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넓게 공부하고 서로 만나야 하는 이유

What we need is to cross boundaries in scholarly communication and research

10년 전쯤 아카데미아는 온통 융합과 통섭 논의 중이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연결과 종합의 필요성이 더 커진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에는 감염학 이슈이고 보건적 난제로 보였던 COVID-19가 고용, 소득, 돌봄, 관계에 이어 혐오와 수용, 격차와 신계급론, 글로벌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쟁점을 우리에게 던져주었고, 우리가 공부하고 연구하던 기존의 방법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알려주고 있다.

필자는 여성고용, 일가족양립, 소셜 케어(social care) 분야에 관심이 있고 여러 회의에 참석해 보면, 학문의 세계가 얼마나 단절적인지 금세 눈치채곤 했다.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는 사회서비스 현장과 시스템을 모르고, 소셜 케어(social care) 중 아동청소년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는 노인분야를 전혀 모르며, 노인돌봄에 관심이 있는 학자는 아동돌봄에 대해 무지하다. 돌봄분야 연구자들은 흔히 여성노동권과 성평등을 정책방향의 주요 기준으로 제시하지만, 그 정책들이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어떻게 맞닿아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부족하다. 아동의 행복과 성장을 연구하는 분들은 사회보장 제도의 구조와 연동체계 및 원리를 모른다.

우리가 그렇게 파편적이고 경계가 뚜렷한 학문의 세계에 몰입해 있는 동안, COVID-19는 날마다 새로운 사회ㆍ경제ㆍ문화적 과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가 만날 미래사회는 나만 아는 지식, 우리 영역에 대한 강조를 넘어 연결과 초연결, 학술적 교류와 상호 학습이 요청되는 사회임이 분명하다. 한국의 교수채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순혈주의 강조현상은 그런 의미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학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사료된다.

한국연구재단의 SSK(Social Science Korea) 프로젝트를 통해 유관 학문 간의 만남과 공동연구는 꽤 활발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하고, 나의 학문적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동발달 연구는 뇌과학과 만나야 하고, 학대아동과 폭력피해자를 위한 전문적 개입에는 신경과학(neuro-science)의 지식이 필요하다. 노인과 장애인의 독립생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건축학과 실내 리모델링과 인테리어의 지식이 필요하며, 길어진 노년기에 대응하고 자산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재무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앞으로 늘어날 사회수당의 효과와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미시경제학 및 심리기제, 코호트의 특성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사회보험의 한계를 명확히 짚어내고 대안을 모색하려면 형해화되고 있는 노동의 세계와 노동과정에 대한 공부가 있어야 한다.

사회과학계 학술지 중 인용지수 최상위권의 대표적 학술지인 『보건사회연구』가 그러한 연결과 종합연구의 선두주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최근 학부전공인 사회학 공부를 새로 시작했다. 물론, 사회복지학이나 사회정책학을 마스터해서가 아니다.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틀을 잊고 제도와 프로그램에 집중했던 학자로서의 반성이자, 더 나은 현실인식과 현상이해를 위해 나름대로 내딛는 용기 있는 시도라고 해 두자. 그 반성과 용기는 거대한 사회변동과 인류의 숙제에서 온 피할 수 없는 반응일 것이나, 더 창의적으로 더 역동적으로 더 넓게 다른 학자들, 다른 학문들과 만나는 과정에서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