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의 공공성, 넉넉한 접근이 필요하다

Inclusive approach to the publicness of health and welfare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누구나 생활과 건강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기본적인 삶과 직결된 보건과 복지 영역에서 공공성과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보건과 복지 영역에서 공공성 강화가 삶의 안전과 행복으로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말 사전에서 공공성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로 정의된다. 동양학에서 공(公)은 나의 일, 나의 것을 의미하는 사(厶) 위에 칼을 뜻하는 팔(八)을 덧붙인 글자로서 ‘개인의 몫을 나눌 때 공정함, 즉 균등한 분배’를 의미하고(소병선, 2017), 공(共)은 스물을 의미하는 입(廿)과 손으로 뻗쳐 올린다는 뜻의 입(入)을 합친 글자로서 ‘여럿이 함께하는 것’을 의미하여(임의영, 2017), 공공성은 ‘균등한 분배를 통해서 여럿이 함께하는 성질’로 해석된다. 서양에서 공공성을 표현할 때 공공화된 상태를 의미하는 publicness, 공표된 성질을 의미하는 publicity가 함께 사용된다. 옥스퍼드 사전에서 public은 ‘일반, 대중’(예로 public awareness), ‘정부 및 정부 업무와 관련됨’(예로 public office), ‘열린 공간’(예로 public place) 등의 의미로 설명된다. 서양에서 공공성은 소수가 아닌 대중, 사적이 아닌 정부, 닫힘이 아닌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의미이다. 신자유주의 저항 담론으로 주목받는 공공성 개념은 주체, 과정, 결과 등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시민 혹은 공동체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의, 평등,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이념이라 할 수 있다(임의영, 2017).

공공행정에서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이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공공성의 수수께끼(publicness puzzle)’를 풀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공공성 논의는 전통적인 핵심 접근(core approach)에서 다차원 접근(dimensional approach)으로 전개되었고, 이어서 규범 접근(normative approach)으로 이어졌다(Hall et al., 2016; 김용득, 2019). 핵심 접근은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은 시장구조의 존재 여부, 외부성, 소유권의 이전 가능성 등에서 명확히 구분된다고 보며, 공공성 강화는 민간조직의 축소와 공공조직의 확장을 통해서 달성된다고 본다. 다차원 접근은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을 단순히 다르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조직의 정당성 확보나 필요한 자원 획득에서 정부로부터 영향을 받는 정도를 중시하며, 민간에 대한 공공의 지원과 감독을 통해서 공공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규범 접근은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의 공공성 차이는 단순히 법적 지위나 정부의 관여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 책임성, 복지의 제공 등 공공적 가치에 대한 조직의 충실성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며, 조직이 공공적 가치와 공공성과를 추구하게 함으로써 공공성이 확보된다는 입장이다.

보건과 복지를 포함한 공공행정 분야에서 조직의 공공성 판단 기준은 정부 소속 여부에서 정부로부터 영향을 받는 정도로 넓어졌다가, 이어서 공공적 가치에 대한 동의와 헌신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분야를 핵심 접근으로 보면 공공보건의료는 전체 의료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로 낮은 편인데, 다차원 접근으로 보면 개인 단위 국가 건강보험제도와 이를 통한 제삼자 지불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민간 요양기관이라 하더라도 전달 과정에서 공공성이 개입된다(양호민, 2020). 이와 함께 의료복지협동조합, 의료사회적기업 등과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은 공공의 가치에 헌신한다는 점에서 공공적이다. 사회복지 분야를 핵심 접근으로 보면 사회복지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7%에 불과하여 공공 운영이 낮은 편이지만, 다차원 접근으로 보면 민간 복지기관들은 대부분 정부의 직접 재정지원 또는 이용자 지원제도를 통해 공공적으로 운영된다. 또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도 시장원리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성의 영역으로 인정된다.

보건과 복지 영역의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치료, 지원, 공감 등이 전달되는 활동을 제도적으로 구조화한 것이며, 사람과 사람 관계의 복잡성만큼 비용 조달을 둘러싼 제도의 모습도 계속 변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은 민영화, 시장화 흐름에 대항하여 공공적 가치의 회복을 지향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공공성 접근이 소유 주체를 강조하는 형식 중심에서 공공적 가치나 공공성과를 강조하는 내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은 시민과 이용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공공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연결하는 공동생산, 상호의존, 공동체주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Alford, 2016; 김용득, 2019). 경계를 강조하고 주체를 구분하는 예리한 공공성에서, 체계의 특성과 주체의 본성을 존중하고 통합하면서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넉넉한 공공성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References

1 

김 용득. (2019). 지역사회 기반 복지관의 공동체주의 지향성 강화 필요성과 과제: 공공성 담론의 확장과 사회서비스 운영 원리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사회복지행정학, 21(2), 203-232.

2 

소 병선. (2017). 공공성에 관한 동서 철학적 고찰. 동서철학연구, 83, 266-281.

3 

양 호민. (2020). 보건위기와 공공보건의료의 역할. 국토, 464, 62-65.

4 

임 의영. (2017). 공공성의 철학적 기초. 정부학연구, 23(2), 1-29.

5 

Alford J. (2016). Co-production, interdependence and publicness: extending public service-dominant logic. Public Management Review, 18(5), 673-691.

6 

Hall K., Miller R., Millar R. (2016). Public, private or neither? analysing the publicness of health care social enterprises. Public Management Review, 18(4), 539-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