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복지 위해 실증기반의 복지정책 연구 축적되어야

Evidence-based Policymaking for a Sustainable Welfare State

복지는 정부가 현금과 현물 형태로 가계에 직접 이전 지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사회보장 등 공공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다. 한 국가의 가계부에 해당하는 국민계정을 소득순환의 관점에서 보면 복지지출은 이전지출이자 정부서비스 투자로서 최종 소비되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활동부문과 가계의 수요 증가를 유발하는 주입(injection)을 의미한다. 복지도 다른 정부지출과 마찬가지로 부가가치 창출로 귀결된다는 얘기이다.

복지지출의 경제적 성과와 관련한 논란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Barr(2018)는 복지국가(welfare state)가 필요한 이유를 저소득층 지원, 시장실패에 따른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완화, 경제성장의 필요성 등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이 중 시장실패는 경제주체들이 실직이나 건강악화와 같은 위험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으며(정보의 불완전성), 이로 인한 소득감소를 해결할 수 있는 완전한 보험 상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시장의 불완전성) 발생한다고 본다. 복지정책을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완화하고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위험분담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Barr(2018)가 제시한 복지국가가 필요한 이유 중 경제성장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끊임없는 논란이 있어 왔다. 여기에는 1990년대 초 경제위기를 겪은 스웨덴의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회의가 포함되는데, 복지가 경제의 효율성과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경직적인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도한 재정적자나 시장에서의 인센티브 왜곡을 유발하는 복지제도는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복지지출의 재정승수(정부지출 대비 부가가치 창출액)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국내 연구 중 국회예산정책처(이강구・조은영・신동진, 2017)는 거시재정모형을 이용하여 정부 보조금 및 경상이전 재정승수가 일반 재화 및 용역에 대한 재정지출 승수에 비해 낮다고 주장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박명호・오종현, 2017)의 거시계량모형 시뮬레이션 결과도 정부지출 구성 항목의 GDP에 대한 누적효과는 정부투자, 정부소비, 기업이전, 가계이전 순으로 나타났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보조금 및 경상이전, 가계이전에 해당하는 복지지출의 경제적 효과성이 낮다는 얘기이다.

다만 복지지출의 경제적 성과를 기능별로 보면 차이가 있다. 즉 현금보다 현물 비중이 높으며 공공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로 볼 수 있는 보건의료와 가족정책 분야의 재정승수값이 현금 이전지출 비율이 높은 노령 및 저소득층 지원 분야의 재정승수 값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생산활동에 대한 직접투자의 부가가치가 가계부문의 수요 창출을 통한 간접적인 부가가치 창출효과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복지제도가 과연 다른 정책대안에 비해 경제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반론 역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부와 소득분배, 불평등 연구의 대부 앳킨슨(Anthony B. Atkinson, 1995)은 복지지출 증가 시 경제성장이 하락한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였고,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학자들의 실증 연구가 이어졌다. 실증의 요지는 소득불평등이 사회불안을 고조시켜 정책의 불확실성을 크게 하고 재산권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켜 투자가 감소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생산요소의 분배가 불균등할수록 유권자들은 세율 인상을 통한 적극적 재분배정책을 선호하게 되고 높은 세율은 생산의 비효율을 초래하여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게 된다고도 주장한다. 인적자본(human capital) 이론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낮은 가계소득이 교육투자를 감소시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게 된다.

복지지출의 원칙과 복지효과의 실증적 근거 연구 축적의 중요성

복지의 경제적 성과에 관한 상반된 주장은 경제학의 해묵은 숙제인 ‘성장과 분배’의 논쟁에서 비롯된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생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성(efficiency)이, 주어진 자원의 편익을 사회구성원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기 위해서는 공평성(equity)이 정책적 가치로 자리 잡았는데, ‘선성장-후분배’ 혹은 ‘선분배-후성장’은 상충적인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면 먼저 무엇이 공평한 것인 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구성원의 수가 너무 많아 누가 자신의 무게를 스스로 끌고 가는지 여부를 알기란 어렵다. 시장은 효율성을 추구하되 공평함을 결정하는 아무런 메커니즘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분배를 생각할 때 무임승차문제를 떠올리기도 한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의 이기심으로 무장한 경제주체들이 개인이나 집단이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이익을 향유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경쟁의 결과인 본원적 분배를 보정하는 재분배 과정은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없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가의 책무이다. ‘후생경제학 제2정리’는 시장배분의 결과에 대한 정부개입의 근거와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액배분(lump-sum transfer)은 가격기구를 왜곡시키지 않고 효율적 자원배분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바로 정부의 복지지출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SOCX)은 지난 10년 간 100조 원 이상 확대되었다. 하지만 지니계수와 5분위배율로 측정한 분배의 개선은 가시적이지 않다. 우리나라의 중위 50% 기준 상대적 노인(65세 이상) 빈곤율은 42%(2018년 가처분소득 기준)로 OECD국가(2016년 평균 13.2%) 중 가장 높다. 이러한 이유로 복지체감도가 높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인구고령화에 따른 장기요양과 노인소득보장의 필요성, 감염병 위기에 따른 보건안전 수요의 급증, 산업구조 급변에 따른 고용위기와 가계소득 상실 및 양극화 심화로 인한 저소득층 생계지원의 중요성 등 복지수요의 폭발성도 잠재되어 있다.

그러나 저성장 경제의 장기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기반 약화로 복지지출을 쉽게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도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2019년 예측치 기준 12.2%, 234조 원)은 OECD 회원국 평균(2018년 잠정치 기준 20.1%)의 60% 수준으로 갈 길이 먼데도 말이다. 사회후생과 소득재분배 관점에서 복지효과의 실증적 토대에 근거한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References

1 

박명호, 오종현. (2017). 조세재정정책의 거시경제효과 분석: 거시재정모형의 구축과 활용. 세종: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 

이강구, 조은영, 신동진. (2016). 재정지출의 분야별 경제적 효과분석 모형 연구. 서울: 국회예산정책처.

3 

Atkinson A. B. (1995). The welfare state and economic performance. National Tax Journal, 48(2), 171-198.

4 

Barr Nicholas. (2018). Shifting tides. Finance and Development, 55(4). International Monetary F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