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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가족에 대한 관점을 가진 제도 및 정책 설계」

  • 작성일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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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다양한 가족의 제도적 수용성 제고 방안(연구보고서 2017-20) 가운데 결론 및 시사점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책임연구자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부연구위원

공동연구진 : 박종서·오신휘·김혜영

 

 

 

1. 가족에 대한 관점을 가진 제도 및 정책 설계

 

제도 검토를 통해 나타난 점들을 바탕으로 보면, 건강보험은 전체적으로 제도 안에 가족에 대한 명확한 범위나 원칙에 따른 접근이 부족해 보였다. 물론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제고 또한 중요하지만 가족에 대한 관점이 뚜렷하지 않아 보였다.

 

또한 모자보건사업과 같이 하나의 사업 내에 각각 가족 수 산정이나 신청권자에서 볼 수 있는 가족의 범위가 상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자보건사업 중 가족 수 산정이 필요한 사업에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영유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는 직계존비속만 포함되는 반면,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과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은 직계존비속에 2촌 이내의 혈족이 추가로 포함된다. 그리고 사실혼 관계는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과 같이 가족 수 산정에는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과 같이 부부가 지원 대상이 되는 경우 사실혼 관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하나의 제도나 정책을 관통하는 가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제도나 정책이 가족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설계될 필요가 있다. 가족의 범위나 정의가 제도나 정책의 발전 배경 또는 필요성에 따라 다르다고 해도 한 제도나 정책 안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기준이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족에 대한 범위 설정이나 그에 대한 근거가 분명해질 것이다. 한 제도 안에 포함된 여러 서비스에 대한 가족 수를 산정할 때 가족의 범위에 대해서도 기준을 설정하고 제도마다 알맞게 현대의 가족을 이해한 가족 범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 제도나 정책에서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그 안에서 가능한 한 열린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2. 기존 제도 및 정책 개선

 

이미 존재하는 정책과 제도에서 다양한 가족의 상황을 이해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도나 정책이 없어서 여러 형태의 가족들이 어려움을 경험한다기보다 가족의 어려움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은 이미 존재하지만 가족의 다양한 상황이나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이나 아이돌봄 지원사업 등은 친정이나 시댁, 또는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한 가족들에게 더욱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이다. 그리고 정책 내용 점검 결과, 다양한 환경의 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없는 경제적, 환경적 상황에 있는 가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 보인다.

 

사회적 자본(social network)이 기본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경험하는 가족들은 이러한 지원에 스스로 다가가는 힘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혹은 지원을 찾아서 어렵게 시도했는데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반복되면,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도 부정적 경험으로 그 제도는 활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가족 형태에서 비롯되는 상황들을 이해하고 제도를 개선하여 도움이 더욱 필요한 가족들이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활용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는 막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신청 절차와 대리 신청에 대한 조건을 간소화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청소년산모 임신 . 출산 의료비 지원사업은 청소년 산모가 사회적 노출을 기피하고 부모와 관계가 단절되는 상황으로 인해 산전관리에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본인 이외에 신청이 가능한 사람은 민법에서 제시하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업 목적 및 배경 사이에서도 괴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가족과의 단절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대리 신청은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것과 같은 모순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는 신청 과정에서의 조건들이 유연하게 다루어지고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욱 현재 명시된 조건들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3. 혼인관계 규정·인정 및 일관성에 대한 고민

 

현재 우리 사회 전통가족의 기본인 혼인한 부부와 관련된 규정과 제도나 정책 안에서 규정의 일관성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해 보인다. 부부관계 규정에서 사실혼 포함을 볼 수 있으나 한 제도나 정책 안에서도 사실혼에 대한 인정이 적용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 등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족 수 산정을 통해 소득요건을 판단할 때에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부부가 대상이 될 때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국민연금에서는 사실혼이 인정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 이 사실혼에 대한 부분은 가족에 대한 관점과 범위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인 동시에 혼인관계에 대한 규정에서 다시 한 번 다루어야 할 문제일 수도 있다.

 

부부가 대상인 지원은 결국 출산과 관계된 지원일 수밖에 없는데 국가가 출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고려한다면, 다른 지원에서는 아니더라도 출산지원에서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는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시에도 법률적 혼인관계가 필요하지만 난임기간 산정에는 사실혼 기간을 포함한다고 규정되어 사실혼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난임기간이라는 것은 시술 지원시에 필요한 정보로 사실혼 관계에서의 임신 시도 인정은 시술비 지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규정이다. 이렇게 난임기간에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고 있지만, 난임부부 지원에서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등 한 제도 안에서 사실혼 관계의 인정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한국은 201710월부터 난임 치료에서 필수적인 시술 과정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본인부담률 30%)하고 있지만(보건복지부, 2017. 10. 26.), 사실혼 관계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교토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사실혼 커플에게도 난임치료 지원을 하고 있고, 이러한 지자체의 본보기와 산부인과 및 당사자 지원단체 등으로부터의 확대 요구 의견과 함께 후생노동선 대신(장관)다양화되고 있는 가족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2018년부터 후생성에서 사실혼 관계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마이니치신문, 2017).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뿐 아니라 다른 제도에서도 가족 수를 산정하는 기준에서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나 직접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사실혼 관계는 지원에서는 제외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혼 관계 자체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어떠한 형태든 지원이나 혜택이 이루어지는 부분에서의 사실혼 관계 인정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더욱 합의되어야 하는 부분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동거관계에 대한 등록을 제도화하는 등의 문제도 사회적으로 지속해서 논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4. 다양한 가족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 설계 및 추가 지원 필요 영역 발굴

 

더 크게는 다양한 가족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 설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본 연구에서 특히 돌봄과 관련된 부분 및 일가족 양립 지원 부분 검토를 통해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주체가 한 가족에 두 명의 성인이 아닌 한 명인 경우를 가정해 보면, 특히 영유아가 있는 환경에서 가족은 생계유지를 위해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누군가가 가족 내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가족 상황에서 한 사람이 일을 하게 되면 맞벌이 부부와 동일한 돌봄 공백이 일어나지만, 소득은 맞벌이 부부의 수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은 맞벌이 가정과 비슷해 보이지만 수입 부족, 혹은 시간 부족 현상이 돌봄 주체가 한 명인 가족에게서 더욱 쉽게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돌봄, 생계 둘 중 하나에 대한 공백이 불가피하지 않도록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양육자가 한 명인 가족에 대한 시간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다양한 가족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추가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심층면접을 통해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부족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공백을 채워 줄 수 있는 방안들을 발굴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특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 부분은 정신건강, 자녀 양육 스킬에 대한 지원 등이다.

 

부모나 아동의 심리적 안정은 아동 발달과 가족생활에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전 배우자(동거자)의 변심, 폭력, 또는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일(임신, 출산, 헤어짐, 폭력 등) 등을 경험한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 심리정서적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원가족에서의 경험 부족,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가족은 자녀 양육에 대한 준비나 기술 습득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자녀 양육 과정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제도 자체에서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심층면접에서 나타난 결과들로 일상생활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더욱 절실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는 제도나 정책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5. 아동이 가족 형태와 배경에 따른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

 

·제도나 정책 설계에서의 이러한 가족에 대한 고민이 궁극적으로 가족 형태에 따라서 아동의 출생이나 성장이 차등화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본다면, 결국 아동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즉 어떠한 특정 가족 유형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기보다, 자녀 양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지원을 분야별로 공고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아동을 중심 기준에 놓고, 그 아동의 양육자가 한 명일 때의 조건, 혹은 두 명일 때의 조건, 또 다른 조건을 가졌을 때의 상황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그 양육자가 돌봄을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는 상황으로, 그리고 그 양육자가 일을 한다면 일과 자녀 돌봄을 동시에 무리 없이 해 나갈 수 있는 상황으로 정책을 설계해 나가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의 정책만이 아니라, 여러 정책 분야의 연계 및 협력 체계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 및 정책적 변화와 함께 다른 한 편으로 가족 형태에 따른 편견 제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사에서 우리 사회에 편견이 있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 또한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해 힘들어하기도 했다. 병원에서부터 아버지가 없으면 입양 계획을 질문한다거나 주민센터에서 담당직원이 기분 나쁜 시선과 함께 큰소리로 미혼모냐고 묻는 등(중앙일보, 2017) 병원이나 기관, 특히 다양한 가족들을 대할 수 있는 곳들에서 우선적으로 편견이나 차별이 사라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을 수 있고, 개인들의 시선은 어디에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족의 유형에 따른 차별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기본적으로 가족구성원 특히 아동은 가족의 유형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노동시장, 교육환경 등에서 일어나는 차별에 대해 금지한다는 것을 명문화하는 것은 법이 지닌 강제성과 상징적인 의미가 더해져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인식조사 결과에서 보았듯이 우리 사회에 차별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에는 다수가 그렇다고 응답하였지만, 응답자 본인 스스로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더욱 많은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도덕적 차원의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스스로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답을 택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러한 우리의 사회 . 문화적 환경에서 차별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차별 금지뿐 아니라 사실혼이나 동거에 대한 증명이 필요할 때마다 확인 작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고, 기본적인 부부관계에 대한 보호와 기초적인 혜택 등을 포함하는 동거관계 인정과 관련된 제도 마련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변화들은 특정 가족들에게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가족과 개개인에 대한 사각지대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결과, 가족에 따른 차이 없이 자녀를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 전체 보기 https://www.kihasa.re.kr/web/publication/research/view.do?division=001&menuId=44&tid=71&bid=12&ano=2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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