다. 이 과정은 선택과 배제, 세계관의 강요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행위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좌우를 막론하고 무고한 사람을 수백만 명씩 육체적·정신적으로 망가뜨린 사건에 꼭 따라붙은 것도 결국은 <참여>의 구호였다.
《反자본 발전사전》은 참여, 계획, 사회주의, 진보, 국가 등의 개념들을, 좌와 우의 틀에 매이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비판하고 성찰한다. <국가>는 국익 우선론,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시민들을 탄압하고, 시민들 또한 국가를 위한 희생을 당연시하고 타협하고 발전이라는 폭력을 받아들인다. 국가 개념에 숨겨진 폭력성과 마찬가지로 <진보>라는 개념에도 인간과 자연에게 무자비하게 굴 수 있는 명분이 숨겨져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지금은 죽은 개 취급을 받고 있는 <사회주의>라는 단어 또한 자본주의에 갇힌 상상력을 벗어나게 해주었지만 오해와 오류라는 역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상투어가 되었으며, 그것을 뛰어넘는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권력은 개념을 만들고 개념은 의식을 지배한다. 좌와 우의 틀을 벗어나 보다 근본적으로 사유하도록 돕는 《反자본 발전사전》은 삶과 세계에 얽혀 있는 수많은 의문과 논란에 명징한 시선을 제공한다.
4. 《反자본 발전사전》의 <용례>
지구의 생존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자세히 뜯어보면 공업 체제의 생존을 보장하라는 요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많다. 지구가 직면한 생태학적 곤경의 뿌리에 도사린 것은 경쟁적인 생산지상주의의 논리다.
- 환경
빈곤층의 가난은 부유층의 풍요를 만들고 빈곤층의 굴욕은 부유층의 자부심을 낳고 빈곤층의 의존성은 부유층의 자립성을 낳는다. 따라잡기를 통한 평등은 현실의 불평등을 조직하고 합리화하는 신화에 불과하다.
- 평등
개발원조의 영역에서 도움의 사상은 극단적으로 변질되었다. 남의 땅에서 학살극을 벌이는 데 쓰는 장비를 거액을 써서 들여놓게 해서 그 나라를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망가뜨리는 일을 원조라고 군사 원조라고 부른다. 맹독성 산업폐기물을 경제 지원이라는 포장물에 싸서 버리는 일도 원조다.
- 도움
발전이라는 미신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기우제의 춤이 불을 붙인 요구는 지구의 약탈과 독살을 정당화했을 뿐 아니라 더 깊은 수준에서도 작용했다. 바로 사람의 본성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 요구
기독교도에게 이교도가 있었듯이 계몽주의 철학자에게는 미개인이 있었다. ‘세계의 통일’이라는 계몽주의의 이상은 역사는 보편이성의 지배를 지향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서구화를 통해서 실현된다.
- 한 세계
독일, 소련, 캄보디아, 인도, 이란, 이라크 등지에서 무고한 사람을 수백만 명씩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망가뜨린 사건에 꼭 따라붙은 것도 결국은 참여의 구호였다.
- 참여
사회의 해체와 재조립, 근대 사회의 명령 앞에서 전통은 장애물이자 비합리적인 것으로 극복되고 일소되어야 하는 것이 되었다. 계획은 비서구권의 삶을 궁핍이라는 조건으로 오그라뜨리고 계획을 통해 뜯어고쳐야 하는 대상으로 만든다. 발전 계획은 그렇게 자급과 생존에 필요한 토대를 가로채거나 허물어뜨렸다.
- 계획
빈곤은 주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세상 안에서 자기의 자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폭넓은 인식의 일면이다.
- 빈곤
멕시코 옥수수는 국내에서 멕시코 국민이 먹을 때보다 외국에서 미식으로 팔릴 때 국민총생산에 더 생산적으로 보인다. 생산은 남반구와 북반구를 중재하는 중심 개념이자 둘의 관계를 끌고 가는 운영 개념이다. 생산과 함께 생산의 그늘인 가치 폄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생산
탐욕은 이제 영락없이 물질적 진보를 이끌어내는 심리적 원동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해서 개인의 탐욕과 오만은 나라와 온 인류의 번영과 정의로 둔갑한다.
- 진보
지식은 권력이지만 권력 또한 지식이다. 권력은 무엇이 지식이고 무엇이 지식이 아닌지를 결정한다. 과학은 지식을 확대하는 수단이 아니라 지식의 방향을 식민화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되었다.
- 과학
5. 우정의 연대, 우정의 향연
<발전>은 서구화의 산물이었지만 《反자본 발전사전》은 우정의 산물이었다. 1989년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벗이자 존경해 마지않던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우정 아래 함께 모여 서구가 만든 발전 담론의 핵심 개념들을 무너뜨리고자 노력하였다. 이들은 처지도 다르고 몸담은 조직도 달랐지만 서로 친구가 되어 함께 요리하고 여행하고 떠들고 공부하면서 발전의 주요 개념들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거나 감춰왔는지, 그리고 이런 편견이 얼마나 깊게 서구식의 문명관에 뿌리박고 있는지 치열하게 토론하였다. 이렇게 해서 서로의 길을 살펴주고, 서로의 지평을 넓혀주고자 애썼던 친구들의 우정의 결실로 《反자본 발전사전》은 태어났다.
목차
1. 발전 두 개로 나뉜 세계
2. 환경 정치의 영역이 되어버린 자연
3. 평등 발전이 약속하는 먼 미래
4. 도움 세련된 간섭
5. 시장 사회를 규제하는 유일한 수단
6. 요구 중독된 욕망
7. 한 세계 과학.시장.국가가 지배하는 균질한 공간
8. 참여 교묘한 통제의 방법
9. 계획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실천
10 인구 통제해야 할 자원
11 빈곤 특정한 문명의 발명품
12 생산 개인의 정당성을 나타내는 새로운 조건
13 진보 권력과 종교적 신념의 화학적 변용
14 자원 재생되지 않는 자연
15 과학 이성의 권위를 둘러쓴 권력
16 사회주의 오해와 오류의 역사
17 생활 수준 무분별한 환원주의
18 국가 사회를 세속화하는 수단
19 기술 약탈과 희생의 전가로 얻은 번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