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보건의료연구란 무엇인가?

Health Research in Times of Living with Covid-19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되고 일 년의 절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른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인 사스(SARS), 메르스(MERS)와 달리 코로나19는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이미 유럽에서는 2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 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바이러스 표면에 돌출된 스파이크유전자에 변이로 인해 스텔스 급 전파력을 보인다는 점을 알게 되었으며 국민 모두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지난 3월 11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자 판데믹(pandemic)을 선언하였다. 판데믹 상황에서 감염병에 대한 과학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여겨진 서구에서 초기 대응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상당한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만 해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각각 40만 명 이상이며, 유럽 대부분에서 시민의 일상이 위축되고 고용은 감소하는 등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유럽국가들이 코로나19 이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성과 과학의 시대를 열었던 선진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에 의존했던 지침과 원칙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불과 5년 전 메르스로 곤욕을 겪었으나 절치부심한 덕분에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 같다. 국내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 이른 시점이지만 일단 1차 대유행을 잘 방어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와 코로나19에 대한 보고서(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2020: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and COVID-19)’에 의하면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유행통제지수(Epidemic control index) 순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Sachs et al., 2020).

돌이켜보면 지난 20세기 후반은 만성병의 시대였다. WHO(2014, 2015)는 인류에게 중요한 건강문제는 결핵,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이라고 하였다. 해마다 만성질환으로 38만 명이 사망하는데 그 중 조기사망으로 예방 가능한 경우가 40%나 되므로 체계적 만성질환 관리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서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은 치료의 중심을 병원에서 지역사회서 케어로 이동하는 것이다. 노인 환자의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지역사회에서 케어를 제공하는 것이 삶의 질은 물론 보건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우리 상황에 적합한 만성질환 관리모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노인 환자에 대한 다학제적 진료의 조정자로서 일차의료 역할이 재조명되었으며 장기요양서비스가 확대되었다. 따라서 지난 수년 동안 만성질환 관리모형, 장기요양서비스 등을 포함한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건의료에 대한 긴축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공중보건 및 예방 분야와 병원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보건의료체계의 초점은 재정은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었고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정책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비용 대비 가치(value for money)를 내세우며 효율성에 초점을 둔 의료기술평가, 성과연동지불(pay for performance, P4P)과 같은 제도가 신속하게 확산되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연구나 의약품과 치료기술 등에 대한 경제성평가 열풍이 불었다. ‘입원서비스에 대한 가감지급’, ‘기등재약 재평가’ 등과 같은 제도가 도입되었으며, 그 여파로 연구자들이 NICE1), CMS2)와 같은 외국 기관을 문턱이 닳도록 방문하기도 하였다.

종합하면 최근 20년 동안 인구집단의 건강문제에서는 만성질환과 효율성에 대한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 상대적으로 공중보건 특히 감염병 역학을 다루는 학문은 계보를 이어나가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보건정책 분야에서는 공공의료는 주류 시스템을 보충하는 주변적 위치로 밀려나버렸고 소수 그룹만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었다.

놀랍게도 위와 같은 흐름을 반전시킬 계기가 생겨났는데 코로나19 판데믹이 일으킨 현상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이게 글로벌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 모두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전 세계가 신종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보건의료시스템에 치명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경제성장률(실질GDP성장률)도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모두의 일상이며 공연과 스포츠 같은 대중 행사가 열리지 못할 뿐 아니라 학술 활동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세계를 보고 “이번 사태가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위기일지 모르며, 이 폭풍은 지나가겠지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다가올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면 위드(with) 코로나 시대의 보건정책과 연구의 흐름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동안 경시되어왔던 공중보건과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51%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력 임금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든가 의사인력 확충 등을 선언하는 것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여러 사람들이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건강위험 요소를 해소하는 집단적 능력이 필요하며, 공공의료가 핵심 역량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보건의료연구 방향도 전과 달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사회, 지역 혹은 국가에서 재난이나 질병으로 인한 공중보건위기를 해소하는 집단적 역량은 보건안보(health security)로 정의할 수 있다(Šehović, 2020), 코로나 19로 인해 보건안보(health security)가 중요한 의제로 부상하였고 보건의료시스템이 갖추어야할 속성으로 지속가능성과 복원성(resilience)3)이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개혁이 필요하며 개혁의 목표는 공중보건위기 대응과 일반적 의료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정의(定義)의 저울위에 공공성에 무게를 더해서 효율성과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며, 김창엽 교수는 이를 ‘사람 중심의 개혁’으로 부르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30년 이상 작동한 정치, 경제, 사상적 조류이며 우리의 사고와 행위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되고 있지만 기존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 정책과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려면 위드(With) 코로나 시대의 연구는 크게는 새로운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비전과 전략과 함께 보건안보(health security)를 고려한 성과(performance)라는 새로운 기준과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복원성(resilience)을 포함한 보건안보적 접근이 기존의 만성질환관리와 건강증진과 어떻게 결합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취약해진 그룹의 건강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연구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 분야 연구자들은 전문가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시민과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말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Notes

1)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영국 의료기술평가 담당 기관,

2)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미국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서비스 관리기관

3)

보건의료시스템이 위기 상황에서 혹은 위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사람을 보호하고 양질의 건강결과 산출할 수 있으면 복원성이 있다고 보며. 복원성 있는 보건의료체계는 위기대응 뿐 아니라 일상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Kruk et al., 2015).

References

1 

시민건강연구소, 김 창엽. 시민건강연구소, K-방역 사람 중심의 개혁으로 갈까?, 프레시안, 2020, 9, 21,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2109083764722?fbclid=IwAR2nTX6A1TDlJA6VictvuHrXLCP8y4eY90wPbsK29n5S7j5NEbjBDUcbHaA#0DKU, 에서 2020. 9. 21. 인출.

2 

이 소라. 의대정원 확대’ 53%ㆍ‘공공의대 설립’ 51%..과반 찬성, 한국일보, 2020, 9, 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90313460005615, 에서 2020. 9. 21. 인출.

3 

Ducharme. Jamie. World Health Organization Declares COVID-19 a ‘Pandemic’ Here’s What That Mean, Time, 2020, 3, 11, https://time.com/5791661/who-coronavirus-pandemic- declaration, 에서 2020. 8. 18. 인출.

4 

Kruk M. E., Myers M., Varpilah S. T., Dahn B. T. (2015). What is a resilient health system? Lessons from Ebola. Lancet, 385(9980), 1910-1912.

5 

Sachs J., Schmidt-Traub G., Kroll C., Lafortune G., Fuller G., Woelm F. (2020).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and COVID-19. 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2020, 15-19.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6 

Šehović A. B. (2020). Towards a new definition of health security: A three-part rationale for the twenty-first century. Global Public Health, 15, 1-12, Article Id (doi).

7 

WHO. (2014). Global Status Report on Noncommunicable Diseases. Geneva 27, Switzerland: .

8 

WHO. (2015). Noncommunicable Diseases Progress Monitor. Geneva 27, Switzerla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