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의료제도의 최근 변화 동향The Recent Transformation of North Korea’s Healthcare System

1. 배경

북한은 무상치료제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계를 고수하고 있는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소련으로부터 사회주의 보건의료를 도입한 북한은 1946년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20개조 정강’ 발표를 시작으로 1953년 전반적 무상치료제 선포와 1960년대 의사담당구역제를 도입하면서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예방 의학으로 대표되는 북한식 사회주의 보건의료의 기틀을 구축하였다(홍순원, 1981;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2019).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도시부터 농촌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 보건의료의 혜택을 누려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북한 외부적으로는 그동안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였던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내부적으로는 자연재해와 경제난의 심화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사회 전반의 총체적 난국에 처하게 되었다(김석진, 2015). 북한은 보건의료 시스템의 정상 유지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충분한 자원 확보가 요원하게 되었고, 결국 북한 최고지도자와 정부가 주민들에게 약속해 왔던 무상치료제를 포함한 보건의료 체계 전반이 형해화되고 말았다(신보경 외, 2022).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며 선대 통치자인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사회주의 보건의료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하달하기도 하였다(김정일, 2011).

북한은 법령이나 국제사회에 보고한 자료 등을 통해 사회주의 보건의료 원칙을 고수하며 인민들이 무상치료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관찰되는 일련의 변화를 종합해 볼 때, 보건의료제도에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관찰되는 북한 보건의료의 주요 변화 동향을 통해 북한 보건의료제도의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을 논하고자 한다.

2. 코로나19 이후 무상치료 원칙의 변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북한의 국영 매체인 《로동신문》 보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포착되었다. 북한 보건의료의 3대 근간인 ‘무상치료제’,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2015∼2019) 시기에는 ‘무상치료제’를 언급한 기사 수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2020∼2022)를 거치면서 보건의료 위기 상황으로 인해 ‘예방의학’과 ‘의사담당구역제’를 언급한 기사 수는 증가하였으나 ‘무상치료제’를 언급한 기사 수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 2024년에 이르러서는 단 한 차례도 보도되지 않았다(그림 1, 표 1). 그리고 2019년 이후 기사에서 무상치료제를 언급한 기사의 시제를 살펴보면 2021년까지는 현재형 시제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과거형 시제를 사용한 기사가 과반을 차지하다가 2024년에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이것은 북한 당국이 기사에서 무상치료제를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당 제도를 사실상 폐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Han et al., 2025).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래로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서는 무상치료제가 형해화된 것으로 판단되나, 북한의 공식 담론에서만큼은 무상치료 원칙이 유효한 것으로 선전하여 왔었다. 이제 국영 매체에서 더 이상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상치료제를 대체할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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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북한 《로동신문》에 언급된 무상치료제,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를 언급한 기사 수 추이(201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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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hat silence reveals: the quiet abandonment of free health care in North Korea”, Han et al., 2025, BMJ Global Health, 10(9), e021019,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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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북한 《로동신문》에 언급된 무상치료제,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를 언급한 기사 수 추이(2015∼2024)

(단위: 개)

연도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2024 합계
무상치료제 58 63 53 62 30 13 16 5 4 0 304
예방의학 16 21 13 17 10 123 333 109 26 9 677
의사담당구역제 14 10 5 11 8 63 38 94 32 26 301

출처: 저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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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북한 《로동신문》에 무상치료제가 언급된 기사의 시제 변화 추이(201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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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hat silence reveals: the quiet abandonment of free health care in North Korea”, Han et al., 2025, BMJ Global Health, 10(9), e021019, p.3.

이러한 변화는 다른 영역에서도 관찰되었다. 2022년 8월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북한의 병원 명칭에서 ‘인민’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인민병원이 도 종합병원으로, 시 인민병원이 시 병원으로, 군 인민병원이 군 병원으로, 리 인민병원이 리 병원으로 변경된 것이다(천소람, 2022. 12. 29.). 사회주의 체제 성립 이래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병원 명칭에서 ‘인민’이 삭제된 것은 무상치료 원칙의 중대한 변화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4월에는 북한 병원들이 접수 창구에 진료비를 공식적으로 게시하며 환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진료비를 부과하기 시작 했다는 북한 내부 주민들의 증언이 전해졌다 (김지은, 2025. 4. 7.).

또한 코로나19 비상방역 기간 중이던 2022년 5월에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설치되기 시작한 국영약국인 ‘표준약국’이 2024년에 이르러 모든 시·군에 설치되었다. 주목할 점은 국가가 운영하는 이들 약국에서 의약품이 무상이 아니라 유상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안창규, 2025. 3. 18.).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2024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전국적 범위로 확대하고 있는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를 편향 없이 실시”할 것을 지시하였다(로동신문, 2024. 1. 16.). 보건보험기금은 그간 북한 문헌에 등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러나 명칭을 통해 유추해 보면 국가 예산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던 기존의 무상치료제와 달리 피보험자와 기업소 등으로부터 징수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의료비의 일부를 보장해 주는 사회보험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의 무상치료제를 대체할 새로운 의료비 지불 수단이 공식화될 것인지 주목해 볼 부분이다.

3. 2025년 보건혁명 선포와 북한 보건의료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

김정은 위원장은 2025년을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지방발전 20×10’ 정책과 연계한 대대적인 지방병원 현대화 사업에 착수하였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2024년부터 북한이 전 국가적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핵심사업으로, 향후 10년간 매해 20개 시·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4년 8월 말 현지지도를 통해 ‘지방발전 20×10’ 정책과 연계하여 현대적인 지방 보건시설을 함께 건설할 것을 지시하면서 지방병원 건설사업이 함께 추진되기 시작하였다(로동신문, 2024. 8. 26.).

북한은 그 첫 시작으로 2025년 2월 6일에 강동군병원 착공식을 개최하였다(로동신문, 2025. 2. 7.). 착공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의 지방병원들은 온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2025년에 시범적으로 3개 지방병원(강동 군병원, 구성시병원, 룡강군병원)을 건설한 후 2026년부터 매해 20개 시·군 병원을 동시에 건설할 것을 천명하였다. 예고한 대로 11월 19일에 강동군병원을 준공하였고(로동신문, 2025. 11. 20.), 12월 13일에는 구성시병원 (로동신문, 2025. 12. 14.), 12월 29일 룡강 군병원을 차례로 준공하였다(로동신문, 2025. 12. 30.). 그리고 12월 31일에 강동군병원과 구성시병원이 개원하였고(로동신문, 2026. 1. 1.), 2026년 2월 1일에 룡강군병원까지 모두 개원하였다(로동신문, 2026. 2. 2.). 지방 병원 외에도 북한에서 5차급 의료기관으로 추정되는 최상위 의료기관인 평양종합병원 이 2025년 10월 6일에 준공식을 개최하고(로동신문, 2025. 10. 7.), 11월 3일에 개원하여 진료에 착수하였다(로동신문, 2025. 11. 4.). 평양종합병원은 당초 2020년 3월에 착공하여 같은 해 10월 완공을 목표하였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거듭된 지시에도 불구하고 건설이 지연되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준공된 평양종합병원에 큰 만족감을 드러내며, 이어서 제2평양종합병원도 건설할 것을 지시하였다.

북한의 보건혁명은 병원 시설 건설에 그치지 않았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을 예고한 것이다. 준공을 앞둔 평양종합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의 중앙급 병원들과 도· 시·군 병원, 그리고 개별적인 가정들까지 포괄하는 전국적인 보건의료봉사 하부구조를 구축하고, 주민 밀집도와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시·군 병원과 리 진료소 사이에 응급소와 같은 필수적인 의료기관을 설치하는 문제 등을 연구할 것을 지시하였다(로동신문, 2025. 9. 24.). 곧이어 개최된 평양종합병원 준공식 연설에서는 보건의료 부문의 동시병행 전략을 천명하며, 중앙급 병원에서부터 하부 보건시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의료 전달 체계와 의료인력 양성 체계, 의학 연구 사업 체계 등의 대대적인 개혁을 동시에 진행할 것을 지시하였다(로동신문, 2025. 10. 7.). 여기에 더해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내각 부서인 보건성을 질책하며 “이미 관습화되어 수십 년을 내려온 것이라 해도 오늘날에 와서 생활력을 상실하여 인민들에게 실제로 득이 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진 제도적 장치들, 변천하는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여 보건 발전의 질곡으로 되고 있는 기구체계와 불합리한 운영 방식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기에 보건성이 적절하지 않다며 별도의 기관 설립까지도 시사하였다(로동신문, 2025. 10. 7.).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주목할 만한 보도가 전해졌다. 2025년 12월 북한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이후 북한 당국이 의료보험제도를 공식화하기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이상용, 2026. 1. 15.).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기관이나 기업소에 소속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급여에서 보험료를 공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의료보험에 가입된 경우 국가에서 정한 가격으로 병원 치료와 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련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새로운 의료보험제도가 앞서 언급한 무상치료 담론의 변화,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와 연결되는 새로운 의료비 지불수단으로 공식화되는 과정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맺음말

2025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보건혁명을 선포하면서 북한의 보건의료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기존에 유지하던 사회주의 보건의료 제도가 형해화된 이후 20여 년 넘게 현실과 정책의 괴리가 이어지던 중에 공식적인 보건 의료제도의 대대적인 변화 가능성이 포착된 것이다. 시작은 낙후된 지방병원의 현대화 사업이었지만, 이제는 유명무실해진 보건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까지 예고하고 있다(Han, Lee, 2026).

이러한 보건의료제도의 개혁은 북한 보건 의료 체계의 정상화를 위해 분명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기초적인 보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지방의 보건의료 수준을 고려할 때, 대대적인 병원 건설과 전반적인 보건의료 체계의 구조적 개혁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국가적 역량의 집중이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더구나 ‘지방발전 20×10’ 정책으로 매년 20개 시·군의 지방공 업공장 건설을 포함한 대규모 건설 과업들과 함께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한정된 자원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2024년 북한이 러시아와 보건협정을 체결한 이래 중국, 러시아 등 전통적인 우호국과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일부 조달하는 것으로 보이나, 방대한 과업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인지는 미지수이다.

정리하면 2025년 북한은 보건혁명의 첫해 과업으로 공언한 3개 지방병원(강동군병원· 구성시병원·룡강군병원) 건설 사업을 완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예고한 추가 병원 건설과 보건의료 체계의 구조적 개혁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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