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장의 건강과 일: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이 유치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Health and Work of the Principals of Kindergarten

윤희수; 문성제; 최만규*
Yoon, Heesoo; Moon, Sungje; Choi, Mankyu*

이 연구는 2017년 15th World Congress on Public Health(2017.4.4.)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및 보완 하였음.

IRB No. 1040548-KU-IRB-16-4-A-2

^* 교신저자: 최만규, 고려대학교(mkchoi@korea.ac.kr)
보건사회연구, Vol.37, No.3, pp.433-458, September 2017
https://doi.org/10.15709/hswr.2017.37.3.433

Abstract

This study was aimed at examining what effect kindergarten principals’ menopausal symptoms has on their managerial work. We interviewed a total of 10 kindergarten principals aged 40-60 and analyzed the interview data based on the process of the thematic analysis. Regarding the menopausal symptoms, some of the participants perceived physical or emotional symptoms, while the others did not perceived them. As to the effect of health on work, the menopausal symptoms affected their private life as well as the kindergarten management. However, the participants tended to overcome the effect of menopausal symptoms with experience, will, effort, sense of reward from their work, and support from their coworkers. Furthermore, the participants have needs on health. They have not only physical symptoms including fatigue but also emotional pressure due to the role as a head of kindergarten. Moreover, health was not the priority and a subordinate to work.

keyword: Principal of KindergartenMenopausal SymptomsHealthWorkThematic Analysis

초록

본 연구는 중년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이 유치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유치원장의 건강과 일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제분석방법(thematic analysis)을 통해 갱년기 증상, 건강이 일에 미치는 영향, 건강에 대한 요구도(needs)라는 세 가지 주제를 범주화하였다. 먼저 갱년기 증상의 경우 유치원장이 경험하는 신체적, 심리적 증상과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지 못하는 상반된 하위 주제가 도출되었다. 건강이 일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갱년기 증상의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유치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과 사적 생활에 미치는 영향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갱년기 증상의 영향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 참여자들의 갱년기 극복을 위한 노력과 의지, 구성원들과의 지지 형성 그리고 유치원장 역할 수행의 보람으로 인해 상쇄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요인들은 갱년기 증상의 극복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의 건강에 관한 요구도를 파악함에 있어 심리적 압박감과 건강이 우선순위가 되지 못함이라는 하위 주제가 발견되었다. 총 책임자라는 부담감으로 인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고 해야 할 일이 많아 건강보다 일이 우선순위가 되어 건강을 돌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유치원장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증진을 위한 방안을 통해 유아교육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갱년기 중년 여성의 건강증진을 위한 방향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용어: 유치원장갱년기건강일주제분석방법

Ⅰ.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유아교육법 제 20조에 따르면 유치원장은 “업무를 총괄하고 소속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해당 유치원의 유아를 교육”하는 임무를 가진다. 즉 유치원장은 유치원을 대표하는 총 책임자로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내용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힘쓴다. 또한 행정업무나 교사, 직원, 학부모에 대한 인적자원 관리 역시 유치원장의 역할 중 하나이며 가정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연계를 돕기도 한다(김혜진, 2015). 또한 유치원장은 유아에게 영향을 주며 유아의 전인적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정리, 2015). 뿐만 아니라 교사들을 관리한다는 점에서도 간접 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유아기는 발달적 특성상 교사와의 애착관계를 형성하며 의존도가 높아(이도경, 2012) 유치원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치원장은 교사의 역량과 전문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교사와 의사소통하고 지도하는 등 그 역할을 다하기에 교사에 대한 원장의 영향력은 크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치원장은 그들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과 업무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대균과 최서영(2008)의 연구에서는 유치원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감정 등을 보다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원아모집 경쟁, 아이들의 안전사고로 인한 불안, 학부모와 교직원 관리 및 유치원 운영상의 재정적 어려움 등을 제시하였다. 김병만과 황해익(2010)은 사립유치원의 경우 국공립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정부의 지원이나 저출산으로 인한 유아교육의 수요 감소, 정부의 행정적 비협조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사립유치원 원장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고 하였다. 이러한 직무상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유치원장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존의 연구는 주로 유치원장의 리더십이 교사 및 유치원에 미치는 영향(고현, 2009; 조운주, 2011; 김의석, 김성원, 권성민, 2013; 이효림, 정정희, 2015), 유치원장의 경영에 대한 교사, 직원들의 직무만족도(안정은, 권연희, 2014) 등 유치원 운영에 대한 것과, 유치원 평가 준비과정에 대한 연구(최혜진, 황해익, 오경녀, 2009), 누리과정 적용 및 실행에 대한 사립유치원장의 인식(손수민, 2014) 등 교육과 관련한 연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러한 연구들은 유치원장의 건강과 일에 초점을 맞춘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 및 승진에 어려움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유치원장은 여성으로서 오랜 시간 일할 수 있는 직업군 중 하나로 갱년기나 폐경과 같은 나이듦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들을 일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기에 연구의 필요성이 크다 하겠다. 또한 유치원장의 다수가 갱년기를 경험하는 연령대이기에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에 대한 연구는 유치원장의 건강 관련에서 매우 중요한다.

중년 여성의 다수가 경험하는 갱년기는 열감, 땀, 질 건조, 성욕감퇴, 불면증, 두통, 가슴 두근거림, 주의집중 결핍, 피로, 체중증가, 관절통,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예민 등의 증상도 동반한다(Morse, Smith, Dennerstein, Green, Hopper, & Burger, 1994; Bauld & Brown, 2009). 특히 열감이나 식은땀과 같은 폐경기 혈관운동증상(vasomotor symptoms)은 여성의 80%가 경험하며(Woods & Mitchell, 2005) Williams, Kalilani, DiBenedetti, Zhou, Fehnel, & Clark(2007)의 연구에서도 혈관운동증상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증상이었고 대상의 60%가 갱년기 관련 증상으로 인해 의료기관을 찾았다. 이러한 갱년기 증상은 상당수 여성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수명 증가로 인해 전체에서 갱년기 이후 삶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Bobula, 2003).

또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는 중년기는 역할과 책임 등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에 갱년기로 인한 변화와 사회적 변화가 맞물려 나타나 중년여성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Matthews, 1992). 갱년기와 근로에 관한 선행논문들을 살펴보면 갱년기 증상이 업무 능력과 부적 상관관계를 가지며 결근의 위험요인이 되고(Geukes, van Aalst, Nauta, & Oosterhof, 2012) 업무에 있어서 갱년기 증상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Goonaratna et al., 1999). 또한 업무를 처리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피곤하거나,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우울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고 특히 열감이 있는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Griffiths, MacLennan & Hassard, 2013).

한편, 근로와 갱년기 증상의 관계를 살펴보면 근로여성보다 비근로여성에게 열감, 불면증, 관절 및 근골격계 문제와 같은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짜증이나 우울과 같은 심리적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다(Oğurlu, Küçük,, & Aksu, 2011). 그러나 더 나아가 직업군에 따른 보다 세분화 되고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무직인 경우가 서비스, 생산직, 자영업인 경우보다 갱년기 증상이 높게 나타난다는 등의 연구는 존재하지만(김수진, 김세영, 2013) 이는 직업군별로 묶어 단순히 갱년기 증상의 여부를 묻는 연구이지 갱년기 증상이 각각의 직업에서 어떻게 나타났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탐색한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과 유치원 운영 간의 관련성을 주제로 수행된 연구는 찾아 보기 어렵지만, 여성으로서 유치원장의 연령 등을 고려해 볼 때 갱년기 증상이 유치원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행정직, 보건･의료직, 은행직, 보험직, 판매직 등 다양한 직종 중 교직 종사자들이 갱년기 증상인 혈관운동증상으로 인한 근로능력 저하를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는 연구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유치원장은 갱년기 증상 전 후로 업무수행 및 근로능력의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Gartoulla, Bell, Worsley, & Davis, 2016). 이러한 점에서 유치원장이라는 직업군의 특성과 그들의 갱년기 증상 및 건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참여자들의 건강상태가 업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연구라 하겠다.

유치원장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신체적, 심리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 행정관리의 책임자로 교무를 총괄하기도 하고, 장학의 책임자로 교직원을 감독하며 원아를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지만(조정대, 2016), 유치원장은 이상의 일을 수행한다. 유치원내 교직원은 원장, 원감, 담임교사, 조리종사원, 차량기사 등으로 구성 되는데 상황에 따라 이런 여러 업무들이 원장의 몫으로 돌아오기도 한다(최서영, 2008). 실제로 이러한 많은 업무와 활동량으로 유치원 교사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피로도가 높아지고, 다리 통증이나 관절 및 근육 통증, 허리 통증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Cau-Bareille, 2011). 유치원장의 연령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신체적 증상이 갱년기 증상과 맞물려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치원장은 직업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 Matthews와 Casteel(1987)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는 다른 정신노동 직업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경험한다. 유치원장의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발달상 보호가 필요한 유아들에게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 정해진 교육과정과 학부모의 요구 사이에서의 갈등, 원아모집 경쟁 등을 들 수 있다(이대균, 최서영, 2008). 정신적 스트레스는 유치원장의 사기와 근무 의욕을 저해하며 교육력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김병만, 황해익, 2010). 특히 갱년기 증상은 유치원장의 정신건강과 유치원 운영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인 안면 홍조를 경험할 때,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우울을 경험할 수 있고(Reynolds, 2002), 이는 유아, 학부모 등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유치원장의 직업적 특성상 유치원장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거나 유치원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Utian, 2005). 또한 유치원장의 심리적 갱년기 증상은 지도에 대한 동기부여나 의지를 꺾고 유아교육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교육성과를 낮춰 유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Calabrese, 1987; Arora, 2013).

따라서 유치원장이 유치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타 교육기관장이 교육기관에 미치는 영향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크며(전윤숙, 2010), 원장으로서의 직무와 역할을 수행에 따라 유아교육의 질과 효과가 결정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안금주, 2005)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을 포함한 건강 상태가 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유치원장의 경우 여성이 고용주 위치에 있으면서 갱년기를 일하며 경험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직업이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고용인의 갱년기를 위해 고용주가 제공해야할 환경 및 지지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Griffiths, MacLennan, & Hassard, 2013; Kopenhager & Guidozzi, 2015), 고용주나 관리자가 겪고 있는 갱년기에 대한 연구는 부재하다. 그러나 그들의 건강은 직장과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에 관련 연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본 연구는 중년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을 탐색하며 유치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유치원장의 건강과 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유치원장의 건강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찰하여 갱년기 여성의 건강증진을 위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

1. 연구참여자

본 연구는 수도권에 위치한 50대 사립유치원의 원장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질적 연구의 경우 연구 참여자들로부터 연구 문제와 연구의 중심현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연구자가 연구 현장이나 개별 연구대상자를 의도적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한다(크레스웰, 2010; Creswell, 2013). 이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편의추출을 통해 우선 연구대상 유치원을 선정하고 공문을 보내 협조 요청을 한 후 서울 지역에서 8곳, 경기지역에서 1곳, 인천지역에서 1곳의 사립유치원 원장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또한 갱년기 증상은 대사성 질환이나 다른 만성질환과 유사한 증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가 겪는 증상이 갱년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타 다른 질병으로 인한 것인지 구분하기 위해 평소 대사성 질환이나 관절류마티즘 등 만성질환으로 병원의 진단을 받고 주기적인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유치원장은 연구 참여자에서 제외하여 총 10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인 특성은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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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사례 번호	연령	경력	학력	유치원 위치	유치원 규모	갱년기 증상정도	폐경유무	결혼 유무	질병 치료, 약물 복용 유무
1	57	33년	대졸	서울	6학급	15점	폐경	결혼
2	58	30년	대학원졸	경기도	15학급	17점	폐경	결혼
3	52	24년	대졸	서울	6학급	20점	폐경 진행 중	결혼
4	59	35년	대졸	서울	5학급	14점	폐경	결혼
5	55	30년	대학원졸	서울	4학급	9점	폐경	결혼
6	55	26년	대졸	서울	5학급	3점	폐경 진행 중	결혼
7	59	35년	대학원졸	서울	6학급	18점	폐경	결혼
8	55	26년	대학원졸	서울	4학급	28점	폐경	결혼	콜레스테롤 정기검진
9	59	34년	대졸	서울	8학급	14점	폐경	결혼
10	56	25년	대학원졸	인천	9학급	14점	폐경	결혼

2. 연구절차

이 연구는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을 중심으로 유치원장의 일과 건강의 관계를 심도 깊게 탐색하고자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2016년 3월 20일 간단한 사전 인터뷰를 실시하여 유치원장의 업무와 갱년기 증상, 갱년기 증상이 유치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질문하였다. 이는 직업적 특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높이고 준비한 질문의 타당도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추후 원활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문헌고찰과 설문 문항을 보완하여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총 10명의 참여자에게 1회씩 이루어졌고 인터뷰 시간은 1인당 50분에서 1시간 정도였다. 인터뷰의 반구조화된 질문은 갱년기 증상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갱년기의 신체적, 심리적 증상에 대한 질문은 Griffiths, MacLennan, Hassard(2013)의 측정 도구를 사용하였다. 갱년기 증상이 일에 미치는 영향은 Work Ability Index(WAI)를 바탕으로 연구자가 유치원장에 적합하게 수정, 보완하여 사용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갱년기 동안 노동능력이 전과 어떻게 다른지, 갱년기 증상으로 인해 유치원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경험 등에 대해 질문하였다(Geukes, van Aalst, Nauta, & Oosterhof, 2012).

연구참여 동의서와 녹음을 위한 추가 동의서를 통해 사전 동의를 구한 후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또한 갱년기 증상 정도는 한숙희(2004)의 척도 22문항을 연구 대상자들에 적합하게 수정, 보완하여 본 인터뷰 전에 측정하였다.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가슴 두근거림, 기억력 감퇴 등 갱년기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불안, 우울, 쉽게 흥분하고 화를 냄 등의 심리적 증상까지 측정하였다. 참여자들이 자기기입식으로 갱년기 정도를 측정 하도록 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갱년기 증상이 높음을 의미한다.

연구는 고려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은 후 연구를 진행하였다.(1040548-KU-IRB-16-4-A-2).

3. 분석방법

본 연구는 심층 인터뷰의 전사 작업을 바탕으로 그 전사 자료를 하나의 텍스트로 간주하여 Braun과 Clarke(2006)의 주제분석방법(thematic analysis)을 활용하였다. 주 제분석방법이란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패턴을 찾고 이를 통해 주제와 관련된 귀납적 설명 및 의미를 도출하는 연구방법이다. 총 6단계로 분석이 이루어지는데 1단계는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의미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자료와 친숙해지는 단계이고, 2단계에서는 초기코드를 생성한다. 코드는 자료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및 단위로 자료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3단계는 코드들을 주제로 분류하는 단계로 이 연구에서는 갱년기 관련 주제부터 건강이 일에 미치는 영향과 건강에 대한 요구도까지 범위를 넓혀 주제를 정리하였다. 4단계는 생성된 주제를 재검토하는 단계로 자료에 대해 추출된 주제의 적합도를 살핀다. 또한 주제도(thematic theme)를 생성하는데 주제들의 연관성과 코딩단계에서 빠진 코드가 있는지 살펴본다. 5단계에서는 주제를 정의하고 정련하여 주제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한다. 6단계에서는 결과를 작성하는 단계로 주제를 통해 드러나는 의미를 기술한다.

Ⅲ. 연구결과

인터뷰 결과에 근거하여 의미있는 내용들을 분류하여 주제를 선정하였다. 각각의 상위 주제는 하위 주제(sub-themes)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위 주제는 전사 작업한 텍스트에서 주요한 코드를 찾아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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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구결과의 주제도(thematic map)

1.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

가. 갱년기의 신체적, 심리적 증상

참여자들은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고 있었다. 특히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증상으로 인해 당혹감이나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또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본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겪은 증상이 갱년기 증상이었음을 인지하는 참여자도 존재하였다.

지각하는 증상으로는 크게 신체적 증상과 심리적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고, 신체적 증상은 가슴이 뛰거나 두근거린다고 하였고, 이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건망증이 심해졌다는 진술도 자주 언급되었는데 사소한 일부터 모든 것에 관여하는 유치원장의 업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한 참여자는 학부모 상담 중 갑자기 땀이 나고 얼굴에 홍조가 생겨 당황한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심리적 증상으로는 신경 예민을 꼽았고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흥분하는 등의 반응이 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특히 잠을 못 자고 제시간에 잠이 들어도 두 세시간만에 깬다거나, 자꾸 열이 높아져서 보일러를 틀지 않았는데도 더워서 깬다거나 기억력이 많이 없어지고. 특히 기억력 때문에 힘들고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어요.” (참여자 1)

“한 가지 일에 끝까지 집중을 유지하는 거 그게 힘든 부분입니다. 그리고 기억력이 제일 문제죠. 유치원장이 기억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이게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까 기억이 안나요.” (참여자 3)

“갱년기를 맞이해서 땀이 나고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고..엄마들이랑 상담하다가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 옷을 벗어..자연스럽게 갱년기 증상이 와서 그렇네 이렇게 웃고 넘기는데...” (참여자 5)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고 있죠.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던 일도 밤새 고민하고 예민하게 행동 한다거나...” (참여자 1)

“자그마한 변화들이 있죠. 감정에 대입이라든지 관대성이 떨어지죠.” (참여자 7)

나.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지 못함

또한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지 못하였으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과거에 겪은 심리적 변화가 갱년기의 증상일 수 있음을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일을 할 때는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엄마들의 요구사항인데..사실 난 목숨을 걸고 하는데 사실 그래서 엄마들을 만나는 게 두렵고 무섭고. 맞네 맞아요. 실질적으로 신체적인 게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뿐이지... 삼 년 됐어요. 생리 끊어질 때부터 그거랑 맞물리네요. 지금 알았네요.” (참여자 4)

“원장들 일에 빠지면 사실 갱년기 증상을 잘 못 느껴요 근데 쉬거나 하면 그게 몸으로 확 와 닿지.” (참여자 5)

2. 건강이 일에 미치는 영향

가. 갱년기 증상의 영향

1) 유치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

유치원장은 유치원 운영뿐만 아니라 학부모 및 지역사회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 유지 등 많은 업무에서 책임자의 역할을 한다. 참여자들은 경력이 오래 되어도 유치원이라는 기관의 특성상 유치원장이 해야 할 일이 많고 그것이 유아교육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매일 긴장하며 업무를 수행한다고 했다. 따라서 갱년기 증상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고, 인터뷰를 통해 참여자들이 기억력 감퇴 등이 유치원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갱년기 증상이 노화 증상과 맞물려 신체적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한 참여자는 학부모를 면담하는 것에 이전과 다른 심리적 부담을 느낀 적도 있었다.

“저희는 별것 다해야 하는 것. 하여튼 뭐 행정, 운영, 교육, 교사, 학부모, 청소도 그렇고 애들 밥에서도 식자재 관리도 그렇고 조리사 관리도...기억력이 깜박하는 증상이 있는데 그럼 안되죠.” (참여자 7)

“땀이 난다거나 열이 확확 난다거나 지금같이 상담 비슷하게 하면 누구랑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확 달아오르거나 그러면 땀이 나니까 예전에 없던 증상이 생기니까 집중을 하잖아요. 그러면 땀이 흐르지...”(참여자 5)

“사실 그래서 엄마들을 만나는 게 두렵고 무섭고. 그래서 한 번은 상담은 원감님을 통해 하게 한 적도 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 (참여자 4)

2) 사적 생활에 미치는 영향

참여자들은 유치원 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적 생활에서도 심리적 증상을 중심으로 갱년기 증상이 미치는 영향을 경험했다. 중년 여성의 경우 가정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회 구조상 스트레스와 체감하는 위기 수준이 높게 나타난다(박준희, 2004). 그러나 참여자들은 유치원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중적 역할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였다. 또한 유치원 업무 외에 사적인 일들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간결하게 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갈 시기이거나 남편 몸이 안 좋거나 할 때 신경 쓰이고 그랬죠. 전보다 더 스트레스 받고... 그래도 최대한 유치원에서는 티 안내려고 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데 그만큼 제가 속으로 힘들었죠.” (참여자 2)

“일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치원 외에 다른 일들을 줄이죠.”(참여자 8)

나. 업무에서 갱년기 증상의 영향 극복

갱년기 증상 정도는 연구 참여자 마다 차이가 있었으나 유치원 운영과 유아교육의 몰입도와 헌신 등은 갱년기 전후 차이가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유치원 운영에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갱년기 증상으로 인해 지시사항이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예민해지고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등의 변화는 경험했지만 이를 상쇄해 주는 다른 요인들이 있음을 인터뷰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1) 축적된 경험

참여자들은 축적된 경험과 경력을 언급하였는데 이러한 요인들은 업무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나 돌발 상황을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였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 및 지식을 바탕으로 갱년기를 잘 극복하고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경험이죠. 특히 전 유치원에서만 일한 게 아니고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거든요. 유아의 발달이나 변화에 대한 어떤 이론들이나 강의가 현장 경험과 연계가 되니까...오히려 유치원 업무가 단순해지고 간결해 지거든요.” (참여자 2)

“제가 30대 때 원장이 됐어요. 그 때 진짜 열심히 했어요. 지금은 그 때 만큼은 아니지만 나태해졌다고 생각은 안 해요. 가까이서만 볼 수 있었던 것들을 한걸음 두 걸음 떨어져서 보아도 다 보이죠. 그게 결국은 경험이에요.” (참여자 7)

2) 의지와 노력

참여자들 대부분 자신의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메모를 하는 등 기억력 감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고,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예민해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다도와 같은 취미를 가지기도 하였다.

“항상 써요. 쓰고 나서 들여다보고 그래서 메모를 하게 됐고 메모를 메모장에다 하지 않고 저는 큰 수첩이 있어요. 이게 2009년부터 쭉 써온 메모인데 들여다봐요...굉장히 도움이 돼요. 해마다 어떻게 변했는지 도움이 되고.” (참여자 7)

3) 구성원과의 지지 형성

참여자들은 함께 일하는 교사들과의 신뢰 관계가 자신의 심적 부담을 완화시켜줌과 동시에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하였다. 다른 교사들이 유치원장의 지시사항을 잘 이해하고 완수하여 유치원 운영에 지장이 없게 하였고, 유치원장들은 교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호 호혜적인 지지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지는 갱년기 여성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대상이 지각하는 증상의 정도를 낮추어 주는데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Bal & Sahin, 2011; Zhang et al., 2016).

“15년, 10년 이상... 자기가 나가기 전에는 10년 넘게 같이 가는 스타일이고 믿고 맡기는 편이라... 그게 신체적인 한계가 찾아올 때 상쇄 시켜주고 누군가가 나를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원장으로서 매우 좋은 거거든.” (참여자 5)

“선생님들이 협동으로 잘 굴러간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노련해진 것은 믿는 대로 놔두면 된다는 거죠. 믿고 맡기는 거죠. 제가 몸이 이상을 느끼거나 해도 유치원 운영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저만의 문제가 되는 거죠.” (참여자 7)

4) 역할 수행의 보람

유치원장들은 갱년기 증상으로 어려움을 느끼지만 유아의 발달 및 변화나 학부모들의 만족이나 감사, 교사들의 성장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김혜진, 2015). 본 연구의 참여자들 역시 유치원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며 이것이 갱년기의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계속 배우고 뭔가 발전적인 교육 과정을 위해서 계속 노력하게 되고 이게 또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고. 오히려 저한테는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습니다.” (참여자 1)

“갱년기란게 중년에서 노년으로 전환되는 자연스런 현상이잖아요. 그 시기에 일이 있다는 것은 갱년기 극복에 대단히 유리하고... 유치원장이 아이들과 지내잖아요. 위로도 기쁨도 받을 수 있는 특수성 같은 게 있어요.” (참여자 9)

3. 건강에 대한 요구도(needs)

가. 심리적 압박감

인터뷰를 진행하며 참여자들의 건강증진에 대한 요구도(needs)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업무 후 느끼는 신체적 피로와 특히 총책임자라는 지위에서 오는 부담감으로 인해 심리적 압박감 등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몰입도는 그래도 전처럼 몰입하는데 문제는 몰입하고 나면 완전 소진돼요. 기운이 그래서 꼭 좀 쉬어줘야 하고요.” (참여자 3)

“유치원장 뿐만 아니라 교사까지 포함해서 유치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유치원에 들어가면 제 몸은 하나라도 생각할 겨를이 없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죠. 원장이 건강해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선생님이나 아이들한테도 바람직한 교육에 장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내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을 때가 있습니다.” (참여자 1)

나. 건강이 우선순위가 되지 못함

참여자들은 유치원 업무가 바쁠 경우 병원가는 것을 미루는 등 일을 건강보다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을 통해 심리적 보상을 얻는 것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건강이 우선순위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건강관리 시기를 놓치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보니 갱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문제없이 넘어간다는 참여자도 있었는데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역시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고 건강증진을 위한 행위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하겠다.

“근무 중에는 갱년기 증상 느낌이 다소 적더라고요. 내가 잊고 지나간거죠. 유치원에 몰입하고 그러면 내가 갱년기라는 사실 자체를 잊게 돼요.” (참여자 10)

“사실 유치원 원장들은 항시 바쁘고 특히 아이들이 항상 움직임이 있기에 비상사태죠. 정신이 없어요. 유치원 원장인 본인은 갱년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보내고 있다 볼 수 있죠.” (참여자 9)

“갱년기 전후에 차이가 없는데 차이가 없게 하려고 기를 쓰니까 제가 지치는 거죠. 그리고 전에는 병원에 안 갔죠. 일이 급하니까.” (참여자 8)

Ⅳ. 논의

유치원은 학교에 비해 대한 학문과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요구도가 높지 않으며 유아들은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다고 비춰지기 때문에 유치원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Wong & Cheuk, 2005). 또한 일반적으로 유아를 직접 대면하여 교육하는 것은 교사이기에 원장은 유아교육이나 학급 내 일에 책임이나 관심이 부족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유아교육과 유치원 운영에서 유치원장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유치원장은 교사가 역할을 수행하고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유아들의 발달 사항들을 파악해 교육을 실시하거나 연구를 수행할 때 원장은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신은수, 권미경, 2004). 뿐만 아니라 유치원장은 유치원내에서 교육과정관리, 조직관리, 원아관리, 학부모 교육 관리, 시설 및 안전관리, 재정관리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안금주, 2005). 특히 유아교육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인식과는 달리 원장은 수리 및 읽기 성취도가 낮은 아동들에게 결정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가 있다(Andrew & Soder, 1987). 최근의 연구들을 살펴보아도 유치원장의 다양한 역할 중 유아의 학업성취에 책임을 지는 수업지도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실제로 사립유치원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원장의 수업지도성으로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해야 할 필요가 있어 유치원장의 중요성이 대두된다(신은미, 이정란, 2002). 그러므로 유치원의 전반적인 운영뿐만 아니라 유아교육을 통한 유아의 전인적인 발달에 있어서도 유치원장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갱년기를 맞이한 중년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 및 영향을 중심으로 유치원장의 건강과 일의 관계를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수도권에 위치한 사립유치원장 1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심층인터뷰 결과에 대한 주제분석방법(thematic analysis)을 통해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 건강이 일에 미치는 영향, 건강에 대한 요구도(needs)라는 3가지 주제(theme)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첫 번째 주제인 갱년기 증상에서는 갱년기의 신체적‧심리적 증상과 증상을 지각하지 못함이라는 상반된 하위주제(sub-themes)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참여자 대부분 숙면을 취하지 못해 피곤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리며,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는 등의 갱년기 일반 증상을 보였다. 특히 참여자들 모두 기억력 감퇴를 가장 주된 갱년기 증상으로 꼽았는데 이는 이종화 등(2000)의 연구에서도 중년여성에게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 중 기억력 감퇴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는 연구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억력 감퇴는 사소한 일에 걱정하고 예민해지는 증상과 맞물려 나타났고 연구 참여자들은 복합적인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뒤늦게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갱년기 증상을 지각한 경우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갱년기를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정작 관련 증상을 지각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Rosenstock(1974)이 제시한 건강신념모형(Health Belief Model)에 따르면 질병에 대한 취약성(perceived susceptibility)이나 심각성(perceived seriousness), 이익(perceived benefits), 지각된 장애(perceived barriers), 자기효능감(self-efficacy) 등 개인이 지각하는 신념은 건강증진 행위와 같은 구체적 행동을 가져온다. 선행연구에서 건강신념모형의 개인의 지각된 변인들이 건강행동 수행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Rosenstock, 1974; Janz & Becker 1984; Carpenter, 2010). 따라서 참여자들이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지 못한 부분은 그들의 갱년기 및 건강관리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모두 대졸 이상의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유치원장들로 사회경제적수준이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는 집단이다. 기존의 연구에서 교육수준이 낮은 집단이 높은 집단보다 신체적, 심리적 증상 더 강하게 지각했고 경제적 수준 역시 소득이 낮을수록 갱년기 증상 호소 정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Kakkar, Kaur, Chopra, Kaur, & Kaur, 2007).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유치원장들도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지 못했음을 고려했을 때 더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지 못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을 시기를 놓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주제인 건강이 일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갱년기 증상의 영향이 유치원 운영에 미치는 영향과 사적 생활에 미치는 영향, 업무에서 갱년기 증상의 영향 극복이라는 하위 주제를 형성하였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중력 장애에 이어 피로와 기억력 감퇴의 호소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근로 여성의 집중력 장애, 기억력 감퇴 등 갱년기 증상이 근로에 어려움을 준다는 Griffiths, MacLennan, Hassard(2013)의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기억력 감퇴로 인해 업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오후 시간대에 급격한 피로를 느껴 집중력 장애 등을 느끼는 참여자들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유치원장은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고려해 원장 및 교직원들의 책임과 임무 등을 재배분하고 지시하였다.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으로 인해 교직원들의 업무에 변화가 있었지만, 이는 유치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위함이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갱년기의 심리적 증상을 경험하였는데,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관련인사 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업무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하였다. 이는 자칫 유치원장과 주변인들 사이의 의사소통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유치원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사적 생활은 참여자들이 중년 여성임을 감안하여 가정이라는 환경을 중심으로 살펴보 았다. 맞벌이 아내는 직장인인 동시에 여전히 주부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역할로 인해 역할갈등과 시간갈등 등을 경험하게 된다(채로, 이기영, 2004). 실제로 한 참여자는 갱년기를 경험하는 시기에 자녀의 입시 등의 어려움이 겹쳐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였다. 이는 중년여성의 가족 혹은 일 관련된 스트레스는 신체적, 심리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논문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Mishra & Kuh, 2006).

세 번째 하위주제인 업무에서 갱년기 증상의 영향 극복은 그 요인을 네 가지로 파악하여 축적된 경험, 의지와 노력, 구성원과의 지지 형성, 역할 수행의 보람으로 보았다. 참여자들마다 지각하는 갱년기 증상과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갱년기 전후 유치원장의 역할 수행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첫 번째로 그들의 축적된 경험을 꼽을 수 있다. 참여자들은 모두 20년 이상 교사 혹은 원장으로 종사해왔고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은 갱년기라는 변화가 업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며 생길 수 있는 변수들을 잘 대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참여자들의 의지와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행논문에 따르면 유치원장들은 유치원을 운영하는 기간 동안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알 수 있다(한미경, 염지숙, 2009; 윤혜란, 서현, 2011; 김낙흥, 김대욱, 2014). 구체적으로 한 참여자는 기억력 감퇴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메모를 하고 확인을 하였는데 이 기록을 꾸준히 보관하여 유치원 운영에 계속 참고하고 활용한다고 하였다. Griffiths, MacLennan과 Hassard(2013)의 연구에서 근로 여성들은 갱년기를 대처하는 방안 중 하나를 할 일을 체크하고 메모 등을 남기는 것으로 꼽았던 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구성원과의 지지 형성을 꼽을 수 있다. 높은 사회적 지지를 받는 사람들은 자아존중감이 높고 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Sarason et al., 1983). 이러한 사회적 지지는 개인의 신체적 증상을 완화하기도 한다(Cobb, 1976; Cohen & Hoberman, 1983; Schaefer, Coyne, & Lazarus, 2000). 특히 갱년기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본 연구는 갱년기 여성에 대한 공감과 지지 형성은 갱년기 대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지지한다(Griffiths, MacLennan & Hassard, 2013). 또한 조직 내 구성원과의 갈등은 갱년기 증상을 악화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Hammam, Abbas, & Hunter, 2012). 따라서 유치원 내 구성원과의 지지 형성은 유치 원장의 갱년기 증상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역할 수행의 보람을 들을 수 있다. 참여자들은 유치원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한 뒤 느끼는 자부심 등 심리적 보상이 있다고 하였다. 김낙흥과 김대욱 (2014)의 연구에서 유치원장으로 살며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학부모와 유아로부터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받고 이것이 동력이 되었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마지막으로 건강에 대한 요구도(needs)를 파악하였다. 중년 여성의 건강 니즈를 파악 해 직장 내 건강 관련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중년 여성뿐만 아니라 결근이나 의료비용, 활동의 어려움 등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직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Nachtigall, 2017). Hammam, Abbas, Hunter(2012)는 근로여성이 건강 요구도를 파악하여 근무 환경을 개설하고 건강증진 방안을 제공하는 것이 갱년기 대처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참여자들은 유치원장인 동시에 사적 환경에서는 아내이자 어머니로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며 심리적 압박감을 크게 느꼈으며 이것이 갱년기의 심리적 증상 호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는 근로 여성에게 있어 심리적 스트레스는 갱년기 증상을 악화할 수 있으며(Hammam, Abbas, & Hunter, 2012), 비근로여성에 비해 갱년기의 심리적 증상을 더 강하게 호소한다는 기존의 연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Kakkar, Kaur, Chopra, Kaur, & Kaur, 2007). 특히 유치원장의 경우 스스로를 후원자, 봉사자, 희생자와 같이 희생하고 인내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거나 원내 여러 문제나 요구를 들어주고 수용하는 수용자, 버팀목으로 생각하였다(전윤숙, 2010). 이러한 인식을 통해 유치원장들 자신의 위치와 책임감으로 심리적인 압박과 스트레스, 부담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유치원장들이 갱년기 증상을 지각하지 못하거나 이에 대한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는 등 건강이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는 것 역시 건강에 대한 요구도(needs)로 볼 수 있다. 바쁜 업무로 인해 건강관리에 무관심하거나 소홀해지지 않도록 하는 환경이 갖추 어질 수 있게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사립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 즉 건강이 일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건강과 일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유치원장은 기억력 감퇴, 피로, 신경 예민 등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였고 체력적 한계로 인해 자신과 교사의 업무를 재배분하였으며,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는 등의 증상으로 학부모 및 지역사회인사 인적관리에 있어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갱년기 증상으로 유치원 운영을 소홀하게 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건강상태가 자칫하면 유아 한 명 한 명을 비롯하여 교사, 학부모 그리고 유치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갱년기 증상의 영향을 오랜 경험과 주변인과의 지지형성 그리고 역할 수행에 따른 보람 등으로 극복하였고 결과적으로 오랜 시간 일을 함으로써 쌓아가는 요인들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유아교육에서 원장이란 책임자의 건강이 가지는 중요성을 상기하는 동시에 유리천장이 두꺼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속적인 근로가 건강한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유치원장의 건강에 대한 니즈를 통해 근로 여성의 경우 건강이 우선순위가 될 수 없는 환경과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음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중년여성들이 건강의 중요성을 지각하고 건강증진행위를 실천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과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연구에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우선 개별 심층면접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더 많은 표본수로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대상자들의 일반적 특징 중 학급 수와 같은 유치원 규모나 갱년기 증상 점수 등과 연구 결과 사이의 유의한 연관성을 발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는 유치원장의 갱년기 증상과 이의 영향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 연구는 심층 인터뷰 연구의 근본적인 한계인 유치원장들이 인식하는 주관적인 관점을 정리했다는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추후의 계량적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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