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규제의 합리화 방안 연구
A Study on Rationalization of Regulation for Strengthening the Publicness of Long-Term Care Services
Abstract
Securing the publicness of social services is one of the core social agenda items. This paper aims to define the concept of publicness in long-term care and to derive the roles and policy tasks of the government as a regulator that can lead the publicness of long-term care institutions under the marketization of long-term care services. For this purpose, this paper defines the long-term care ecosystem as a network between the government-provider-manpower-users for long-term care services and analyzes the problems of the current regulation causing a vicious circle of long-term care ecosystem. Based on its findings, this paper suggests that the current regulation should be changed from ‘loose entry/exit regulation and strict and punitive operation regulation’ to ‘strictly controlled entry/exit regulation and educational /instructive consulting’. It also suggested that it is necessary to harmonize with professional intervention rather than leave everything to users’ choice in terms of publicness.
초록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는 사회적 핵심 아젠다 중 하나이다. 이 논문은 장기요양의 공공성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고, 장기요양서비스 시장화(marketization)하에서 장기요양기관의 공공성을 견인할 수 있는 정부의 규제자로서의 역할과 정책과제를 도출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이 논문은 장기요양서비스를 둘러싼 정부-제공기관-제공인력-이용자 간 상호 관계망을 장기요양생태계로 규정하고, 장기요양생태계의 악순환을 야기하는 현행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논문에서는 현행 제공기관에 대한 ‘느슨한 진입/퇴출규제와 엄격하고 처벌적인 운영규제’로부터 ‘엄격히 강화된 진입/퇴출 규제와 교육적/지도적인 운영규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공공성 관점에서 이용자의 선택권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는 전문적 개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제안하였다.
Ⅰ. 서론
장기요양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는 사회적 핵심 아젠다 중 하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2008년 도입된 이후 지난 10년간 가장 비판의 표적이 되어왔던 것은 장기요양서비스 시장화(marketization)의 폐해로 인한 공공성 훼손이었다. 그런만큼 장기요양시장화로 인한 문제 분석과 대안 마련에 주목한 연구들도 다수 이루어져 왔다(석재은, 2007; 유호선, 2007; 석재은, 2008a; 엄기욱, 2008; 석재은, 2008b; 석재은, 2010; 전용호, 정영순, 2010; Seok, 2010; 이진숙, 박진화, 2011; 전용호, 2012; 석재은, 2014; 권현정, 2014; 최재성, 이상우, 2014; 권현정, 홍경준, 2015; 석재은, 2015; 석재은 등, 2015a; 석재은 등, 2015b; 석재은 등, 2016).
장기요양서비스 시장화는 정부가 장기요양제도를 도입하면서 대부분의 공급자를 구성하는 민간공급자의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적 전략으로 채택되었다는 점에서, 시장화에 대한 거센 비판과 도전은 장기요양정책의 근간(根幹)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
복지공급이 다원화되고 제공기관 간 경쟁이 이루어지는 유사시장(quasi-market)이 도입되면, 국가는 재원조달과 제공자 역할을 모두 하는 것으로부터 제공자의 역할의 상당부분을 민간에게 양도하고, 구매자(purchaser), 여건조성자(enabler), 규제자(regulator)로서의 역할로 전환하게 된다(Le Grand, 1991; Knapp et al., 1994; Wistow et al., 1996; Le Grand, 2006; Powell, 2007). Evers(1994)는 장기요양시장은 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단선적 차원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규제정책에 의해 정부, 제공자, 이용자 간의 삼각관계로 작동되기 때문에 순수한 시장으로 이해될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Evers, 1994, pp.27-28). 정부의 시장조성과 규제자로서의 역할에 따라 장기요양시장의 특성과 작동 및 파급영향은 매우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요양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정책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Powell, 2007; Mor et al., 2014). 그러므로 이 논문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도입과 함께 조성된 장기요양서비스 시장화에 따른 난맥상 속에서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자로서의 역할과 과제를 도출하는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 또한 공공성(公共性)이 사회적 아젠다로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사회서비스에서의 공공성의 핵심 개념에 대해서는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회서비스에서의 공공성 개념을 정리하고, 공공성과 정부의 역할로서의 규제와의 관계도 정리해보고자 한다. 규제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 논문은 정부의 규제자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두고 규제를 통한 공공성 강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장기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은 정부의 정책과 서비스 이용자를 잇는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서비스 공공성을 담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장기요양시장의 난맥상속에서 장기요양의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들의 핵심에는 장기요양기관이 있다. 따라서 장기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은 정부가 공공성 담보를 위해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핵심 대상이다. 정부가 제공기관의 속성과 행태를 잘 이해하고, 이를 규제 및 평가를 통한 보상 및 처벌이라는 수단을 통해 공공적 정책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제공기관이 정부가 깔아놓은 규제의 레일을 수동적으로 달리는 존재가 아니라, 기관의 경영권내에서 제공기관의 이익을 위하여 정부가 깔아놓은 규제 레일의 경로를 때로는 수정하고 이탈하며 달리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설치했던 정책적 장치들이 당초 가정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물을 낳는 경우가 많다. 소위 정책실패(policy failure)가 발생한다. 따라서 어떻게 장기요양기관을 규제할 것인지,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어떻게 보상과 처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장기요양기관이 어떠한 행태를 보이며, 결과적으로 어떠한 장기요양서비스 성과를 낳느냐 하는 것은 장기요양기관에만 주목해서는 근본문제의 메카니즘을 파악하기 어렵다. 장기요양기관을 둘러싼 장기요양생태계가 장기요양기관의 실질적 행태를 구속하는 측면이 있다. 기관의 존립을 둘러싼 이해와 공공적 사명이 충돌할 때 기관의 존립을 우선하게 되는 과정에서 정책규제 레일의 경로를 수정하거나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정부의 규제를 어떻게 변경하고 강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장기요양기관으로 하여금 공공성에 충실히 복무하도록 견인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장기요양기관이 놓여있는 장기요양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전제로 공공성 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요양생태계에서 각 주체들이 어떠한 이해와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각 주체들의 행태는 다른 주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연결되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공공성 훼손이 발생하는 장기요양생태계의 구조적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이러한 바탕위에 장기요양기관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Ⅱ. 장기요양의 공공성과 정부의 역할
1. 공공성 개념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공공성(公共性)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로 정의된다. 공(公)은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고 투명하고 공적인 것을 의미하며, 공(共)은 함께 여럿이 하나로 합하여 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공공(public)을 찾아보면, 국가(정부)가 직접 관련되어 수행하는 일을 일컬으며, 전체 사람에게 관계되는 것,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고 개방되는 것, 공동체의 일, 특히 정부의 일에 포함되는 것, 국가에 의해 제공되는 것, 일반사람, 공동체, 공동체가 특별한 관심 또는 연계를 갖는 영역을 의미한다.
공공성에 대한 정치철학적 유래를 정리한 것에 따르면, 조승래(2014)는 [공공성 담론의 지적계보]에서 공공성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 운영원리로서의 독립적 개인, 선택의 자유, 사적 영역의 보호 등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샌델(Sandel, 2010)은 왜 공공성이 필요한 것인가와 관련하여, 인간은 비자족적 존재여서 상호의존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타인들과 연대하여 사회적 문제를 공적으로 논의할 때 비로소 자율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이 사적선택의 자유를 보장받는다고 자율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공성이 회복될 때 비로소 개인도 자율적 존재가 되어 자기를 실현할 수 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공공의 일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하고, 소속감이 뚜렷해야 하며, 부분보다는 전체에 관심을 두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들과 도덕적 유대감을 지녀야 한다. 따라서 공공의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참여와 연대의 덕(virtue)을 발휘할 때, 비로소 사회적 공공성이 회복할 수 있다.
조대엽(2012)은 공공성을 세가지 구성요소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공공성의 제 1요소는 주체로서의 공민성으로, 공민성은 공공성 개념에 내재된 민주주의, 정치적인 것, 인권, 위임된 정치체계로서의 정부적인 것 등의 요소를 포함한다. 둘째, 공공성은 제도와 규범의 차원에서 ‘공익성’의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공익성은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를 말한다. 셋째, 공공성은 행위의 차원에서 ‘공개성’의 요소를 포함한다. 공개성은 의사소통 행위를 준거로 하며, 공정, 평등, 정의 등의 가치를 반영하며, 보편적 접근성, 공유성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공공성의 개념적 고찰에 따르면, 공공성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의 일에 대해 공공이 공공의 장에 참여하여 함께 투명하게 소통하며 공익을 추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기요양에서의 공공성은 장기요양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이 참여하여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논의하며 지속가능한 좋은돌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 석재은 등(2015).
2. 장기요양서비스와 공공성
장기요양을 비롯한 사회서비스에서 공공성은 왜 중요한 쟁점이 되었을까? 역사적으로 사회서비스에서 공공성이 중요한 정책아젠다가 된 것은 국가가 재원조달 및 제공자 역할을 일체화하여 수행하던 것으로부터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민간에게 넘기는 민영화(privatization)가 이루어지면서이다. 공적 서비스 제공을 민간이 맡는 비중이 증가하게 되면서, 민간공급체계로 하여금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따라서 국가(공공)는 사회서비스 재정을 조달하고(financing),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providing) 것에 한정되던 역할에서 규제(regulation)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 규제를 통해 민간으로 하여금 공공의 정책목표를 수행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국가는 재원조달자 역할은 여전히 유지하지만 제공자 역할의 상당부분을 민간에게 양도하는 대신, 규제자(regulator), 여건조성자(enabler), 평가자(evalu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Le grand, 1991; Evers et al., 1994; Knapp et al., 1994; Wistow et al., 1996; Le Grand, 2006; Powell, 2007; Seok, 2007; 석재은, 2008; Mor et al., 2014).
국가가 서비스 재원조달자이면서 서비스 공급자인 상황에서는 공공서비스가 곧 서비스 공공성으로 이해되었지만, 복지혼합(welfare mix)으로 재원조달에서도 본인부담 등 이용자부담이 결합되고, 서비스제공에 있어서도 기존의 국가공급자들이 비영리민간 및 영리민간공급자들로 상당부분 대체되면서 공공성의 개념은 보다 다의적이고 복잡한 개념으로 변화되었다(Powell, 2007; 석재은, 2015). 무엇보다 국가의 역할이 변경되고, 정책개입을 통한 공공성 확보가 중요해진다. <표 1>은 복지혼합의 세차원에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개념의 확대를 보여준다. 빗금을 제외한 부분은 모두 공공적 속성을 다양한 수준으로 포함하고 있다.
표 1
복지혼합의 세 차원(3-dimension)과 사회서비스 공공성 개념의 확대
규제(Regulation) 강한규제 | 서비스 제공(Providin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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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규제 | 공공기관 | 비영리민간기관 | 영리민간기관 | 비공식제공자 (가족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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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조달 (financing) | 공적 재원조달 | 공적 재원조달 공공기관 제공 강한 규제 | 공적 재원조달 비영리민간 제공 강한 규제 | 공적 재원조달 영리민간 제공 강한 규제 | 공적 재원조달 비공식 제공 강한 규제 |
공적 재원조달 비영리민간 제공 약한 규제 | 공적 재원조달 영리민간 제공 약한 규제 | 공적 재원조달 비공식 제공 약한 규제 | |||
사적 재원조달 | 사적 재원조달 공공기관 제공 강한 규제 | 사적 재원조달 비영리민간 제공 강한 규제 | 사적 재원조달 영리민간 제공 강한 규제 | 사적 재원조달 비공식 제공 약한 규제 | |
사적 재원조달 공공기관 제공 약한 규제 | 사적 재원조달 비영리민간 제공 약한 규제 | 사적 재원조달 영리민간 제공 약한 규제 |
공공성에 대한 개념적 검토와 역사적 변화속에서 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에서의 공공성에 대한 구성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공성은 공공성을 공공 운영주체의 속성으로 규정하는 구조적 공공성의 협소한 개념에서 공공성의 핵심 속성을 잘 구현하는 내용적(속성적, 규범적) 공공성으로 확대되고 있다(Powell, 2007; 권현정, 홍경준, 2014; 석재은, 2015). 국공립기관 확충은 구조적 공공성 확보의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공급의 다원화가 보편화되고, 특히 한국과 같이 사회서비스 공급을 대부분 민간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용적 공공성 확보가 견인될 수 있도록 서비스제공기관에 대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Mor et al., 2014; 석재은 등, 2015).
둘째, 공공의 이익: 공공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사회서비스 정책목표 달성)을 사적 이익에 우선하여 추구하여야 한다. 영리민간기관의 경우에도 공적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공공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또한 경쟁적인 서비스시장하에서 공공기관은 민간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들을 누리는 데 그쳐서는 곤란하다. 공공기관은 공공성을 담보하는 주체로서 민간기관과 차별화하여 시장에만 맡겨서는 적절하게 공급이 되지 않는 공공재성 서비스를 공급하고, 민간기관을 지원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실질적으로 담당하여야 한다.
셋째, 공평한 수급자격 및 접근권: 사회서비스의 수급자격과 접근권을 공평하게 보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서비스 수급자격의 공평한 적용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별 서비스 인프라의 공평한 분포를 보장을 통해 공평한 서비스인프라(기관, 인력) 접근성 보장이 필요하다. 셋째, 서비스 이용의 경제적 장벽에 대한 민감하게 대응하여 공평한 서비스 이용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정보의 투명한 공개: 사회서비스 제공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 정보의 투명한 공개, 서비스 제공과정의 투명한 공개, 서비스 재정회계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 다원화된 서비스공급체계하에서 공공성 확보의 필수조건은 참여주체들 간에 쌍방적으로, 다각적으로 투명한 개방적 소통과 공공적인 문화규범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Mor et al., 2014; 권현정, 홍경준, 2014; 석재은, 2014; 석재은 등, 2015).
다섯째, 시민의 참여: 사회서비스 정책결정, 제공과정, 평가과정에 서비스 실천현장의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의 정책결정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서비스 제공과정에 대한 참여, 모니터링 및 평가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여섯째, 공생(共生)의 원칙: 장기요양 구성주체(관리자-서비스기관-서비스인력-(가족)-이용자)는 상호 밀접하게 연계된 장기요양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장기요양생태계를 훼손하는 악순환 고리를 끊고 상생 공존하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요양 구성주체들은 상호의존적 관계를 이루고 있어, 상호남용하게 되면 돌봄생태계 자체를 파괴한다. 장기요양의 공공성 강화는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 강화만으로 확보될 수 없으며, 쌍방향의 소통과 장기요양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서비스기관, 서비스인력, 서비스이용자, 서비스관리자)이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규범적 문화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 이용자와 제공자가 모두 조화롭게 공존이 가능하고 건전한 장기요양 문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어떤 주체가 다른 주체에 대해 비합리적인 행태를 하지 못하도록 문화규범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석재은 등, 2015).
3. 장기요양정책과 정부의 역할 및 규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기요양에서 공공성 개념은 다차원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중 상당부분은 정부의 규제자, 환경조성자, 평가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구현된다. 장기요양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역할에 준하여 장기요양정책에서 정부역할의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
위스토우(Wistow, 2006)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시장유형의 범위는 교과서에 나오는 순수한 시장에서부터 고도로 관리된 준시장(quasi-market)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규제가 강하면 서비스시장의 영향력이 제한되고, 규제가 약하면 순수한 자유시장의 속성이 관철된다(Wistow et al., 1996, p.165). 석재은(2008b)는 시장에 대한 규제를 진입단계 제공자 자격규제, 운영단계 가격규제, 운영단계 인력 자격 및 운용규제, 평가단계 모니터링 및 평가 규제로 크게 4가지 차원에서 나누었다(Seok, 2007; 석재은, 2008b).
<표 2>의 내용은 장기요양에서 정부의 역할을 평가하기 위한 분석틀이다. 이 연구에서는 장기요양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을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특히 정부의 직접적 행위자로서 역할이 아닌 간접적 행위자로서의 역할에 해당하는 유사시장 조성자 역할 및 운영 규제자 역할에 초점을 두고 분석해보고자 한다.
표 2
장기요양과 정부의 역할
주요 역할 | 구분 | 구분 |
---|---|---|
1) 재원조달 및 구매자 (financing & purchaser) | 재원조달 | (1) 사회적 재원조달제도 마련 |
(2) 재정지출 규모(할당수준) 설정 | ||
비용지불 | (3) 서비스 구매자(purchaser) 및 서비스비용 지불 | |
서비스할당 | (4) 서비스 수급자격 설정 및 수급자 선정 | |
급여설계 | (5) 급여종류의 설정 및 급여이용 한도 설정 | |
2) 유사시장 조성자 (enabler) | 공급자 측면 | (1) 서비스 제공기관 자격관리 |
(2) 서비스 시장의 경쟁수준 조절: 공급량 조절 | ||
(3) 서비스 시장의 공정경쟁 준수지침 수립 | ||
(4) 서비스 가격 결정 | ||
(5) 서비스 인력자격 관리 및 운용 | ||
이용자 측면 | (6) 공평한 서비스접근성 보장 | |
(7) 정보의 비대칭 해소: 공급자 정보 투명 공개 | ||
(8) 서비스구성 개입: 사례관리(care management) | ||
3) 운영 규제자 (regulator) | 교육지도 | (1) 교육지도 및 컨설팅 |
단속 및 처벌 | (2) 서비스 운영규제 준수 감독 및 단속 처벌 | |
모니터링 및 평가 | (3) 모니터링 및 평가 | |
4) 제공자 (provider) | 역할모델 | (1) 서비스제공의 표준 및 선도자로서 역할 |
공공재 공급 | (2)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 공급자로서 역할 | |
민간 지원자 | (3) 민간공급자에 대한 지원자로서 역할 |
운영단계의 규제적용은 감독의 범위, 빈도, 재량권 등에 따라 규정준수 기반 규제(compliance-based regulation)와 제지/억제 기반 규제(deterrence-based regulation)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Mor et al., 2014). 첫째, 규정준수 중심 규제(compliance-based regulation) 유형은 비공식적인 분쟁해결 접근에 보다 초점을 둔다. 위반과 벌칙부과 적용에 있어 상당한 변이(variance)가 허용되며 감독자의 재량권을 넓게 인정한다. 감독자들의 상이한 판단을 통합하여 적용한다. 영국 요양시설의 규제방식이다. 정기적 감독보다는 수시감독 비중이 더 높다. 지방정부 옴부즈맨이 전형적이다. 감독기구가 독립되어 있으며, 소비자 불만 관련 분쟁해결 역할은 하지 않는다. 규정 위반시 인증취소 등 극단적 조치는 드물고, 경고, 시정조치, 벌금부과, 일정기간 폐쇄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Mor et al., 2014). 둘째, 제지/억제 중심 규제(deterrence-based regulation) 유형은 정확(정밀)한 처벌기준을 엄격히 고수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훨씬 많은 공식화된 감독규약(inspection protocol)에 기반하여 집행한다. 중앙화된 미국 요양시설 재인증 절차가 대표적 예이다. 갈수록 금지명령은 증가하는 반면 개별 감독자의 재량권은 최소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 방식의 규제는 보다 특정화하고 정확한 초점을 둔다는 데 장점이 있지만, 정확히 관찰되지 않고 문서로 표현될 수 없는 부분의 경우에는 규정준수 중심 규제가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제지/억제 규제는 수월한 질(quality)을 진정한 목표로 삼지 않는 계산게임(counting game)의 성격을 갖는다(Mor et al., 2014).
또한 누가 규제자의 역할을 담당하는가와 관련하여 규제자의 전문성을 중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구분될 수 있다. 또한 규제조직을 중앙화할 것인지, 지역화할 것인지도 규제운영의 구분 지점이다. 법의 엄격한 해석에 기반한 대립적(adversarial) 규제를 할 것인지, 제공자가 보다 옳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는 합의적(consensual) 규제를 할 것인지로 구분된다. 내용적으로는 사회복지적 내용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보건의료적 내용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의 구분 지점도 있다. 또한 구매력을 통하여 보험자가 지불청구 심사를 함으로써 규제를 할 수도 있다(Mor et al., 2014).
Ⅲ. 정부의 규제전략 평가와 장기요양생태계의 악순환
1. 장기요양과 정부의 규제전략 평가
정부는 장기요양정책에 개입하는 전략으로 크게 세 가지 접근을 채택해 왔다. 첫째, 정부는 재원조달(financing)을 통해 장기요양서비스를 사회적 제도로 만들었다. 고령화율이 10% 수준인 비교적 이른 시점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여 장기요양욕구에 대해 사회적으로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재정을 조성하였다. 일본 및 독일이 고령화율 17~18% 시점에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한 것과 대비되는 조기개입이라 할 수 있다(Seok, 2010). 이를 통해 한국은 고령화에 대응하여 보편적인 장기요양서비스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비용급증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저비용으로 장기요양욕구에 대응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따라서 비교적 낮은 수준의 포괄수가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암묵적으로 낮은 인건비, 낮은 서비스 질로 귀결되는 제도를 산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시장조성자(enabler)로서 유사시장을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가격은 표준화된 가격으로 통제하는 한편, 서비스 공급은 자유롭게 하여 기관들 간에 경쟁(competition)하게 함으로써 이용자 선택에 입각한 소비자주의(consumerism)에 입각하여 서비스 질을 담보하고자 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한국 정부는 서비스기관 및 서비스인력에 대해 비교적 낮은 국가최소기준을 설정하여 서비스 질을 양보하는 대신 장기요양제도에 진입하는 비용을 낮춤으로써 서비스 공급유인을 최대화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 둘째, 서비스기관 진입 수량을 통제하지 않음으로써, 서비스공급자 간 무한 시장경쟁을 통한 자연스런 생존과 퇴출을 유도하고 정부는 관망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셋째, 서비스 이용자격(장기요양인정) 규제 및 서비스 등급별 급여상한 설정을 통하여 장기요양비용의 수준을 통제하고 있다. 넷째, 표준화된 서비스 수가 설정을 통한 가격통제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통제하면서 가격경쟁이 아닌 서비스 질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의 상급침실료 및 식재료비 등 비급여에 대한 부분은 규제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경쟁력 있는 서비스기관의 경우 정부의 통제범위 밖에서 차별화된 가격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다섯째, 서비스 제공실적에 정비례하는 지불방식으로 서비스기관의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데, 이러한 경영불안의 최종적인 부담은 서비스 인력의 불안정 노동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귀착되고 있다. 여섯째,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기관 정보 및 정기평가 결과를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평가등급은 기관에서도 이용자에게 잘 알리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의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정보 접근성은 매우 낮다. 또한 이용자의 선호도가 높은 기관은 대기리스트가 길어 실질적인 선택권 사용에 제약이 있어, 정보공개가 실질적인 선택권 지원의 역할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곱째, 이용자에게 서비스 구성 및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전적인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포괄적 수가방식에 따른 공급자의 서비스 축소제공 유인을 견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에 대한 전적인 선택권 부여는 결과적으로 서비스 구성에서 방문요양 편향을 결과함으로써, 이용자 맞춤 서비스 구성을 확보하는 데에 실패했다. 또한 이용자에 대한 소비자권리의 강조는 특히 재가에서 이루어지는 방문요양서비스에서 이용자의 서비스 제공인력에 대한 고용주로서의 인식을 강화시켜 장기요양과 관계없는 일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등 빈번한 남용(abuse)을 초래하였다.
셋째, 정부는 규제자(regulator)로서 역할한다. 정부는 제도의 운영 규칙(regulations) 및 기준들(standards)을 만들고 질 평가(evaluation of service quality)를 실시함으로써 서비스 질을 담보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내용을 담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인력 및 시설의 자격기준을 담고 있는 노인복지법과 함께, 수많은 고시를 통해 기관이 준수해야 할 서비스 제공규칙을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규칙은 매우 경직적으로 적용되며 재량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규칙을 위반한 경우 처벌도 매우 강한 편이다. 반면 서비스 질 정기평가 결과의 적극적 활용에 있어서는 미온적이다. 평가등급 우수 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평가등급 하위 기관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 결과 질 낮은 서비스를 방치함으로써 이용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질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한국은 제공자로서의 정부 역할은 거의 부재하다. 서비스 공급기관 중 국공립기관의 비중이 시설서비스 2%, 재가서비스 0.8%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 장기요양에서는 공공성을 구조적으로 확보해주는 구조적 공공성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공공기관에게 기대되는 서비스 제공의 역할모델도 없고, 민간기관에 대한 선도적 역할도 기대할 수 없고, 민간에 의해 제공되지 않는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기피대상, 기피서비스)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표 3
장기요양정책에서 한국 정부의 개입 특성
2. 장기요양생태계의 악순환1)
장기요양에서 한국 정부의 시장조성 및 규제자 역할에서의 정책실패는 장기요양생태계의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장기요양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주체별로 어떠한 역기능을 보이며 악순환(vicious circle)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자(그림 2 참조). 첫째, 현행 장기요양 재가서비스는 공급기관에 대한 양적 통제를 하지 않은 결과, 과잉공급에 따른 서비스시장의 포화로 인하여 과도한 경쟁구조에 놓여있다. 그 결과 서비스제공기관의 소규모 영세화로 재가서비스기관 상당수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방문요양 서비스의 경우, 2016년 12월말 기준 제공기관 1개소당 평균 서비스 이용자수가 26명에 불과한 수준이고, 월기준 총서비스수입이 1,985만원에 불과하여 안정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6). 이는 서비스수가 산출의 표준운영모형이었고 안정적 기관운영의 분기점인 평균 이용자수 40명, 월서비스수입 3,000만원에 비해 이용자 기준 65~66%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다.
둘째, 서비스기관의 담합, 부당청구 등 편법, 불법적 행태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고 재가서비스 기관 중 약 30%는 폐업과 설치를 반복하고 있다. 재가서비스제공기관의 안정적 운영이 어려운 상태에서 경쟁적인 이용자 확보를 목적으로 본인부담금 면제 및 감면 등 불법 및 편법적으로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고 서비스비용을 부당 청구하는 등 공공성 훼손 사례가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2~2014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부정수급액은 385억 4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 또한 느슨한 진입규제, 엄격한 운영규제로 상당수 기관이 설치 및 폐업을 반복하여, 장기요양 평가기간이 다가오면 폐업했다가 다시 설치신고를 반복하는 기관이 4,620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3) 또한 건보 정기평가(’14~’15년) 결과 43.7%가 부실 우려가 있으며, 수급자 없이 휴면중인 시설이 17.2%(’16.6월)라고 보고되었다.4)
셋째, 개인/영리 재가 장기요양서비스기관 중 상당수는 공공성 규범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재가 장기요양서비스기관은 설립주체별로 보면, 개인기관이 83.1% 내외에 달하고 있으며, 법인기관이 16.2%, 지자체기관은 0.8% 미만이다. 시설서비스 기관의 경우도 개인/영리기관이 70.9%, 법인 27.1%, 국가지자체 2.0%이다. 개인/영리 장기요양서비스기관 중 상당수는 공공서비스를 전달하는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한 편이며, 심지어 개인/영리 기관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다.5)
넷째, 장기요양인력에 대한 미흡한 자격관리, 열악한 처우 및 근로여건으로 인하여 장기요양기관들이 좋은 인력의 모집난을 겪고 있으며, 인력 고령화 및 직업 이탈로 서비스 질을 적절하게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재가 요양보호사 기준 시간급 수준은 2015년 기준 7,300원 내외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월급의 기준에서 보면 100만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1일 4시간씩 주 5일 총 80시간 근무하는 경우 월수입이 584,000원이며, 1일 8시간씩 주 5일 총160시간을 근무하는 경우 월수입이 116만 8천원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시설 요양보호사는 장시간 근로로 월급은 160만원 안팎이지만 노동강도가 너무 높고 160시간 근무규칙으로 근로권에 입각한 휴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5). 경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병가, 유급휴가 등이 인정되지 않으며, 산재도 인정되지 않는 등 열악한 처우에 실망하여 많은 인력들이 소진과 실망으로 이탈하고 있으며, 남은 인력의 고령화로 서비스 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기관들은 좋은 인력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섯째, 서비스 시장화와 돌봄의 상품화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이용자가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기 보다는 상호 남용하는 상황이 조장됨으로써 좋은 돌봄문화 형성에 방해가 되고 있다. 시민됨(civility)이 전제되지 않은 천박한 소비자주의(consumerism)와 품질이 보증되지 않은 수많은 선택대안과 같은 형식적인 이용자 중심의 강조는 오히려 정책목표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 질 담보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 자유주의적 정책 방침에 따라 재가급여 이용자에게 강조했던 자유로운 재가급여서비스의 혼합구성(service mix)은 방문요양 편향 서비스를 결과하여 맞춤 서비스 구성을 방해했다. 또한, 방문요양서비스 내용의 이용자 결정권, 요양보호사 교체권 등은 이용자에게 장기요양 서비스를 지나치게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사적 성격의 서비스로 오해시킴으로써 불필요한 불협화음과 남용(abuse)을 초래하고 있다. 이용자에 대한 정책방침은 장기요양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며, 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을 지원해 왔으나, 이용자 측면에서 평가결과는 서비스제공기관 선택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 않거나, 고려하고 싶어도 실질적으로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석재은 등, 2016).
여섯째,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정책방침은 최소한의 자격조건을 갖추면 준칙주의에 입각하여 자유롭게 진입시켜 운영할 기회를 주지만, 위법사항이 발각되면 엄청난 철퇴를 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즉 한마디로 ‘느슨한 진입규제, 엄격한 운영규제’로 정리할 수 있다. 기관에 대한 FGI 분석결과에 따르면(석재은 등, 2015), 진입할 때는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었지만 운영단계에서는 합리적이라고 수긍하기 어려운 지나친 규제와 가혹한 처벌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위축되어 있거나 불신과 불만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기관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표준적으로 규제하는 서비스수가가 지나치게 낮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기관의 창의적이고 특성화된 발전을 도모하는 등 건설적 측면에서 자율적 경영권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곱째, 지자체는 서비스기관의 진입퇴출 및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와 관련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왔다. 현행 서비스제공기관의 서비스 질의 격차가 극심한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서비스기관의 진입 및 퇴출을 엄격히 심사하여 시민들이 안전하고 보증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증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현행과 같이 질적으로 취약하고 공공적 가치지향이 낮은 ‘불량 서비스 기관들’까지 포함하는 수많은 장기요양기관들 중에서 이용자들이 옥석을 구분하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안전하고 보증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기관들만을 엄격하게 선별한 상태에서 이용자의 선택권이 안전하게 행사될 수 있도 록 정부는 안전하고 보증된 서비스 제공기관 선별과정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Ⅳ.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합리적 규제방안
1. 정책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 형식적 자유주의에서 투명한 개입 주의로
현행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정책방침은 최소한의 자격조건을 갖추면 준칙주의에 입각하여 자유롭게 진입시켜 운영할 기회를 주지만, 위법사항이 발각되면 엄청난 철퇴를 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즉 한마디로 ‘느슨한 진입규제, 엄격한 운영규제’로 정리할 수 있다. 장기요양정책의 개선방향은 첫째, 정책의 초점을 ‘자유로운 진입,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두기보다는, 안전하고 보증할만한 서비스제공기관들만 진입이 가능토록 ‘진입규제를 대폭 강화’하여 이용자들이 어떤 서비스제공기관을 선택하든 안전하고 보증할만한 기관들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영단계에서는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개입주의’에 입각하여 합리적인 규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에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진입단계 규제를 대폭 강화하여 서비스제공기관의 수량을 통제하고 제공기관을 엄격히 선발하며, 운영단계에서도 평가결과 활용 및 인증체계 도입을 통해 안전하고 보증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걸러내는 것에 정책의 강조점을 둘 필요가 있다.
둘째, 제공기관, 서비스 인력, 서비스 이용자, 서비스 관리자 등 모든 제도참여 주체들이 장기요양의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화규범적 공공성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의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공기관을 비롯하여 참여주체들과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참여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제도운영을 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이용자의 과도한 자기결정권도 공공적 가치에 비추어 제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정부의 개입지점을 명확히 하고 모든 참여주체들의 참여적이고 협력적인 규범적 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안전성, 신뢰성, 예측가능성 및 투명성을 높여 우리 사회가 장기요양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데 있어 훨씬 효과적이고 비용효율적일 것이다.
2. 안전한 규제된 시장(regulated market)의 조성
가. 서비스 공급기관 자격관리 강화 및 공급량 조절
최소한의 인력 및 시설기준을 충족한 서비스제공 기관의 진입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방향에 전면 수정을 제안한다. 장기요양기관 진입단계에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양적 규제와 질적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기관 수요-공급에 대한 실태파악 및 계획수립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영국의 CQC, 호주의 노인요양표준 및 인증기구(Aged Care Standards and Accreditation Agency)와 같이 서비스기관 품질관리위원회(Committee for the Quality of Long-Term Care Facilities)를 설치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장기요양기관 진입단계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적정 시장규모를 고려한 양적 규제가 필요하다. 전국적 및 지역적 차원에서 장기요양기관 수요-공급 계획을 수립하여 지역별로 장기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을 일정량 수준에서 관리하는 총량 규제를 도입하는 방식의 수량 통제를 실시한다. 서비스기관의 질 혁신을 도모하기 위하여 서비스기관 진입의 개방성은 계속 유지되어야 하므로 신규 진입기관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 비율 및 수량(예: 총서비스기관수의 20% 이내)은 신규시설의 진입을 허용한다. 중앙정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하에 서비스 질 평가결과(예컨대, 누적적 평가결과 2회 연속 D 이하인 경우) 등과 연계하여 낮은 서비스 질의 서비스기관을 퇴출하고, 서비스기관 퇴출에 따른 피해로부터 이용자를 적절히 보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처리절차를 마련한다.
둘째, 장기요양시장의 진입단계에서의 기관 심사, 진입 자격조건을 강화한다. 서비스 진입기관 심사시 신뢰할 수 있고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 제공이 기대되는 서비스기관만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질 심사를 마련한다. 호주의 경험을 참조하여 최소 1년 이상의 서비스 제공 운영 실적이 있고, 서비스 제공 성과에 대한 평판이 좋은 기관만이 서비스 기관으로 진입이 가능하도록 제한한다. 또한 기관명 및 대표자명만 바꾸어 설치와 폐업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예컨대, 서비스기관 주요 책임자의 서비스 제공기록을 추적하는 등 설치 및 폐업의 반복 방지 방안에 대한 효과적 방법을 강구한다.
셋째, 장기요양의 공공적 가치에 부응할 수 없는 기관에 대해서는 합리적 퇴출로를 마련한다. 기관을 잘 운영하는 기관들은 지원을 강화하고, 평가를 회피하거나 공공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소양이 부족한 기관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방안을 마련한다.
넷째, 평가결과와 연계하여 좋은 돌봄 인증을 도입하고, 좋은 일자리 인증, 서비스 특성화 인증 등 다양한 인증체계를 도입하여 안전하고 보증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기관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나. 역량있는 서비스 인력의 재생산체제 안정화
이미 장기요양서비스 시장에서는 역량있는 장기요양서비스 인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재가서비스 인력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으며, 제도초기 인력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일자리에 대한 실망으로 많이 돌봄일자리를 이탈했다. 시설은 고용안정성은 있지만 노동강도가 너무 강하고, 장기노동시간을 고려하여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다수 시설이 최저임금, 야간 및 휴일가산 등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재가는 처우도 낮지만 호출노동의 형태를 띠고 있어 고용안정성이 너무 낮은 일자리이다. 특히 질병 및 재해, 경조사 등에 전혀 유급휴가가 적용될 수 없는 체계여서, 괜찮은 일자리와는 매우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경력에 따른 승급체계와 전문성 축적을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아, 직업적인 장기적 비전을 갖기 어려운 일자리이다. 따라서 장기요양일자리를 안정적 일자리로 만들 수 있는 정책조치들이 시급히 필요한 실정이다. 시설은 노동강도를 감소하고, 재가는 안정적 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 고용과 안정적 임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이 수입의 불안정성에 따른 위험을 함께 부담하도록 안정적 일자리를 요구해야 하며 수가도 현실화되어야 한다. 또한 전문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지원이 필요하다.
다. 수가의 개선 및 투명화
적절한 수가수준의 확보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수가수준은 원가 구성의 적절성을 살펴봄으로써 평가가 가능하다. 따라서 수가구조를 투명화하고, 수가 산정에 사용된 인건비 원가를 공개하며, 임차료 및 자본투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분을 계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서비스 수가는 서비스 종류에 따라 정책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정책적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이용자 규모를 기준으로 표준모형을 기준으로 원가를 산정하게 되므로 서비스 제공기관의 규모에 따라 수가의 유/불리가 존재한다는 점은 감안하여야 한다.
한편, 장기요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부 요인으로 요양병원이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도에 기반하여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됨으로써 사회적 비용낭비적이고 사회적 입원을 부추기는 요양병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취지상 요양병원에 대한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은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요양병원을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함으로써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왜곡된 관계를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3. 단속․처벌적 규제에서 교육․지도적 규제 및 컨설팅 강화로 전환
서비스기관의 진입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인증체계의 마련으로 안전하고 신뢰하며 보증할 수 있는 기관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것에 맞추어, 서비스기관 운영규제는 대폭적으로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영규제를 함정단속, 적발, 처벌 중심의 규제방식에서 탈피하여 교육지도 및 컨설팅 강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서비스 제공기관과의 관계를 일방적인 통제적 관계에서 상호적인 협력적 관계로 전환하여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불량기관을 퇴출, 정리해나가는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정책목적에 비추어 볼 때, 기존에 적용하던 규제의 타당성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적으로 재평가하고 정비함으로써, 규제의 투명성, 예측가능성, 합리성, 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
공공성 확보는 참여 구성원이 함께 공공성 규범을 만들고 공유하며 함께 지켜나가고 상호 지지하고 감시하는 ‘문화 규범적 공공성’이 중요하다. 이미 엄격한 진입심사를 거쳐 진입한 기관들이므로 운영단계에서는 상호 협력적 관계를 만들면서 처벌적 규제보다는 교육지도하고 컨설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서비스 제공기관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규범적 공공성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리감독기관에 의한 직접적이고 세부적인 처벌적 규제보다 공공성을 담보하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진입규제를 강화하고 인증체계를 통하여 ‘괜찮은 보증할만한 서비스 제공기관’을 장기요양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역할에 규제의 에너지를 강력히 투입하여야 한다.
가. 인력배치 및 정원 기준 위반규정의 유연한 적용
인력배치 기준과 정원 기준 위반 단속은 전형적인 제지/억제 규제(deterrence-based regulation) 유형의 규제이다. 인력배치 기준 및 정원 기준은 서비스 질 확보를 위한 서비스제공기관의 기본적인 자격요건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충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법적인 인력배치 기준 및 정원 기준에 위배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서비스 질 보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긴급보호가 필요한 경우 등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정황적 해명이 설득력이 있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 즉 규정준수 기반 규제(compliance-based regulation) 방식으로 상황에 따라 감독자가 재량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영규제는 정책목표인 서비스의 질(quality of care)과 노인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규제 적용기준을 전면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력배치 기준과 정원 기준은 기본요건 충족을 기본원칙으로 하되, 통상적 기준 충족의 개념에서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인력배치 기준을 충족한 상황에서 상호 직역 간에 일을 돕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전문성과 특정 자격을 요하는 일에 비전문적 무자격자가 전문적인 일을 지원하는 것은 서비스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명확히 규제되어야 할 사항임을 명확히 한다. 한편, 서비스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리원의 경우에는 급식배식 성과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또한 필요수 인력배치에 대한 가산적용과 기준위배시 패널티 적용 등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시적인 정원 초과의 경우에도 통상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또한 상습적으로 이를 악용하는 기관의 경우에는 평가 및 인증체계를 통하여 퇴출시키는 방안을 마련한다.
나. 기관장 및 중간관리자 교육의 제도화
장기요양기관장의 리더십은 기관의 서비스인력들이 서비스 제공에서 얼마나 공공성 가치를 지향하는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장기요양제도는 정부가 민간공급주체들의 서비스 공급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괜찮은 비즈니스라는 관점을 강조하기도 함으로써, 기관들이 공공서비스 전달자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장기요양기관장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커다란 반성이 필요하다. 국가 제도를 실제로 운영해주는 기관장들과 장기요양제도에 대한 국가적 정책목표와 철학적 가치를 공유하며 지향점을 동일화하고 내면화시키는 것은 필수적이고 매우 중요한 과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국가의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고 평가된다.
형식적인 교육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교육방식과 교육내용이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 가치를 함께 내면화하고 공유하는 데 효과적인가를 고민하여 교육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기관의 어려움을 함께 소통하면서 국가정책 목표 실현과 기관이 처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접점을 모색해보는 개방토론 방식의 교육방식도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인식의 괴리가 큰 상황에서는 일방적인 소통으로는 어렵다. 쌍방적인 소통의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기관이 벤치마킹할만한 선진국의 모범 사례와 한국의 모범기관 사례를 공유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한 기관이 어려워하는 행정업무 관련하여, 경영의 노하우, 인사관리(노동권 이해 포함), 재무관리 등에 관한 실무적인 교육도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개별적으로 교육적 컨설팅을 하며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4. 이용자의 공공성 강화 및 사례관리 지원
이용자의 소비자주의에 입각한 자기결정권의 지나친 강조로부터 비롯된 공적자원의 사적(사사로운) 이용의 폐해를 해결하고 전문적 판단하에 공공적 이용이 될 수 있도록 제도 내에 사례관리(care management) 메카니즘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서비스 제공기관의 전문적 판단 및 개입계획과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이 조화되는 사례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현행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에서 어떻게 사례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까? 몇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첫째는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와 같이 ‘사례관리 전담조직’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사례관리 전담조직은 한국에서 장기요양제도 도입시 비용대비 편익이 불확실하다는 측면에서 채택되기 어려운 방안이다. 둘째는 서비스 공급기관 재편을 통해 사례관리를 서비스체계 내에 포함하여 내재화하는 방안이다. 현행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등 단독서비스 중심의 재가서비스 공급체계를 일본의 소규모다기능센터와 같은 회원제 통합서비스급여기관으로 재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통합재가급여센터에서 포괄정액수가에 기반하여 이용자를 회원제로 확보하여 운영하며, 사례관리를 통해 맞춤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한편, 사례관리와는 별도로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용자와 서비스 공급자를 1:1 매칭을 하지 않고, 복수 대 복수로 매칭하여 서비스인력과 장기요양노인 간 관계가 지나치게 사적(private) 관계와 같이 변질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비공식 관계와 공식적 관계의 애매모호한 경계선에서 오히려 상호 남용(abuse)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복수 대 복수 매칭은 개인가정을 방문하는 서비스의 경우에도 상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이 가능함으로써 사적인 서비스 공간을 공적인 전문적 서비스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가짐으로써 공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 관계로의 전환을 지원할 수 있다.
5. 지자체의 장기요양시장 관리 역할의 강화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장기요양시장을 관리하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요양제도가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본부와 지역사무소를 통해 보험사무 및 평가관리를 맡고 있어, 그동안 장기요양제도 운영에서 지자체의 역할은 거의 미미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장기요양기관을 통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중요한 주체이다. 특히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이 장기요양기관의 서비스 기관 지정/퇴출을 통해 이루어지는 장기요양시장의 형성과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지자체가 이미 갖고 있는 장기요양기관의 지정, 취소와 폐업, 감사 및 과징금 부과 등의 법적 권한의 적절한 활용은 장기요양 공공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보다 강화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지자체는 정부의 장기요양기본계획에 따라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6조). 이에 따라 노인장기요양 수요 및 공급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둘째, 장기요양기관의 장기요양서비스 시장에의 진입을 통제하는 주체로서 역할해야 한다. 장기요양기관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 지자체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31조). 또한 재가장기요양기관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 지자체에 신고를 하여야 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32조). 따라서 지자체에 장기요양기관의 총량규제와 자격평가를 할 수 있는 ‘장기요양서비스기관 품질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비스기관의 진/퇴출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지자체는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와 긴밀히 연계하여 기관 평가결과 등에 기초하여 기관의 폐업 등을 권고할 수 있으며, 폐업에 따른 이용자의 불편이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중앙 및 건보공단에서는 표준적인 법제도적 지침을 제시하고 이에 준하여 모니터링을 담당하며, 지자체는 장기요양기관의 총량규제 및 자격규제 등을 통하여 장기요양시장을 적정 자격을 갖춘 보증할만한 장기요양기관이 활동하는 건전한 시장으로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며, 건보공단과 연계하여 불량기관에 대한 퇴출을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넷째,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은 지역과 밀착하여 지역사회주민의 참여와 투명한 개방성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중심의 중앙적 통제와 표준이 정착되면,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결합한 돌봄공동체를 구축하여 초고령사회 저성장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한 인간적인 돌봄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장기요양기관의 개방과 자원봉사 등을 통한 주민참여는 지속가능하고 인간적인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필수요건이다.
Notes
References
(2006). The Blair Legacy? Choice and Competition in Public Services, http://www.lse.ac.uk/website-archive/publicEvents/events/2006/20051206t1246z001.aspx에서 2015.9.10. 인출 .
(2010). Public Long-Term Care Insurance for the Elderly in Korea: Design, Characteristics, and Tasks. Social Work in Public Health, 25(2), 185-209. Article Id (doi) [Pub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