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Old-age income protection systems constitute the foundation of the welfare state, of which the quintessential component is the public pension system. However, amid shifts in the economic structure coupled with population aging, traditional pension policies have proven insufficient to achieve the goal of old-age income protection. In this context, public pension reform has been a staple of the US political agenda for well over a decade. In the process, the US has developed a wide variety of old-age income security programs, including private pension plans and tax-based welfare programs. This article discusses in depth the three pillars of the US old-age income protection system—Social Security, occupational pensions, and individual pension plans. Exploring at length the dynamics between these pillars and tax programs, this article examines old-age income security programs in the US and their characteristics that define the American welfare state as it is today, and draws implications for policymaking in Korea.
초록
노후소득보장제도는 복지국가의 근간을 이룬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공적연금이다. 하지만 경제구조의 변화와 고령화가 맞물려 기존의 전통적 정책으로는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공적연금 개혁이라는 과제는 지난 십수 년간 미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사적연금제도와 조세복지제도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다양한 노후소득보장 정책이 발달하여 왔다. 이 글에서는 미국 노후 소득보장제도의 세 축이라 할 수 있는 공적연금, 기업퇴직연금, 개인퇴직연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이들 제도와 조세정책의 역학관계에 천착하여 노후소득보장제도에 녹아 있는 미국 복지의 독특한 성격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 본다.
1. 들어가며
인구 고령화는 출산율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로 사회 내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개별 국가에 따라 진행 속도와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고령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으며, 많은 국가에서 광범위한 사회·경제·정치적 파급효과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Nikolova, 2016). 유엔 추계에 따르면 205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수준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하여 범지구적으로 약 2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Department of Economics and Social Affairs, 2015). 특히 인구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 대비 피부양 고령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노인부양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970년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 1명당 약 10명의 노동가능인구가 존재했으나, 2050년에는 그 수가 약 4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2명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Department of Economics and Social Affairs, 2015). 또한 고령 인구 증가는 필연적으로 연금, 의료, 노인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지출 증가를 동반하는데, 이는 많은 국가에서 재정 및 거시경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도전이 되고 있다(Dervis, 2013).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복지 및 공공보건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이 증가하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지속 불가능한 정부부채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구 고령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환기되고 있다(김태근, 2024).
인구 고령화 문제의 핵심은 바로 ‘노인 세대의 소득을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노동 구조상 노인 세대가 된다는 것은 소득의 단절을 의미하고, 이로 인해 빈곤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 빈곤은 그 자체로 심각한 사회 문제이거니와 건강 악화나 심리적 고립 같은 비경제적 문제를 파생시키기는 기저 원인으로 작용한다(Lleras-Muney et al., 2025). 한편 고령화라는 현상이 대두되기 전부터 노후소득보장제도는 복지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주제로 자리잡아 왔는데, 그 대표적인 정책이 공적연금이다(Noh & Ko, 2013). 하지만 경제구조의 변화와 고령화가 맞물려 기존의 전통적 정책으로는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김태완, 이주미, 2022). 이런 맥락에서 공적연금 개혁이라는 과제는 지난 십수 년간 미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하였다(김태근, 2024).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국민연금 개혁과 더불어 공적연금의 빈자리를 메우는 사적연금 역할 확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그 본보기로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바로 미국이다.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미국의 예는 주로 ‘연금천국’이나 ‘연금 100만 장자(15억 원 이상) 70만 명 시대’와 같은 장밋빛 수식어로 단순히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제도의 구체성이나 특수성에 대한 소개보다는 피상적 결과를 나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확하지 않은 정보로 말미암아 오히려 미국 노후소득보장제도에 대한 오해를 불려일으킬 소지마저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세 축이라 할 수 있는 공적연금, 기업퇴직연금, 개인퇴직연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이들 제도와 조세정책의 역학관계에 천착하여 노후소득보장제도에 녹아 있는 미국 복지의 독특한 성격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2. 미국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틀
미국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복지의 특징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복지체계는 크게 세 개의 기둥, 사회복지(Social welfare system)·직업복지(Occupational welfare system)·재정복지(Fiscal welfare system)로 이루어져 있다(Zastrow, 2000). 미국에서 ‘사회복지체계’라는 용어는 전통적인 정부 주도의 복지제도나 정책을 의미하고 ‘직업복지체계’는 고용과 연계되어 제공되는 복지(대표적으로 건강보험)를 의미한다. 이에 더하여 미국 복지의 독특성을 규정하는 체계가 바로 재정복지이다. 재정복지란 정부의 직접적인 현금 지급이나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세제 혜택1)을 통해 가계나 기업에 제공되는 간접적 형태의 복지를 의미한다(Christopher, 1997). 즉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정부 주도의 정책으로 재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감면해 줌으로써 특정 계층이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흔히 미국을 가리켜 ‘미국 예외주의(America exceptionalism)’ 또는 ‘감추어진 복지국가(Hidden welfare state)’라 일컫는 이유는 바로 이 재정복지 때문이다(Howard, 1997). 물론 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에서도 재정복지 형태의 제도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미국의 재정복지 규모는 다른 복지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압도적으로 크다(Coady et al., 2019).
이상에서 살펴본 미국 복지체계의 세 축은 노후소득보장제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를 도식화해 보면 <표 1>과 같다.
표 1
미국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구조
| 체계(System) | 노후소득보장제도(Old-Age Income Protection System) | |
|---|---|---|
| 사회복지체계 (Social welfare system) |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 |
| 추가보장소득(Supplemental Security Income) | ||
| 직업복지체계 (Occupational welfare system) | 기업퇴직연금 | 확정급여형연금(Defined Benefit pension) |
| 확정기여형연금(Defined Contribution pension) | ||
| 재정복지체계 (Fiscal welfare system) | 개인퇴직계좌(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 |
사회복지체계에 속하는 미국의 노후소득보장제도로는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과 추가보장소득(SSI: Supplemental Security Income)이 있다. 전자는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공적연금제도이고, 후자는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공적부조제도이다. SSI는 빈곤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보편적 노후소득보장제도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다음으로 직업복지체계에 속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로 기업퇴직연금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 ‘연금(pension)’이라는 용어는 통상 기업퇴직연금을 의미한다는 것이다.2) 기업퇴직연금은 다시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첫째는 DB플랜이라고 불리는 확정급여형연금(Defined Benefit pension)이고, 둘째는 DC플랜이라 통칭되는 확정기여형연금(Defined Contribution pension)이다. 1980년대 초까지 미국의 기업퇴직연금은 주로 확정급여형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근로자들은 퇴직 이후 일정한 연금액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1978년 제정된 「조세법(The Revenue Act of 1978)」은 근로자의 연금 납입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허용하는 이른바 401(k) 조항을 도입하면서 연금체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 변화 이후 비용 절감과 재정적 부담 완화를 이유로 연금제도를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Georgetown University Law Center, 2010). 그 결과 오늘날 미국의 기업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 방식으로 표준화되었는데, 대표적으로 401(k) 제도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401(k)로 대표되는 확정기여형 연금을 위주로 다룬다.
마지막으로 재정복지 측면에서의 노후소득보장제도는 앞서 언급한 기업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을 들 수 있다. 기업퇴직연금은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연금 납입금에 대한 세금 면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기업복지 제도임과 동시에 재정복지의 성격을 지닌다. 한편 노후소득보장에서 재정복지의 성격을 띠는 또 다른 제도는 개인퇴직연금이라 할 수 있는데, 정식 명식은 ‘개인퇴직계좌(IRA: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제도이다. 이 제도는 한마디로 개인이 은퇴 자금을 축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세제 우대 계좌인 셈이다. IRA의 유형에 따라 납입금은 세전 또는 세후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계좌 내 투자 수익은 세금이 연기되거나(tax-deferred) 면세될 수 있다. 또한 근로자는 고용주가 제공하는 기업퇴직연금으로 축적한 자금을 IRA로 이전해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도 있다(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24). IRA는 ‘전통적 IRA(Traditional IRA)’와 ‘로스 IRA(Roth IRA)’로 구분되는데, 전자의 경우 계좌 소유자의 가계소득 수준과 기업퇴직연금 가입 여부 및 기여 정도에 따라 납입금에 대한 세금 공제가 가능하다. 전통적 IRA 계좌에 납입된 자금을 운용하여 발생한 수익은 전액 은퇴 시 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자금 인출 시에는 납입금과 투자 수익 모두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진다. 반면 로스 IRA의 경우 납입 시 소득공제가 없기 때문에 세금 절감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대신 자금 인출 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은 정해진 납입금 범위 내에서 전통적 IRA와 로스 IRA에 동시 가입할 수 있다.
3. 사회보장연금의 구조와 특징
이상에서는 미국의 세 복지체계에 상응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 각 제도가 어떤 구조적 특징을 지니는지 살펴본다. 먼저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 절에서 기업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의 구조를 설명한다. 미국의 공적연금제도인 사회보장연금은 가장 규모가 큰 연방 사회정책으로, 다른 복지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제도라 할 수 있다(Blau & Abramovitz, 2010). 2025년 현재 약 6700만 명이 사회보장연금의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한다(SSA, 2025a). 미국 사회보장연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기여 여부와 관계없이 배우자 급여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즉 부부 중 한 명이 급여세(payroll tax)3)를 통해 연금 자격을 획득하면 배우자는 별도의 기여 없이도 주 수급자 급여의 최대 50%를 자동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김태근, 2022). 이는 1930년대 제도 설계 당시 전형적인 ‘남성 생계부양자–전업주부’ 모델을 반영한 결과로 평가된다(Blau & Abramovitz, 2010). 2025년 1월 기준 월평균 사회보장연금 수령액은 개인당 약 2000달러이다. 따라서 미국의 평균적 노인 부부는 사회보장연금을 통해 월 약 4000 달러(약 580만 원) 수준의 연금소득을 확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SSA, 2025b).
미국 사회보장연금은 완전한 부과방식(pay-as-you-go)으로 운영되며, 재원은 전적으로 급여세에 의존한다. 급여세율은 통상임금의 12.4%인데, 근로자의 경우 고용주와 근로자가 각각 6.2%씩 부담한다. 자영업자는 전체 금액을 본인이 부담한다. 다만 미국에서는 급여세 부과 한도가 존재하여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고소득 구간에서는 급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2025년 기준 부과 소득 상한은 17만 6000달러(약 2억 5000만 원)이다. 또한 사회보장연금은 민간 부문뿐 아니라 연방·주·지방정부 공무원 및 교원도 모두 가입 대상에 포함된다. 연금 수급을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기여금 납입이 필요하다. 사회보장국(SSA: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 제도 운영, 기금 관리 및 급여 지급을 담당하고, 사회보장신탁기금(Social Security Trust Funds)이 징수된 재원을 관리한다(김태근, 2020). 사회보장연금이 이후에 다룰 기업퇴직연금이나 개인퇴직연금과 가장 극명히 대비되는 지점은 바로 기금 운용 방식이다. 사회보장연기금은 제도 도입 이래 현재까지 안정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여 철저하게 보수적인 투자를 해 오고 있다. 따라서 사회보장연기금은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투자 자산 중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 재무부 발행 ‘특별목적 국채(Special Issue U.S. Treasury Securities)’에만 투자하고 있다. 주식이나 일반 회사채 등 일반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22). 때문에 사회보장 연기금의 수익률은 대략 연 3%로 낮은 편이다. 즉 저수익·고안정성 구조의 장기투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사회보장연금이 도입된 이래 잉여 수입은 전액 사회보장신탁기금에 예치되고 있다. 2024년 현재 기금 규모는 약 2조 5000억 달러인데, 이는 같은 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9% 정도 수준이다(Social Security and Medicare Boards of Trustees, 2025).
사회보장연금 수급 연령은 67세인데, 62세부터 조기 수급이 가능하나 감액된 연금이 지급된다. 연금 수령 시기를 70세까지 연기할 경우 정액보다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연금 수급 시기 선택권을 확대하고 노동시장 잔류를 유인하는 기능을 한다.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에는 재분배적 성격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료율은 동일하지만, 수급액 산정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이 저소득층에 더 유리하다. 예를 들어 평균 소득이 17만 달러(약 2억 4000만 원)인 경우 소득대체율은 약 26%지만, 연소득이 3만 달러인 수급자의 경우 소득대체율은 57% 이다(Holmes, 2022). 원래 사회보장 연금액은 전액 비과세였으나, 1984년 이후 일부 고소득 연금 수급자에게 세금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는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개혁 조치로, 1993년 추가 입법을 통해 과세 대상 금액이 확장되었다. 현재는 소득 수준에 따라 연금액의 최대 85%까지를 과세소득(taxable income)으로 인정한다(IRS, 2024). 예를 들어 부업과 주식 거래 또는 자산 이자 등을 통해 연 3만 달러의 수입이 있고, 연 2만 달러의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개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잠정소득(provisional income)은 5만 달러(3만 달러+2만 달러)가 된다. 이 경우 과세 인정소득은 연금액의 85%인 1만 7000달러(2만 달러×0.85)와 일반수입 3만 달러를 합하여 4만 7000달러가 되는데, 이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게 된다. 물론 연금 외에 다른 소득이 없다면 잠정소득은 2만 달러가 되고, 이 경우 연금액은 전액 비과세가 된다.
4. 기업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의 구조와 특징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과 달리 사적연금에 해당하는 기업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은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제도이다. 다수의 미국인들이 사적연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최근 갤럽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60%가 기업퇴직연금 또는 개인퇴직연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Gallup, 2025). 또한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근로자 중 56% 정도가 기업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Pension Rights Center, 2023). 이 수치는 미국의 노후소득보장제도에서 사적연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미국인이 사적연금에 가입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사적연금제도의 구조와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확정기여형으로 대표되는 기업퇴직연금에 대해 알아보고 이어 개인퇴직연금을 살펴본다. 현재 미국에는 크게 세 종류의 확정기여형 기업퇴직연금제도가 있다. 401(k)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주로 민간 부문 기업의 근로자들이 가입한다. 403(b)은 주로 공립학교, 대학교, 특정 비영리 단체의 직원들이 사용하는 플랜이고, 마지막으로 457(b)은 주로 정부 기관 직원과 일부 비영리 단체 직원 사용하는 제도이다. 이 셋은 서로 다른 법적 조항에 근거하여 성립되었지만, 운영 방식과 내용 그리고 세제 혜택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401(k) 위주로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401(k)은 근로자가 스스로 노후 자금을 적립하고 고용주가 일정 부분을 매칭하여 추가 적립을 도와주는 구조이다. 사적연금은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은 상이한 수준의 추가 적립금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5만 달러의 동일한 임금 수준을 가진 두 사업체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A라는 사업체는 임금의 3%를 추가 적립금으로 제공하는 반면 B라는 사업체는 12%를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추가 적립금을 아예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매년 그 수준을 조정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결정권이 전적으로 사업주에게 달려 있다는 것 이다. 따라서 401(k)과 같은 기업퇴직연금은 직장 내 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된다. 한편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퇴직연금은 기업복지의 한 축임과 동시에 재정복지 측면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전향적인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2026년 기준으로 면세가 되는 납입 한도는 개인당 2만 4500달러이다. 여기에 가입자 연령이 50세를 초과할 경우 8000달러를 추가 납입(일명 catch-up)할 수 있어 총 면세 금액은 3만 2500달러가 된다(IRS, 2025). 간단히 설명해서 연소득이 각각 5만 달러인 부부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부부의 합산 가구소득은 10만 달러가 되고, 이 경우 예상 연방소득세는 약 1만 4000달러가 된다(단순 비교를 위하여 표준공제나 세금 크레딧 등을 무시한다). 그런데 동일한 조건에서 두 부부가 모두 401(k)에 최대 한도액까지 납입했다면 실제 과세 소득은 5만 1000달러(10만 달러-2만 4500달러×2)로 낮아지고, 따라서 연방소득세는 4000달러가 된다. 즉 이 부부는 4만 9000달러를 퇴직연금에 저축함으로써 1만 달러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401(k)을 포함한 기업퇴직연금은 통상 사업주가 계약한 특정 자금 운용사(이를 plan provider라고 함)를 통하여 운영된다. 규모가 큰 사업체의 경우 두 개 이상의 자금 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각 근로자는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자금 운용사로는 뱅가드(Vanguard)나 피델리티(Fidelity) 같은 거대 투자 운용사부터 중소 업체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같은 401(k) 제도라 하더라도 수수료나 투자 운용 방식은 상이하다. 또한 기업퇴직연금은 저축계좌가 아니라 투자 계좌이기 때문에 계좌 내 자산은 자금 운용사가 제공하는 여러 투자 상품 중에서 가입자가 선택해야 한다. 뒤에서 설명할 개인퇴직연금과 기업퇴직연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이다. IRA의 경우 개별 주식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지만, 기업퇴직연금은 S&P 500 인덱스 펀드와 같은 특정 펀드에만 투자가 허용된다. 개별 가입자는 자금 운용사가 관장하는 투자 상품 범위 내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수익률은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업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7∼8% 정도로 추정된다(Yochim & Avila, 2025).
마지막으로 개인퇴직연금인 IRA는 개인이 일정액을 계좌에 납입하고, 그 돈으로 투자 상품을 운용해 노후대비용 자산을 늘리는 대표적 확정기여형 퇴직계좌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개인퇴직연금은 전통적 IRA와 로스 IRA로 나뉜다. 이 글에서는 차별화된 세금 처리 방식을 채택하여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장기 저축을 유인하도록 고안된 로스 IRA 위주로 살펴본다. 로스 IRA와 기업퇴직연금의 가장 큰 차이는 사업주의 역할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기업퇴직연금에서는 사업주가 자금 운용사를 선택하고, 근로자는 자금 운용사를 통하여 퇴직계좌를 관리한다. 또한 사업주가 직장 내 복지의 일환으로 납입금의 일정 부분을 기여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로스 IRA와 같은 개인퇴직연금에서는 사업주의 역할이 전무하다. 즉 각 개인이 자금 운용사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바꿀 수도 있다. 이에 더하여 동일한 자금 운용사을 이용하더라고 개인퇴직연금은 주식, 채권, ETF 등 훨씬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현재 각 개인이 납입할 수 있는 최대 한도액은 연간 7000달러인데, 50세 이상인 경우 8000달러로 상향된다 (IRS, 2025a). 로스 IRA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은 부부 합계 소득이 23만 6000달러 미만이어야 하는데, 반드시 근로소득 범위 내에서만 기여할 수 있다. 즉 양도, 부동산 수익, 금융 이자 등에서 발생한 소득은 로스 IRA에 납입할 수 없다.
또한 401(k)은 납입금 자체가 면세되는 데 반해 로스 IRA의 납입금은 세후 소득이다. 대신 투자 중 발생하는 모든 투자 수익(이자·배당·매매 차익 등)이 비과세이다. 계좌 유지 기간 5년 이상이고, 가입자의 연령이 60세 이상일 경우 인출 시에도 전액 면세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401(k)의 최대한도 기여액을 다 채워 모든 면세 혜택을 받은 경우 잉여 자금은 로스 IRA에 투자하는 경향이 크다. IRA의 절세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동일한 두 조건의 투자를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이다. A는 일반 투자 계좌를 통해 매년 7000달러씩 30년 동안 주식에 투자하였고, B는 동일한 급액을 로스 IRA을 통하여 A와 동일한 포트폴리오로 30년 동안 투자하였다고 가정해 본다. 미국 주식 장기 평균 수익률인 7%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았을 때 A와 B 모두 30년 후에 계좌 잔액은 약 66만 달러가 된다. 하지만 과세 시점과 과세 방식 때문에 실제 결과가 달라진다. A는 투자 중 배당·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할 뿐만 아니라 노후에 이를 현금화할 경우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지불하여 최종 수령액은 약 56만 달러가 된 다. 하지만 B는 투자와 양도세 모두 면제되기 때문에 노후에 66만 달러를 그대로 현금화할 수 있다. 즉 10만 달러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로스 IRA는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5. 나가며: 미국 소득보장제도의 함의
지금까지 미국의 세 체계(사회복지·기업복지·재정복지) 노후소득보장제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미국의 노후소득보장제도는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 사적연금인 기업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 세 축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국가가 보장하는 동시에 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노후 대비 자산 축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 축을 대표하는 세 가지 제도는 사회보장연금, 401(k), 그리고 로스 IRA이다. 각 제도는 운영 주체, 가입 방식, 세제 혜택, 투자 수단, 안정성과 수익률 측면에서 상이한 특징을 보인다. 각 제도를 정리하여 비교해 보면 <표 2>와 같다.
표 2
미국 노후소득보장제도 비교
| 사회보장연금 | 401(k) | 로스 IRA | |
|---|---|---|---|
| 제도적 형태 | 공적연금 | 사적연금 | 사적연금 |
| 운영 주체 | 국가 | 기업 | 개인 |
| 해당 복지체계 | 사회복지 | 기업복지+재정복지 | 재정복지 |
| 가입 강제성 | 모든 근로자 의무 가입 | 개인 재량 | 개인 재량 |
| 납입금(보험료) | 근로소득의 6.25%+사업주 부담 6.25% | 근로소득(최고 기여액: 2만 3500 달러)+사업주 재량 보조금 | 근로소득(최고 기여액: 7000달러) |
| 투자기금 운용 주최 | 국가 | 개별 기업과 계약한 투자 운용사 | 개인과 계약한 투자 운용사 |
| 투자 선택 자율성 | 없음 | 제한적 선택권 | 완전 자율 |
| 투자 방식 | 전액 미 재무부 발행 특별국채 | 투자 운용사의 펀드 (개별 주식 및 기타 금융상품 불가) | 주식과 부동산을 포함하는 거의 모든 투자 상품 |
| 기금 안정성 | 절대적 안정 (원금 손실 전무) | 펀드 종류에 따라 상이하나 비교적 안정적 | 개인의 투자 방식에 따라 고위험일 수도, 안정적일 수도 있음 |
| 기금 수익률 | 대략 3% | 투자 펀드의 종류에 따라 상이함 |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라 상이함 |
| 세금 혜택 | 없음 | 최고 기여액까지 세금 전액 공제 |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전액 공제 |
먼저 사회보장연금은 미국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핵심 기둥으로 모든 임금 노동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설계된 공적연금이다. 보험료는 근로자가 임금의 6.25%, 고용주가 동일 비율인 6.25%를 부담함으로써 조성된다. 기금은 전액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특별국채에 투자된다. 이러한 구조는 원금 손실 위험을 사실상 제거하고 매우 높은 안전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투자 수익률은 약 3% 수준으로 제한적이며, 개인이 투자 방향을 선택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또한 사회보장연금은 납입 단계에서 세금 공제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적연금과 구별된다. 두 번째 축인 401(k)은 기업이 제공하는 사적연금으로, 가입 선택권은 개인에게 있다. 근로자는 연간 일정 한도 내에서 세전 소득을 납입할 수 있는데, 일부 기업은 직원의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매칭 형태로 일정 금액을 추가 기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의 노후 자산 형성과 기업복지가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투자 방식은 기업이 제휴한 자산 운용사가 제공하는 펀드 내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선택권은 존재하지만 제한적이다. 수익률은 선택한 펀드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납입금은 세전 공제가 적용되므로 소득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세제 혜택은 401(k) 제도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로스 IRA는 개인 주도형 개인퇴직계좌로, 본인이 직접 금융기관과 계약해 가입한다. 선택권과 자율성이 가장 높은 제도이다. 연간 기여 한도는 401(k)에 비해 낮지만, 투자 가능한 상품 범위는 매우 넓어 주식, 채권, ETF, 부동산 투자 상품 등 대부분의 금융상품에 접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세제 구조로, 납입금은 세전 공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투자 수익과 인출금에 대해 세금이 전액 면제된다는 점이다. 이는 장기간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인데, 세율 상승을 예상하는 개인에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투자 위험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귀속되며 손실 가능성도 존재한다. 요약하면 사회보장연금은 의무적이고 안정성이 높지만, 수익률과 선택권이 제한적이다. 401(k)은 세제 혜택과 기업 기여의 장점이 있으나 투자 선택 범위가 제한되고 시장 위험을 수반한다. 반면 로스 IRA는 개인 자율성이 가장 크고 장기적으로 세금 혜택이 많지만, 기여 한도가 낮고 위험 부담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집중된다. 즉 미국의 노후소득보장 체계는 공적 제도와 사적 금융시장 기반 제도를 병행함으로써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1970년대 후반부터 사적연금제도를 육성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의 국가·기업·개인 주도의 다층적 노후소득보장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기업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하여 전향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해 오고 있다. 이는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재정복지를 강조하는 미국 복지의 특징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맹점은 제도의 혜택이 중산층 이상부터 고소득 계층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 구조에서는 기업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에 근로소득을 많이 납입할수록 세금으로 주어지는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사적연금은 투자 능력이나 고용 환경에 따라 가입과 혜택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도적 혜택은 더더욱 중산층 이상에게 집중된다. 현재의 사적연금 구조에서 완전한 세제 혜택을 누리려면 연간 3만 달러 이상을 납입해야 하는데, 이는 미국 중위소득 가구[2024년 기준 미국 ‘가구’ 세전 중위소득은 8만 달러(Kollar & Scherer, 2025)]에 현실적으로 부담되는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식 사적연금제도는 복지의 역진성(regressive welfare effect), 즉 혜택의 상위계층 집중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이는 시장 기반 복지(Market-Based Welfare) 또는 재정복지의 대표적인 편향 효과로 미국 노후소득보장 체계 내에서 자산 불평등이 더 심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Lane et al.,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모델은 강제 부과보다는 유인 구조를 기반으로 장기 자산 형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학습 가치가 있다. 다만 이 모델이 한국에 적용될 때에는 노후소득 양극화 심화, 금융 지식 격차, 고용 형태 차이에 따른 접근성 문제 등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미래의 노후소득보장제도는 단순 빈곤 방지에서 나아가 노년기 삶의 질을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연금 강화와 더불어 사적연금 구조의 형평성 제고 방안을 함께 논의하여야 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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