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빈곤과 불평등이 사회 문제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0여 년 전 외환위기 직후였다. 물론 그 이전에 우리에게 빈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전체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빈곤은 근로가 어려운 소수 계층의 문제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실직자가 빠르게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빈곤은 소수의 문제도 아니고 근로 취약 계층의 문제도 아닌 것이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초적 통계자료도 매우 미흡한 상태여서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실태를 정확히 진단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우리 사회 개인과 가족들의 빈곤 경험을 추적할 수 있는 패널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