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해고노동자의 삶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 저비용항공사 운항승무원의 해고경험을 중심으로

A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Life of Dismissed Airline Workers: Focused on the Dismissal Experience of Low-cost Carrier Cockpit Crew

알기 쉬운 요약

이 연구는 왜 했을까?
국내 저비용항공사에서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하여 해고노동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항공사 해고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 사회 문제로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항공사 해고노동자들이 해고 전후의 삶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깊이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국내 항공사에서 해고된 4명의 민항기 조종사와 인터뷰를 하였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조종사가 되기를 꿈꿔왔고, 주변에서 인정받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회사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하였고, 결국 해고를 당했다.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고,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때면 서글펐으며, 이제껏 살아온 인생이 허물어져 억울함을 느꼈다. 그들은 자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을 했고, 생계 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함께 견뎌주는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극단적 선택을 회피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직업이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고 여겨졌고, 노동에 대한 관점도 변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항공사 해고노동자들에게 심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안내・교육・소개해 주는 통합기관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적 위기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을 위한 항공종사자 공제회가 필요하며, 항공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복지정책의 개발과 제공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lve into the lives of dismissed airline workers. For this, a total of 4 participants were selected, and data were collected through 1:1 in-depth interviews. The collected data were analyzed by applying Creswell’s (2013) case study method. According to the research procedure, first, ‘the context of the lives of dismissed airline workers’ was individually revealed through ‘within-case analysis’. Second, a total of 15 integration topics between cases were extracted through ‘cross-case analysis’.

Results show that they revealed their lives before dismissal as ‘the job they dreamed of’, ‘what they were proud of’, ‘satisfied with one’s job’, ‘sensing that something is wrong’. After the dismissal, the participants suffered from ‘concerns becoming a reality’, ‘thrown away in the open sea’. ‘relative deprivation’, ‘sadness from criticism’, ‘fury on unfairness’, ‘over-the-counter struggles’, ‘out into the part-time job battlefront’, ‘appreciation for family’, ‘struggles to keep one’s place’, ‘avoiding extreme choices’, ‘broken rice bowl’, and ‘change of perspective on labor’. Based on these findings, researchers suggested the need for an integrated institution that can provide psychological support services for dismissed airline workers, support self-help groups, and provide jobs as well as education to dismissed airline crews. In addition, they proposed the development and application of welfare policies that reflect the necessity of the aviation crew (airline workers) mutual aid association and the characteristics of the aviation industry.

keyword
AirlineLow Cost CarrierDismissalDismissed WorkersCockpit CrewCase Study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항공사 해고승무원들의 삶을 탐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총 4명의 운항승무원을 참여자로 선정하였고, 1:1 심층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수집된 자료는 Creswell(2013)이 제시한 사례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 절차에 따라 첫째, ‘사례 내 분석’을 통해 ‘항공사 해고승무원의 삶의 맥락’을 개별적으로 드러냈다. 둘째, ‘사례 간 분석’을 통해 총 15개의 사례 간 통합 주제를 추출했다. 분석 결과 ‘꿈꿔왔던 일’, ‘자부심 가득했던 일’, ‘새 직장에 만족함’,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함’이라는 해고 이전의 삶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해고 이후 참여자들은 ‘우려가 현실이 됨’, ‘망망대해에 내던져짐’, ‘상대적 박탈감’, ‘비난에 대한 서글픔’, ‘억울함’, ‘내 자리를 지키려는 투쟁’,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가족에 대한 고마움’, ‘극단적 선택을 회피함’, ‘깨진 철밥통’, ‘노동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항공사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서비스 제공, 자조모임 지원, 해고승무원 일자리 제공 및 교육 등이 가능한 통합기관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항공승무원(항공종사자) 공제회 필요성 제시 및 항공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복지정책 개발과 적용을 제안했다.

주요 용어
항공사저비용항공사해고해고노동자운항승무원사례연구

Ⅰ. 서론

‘위기의 항공산업’, 이 말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하여 심각한 타격을 받은 항공산업의 어려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줄이고자 전 세계적으로 이동제한과 입국제한이라는 조치가 시행된 이후로 항공기 운항은 중단 또는 축소되었으며, 이로 인해 항공업계와 관련 산업 모두 위기에 처하였다(장태진, 2020, p.15). 항공사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90% 정도 줄어든 상황에서 각 항공사들은 유급휴직・무급휴직 등을 활용하며 위기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김광옥, 2021, p.17).

이처럼 항공산업의 위기로 인해 항공사 직원들은 고용불안이라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근무조건이 변경되거나 해고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에 항공노동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Lukkarila, 2021).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저비용항공사에서 운항・객실승무원1)을 포함한 노동자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항공업계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사태이기 때문에 업계와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선망의 직업이라고 여겨져 왔기 때문에 항공산업이 위축되고, 승무원의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진 것은 놀라운 일인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국내에서 벌어진 항공사 승무원의 해고 사태를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한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 문제란 사회적 다수의 사람이 특수한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고 어려움에 처한 상태를 말한다(박용순, 문순영, 임원선, 임종호, 2021, p.16). 즉, 항공사 승무원의 해고 사태는 그들의 가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관련된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차적인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항공사 승무원의 대량 해고 사태는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상 처음 발생한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한 상태이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산업의 발전 방안(김광옥, 2021, p.18; 장태진, 2020, p.22), 항공종사자의 건강기준(권영환, 2020, p.89), 항공종사자의 건강 문제 해결 방안(윤여정, 2021, p.15) 등 항공산업 발전 방안과 항공종사자의 건강 문제에 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이 같은 연구들을 통해 코로나19에 대비한 항공 노동자들의 업무 방안과 대처법은 제시되고 있지만, 항공업계의 대량 해고 사태로 인한 노동자 개인에게 발생하는 심리적・재정적 사회 문제로의 접근은 부족한 편이다.

한편, 과거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노동자 해고 문제가 종종 이슈화되었기 때문에 관련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김어진, 2009, p.317; 김현정, 정희성, 2015, p.42; 이창근, 2012, p.167; 임정선, 2015, p.241; 장지현, 김민수, 김은희, 김재현, 2020, p.48; 정진주, 2001, p.90). 또한 국외 연구에서 항공승무원의 근무조건 변경 및 해고과정에 관한 연구가 몇몇 진행되었다(Lukkarila, 2021). 이렇게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들은 항공사 승무원의 해고 이후의 삶을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를 가진다.

항공업계의 해고 사태는 이미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항공업계 노동자들의 복직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해당 승무원들은 현재 심리적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실천적 개입의 필요성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에 대한 실체적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대상을 연구하고자 할 때에는 그들의 생활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실제 경험자의 삶을 반영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연구자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항공사 해고노동자의 삶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항공사 해고노동자들이 해고 이전과 이후 어떠한 경험을 했는지 당사자의 관점에서 드러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개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공백으로 인하여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구성원에 대한 접근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Ⅱ. 문헌검토

1. 항공업계의 현황과 대량 해고 사태

우리나라의 항공운송산업은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으로서 항공사가 국가를 대신하여 국내・외에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김광옥, 2021, p.12). 더불어 항공산업은 1980년 이후 코로나19 이전까지 여객 및 화물운송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한명기, 최병구, 2019, p.692). 한편 항공규제완화 정책과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의 등장으로 인해 항공업계는 성장과 동시에 자율 경쟁 체제로 변화하였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성장세의 연속이던 항공업계는 2019년에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각국이 국경을 폐쇄한 이후로 전 세계의 하늘길이 막히게 되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항공산업과 관련 업계는 사상 초유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항공업계가 사실상 마비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항공노동자들은 근무와 휴직을 반복하고 있다(차창희, 2021).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적으로 항공노동자들을 ‘코로나 강제휴직’으로 몰아넣었고, 코로나19 사태의 장기간 지속은 항공산업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정성으로 인한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이가영, 2020). 정부의 고용 유지지원금 조치에 따른 유급휴직, 무급휴직, 순환휴직으로 1년반 가량을 버티고 있는 항공업계 노동자들에게 이 시기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월하는 부정적인 시간인 것이다(김민석, 2021).

또한 일부 항공사는 M&A・다운사이징과 같은 조직의 변화까지 고려하고 있어 항공업계 노동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최병권, 박계두, 김기태, 2016, p.71). 이를 반영하듯이 국내 인수합병 환경하의 항공사에 관한 연구에서 장기 강제휴직이 길어지자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감으로 인해 우울・스트레스가 증폭되고 있다고 하였다(박진아, 2021, p.232).

한편 국내 항공업계는 조직의 변화와 고용불안 뿐만 아니라 항공사 대량 해고 사태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실제로 M&A를 추진하던 국내 저비용 A항공사는 2020년 10월 14일 항공사 승무원(운항・객실)을 포함한 항공노동자 60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감행하였다(고준영, 2020).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고용안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와 대치되어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다(김지헌, 2021). 게다가 대다수 해고노동자들은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은행대출도 막혀있기 때문에 생계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노동사회과학연구소, 2020, p.148). 이들은 업무와 무관한 배달서비스, 택배 상하차, 대리 운전 등으로 생계비를 벌고 있다(김민석, 2021).

해당 항공사는 중국사드, 일본불매, 코로나19, 저비용항공사의 과열경쟁, A항공사와 B항공사의 M&A 협상 무산 등 여러 악재로 인한 재무 문제가 자본잠식과 대량 해고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해고를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안태호, 2021). 반면 해고노동자들은 사측이 무급 순환휴직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았고, 체불임금과 퇴직금 미지급, 경영정상화 시 해고자 우선고용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서 조차 거부했기 때문에 해고를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노동사회과학연구소 2020, p.149). 이와 관련하여 해고노동자들 중 일부는 부당해고 소송을 단행하였고, 2021년 5월 “대규모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받기도 했지만, 동년 8월 “해고는 정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상반된 판정을 받았다(신다은, 2021). 이에 해고노동자들은 “해고는 정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대해 경영진의 입장만을 반영한 결과로 보여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이다(윤우성, 2021). 이처럼 국내외 문제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고는 정당하다”고 보는 A항공사와, 경영진의 정리해고 회피 노력이 미진하였다는 이유로 “해고는 부당하다”고 보는 노동자의 입장 차이는 노사갈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해고노동자의 삶의 변화와 심리적 충격

해고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겪는 엄청난 사건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해고자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Brison, 2003, p.43). 따라서 해고라는 충격적인 기억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해고노동자의 삶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해고노동자들에게 있어서 해고 이후의 삶은 해고 이전에 비해 무척 달라진다(이창근, 2012, p.158; 정진주, 2001, p.101). 왜냐하면 해고를 통해 노동자들은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에 한꺼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1년 대우자동차 해고노동자 연구에 의하면 노동자들은 해고 이후 소득의 격감, 가족관계 및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악화, 가족구조・인간관계・생활습관 등 다양한 변화를 경험한다고 하였다(정진주, 2001, p.101). 이들은 가족 내의 위치상실, 가족구조의 변동(김현정, 정희성, 2015, p.41; 장지현, 김민수, 김은희, 김재현, 2020, p.58)으로 인해 가정 내에서도 고립감을 느끼게 되고, 빚이 급격히 늘어나 경제적으로 취약해진다(이창근, 2012, p.160).

또한, 이들은 고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분노와 배신감, 자책과 무력감, 소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동료 및 사회에서 단절되는 관계적 변화까지 겪는다(김현정, 정희성, 2015, p.42, 박선영, 2015, p.79; 이창근, 2012. p.162). 일을 통해 자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기고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Rosso, Dekas, & Wrzesniewski, 2010)하는 중요한 시기에 직장을 잃게 된 개인은 한순간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해고 노동자들은 해고 이후 급변한 삶에 놓이는 동시에, 관계적 배제와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는 취약한 존재로 변화되는 것이다.

또한, 2008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에 관한 연구에서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은 해고노동자의 높은 자살률과 연결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김현정, 정희성, 2015, p.42; 이창근, 2012, p.158). 뒤르껨(Durkheim)에 따르면 자살은 사회통합과 규제의 정도가 매우 낮거나 높을 때 발생하며, 사회의 통합・유대가 붕괴되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하였다(박용순, 문순영, 임원선, 임종호, 2021, p.220; Durkheim, 2005). ‘2018년 자살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 중 30.3%가 대인관계 문제를 자살기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듯 사회적 관계는 자살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18, p.166).

뿐만 아니라, 경제적 요인들도 해고노동자들의 자살관념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강준혁, 이근무, 이혁구, 2015, p.108).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말부터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이후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조혜자, 방희정, 1998, p.8; 천정환, 2013). 특히 취업/승진, 급격한 금전적 손실은 여성(4.3%, 6.2%)에 비해 남성(7%, 11.2%)의 자살시도 원인으로 더 많이 작용한다고 보고되었다(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18, p.166). 이처럼 해고 이후 겪게 되는 사회적・ 대인관계적 배제와 더불어 경제적 어려움은 해고노동자들을 자살충동에 놓일 수 있게 하는 사회 문제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한편, 해고는 고용주가 노동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유로 인한 실직보다 노동자에게 주는 심리적인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임정선, 2015, p.230). 이러한 해고자의 심리적 충격은 트라우마와 연결해서 볼 수 있다. 트라우마는 사람이 전쟁, 사고, 고문, 자연재해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겪은 후 그러한 사건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고, 사건 이후에도 지속적인 재경험을 하게 되어 고통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이창근, 2012, p.165). 일부 학자들은 트라우마를 누군가 저항할 수 없는 힘 앞에서 완전히 무기력한 상태라고 규정하였다(Herman, 1992). 이처럼 저항할 수 없는 힘 앞에서 무기력함을 경험한 사람들에 관해 국외에서는 홀로 코스트, 전쟁, 학대, 성폭력 등의 트라우마 연구가 진행되었다(Brison, 2003; Harvey, 2000; Peddle, N. 2007).

우리 사회 구성원 중에도 사회적 폭력에 의한 차별과 배제라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이 있다(김상숙, 2015, p.419). 기존 노동자 해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구조적 폭력을 통해 해고자들이 심리적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하였으며, 관련 기관에서는 해고자들의 재건을 위해 심리치유 프로그램, 재취업 알선, 경제 인식교육 등을 제공했다고 보고하였다(권지영, 2012, p.220; 김어진, 2009, p.317; 김현정, 정희성, 2015, p.42; 임정선, 2015, p.233; 장지현, 김민수, 김은희, 김재현, 2020, p.59). 해고는 저항할 힘없는 노동자의 입장에 서는 사회적 폭력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한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해고노동자를 위한 적절한 개입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Ⅲ. 연구 방법

1. 질적 사례연구

본 연구의 목적은 항공사 해고노동자의 삶을 이해하는 데 있다. 연구자들은 연구 수행을 위해 다양한 질적 연구 방법 중 사례연구 방법을 선택하였다. 그러한 이유는 항공사 해고 노동자들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하여 변수 중심의 양적 접근보다는 내부자의 관점을 반영하는 질적 연구 방법이 적합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Creswell(2013)이 정리한 사례연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질적 사례연구란 하나의 경계를 가진 체계(사례) 혹은 경계를 가진 여러 체계(사례들)들을 다양한 정보원(면접, 관찰, 문서, 보고서, 시청각 자료 등)을 통해 탐구하는 연구 방법이다(Creswell, 2013). 특히 사례연구는 주변과 구분되는 하나의 경계를 가진 체계를 탐구하는 것이다(유기웅, 정종원, 김영석, 김한별, 2012, p.100). 이 연구의 사례들은 항공사에서 해고된 운항승무원들의 사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례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해고노동자의 개별적 삶에 관한 경험과 공통점・차이점을 드러내는 데 사례연구 방법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2. 연구현장: A항공사 해고과정

A항공은 비우호적인 환율 흐름, 일련의 추락사고와 관련한 B737-MAX기종 운항금지, ‘재팬 보이콧’에 따른 일본노선 매출급감 등에 시달리던 중 2019년 9월 A항공의 대표이사 사장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는 담화문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김상훈, 2021; 주진희, 2019). 같은 해 12월 B항공은 A항공의 인수를 결정했고, 이어서 2020년 3월 A항공은 운항중단을 단행했으나, B항공은 2020년 7월 ‘동반부실’ 우려를 이유로 A항공 인수를 철회하였다(고준영, 2020; 장하나, 2020). 이러한 과정 속에 2020년 9월 17일 A항공의 임직원 605명은 정리해고 통지를 받았으며, 2020년 10월14일 직원 605명은 공식 해고되었다(고준영, 2020).

3. 연구참여자 선정

연구자들은 세평적 사례선택(reputational case selection)과 눈덩이표집(snowball sampling)을 동시에 활용해 연구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세평적 사례선택이란 특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연구주제에 적합한 참여자를 선정하는 방법이다(Miller & Carpenter, 2009). 먼저, 연구에 적합한 해고노동자들을 개인적으로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국회의사당 앞에 설치되어 있는 해고노동자 천막 농성장에 직접 방문하여, 연구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한 후 참여자를 선정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소개받았다. 전문가를 통해 해고 경험이 있는 참여자를 추천받았고, 연구에 응한 참여자를 통해 다른 참여자를 소개받았다. 참여자 선정 기준은 A항공사에서 해고를 경험한 운항승무원으로 제한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총 4명의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사례 수는 한 사례가 주는 정보의 상세함 수준을 해치지 않는지를 고려하여 정했다(Creswell, 2013). 참여자들의 기초정보는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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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참여자들의 기초정보
구분 성별 연령 혼인 상태 자녀 유무
참여자 1 남성 50대 기혼
참여자 2 남성 30대 미혼
참여자 3 남성 30대 기혼
참여자 4 남성 30대 기혼

4. 자료수집 및 분석

분석에 필요한 자료는 1:1 심층면담(in-depth interview)으로 수집하였다. 2021년 07월부터 동년 10월까지 총 4개월 동안 자료를 수집했고, 참여자 당 평균 2회의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 소요 시간은 회당 평균 90분이었다. 원활한 면담 진행을 위하여 해고 전후의 삶과 감정에 관련된 면담질문지를 작성하여 활용하였다. 질문의 내용은 ‘해고 전 어떻게 지냈는가’, ‘해고 후 어떤 감정이 들었는가’, ‘해고 후 어떠한 것이 어려운가’ 등으로 구성했다.

수집된 자료는 Creswell(2013)이 제시한 사례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사례 내 분석’, ‘사례 간 분석’을 시도하였다 (Creswell, 2013). ‘사례 내 분석’은 각 사례의 역사 또는 사건의 연대기를 중심으로 한 상세한 기술을 의미하고, ‘사례 간 분석’은 사례들의 공통된 주제를 찾는 것이다(Creswell, 2013). 본 연구는 사례 간 분석을 통해 총 15개의 통합 주제를 추출하였다.

5. 연구의 엄격성 및 윤리적 문제 고려

본 연구는 엄격성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Padgett(2008)의 동료집단의 조언 및 지지(peer support group), 오랜 기간에 걸친 관계형성(prolonged engagement), 연구참여자를 통한 재확인(member checking), 다원화전략(triangulation)을 활용하였다. 첫째, 동료집단의 조언 및 지지전략을 활용하기 위해 질적 연구를 다수 수행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 2인의 조언을 받음으로써 연구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둘째, 관계형성을 위해 참여자들과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셋째, 연구참여자를 통한 재확인을 위해 연구자들은 도출된 분석 결과를 참여자들에게 직접 보여주었고 이에 대한 확인과 조언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다원화 전략 확보를 위해 이들과 관련된 뉴스 및 사진을 수집하였고, 국회 앞 천막 농성장을 직접 방문하였으며 이를 현장 노트에 기록하였다.

다음으로,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2021년 6월 소속 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IRB)로부터 연구수행 승인(IRB No: SKKU 2021-06-026)을 받았고, 연구 수행 과정에서 생명윤리위원회의 윤리기준을 따랐다. 그 밖에도 참여자들에 대한 배려와 보호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였다. 연구자들은 ‘비밀보장’, ‘자발적 연구참여동의’, ‘자유로운 연구 참여 및 철회’ 원칙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였다. 첫째, 연구자들은 사생활 보호와 비밀보장을 위해 참여자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정보들을 삭제하고 기초 정보만을 제시하였다. 둘째, 연구자들은 연구참여동의를 위해 연구취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이후 연구참여동의서를 작성하였다. 끝으로, 불편한 감정이 들면 언제든지 참여철회를 할 수 있음을 면담 전에 설명함으로써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Ⅳ. 연구 결과

1. 사례 내 분석

가. 사례 1

참여자 1은 전투기와 민항기 비행경력 25년 이상의 베테랑 운항승무원이다. 배우자와의 슬하에 성인 자녀들이 있다. 터울 많은 형이 공군사관학교 생도였던 참여자 1의 집안 배경은 어린시절부터 그에게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열망을 북돋웠다고 하였다.

그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고, 이후 민간항공기 운항승무원으로 활동한 경우이다. 최소한의 절차로 마음대로 이동하던 자유로운 전투기 비행이 그립기도 하였지만, 민항기에는 자동항법장치(autopilot) 기능이 있어 눈앞에 펼쳐지는 매번 다른 하늘의 광경을 볼 수 있다보니 민항기 비행도 재미있었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운항승무원을 보는 타인의 시선에서 솔직히 우쭐함을 느꼈다.”고 하였는데, 운항승무원은 프라이드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구술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기 직업에 프라이드가 있어야 대충 살지 않고, 행동을 더욱 절제하며, 비행의 규칙을 더 잘 지키려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대형항공사, 저비용항공사의 경력이 두루 있는 참여자에 의하면 A항공사는 소규모이다 보니 동료들 뿐 아니라 타 직군 직원들과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던 분위기 좋은 회사였다고 회상하였다. 때문에 분위기 좋은 회사에서 대량 해고가 단행된 것에 의아했다고 하였다. 참여자는 2019년 12월에 A항공사와 B항공사가 MOU를 체결했던 당시를 회상하였다. MOU를 체결 하자마자 A항공사는 하청업체, 정유사, 공항공사 등에 비용 지급을 중지했고,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구술했다. 2020년 2월 어느 날 회사 관리인들이 운항승무원 노조에 찾아와서 회사의 어려움을 토로하였고 입금협상을 요구했다고 하였다. 노조는 회사를 돕고자 25% 임금삭감에 동의하였는데, 바로 다음날인 급여일에 임금이 들어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하였다. B항공이 계약금을 낸 이듬해 3월부터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왔고, 당시 운항승무원 노조는 상대적으로 높은 운항승무원들의 임금을 깎아서 구조조정 없이 전 직원을 살리자고 제시했음을 언급했다. 이에 처음에는 회사도 동의했었지만, B항공이 인수 포기를 한 이후 대량 해고를 단행했다고 하였다.

참여자는 노조에서 간부 일을 했으니 먼저 해고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해고 메일을 받은 그날 절망감을 느꼈다고 하였다. 체불된 임금,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직장, 가족의 얼굴들이 복합적으로 어른거렸다고 하였다. 특히 만기가 다가오는 대출로 인해 파산이 될까봐 어디로 도피해야 하나, 가족은 어쩌나 등의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더 이상 대출이 안 되어 배우자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자녀는 자퇴를 결정하여 참여자의 마음은 좋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참여자는 해고자의 부당함을 알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만 집중해야 하는지 갈등이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자는 자식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고 억울하게 빼앗긴 자리를 찾기 위해 농성장에서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단식 투쟁장에 울며 나타난 아내, 단식으로 인해 힘겹게 누워있는 자신의 옆에 함께 누워서 농담 해주던 아들의 모습은 참여자에게 큰 지원체계가 되었다.

살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참여자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심한 욕설을 SNS에 남기기도 하였다. 이런 것을 볼 때면 한강다리 위에 차를 세워놓고 난간에 주저앉았던 적이 많았다고 했다. 혹시 자살할까봐 스스로 불안함을 느꼈고,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늘에서 살던 사람이 매일 땅바닥에서 투쟁하고, 법원에 출입하고, 평생 만나지도 못할 경찰, 정보관, 기자들을 만나는 등 자신의 삶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구술했다. 참여자는 A항공사의 해고자들이 각자의 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목소리 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나. 사례 2

참여자 2는 미혼이며 가족에게서 독립하여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는 타 업종에 종사하는 동시에 비행학교를 다녔고, 몇 년 전 민항기 운항승무원이 되었다. 운항승무원은 남자들이 한번쯤 꿈꿔보는 직업이라고 이야기하였는데, 자신은 그것을 꿈으로 남기지 않았고, 적극인 도전과 실패 끝에 오랜 시간이 걸려 운항승무원이 되었다고 구술했다. 아르바이트 하던 중 항공사로부터 합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잦은 낙방으로 인해 의기소침했던 참여자는 당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라며 환호했다고 하였다.

신입시절에는 지옥 같던 시험마저도 좋았고, 비행을 할수록 실력이 늘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체류하는 모든 나라의 풍경, 음식, 체험 등이 다 새롭고 재미있었던, 꿈 많고 열정 넘치는 직원이었던 것이다.

A항공이 B항공으로 인수된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할 때, 참여자는 어디에서 일하건 비행하는 것은 같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B항공이 인수를 포기하는 상황이 되자 동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하였다. 당시 회사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참여자는 그 말만 믿고 있었는데, 해고통지서를 받아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한 회사와 이 사태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는 경영진에게 화가 많이 났었다고 하였다. 자신이 운항승무원이 되려고 노력한 7년의 세월이 한 순간에 무너져 허무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회사와 노동자 간에 선행된 대화도 없이 체불임금,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해직자에게 ‘너희가 희생해야 회사는 산다.’라는 논리를 펼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였다.

참여자는 비행경험을 더 해도 모자란 시점에 해고되어 막막하고 두려웠다고 하였다. 그는 해고통보를 받은 후 심리적 혼돈이 지속되었고, 몸을 혹사시켜 정신을 차리고자 제주도 올레길을 20코스 이상 걸었다고 하였다.

이전까지는 동료들과 소통을 많이 했는데, 구조조정 이후로는 서로의 입장차가 극명히 다르기 때문에 소통이 줄어들었다고 언급했다. 회사와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고 판단한 참여자는 회사에 관한 소식을 듣고 대응하기 위해 노조에 의지하였다. 일부 동료들은 재고용 시 불이익을 당할까봐 노조에서 탈퇴하였는데, 자신은 해고된 마당에 숨어있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참여자는 해고 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크게 느꼈다고 하였다. 그는 운항승무원이 되기 위한 교육비를 장기간 모은 저축과 은행대출금으로 충당하였다. 그런데 해고자가 되니 한순간 대출 연장이 되지 않았고, 원금 상환 독촉을 받게 되어 괴로웠다고 하였다. 안정과 정년이 보장되었던 운항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이제 돈을 모을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직업으로 전락한 느낌을 받았다고 구술했다. 실업수당 수급마저 끝난 후 대출금 상환을 위해 참여자는 배달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동시에 복귀가 될 것을 대비하여 동료들과 비행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코로나19 시기에 모든 항공사에서 시행되고 있는 무급휴직, 순환휴직 및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등의 혜택을 정작 제일 어려운 A항공사 직원들은 받을 수 없다보니 그림의 떡과 같은 제도로 보였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직원의 4분의 3을(자회사 포함) 해고할 수 있는 회사의 경영체계와 뚜렷한 중재를 하지 못하는 정부에 실망했다고 언급했다.

A항공사 노조원들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부당해고를 알리는 행위를 할 뿐인데, 노조 때문에 회사 인수가 안 된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여자는 장고의 시간을 안심하고 버텨낼 수 있도록 회사가 약속했던 해고자 복직에 관한 문서화를 간절히 바랬다. 또한 A항공사가 해고노동자와 함께 상생하는 회사로 회생되기를 바랐다.

다. 사례 3

참여자 3은 전투기와 민항기 비행경력 10년 이상인 운항승무원이다. 배우자와의 슬하에 어린 자녀가 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모교선배들이 홍보를 와서 들려 준 공군사관학교에 관한 설명과 제복 입은 멋진 사관생도들의 사진을 본 이후 조종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게다가 사관학교에 가게되면 군복무를 할 수 있고 좋은 직업도 보장된다며 참여자의 부모님도 적극 찬성하였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순탄하게 하던 참여자는 결혼과 자녀출산 후 이직을 고민하게 되었다. 연금과 진급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다고 우려하는 주위의 시선을 뒤로하고, 참여자는 자녀교육과 경제적 안정을 위해 민간항공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당시 항공수요도 많았고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생기던 시기라서 바쁘고 즐겁게 비행했다고 하였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고객들이 제복을 입고 나타나는 해당 편 승무원들을 보면 일어나서 줄을 섰던 모습이 특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항공사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기회가 적다보니 주변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보는 것을 느꼈다고 하였다.

‘재팬 보이콧’이라는 정치・외교적 환경변화가 일어나 일본 노선 운항스케줄이 급감하였고, 코로나19로 인해 운항스케줄이 더욱 줄어드는 것을 감지하였다고 언급했다. 참여자는 2020년 2월 전체급여 중 40%의 급여만 받게 되었고, 3월부터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하였다. 당시 직원들은 급여명세서는 왔는데, 통장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아 당황했다고 하였다. 그러던 중 B항공으로 인수될 거라는 소문이 떠돌더니 A항공사는 전면 셧다운에 돌입했다고 회상했다. 회사에서는 ‘회사가 인수 될 거다. 임금 지급하겠다.’ 했지만 결과는 일방적인 해고통보였다고 하였다. 항공기를 줄이고 반납하겠다고 할 때 ‘대다수의 직원들이 정리해고 되겠구나.’ 예상을 했기 때문에 참여자는 해고를 받아들일 심적인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해고통보를 받으니 손발 다 잘려나간 것 같은 절망감이 밀려왔다고 토로했다.

회사는 실체가 없어지고 문의 전화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운항승무원 노조에 의지하여 단체행동을 하며 대응 할 수밖에 없었다고 구술했다. 게다가 노조를 통해서만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개별적으로는 회사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하였다.

참여자는 해고 후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고 하였다.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끝난 이후 현재까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가족의 생계비를 벌고 있다고 하였다. 식당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어린자녀를 키우는 배우자는 일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참여자가 타 업계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지원해도 이력서에 비행자격증과 비행경력밖에 작성할 것이 없다보니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하였다. 당시 고급 자격증을 갖고 일 할 데가 없다는 현실은 참여자로 하여금 회의감을 느끼게 하였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못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창문을 열기가 위험할 정도로 나쁜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참여자는 아내와 나누는 일상의 짧은 대화, 퇴근 후 자신을 반겨 주는 아이에게서 힘이 생겼다고 하였다. 연구자들이 볼 때 참여자는 불안한 감정을 가족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보였다. 한편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승소를 한 날 혼자 고립되어 있다가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망망대해에 버려진 듯한 경험을 한 후 자신은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하였다. 사용할 수 없는 비행경력을 가지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려본 경험은 좋아하는 비행만이 전부였던 마음에서 벗어나 가족만 책임질 수 있으면 어떤 직종에서건 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였다고 구술했다.

참여자는 월급명세서 상에 공제된 4대 보험료가 실제 국고에는 납부되지 않고 사라져 자신의 회사 직원들은 고용유지지원금마저 못 받는다고 하였다. 일정금액만 냈어도 다른 회사 직원들처럼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일정금액 마저 내지 않은 회사에 온갖 감정이 다 든다고 하였다. 모든 직원들이 고통분담하고 버티는 다른 회사들처럼 적극적인 시도 한번 없이 회사를 정지시킨 경영진의 방침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정부에 대해서도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정책에 반해 A항공사의 대량 해고를 방치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참여자는 지금이라도 기업회생이 잘 되어 항공사가 다시 정상화되고, 성장하여 부당해고자에 대한 복직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라. 사례 4

참여자 4는 민항기 운항승무원으로만 10여년 근무했다. 배우자와의 슬하에 어린 자녀들이 있다. 그는 대형항공사를 거쳐 A항공사로 이직한 경우이다. 참여자는 초등학교 시절 미군부대에서 전투기 훈련 장면을 인상 깊게 보았는데, 그때부터 하늘에 대한 동경을 하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때마침 드라마 <파일럿>까지 본 참여자는 ‘하늘을 나는 멋진 조종사라는 직업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항공사 운항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루었을 때 성취감이 매우 높았다고 하였다. 참여자는 비행기를 조작하는 것에 성취감을 많이 느꼈고, 운항승무원을 희소성 있고 특이하게 바라봐 주어서 직업만족감이 높았다고 구술했다. 참여자는 성취감 있는 삶을 살고자 대형항공사의 편함을 뒤로하고 ‘젊은 나이에 기장이 되고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언급했다. 고민 끝에 이직한 저비용항공사의 생활도 첫 직장에서처럼 행복했다고 하였다.

참여자는 이직 후 행복하게 비행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회사로부터 해고 E-mail을 받게 되었다고 하였다. 해고통보를 받고 참여자는 더럽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하였다. 수많은 노동자가 한 순간 해고된 상황을 보고 참여자는 ‘이게 무슨 선진국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해고 메일을 받은 순간 참여자는 저항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였고, 자신은 해고 통보를 받기 전에 육아휴직을 쓰기로 했기 때문에 해고가 아니라며 회사에 맞섰다고 하였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부당해고 신청을 했고, 회사는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따졌다고 하였다.

고용노동법에는 해고를 단행하기 위해 사용자의 노력이 필수라는 점이 있다고 참여자는 말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직원들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A항공사는 4대 보험료를 횡령했기 때문에 그마저 불가능해졌다고 언급했다. 또한 참여자는 균등한 해고를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으면서 최선이라고 하는 회사 경영진들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하였다. B항공과의 인수가 안 되었을 때 ‘B항공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사장의 모습을 보고, 참여자는 A항공사 경영진의 수준에 실망했다고 하였다.

참여자는 부당해고 신청 후 승소하여 복직이 되었다고 구술했다. 힘겹게 복직이 되었지만 회사가 언제 좋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은 같았다고 하였다. 해고된 자는 실업급여로, 자신 같은 육아휴직자는 육아휴직 수당으로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죽은자와 산자 두 가지를 다 경험한 참여자에 의하면 산자라고 해도 월급을 못 받다보니 생활이 어렵기는 죽은자와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집회, 피켓팅, 고용노동부 등을 넘나들며, 비행만을 믿고 있다가는 초라한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때부터 참여자는 공인중개사 공부를 병행하기 시작했는데,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서 피켓팅 할 때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시위와 강의듣기를 동시에 소화했다고 말했다. 해고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지만 또 다른 목표를 세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참여자는 강조했다. 참여자는 남들에게 하찮게 보이더라도 비행만큼 자신 있는 다른 인생도 개척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였다.

참여자는 인생을 개척해보자고 감정을 다지면서도 우울해 질 때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당시 참여자는 벼랑 끝에 선 느낌이 들었고 그로인해 자살충동도 느꼈다고 하였다. 양가 부모님이 생활비를 조금씩 보태 주셨는데, 사지 멀쩡한 성인이 부모님 도움을 받는다는 것에 자존심 상해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요즘은 동네 빵집 사장님도 항공노동자인 자신을 측은하게 본다고 말하며 참여자는 겸연쩍어하며 웃었다.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가한 A항공사의 경영진들은 회사를 잘못 이끈 것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정부도 한발 뒤진 정책을 내놓는 데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내수경제가 다시 살아나 항공업계도 다시 부활할 것을 참여자는 마음속 깊이 바란다고 강조했다.

2. 사례 간 분석

사례 간 분석에서는 각 사례에서 도출한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비교하면서 항공사 해고노동자들의 삶을 드러내는 총 15개의 주제들을 발견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표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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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사례 간 분석
사례 내 주제 사례 간 통합 주제
  • 어린 시절부터 형처럼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고 결심함(사례 1)

  • 남자라면 한 번쯤 꿈꿔보는 일이라고 생각함(사례 2)

  • 사관학교에 입학한 선배들을 보고 반함(사례 3)

  • 실제 전투기 훈련 장면과 드라마를 보고 멋진 직업이라 생각함(사례 4)

꿈꿔왔던 일 해고 전
  •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것은 조종사의 기본이라 생각함(사례 1)

  • 조종사가 된 후 신기해하고 호감을 표하는 시선을 느낌(사례 2)

  • 좋은 직장에서 돈 많이 번다고 주변에서 부러워함(사례 3)

  • 주변의 대우가 다르다고 느낌(사례 4)

자부심 가득했던 일
  • 가족 같은 분위기의 직장이라 만족스러움(사례 1)

  • 자수성가 끝에 얻은 꿈의 직장이라고 여겨짐(사례 2)

  • 이직을 통해 경제적 교육적 환경이 나아져 만족함(사례 3)

  • 도전하는 삶을 위해 이직한 회사에서 보람을 느낌(사례 4)

새 직장에 만족함
  • 임금삭감 동의를 했는데 다음날 임금이 안 들어와 이상함(사례 1)

  • 회사가 안 좋아지고 인수도 안 하니 불안함(사례 2)

  • 블루마블 같은 실체 없는 월급명세서만 받음(사례 3)

  • 정부지원금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회사가 걷어참(사례 4)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함
  • 막상 돌아갈 직장을 잃어버리니 아무 말이 나오지 않음(사례 1)

  • 내가 아니었으면 했지만 역시나 함(사례 2)

  • 올 것이 왔구나 받아들임(사례 3)

  • 이상하고 더러운 기분이 듦(사례 4)

우려가 현실이 됨 해고 후
  • 개인 파산될까봐 두려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듦(사례 1)

  • 강요받은 희생과 대출금 상환 때문에 위기감을 느낌(사례 2)

  • 손발이 다 잘린 채 망망대해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듦(사례 3)

  • 편파적으로 희생을 강요받았다고 여겨짐(사례 4)

망망대해에 내던져짐
  • 정부로부터 우리 회사만 방치당한 느낌이 듦(사례 1)

  • 우리 회사만 멈춰진 것에 대한 허무함(사례 2)

  • 전 직원이 합심하여 잘 버티는 옆 항공사와 비교하면 서글픔(사례 3)

상대적 박탈감
  • 해고의 부당함을 주장해서 나쁜 놈이 되어 슬픔(사례 1)

  • 말끝마다 노조 탓을 하는 경영진의 비난에 속상함(사례 2)

  •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이 들어 속상함(사례 3)

  • 귀족노조라는 비아냥거림에 서글픔(사례 4)

비난에 대한 서글픔
  • 쌍코피 터지게 비행한 대가가 해고라는 사실에 화남(사례 1)

  • 조종사가 되기 위해 살아온 인생이 허물어져 억울함(사례 2)

  • 꿈에 부푼 이직의 가혹한 대가에 억울함(사례 3, 4)

억울함
  • 자신과 젊은이들의 제자리를 찾기 위해 단식투쟁을 함(사례 1)

  • 해고 후 기댈 곳은 노조활동 밖에 없었음(사례 2)

  • 몸담았던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함(사례 3)

  • 한 사람이라도 관심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쟁에 나섬(사례 4)

내 자리를 지키려는 투쟁
  • 아내와 아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듦(사례 1)

  • 라이더가 되어 생활비를 충당함(사례 2)

  • 식당 일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겨우 유지해 감(사례 3)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 농성장의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낌(사례 1)

  • 일상적으로 대해주는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낌(사례 3)

  • 묵묵히 힘든 시간을 보내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낌(사례 4)

가족에 대한 고마움
  • 자살 유혹에 빠질까봐 무서워 물가에 가지 못함(사례 1)

  • 피폐해지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올레길을 걸음(사례2)

  • 나쁜 생각 들까봐 창문 근처를 피함(사례 3)

  • 자살충동과 감정의 늪에 빠져 힘듦(사례 4)

극단적 선택을 회피함
  • 과거와는 달리 쉬는 조종사가 많다고 느낌(사례 1)

  •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직업이 된 느낌이 듦(사례 2)

  • 쓸모없는 칼이 된 느낌이 듦(사례 3)

  • 주변인들에게 측은함을 자아내는 직업으로 전락했다고 느껴짐(사례 4)

깨진 철밥통
  •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짐(사례 1)

  • 겸허하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성장함(사례 2)

  • 객실업무까지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자라남(사례 3)

  • 노동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달라짐(사례 4)

노동에 대한 관점의 전환

가. 해고 전

1) 꿈꿔왔던 일

연구의 모든 참여자들은 어릴 적 영화 또는 주변인의 영향을 받아 조종사라는 직업을 갖고자 하였다. 참여자 1은 자신의 형처럼 공군사관학교 생도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참여자 3은 공군사관학교 제복을 입고 모교를 방문한 고교선배들을 직접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조종사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구술하였다. 참여자 2의 경우 자신뿐 아니라 남자들이 한 번쯤 꿈꾸는 직업이 조종사라고 언급했다. 참여자 4는 어린시절 조종사를 소재로 한 영화와 TV 드라마를 본 후 하늘을 나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다.

참여자들은 조종사라는 직업을 미디어와 주변을 통해서 쉽게 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참여자들에게 있어서 하늘을 날며 일하는 조종사라는 직업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나아가 천직으로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었던 것이다.

“남자들의 한 번쯤의 꿈이잖아요. 조종사 해보는 거 남자들은 다 이런 생각 해 봤을 거예요. 해봤다고 저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조금 더 적극적 이었던 거죠...도전하고 많이 실패도 해보고(참여자 2).”

“초등학교 2학년 때 미군부대에서 전투기 훈련하는 걸 봤어요. 그때 최수종 씨가 주연을 맡은 <파일럿>이라는 드라마도 있었고요. **항공 배경으로 찍은. 그때부터 아 하늘을 나는 게 되게 멋진 직업이다. 저거 한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톰크루즈가 나오는 <탑건> 영화를 보면서 역시 저거다(참여자 4).”

2) 자부심 가득했던 일

현대인들은 일을 통해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삶에 있어서 긍정적인 가치를 가진다(Rosso, Dekas, & Wrzesniewski, 2010). 모든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자부심 가득했던 일’로 자신의 직업을 기억했다. 참여자 1은 업무에 자부심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에 의하면 조종사라는 직업에 대해 우쭐함을 느끼는 덕분에 자기통제를 더욱 철저히 한 후 비행에 임하게 된다고 하였다. 다른 참여자(참여자 2, 4)들은 희소성 있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하였다. 참여자 2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관심을 표해줄 때 자부심이 들었고, 참여자 4는 은행 대출 창구에서 우대받을 때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고 하였다. 같은 맥락으로 참여자 3은 좋은 직장에 다니며 돈도 많이 벌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하였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직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일터 또는 사적 자리에서 확인받고 있었다. 이러한 확인은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더욱 자기관리를 하게 하는 등 긍정적인 역동을 발휘한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조종사를 희한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탁 까놓고 얘기하면 우쭐한 마음이 있죠. 저는 프라이드가 없으면 조종사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야 자기를 가꾸고, 행동을 조심하고, 룰을 지키려고 노력하죠. 자기 프라이드 없는 사람은 막 살거든요. 조종사는 막 살면 안 돼요. 자기 통제 속에 살아야 되는 사람들이에요. 내일 비행이 있으니 오늘 술 먹지 말아야 해. 그럼 절대 먹지 말아야 하는 거예요. (참여자 1).”

“일단 대출을 하더라도 타이틀 대면 (웃음) 바로 대출심사가 가능했었죠. 일반적으로 주택대출을 한다고 하면 여러 가지 심사를 보는데 그런 것도 간소화됐었고, 소득이 투명하니까 그렇겠지요. 또 주변 사람들의 인식도 좋았고요. 희소성이 있다 보니까 좀 특이하게 바라봐 주셨어요(참여자 4).”

3) 새 직장에 만족함

모든 참여자들은 A항공사가 첫 직장은 아니었다. 이들은 대형항공사에서 이직을 했거나,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다가 이직을 했다. 따라서 A항공사로 이직하고 느낀 감정은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공군과 타항공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참여자 1은 각 부서 간의 분위기가 건조했던 타항공사에 비해, A 항공사의 각 부서 간 분위기는 상당히 밝았다고 하였다. 참여자 2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종사가 되기 위해 수차례 도전 끝에 A항공사로 입사했다. 그는 자수성가한 경우였기 때문에 항공사 입사성공은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답 그 자체였다. 참여자 3은 경제적 안정과 자녀를 위한 교육환경 제공을 위해 군생활을 종료하였고, A항공사로 이직한 후 만족스러웠다고 하였다. 참여자 4는 대형항공사에서 부기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안정된 삶을 보장받고 있었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젊은 나이에 기장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꿈을 A항공사로 이직하여 이루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직을 하는 당사자들은 새로운 직장에 대한 희망과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본 연구에서 A항공사는 참여자 개개인에게 특별한 만족감을 준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 공간으로 이직 후 참여자들은 성취감을 느끼거나 경제적・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직 준비하면서 탁송 일을 했어요. 오후쯤인가 손님한테 물품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합격통보를 받았어요. 이거 또 떨어지는 건가 (웃음) 근데 딱 들어가니까 합격했더라고요. 와! 엔돌핀이 돌았죠. 나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 너무 뿌듯했었죠(참여자 2).”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생겼고, 아이한테도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해줄 수 있으니까...아무래도 군 생활은 지방에서만 있어야 되고 아이교육에 있어서도 기회가 적잖아요. 근데 이제 수도권으로 와서 아이한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많은 걸 보고 배우게 할 수 있으니까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참여자 3).”

“대형항공사에서 머무르는 게 저한테는 독이 될 것 같았어요. 더 큰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고민 끝에 이직했는데, A항공사에 와서 되게 행복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저를 조금 우려했어요. 젊은 나이에 기장으로써 도전한다는 게 쉽진 않았고 저는 그걸 각오하고 나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참여자 4).”

4)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함

개개인에게 만족감을 주며 도약하던 A항공사는 어느 순간 이상기류를 보이기 시작했다. A항공사가 B항공사와 인수합병하려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모든 참여자들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참여자 1은 임금삭감 동의서에 사인한 다음날 임금이 들어오지 않아 이상했다고 하였다. 참여자 2는 A항공사의 인수합병이 무산되고 회사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져서 불안감을 느꼈다고 하였다. 참여자 3은 월급명세서는 받았는데 통장에는 월급이 입금되지 않는 기이한 체험을 했다고 구술했다. 참여자 4는 다른 회사들처럼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이상했다고 하였다.

“A항공에서 일하든 B항공에 인수되어 거기서 일하든 어차피 조종사 일하는 건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안 좋아지더라고요. B항공이 인수도 안 하고 뭐지? 어떻게 되는 거지? 동기들끼리도 불안해했지요(참여자 2).”

“2020년 1월엔 괜찮았는데 점점 스케줄이 줄더니 2월이 되니까 월급날인데 받아야 될 돈의 40%만 나왔어요. 갖은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다음 달에 줄게. 3월이 되니까 전면 셧다운. 3월 스케줄이 다 날아가서 6번밖에 출근 안 했던 것 같아요. 인수설이 나오면서 전면 셧다운 해놓고 그 뒤로 급여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어요. 명세서만 날아왔어요. 사람들이 이게 무슨 블루마블도 아니고 뭐냐고(참여자 3).”

나. 해고 후

1) 우려가 현실이 됨

참여자 모두는 막상 대규모 해고가 단행되고, 자신이 해고되었다는 현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노조 관계자였던 참여자 1은 해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해고통보를 받으니 돌아갈 곳 없어진 현실에 막연했다고 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참여자 2, 4)은 해고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약속을 믿었었기 때문에 해고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참여자 2는 회사의 입장문에 따르면 자신이 해고될 이유가 없는데 해고되어 화가 났다고 하였다. 참여자 4에 의하면 자신은 법적으로 해고될 이유가 없는데 해고되니 기분이 더러웠다고 하였다. 참여자 3은 다수의 사람이 해고되는데 자신이 살아남기는 어려운 것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잘릴 수도 있겠지만 안 잘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나는 violation(위반)도 없고, fail(탈락)한 적도 없는데...회사 입장문에 따르면 나는 잘리지는 않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다 9월에 해고통지 받았어요. 아우 열 받아. fail 한 사람은 부양가족이 있다고 안 잘리고, fail 한 적 없는 나는 잘리고(참여자 2).”

“올 것이 왔구나. 이미 마음의 준비는 돼 있어서 ‘설마 내가 살아남으려나?’ 역시나 다 해고통지를 받았어요. 다들 반응이 도대체 누가 산 거지? 항공기를 다 줄이고 반납하겠다고 하고 항공기의 적정 배수로 인원이 측정되기 때문에 ‘정말 소수인원만 살아남겠구나.’ 다들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참여자 3).”

2) 망망대해에 내던져짐

모든 참여자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해고통보를 받았는데, 이는 안전장비 하나 없이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참여자들(참여자 1, 2)은 셧다운 후 별다른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해고통보 직후 경제적인 걱정이 엄습해왔다. 참여자 1에 의하면 대출금 상환을 못해 파산으로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고 하였다. 참여자 2는 조종사가 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었다고 하였다. 그는 퇴직금과 체불된 임금 지불도 없이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 연장 거부를 당해 위기감을 느꼈다고 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참여자 3, 4)은 갑자기 벌어진 해고 사태에 희생양이 된 느낌을 받았다. 참여자 3은 손발이 다 잘린 채 망망대해에 버려진 느낌이 들었다고 하였다. 참여자 4는 편파적으로 희생을 강요받은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참여자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사회에서 소외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우린 어쩔 수 없어. 너희는 따라야 해. 회사가 살려면 너희는 나가야 된다.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분노에 떠는 목소리).’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잖아요. 대부분은 일억 이상이 들어요. 더 드는 사람은 더 들고... 저는 그 돈이 다 온전히 제 돈은 아니었어요. 다 은행 빚이었단 말 이예요.(웃음) 원금 상환을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잘리니까 대출 연장이 안 되니까(참여자 2).”

“ ‘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이겨냅시다.’ 라고 했었어도 전 직원들이 동의해서 잘 이겨냈을 것 같은데...순환휴직이나 무급휴직이 되지도 않았죠. 손발이 다 잘린 채 망망대해에 버려진 느낌이었어요(참여자 3).”

“해고해도 되는데, 공평하게 하시던지 진짜 최선을 다했을 땐 하시라고...근데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고 법을 위반했으며 편파적으로 평가를 한 상태에서 해고를 해결책으로 내세우잖아요(참여자 4).”

3) 상대적 박탈감

참여자들은 어려운 시기에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다른 항공사들과 비교할 때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코로나 19로 인한 항공업계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경감시키기 위해 정부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혜택을 주고 있으나, 정작 A항공사의 노동자는 취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참여자 1은 A항공사만 정부로부터 방치 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참여자 2는 항공업계 위기상황에 비행을 멈춘 유일한 회사가 자신의 회사라는 것에 허무함을 느꼈다. 참여자 3은 전직원이 합심하여 위기를 버티는 타 항공사의 모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서글퍼졌다고 하였다.

“2020년 3월 24일, 우리 회사는 전면 운항중단을 했어요. 국내에 있는 기간산업이라고 일컫는 한 항공사에서 예고 없이 운항을 중단했어. 그러면 국토부가 진위파악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보도자료 한 번 안 내고 가만히 있어요. 왜? 그럼 **항공 운항중단해도 똑같이 그렇게 할 거냐는 거예요(참여자 1).”

“바로 옆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힘든 시기지만 모든 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다 같이 이겨내자.’ 그런 마인드로 경영을 하신단 말이에요. 그래서 잘 이겨내고 선방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여기는 아예 폭삭 주저 않았죠... 민간항공사에 다니는 친구들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거기서 유독 저만... 다들 지원금 받고 잘 버티고 있어요. 갑자기 저만 콕 집어서 ‘너는 아니야. 너는 내려.’ 이러는 느낌이에요(참여자 3).”

4) 비난에 대한 서글픔

해고 후 개인적으로 경제적 위기, 버려진 느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참여자들(참여자 1, 2, 3, 4)은 타인들에게 비난의 대상까지 되었다고 서글퍼 했다.

참여자 1은 해고의 부당함을 이야기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다른 처지의 직원들에게 훼방꾼으로 낙인찍히는 경험을 하였다고 하였다. 참여자의 구술 속에서 한때 동료였던 재직 노동자들과 해고된 노동자 사이에 노노(勞勞)갈등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참여자 2는 해고자들의 요구 한번 듣지 않았으면서 모든 것을 노조 탓으로 돌리는 회사 경영진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꼈다고 하였다. 참여자 3은 기승전 노조 탓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참여자 4에 의하면 시위현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귀족노조’라고 비아냥거려 서글펐다고 하였다. 하물며 귀족노조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는데, 연구자들이 볼 때 이들은 회사와 동료뿐만 아니라 시위현장에서도 소외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년부터 투쟁하면서 5~6월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직원 단톡방을 보면 ‘막 저주할 거야. 막 악마 같은 놈. 뭐뭐...’아침에 출근하다가 그걸 보면 ‘아 내가 죽어야 끝나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참여자 1).”

“경영진 같은 경우도 우리가 가서 욕을 했어요? 우리가 가서 쇠파이프를 들고 뭘 한 것도 아니고 요구를 한 거지. 근데 노조 탓을 해요. 너희 때문에 인수가 안 된다는 뭔 말도 안 되는 (헛웃음) 무슨 일개 노조가 뭐가 그거 가지고 인수가 안 되고(참여자 2).”

“승무원들은 에이, 귀족노조, 귀족노조지 뭐. 내가 배 아프면 너도 배 아파야 해. 저 사람이 뭐를 이야기하고 있을까.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참여자 4).”

5) 억울함

참여자 1은 비행 근무 중 작은 사고 한번 내지 않았고, 엄청난 비행시간에도 묵묵히 일을 해왔기 때문에 명목 없이 해고된 이 상황이 그저 억울하다고 했다. 저마다의 희망을 품고 A항공사로 이직한 참여자들(참여자 2, 3, 4)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참여자 2는 조종사가 되기 위해 자신을 보완하며 노력한 세월이 무척 억울하다고 하였다. 참여자 3은 아이에게 경제적 안정과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한 시점에 해고되어 억울했다. 직업군인의 장점을 포기하고 이직한 참여자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참여자 4는 대형항공사에서 안주하기보다는 기장이 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자 이직했는데, 대량 해고의 당사자가 되어 분노가 치밀었다고 하였다.

앞선 결과에 의하면 참여자들에게 A항공사는 만족감을 준 공간 혹은 미래의 희망을 꿈꾸게 하는 공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참여자 3, 4같은 경우는 기존 직장의 장점을 뒤로 하면서까지 이곳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동시에 이와 같은 선택을 한 대가로 받은 것이 고작 해고통보라는 사실 앞에서 참여자들은 더 큰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2020년 1월 달에 제가 96시간 비행을 했어요. LCC(저비용 항공사)에서 비행을 96시간 하면 쌍코피 터져요. 한 달에 4일 쉬고 비행을 했어요. 그렇게 쌍코피 터지게 비행을 하고, 그 와중에 자기관리 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치지 않고 여기까지 살아왔는데...나를 무슨 명목으로 해고를 해(참여자 1).”

“쫓겨난 거지. (웃음) 그러니까 너무 열 받죠. 내가 이 회사에 어떻게 들어왔는데 그냥 들어온 거 아니잖아요. 정말 힘들게 노력해 가지고 몇 년 동안 다른 회사 많이 떨어져보고, 보완해 나가면서 제 스스로 노력해서 들어온 건데...(헛웃음) 그냥 내 7년의 생활이 그냥 이 한 번으로 없어진(참여자 2).”

6) 내 자리를 지키려는 투쟁

모든 참여자들은 투쟁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고 해도 예전과는 다른 삶이겠지만, 다시 타인을 믿고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Brison, S. J., 2003, pp.11-42) 투쟁에 나섰다고 했다. 참여자들(참여자 1, 4)은 자신들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려야만 했다. 참여자 1은 단식투쟁이라도 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세상에 알려야만 했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참여자 4의 경우에는 국민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위현장에 섰다고 고백했다. 참여자들(참여자 2, 3)은 개인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고, 현 상황을 논의할 수 있는 곳은 노조밖에 없었다고 구술하였다. 참여자 2는 회사와 소통창구가 없었기 때문에 노조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참여자 3도 몸담았던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노조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다. 이들은 청와대, 법원, 국회 등으로 나가 함께 혹은 1인 시위를 했다고 하였다. 참여자들에게 있어서 노조활동은 실체가 없어진 회사에 맞서 함께 대응하고, 서로 증인이 되어주고, 다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애들 생각을 하면 안 싸울 수가 없는 거예요. 사실은 이 게임이 뭐 싸워서 이긴다고 본전도 못 찾는 게임이에요. 본전 찾자면 옛날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고통받은 건 보상 못 받고, 체불임금 겨우 받고 원직복직 하는 게 그게 최고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인 거예요. 그런데 싸우지 않으면 그것마저도 요만큼도 못 챙긴다. 그러니까 저항해라 얘들아...제발!! 저항하지 않으면 다 뺏겨(참여자 1).”

“노조활동을 많이 하게 되었죠. 집회는 대부분 나갔고, 청와대 앞에도 많이 갔죠. ***국회의원 구속될 때도 갔고, 전주도 갔죠. 제 돈 자비로. 너무 열 받으니까(참여자 2).”

“노조라는 울타리에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건가 그런 얘기도 하고 정보도 많이 듣고 그랬습니다. 다 같이 부당해고 소송도 하고, 시위하는 데 같이 나가고, 그거 말고는 개별적으로 회사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약간 실체가 없어지는 조직이었고, 회사는 전화도 받지 않았어요(참여자 3).”

“피켓팅 하고 있는데 빨간불인데 버스 기사분이 내리더니 힘내라며 박카스를 주고 가시는 거예요. 와! 그때 되게 고맙더라구요. 또 어떤 젊은 친구가 커피를 사다주고 가는 거예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있다(참여자 4).”

7)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참여자들(참여자 1, 2, 3)은 경제적인 대비 없이 해고될 수 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한 이들은 일용직으로 생활을 유지해야만 했다. 연구자들은 해고라는 트라우마를 겪은 참여자들이 생존을 위해 자기를 적극적으로 내려놓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 경험자들을 피해자 혹은 낙오자 등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변화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주목하여야 한다(Brison, S. J., 2003, p.121).

노조활동이 주 업무인 참여자 1의 경우 배우자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들은 대학 자퇴 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여자들(참여자 2, 3)은 실업수당이 끊긴 후 일용직 전선으로 나섰다고 하였다. 참여자 2는 은행 대출금을 갚기 위해 라이더가 되었다고 하였다. 참여자 3은 생계를 위해 타 직종에도 지원해봤지만 조종사라는 이유로 매번 낙방했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야기 하면 참 그런데 흠...어(주저하다가) 이 생활이 계속 되다보니까 모아놓은 돈도 다 쓰고 대출은 어차피 안 되고...애들한테 들어가는 돈도 있고 한데, 생활이 안 되니까...와이프는 식당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요. 아들은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더라고요. 지가 학교를 다닐 형편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자퇴를 해 버렸더라고요. 아예 그냥. 자기 대학교 안다닌다고...하(깊은 한숨) 그냥 아무 말도 못 했어요(참여자 1).”

“돈은 못 버는데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니까 힘든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 배달알바 하고 있어요(참여자 2).”

“최근에 지인 분 식당에서 일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항공 쪽 회사에 지원을 해봤고, 작은 중소기업에 사무직도 지원을 해봤어요. 하지만 서류에서 떨어지고, 서류에 통과해서 면접을 보더라도 “어 항공업계 계셨네요? 조종사하셨네요? 코로나 좋아지면 다시 그 쪽으로 가시겠네요?” 하면서 탈락시켜요. 와이프는 애가 어리니까 일하기 어렵고, 이 시국에 일을 구할 수도 없죠(참여자 3).”

8) 가족에 대한 고마움

참여자들(참여자 1, 3, 4)은 공통적으로 가족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참여자 1은 단식농성장에 울며 나타난 아내, 단식농성장에 함께 머물러 준 아들의 모습에서 가족애를 느꼈다고 하였다. 참여자 3은 가족의 존재 자체는 자신이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힘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롱부리는 아이, 일상적으로 대해주는 아내, 부모님들의 격려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참여자 4의 경우 경제적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배우자와,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는 양가 부모님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하였다.

“단식투쟁할 때 한 일주일 될 때까지는 와이프 오지 말라 그랬는데, 꼭 와야겠다고...“아이 알았어.” 그랬더니 밤에 농성장에 왔더라고요. 저~~어기서부터 울고 오더라고요. “엉엉엉.” 울면서 막 오더라고요 (웃음) 그때! 그때! 가족애를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주말에도 계속 단식을 하니까 농성장에 힘겹게 누워있으면 아들이 와요. 농성장 옆에 같이 누워서 농담도 해주고, 아빠 산책도 시켜주고(참여자 1).”

“집에 돈을 못 벌어다 주니까 미안하잖아요. 와이프가 저를 이해해줘서 고맙게도 큰 마찰은 없었는데 묵묵히 힘든 시간을 보냈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없으면 생활이 힘들어지잖아요. 저희 본가도 그렇고 처가에서도 작년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고 많이 애써 주셨어요. 갚아드려야 하는데 아직까지 갚아드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제가 너무 답답해요(참여자 4).”

9) 극단적 선택을 회피함

해고노동자들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해고 후 생계의 막막함과 자살충동의 고충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하였다(김현정, 정희성, 2015; 이창근, 2012, p.165). 본 연구의 참여자들(참여자 1, 3, 4)도 해고통보를 받은 후 공통적으로 자살충동에 휩싸였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참여자 1,3)은 자살충동이 들까봐 특정한 장소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참여자 1은 마음을 달래러 바다에 가고 싶지만, 그곳에서 자살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까봐 불안하다고 하였다. 참여자 3은 자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그는 창문쪽으로 가면 뛰어내릴까봐 집에서도 창문근처에는 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참여자 4는 자살충동을 잠재우기 위해 비행 이외의 다른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참여자 2는 해고되었다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고려해 본적은 없다고 구술했다. 해고된 후 참여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살충동과 관련된 감정은 아니라고 하였다. 다만 정신 상태가 피폐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재빠르게 집중할 것을 찾는다고 하였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잊고자 올레길을 20코스 이상 걸었다고 했다.

이들은 스스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두려운 마음이 큰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자살충동이 들어 두려운 가운데 삶을 지켜나가는 해고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개입과 관심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강 다리에 차를 몇 번을 세우고 제가 그 난간에 앉았던 적이 있어요. 어떤 날은 ‘아 바닷가라도 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올까?’ 이 생각 하다가 불안해요. 혹시 내가 그냥...휙 돌면 그냥 가는 거예요 (웃음) 제가 불교는 아닌데 산에 갔다가 절에 가게 되었어요. 오천 원짜리 공양미를 하나 사가지고 불전에 두고 기도를 했어요. ‘살려주세요.’가 아니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주세요.’(참여자 1).”

“아이는 커지고 돈 들어갈 데는 많은데 내가 이걸 커버하지 못하니 어떻게 해야 될까? 진짜 무슨 일을 해야 될까?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나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창문열기가 위험할 정도로 그랬던 것 같아요. 높은 아파트 사니까...사람들이 이래서 그렇게 되는구나(참여자 3).”

10) 깨진 철밥통

그동안 항공산업은 호황기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안정된 처우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항공사들은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워 무급휴직 순환휴직 등을 활용하며 버텨 나가고 있다. 참여자들(참여자 1, 3)은 항공사의 정상운항이 어려워 쉬는 조종사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참여자 1은 현재 과공급이다 보니 해고된 자신 말고도 쉬는 조종사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참여자 3은 자신들은 고급기술을 지녔지만, 현재 항공업계에서 활용할 수 없다 보니 쓸모없는 칼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였다. 한편, 참여자들(참여자 2, 4)은 과거와는 달라진 직업적 입지를 느끼기도 하였다. 참여자 2는 미래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미래 계획을 세우기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참여자4는 자신이 조종사인 줄 아는 빵집 사장님마저 걱정해 주는 직업으로 전락했다며 씁쓸해했다. 현재 항공사 조종사라는 직업은 주변인들의 안타깝고 측은한 시선을 받아 참여자들은 이전과 다른 낯선 경험을 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예전에 같은 경우는 확실히 조종사라면 철밥통이라 했겠죠? 훈련에 fail(탈락) 되거나 뭐 비상상황에서 실수하지 않는 한 끝까지 가겠구나. 돈 모아서 집도 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죠. 지금은 계획이라는 게 다 날아가 버렸어요. 지금은 조종사라는 직업이 철밥통이 아닐 수 있겠구나. 언제든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참여자 2).”

“코로나 이후로는 쓸 수 없는 칼이 되어버린 것 같은. 분명히 꼭 있어야 되는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있어야 비행기가 뜨고 하는 고급기술을 가진 사람들인데...당장은 필요가 없어진...제가 아는 조종사들은 다 집에서 쉬고 있으니까(참여자 3).”

“요즘에는 주변에서 항공종사자 분들을 측은하게 여겨주세요. 빵집 사장님, 그리고 심지어 우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부모들까지도 (웃음) 측은하게 여겨주세요(참여자 4).”

11) 노동에 대한 관점의 전환

연구자들은 해고라는 트라우마 사건을 겪고 어려움에 직면한 참여자들이 갈등만 겪은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해 해고 이전과는 다르게 인식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노동에 대한 고정관념 즉 직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고, 삶의 방식도 바뀌었다. 참여자 1은 제자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통해 철탑 위의 노동자의 심리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다. 참여자 2는 더욱 겸허히 인생을 살고자 하며,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참여자 3은 일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다고 하였다. 그는 해고 후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일만을 바라보던 좁은 시야에서 확장된 시야를 가지게 된 것 같다고 하였다. 참여자 4는 노동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달라졌다고 하였다.

“과거에는 저 철탑 위에 있는 노동자를 보면서 ‘아 또 뭐 하러 올라간대. 떼쓴다.’ 이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는 바뀌었죠. 그들의 주장이 굉장히 타당성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는 그렇게 안 난단 말이죠. 철탑 위에 올라간 노동자의 심정? 그건 단식을 해보면 바로 알아요. 오죽하면 저럴까(참여자 1).”

“배달하면 (사람들이) 눈도 안 마주치고(헛웃음) 인사도 안 받고. 이렇게 생활해보니까 스스로 더 낮추고 자만심 가지지 않고 살아야겠구나. 만약 제가 항공사에서만 있었으면 스스로 자만심이 생겼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엔 조용히 살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제 목소리를 많이 내죠. 합당하게(참여자 2).”

Ⅴ. 결론 및 논의

이 연구의 목적은 항공사 해고노동자들의 삶은 어떠한지를 탐구하는 데 있다. 더불어 해고노동자들의 해고 전후의 과정에서 어떠한 특성들이 드러나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항공사에서 해고를 경험한 해고운항승무원 4명을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선택하여,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참여자들은 ‘꿈꿔왔던 일’, ‘자부심 가득했던 일’, ‘새 직장에 만족함’,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함’이라는 해고전 삶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해고 후 참여자들은 ‘우려가 현실이 됨’, ‘망망대해에 내던져짐’, ‘상대적 박탈감’, ‘비난에 대한 서글픔’, ‘억울함’, ‘내 자리를 지키려는 투쟁’,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가족에 대한 고마움’, ‘극단적 선택을 회피함’, ‘깨진 철밥통’, ‘노동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라는 삶을 경험하였다. 연구 결과를 통해 나타나는 학문 및 실천적 시사점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학문적 시사점이다. 첫째, 기존 해고노동자의 연구에서는 해고당사자의 경제・심리・가족 갈등과 삶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고통에 관심을 두고자 하였으나(김현정, 정희성, 2015, p.46; 이창근, 2012, p.167; 장지현, 김민수, 김은희, 김재현, 2020, p,61; 정진주, 2001, p.101), 해고 이후 노동자들의 변화를 희생자 관점으로만 보았다. 본 연구는 해고 트라우마 경험을 계기로 해고노동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이들의 노동에 대한 관점이 전환되는 모습도 발견하였다. 해고노동자의 삶을 다룰 때 이들을 희생자로만 표상화하면 이들이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Brison, S. J., 2003, p.121). 따라 서 해고노동자들이 노동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이전과는 다르게 인식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심리 지원 방안도 그들의 경험에 맞추어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존 국내 노동자의 삶에 대한 연구들은 제조업 노동자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김현정, 정희성, 2015, p.44; 장지현, 김민수, 김은희, 김재현, 2020, p.49; 정진주, 2001, p.90). 본 연구는 항공업 해고노동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현시점에서 매우 필요한 항공업계의 복지에 관한 연구와 관련 기관이 부족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조선업의 경우 해고 후 노동자들이 중소조선연구원이나 조선업희망센터 같은 기관을 통해 재취업 알선, 경제 인식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었고,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해고 후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치유센터를 통해 심리치유를 제공받았다(권지영, 2012, p.220; 장지현, 김민수, 김은희, 김재현, 2020, p.62). 그러나 항공업의 경우 해고 후 이러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련 기관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항공업계는 재취업 알선 및 교육 혹은 위기관리 경제교육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해고노동자들이 항공업 이 외의 분야로 재취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항공업계와 관련 학계에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항공노동자에게 위기관리 경제교육 혹은 재취업 알선・안내・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기관을 만들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실천적 시사점이다. 첫째, 연구 결과 해고노동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려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였다. 여기에서 연구자들은 항공업계에 개인과 국가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협회(association)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를 위해 국가가 바로 개입할 수 없을 때, 항공업계 스스로 자구책을 간구할 수 있는 협회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교직원공제회, 사회복지사공제회, 의료인공제회처럼 ‘승무원공제회’ 내지는 항공종사자 모두를 위한 공제회를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존연구에서 지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 해고노동자를 위한 심리적 지원서비스가 아직까지 적절한 시기에 개입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같은 처지의 동료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노력하였다. 개별 심리 지원의 개입도 시급히 진행되어야겠지만 자조모임 정서 지원 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해고자들의 삶의 안정에 기여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해고의 이슈를 해당 항공사만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항공업계가 위기를 마주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직종의 노동자들도 정치・경제・환경적 위기를 마주했을 때에는 취약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조업 해고 노동자들이 해고 후 이용할 수 있었던 재취업 알선 서비스 및 경제 인식 교육,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을 참고하여 항공업계에서도 위기발생을 겪는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항공업계, 정부, 관련 학계에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항공노동자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통해 항공업계에 알맞은 통합기관을 만들고 복지정책을 개발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을 살펴보고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본 연구의 참여자는 해고노동자 중 운항승무원으로 제한하였다. 해고노동자 중 자발적으로 본 연구에 참여해 준 참여자가 운항승무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업계 해고노동자에 관한 후속연구에서 다양한 분야의 항공노동자를 다루어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항공사 해고노동자들이 노동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이전과는 다르게 인식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지면의 한계로 인식변화 이후 삶을 다루지 못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해고노동자들이 변화된 환경에 맞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해가는 모습을 깊이 다룸으로써 이들이 도움만 바라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고, 그들의 특성이 반영된 정책과 프로그램을 제안해 주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ement

IRB No. SKKU-06-026, 성균관대학교

1)

항공사 승무원은 운항승무원(Cockpit crew)과 객실승무원(Cabin crew)을 말한다. 운항승무원은 항공기의 조종실(Cockpit)에서 각 시스템을 조작하여 항공기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조종사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객실승무원은 항공기의 객실(Cabin) 내에서 안전 및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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