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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인사이드 제4세계 01

노르딕 모델: 북유럽 복지국가의 꿈과 현실

서명/저자사항
노르딕 모델: 북유럽 복지국가의 꿈과 현실/ 메리 힐슨 지음 ; 주은선, 김영미 옮김
발행사항
서울 : 삼천리, 2010
형태사항
319 p. ; 23 cm
ISBN
9788996125068
주기사항
원저자명: Mary Hilson 영어 원작을 한국어로 번역 참고문헌(p. 305-311), "북유럽 역사 연표" 및 색인수록
원서명
Nordic model Scandinavia since 1945
책 소개
왜 노르딕 모델인가!
최근 우리 사회는 ‘복지국가 모델’로서, 북유럽 개별 국가들(특히 핀란드와 스웨덴)의 부분적인 정책이나 성과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의 상징인 스웨덴 모델과 교육 선진국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핀란드 모델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래서 스웨덴을 우리 사회의 진보 모델로 차용하려고도 하고, 최근에는 핀란드를 교육의 유토피아로 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북유럽 국가들의 역사적 변화 과정과 총체적인 참 모습을 차분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본 교양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책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5개국의 현주소를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 민족과 문화에 걸쳐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도 대공황과 파시즘,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오일 쇼크, 소련 해체와 동유럽의 붕괴,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인 격동기를 함께 겪었다. 하지만 세계 어느 지역보다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전망으로 대내외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왔다. 지은이는 ‘합의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성장과 분배’를 통한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정책 모델로서 북유럽 국가들의 시스템을 분석하고 있다.
이런 ‘노르딕 모델’이라는 개념 속에는 오랜 역사적 전통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나라마다 발전시켜 온 독특한 문화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스웨덴 모델’ ‘핀란드 모델’ ‘덴마크다운 정책’ ‘노르웨이 생활양식’ 같은 고유의 브랜드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그렇다고 지은이 메리 힐슨 교수는 이 나라들을 덮어놓고 유토피아로 묘사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온 지역 공동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보다 실체에 가까운 노르딕 모델의 원형질을 찾으려 노력한다.
“왜 내가 더 북쪽으로 가고자 했는지 아마도 당신은 내게 물을 겁니다. 왜냐고요? 그 나라는 여기저기에 숲과 호수가 많고 공기가 맑아 그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답니다. 그뿐 아니에요. 그곳에는 너무나 소박하여 교활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넉넉한 농부들과 지성인들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 그런 이야기에서 받은 인상은 황금시대의 동화를 떠올리게 했어요. 독립성과 정직함, 타락하지 않은 부유함, 세련되고 교양이 풍부한 심성, 늘 웃음 짓는 자유, 산속의 정령(精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에 짧게 머무는 동안 쓴 편지들》(런던, 1796)

“인종 갈등이라고는 전혀 없는 동질적인 사람들, 스웨덴과 노르웨이 사람들은 모두 고대 문화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경제적 형태는 별다른 충돌 없이 발전해 왔다. 지구상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다. 이것이 바로 ‘스웨덴 이야기’의 본질이다. 발전은 타협과 조정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마키스 차일즈, 스웨덴: 중도 노선》(뉴욕, 1936)

신자유주의 신화가 멈춰 선 자리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전 세계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는 미국 발 금융위기를 맞아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 부문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금융 규제를 강조하는 케인스주의나 분배와 고용에 방점을 두는 복지국가 모델이 주목을 끌고 있다. 2009년 국제 언론에서 스웨덴의 전 재무장관 보 룬드그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겪은 미국 정부의 은행 부문 개혁 방안에 대해 해법을 전수했다는 뉴스를 다루면서 ‘스웨덴 모델’이라는 개념이 다시 부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르딕 모델은 엉망이 된 미국 금융시스템 재건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오바마 정부의 의료개혁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5년 스코틀랜드 의회에서는 국가 미래 전략과 관련해 벌어진 논쟁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우리의 동해안 쪽으로 세상에서 두 번째로 부자 나라인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가 있다. 서해안 쪽으로는 네 번째로 부유한 아일랜드가 있다. 북쪽으로는 여섯 번째로 부유한 아이슬란드가 있다. 이 독립국들은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스칸디나비아, 아일랜드, 아이슬란드가 반원을 그리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이들과 똑같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2005년 정기국회에서 이해찬 당시 총리가 대독한 연설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대통합 연석회의의 구성을 제안하고, 그 모델 가운데 하나로 스웨덴 살트셰바덴 협약을 제시한 적이 있다. 스웨덴 복지국가를 모델로 삼기에는 한국의 상황에서 시기상조라 여겨졌고, 정부도 살트셰바덴 정신을 그저 한번 언급한 것으로 끝났다.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비 지출이 30%나 되는 북유럽 나라들에 비해 한국은 5%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또 노르딕 국가들의 사회서비스 지출도 정부 총 지출의 50~60%에 이를 정도로 전체 경제에서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합의 민주주의와 사회 집단들 사이의 협력 메커니즘
북유럽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사회민주당이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1932년부터 1976년까지 무려 44년 동안 집권했다. 게다가 농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을 때(1951~1957년)를 제외하면 1945년부터 1976년까지 단독으로 집권했다. 노르웨이 노동당은 1945년부터 1965년까지 집권했다. 덴마크 사회민주당은 1947년부터 1968년까지, 주로 연립정부 형태이기는 했지만 1950~1953년을 빼고는 계속 집권했다.
정책과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가운데 ‘하르프순드 민주주의’ ‘적록동맹’ ‘무지개연합’ ‘연립정부’ 같은 말은 합의의 정치 문화를 대변하는 정치학 용어가 되었다. 노르딕 국가의 의회와 정부가 높은 수준의 대표성을 띠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킬 것은 지키는’ 정치 문화가 정착한 것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왔다.
스칸디나비아 사회민주당의 성공은 정책 수립에 앞서 계급 타협적 접근을 통해 ‘사회집단들 사이의 협력 메커니즘을 제도화’해 내는 능력을 가진 결과이다. 실제로 새로운 정책이 의회에 제출되기 전에 세부 사항을 철저히 논의하는 국가조사위원회를 활용했고 노동조합, 사용자, 농민들을 비롯한 주요 이해 관계자 집단 대표자들 사이의 조정을 통해 달성되었다. 어떤 사회민주당도 노동자계급의 지지에만 기초하여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래서 여러 학자들은 다른 사회계급으로부터 지지자를 끌어내고 자신들의 정책을 지지하도록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창출하는 사회민주당의 능력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스칸디나비아의 사회민주주의는 계급의 순수성보다 다수결의 정치 논리를 우위에 둠으로써 두각을 나타냈다.

보편적 복지와 완전고용,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요스타 에스핑 안데르센는 일찍이 복지국가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바 있다. 첫째 미국, 캐나다 등에서 나타나는 자유주의 복지국가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자산 조사를 통해 가장 빈곤한 시민에게만 기본적 안전망을 제공하며 최소한의 재분배를 목표로 한다. 급여 자격이라는 엄격한 규칙에 기초하며 수급자들이 낙인을 받는 셈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쪽의 논리이기도 하다. 둘째 유형은 복지 수급권이 노동시장 내 개인의 지위와 결부되어 있는 조합주의 또는 보수주의 복지제도로서, 가톨릭교회의 영향을 받은 중부 유럽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셋째는 노르딕 복지모델로서 보편적 급여 제공을 통해 사회적 평등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노르딕 국가들에서 ‘보편주의’는 복지 개혁, 최소한 사회보험과 관련한 사회민주주의 복지 개혁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원칙이 되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북유럽 복지국가에서는 강력한 재분배가 이루어졌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사회 평등을 이루어 냈다. 보편주의라는 것은 노령연금, 의료보장, 보육, 교육, 아동수당, 건강보험, 돌봄 서비스, 공공보육 같은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빈곤층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인구를 포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급여를 대부분 공공 부문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자선단체나 자원봉사 조직, 가족 등 사적 부문에서 떠맡을 여지는 별로 없다.
낮은 실업률을 넘어 완전고용을 목표로 삼는 노동정책은 무엇보다도 연대임금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확보될 수 있었다. 노동조합총연맹(LO)과 사용자연합(SAF) 사이에 이루어진 1938년 ‘살트셰바덴(Saltsj?baden) 협약’은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시장 분쟁을 해결하는 중앙집권적 틀을 만들어 냈다. 1951년에는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의 경제학자인 루돌프 마이드너와 요스타 렌이 경제정책 방안을 발표했고, 이 ‘렌-마이드너’ 모델은 오랫동안 노르딕 경제정책의 초석이 되었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완전고용을 유지하고자 설계된 이 모델은 오늘날까지 중요한 원칙으로 작동되고 있다.
나아가 맞벌이로 생계를 해결하는 가족 모델을 일찍부터 발전시켜 세계에서 여성의 노동참가율이 가장 높다. 이 모델에서 여성의 수급권은 남성 가장의 ‘아내나 어머니’라기보다 ‘독립적 시민이라는 지위’에 기초해 있다. 2007년 OECD에서 발표한 여성권한 척도 순위에서 아니나 다를까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딕 5개국이 나란히 1~5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두고 역사학자인 헨리크 스테니우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문이 개방되었다. 거실로, 부엌으로, 창고로, 아이 방으로, 심지어 침실까지도……. 단지 문만 열린 것이 아니다. 사회는 개입을 향해 전진했고 때로는 막무가내였다.”
덴마크는 200년 전인 1814년에 이미 세계 최초로 보편적인 초등교육 체계를 발전시킨 국가였으며 노르웨이는 1824년, 스웨덴은 1842년 그 뒤를 따랐다. 또한 일찍부터 농업 문제 해결의 실용적 본보기가 되는 농업협동조합이 주목을 받았다. 한편 유럽의 다른 지역처럼 의회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일 없이 1930년대부터 대공황 상태를 비교적 재빨리 회복한 스칸디나비아 경제는, 세계의 깊은 관심을 ‘북쪽’으로 돌려놓게 된다.

평화 모델, 독자 노선과 중도 노선
2009년 3월 23일 영국 시사주간지《이코노미스트》 부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165위로 사회 불안이 가장 덜한 국가로 꼽혔고 덴마크 164위, 핀란드와 스웨덴 161위, 미국과 프랑스는 109위였고 영국은 132위로 나타났다.
정치학자 칼 도이치는 노르딕 지역을 “노르딕 지역은 19세기와 20세기를 통틀어 유럽에서 분쟁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 더 큰 안보 공동체를 창설하는 데 모델로 삼아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크리스틴 잉게브릿센는 노르딕 국가들을 일컬어 ‘규범을 창안하는 자’라고 평가했다.
노르딕 정부들은 유엔과 같은 국제 조직들에 꾸준히 참여하고, 소국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국제 관계에서 초강대국 간의 긴장감을 줄이고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이런 열망은 올로프 팔메와 그로 할렘 브룬틀란 같은 저명한 정치인들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노르딕 국가들은 냉전의 이념적 양극화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양극단에서 이념적 ‘중도 노선’을 표방했다. 나아가 노르딕 국가들 간에도 갈등과 분쟁의 가능성은 ‘노르딕 밸런스’를 통해 해소된다.
해마다 노벨상 시상식을 열고 각종 국제 분쟁에 나서서 조정자 역할을 맡을 수 있을 만큼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고 있는 밑바탕에는 국제주의와 국제연대에 기여해 온 북유럽 나라들의 도덕성에 있다. 마르티 아티사리(1994~2000년 핀란드 대통령. 2008년 노벨 평화상 수상)와 칼 빌트(1991~1994년 스웨덴 총리) 둘 다 발칸 분쟁 때 조정자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유엔 조직 안에서도 꾸준히 탁월한 역할을 수행했다. 페르 알빈 한손, 올로프 팔메, 그로 할렘 브룬틀란, 에이나르 예르하르센, 우르호 케코넨 등 북유럽 국가들의 총리나 대통령이 탁월한 국내 정치의 지도자를 넘어 곧바로 국제적인 외교가로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평화 시기에는 비동맹을, 전쟁 시기에는 중립 정책을 고수해 온 전통 덕분에 스웨덴은 백 년 넘게 평화와 안정을 구가할 수 있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나라에서 어떤 정당이나 단체라 하더라도 중립 원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반역과도 같았다.

‘레고’ 장난감에서 이케아, 노키아까지
20세기 후반 노르딕 모델의 국제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예술과 문화 영역이 크게 기여했다. 북유럽은 안데르센과 입센 그리그, 시벨리우스, 뭉크 같은 걸출한 예술가들의 고향이다. 동화작가 린드그렌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셀마 라겔뢰프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 스타인 아바, 비에르크(Bj?rk), 아하(A-ha), 시규어 로스(Sigur R?s), 유럽(Europe), 록시트(Roxette)에 이르기까지 북유럽의 문화 예술은 국제무대에서 보편성을 획득했다. 그런가 하면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에서부터 덴마크의 라르스 본 트리에르 감독이 주도한 ‘도그마 95’에 이르기까지 실험적이고 새로운 영화 산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는 예술가들이 예술적 위험을 감수하고 스스로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강력한 전통 때문일 것이다.
20세기 북유럽 국가들의 실용주의와 모더니즘 전통은 무엇보다도 건축과 디자인의 기능주의 운동을 통해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30년에 열린 스톡홀름 박람회를 통해 온 세계에 드러낸 노르딕 기능주의는 프랑스의 르코르뷔지에나 독일의 바우하우스가 추구한 관심을 공유했지만, 그보다 훨씬 폭넓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른바 ‘노르딕 기능주의’는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실용적 사회정책을 결합했다. 페르 알빈 한손이 제창한 ‘인민의 집’ 프로젝트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사회민주주의 가족 정책의 창시자인 알바 뮈르달은 건축가 스벤 마르켈리우스와 공동 연구로 새로운 형태의 공공주택을 설계했다. 특히 알바 뮈르달은 합리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아이들의 놀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고’(Lego)로 잘 알려진 덴마크의 어린이 블록 장난감은 기능주의 원칙을 가장 잘 구현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레고라는 이름도 덴마크어로 ‘잘 논다’(Leg godt)는 말에서 가져왔다.
기능주의 관점은 산업으로도 연결되어 도시계획과 가구, 일상생활 물품 디자인에도 채택되어 스타일에서 무엇보다 깔끔하고 단순한 선으로 나타났다.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르 알토는 기능주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설계한 건축물뿐만 아니라 가구와 가정용품 디자인으로도 유명해졌다. 이런 노르딕 전통은 노키아와 에릭손으로 대표되는 첨단기술 산업, 스웨덴의 가구 제조업체 이케아, 스카니아 트럭, 볼보와 사브 같은 승용차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브랜드라는 국제적 위상을 갖고 있다

노르딕 복지국가의 그늘
하지만 노르딕 모델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아이슬란드는 지나친 금융 개방과 외화 차입으로 지난해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신세를 졌다. 또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북유럽 나라들 또한 전 세계 경제위기로부터 적잖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아이슬란드 정부는 케플라비크 공군기지를 유지함으로써 전략적으로 민감한 지역인 북대서양에 미군이 쉽사리 주둔할 수 있게 했다. 과거 핀란드는 국민국가로서 주권을 갖지 못할 정도로 소련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경멸적인 의미로 ‘핀란드화’라는 말이 널리 통용될 정도였다. 덴마크는 1929년에 유럽 최초로 우생학적 불임을 위한 법적 장치를 도입했다. 1968년까지 스웨덴에서는 간질 환자의 결혼이 금지되었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50년대 스웨덴 웁살라대학 학생으로 불우한 시절을 보내면서 권력 작동에 관한 사상을 발전시켰다)의 몇몇 영향력 있는 연구들은 복지국가를 사회통제 기구로 보고 비판했으며, 정상과 비정상 같은 명목적 범주 구분을 만들어 내는 데 복지국가가 수행한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르딕 정부들은 분쟁이나 국내 정치의 폭력을 피해 건너오는 망명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전쟁고아의 입양과 해외원조 프로그램에 폭넓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명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통합과 관용의 정신으로 다문화주의와 국제연대를 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따로 또 같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다섯 가지 예외가 있는 하나의 모델’로서 노르딕 모델은 여전히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삼천리 ‘인사이드 제4세계’ 시리즈
‘인사이드 제4세계’는 나라 바깥에서에서 전해 오는 뉴스나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우리 사회의 전망에 관한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국가나 지역공동체를 탐구합니다. 사건과 이슈, 바깥 관찰자의 시선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 내부의 역사 과정과 현재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봄으로써 참다운 세계 인식의 입문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20세기 전쟁과 지정학,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또는 국민소득이나 인종으로 세계를 나누어 인식해 온 전통적 구분법을 넘어서는 의미에서 ‘제4세계’라는 대안적인 틀을 담으려 합니다.
민주주의와 평등,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지만, 지역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낯선 지역인 북유럽 사회를 살펴 볼 수 있는 ‘노르딕 모델’을 첫 권으로 출간합니다. 두 번째 권으로는 사회인류학자 헨리 루이스 테일러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쿠바에 들어가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저술한《쿠바인의 일상생활: 밑바닥에서 본 아바나의 이웃공동체》를 출간할 예정입니다. 소련 해체와 동유럽의 몰락, 미국의 봉쇄정책이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 ‘특별시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의 대안을 만들어 냈는지 생생하게 보여 줄 것입니다.
목차

옮긴이 서문
머리말

1장 스칸디나비아의 역사와 문화
역사적 지역, 스칸디나비아
노르딕 개념의 등장
독자적인 문화

2장 노르딕 정치 모델
정치 체계들 간의 역사적 차이
1945년 이후 스칸디나비아의 정치
합의와 충돌
도전받는 노르딕 정치 모델

3장 노르딕 경제 모델
전후의 조정과 재건
경제성장과 완전고용
1970년대 이후의 노르딕 경제
노르딕 경제의 신화

4장 노르딕 복지 모델
복지국가의 유형
복지국가의 역사
성장과 안정의 전제 조건
복지 모델의 도전과 개혁
노르딕 복지 모델은 지속 가능한가

5장 국제 관계와 중도 노선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유산
냉전 시기의 스칸디나비아
노르딕 국가들 간의 협력
유럽 통합과 노르딕 외교정책
국제연대, 분쟁의 조정자

6장 평등과 다문화주의
스칸디나비아의 소수민족
밀려드는 이주의 물결
대규모 이민과 스칸디나비아의 대응
스칸디나비아 사회의 변화와 도전

맺음말: 노르딕 모델의 미래

한국어판에 덧붙이는 글
북유럽 역사 연표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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