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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아파도 쉴 수 없는 나라… 왜 상병수당인가?

  • 작성일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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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쉴 수 없는 나라왜 상병수당인가?

 

 -OECD 가운데 한국만 아플 때 쉴 권리 보장 안 해, 유급병가로 코로나 확산 막아

 

 -상병수당 재정 연간 4500~15000억 추정최대치여도 건보 총지출액 2.3%”

 

 -김기태 부연구위원상병수당 점진적 도입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제도 안착토록 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24보건복지 ISSUE & FOCUS388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는 한국의 상병수당 부재현황과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김기태 포용복지연구단 부연구위원이 썼다.

 

코로나19 감염병을 계기로 방역당국은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권고를 내리고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꿈같은 얘기다. 상병수당(유급병가)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쉴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업무 외 상병으로 인한 아픈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김기태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 상병수당은 두 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가 질병을 참고 일터로 나왔을 때 생기는 전염병 확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는 것.

 

실례로 미국에는 유급병가가 없어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온 결과, 바이러스가 확산돼 7백만 명이 감염된 반면 독일에서는 노동자들이 유급병가를 써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 재원을 통해 상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스위스, 미국 4개국이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 나라는 직간접적으로 노동자의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무급병가를 보장하는 한편, 스위스와 이스라엘은 기업의 재원으로 노동자가 유급병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규제하고 있다.

 

노동자의 병가 기간 동안 소득을 보장해 주는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다.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소요 재정을 계산한 과거 연구들을 보면 연간 비용을 최소 4520억 원에서 최대 15387억 원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18년 기준 건강보험 총지출액이 약 66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추정액을 기준으로 해도 건강보험 총지출액의 2.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물론 상병수당 도입에 따라 그동안 아파도 일해야 했던노동인구 다수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제도의 점진적인 도입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제도가 안착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병수당 도입의 첫 단계는 노동자의 쉴 권리에 대한 법적인 보장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근로기준법이나 표준취업규칙에서 노동자가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최소 수준에서 노동자의 병가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정비만 된다면 그 이후 제도 설계는 수월할 수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 상병수당은 건강보험법 제50조에 명시돼 있으므로 법적 근거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있다다만, 상병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이 신설돼서 별도의 보험료가 부과되는 형식으로 갈지, 건강보험료를 인상해서 그 안에서 상병수당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갈지에 대해서는 검토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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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확산됨에 따라 아픈 이들을 위한 소득보장제도인 상병수당의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 업무 외 상병으로 아픈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 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함.

한국에서 공무원, 출산 여성, 구직자 등은 상병으로 업무 혹은 구직이 불가능할 때 일종의 상병수당이 부여됨.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노동자들은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직의 권리가 보장되나, 정작 본인이 아플 때 쉴 수 있는 권리는 없음. 이는 형평성의 문제를 불러일으킴.

상병수당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자의 업무 외 상병에 대한 쉴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음. 한국의 유급병가는 건강보험과 연계된 사회보험의 형태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이나, 사회보험 혜택의 역진성을 보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함. 또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대기 기간, 수급 기간, 수급 수준 등 제도 설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

 

 

코로나19와 상병수당

 

코로나19발 경제·사회적 위기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유럽 복지국가들의 주요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가 상병수당1) . 특히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활용됨.

 

스웨덴은 노동자가 업무 외 상병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휴가 첫날부터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함. 4일 이내의 유급병가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병원 진단서 제출 의무를 유예함(OECD, 2020).

덴마크는 3~6월 중에 상병수당 수급 기간이 끝난 휴직자에게도 6월 말까지는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 상병수당은 두 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함. 하나는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가 질병을 참고 일터로 나왔을 때 생기는 전염병 확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는 것임.

 

일례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A(H1N1) 유행성 전염병이 퍼졌을 때 미국과 독일의 확산 정도가 매우 달랐던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상병수당 유무였다는 해석이 있음(Scheil-adlung & Sandner, 2010).

미국에는 유급병가가 없어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온 결과, 바이러스가 확산돼 7백만 명이 감염됨. 반면, 독일에서는 노동자들이 유급병가를 써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았다는 것임. 그 차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막대함.

 

한국은 업무 외 질병 혹은 부상으로 회사를 다니기 어려운 노동자를 위한 유급병가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나라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노동자가 아플 때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함.

 

 

공적 재원 쓰는 유급병가제도 없는 OECD 4개 회원국 비교

 

2018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 재원을 통해 상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스위스, 미국 4개국뿐임.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의 공적 상병수당제도는 없으나, 업무 외 상병으로 인한 무급휴직의 권리는 보장함. , 유급병가는 없지만 무급병가는 보장된다는 것임.

 

스위스에서는 국가가 직접 유급병가를 지원하지 않음. 대신 기업이 노동자에게 유급병가를 주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함.

 

이스라엘에서도 노동자를 위한 유급병가가 기업 복지 차원에서 마련됨. 국가는 기업 단위 유급병가의 최소 수준을 정하는 유급병가법을 통해 규제를 가함(Israel Ministry of Justice, 2014).

 

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 재원에 근거한 유급병가제도가 없는 세 나라를 살펴보았음. 세 나라는 최소 수준으로 무급병가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노동자가 상병을 겪은 뒤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거나(미국), 노동자가 기업 복지를 통해 유급병가를 받도록 국가가 강제하고 있음(스위스, 이스라엘). 한국에는 관련 제도의 공백이 있음.

 

 

 

한국의 상병수당 관련 제도

 

한국에서는 유급병가뿐 아니라 무급병가에 대해서도 법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음.근로기준법에는 업무 외 상병에 대한 규정이 없음.

 

업무와 관련이 있는 상병으로 아픈 노동자라면 원칙적으로 산업재해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 산업재해보험은 사용자에게 보험료를 징수한 뒤,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한 상병을 앓을 때 요양급여와 함께 상병수당인 휴업급여를 지급함. 1일 지급액은 급여의 70% 수준임.

 

건강상의 이유로 업무가 어려운 출산 전후 여성이라면 유급병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 출산 전후 여성 노동자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등에 따라 출산 전후 90일 가운데 처음 60일 동안 사용자로부터 통상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나머지 30일은 고용보험에서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음.

 

노동자가 공무원이라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18조에 따라 연간 60일 이내의 유급병가를, 국가공무원법71조 및 72조에 따라 최대 2년의 유급휴직을 쓸 수 있음.

 

노동자가 아니라 구직자라면 상병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음. 고용보험법에서 구직자를 대상으로 상병급여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임.

 

아픈 사람이 노동자 당사자가 아니라 노동자의 가족이라면 노동자에게 휴직의 권리가 주어짐.

 

서울시에 사는 저소득 노동자 혹은 자영업자라면 서울형 유급병가를 받을 수 있음.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가운데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의 근로소득자 혹은 사업소득자가 병원을 이용할 때, 연간 11(입원 10, 공단 일반 건강검진 1)까지 서울시 생활임금(2020년 기준 184180)을 지급받을 수 있음.

서울형 유급병가는 상병수당 부재라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채우려는 시도로서 선구적인 의미가 있음. 다만 제도 도입 초기 단계이므로 신청률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있음(이수민, 2019).

 

 

상병수당제도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정책 제언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소요 재정에 대한 검토 필요.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소요 재정을 추정한 과거 연구들은 연간 비용을 최소 4520억 원~15387억 원으로 추정함. 대기 기간, 급여 기간, 보장 수준 등에 따라 같은 연구 안에서도 추정액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남.

2018년 기준 건강보험 총지출액이 약 66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추정액(15387억 원)을 기준으로 해도 건강보험 총지출액의 2.3% 수준임.

물론 상병수당 도입에 따라 그동안 아파도 일해야 했던노동인구 다수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음. 따라서 제도의 점진적인 도입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제도가 안착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음.

 

상병수당의 단계적 도입을 위해서는 두 단계의 변화가 필요함. 첫 번째는 노동자의 쉴 권리에 대한 법적인 보장이며, 두 번째는 병가 기간 동안의 소득 보장임. 이러한 변화는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야 할 것임.

 

첫 번째, 병가의 권리를 보장해야 함. 한국은 근로기준법이나 표준취업규칙에서 노동자가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음. 최소 수준에서 노동자의 병가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함.

상병수당은 단기적으로는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함. 고용보험, 국민연금 혹은 건강보험 등과의 연계를 고려할 수 있음. 그 가운데서도 건강보험과 함께 관리 및 운영되는 안을 먼저 검토함. 현재 상병수당은 건강보험법50조에 명시돼 있으므로 법적 근거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있음. 다만, 상병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이 신설돼서 별도의 보험료가 부과되는 형식으로 갈지, 건강보험료를 인상해서 그 안에서 상병수당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갈지에 대해서는 검토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

 

상병수당을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하더라도 사회보험 혜택의 역진적 성격을 일부 완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

 

현재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유급병가제도와 공적 상병수당의 연계도 필요함. 이는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아니지만, 기업이 노동자의 유급병가를 보장하도록 국가가 유도하는 근거가 될 것임.

 

상병수당의 수급 기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 참고로, OECD 회원국들은 일부 예외(체코 70, 캐나다 15주 등)를 제외하고는 최소 수급 기간을 180일로 설정했음.

 

한국에서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임. 1) 해외 상병수당제도 운영 경험에 대한 나열식 평가를 넘어서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분석 및 평가, 2) 국내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분야별 효과 (노동시장, 소득분배, 삶의 질, 기업 경영 등), 3) 상병수당제도와 다른 사회보장제도(장애연금, 구직급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와의 관계 설정, 4) 제도의 사각지대 및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분석 및 제도 마련, 5) 국내 기업 복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급병가, 유급병가제도에 대한 실태 조사, 6) 상병수당 도입이 민간 의료보험 시장에 미칠 영향, 7) 제도 도입 시 정책 설계 및 단기·중장기 발전 방향 등.

 

원문 보기 http://repository.kihasa.re.kr/handle/201002/35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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