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살예방 정책의 추진 동향Implementation Trends in Germany’s Suicide Prevention Policy

1. 배경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 Statistisches Bundesamt)에 따르면 최근 독일의 자살 사망자 수는 증가 추세다. 최신 통계인 2023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04명으로, 2022년(1만 100명)보다 1.8% 증가했다. 지난 10년 평균(9664명)보다 6.6% 높은 수치다(Destatis, 2024). 2020년 2월 연방헌법재판소(BVerfG: Bundesverfassungsgericht)가 영업상의 조력자살을 금지한 형법전 제 217조를 위헌으로 선언한 이후(BVerfG, 2020) 연방 차원의 자살예방 정책 및 자살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고, 자살 사망자 수의 증가가 확인되면서 이러한 요구는 한층 힘을 얻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연방보건부(BMG: Bundesministerium für Gesundheit)는 2024년 4월 30일 연방 차원의 ‘국가 자살예방 전략’(Nationale Suizidpräventionsstrategie) 을 발표했고(BMG, 2024a), 이어 2024년 5월 2일 자살예방 이행전략을 공개하며 자살예방 정책의 방향을 구체화하였다(BMG, 2024b). 법제화 노력도 뒤따라 2025년 2월 19일 연방정부는 국가 자살예방 강화 법률안(Entwurf eines Gesetzes zur Stärkung der nationalen Suizidprävention)을 제출하였고, 연방 차원의 전문기관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법제도적 틀을 제시했다(Bundesregierung, 2025). 아래에서는 국가 자살예방 전략과 이에 대한 이행전략, 그리고 국가 자살예방 강화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검토해 독일 자살예방 정책의 추진 동향을 살펴본다.

2. 국가 자살예방 전략

국가 자살예방 전략은 자살이 예방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최근 자살 사망 증가세를 반전시키려면 목표집단별 정밀 대응, 기존 자원의 연계・조정, 근거 기반 개입의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BMG, 2024a). 전략은 아래와 같이 ① 건강 문해력・역량 강화, ② 심리사회적 상담・지원의 전국적 확충과 연계, ③ 자살예방의 네트워킹 및 조정의 세 가지 추진 영역으로 구성된다. 모든 분야의 조치가 과학적 근거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연구・평가’를 공통의 횡단 과제로 설정했다.

첫째, 건강 문해력・역량 강화 영역은① 인식・태도・지식, ② 도움 필요성의 조기 발견과 연계로 나뉘어진 두 하위 영역으로 구성된다. 인식・태도・지식 영역의 주요 조치는 국민이 위기 신호와 도움 경로를 쉽게 찾고 이해・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 단일의 정보 웹 사이트를 구축하고, 정신질환・중독・죽음・자살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금기를 줄이는 대국민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자극적 보도로 인한 자살 모방 효과를 낮추기 위해 책임 있는 보도 가이드라인을 보급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조치 또한 포함된다. 도움 필요성의 조기 발견과 연계 영역의 주요 조치는 자살 위험 신호를 가장 먼저 접하기 쉬운 보건・돌봄・응급・교육 등 게이트 키퍼 직군을 대상으로 온라인 표준 교육 체계를 마련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아울러 직능별 자격 교육과 의학・임상 진료 지침에 자살예방 내용을 반영하고, 성소수자 등 차별 경험 집단과 아동・청소년 등 취약집단을 위한 맞춤 지침을 개발・적용하는 조치 또한 포함된다.

둘째, 심리사회적 상담・지원의 전국적 확충과 연계 영역은 ① 전화・온라인 상담, ②위기대응 서비스 구축 및 지원 체계 연계로 구성된 두 하위 영역으로 세분화된다. 전화・온라인 상담 분야는 전화・채팅・온라인 상담의 접근성과 품질을 높이고, 제공 기관 간 정례적 교류와 공통 품질 기준을 통해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위기대응 서비스 구축 및 지원 체계 연계 분야는 지역 지원서비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용자가 거주지와 상황에 맞는 지원으로 곧바로 연결되도록 하며, 각 연방주의 24시간 위기서비스를 전국으로 보편화해 응급・구급 체계 및 현장 대응의 연계・표준화를 추진한다. 아울러 전국 단일 번호 개념을 설계해 발신지 등에 따라 해당 연방주・지자체 서비스로 신속히 자동 연결되도록 한다.

셋째, 자살예방의 네트워킹 및 조정 영역에는 연방 차원의 조정・역량센터를 설치해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고, 중앙 웹포털과 미디어 가이드를 상시 관리하는 조치가 포함된다. 이 센터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조치를 개발・확산하고 품질 기준과 표준을 제시하며, 게이트키퍼를 대상으로 자문과 전문적 지도를 제공한다. 또한 자살 및 자살시도 등 핵심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연례 이행 보고서를 발간하고, 연방・주・지자체・민간・학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운영해 정책 자문과 입법 제안을 뒷받침한다.

3. 국가 자살예방 이행전략

국가 자살예방 전략이 큰 틀에서 세 가지 추진 영역을 제시했다면 이행전략은 각 분야에서 무엇을 어떻게, 어떤 우선순위로 추진할지를 제시하는 실행 로드맵이다. 이행전략의 목표는 제한된 자원으로 자살 사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① 고위험군에 우선 초점을 두며, ②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조치를 최우선으로 적용하고, ③ 그 밖의 타당한 보완 조치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세 갈래 접근을 제시한다(BMG, 2024b).

첫째, 독일의 자살 고위험군은 고령 남성층, 정신질환자, 자살시도 유경험자로 규정된다.1) 이에 따라 이행전략은 이들을 겨냥한 인식개선・탈낙인 캠페인을 강화하고, 가정의・병원・요양시설・노년층커뮤니티・완화의료・호스피스 등 고령층이 자주 이용하는 현장을 적극 활용하며, 비뇨기과와 남성 중심의 여가・스포츠 공간 등 남성의 주요 이용 장소도 전략적으로 공략할 것을 권고한다. 아울러 정신의학・심리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 자살예방에 기여하므로 특히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치료・돌봄 경로를 보강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더 나아가 자살시도 후의 의료 접촉 과정을 표준화해 응급실이나 비정신과 병원에서 신체적 처치로만 끝나지 않도록 하고, 정신의학, 심리치료 관련 지원으로 이어지게 하는 연계 체계를 개발하여 전국에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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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국가 자살예방 전략의 주요 내용
행동 영역 하위 영역 주요 내용
1. 건강 문해력・역량 강화 1.1 인식・태도・지식 전국 단일 정보 웹사이트 구축 및 정신질환・중독・죽음・자살 관련 사회적 낙인・금기 완화 캠페인
1.2 도움 필요성의 조기 발견・ 연계 게이트키퍼 직군(보건・돌봄・응급・교육 등) 대상 온라인 표준 교육 체계 마련 및 전국적 확산
2. 심리사회적 상담・지원의 전국적 확충과 연계 2.1 전화・온라인 상담 전화・온라인 상담의 접근성・품질 강화 및 공통 기준 마련을 통한 서비스 격차 해소
2.2 위기대응 서비스 구축・지원 체계 연계 지역 지원서비스 DB 구축 및 맞춤형 신속 연계, 24시간 위기서비스 전국 보편화와 응급・현장 대응 표준화 추진
3. 자살예방 네트워킹 및 조정 연방 차원의 조정・역량센터 설치 통해 전략 커뮤니케이션 총괄 및 중앙 웹포털・미디어 가이드 관리
* 공통 횡단 과제: 각 영역에 대한 연구 및 평가

둘째, 이행전략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조치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수단 접근 제한을 제시한다. 이는 자살시도에 사용되는 수단과 장소에 대한 접근을 물리적・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독일에서는 특히 진통제의 소포장・판매 관리, 농약 접근성 관리, 교량・고층건물・철길건널목 등 고위험 장소의 구조 개선과 접근 통제가 핵심으로 꼽힌다. 이행전략에 따르면 예방효과가 확인된 우울증 치료 또한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국내에서 실제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살 방법과 고위험 장소를 시의적절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적 근거에 따라 가명화된 전국 자살등록부를 구축하고, 상시 분석을 통해 새로운 위험군과 변화하는 자살 방법 및 고위험 장소를 조기에 식별하여 이에 적합한 수단 접근 제한 조치를 신속히 적용 할 것을 권고한다.

셋째, 이행전략은 다양한 보완적 조치를 제시한다. 우선 연방・주・의료・복지・민간 등 다양한 행위자 간 협력과 조율을 총괄하는 연방 차원의 역량・조정센터 설치를 권고한다. 또한 바이에른과 베를린에서 이미 운영 중인 24시간 위기서비스를 전국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체계로 확대하고, 전국 단일 번호(예: 113)를 마련해 신속한 연결이 보장되도록 권고한다. 아울러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전국 웹사이트를 상시 운영하고, 모든 자살예방 조치를 지속적으로 과학적 평가에 부치며, 부처 간 과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자살예방법 제정을 통해 기본 틀을 규정할 것을 제안한다.

4. 국가 자살예방 강화 법률안

국가 자살예방 강화 법률안은 자살시도 및 자살예방에 관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의 신설을 규정한다.2) 자살예방법은 국가 자살 예방 전략 및 이행전략의 법률화를 통해 자살예방 체계를 제도화하고 강화함으로써 모든 연령대의 자살시도와 자살을 가능한 한 미연에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제1조). 특정 직업군의 안내 의무(제3조), 자살예방을 위한 연방 전문기관 설치(제4조∼제5조), 자문위원회 설치 및 기능(제6조∼제11조), 연방보건부의 전문기관 및 자문위원회 활동 보고 의무(제14조) 등이 규정되어 있다.

먼저 제3조에 따르면 의사・정신치료사・간호사・조산사・응급구조사 등 의료인, 심리학자, 공인 상담사, 사회복지사・사회교육사, 학교・대학 교원 등 특정 직업군 종사자는 직무 수행 중 명백한 자살 위험을 인지한 경우 해당 당사자를 연방・주・지자체 등 공공 및 기타 자살예방 주체가 제공하는 정보・상담・지원으로 안내해야 한다.

다음으로 제4조에 따라 연방보건부 산하에 자살예방을 위한 연방 전문기관을 신설한다. 이 전문기관은 제5조가 정한 사무를 수행하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상 집단별 자살예방 정보의 개발・공개, 전국・광역 상담・지원 서비스 목록과 중앙 웹포털 구축 및 상시 갱신, 수단 접근 제한을 위한 실행 구상 수립, 24시간 전국 통일 위기 전화 ‘113’의 도입・운영 구상과 발신지 기반의 지역 위기서비스로 즉시 연계되도록 하는 설계, 기존 전화・온라인 상담의 확충・개선 구상, 자살예방・조력자살 등에 관한 연구 및 근거 축적, 자살에 대한 지속적 감시체계의 설계・운영과 사망 원인 파악 고도화를 위한 전국 통일 사망진단서 양식 마련, 전국 자살 등록부 도입 필요성 분석 및 설계 등이다.

또한 제6조에 따라 자살예방 단체, 당사자・유가족 단체, 학계, 경찰・구급 대표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설치한다. 자문위원회는 수단접근 제한의 실행 구상, 전화・온라인 상담의 고도화와 접근성 개선, 게이트키퍼 교육 등과 관련된 자문과 더불어, 자살 감시체계의 설계・보고와 자살등록부의 도입 필요성 검토 등에 대해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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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법의 주요 내용
조문 주요 내용
제1조 (목표) 전 연령층의 자살시도와 자살을 미연에 방지
제3조 (특정 직업군의 안내 의무) 의사, 정신치료사, 간호사 등은 직무 중 명백한 자살 위험을 인지한 경우 당사자를 공공・민간 자살예방 정보・상담・지원으로 안내해야 함
제4조 (연방 전문기관 설치) 연방보건부 산하의 자살예방 전문기관 신설
제5조 (연방 전문기관의 사무)
  • 대상 집단별 자살예방 정보 개발・공개

  • 전국 상담・지원 서비스 목록 및 중앙 웹포털 구축・갱신

  • 수단 접근 제한의 실행 구상 수립

  • 24시간 전국 통일 위기 전화 ‘113’ 도입・운영 구상 및 지역 위기서비스 연계 설계

  • 전화・온라인 상담 확충・개선

  • 자살예방・조력자살 관련 연구 및 감시체계 운영

  • 사망진단서 양식 표준화 및 전국 자살등록부 도입 필요성 검토

제6조 (자문위원회 설치) 자살예방 단체, 유가족 단체, 학계, 경찰・구급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설치
제14조 (보고 및 평가 의무) 연방보건부는 3년마다 전문기관 및 자문위원회 활동을 연방의회에 보고하고, 시행 조치의 효과를 과학적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함

연방보건부는 이러한 연방 전문기관 및 자문위원회의 활동에 대하여 제14조에 따라 3년마다 연방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전문기관이 시행한 조치의 효과를 과학적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5. 맺음말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은 국가 자살예방 전략, 이행전략, 법률안으로 이어지는 자살예방 정책의 제도화를 통해 자살 사망자 수 감소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제도화 노력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연방 전문기관을 신설해 이들에게 법정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 전문기관이 정책을 한 곳에서 설계・조정하고 지역 자원을 연계하며, 연방・주・지자체・민간・학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우리나라 자살예방 정책의 협력체계 실효성과 연계의 일관성을 높이는 데 참고가 된다.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한국 27.3명(통계청, 2024), 독일 12.2명으로 한국이 약 2.2배 높다(Destatis, 2024). 한국은 2011년부터 자살예방법을 통해 국가・지자체의 책무 등 법적 기반을 갖추고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여전히 높은 자살률이 지속되고 있다. 법제화 시도는 한국보다 늦었지만, 독일이 자살예방 정책 설계와 거버넌스를 과학적 근거에 따라 체계화하며 촘촘히 추진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참조할 필요가 있다.

Notes

1)

이행전략은 2021년 통계를 근거로 전체 자살의 약 75%가 남성에게서 발생하고 연령이 높을수록 자살률이 상승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특히 고령 남성을 핵심 고위험군으로 제시한다. 또한 자살 사망자의 50~90%가 진단 여부와 무관하게 우울증・정신병성장애・중독・성격장애 등 정신질환을 동반했다는 사실, 그리고 학술 연구에서 과거 자살시도 경력이 향후 자살행동의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확인된 점을 들어 정신질환자와 자살시도 경험자를 고위험군으로 지목한다.

2)

국가 자살예방 강화 법률안은 자살예방법의 신설과 더불어 사회법 제5권(SGB V)의 개정을 포함하는 일괄 법률로, 법률안의 핵심은 신설되는 자살예방법에 있다.

References

1. 

통계청. (2024).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 https://nsp.nanet.go.kr/plan/subject/detail.do?nationalPlanControlNo=PLAN0000048847 .

4. 

Bundesregierung. (2025). Entwurf eines Gesetzes zur Stärkung der nationalen Suizidprävention. https://dserver.bundestag.de/btd/20/149/2014987.pdf .

5. 

BVerfG. (2020). Urteil des Zweiten Senats vom 26. Februar 2020 - 2 BvR 2347/15. https://www.bverfg.de/e/rs20200226_2bvr234715 .

6. 

Destatis. (2024). Präventionstag gegen Suizid: Jeder 100. Todesfall in Deutschland ist ein Suizid. https://www.destatis.de/DE/Presse/Pressemitteilungen/2024/09/PD24_N046_23211.html?templateQueryString=suizidr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