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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지방소멸위험 지수’의 위험성

  • 작성일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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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역 인구공동화 전망과 정책적 함의(연구보고서 2018-20, 이상림·이지혜·Bernhard Koppen·임소정·성백선)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인용되는 예로는 지방소멸위험 지수가 있다. 이 지표는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2015)지방소멸에서 사용된 지표와는 달리 지역의 노인인구와 가임기 여성인구의 비율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지방소멸위험 지수는 여성이 대체 수준의 출산을 할 것을 가정하는데, 노인인구 대비 가임기 여성인구의 비가 0.5 이하일 경우 노인인구보다 출생아 수가 더 적어 지역의 인구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가정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노인인구 대 태어난 또는 태어날 아이라는 측면에서 이 지표는 사실상 15세 이하 아동인구와 노인인구의 비로 나타나는 고령화지수와 이론적 맥락과 실제 수치에서 매우 높은 상관성을 갖는다.

 

하지만 지역 인구의 안정성을 위해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을 대체수준(합계출산율 2.1)으로 전제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저출산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합계출산율이 최근 0.8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는 점에서 그 설명이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 지표는 지역 인구감소의 위기를 인구이동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증감이 아닌 출생과 사망 사이 차이에서 나타나는 자연 증감에 주목한다. 그러므로 이 지표가 지역 인구구조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의미는 가질 수 있지만, 지역 인구감소에 대해 적절한 이해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 인구감소 문제 해결 방안으로 출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들로 유도되어 지방 인구감소 문제를 크게 왜곡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더불어 이 지표는 현실성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60년부터 70년대 출생 코호트(현재 40~50대 연령)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이들 연령집단은 지방소멸위험 지수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지역들의 향후 고령화 속도는 사실상 전체 지역 인구에서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비율에 따라 지역별로 고령화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로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실제 지역 인구변동 문제의 심각성 예측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지역들의 베이비부머 분포는 안정적이지 않고 지역별로 그 차이가 매우 크다. 한 예로 송도신도시로 알려진 인천시 연수구의 경우에는 지역개발 당시 중년층의 입주와 중산층 이상 인구의 매우 안정적인 이동성으로 인해 60대 초반 이하 중년인구의 비율이 매우 높은 연령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지역은 현재에는 매우 낮은 지방소멸위험 지수를 보이지만, 대규모 인구유입과 같은 특별한 변동 요인이 없어도 불과 몇 년 안에 지방소멸 위험이 급등하게 된다. 이러한 지수의 불안정성은 우리나라의 인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실제 예측력에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지방소멸위험 지수분포에 대한 많은 언론 보도(이명희, 2018; 한현묵, 2018; 강선일, 2018)에서는 이 지수값이 0.5 이하일 경우, 다시 말해 주출산 연령대 여성인구가 노인인구의 절반 수준에 못미칠 경우 “30년 후에 지역이 사라질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소멸 위험지수의 무이동 가정이나 자연 감소 가정을 그대로 따른다고 하더라도, 이들 위험 지역들은 30년 후 고령화지수(노인인구 대비 아동인구 비)가 크게 높아질 뿐이지 인구가 사라진다고 판단할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불안정한 예측성은 오히려 지방 인구감소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역방향으로 왜곡시킬 위험성마저 안고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지표의 사회정치적 적절성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저출산 관련 논의에서 젠더 감수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표가 기초로 하는 대체수준의 출산의 가정은 여성을 출산 도구화한다는 비판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지수는 지방 인구 규모가 대체수준의 출산에 의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기본적 가정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방 인구감소 문제 대응으로 출산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은 지방 인구감소를 여성 출산의 문제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식의 비판에 직면할 위험이 매우 높다.

 

보고서 전체 보기 https://www.kihasa.re.kr/web/publication/research/view.do?division=001&menuId=44&tid=71&bid=12&ano=2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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