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우리나라 건강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을 위해 건강불평등 현 황을 모니터링하고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한 사업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중장기 연구이다. 올해는 1차 연도 연구로서, 2005년 ‘새국민건강증진종 합계획’의 주요 목표로 ‘건강형평성 제고’가 설정된 이후 아직까지도 건 강불평등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데 대한 원인과 대안을 찾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한 전략 모색의 일환으로 건강불평 등에 대한 국민의 경험과 인식을 파악하고 건강불평등 이슈의 정책의제 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였다. 또한 건강불평등의 주요 발생요 인인 의료불평등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파악하고 의료불평등 문제의 효과 적인 모니터링 방안을 도출하였다.
2. 주요 연구 결과
가. 건강불평등 경험과 건강불평등 인식
건강불평등 경험 및 건강불평등 인식과 그 영향요인을 파악하기 위하 여 심층면접조사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건강불평등에 대한 심층면접 조사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건강문제를 주로 개인의 문제로 인식했다 즉, 건강을 사회적 성취에 따른 보상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으 며, 이러한 경향을 띤 경우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서도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강불평등 인식수 준은 주로 박탈수준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 데 교육수준에 따른 격차는 뚜렷하지 않았다. 건강불평등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조사대상자의 80.1%가 사회 경제적 차이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인식하고 있었고, 82.4%는 지역 간 건 강불평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두 가지를 모두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전 체의 69.5%로 조사되었다. 또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건강불평등 인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탈지수에 따른 거주 지역 간 건강불평등 인식의 격차는 심층면접조사에 이어 설문조사에서도 박탈수준이 낮을수 록 건강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 건강불평등의 정책의제화
건강불평등의 지식 전환과 정책의제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연구
자, 정책실무자, 정책결정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건강불평등의 지식 전환에 대한 심층면접조사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건 강불평등 정책의제화 과정에서 지식전환의 당위성에 대해 동의하는 경향 을 보였다. 그러나 지식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면서도, 생산된 연구 근거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점은 지식전환 기반이 미비함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대체로 국내에서 생산된 건강불평등 연구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했는데, 이는 연구 자체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부족 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연구에 대한 수요뿐만 아 니라 현재의 지식을 가공하고 합성하는 데 필요한 지식전환 인프라의 부 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였다. 건강불평등의 정책의제화와 관련해서는 정책의제화를 어렵게 하는 원 인으로 건강불평등의 추상성 및 복잡성, 중재에 대한 근거 부족, 정책 영 역에서의 주변화, 건강불평등이 주는 감정적 불편함 등이 주요하게 언급 되었다. 또한 정책과정에서 부조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건강불평등의 구조적 속성, 장기적·다면적인 중재의 필요성, 정책적 개입을 어렵게 만 드는 행정 구조와 관료주의, 정부의 무관심, 정책 수단과 자원의 제약, 지 방정부의 권한과 역량 부족 등이 꼽혔다.
다. 의료이용불평등 모니터링
의료필요와 의료불평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전문가나 정책 결정자가 아닌 이용자 중심의 시각으로 의료필요를 살펴보았으며, 필요 와 충족의 측면에서 의료불평등을 재해석하였다. 이후 기존 의료이용 지 표의 한계를 보완한 새로운 의료불평등 모니터링 지표를 제안하였다. 다음으로 의료불평등에 관여하는 사회적 결정요인을 살펴보았다. 크게 구조적 요인, 매개요인, 보건의료체계요인, 사회 자본 등으로 사회적 결 정요인을 구분하였으며, 보건의료체계요인에는 건강보장제도, 의료전달 체계, 의료공급자특성, 의료자원분포, 공공보건의료 등을 포함하였다. 마지막으로 의료불평등 모니터링을 위한 자료원을 제안하였다. 의료불 평등 모니터링을 위해 신빙성 있는 자료의 구축은 필수적이다. 기존 자료 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의 기술적 발전들을 반 영한 자료원 구축이 필요하다.
3. 결론 및 시사점
가. 건강불평등 경험과 건강불평등 인식
첫째, 건강불평등 현황과 추이 파악을 위한 모니터링 시 객관적인 건강 불평등 수준 외에 주관적인 건강불평등 인식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 다. 실제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 불평등 인식 수준은 이와 반대로 낮 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건강불평등 인식 측정이 객관적·주관적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건강불평등 인식을 측정하기 위한 타당성 있는 지표 개발과 적절한 조사 방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건강불평등이라는 개념이 갖는 추상성 과 건강불평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라는 점 을 고려하여 보다 심화된 건강불평등 인식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건강불평등 인식 제고를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불평 등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나 소득수준이 낮고 박탈정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이나, 본 연구에서는 취약 집단에서의 문제 인식도가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박탈수준이 낮은 지역에 거 주하는 사람들은 건강불평등의 원인을 사회 구조에서 찾는 반면, 박탈수 준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건강불평등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 과 책임에 돌리고 있어 계층 간 건강불평등의 원인과 발생에 대한 이해가 다름이 확인되었다. 건강불평등이란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지, 건강의 사 회적 책임이 어떻게 중요한지에 대한 정보의 확산이 요구된다.
나. 건강불평등 정책의제화
건강불평등의 정책의제화를 진전시키기 위하여 학계에서는 첫째, 건강 불평등 담론을 구성하기 위한 이념적·이론적·실증적·정치적 논거를 강화 해야 한다. 둘째, 건강불평등 정책의제화와 관련하여 예상되는 정치적 기회에 대 비하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사전 준비를 통해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 계획에 건강불평등에 대한 개별 지표와 목표치를 포함시키고, 그를 달성 하기 위한 전략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인 중재 사례들을 면밀하게 평가 하고, 향후 제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연구자와 실무자, 정책결정자들이 교류하고 상호학습을 할 수 있 는 정책공동체(policy community)를 형성해 건강불평등 의제를 꾸준하 게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는 제도화된 지식전환 과정 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전통적인 의미의 학술적 성과물 발표에 그 치지 않고 정책 공동체를 통해 지식 전환을 촉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식 전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정책결정자의 경우 첫째, 건강불평등 의제가 갖는 정치적 잠재력을 인 정하고, 현재 국내 건강불평등과 관련하여 축적된 다양한 연구 근거를 바 탕으로 적극적인 논거 개발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건강불평등 문제를 지역별 또는 계층별 문제로 축소시키지 않고 보편적 의제로 제시해야 한다. 셋째, 건강불평등의 정책의제화를 위한 지식전환 기반을 마련해야 한 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정책 리뷰 결과를 제공하거나, 건강 불평등 관련 연구근거를 체계적으로 검토하여(systematic review) 지역 의 맥락에 맞게 가공·제공하는 등 연구와 정책결정 사이를 중개(Jones, 2001)하는 연구 관리 전문 기구와 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정부 부처 혹은 공공기관에 근거 중심 문화(evidence culture) 를 조성해야 한다. 결정자의 주관적 판단이나 상명하달의 지시가 아니 라 객관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다. 의료불평등 모니터링
첫째, 의료불평등은 의료이용자-제도-사회적 환경을 포함하는 복잡한 요인 및 과정을 거쳐 발생하기 때문에, 의료불평등의 실제를 제대로 파악 하기 위해서는 의료필요와 충족 측면에서의 이용자 중심 모니터링 체계 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지속 가능하고, 비교 가능하며 간단히 산출 가능한 의료불평등 지표가 필요하다. 셋째, 건강불평등 모니터링을 위한 자료원의 지속적인 보완과 새로운 설계가 요구된다.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되는 안정된 자료원은 바 람직한 모니터링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넷째, 의료불평등의 감소를 위하여 모니터링 결과를 다시 정책에 환류 시켜야 하며, 의료불평등의 사회적 결정요인의 틀에서 제시한 것처럼 사 회정책도 큰 범위에서 의료불평등(정책)의 모니터링과 평가범위에 포함 해야 한다.
*주요 용어: 건강형평성 제고, 건강불평등 경험과 인식, 건강불평등 의제화, 의료불평등 모니터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