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유럽의 출산율 동향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Recent Fertility Trends in Nordic Countries and Their Implications for Korean Society

Abstract

Northern European countries including Sweden, with their Nordic welfare models, have maintained higher fertility rates than other high-income countries. After 2010, however, these Nordic countries had noticeable declines in fertility rates. This trend, which no existing social science theories could predict or explain and which portends the possibility of a long-term decline in birthrates beyond mere delayed childbirths, has prompted researchers in many social-science fields, including demography, to embark on studying the factors driving it. One of the most promising explanations proposed to date is what is known as the “narrative of the future framework,” which suggests that delaying or forgoing childbirth is closely related to the growing uncertainty perceived by individuals. Research on uncertainty narratives provides valuable insights into Korea’s low-fertility issues, as it not only addresses objective factors—such as economic, social, and political conditions—but also sheds light on the effect of individuals’ perceptions of the future on their fertility behavior. In addition, recent research on the correlation between life satisfaction and mental health suggests that improved life satisfaction and better mental health can lead to higher birth rates.

초록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을 기반으로 다른 고소득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북유럽 국가들은 뚜렷한 출산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 사회과학 이론으로는 예측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였으며, 단순한 출산 지연을 넘어 장기적인 출산율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인구학을 포함한 여러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이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논의된 가장 유력한 설명 중 하나는 개인이 체감하는 주관적 불확실성의 증가가 출산 지연 및 포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미래 내러티브 분석틀(Narratives of the future framework)”이다. 불확실성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연구는 객관적인 경제적, 사회적, 정책적 조건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개인의 출산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울러 최근 발표된 정신건강과 출산 간의 상관관계 연구는 청년층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의 개선이 출산율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 들어가며

인구의 자연 증감은 출산과 사망으로 결정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망률이 과거보다 크게 감소했으며, 특히 영아와 유아 사망률은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에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인구 자연 증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출산율의 변동이다. 출산율은 사망률과 비교할 때 정책 변화, 사회적 가치관, 인식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의 영향을 폭넓게 받기에 여러 사회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로 다루어진다.

최근 인구학자를 비롯한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2010년 이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Nordic Countries)에서 관찰된 출산율 감소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현상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북유럽 전역에서 나타났으며, 기존의 인구학 및 사회학 이론으로는 이러한 장기적인 감소 추세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그동안 북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인구학적 변동(Demographic Transitions)의 선두주자로서 연구되었기에, 최근 북유럽의 출산율 감소 동향은 북유럽 학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이슈 분석은 2010년 이후 스웨덴과 북유럽에서 나타난 출산율 감소 현상의 배경과 이와 관련된 기존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관련 논의가 대한민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한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다른 고소득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며, 20년 넘게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문제를 경험한 대한민국 사회에 흔히 ‘모범 사례’로 소개되곤 했다. 따라서 북유럽 사회의 최근 출산율 동향을 소개하고, 이 현상이 대한민국 사회에 가지는 의의를 논의하는 것은 그 시의성이 충분하다. 본문에서는 먼저 20세기 후반 북유럽 국가들의 출산율 동향을 개관한 뒤, 2010년 이후 나타난 출산율 하락 추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어서 이번 변동의 주요 특징 및 원인과 관련된 선행연구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뒤, 결론에서는 최근 북유럽 출산율 동향에 관한 논의가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한다.

2.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 동향

가. 2010년도 이전 스웨덴과 북유럽 국가 출산율 동향

[그림 1]은 북유럽 5개국(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의 1970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50여 년간 합계출산율(TFR: Total Fertility Rate) 변동을 보여 준다.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북유럽 4개국은 유사한 출산율 변동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합계출산율은 대체로 1.5명에서 2명 사이에서 소폭 변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다른 북유럽 국가보다 상당히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으며, 2010년도 이전까지는 대부분 기간 동안 대체출산율(Replacement-Level Fertility, 한 국가 혹은 사회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로 대략 2.1명)을 상회하는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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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북유럽 5개국 합계출산율 추이, 1970~2023년
GSSR-32-1-104_F1.tif

출처: “Total fertility rate: Norway, Denmark, Finland, Iceland, Sweden”. Human Fertility Database. 2024. https://www.humanfertility.org

2010년 이전에도 북유럽 국가들은 대략적으로 비슷한 출산율 흐름을 보여 주었다. 1970년대 초반의 합계출산율 감소나 1980년대의 완만한 반등, 1990년대 초반의 감소 이후 2000년대 초반 다시 완만하게 반등하는 출산율의 흐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북유럽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국가별로 그 변동 폭은 달랐는데, 예컨대 스웨덴의 경우 1980년대에 대체출산율을 웃도는 수준의 상대적으로 높은 합계출산율을 보였으나, 1990년대 초반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인해 합계출산율이 1990년 2.14명에서 1999년 1.51명으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2010년도 이전까지 북유럽 국가들의 출산율은 평균적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합계출산율 평균이 2000년대 1.7명 수준을 유지한 반면(OECD, 2024), 북유럽 5개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8명에서 2.0명 사이에서 소폭 변동하였고, OECD 국가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선행연구는 이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보장하고, 육아 부담의 탈가족화와 더불어 성평등을 지향하는 노동 시장 정책과 사회 보장 정책의 영향 때문으로 평가했다(Hoem, 2005). 물론 해당 정책들이 출산율 제고만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이상적인 자녀수로 인식되는 2명의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2명의 자녀를 2년 이내의 터울로 낳을 경우, 경력 단절로 인한 육아 수당 지급액 감소 불이익을 줄여 주는 제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Andersson et al., 2006).

나. 2010년 이후 북유럽 5개국 출산율 감소

다른 고소득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은 2010년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출산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 전후로,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와 2008년 전 세계로 확산된 글로벌 금융 위기(The Great Recession) 이후다. 구체적인 합계출산율 수치로 하락 폭을 살펴보면, 노르웨이는 2009년 1.98명을 기록한 합계출산율이 2023년 1.45명으로, 덴마크는 2008년 1.89명에서 2023년 1.50명으로, 스웨덴은 2010년 1.99명에서 2023년 1.45명으로, 핀란드는 2010년 1.87명에서 2023년 1.32명으로, 아이슬란드는 2009년 2.23명에서 2023년 1.59명으로 하락했으며 덴마크를 제외한 4개국에서 합계출산율이 0.5명 이상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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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005년 이후 북유럽 5개국과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 변동 추이
GSSR-32-1-104_F2.tif

출처: “Total fertility rate: Norway, Denmark, Finland, Iceland, Sweden”. Human Fertility Database, 2024, https://www.humanfertility.org; “OECD Data Archive”, OECD, 2024, https://www.oecd.org/en/about/oecdarchives.html

2012년 이전에는 5개국의 합계출산율이 모두 OECD 회원국 평균을 상회했으나, 2021년 기준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인다. 물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 일부 국가와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북유럽 국가들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산율 하락 추세는 2000년대 후반 이후 꾸준히 지속되었다. 2021년에는 전 지구적 영향력을 미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영향으로 합계출산율이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COVID-19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난 2022년과 2023년에는 모든 북유럽 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다시 하락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2021년 반등 폭이 미미했지만 이후 꾸준한 출산율 하락세를 보이며 2020년 이후에는 덴마크보다 낮은 합계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출산율의 감소는 출생 아동 수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예컨대 스웨덴의 경우 2023년 출생 아동 수는 2003년 이후 최저 수치를 기록했고, 스웨덴 통계청은 출생 아동 수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인해 스웨덴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능가하는 인구 자연 감소(Natural Population Decrease)를 경험할 수도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학령기 아동의 수 역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Statistics Sweden, 2024).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공식 통계에서 관찰되는 출산율 감소는 기간합계출산율(Period Total Fertility Rate)의 감소이다. 기간합계출산율은 연령별 출산율(Age-Specific Fertility Rate)이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여성 한 명이 평균적으로 가임기(Reproductive Age, 일반적으로 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동의 수이기 때문에, 실제로 가임기를 마친 출생 코호트의 평균 출생 아동 수인 코호트 합계출산율(Cohort Total Fertility Rate)과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10년도 이후 관찰된 북유럽의 합계출산율 감소는 기간합계출산율뿐만 아니라 코호트 합계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ellstrand et al.(2021)에 따르면 2010년도 이후 출산율 감소는 단순한 출산의 연기(Postponement)를 넘어 코호트 합계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구체적으로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파른 코호트 합계출산율 감소가,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나머지 국가들보다 미미한 코호트 합계출산율 감소가 예측 된다. 또 한 가지 특징적인 현상은, 과거 1990년대의 출산율 감소가 상대적으로 높은 출생 순서(higher birth order)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면, 2010년도 이후의 출산율 감소는 출산을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인구(Childlessness)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이다(Hellstrand et al., 2021). 그동안 북유럽 국가가 인구학적 추세의 선두주자였음을 감안한다면, 코호트 출산율의 감소와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인구 비중 증가 추세는 북유럽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Norlén et al., 2024).

3. 북유럽 출산율 감소 원인에 관한 최근 연구 동향

2010년도 이후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는 최근 몇 년간 인구학계는 물론 다양한 사회과학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최근 몇 년간 발표된 연구 내용 중 중요한 내용을 선별해서 소개하고 그 의의를 간략하게 논의한다.

가. 기존 이론의 한계

첫 번째로 주목할 내용은 2010년도 이후 북유럽의 출산율 감소가 기존의 인구학 혹은 사회학 이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출산율 감소 추세의 시작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로 보이지만, 경제위기의 영향력은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에서 제한적이었다(Comolli et al., 2021). 예컨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28개 국가의 251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률 증가는 출산율 감소와 강한 상관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북유럽의 경우 그 상관관계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Matysiak et al., 2021). 따라서 거시경제적 변화 혹은 경기변동만으로는 2010년도 이후 북유럽 국가에서 나타난 출산율 감소를 설명하기 어렵다.

거시경제적 변화만큼이나 출산율 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요인은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복지제도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장려하고, 육아 부담의 탈가족화 및 사회적 분담을 보장하며, 보다 성평등한 육아 분담을 장려하는 북유럽식 사회복지제도 모델은 북유럽 국가들이 다른 고소득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Hoem, 2005). 비록 2000년대 후반 경제위기 전후로 북유럽 국가들에서 사회 보장 제도의 부분적 축소 혹은 변화가 나타나지만(Comolli et al., 2021), 이것이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하기는 어렵다(Neyer et al., 2022). 특히 2010년대 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장려하는 정책과 육아 부담의 사회적 분담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은 뚜렷하게 후퇴했다고 볼 근거가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하락이 관찰되었다.

출산율 감소가 이미 혼인(marriage)이나 동거 및 사실혼(cohabitation) 관계에 있는, 달리 말하면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있는 인구 집단의 출산력 감소 때문인지 혹은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있는 인구 집단 규모의 변화, 혹은 파트너십의 존속 가능성 변화 때문인지에 관한 논의도 있다. 예컨대 Hellstrand et al.(2022)은 2010년대 핀란드 출산율 감소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혼인율과 동거율의 감소, 혼인 및 동거 관계 해체율 증가가 출산율 감소를 일부 설명하지만, 이로 인해 설명되지 않는 부분, 즉 이미 혼인 혹은 동거 관계에 있으면서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있는 인구 집단의 출산 지연 혹은 포기가 출산율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결론 내렸다. 다른 북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파트너십의 변화로 인해 출산율 하락 가설 역시 최근 북유럽 출산율 동향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나. 불확실성과 출산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이처럼 거시경제적 변화, 정책적 변화, 혹은 파트너십의 변화만으로는 2010년 이후 북유럽의 출산율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밝혀지자 불확실성이 출산 의향 및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한 관점이 새로운 설명으로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Vignoli, Bazzani et al.(2020)은 이를 “내러티브 분석틀” 혹은 “미래 내러티브 분석틀(Narratives of the Future Framework)” 이라고 설명하는데, 내러티브 분석틀 이론이 주장하는 바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인 이론들은 과거와 현재의 객관적인 조건들이 출산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설명하고 있으나, 이러한 구조적 제약만으로 출산 결정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둘째, 현대 사회의 급격한 사회 변동과 전 세계적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한 근본적인 불확실성의 증가는 출산 결정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며, 개인들은 과거 경험과 현재의 구조적 제약을 바탕으로 기대(expectation)와 상상(imaginaries)을 형성하고, 내러티브는 기대와 상상을 결합하여 행동 가능한 실천 계획을 제공한다. 셋째, 개인들은 내러티브의 도움을 받아 출산 결정을 비롯한 미래지향적 의사결정을 내린다.

내러티브 분석틀 이론에 따르면, 구조적 제약이나 객관적 조건을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개인들의 출산 결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확실성을 측정하고, 불확실성과 출산 결정의 연관관계를 실증적으로 연구하려는 노력과 어떤 개인적 특성 혹은 사회적 조건이 이 관계를 조절하는지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 실제로 노르웨이와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내러티브 분석틀을 바탕으로 한 실증 연구들은 불확실성과 출산 의향(fertility intention) 간의 뚜렷한 인과관계 혹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Comolli & Vignoli, 2021; Vignoli et al., 2022).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실제 거시경제적 환경과 노동시장의 상황이 긍정적일 때에는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반대로 실제 거시경제적 환경과 노동시장의 상황이 부정적일 때에는 긍정적인 내러티브가 출산 의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Vignoli et al., 2022). 만약 이 연구 결과가 일반화될 수 있다면,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출산에 제약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각종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미래 상황이 긍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 내러티브를 생성하고, 이를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내러티브 분석틀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실험이나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 연구방법(Comolli & Vignoli, 2021; Vignoli et al., 2022)에 주로 의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대규모 설문조사들이 불확실성의 중요성을 간과했기에, 개인들이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불확실성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추후 한국 사회에서 실시되는 사회 조사에서 다양한 측면의 불확실성에 관한 질문을 추가한다면 내러티브 분석틀이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지 실증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정신건강과 출산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마지막으로, 청년 인구의 정신건강(mental health)이 출산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최근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정신건강과 출산의 관계는 주로 결혼, 이혼, 출산 등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위주로, 달리 말하면 정신건강이 각종 인구학적 사건으로 인한 종속변인으로서 연구되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는 몇몇 최신 연구는 주관적 웰빙 혹은 정신건강이, 불확실성이 출산 의향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 조절변수로 작용하거나, 출산 의향 혹은 출산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

예컨대 Vignoli, Mencarini et al.(2020)은 유럽 사회 조사(European Social Survey)에 참여한 22개 국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관적 웰빙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단기 출산 의향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 조절변인으로 작용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고용 불안정성이 출산의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주관적 웰빙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만 유의미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동일한 경제적 조건에 노출되었다고 할지라도, 개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에 따라 해당 조건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Carlsson and Kim(2024)은 주관적 웰빙보다 조금 더 직접적인 정신건강의 척도로서 사회적⸱감정적 외로움 및 우울감이 단기 출산 의향과 긍정적 출산 의향의 실현에 미치는 영향을 Generations and Gender Survey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우울감은 노르웨이 여성의 긍정적 출산 의향 응답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로움과 우울감은 스웨덴 여성이 긍정적인 출산 의향을 3년 내에 실현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정신건강이 출산 의향 및 출산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찬가지로 Kailaheimo-Lönnqvist et al.(2024) 역시 우울증이 핀란드의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남녀 인구집단의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본인의 우울증은 물론 배우자의 우울증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구는 핀란드 청년 인구의 우울증 유병률 증가와 출산율 감소 추세 사이의 상관관계를 배경으로 진행된 연구로, 정신건강의 변동이 출산율 변동을 야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연구 결과는 연관관계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정신건강과 출산 의향 혹은 출산율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Carlsson and Kim(2024)Kailaheimo-Lönnqvist et al.(2024)의 연구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연구의 함의가 다른 사회에서도 유효한지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해당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물론 불안감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가 출산력과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성립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나가며

지금까지 북유럽 국가에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관찰된 출산율 감소 추세를 분석하고, 그 원인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을 살펴보았다. 전통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은 출산 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보장하고, 성평등한 육아와 육아 부담의 탈가족화를 지원하는 성평등 노동정책과 사회정책을 통해 다른 고소득 국가들보다 높은 출산율을 유지해 온 사례로 자주 언급되었다. 이러한 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2010년 이후의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는 인구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되어 왔다.

출산율 감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사회 구성원, 특히 가족을 형성하고 첫 출산을 경험하는 청년층이 겪는 불확실성과 같은, 기존 이론에서 간과된 요인들에 주목하고 있다. 북유럽 사회의 경험과 최근 연구 결과는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도 다음과 같은 주요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2010년 이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출산율이 감소했다는 사실이 위에서 언급한 성평등한 노동정책과 육아 부담의 탈가족화를 지향하는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북유럽 지역에서 해당 정책들의 후퇴가 같이 발생했다면 출산율은 추가로 감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발표된 신뢰할 만한 학술 연구 중 성평등 노동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을 유지한 것이, 혹은 해당 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육아 부담의 사회적 분담이 출산율 하락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하는 연구는 없다. 나아가 성평등 노동정책과 육아의 사회화 및 성평등한 육아를 장려하는 정책들은 현재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육아를 경험하는 모두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정책들이 출산율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기대했던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축소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북유럽 출산율 감소를 설명하기 위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 사회 저출산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와, 이에 관한 정책적 대응은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불확실성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러티브 분석틀 이론이 가진 함의를 한국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실증 연구가 추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한국 사회에서도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확실성이 출산 결정의 지연(Postponement) 혹은 포기(Abandonment)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지닌다면, 사회가 구성원들의 불확실성 해소, 혹은 불확실성이 출산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객관적인 사회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오히려 긍정적인 내러티브가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Vignoli et al., 2022) 출산 결정의 지연 혹은 포기를 야기하는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 출산 및 양육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조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육아를 통해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내러티브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청년층의 정신건강 향상이 장기적으로 출산율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건강과 가족 형성 및 출산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 기존에는 정신건강이 가족 형성과 출산의 종속 변수로 주로 연구되었지만, 최근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연구들은 우울감 등 정신건강 문제가 출산 의향과 실제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한다. 국내에서도 주관적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이 가족 및 출산 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연구한다면, 저출산 문제를 이해하고 적절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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