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행본
죽기는 싫으면서 천국엔 가고 싶은 : 생명윤리학의 쟁점들
- 서명/저자사항
- 죽기는 싫으면서 천국엔 가고 싶은 : 생명윤리학의 쟁점들 / 에이미 거트먼, 조너선 D. 모레노 지음 ; 박종주 옮김
- 개인저자
- Gutmann, Amy | Moreno, Jonathan D | 박종주 | Gutmann, Amy
- 발행사항
- 서울 : 후마니타스, 2021.
- 형태사항
- 439 p. ; 23 cm.
- ISBN
- 9788964373842
- 주기사항
- 원저자명: Amy Gutmann, Jonathan D. Moreno 영어 원작을 한국어로 번역 참고문헌(p. 414-430)과 색인 수록
- 원서명
- Everybody wants to go to heaven but nobody wants to die bioethics and the transformation of health care in America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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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자료실 | EM051773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EM05177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자료실
책 소개
“만나 본 적 없던 세계를 탐색할, 우리에게 주어진 다정하고도 현실적인 지도”
“이 책이 말하려는 생명윤리는 곧 지금 필요한 사회정의의 원리이자 도덕적 책임과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 가장 예리하고 영향력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사유를 하는 두 저자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중요했던 윤리적 난제들과 맞붙는다.”
“생명윤리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
“학자와 독자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지침서”
“역작이다. 공평하게 다루면서도 입장을 밝힌다”
“날카롭다. 저자들은 정치체제의 먹잇감으로 남아 있는 논쟁적 화두들을 대담하게 다룬다”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책”
하미나, 김창엽, 아서 캐플런 추천
학자와 독자 모두를 위한 생명윤리학 교과서
《죽기는 싫으면서 천국엔 가고 싶은》은 의학과 과학의 진보와 함께 찾아온 생명윤리학의 쟁점들을 살피는 책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총장이자 버락 오바마 정부의 ‘생명윤리학적쟁점연구대통령직속위원회’(이하 생명윤리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정치철학자 에이미 거트먼과 같은 대학에서 의료윤리 등을 가르치는 사학자·철학자이자 생명윤리위원회 선임위원으로 활동한 조너선D. 모레노가 함께 집필했다. 이 책은 전염병 예방이나 백신 접종, 건강보험 등의 공중보건 이슈에서 동물/인체 실험, 장기이식, 임신중지, 재생산 기술, 죽음, 유전자공학, 뇌과학 이슈까지 ‘생명윤리학’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망라하며, 정치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사회를 관통하는 생명윤리학의 쟁점들을 사회적·역사적으로 고찰한다.
생명윤리학의 탄생
“과학과 인간 가치에 대한 공통 언어를 만들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스스로 ‘생명윤리학자’라고 불린 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엔 생명윤리학자 정체성을 갖는 이들이 여러 분야에 두루 있다. 법률가·철학자·신학자·의사·간호사·인문학자·사회과학자·과학자·공학자·신경과학자 등이 생명윤리학 교육과 연구·자문 역할에 열중한다. 사실상 이들이 자신의 전공 학문과 생명윤리학을 완전히 구분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들은 고도로 세분화된 세계에 과학과 인간 가치에 대한 공통 언어가 생겨나는 것이 즐겁다면서, 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대화와 발견을 촉진하고 싶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의학·과학·사회학·정치학·철학·신학·공학 등이 연동되는 생명윤리학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맛보게 된다.
생명윤리학의 부상
“정당화할 수 있는 대가는 무엇인가”
생명윤리학이 부상한 것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린 대형 사건들 때문이기도 했다. 1972년 앨라배마주 메이컨 카운티(청사 소재지는 터스키기)에서 진행된 매독 실험이 언론에 폭로돼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미 공중보건국이 1930년대 초부터 40년간 600명의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해온 이 실험의 여러 잔혹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 폭로가 변곡점이 되면서 미국은 인체 실험의 윤리적 원칙을 수립하는 ‘생의학·행동과학연구인간피험자보호를위한국가위원회’가 1974년 설치됐고, 이런 연구에서 준수되어야 할 가이드라인으로 《벨몬트 보고서》가 개발되었다. 터스키기 매독 연구 이전부터 노예화된 흑인에 대한 인체 실험과 의료 행위가 있었다. 또 1950년대에는 지적·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동 수천 명이 수용돼 있던 윌로브룩 스쿨에서 유행성 간염이 발병했고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강제적인 A형 간염 실험이 이뤄졌다. 1940년대에는 과테말라에서 수감자·성노동자·정신 질환자·군인, 심지어 아동에게까지 성매개 질환을 노출시키는 실험이 있었다. 미국 공중보건국이 과테말라 공무원들과 협력해 수행한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는 피실험자들이 동의했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고, 이 실험에 관여한 미국 의사 한 사람은 이후 터스키기 매독 연구에도 참여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사람들은 이제 비윤리적 인체 실험의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의 실험에서 두 사람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무리 윤리적인 인체 실험이라도 가능성과 난관이 동시에 따른다. HIV 연구에 큰 성과를 낸 칼 준이 말한 대로 “어떤 프로토콜을 적용한 첫 환자의 사망으로 아무도 치료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 책은 보건의료사의 유의미한 사건·사례들을 소환해 공정한 시각으로 비추며, 질병에 대한 새 지식을 개발하는 데 있어 피해 갈 수 없는 질문들을 독자에게 던진다. “정당화할 수 있는 대가는 무엇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대가는 무엇인가?”
생명윤리학의 쟁점
“경합하는 존엄 개념들의 합의점 찾기”
생명윤리학의 쟁점들은 삶의 전 단계와 연결된다. 유전학 등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미래까지 가 닿는다. 개인이나 가족뿐만 아니라 서로 연결된 세계에, ‘우리’에게 닥쳐온다. 저자들은 이 책의 초점이 그런 사회적 차원에 있다고 밝힌다. 대화에 보다 많은 공동체를 참여시키고, 서로 경합하는 관점들을 이해시키고, 논쟁의 와중에서도 공동선을 더 잘 성취하기 위한 공적 결정들을 정당화하는 과정 말이다.
유망한 의학 연구를 추구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다른 중요한 가치들이, 이를테면 인권 존중과 사회복지의 극대화라는 가치가 서로 경합한다. 9·11 테러 몇 주 뒤 미국에서 탄저균 포자를 담은 봉투를 이용한 공격으로 다섯 명이 사망하고 17명이 감염된 사건이 났다. 성인에게 안전한 탄저병 백신은 있었지만 아동의 감염에 대해서는 무방비했기에 국가 안보 체제는 아동 대상 탄저병 백신 시험을 서둘러 진행하길 바랐다. 반면에 아동 권리 옹호자들은 아동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백신을 아동에게 시험하는 것을 당연히 반대했다. 저자들이 몸담았던 생명윤리위원회가 아동 대상 탄저병 백신 실험에 대한 판단을 요청받았을 때, 백신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낮은 소수의 아동에게 미지의 위험을 안김으로써 미래의 아동 수백만을 보호하는 사회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생명윤리위원회는 과학적 근거와 윤리적 추론을 펼쳐 놓고 부모, 소아과 전문의, 국가 안보 전문가 등을 아우르는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숙의를 거쳤고, 어느 진영도 제안한 적 없는 진행 방식을 대안으로 도출했다.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겪는 위험 정도를 뜻하는 1단계 위험 수준을 기준으로, 어느 단계든 위험이 그 이상이 되지 않게 점진적인 방식으로 시험하는 안이다. 이처럼 생명윤리학은 다수를 보호하면서도,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 감수하는 위험으로부터 소수를 보호해야 한다.
생명윤리학의 요구
“알지 못하는 타인을 향한 헌신”
201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2020년 페이퍼백 버전이 나오면서 “팬데믹 윤리”라는 제목의 저자 후기가 새로이 추가됐다. 40쪽 분량의 이 글에서 저자들은 팬데믹 윤리의 본질이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마음을 쓰는 집단적 헌신’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이라는, ‘알지 못하는 타인을 향한 헌신’을 요구하는 하나의 지침은 정치적 싸움의 땔감이 됐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기적처럼 한순간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20년 6월, 1만 9000석 규모의 실내 경기장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를 벌였다. 이 유세 참석 약관에는 어떤 사회적 거리 두기 계획도 없었고, 마스크 착용은 필수 요건이 아닌 개인의 선택 사항일 뿐이었다. 그러나 유세 참석자들은 “어떤 병이나 부상에 대해서도”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야 했다. 미국 대통령과 몇몇 주지사들은 자발성과 자유를 강조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누구를 지지하느냐’의 정치적 문제로 만들었다. 그들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다른 메세지를 내보내며 혼란을 줬고, 이 여파는 물리적 거리 두기, 선별 검사, 접촉자 추적, 양성 확진자 격리 등의 국가적인 정책 적용에도 방해가 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흑인, 히스패닉, 원주민 등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백인이나 중산층 이상 계급보다 훨씬 많은 필수 노동, 즉 고위험 노동을 감당한다. 또한 이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 많이 죽고, 더 많이 실직하지만, ‘미등록 구성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가구에는 부양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에 국가의 경기부양책 법안에서 소외당한다. 한 미등록 노동자는 해고당했고, 미국 시민권자인 세 자녀의 수당을 받지 못했다. 저자들은 경찰의 진압으로 생명을 잃은 조지 플루이드의 죽음을 언급하며, 팬데믹 상황이 인종차별과 같은 만성적인 부정의의 영향력을 배가시킨다고 말한다. 팬데믹 윤리가 요구하는 차원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공중보건 비상 상황 대처 이상의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는 기준들, 이를 테면 질병의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구속만 한다는 원칙, 정보에 기반한 집단적 동의를 구하는 일, 증명되지 않은 약물을 시도할 권리, 백신 공급과 산소호흡기 배분 등의 문제는 모두 생명윤리학의 핵심 질문과 맞닿아 있다. 특히 이는 재난 상황에서 지도자나 사회 구성원들이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쉽게 간과될 수도 있고 악용될 수도 있다. 저자들은 “전 지구적 팬데믹 앞에 민족주의를 둘 자리는 없다”면서 “전 세계의 공중보건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득”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폭넓은 연구, 공평하고 비용 부담 없는 보건의료 체제, 강력한 보건의료 인프라, 해당 분야 전문가를 신뢰하고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지도자와 시민을 동시에 촉구한다.
생명윤리학의 지향
“공평하게 다루면서도 입장을 밝히기”
이 밖에도 책은 총 3부에 걸쳐 미국 보건의료사의 60년 궤적을 연대기 순으로 살피고, 의사 조력 죽음, 비용 부담 없는 보편적 보건의료 접근성, 장기이식, 재생산 기술 등 첨예한 생명윤리학의 주요 논쟁들을 다룬다. 또 유전자편집, 합성생물학, 뇌과학 등 첨단의료 기술이 부과하는 새로운 선택들을 조명한다. “모두를 구할 수 없다면 누구부터 살려야 할지”에 대한, 생명윤리학의 관점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구명보트 윤리를 넘어, 전문가의 말할/비밀을 유지할 의무, 정보에 기반한 개인/집단의 동의, 보건의료 접근의 공정성, 인도적 말기 의료와 인권 존중의 원칙 등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이, 그러나 필요한 규제는 모두 시행”하면서, 연결된 우리는 어떻게 존엄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책의 옮긴이 박종주는 저자들의 임신중지 반대론자를 뜻하는 ‘프로라이프’ 용어 선택에서 논의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려는 특유의 견지를 발견했다. 저자들이 자유주의, 보수주의, 자유지상주의 등 여러 정치적 입장의 공통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자유주의자로서 입장을 가감 없이 제시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보편타당한 것으로 포장하지 않고 여러 관점을 고루 설명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섣불리 답을 내리려 들지 않고 끊임없고 폭넓은 대화를 펴고자 하는 생명윤리학의 지향과 필요를 생각한다면, 이어질 토론을 위한 입구로서 이 책이 갖는 미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옮긴이 후기).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인 노먼 온스타인의 추천사대로 “누가 봐도 섬세하고 폭넓”은, “공평하게 다루면서도 입장을 밝히”는 이 책의 미덕이 학계와 현장, 그리고 생명윤리학이라는 바다를 함께 건너야 하는 독자들에게 닿길 바란다.
“이 책이 말하려는 생명윤리는 곧 지금 필요한 사회정의의 원리이자 도덕적 책임과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 가장 예리하고 영향력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사유를 하는 두 저자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중요했던 윤리적 난제들과 맞붙는다.”
“생명윤리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
“학자와 독자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지침서”
“역작이다. 공평하게 다루면서도 입장을 밝힌다”
“날카롭다. 저자들은 정치체제의 먹잇감으로 남아 있는 논쟁적 화두들을 대담하게 다룬다”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책”
하미나, 김창엽, 아서 캐플런 추천
학자와 독자 모두를 위한 생명윤리학 교과서
《죽기는 싫으면서 천국엔 가고 싶은》은 의학과 과학의 진보와 함께 찾아온 생명윤리학의 쟁점들을 살피는 책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총장이자 버락 오바마 정부의 ‘생명윤리학적쟁점연구대통령직속위원회’(이하 생명윤리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정치철학자 에이미 거트먼과 같은 대학에서 의료윤리 등을 가르치는 사학자·철학자이자 생명윤리위원회 선임위원으로 활동한 조너선D. 모레노가 함께 집필했다. 이 책은 전염병 예방이나 백신 접종, 건강보험 등의 공중보건 이슈에서 동물/인체 실험, 장기이식, 임신중지, 재생산 기술, 죽음, 유전자공학, 뇌과학 이슈까지 ‘생명윤리학’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망라하며, 정치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사회를 관통하는 생명윤리학의 쟁점들을 사회적·역사적으로 고찰한다.
생명윤리학의 탄생
“과학과 인간 가치에 대한 공통 언어를 만들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스스로 ‘생명윤리학자’라고 불린 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엔 생명윤리학자 정체성을 갖는 이들이 여러 분야에 두루 있다. 법률가·철학자·신학자·의사·간호사·인문학자·사회과학자·과학자·공학자·신경과학자 등이 생명윤리학 교육과 연구·자문 역할에 열중한다. 사실상 이들이 자신의 전공 학문과 생명윤리학을 완전히 구분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들은 고도로 세분화된 세계에 과학과 인간 가치에 대한 공통 언어가 생겨나는 것이 즐겁다면서, 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대화와 발견을 촉진하고 싶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의학·과학·사회학·정치학·철학·신학·공학 등이 연동되는 생명윤리학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맛보게 된다.
생명윤리학의 부상
“정당화할 수 있는 대가는 무엇인가”
생명윤리학이 부상한 것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린 대형 사건들 때문이기도 했다. 1972년 앨라배마주 메이컨 카운티(청사 소재지는 터스키기)에서 진행된 매독 실험이 언론에 폭로돼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미 공중보건국이 1930년대 초부터 40년간 600명의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해온 이 실험의 여러 잔혹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 폭로가 변곡점이 되면서 미국은 인체 실험의 윤리적 원칙을 수립하는 ‘생의학·행동과학연구인간피험자보호를위한국가위원회’가 1974년 설치됐고, 이런 연구에서 준수되어야 할 가이드라인으로 《벨몬트 보고서》가 개발되었다. 터스키기 매독 연구 이전부터 노예화된 흑인에 대한 인체 실험과 의료 행위가 있었다. 또 1950년대에는 지적·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동 수천 명이 수용돼 있던 윌로브룩 스쿨에서 유행성 간염이 발병했고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강제적인 A형 간염 실험이 이뤄졌다. 1940년대에는 과테말라에서 수감자·성노동자·정신 질환자·군인, 심지어 아동에게까지 성매개 질환을 노출시키는 실험이 있었다. 미국 공중보건국이 과테말라 공무원들과 협력해 수행한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는 피실험자들이 동의했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고, 이 실험에 관여한 미국 의사 한 사람은 이후 터스키기 매독 연구에도 참여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사람들은 이제 비윤리적 인체 실험의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의 실험에서 두 사람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무리 윤리적인 인체 실험이라도 가능성과 난관이 동시에 따른다. HIV 연구에 큰 성과를 낸 칼 준이 말한 대로 “어떤 프로토콜을 적용한 첫 환자의 사망으로 아무도 치료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 책은 보건의료사의 유의미한 사건·사례들을 소환해 공정한 시각으로 비추며, 질병에 대한 새 지식을 개발하는 데 있어 피해 갈 수 없는 질문들을 독자에게 던진다. “정당화할 수 있는 대가는 무엇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대가는 무엇인가?”
생명윤리학의 쟁점
“경합하는 존엄 개념들의 합의점 찾기”
생명윤리학의 쟁점들은 삶의 전 단계와 연결된다. 유전학 등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미래까지 가 닿는다. 개인이나 가족뿐만 아니라 서로 연결된 세계에, ‘우리’에게 닥쳐온다. 저자들은 이 책의 초점이 그런 사회적 차원에 있다고 밝힌다. 대화에 보다 많은 공동체를 참여시키고, 서로 경합하는 관점들을 이해시키고, 논쟁의 와중에서도 공동선을 더 잘 성취하기 위한 공적 결정들을 정당화하는 과정 말이다.
유망한 의학 연구를 추구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다른 중요한 가치들이, 이를테면 인권 존중과 사회복지의 극대화라는 가치가 서로 경합한다. 9·11 테러 몇 주 뒤 미국에서 탄저균 포자를 담은 봉투를 이용한 공격으로 다섯 명이 사망하고 17명이 감염된 사건이 났다. 성인에게 안전한 탄저병 백신은 있었지만 아동의 감염에 대해서는 무방비했기에 국가 안보 체제는 아동 대상 탄저병 백신 시험을 서둘러 진행하길 바랐다. 반면에 아동 권리 옹호자들은 아동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백신을 아동에게 시험하는 것을 당연히 반대했다. 저자들이 몸담았던 생명윤리위원회가 아동 대상 탄저병 백신 실험에 대한 판단을 요청받았을 때, 백신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낮은 소수의 아동에게 미지의 위험을 안김으로써 미래의 아동 수백만을 보호하는 사회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생명윤리위원회는 과학적 근거와 윤리적 추론을 펼쳐 놓고 부모, 소아과 전문의, 국가 안보 전문가 등을 아우르는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숙의를 거쳤고, 어느 진영도 제안한 적 없는 진행 방식을 대안으로 도출했다.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겪는 위험 정도를 뜻하는 1단계 위험 수준을 기준으로, 어느 단계든 위험이 그 이상이 되지 않게 점진적인 방식으로 시험하는 안이다. 이처럼 생명윤리학은 다수를 보호하면서도,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 감수하는 위험으로부터 소수를 보호해야 한다.
생명윤리학의 요구
“알지 못하는 타인을 향한 헌신”
201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2020년 페이퍼백 버전이 나오면서 “팬데믹 윤리”라는 제목의 저자 후기가 새로이 추가됐다. 40쪽 분량의 이 글에서 저자들은 팬데믹 윤리의 본질이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마음을 쓰는 집단적 헌신’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이라는, ‘알지 못하는 타인을 향한 헌신’을 요구하는 하나의 지침은 정치적 싸움의 땔감이 됐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기적처럼 한순간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20년 6월, 1만 9000석 규모의 실내 경기장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를 벌였다. 이 유세 참석 약관에는 어떤 사회적 거리 두기 계획도 없었고, 마스크 착용은 필수 요건이 아닌 개인의 선택 사항일 뿐이었다. 그러나 유세 참석자들은 “어떤 병이나 부상에 대해서도”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야 했다. 미국 대통령과 몇몇 주지사들은 자발성과 자유를 강조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누구를 지지하느냐’의 정치적 문제로 만들었다. 그들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다른 메세지를 내보내며 혼란을 줬고, 이 여파는 물리적 거리 두기, 선별 검사, 접촉자 추적, 양성 확진자 격리 등의 국가적인 정책 적용에도 방해가 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흑인, 히스패닉, 원주민 등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백인이나 중산층 이상 계급보다 훨씬 많은 필수 노동, 즉 고위험 노동을 감당한다. 또한 이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 많이 죽고, 더 많이 실직하지만, ‘미등록 구성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가구에는 부양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에 국가의 경기부양책 법안에서 소외당한다. 한 미등록 노동자는 해고당했고, 미국 시민권자인 세 자녀의 수당을 받지 못했다. 저자들은 경찰의 진압으로 생명을 잃은 조지 플루이드의 죽음을 언급하며, 팬데믹 상황이 인종차별과 같은 만성적인 부정의의 영향력을 배가시킨다고 말한다. 팬데믹 윤리가 요구하는 차원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공중보건 비상 상황 대처 이상의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는 기준들, 이를 테면 질병의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구속만 한다는 원칙, 정보에 기반한 집단적 동의를 구하는 일, 증명되지 않은 약물을 시도할 권리, 백신 공급과 산소호흡기 배분 등의 문제는 모두 생명윤리학의 핵심 질문과 맞닿아 있다. 특히 이는 재난 상황에서 지도자나 사회 구성원들이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쉽게 간과될 수도 있고 악용될 수도 있다. 저자들은 “전 지구적 팬데믹 앞에 민족주의를 둘 자리는 없다”면서 “전 세계의 공중보건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득”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폭넓은 연구, 공평하고 비용 부담 없는 보건의료 체제, 강력한 보건의료 인프라, 해당 분야 전문가를 신뢰하고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지도자와 시민을 동시에 촉구한다.
생명윤리학의 지향
“공평하게 다루면서도 입장을 밝히기”
이 밖에도 책은 총 3부에 걸쳐 미국 보건의료사의 60년 궤적을 연대기 순으로 살피고, 의사 조력 죽음, 비용 부담 없는 보편적 보건의료 접근성, 장기이식, 재생산 기술 등 첨예한 생명윤리학의 주요 논쟁들을 다룬다. 또 유전자편집, 합성생물학, 뇌과학 등 첨단의료 기술이 부과하는 새로운 선택들을 조명한다. “모두를 구할 수 없다면 누구부터 살려야 할지”에 대한, 생명윤리학의 관점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구명보트 윤리를 넘어, 전문가의 말할/비밀을 유지할 의무, 정보에 기반한 개인/집단의 동의, 보건의료 접근의 공정성, 인도적 말기 의료와 인권 존중의 원칙 등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이, 그러나 필요한 규제는 모두 시행”하면서, 연결된 우리는 어떻게 존엄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책의 옮긴이 박종주는 저자들의 임신중지 반대론자를 뜻하는 ‘프로라이프’ 용어 선택에서 논의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려는 특유의 견지를 발견했다. 저자들이 자유주의, 보수주의, 자유지상주의 등 여러 정치적 입장의 공통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자유주의자로서 입장을 가감 없이 제시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보편타당한 것으로 포장하지 않고 여러 관점을 고루 설명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섣불리 답을 내리려 들지 않고 끊임없고 폭넓은 대화를 펴고자 하는 생명윤리학의 지향과 필요를 생각한다면, 이어질 토론을 위한 입구로서 이 책이 갖는 미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옮긴이 후기).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인 노먼 온스타인의 추천사대로 “누가 봐도 섬세하고 폭넓”은, “공평하게 다루면서도 입장을 밝히”는 이 책의 미덕이 학계와 현장, 그리고 생명윤리학이라는 바다를 함께 건너야 하는 독자들에게 닿길 바란다.
목차
서문/ 말할 의무
1부 새로운 목소리들
1장 전환의 시대
2장 생명윤리학, 널리 퍼지다
3장 공중의 건강
2부 생과 사의 문제
4장 편치 않은 죽음
5장 불공정한 보건의료의 비싼 대가
6장 윤리를 찾아서
3부 도덕적인 과학
7장 인체 실험
8장 재생산 기술
9장 세포의 문 열기
에필로그/ 마음을 바꾸기
2020년판 후기/ 팬데믹 윤리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주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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