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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美백인 중년층 사망률, 왜 증가하나?

  • 작성일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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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국제사회보장리뷰2018 봄호에 실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수진 부연구위원의 글 미국에서의 사망률 증가와 시사점에서 중간 이후 결론 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1) 고용 환경 변화의 영향

 

일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보다 일자리를 먼저 잃고,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이들이 일자리를 다시 얻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경제가 최근 경제 위기 이후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초를 기준으로 대졸자를 위한 일자리는 800만 개 정도 회복되었지만 고졸 혹은 그 이하의 일자리는 8만 개 정도만이 회복되었다(Carnevale, 2016). 더 나아가 기술 변화와 세계화로 인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 또한 낮아졌다.

 

임시직 고용이 증가하면서 노동자들의 소득 불안정성이 증가하였고 사회보장제도조차 전통적인 고용 관계에 기반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하게 된다(International Labour Office Bureau for Workers’ Activities, 2012). 미국의 농어촌 지역에서 특히 제조업 일자리의 상실과 실업 규모가 큰 것으로 보고되는데(Glasmeir, 2006) 이러한 고용 환경의 변화가 백인 중년층의 사망 증가와 직접적으로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추후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지역 수준의 고용 환경 변화가 개인의 생애에 걸친 경제 상태 변화와 세대에 걸친 경제 상태변화, 그리고 이러한 경제 상태 변화가 삶의 질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살, 약물중독으로 인한 사망 외에도 경제 상태 악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흡연, 음주 등의 건강 행동에 영향을 주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심뇌혈관계질환 발생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사회이동성의 영향

 

케이스와 디튼이 제시하는 절망감은 세대에 걸친 경제 상태 악화라는 측면에서 사회이동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저소득층의 사회이동성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가령 미국에서는 소득이 하위 5분위에 해당하는 아버지를 둔 아들 중 42%가 이후에 아버지와 비슷한 수준의 낮은 소득을 얻는 반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는 그 비율이 25~30%에 그쳤다(Isaacs, 2008).

 

소득 불평등이 작은 사회에서는 개인이 사회의 어느 수준에 위치하는가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소득 불평등이 큰 사회에서는 개인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하지만 사회이동성이 큰 사회라면 소득 불평등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Sawhill, 2008). 사회이동성이 그 자체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 또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3) 박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

 

케이스와 디튼의 주장처럼 누적된 박탈이 백인 중년층 사망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면 그 기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케이스와 디튼은 백인 중년층에서의 사망률 증가 원인으로 절망감과 희망 없음을 꼽았다. 중년에 이르러 부모 세대와 자신을 비교하게 되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약물중독이나 자살과 같은 절망적인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전에는 심리적 박탈감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낮은 교육 수준에 따른 일자리의 질 저하 및 이로 인한 소득 감소와 전체적인 소득 불평등 증가는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붕괴시키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소득 불평등의 증가는 정치적으로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사회보장제도의 역할

 

유럽 국가들에서도 고용 관계 및 경제 상태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이들 국가들에서는 교육 수준에 따른 사망의 절대적인 격차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 국가 간 정책적, 제도적 특성들의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미국의 사회보장제도가 낮은 교육 수준을 가진 백인 중년층을 사회경제적 위험으로부터 취약하게 만드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4. 나가며

 

미국 백인 중년층의 사망률 증가는 이들의 전반적인 건강 악화를 의미한다. 중년층에서 사회보장장애보험(Social Security Disability Insurance) 수혜 비율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제도의 관대함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중년층의 근골격계질환과 정신질환 증가가 이와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Liebman, 2015).

 

이들의 건강 수준 악화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 중년층의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고 이는 향후 미국에서 메디케어 등에 지출하게 될 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의미한다(Case & Deaton, 2015).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미국 백인 중년층의 사망률이 증가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보다 심도 있는 조사와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최근 약물 남용 등과 관련하여 마약성 진통제 등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교육 수준이 낮은 집단이 겪는 취약함을 보완하기 위한 소득 지원이나 사회보장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려 또한 필요할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근 20년간 한국의 자살률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높고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고용 관계의 안정성이 낮아지고 소득 불안정성은 증가했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취약한 상태이며 세대 간 사회이동성 또한 낮아졌다. 미국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들이 향후 한국의 청장년층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하위 인구 집단별 건강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의 구축과 함께 변화된 사회 환경에 맞는 사회보장 체계에 대한 논의가 시급함을 시사한다.

 

정리하면, 미국 중년 백인층에서 나타난 사망률의 변화 양상은 건강이 사회적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 주며, 이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이 갖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고 볼 수 있다. , 건강을 보건의료제도의 발전만으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사회구조와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건강 수준의 지속적인 향상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문 전체 보기 https://www.kihasa.re.kr/web/publication/periodical/view.do?menuId=53&tid=38&bid=991&an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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