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역사적으로 미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바우처 및 사회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현금 급여 정책은 다소 제한적으로, 특히 1996년 복지개혁 이후 그 비중이 대폭 감소했다(Shapiro et al., 2020). 2025년 현재 대표적인 현금성 및 현금급여 정책으로는 세금 정책인 근로장려금(EITC: Earned Income Tax Credit)과 자녀장려금(Child Tax Credit, CTC), 그리고 빈곤 가정을 위해 최대 5년간의 일시적 현금 급여를 제공하는 TANF(Temporary Assistance for Needy Families) 가 있다.
현금 급여 정책을 최대한 배제하려던 과거의 정책 동향과 달리 2020년대에 정치·사회적 맥락이 변화함에 따라 보장소득과 같은 현금급여 정책에 대한 관심이 미국 전역에 크게 퍼졌다. 이러한 변화의 주요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기존 사회안전망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확산되었다는 점이 있다. 연방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일정 소득 이하의 국민에게 경제충격완화지급금(Economic impact payments)을 지급하였는데, 이는 ‘조건 없는 현금 지원’의 정책적 실효성을 일부 입증하는 사례로 작용 하였다(Johnson & Roberto, 2020; Mattingly et al., 2021).
이후 미국 전역에서 도시 및 주 단위의 보장소득 파일럿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되었다(Doussard, 2024). 특히 2021년 도입된 American Rescue Plan Act(ARPA)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는데, 연방정부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및 지역사회 회복 지원을 위해 지방정부에 총 35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보장 소득 파일럿 프로그램에 투입되었다(Institute on Race, Power, and Political Economy, 2024;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2025). 2025년 기준 현재 미국 전역에서 총 32개의 보장소득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 중 15개의 파일럿 프로그램1) 이 최종 결과 보고 혹은 중간보고 리포트를 발행하였다(Stanford Basic Income Lab, n.d.; Tubbs et al., 2024). 이 글에서는 이러한 보장소득 실험의 동향을 살펴보고,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정책적 효과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자 한다.
2. 보장소득의 정의 및 정책 내용
보장소득은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에 대해 특별한 조건이나 근무요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일컫는다. 모든 개별 사회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과 달리 보장소득은 사회 구성원 중 특별한 필요가 있는 개인 혹은 집단을 정책적 대상으로 삼는다는 차이가 있다(Kline, 2022). 보장 소득은 저소득층이 소득 보고, 근로 요건 등 복지제도 신청 과정에서 요구되는 행정적 복잡성과 부담스러운 자격 요건을 피할 수 있게 하면서도 동시에 빈곤으로 인한 예기치 않은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Ghuman, 2022).
<표 1>에 나와 있듯이 미국 내에서 진행된 32개의 보장소득 실험은 지급액의 수준과 기간, 수급 자격 요건 등이 매우 상이하다. 가구당 월 지급액은 25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다양하였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간 지급되었다. 수급 자격 요건으로는 소득 수준과 주거지, 직업, 주택 소유 여부, 가족 구조 등 다양한 기준을 두고 있으며,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예술가 등 특수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참여 인원 역시 프로그램 마다 상이한데, 100명 내외의 소규모 파일럿이 대부분이나 예외적으로 로스앤젤레스의 BIG:LEAP와 뉴욕시의 The Bridge Project가 각각 3200명, 1300명으로 시행되었다(Stanford Basic Income Lab, n.d.).
표 1
미국 내 보장소득 실험의 주요 내용
| 지역 | 참여 인원 (명) | 월 지급액 (달러) | 총 지급 기간 |
|---|---|---|---|
| 알렉산드리아 | 170 | 500 | 2년 |
| 애틀랜타 | 275 | 500 | 1년 |
| 볼티모어 | 200 | 1,000 | 2년 |
| 버밍햄 | 110 | 375 | 1년 |
| 케임브리지 | 130 | 500 | 1.5년 |
| 컬럼비아 | 100 | 500 | 1년 |
| 더럼 | 109 | 600 | 1년 |
| 게인즈빌 | 115 | 첫 달 1000 지급 후 600 | 1년 |
| 이타카 | 110 | 450 | 1년 |
| 로스앤젤레스 | 3,200 | 1,000 | 1년 |
| 로스앤젤레스 부스트 | 251 | 1,000 | 1년 |
|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 1,198 | 1,000 | 3년 |
| 루이빌 | 150 | 500 | 1년 |
| 매디슨 | 155 | 500 | 1년 |
| 마운트버넌 | 200 | 500 | 1년 |
| 마운틴뷰 | 166 | 500 | 2년 |
| 뉴올리언스 | 125 | 350 | 10개월 |
| 뉴올리언스, 인디애나폴리스 | 470 | 200(50/주) | 1.3년 |
| 뉴욕시티 | 1,300 | 최대 1,000 | 3년 |
| 뉴어크 | 400 | 500 | 2년 |
| 오클랜드 | 600 | 500 | 2년 |
| 패터슨 | 110 | 400 | 1년 |
| 폴크, 댈러스, 워런 카운티스, 아이오와 | 110 | 500 | 2년 |
| 프로비던스 | 110 | 500 | 1.5년 |
| 리치먼드 | 94 | 500 | 2년 |
| 샌디에이고 | 150 | 500 | 2년 |
| 샌타페이 | 100 | 400 | 1년 |
| 슈리브포트 | 110 | 660 | 1년 |
| 세인트폴 PPP | 150 | 500 | 1.5년 |
| 세인트폴 스프링보드 | 75 | 500 | 1.5년 |
| 타코마 | 110 | 500 | 13년 |
| 웨스트할리우드 | 25 | 1,000 | 1.5년 |
출처: “The Guaranteed Income Pilots Dashboard”, Stanford Basic Income Lab, 2025년 5월 8일 접속, https://guaranteedincome.us/
3. 보장소득 실험 결과: SEED와 BIG:LEAP의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코로나19 이후 보장소득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짐과 더불어 American Rescue Plan Act(ARPA)의 일환으로 연방정부에서 각 지방정부에 자금을 조달함에 따라 미국에서는 2025년 기준 현재 32개의 보장소득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프로그램마다 주요 개입집단이 상이하고, 정책 특성상 불가피하게 높은 비용 구조로 인해 실험당 참여자 수가 적어 일반화된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미국 내 보장소득 실험의 전반적인 지형을 살펴본 후 최초의 보장소득 파일럿 프로그램인 SEED와 전체 32개의 파일럿 프로그램 중 참여자 수가 3200명으로 가장 대규모인 BIG:LEAP 실험을 대표 사례로 하여 보장소득 실험 결과를 살펴 보고자 한다. 대표 사례를 살펴보기에 앞서 전체 32개 보장소득 파일럿 참여자들의 전반적인 지출 구조와 특성을 살펴보면 [그림 1] 과 같다.
그림 1
보장소득 지출 구조
출처: “The Guaranteed Income Pilots Dashboard”, Stanford Basic Income Lab, 2025년 5월 8일 접속, https://guaranteedincome.us/
[그림 1]은 현재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보장소득 파일럿 프로그램들의 지출 내역을 집계 수준에서 제시한 것이다(SStanford Basic Income Lab, n.d.). 전체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은 소매 및 서비스 부문으로 35%를 차지했다. 이어 식품 및 식료품 지출이 32%로 두 번째로 높았다. 교통(9%)과 주거·공공요금 (9%)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 거래가 6%, 여행·여가·오락이 4%를 차지했고, 보건의료, 기타 지출, 교육비 등은 합산하여 약 4%를 구성했다.
가. SEED
SEED는 미국 최초의 현대적 보장소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에서 시장 주도로 시행되었다. 스톡턴시는 한 때 미국 내 최대 파산 도시라는 오명을 가지기도 했으나, 현재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재정건전성이 높은 도시로 변모했다(Stockton Economic Empowerment Demonstration, 2019). 그러나 사회지표를 살펴보면 여전히 시민들의 삶에서는 회복이 더딘 것을 알 수 있다. 중위가구 소득이 4만 6033달러로 캘리포니아주 전체 중위소득인 6만 1818달러에 비해 크게 낮다. 아동빈곤율은 전국 18위를 기록하였고, 실업률은 약 7.5%로 캘리포니아주 평균인 4.3%보다 2배가량 높았다. 도시 인구의 4분의 1이 빈곤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SEED는 보장소득이 빈곤을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적 개입 중 하나라는 믿음에 기반하여 시행되었다. 즉 기존 복지 정책이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주된 목적을 두었다면 무조건적 현금급여인 보장소득은 사람들의 가장 긴급한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기존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적 기대를 바탕으로 시행되었다.
SEED는 총 125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조건이나 근로 요구 없이 매월 500달러의 보장소득을 2019년 2월부터 24개월간 지급하였다(West et al., 2021).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만 18세 이상으로 스톡턴에 거주하여야 하고, 가구가 거주하는 동네의 중위소득이 도시 전체의 중위소득 수준인 4만 6033달러 이하여야 한다. 이렇게 모집된 참가자들은 무작위 실험 설계(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에 기반하여 125명의 실험집단과 200명의 통제집단으로 분류되었다. 실험 참여 기간 동안의 월 보장소득 급여는 선불카드 형식으로 지급되었는데, 이는 스톡턴시 인구의 9.7%가 은행 계좌가 없는 상태임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급여는 매월 15일 지급 되었는데, 이는 주민 조사에서 월초에 월세 등 주요 지출이 몰려 기존 복지 혜택만으로는 한 달을 버티기 힘들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West et al., 2021).
프로그램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보장소득은 월소득의 변동성을 감소시켜 참여 가족의 소득안정성을 증가시켰다. 실험 집단의 소득 변동폭은 46.4%인 반면 대조집단은 67.5%로 약 1.5배 높은 소득변동성을 보였다. 전체 참여자의 25%만이 예상치 못한 400달러(약 58만 원)의 긴급 비용을 감당 할 수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1년 후 52%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고용 측면의 경우 1년 후 실험집단의 풀타임 고용률이 28%에서 40%로 12%포인트 증가하였는데, 이는 ‘무조 건적 현금 지급이 참여자들의 근로의욕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통념과 상반되는 결과였다. 건강 측면에서도 수급자들은 우울과 불안 수준이 낮아지고 전반적인 웰빙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였다. 마지막으로, 보장소득은 파트타임 근무를 줄이고 인턴십이나 자격증 공부 등 더 나은 일자리로 도약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West et al., 2021).
다만 SEED 프로그램의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SEED는 시장 주도로 도입되기는 했으나, 순전히 민간 자선 기부로 모금되어 진행된 프로그램이다(Stockton Economic Empowerment Demonstration, 2019). 따라서 향후 지방정부 또는 주정부가 자체 재정으로 이 프로그램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이 프로그램의 운영 과정 및 결과만을 통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Ghuman, 2022).
나. BIG:LEAP
BIG:LEAP는 로스앤젤레스 가족·지역사회 투자국(Los Angeles Community Investment for Families Department) 관할하에 운영되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는 치솟는 주거비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구의 절반가량이 소득의 대부분을 월세에 지출하고 있었으며, 열 명 중 한 명이 식량 안전에 위협을 받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2년부터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약 12개월간 진행되었다. 수급 자격은 연방 빈곤선 이하의 소득 수준에 해당하고 로스앤 젤레스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추가적으로 이들은 1명 이상의 부양 아동2)과 함께 거주하거나 임신한 상태여야 했다. 총 8194명의 참가자가 모집되었으며, 이들은 무작위로 3202명의 실험집단과 4992명의 통제집단으로 분류되었다. 실험집단은 2022년 1월부터 12개월간 월 1000달러의 보장소득을 수급받았다(Kim et al., 2024).
BIG:LEAP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예상치 못한 400달러 이상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보장소득 수급 이전에는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모두 10% 내외로 동일하게 나타났으나, 수급 6개월 후 실험집단은 15.93%로 증가한 반면 통제집단은 5.53%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집단 간의 격차는 프로그램 종료 6개월 후인 18개월 차에도 유의미하게 유지되었다. 식품안정성(food security) 역시 실험집단에서 대조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증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관계, 고용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실험집단 참여자들은 통제집단에 비해 이웃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보고하였고, 지역 사회 내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고용 측면의 경우 보장소득 수급자는 통제집단에 비해 비경제활동에 머무르기보다는 정규직 고용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실업 상태인 경우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et al., 2024).
BIG:LEAP가 미국 내 최초의 대규모 보장 소득 실험이라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위와 같은 긍정적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 받는다(Easterly, 2024).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개입 결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한계가 있다. 먼저 12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관찰하였기 때문에 장기적 구조 변화를 직접 측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는 것 역시 결과를 해석할 때 외부 변수로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SEED 등 다른 보장소득 파일럿 프로그램에 비해 자격 조건이 엄격하여 실험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Kim et al., 2024).
4. 맺음말
많은 나라에서 현금급여는 빈곤 및 불평등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Arnold et al., 2011). 그 이유는 현물급여나 바우처와 달리 현금급여가 수혜자로 하여금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원을 자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급여 수급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미국 사회 내에 역사적으로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전체 사회안전망 중 현금급여 정책의 비중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고정관념 중 일부는 저소득층이나 유색인종에게 현금급여가 지급되었을 때 이들이 ‘책임감 있게 지출하고, 저축하며, 미래에 대해 투자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깊은 불신과 연관되어 있다(Bhattacharya et al., 2021).
그러나 앞서 제시된 [그림 1]의 보장소득 지급액 지출 구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보장소득 수급자들은 비수급자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보장소득 급여를 기본적인 필수품 구입에 지출하였다. 또한 일부 참여자들은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하는 데에 활용했으며, 보장소득을 기반으로 구직활동을 하거나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는 데 사용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보장소득 실험들은 무조건적 현금 이전 정책이 재정 안정, 건강, 고용, 자율성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특히 SEED와 BIG:LEAP의 사례는 무조건적 현금급여가 기존 사회안전망을 보완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보장 소득만으로 구조적 불평등이나 시장의 제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들은 현금급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Notes
References
Institute on Race, Power, and Political Economy. (2024). Guaranteed Income Pilot Programs., https://budgetequity.racepowerpolicy.org/ . The New School.
Stanford Basic Income Lab. (n.d.). The Guaranteed Income Pilots Dashboard.. Retrieved May 8, 2025, from https://guaranteedincome.us/ .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2025, February 8). State and Local Fiscal Recovery Funds. https://home.treasury.gov/policyissues/coronavirus/assistance-for-state-local-and-tribal-governments/state-and-local-fiscal-recovery-fun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