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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엔 왜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없나? 작성일 2018/08/02 조회수 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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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보건복지포럼 7월호』 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종훈 연구위원이 쓴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다원적 성격과 정책적 시사점」에 수록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편집한 것입니다. 원문 파일을 다운로드 하시면 전체 글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에 의한 인구 관리어려워져

 

우리나라에서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유례없이 급격하고 크게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가 고유하게 겪어 온 성장 경로에 따른 특수성으로 볼 수 있지만,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성숙 국가 단계로 나아가면서 인구고령화, 장기 구조적 저출산과 같은 인구현상이 동반하는 양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 과정에서 개인주의적 가치와 개별성이 신장하고 국가의 권력과 정보 우위가 무너지면서 현대사회의 중요한 특징인 기능적 분화, 공동체의 약화와 다양화, 개인화, 글로벌화”(박경숙, 2017, p. 28)가 인구구조와 인구변동의 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왔다.

 

그 결과는 전통적 인구정책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 왔던 국가에 의한 인구 관리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 것, 그리고 인구정책의 조건이 국가 주도, 정책 공급자 중심의 하향식에서 개인과 가족을 단위로 하는 개별 구성원(정책 수요자)의 이해와 선호 및 선택을 고려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우리보다 경제·사회적 성숙과 인구고령화를 앞서 경험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라 이름 붙인 인구정책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정책이 거의 인접 사회정책을 통해 간접적, 우회적, 보조적으로 기능하는 모습으로 변모하여 인구정책과 사회정책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지 오래고(그 결과로) ‘인구 통제를 상정한 전통적인 인구 발전 패러다임이 쇠퇴했기 때문이다(우해봉, 2017).

 

우리에게 여전한 인구성장전략관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의 기저에는 여전히 인구를 경제성장과 국가 지속가능성의 외생적 조건으로 삼는 국가 주도의 인구성장전략관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의 정책목표, 이들의 달성으로 기대되는 미래 사회 전망에 이러한 관점이 뚜렷이 드러나 있고 기본계획 핵심 기조의 상당 부분이 인구정책의 전통적 인구전략 역할에 바탕을 두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선진 국가들의 인구정책에서 볼 수 있는 종합적·구조적인 인구정책 비전이, 출산율 제고와 노인빈곤율 저감에 도움이 되는 정책수단으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원인이 여기에 있다.

 

저출산 대책 아닌저출산 대책들

 

3차 기본계획의 개별 추진전략과 정책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면, 저출산 대책 가운데 청년 고용 활성화대책은 고용 대책이자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수급 변화에 대응한 인구정책의 성격이 강한 반면, ‘신혼부부 주거 지원 강화는 주거복지사업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둘 다 저출산 대책으로서, 출산율 제고 정책목표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기여하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이에 반해 임신·출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맞춤형 보육’, ‘돌봄 지원 체계 구축’, 모성보호제도(산전후휴가, 육아휴직휴가 및 관련 급여)를 중심으로 한 ·가정양립 지원 제도 활성화같은 대책들은 좀 더 직접적인 저출산 대책이면서 동시에 가족복지정책으로 이해된다. 이들 중 상당수와 아동안전’,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성 제고대책은 가족, 아동, 여성을 중심으로 한 사회정책적 성격도 분명하게 지니고 있다.

 

고령사회 대책 가운데 노후소득보장 강화대책의 공·사적연금 강화 및 활성화 대책은 전형적 인구정책인 동시에 사회보장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 후자의 성격과 역할을 주된 것으로 본다면 사회보장기본계획, 국민연금제도 및 기금운용 관련 정책, 주택연금과 사적연금제도 및 정책은 독립적인 정책목표와 전망에 따라 기획-집행-운영되어 인구정책의 포괄 범위를 넘게 된다. 실제로 기본계획상의 노후소득보장 부분이 명목적이고 선언적인 정책의 나열 또는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령사회 대책 중 고령자 건강생활 보장’, ‘고령자 안전’, ‘고령자 사회참여정책은 그 내용에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정책 내지 노인복지정책의 성격이 사회 부양 부담과 관련한 전통적 인구정책의 요소보다 훨씬 더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협의의 인구정책 또는 전통적 인구전략적 관점에 가장 부합하는 추진전략이 여성, ·고령자, 외국 인력 활용 확대고령친화산업의 신성장동력 육성’, ‘인구 다운사이징 대비 강화’, ‘재정적 지속가능성 제고대책인데, 고령사회 대책의 정책목표 달성과 인구정책 비전 구현에 적합하거나 충분한 정책과제들이라기보다는 해당 부처의 현안 또는 숙원사업의 목록에 더 가까워 보인다.

 

좋은 정책 다 담은 인구정책이 무능한 정책 될 수 있어

 

이처럼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본 우리 인구정책은 비전과 목표, 정책수단을 관통하는 방향과 철학이 분명한 가치 체계이기보다는 다원적 정책이념에 바탕을 둔 이질적이고 차별적인 정책들이 다양한 정책적 요구와 필요에 따라 섞여 든 비정형의 정책 집합이라고 판단된다. 우리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기대한 성과와 정책목표에 미달한 것을 정책의 실패로 본다면 상당 부분이 이로부터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정책 원리를 골고루 반영해 좋은 정책수단을 가감 없이 담은 인구정책이 결과적으로는 무능한 정책이 될 수 있을뿐더러 어떤 정책적 가치관 기준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문 전체 보기 https://www.kihasa.re.kr/web/publication/periodical/view.do?menuId=48&tid=38&bid=19&a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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