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행본몸문화연구소 번역총서 03
소설의 정치사 : 섹슈얼리티, 젠더, 소설
- 서명/저자사항
- 소설의 정치사 : 섹슈얼리티, 젠더, 소설 / 낸시 암스트롱 지음 ; 오봉희, 이명호 옮김
- 개인저자
- Armstrong, Nancy | 오봉희 역 | 이명호 역
- 발행사항
- 서울 : 그린비, 2020
- 형태사항
- 536 p. ; 23 cm
- 총서사항
- 몸문화연구소 번역총서 03
- ISBN
- 9788976826152
- 주기사항
- 색인수록 이 저서는 2017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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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용 불가 (1) | ||||
자료실 | EM050708 | 대출중 | 2025.03.14 |
지금 이용 불가 (1)
- 등록번호
- EM050708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중
- 2025.03.14
- 위치/청구기호(출력)
- 자료실
책 소개
근대적 개인을 만든 것은 ‘여성’이었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로 분석하는 소설의 탄생
『소설의 정치사: 섹슈얼리티, 젠더, 소설』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라는 두 프리즘으로 근대 영국소설사를 읽어 낸 역작이다. 낸시 암스트롱이 1987년에 출판한 이 책은 근대 문학형식으로서 소설의 발생과 전개과정을 경제적 개인주의와 사실주의 형식에서 찾는 주류적 해석의 남성 중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여성적 특성이 근대 소설사, 나아가 근대 역사에 결정적 힘을 발휘했다는 도발적 문제를 제기한다. 이 여성적 특성을 체화하고 있는 인물이 ‘가정여성’(domestic woman)이다. 암스트롱에 따르면 18세기 초 영국사회에 등장한 이 새로운 여성인물이 체화한 여성적 이상이 근대 개인을 만들었다. 정치경제 영역에서 활동한 부르주아 남성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영역에서 사생활을 주도하는 중산계급 여성들이 근대 개인을 선취했다는 것이다. 가정여성들이 사적 공간에서 수행하는 연애와 구혼의 관행들은 문란한 성을 규율하고 내면의 깊이를 지닌 감정적, 도덕적 주체로서 새로운 인간의 모형을 제시했고, 그것이 모두가 욕망할 만한 문화적 이상으로 담론적 힘을 얻으면서 근대 개인의 범형으로 자리 잡았다. 가정여성이 담론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가 개인의 삶을 사회적 삶에서 떼어 내고 성을 정치영역에서 분리해 내는 전략을 통해 가정을 정치경제적 공간과 구분되는 도덕적, 감정적 공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파멜라, 에마, 제인,
가정이라는 전선에서 권력을 쟁취하다
여성용 품행지침서, 교육용 논설과 함께 주로 여성작가들이 쓰고 여성독자들이 읽었던 소설은 새로운 개인을 등장시키고 유포시켰던 근대의 주요 담론장치였다. 파멜라(새뮤얼 리처드슨의 소설 『파멜라』의 주인공), 에마(제인 오스틴의 소설 『에마』의 주인공), 제인(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의 주인공) 등 18, 19세기 영국소설사에 빛나는 여주인공들이 바로 이 새로운 개인의 특성을 체화하고 있는 여성인물들이다. 그들은 사회적 신분과 육체적 매력을 내세웠던 귀족 여성을 밀어내고 근대의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자리 잡는다. 이들이 가정이란 전선에서 수행하는 작업은 문란한 성을 규율하고 열정적 마음과 도덕적 덕성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가정화한다는 것은 난잡하고 불순한 욕망을 길들이는 것이다. 통제하기 어려운 성적 욕망을 길들이고,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감정적, 도덕적 주체로서 자율적 개인의 형상, 존 로크를 비롯한 많은 근대 남성 철학자들이 그려 낸 이 개인의 형상을 만든 것은 여성들이 쓰고 읽었던 소설이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생각하듯, 근대 역사에서 여성들은 억압받는 피해자나 희생자였던 것만은 아니다. 그녀들은 글쓰기를 통해 근대 개인을 만든 행위자였다. 소설이라는 담론을 통해 여성들이 이룩한 이 놀라운 성취는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이 정치와 무관한 영역이 아니며, 가정여성이 정치적으로 무기력하고 힘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권력의 작동을 정치, 경제 같은 남성적인 거시영역에서만 찾는 관점으로는 여성들이 가정에서 수행해온 도덕적, 감정적 작업과 그것의 정치적 힘과 영향력을 읽어 내지 못한다. 물론 이 힘과 영향력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서 주체로,
성숙한 페미니즘의 학문적 성취
가정여성들이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수행한 도덕적, 감정적 작업은 성적 욕망과 신체를 감시하고 훈육함으로써 근대 부르주아 권력의 작동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노동자계급의 도전을 막아내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특히 부르주아 계급과 노동자계급의 갈등이 전면화되는 1830년대 이후, 가정여성들은 노동자계급을 문란하고 방종한 세력으로 재현함으로써 이들의 계급적 도전을 도덕적 문제로 전환시켰다. 이 담론적 전환이 국가의 기능을 물리적 힘의 행사가 아닌 도덕적 훈육으로 바꾸었다. 가정여성은 이 훈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중산계급의 담론적 헤게모니 구축에 기여했다. 낸시 암스트롱은 가정여성이라는 새로운 개인을 통해 여성들이 담당해 온 담론실천을 당대 역사에 밀착해서 읽어 냄으로써 여성이 가부장적 역사의 수동적 희생자나 급진적 저항자인 것이 아니라, 근대 역사를 주도해 온 책임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담론의 행위자로서 여성들이 가정소설이라는 글쓰기 헝식을 통해 근대 역사에서 수행해 온 긍정과 부정을 모두 인정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주체’라는 숭고한 이름을 건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의 『소설의 정치사』는 페미니즘이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는 위치를 벗어던지고 역사를 만든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는 주체로 올라섰음을 논증해 낸 저서이며, 그렇기 때문에 성숙한 페미니즘의 학문적 성취를 보여 준 저서로 평가될 수 있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로 분석하는 소설의 탄생
『소설의 정치사: 섹슈얼리티, 젠더, 소설』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라는 두 프리즘으로 근대 영국소설사를 읽어 낸 역작이다. 낸시 암스트롱이 1987년에 출판한 이 책은 근대 문학형식으로서 소설의 발생과 전개과정을 경제적 개인주의와 사실주의 형식에서 찾는 주류적 해석의 남성 중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여성적 특성이 근대 소설사, 나아가 근대 역사에 결정적 힘을 발휘했다는 도발적 문제를 제기한다. 이 여성적 특성을 체화하고 있는 인물이 ‘가정여성’(domestic woman)이다. 암스트롱에 따르면 18세기 초 영국사회에 등장한 이 새로운 여성인물이 체화한 여성적 이상이 근대 개인을 만들었다. 정치경제 영역에서 활동한 부르주아 남성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영역에서 사생활을 주도하는 중산계급 여성들이 근대 개인을 선취했다는 것이다. 가정여성들이 사적 공간에서 수행하는 연애와 구혼의 관행들은 문란한 성을 규율하고 내면의 깊이를 지닌 감정적, 도덕적 주체로서 새로운 인간의 모형을 제시했고, 그것이 모두가 욕망할 만한 문화적 이상으로 담론적 힘을 얻으면서 근대 개인의 범형으로 자리 잡았다. 가정여성이 담론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가 개인의 삶을 사회적 삶에서 떼어 내고 성을 정치영역에서 분리해 내는 전략을 통해 가정을 정치경제적 공간과 구분되는 도덕적, 감정적 공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파멜라, 에마, 제인,
가정이라는 전선에서 권력을 쟁취하다
여성용 품행지침서, 교육용 논설과 함께 주로 여성작가들이 쓰고 여성독자들이 읽었던 소설은 새로운 개인을 등장시키고 유포시켰던 근대의 주요 담론장치였다. 파멜라(새뮤얼 리처드슨의 소설 『파멜라』의 주인공), 에마(제인 오스틴의 소설 『에마』의 주인공), 제인(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의 주인공) 등 18, 19세기 영국소설사에 빛나는 여주인공들이 바로 이 새로운 개인의 특성을 체화하고 있는 여성인물들이다. 그들은 사회적 신분과 육체적 매력을 내세웠던 귀족 여성을 밀어내고 근대의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자리 잡는다. 이들이 가정이란 전선에서 수행하는 작업은 문란한 성을 규율하고 열정적 마음과 도덕적 덕성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가정화한다는 것은 난잡하고 불순한 욕망을 길들이는 것이다. 통제하기 어려운 성적 욕망을 길들이고,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감정적, 도덕적 주체로서 자율적 개인의 형상, 존 로크를 비롯한 많은 근대 남성 철학자들이 그려 낸 이 개인의 형상을 만든 것은 여성들이 쓰고 읽었던 소설이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생각하듯, 근대 역사에서 여성들은 억압받는 피해자나 희생자였던 것만은 아니다. 그녀들은 글쓰기를 통해 근대 개인을 만든 행위자였다. 소설이라는 담론을 통해 여성들이 이룩한 이 놀라운 성취는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이 정치와 무관한 영역이 아니며, 가정여성이 정치적으로 무기력하고 힘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권력의 작동을 정치, 경제 같은 남성적인 거시영역에서만 찾는 관점으로는 여성들이 가정에서 수행해온 도덕적, 감정적 작업과 그것의 정치적 힘과 영향력을 읽어 내지 못한다. 물론 이 힘과 영향력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서 주체로,
성숙한 페미니즘의 학문적 성취
가정여성들이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수행한 도덕적, 감정적 작업은 성적 욕망과 신체를 감시하고 훈육함으로써 근대 부르주아 권력의 작동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노동자계급의 도전을 막아내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특히 부르주아 계급과 노동자계급의 갈등이 전면화되는 1830년대 이후, 가정여성들은 노동자계급을 문란하고 방종한 세력으로 재현함으로써 이들의 계급적 도전을 도덕적 문제로 전환시켰다. 이 담론적 전환이 국가의 기능을 물리적 힘의 행사가 아닌 도덕적 훈육으로 바꾸었다. 가정여성은 이 훈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중산계급의 담론적 헤게모니 구축에 기여했다. 낸시 암스트롱은 가정여성이라는 새로운 개인을 통해 여성들이 담당해 온 담론실천을 당대 역사에 밀착해서 읽어 냄으로써 여성이 가부장적 역사의 수동적 희생자나 급진적 저항자인 것이 아니라, 근대 역사를 주도해 온 책임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담론의 행위자로서 여성들이 가정소설이라는 글쓰기 헝식을 통해 근대 역사에서 수행해 온 긍정과 부정을 모두 인정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주체’라는 숭고한 이름을 건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의 『소설의 정치사』는 페미니즘이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는 위치를 벗어던지고 역사를 만든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는 주체로 올라섰음을 논증해 낸 저서이며, 그렇기 때문에 성숙한 페미니즘의 학문적 성취를 보여 준 저서로 평가될 수 있다.
목차
감사의 말・6
서론_ 가정화하는 문화의 정치성, 그때와 지금・13
1장_ 소설에서 여성적 권위의 등장・61
사회계약의 논리・65
성적 계약의 논리・76
서사 패러다임으로서의 성적 계약・89
서사과정으로서의 성적 계약・101
2장_ 가정여성의 등장・121
계급 섹슈얼리티의 책・125
시골 저택이 아닌 시골 저택・143
노동이 아닌 노동・154
돈이 아닌 경제・167
여성화의 권력・180
3장_ 소설의 발생・195
책들의 전투 ・201
자기 생산의 전략 : 『파멜라』・222
봉쇄된 자아: 『에마』・271
4장_ 문화의 집의 역사・323
폭력의 수사 : 1819년・333
무질서의 수사 : 1832년・339
가정소설의 정치성 : 1848년・354
욕망의 비유들 : 브론테 자매・374
5장_ 유혹과 독서 장면・407
여성 박물관 : 『제인 에어』・410
근대 남성 : 『셜리』와 푸에고 원주민・425
현대 여성들 : 도라와 브라운 부인・447
에필로그・497
옮긴이의 말・513
찾아보기・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