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활동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이 출범한 첫 해는 두 기관이 통합되기 전에 계획했던 연구과제를 수행하였고, 1982년부터 이사회의 의결과 보건사회부장관의 승인을 거쳐 새로운 계획 하의 연구사업이 수행되었다. 전체적으로 1980년대 중반까지의 연구사업은 주로 인구정책과 의료보장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1986년 이후 사회보장 부문의 연구활동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한국인구보건연구원』출범 초기 인구‧보건 사업에 관한 실태 및 성과에 대한 평가분석, 인구‧보건정책의 개발 및 사업전략 수립 등의 정책연구와 함께 출산‧사망‧인구이동 인구동태 및 인구구조 분석, 국민보건실태 분석, 장단기 인구추계, 보건의료 수요 측정, 사회․경제 및 국민보건 수준간의 연관성 연구 등 기초연구를 수행하였다.
특히 1983년에는 인구부문의 경우 가족계획사업과 타 개발사업과의 통합추진, 소자녀 규범 형성을 위한 지원정책 강화, 교육 및 홍보활동의 강화, 인구분산책 강화, 효율적인 인구정책 추진체제 확립 등에 중점을 두었으며, 보건의료 부문은 국민의료보장 기반 확충, 공중보건의료 서비스의 공익성 제고, 의료보험 및 의료보호제도의 확충, 보건의료분야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및 평가기능의 강화 등의 연구에 중점을 두었다.
1988년에 이르러서는 인구‧가족계획, 보건의료, 사회복지 부문 중에서 사회복지 부문의 연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긴급을 요하는 단기 정책과제에 신속히 대처하고 연구결과의 정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연구반을 설치‧운영하기도 하였다.
1989년에는 인구부문의 경우 합계출산력이 인구대체수준 이하로 저하됨에 따라 인구조절정책의 새로운 목표 개발과 전략 수립에 역점을 두었으며, 보건의료 부문은 전국민 의료보험의 실시에 따른 지역간의 의료균점과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관리 제도 개선 연구에 중점을 두었다. 사회복지 부문은 사회보험제도 확충에 따른 내실화 방안과 노인복지를 포함한 공공부조사업 등 복지의 확충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1. 인구부문 연구
정부가 1962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하여 온 가족계획사업의 성과로 출산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우리나라의 가족계힉사업은 타 개발도상국가들의 모범이 되었다. 합계출산율이 1960년 6.0에서 1975년 3.47로 하락하고 1983년에는 인구의 대체수준인 2.1로 낮아졌다. 이러한 합계출산율의 하락은 인구성장률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1960년에 3%를 상회하던 인구성장률은 1977년 1.57%, 1985년에는 0.99%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1983년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에 도달하였지만 정책적 관성에 의해 출산억제정책은 상당기간 존속되었고, 이에 상응하는 기간만큼『한국인구보건연구원』도 출산억제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지속하였다. 특히 전두환 정부는 그 동안 정책적으로 해이해진 출산억제정책을 다잡기 위하여 청와대가 직접 정책추진 상황을 확인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1982년에는 불임수술과 자궁내 피임시술을 의료보험 급여로 전환하였으며, 공무원에 대한 가족수당과 자녀교육비 지원을 2자녀로 한정하는 등의 정책을 강력히 시행하면서 인구‧가족계획분야는『한국인구보건연구원』출범 초기의 중요한 연구영역으로 설정되었다.
이후『한국인구보건연구원』은 다자녀 출산의 동기분석이나 자녀가치관 연구, 출산 행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 개발, 피임 보급의 효율화 방안, 출산율 억제정책의 성과평가 등 가족계획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와 출산의 결과로 나타나는 인구분석 연구 등에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출산율이 예상보다도 빨리 하락하고 1985년 인구센서스 결과가 발표되면서 저출산정책의 지속 여부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가『한국인구보건연구원』의 연구활동에도 반영이 되어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산억제 영역의 연구가 위축되는 대신 의료보험과 연금제도가 새로운 연구영역으로 등장하면서 인구 및 가족계획영역의 연구인력의 일부분을 사회보험 분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농촌지역에서는 노인과 소년 인구만으로 구성되는 가족이 증가하였으며, 도시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노인들의 소외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아울러 출산율 저하에 따른 가족주기 변화와 독신기간의 연장, 이혼율 및 재혼율의 점증과 혼인상태의 변화, 여성의 교육수준의 향상과 여성의 출산기간 단축 등에 따른 여가활용 욕구 증대 및 사회 참여 증대 등 가족문제가 인구분야의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정인구규모의 달성과 함께 가족문제, 인구의 자질, 인구이동, 인구의 도시 집중과 사회문제, 인구노령화와 노인인구 문제 등에 대한 연구가 인구부문의 주요 정책연구 과제가 되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유엔 인구활동기금(UNFPA), 국제인구문제응용연구위원회(ICARP), 세계출산력 조사위원회(WFS), 유엔아동기금(UNICEF),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사회이사회(ESCAP) 등의 지원을 받아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다.
2. 보건의료부문 연구
『한국보건개발연구원』주관으로 1976년 4월~1980년 9월 기간 중 실시한 마을건강 시범사업의 성과에 고무된 정부는 1980년『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보건진료원의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농어촌 오지지역에 보건진료원을 배치하였다. 이와 함께 정부는 “마을건강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의료비를 조달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하기 위해 옥구군 대야면에서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의 기초가 되는 모델사업을 실시하였다. 당시 옥구군 대야면에서 실시된 재원조달 사업은 보건진료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주민이 부담하는 공동재정비용(일종의 보험료)은 매우 적었다. 정부는 재정공동조달 모델사업을 바탕으로 농촌지역 의료보험사업을 설계하여 1981년 7월부터 강원도 홍천군, 경북 군위군, 전북 옥구군의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였다. 이 시범사업을 주도하고 사업과정을 평가하는 업무는『한국보건개발연구원』이 담당하였는데, 이후『한국인구보건연구원』의 연구사업으로 이관되었다.
1981년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의료보험 연구는 1982년 경기도 강화군, 충북 보은군, 전남 목포시 등 3개 지역에서 실시된 제2차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을 계기로 그 범위와 영역이 확대되었다. 즉,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에 재정적자가 발생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로서 의료보험관리에 관한 연구가 주요 영역으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바로 전국민 의료보험의 조기 실시에 관한 연구로 이어졌으며, 의료보험 정책에 관한 연구가『한국인구보건연구원』의 주요 연구과제로 대두되었다.
또한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 지역인 전남 목포시에서는 의약분업 시범사업이 동시에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 연구와 함께 의료체계 및 의료정책에 관한 연구도『한국인구보건연구원』의 중점연구영역으로 등장하였다.
1977년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은 의료서비스의 제공체계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즉, 의료보험제도를 유지하면서 의료서비스 제공체계는 종래와 같이 자유방임제로 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료보험의 도입으로 인해 환자의 본인부담이 낮아지면서 대형병원 이용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환자의 의료이용을 조절하기 위한 전달체계의 마련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1981년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을 전개하기 이전까지는 진료체계나 의료전달체계라는 개념이 도입되지 못했다.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낮은 보험료를 유지하기 위하여 보건진료원을 이용하는 진료전달체계의 개념이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에서는 1차 진료기관으로 보건진료원 및 보건지소 등 보건기관을 이용토록 하였다.
그러나 공‧교나 직장의료보험 적용자는 진료전달체계를 적용하지 않는데 반해 시범지역에서만 전달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범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강제적인 진료전달체계는 1982년에 폐지되었다.
이와 같이 시범지역에서 진료전달체계가 폐지되었지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진료전달체계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1981년 10월부터 서울대학교 병원연구소와의 협력 하에 의료전달체계의 구상과 이에 따른 진료권 설정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여 1982년 『전국보건의료망편성을 위한 조사연구』(전편연구) 보고서를 발간하였으며, 이 보고서는 1984년에 수정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1989년 7월 중진료권과 대진료권을 설정하고 중진료권 내의 3차 의료기관을 제외한 의료기관을 1차로 이용한 이후에 의사의 진료 의뢰서를 지참하여 3차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달체계를 시행하였다.
한편, 모자보건사업은 1962년에 전면 개정된『보건소법』에 의거하여 시행해 왔는데, 도시의 시‧구 보건소는 상근 보건요원이 모자보건업무를 담당하였으며, 농촌보건소에서는 읍‧면에 배치된 3명의 보건요원 중 1명이 모자보건사업을 주도하도록 하였다.
1977년부터 실시된 제4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에 통합보건사업이 포함됨에 따라 모자보건사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세계은행(IBRD) 차관 인구사업에 의해 1981년~1984년 기간 중 전국에 91개소의 모자보건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에 따라 1982년 14개소, 1983년 28개소, 1984년 49개소를 설립함으로써 모자보건사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한편, 보건관리정보체계의 핵심인 보건통계 생산체계의 조직 및 기능 미흡으로 사업계획 수립‧시행에 필요한 통계를 적절히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1985년 사업통계 개선에 중점을 둔 시범사업을 강화에서 실시하고, 1986년에는 WHO와 연세대학교 연구진의 지원으로 군단위 보건관리정보체계의 모형을 개발하였다. 1987년에는 개발된 모형을 현지 시범사업을 통해 수정‧보완하여 전국 보건소에 확대 가능한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한국인구보건연구원』의 보건의료 연구영역은 일차보건의료 시범사업의 종료에 따른 평가와 확대, 제2종 의료보험 시범사업, 보건의료전달체계 수립과 전국 보건의료망 구축, 모자보건센터 운영, 보건소 등 공공기관의 경영개선, 국민보건실태, 의료보험수가, 도시저소득층을 위한 1차 보건의료사업, 국민보건의식행태, 한국인의 영양권장량, 심신장애자 실태, 영유아 관리, 병원경영실태, 의료보험의 확대방안, 의약분업, 국민보건의료비, 보건의료 업무 전산화 및 통계, 보건지표, 2000년대를 향한 보건의료 대책, 질병상해통계, 장기 의료인력 수급 등이었다.
3. 사회복지부문 연구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이 발족한 1981년은 제5공화국이 출발하였던 시기로서, 제5공화국 초기의 복지정책은 유신정권에서부터 실시하던 의료보험을 확대하는 것 외에는 두드러진 것이 없었다. 1982년『생활보호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교육보호와 자활보호를 비롯한 보충적 복지를 제공할 법적인 기반만 닦아 놓은 상태였으며,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에 대비하여 1985~1987년 기간 중 장애인복지시설 현대화 3개년계획 추진과 함께 1986년 “장애인복지종합대책”을 수립‧발표하였다.
1981년 6월에는『노인복지법』을 제정하여 노인복지정책 수립‧시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1982년부터 철도‧지하철‧고궁‧목욕‧이발 등 8개 업종에 대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로우대제를 실시하였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외형만 갖추어진 채 내용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한국인구보건연구원』도 발족 이후 1985년까지는 사회복지 부문의 연구는 거의 수행하지 않았으며, 보건의료의 한 부문으로 의료보험의 확대를 위한 연구만을 수행했다.
1988년부터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국민연금제도를 전담하는 연구기관이 없었다.『한국개발연구원』이 국민연금의 도입모델 등에 관한 연구를 일부 수행했지만 보건사회부로서는 연금연구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연구기관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에 1986년 국민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실무작업반을『한국인구보건연구원』에 설치하였으며, 『한국인구보건연구원』으로서도 사회복지분야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이후 1986년 12월『사회보장심의위원회』소속의 연구반이『한국인구보건연구원』으로 이적함으로써 국민연금 뿐 아니라 최저생계비, 기초생활보장, 장애인 복지 등의 분야로 연구영역을 확대하였다.
그 후 1988년 사회복지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한 보건사회부 장관에 의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사회복지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1989년 1월 보건사회사부에『사회복지정책 장기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사무국을『한국인구보건연구원』에 설치하였다.
『사회복지정책 장기발전위원회』의 활동을 계기로『한국인구보건연구원』은 인구와 보건분야 뿐 아니라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연구기관이라는 인식을 보건사회부와 경제기획원 등에 심어주었으며, 연구원 명칭도『한국보건사회연구원』으로 개칭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와 같이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의 사회보장부문 주요 연구영역은 1987년부터 시작된 초기의 과제로 국민연금제도 실시를 위한 기초연구를 비롯하여 선진국의 공적연금제도 비교,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의 자격관리, 전국민 의료보험과 재원조달, 의료보험 진료비 심사지불제도, 최저생계비 계측, 국민연금 확대방안, 국민연금재정추계모형, 의료보험본인부담, 사회복지시설, 사회복지장기발전계획, 의료재활서비스, 노인복지정책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