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남과 북에서는 상당한 양의 현대사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만큼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때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분단된 조국의 두 쪽에서 일어난 일들을 학계는 따로 따로 연구해 왔기 때문이다. 남한의 경우를 본다면 ‘현대사 연구’라는 분야의 관심사는 남한에서 일어난 일들에 제한되어 왔고 북한 연구는 특수 분야로 취급되어 왔다. 그리고 양자 간에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남북한의 현대사 연구는 ‘반쪽’ 연구로 진행되어 왔다.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이 남한에 미친 영향, 그리고 남한에서 일어난 일들이 북한에서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즉, 해방 3년사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 미군정과 소군정을 비롯한 남북한 정치세력의 상호작용과 양자 간의 비교연구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런 종류의 연구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소련군정의 문헌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심층적인 연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소련 문헌의 공개가 아직 초기 단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의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학자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이 책이 시도하고 있는 남북한 정부 수립과정의 비교 연구는 양자 간의 동일한 점 내지는 유사한 점, 그리고 다른 점 등을 분석함으로써 개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