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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아동수당의 선별비용"

  • 작성일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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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보건복지포럼2월호에 실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제이 부연구위원의 아동수당 지급 예산 현황과 논점에서 아동수당의 선별비용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아동수당의 선별비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제이 부연구위원

 

선별비용에 대한 분류에 따르면 사회적 이전 프로그램의 선별비용은 구체적으로 행정비용, 민간의 사적 비용, 간접비용, 사회적 비용 또는 장기적 비용과 정치적 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RHVP, 2007).

 

어떤 방식을 취하든 대상 선별 과정에는 항상 인력과 기술, 시간, 자본이 소요된다. 추가적으로 대상 자격의 변동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관리비용 또한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변동성은 전체 소득 분포에서 각 구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빈곤선 주변에서의 소득변동성에 비해 고소득 구간에서의 소득이동이 더 크게 나타날 경우 그에 따른 자격관리비용 또한 비례하여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다.

 

민간의 사적 비용은 잠재적 수급 대상자가 자격을 증빙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민간의 행정불편비용을 말한다. 여기에는 사적 정보의 공개에 대한 심리적 비용도 포함될 수 있다. 심리적 비용은 정책이 예상하지 않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기회비용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 간접비용이다.

 

예컨대 수급 여부가 불확실한 고소득 전문직 맞벌이 계층은 아동수당 수급의 편익 대비 자격 증빙을 위한 사적 비용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포함한 상당수가 신청을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최종 수혜 대상의 규모가 최적 수준 이하로 제한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수혜 대상 규모의 제한은 결국 아동수당의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며, 지원 대상의 연령 확대나 수당 금액 인상과 같은 제도 확대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이러한 간접비용은 일정 소득 기준을 초과하여 아동수당 수급이 배제된 경우 동일한 소득 수준에 있는 무자녀 가구와의 구매력 차이가 보정되지 못하는 수평적 불평등 문제와도 연계된다.

 

소득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수급 자격의 유지 또는 획득을 위해 경제 주체들이 근로나 납세, 자녀출산 등에 대한 인식이나 행태를 바꿈으로써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절벽 효과(cliff-edge)를 시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이나 정책 도입 요구가 제기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아동수당제도 신설과 병행하여 2018년부터 6세 이하 둘째 자녀에 대한 추가 공제 폐지와 2021년부터 6세 이하 자녀 세액 공제 적용 폐지를 결정했던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아동수당 수급이 배제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이들 조세 혜택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정부가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세액공제의 경우 대부분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배제될 경우 계획된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예상과 같은 것이다.

 

정책 효과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자녀 세액공제와 같은 조세 혜택보다 아동수당과 같은 직접적인 현금 급여 방식이 더 선호된다. 세액공제는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이 부여되는 역진성을 갖고 있다. 또한 주로 소득세 감면 형태로 주어지는 조세 혜택의 주수혜자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남성 부양자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다. 한편, 급여지급의 빈도가 수급자의 자원 투자와 배분에 대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한 정책 효과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다. 비정기적인 이전 성격을 갖는 조세 혜택은 정기적 이전소득제도에 비해 소비평탄화 효과가 낮게 나타나며, 따라서 경제적 효과성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자녀양육비용에 대해 사후적으로 한꺼번에 일괄 지불하는 형태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소득 수준별 자녀에 대한 투자 지출의 불평등 완화 효과 역시 크지 않으며, 따라서 중복적 성격의 조세 지원을 아동수당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동수당 선별 지급 결정에 따른 세제 개편안의 후퇴는 이미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정치적 비용이란, 예컨대 소수의 저소득층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에 집중할 경우 광범위한 비수혜 계층이나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부유층으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잃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저해되는 손실을 의미한다.

 

여기서 잠깐, 소득 기준을 적용한 선별적 아동수당 지급 주장을 살펴보자. 지금까지 제안된 소득 기준을 적용한 아동수당 입법안 상당수는 지급 대상을 중위소득의 50~150%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급여체계의 생계급여는 자녀 수나 연령과 무관하게 단순히 가구원 수만 반영하여 급여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저소득 아동에 대한 추가적인 소득 지원은 별개의 제도로 지급 대상 아동을 선별하는 방식 이외에도 가능하다. 현행 생계급여체계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는 자녀의 수와 연령을 반영하여 급여 수준을 결정하고 소득 상한 기준을 충분히 상향 조정함으로써 동일한 대상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맞춤형 개별급여제도로 개편된 것 이외에 사실상 생계급여의 대상 범위는 실질적으로 고정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생계급여체계 조정을 통한 선별적 아동수당제도 도입과 같은 제안이나 유사한 제도 개편 노력이 이제껏 시도되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이러한 정치적 비용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선별비용과 관련하여 최근 IMF는 전 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소득지원, 즉 기본소득제도의 효율성에 주목하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이에 따르면, 자산조사 기반 급여제도의 경우 제한된 정보에 기초하여 선별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을 선별하며 급여를 전달하는 비용의 문제가 최종 수혜 대상의 규모를 최적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보편적 지원을 통해 불필요한 행정·전달비용을 줄이고 수혜 계층의 확대를 이끌어 냄으로써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의 기술 진보와 자동화 또는 경제위기 등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불안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보편적 현금 급여의 소득보장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IMF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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