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인생 후반기를 결정할 가장 강력한 키워드 ‘적응’
현실을 마주하고 변화를 인식하라

우리는 그 어느 세대보다 오랫동안 노년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중장년층 대부분이 고민하는 노년의 삶은 진정 어떤 것일까. 나이가 들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하며 보통 사람들은 나이 듦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민음사에서 출간된 『노인은 늙지 않는다』는 심리학과 뇌과학, 의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나이 듦과 관련한 주요 테마들을 밀도 있게 다루며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노년기가 단순한 퇴화가 아니라 적응과 도전의 시기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노인 문제에 천착해 온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마티아스 이를레는 노년에 맞닥뜨리는 현실을 생생히 묘파하는 한편, 노년에도 삶의 정수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충고와 지침을 두려움이 아닌 긍정의 시선으로 제공한다. 배우자 관계와 성, 외로움, 성격의 변화, 사회적 환경의 변화, 변화하는 신체에 대한 적응, 새로이 주어진 자유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피할 수 없는 변화와 도전을 낱낱이 짚으며 노년의 손실과 소득을 올바르게 인식함으로써 보다 즐겁게 인생을 마무리할 방법들을 들려준다.

◆노년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특징을 지니는가?
노년기는 정말로 능력과 건강과 기쁨이 사라지는 시기일까? 아니면 또 다른 차원에서 멋진 특징과 장점을 감추고 있어서, 노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그런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가. 몸과 마음은 서로 다르게 나이 들까. 노년은 아프고 외로운 것인가. 이 책은 이와 같이 모두가 궁금해하면서도 답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물음들을 다룬다. 수명 연장에 따라 수십 년이 될 인생의 마지막 3분의 1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에 임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삶의 질이 결정될 것이기에 이런 물음들은 현시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저자는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학계에서 손꼽히는 노인학자, 뇌과학자, 의사, 정신분석가 들의 의견들을 종합하면서,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온갖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탁월하고 인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삶을 변화시킴을 강조한다. 노년의 주된 변화와 적응은 다음과 같다.

성격: 성격은 점차 안정되고 강화된다
이는 우리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은퇴하고 자녀를 독립시킨 노인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를 누리게 되는 한편, 안정에 대한 욕구가 더욱 높아진다. 그래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기보다는 에너지를 ‘안정과 방어에 투자하는 정책’에 점점 더 쓰게 된다. 현 상황을 유지하고자 하며, 새로운 것에 대해 점차 문을 닫는다. 이런 성향은 습관 때문에 더욱 강해진다. 습관은 자동적으로 진행되므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여생이 점차 빠듯해지기에, 에너지를 잘 정리해서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은 제외하는 일을 무의식적으로라도 수미일관되게 추구하게 된다.

목표: 성공이나 자아실현과 관련된 목표보다 정서적 문제들이 더 중요해진다
죽음을 앞두고 어떤 차를 몰아 보지 못했다거나 낙하산을 타 보지 못했다거나 외국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남은 시간이 짧을수록, 물질적 목표나 미래 지향적 목표는 중요하지 않다. 그에 비해 더 중요해지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은 정서적 목표들이다.

부부 관계: 부부 관계에서 권력 관계와 역할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진다
부부 상담사인 볼츠는 “은퇴 후 여성은 날개를 펴려 하고 남성은 둥지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노후에 아내는 마침내 인생을 새로이 시작하려 하지만 남편은 휴식을 취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려 하고 여가도 이제까지 하던 방식으로 보내려는 경우가 많다. 아내는 부부 관계에서 좀 더 자율성을 누리고 싶어 하지만, 남편은 이제 아내와의 관계를 더욱 갈구한다.

기억: 노년에는 자꾸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회상하면서 인생을 결산하므로, 자기의 생애가 ‘의미 자원’이 된다. 달리 말해,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미래의 목표에서 등을 돌린다. 대신 인생을 돌아보면서 이를 통해 어떤 단서를 찾으려 한다. 이러한 단서가 있어야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자신에게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리어의 발달심리학자 브란트슈태터 교수는 “노년기에는 미래 전망이 가치를 잃고 과거를 생각하는 일이 늘어난다.”라고 말한다.

대인관계: 폭넓은 관계보다는 몇몇 지인에 집중하되 더 깊게 만나게 된다
심리학자이자 간호학 교수인 빈터폰 레르스너는 자신의 노년에 어떤 관계가 중요한지 스스로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많은 노인이 정서적 지원과 친밀감을 원하는데 그것은 특히 친구들에게서 얻을 수 있으므로 우정을 가꾸고 심화시키는 일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죽음: 우리는 살아온 방식대로 죽어 간다
우리는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죽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죽어 감에 대한 전문가인 비트코프스키 교수는 “살아오면서 위협적 상황을 비교적 태연하게 받아들이던 사람은 죽어 가면서도 그 상황에 서 최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인생의 위기에 직면하여 늘 절망하던 사람은 죽어 감도 잘 대처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도 즐거운 삶을 위한 노인 되기 연습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노화와 노년에 대한 불안으로 무기력하게 나이 듦을 마주한다. 하지만 노인학자 프리더 랑이 “인생의 모든 시기는 각각 독특한 소득과 손실이 있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듯, 노년에는 많은 손실을 상쇄할 만큼의 소득 또한 있다. 그렇다고 인생 후반기를 부푼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앎으로써 에너지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잘 분배해서 쓸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나이 듦에 대해 ‘현실적 낙관주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 레베카 레비가 쉰 살에서 아흔네 살까지의 노인 660명을 대상으로 23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가 시작될 무렵 나이 듦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였던 참여자들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았다. 연구 초창기에 나이가 들어도 만족감이 컸던 사람들은 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꼈던 사람들에 비해 평균 7년을 더 살았으며, 이는 참여자들의 몸과 마음의 활력 정도와도 무관했다. 또한 뇌과학자 휘터에 따르면 우리 뇌는 평생 동안 학습 능력을 지니기에, 살아가면서 새로운 도전에 부딪치고 극복할수록 주변 여건의 변화나 새로운 기회에 빠르고 즐겁고 능동적으로 반응할 확률이 높다.
이 책에 따르면 나이 듦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길은 노년의 변화에 맞서 처절하게 싸우는 것도 무조건 항복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목표에 집착하는 것이 무의미하기에 각자 능력에 맞는 목표를 새로 정립해야 하며, 나이 듦에 대한 인식과 적응을 통해 내 의지에 따라 능동적으로 남은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 가라고 조언한다. 정신분석가 슈미트바우어가 “노년기의 핵심 과제는 질서정연한 후퇴이다.”라고 말했듯, 이러한 후퇴는 삶에 새로운 희망을 열어 주는 지점으로 우리를 새로운 목표 체계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