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 과정과 의미에 대한 탐색 연구: 소비자 중심의 정신건강서비스 설계에 대한 시사점

An Explorative Study on the Experiences and Meanings of Mental Health Help-Seeking among Young People in Korea: Implications for Consumer-Oriented Mental Health Service Design

알기 쉬운 요약

이 연구는 왜 했을까?
청년기(20~34세)는 다양한 생물ㆍ심리ㆍ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정신건강에 대한 위험이 큰 시기로 최근 정부는 청년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연구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청년이 자신에게 필요한 전문적 도움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경험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청년 5인(여성)을 심층면접한 결과, 문제를 자각하기까지 그리고 전문적 도움을 구하기까지 불필요하게 시간이 지체되었다. 정신과의원, 청년심리정서지원사업, 사설상담소, 대학 학생상담센터, 온라인상담 등 다양한 자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자원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치료 및 상담 과정에서 전문적 관계가 일방적이고, 서비스 내용을 투명하게 알 수 없고,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큰 점이 어려웠다. 하지만 제공자에 따라 증상관리법 터득, 해방과 위로의 경험, 자기 성찰 등 긍정적 성과도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청년은 정신건강서비스의 잠재적 이용자이자 매개자이므로, 학교, 직장, 직업훈련 환경에서 정신건강 리터러시 및 게이트키퍼 교육을 활성화하고 서비스 이용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여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신건강서비스 과정의 투명성과 알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청년 소비자에게 친화적인 정보 제공 및 홍보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의 공조적 태도가 필요하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e study was to explore the experiences and meanings of mental health help-seeking among young people in Korea and suggest directions for mental health service policy and practice specific to this population. Five study participants who had experienced mental health problems such as depression were recruited via purposive sampling and invited to an individual in-depth interview. They were asked about perceived symptoms and needs for help at the onset of the problem, searching for helping resources and decision-making, and process of service use and related experiences. The qualitative data were analyzed by following an inductive coding process, and the meaning units drawn from the data were grouped into 5 categories and 14 subcategories. The 5 categories are ‘life full of pain and instability’ ‘cumbersome process of help seeking’ ‘first-person experience of service use’ ‘process of getting more and losing less’ ‘young consumers’ evaluations and suggestions’. In conclusion, implications for provider reflection on her practice and directions for service delivery were made as ways to help facilitate help-seeking behaviors among young people who hold an identity as a mental health service consumer.

keyword
Young PeopleMental HealthPsychological ProblemHelp SeekingCounseling SeekingMental Health Service Use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는 청년의 도움요청 과정과 그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고 청년 친화적인 정신건강서비스의 실천과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의도적 표집 방법에 근거하여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5명의 청년을 모집하고 개별 심층면접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 양상 및 자각, 도움요청 필요성 인식, 도움요청 자원 검색과 선택, 서비스 이용 과정과 결과에 대해 질적 자료를 수집했다. 수집된 자료는 귀납적 개방 코딩 방식에 따라 주제를 도출하는 방법으로 분석하였고, 도출된 의미단위들은 총 5개 상위범주와 14개 하위범주로 유목화되었다. 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 경험을 설명하는 5개의 상위범주는 ‘청년의 고되고 불안정한 삶’, ‘도움요청의 지난한 과정’, ‘청년 당사자의 서비스 체험’, ‘잃을 줄 알았지만 얻은 게 많은 과정’, ‘청년 소비자의 평가와 제안’으로 나타났다. 결론에서는 정신건강서비스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청년의 도움요청 행동 촉진과 관련하여, 제공자의 실천적 성찰에 대한 시사점과 전달체계 개선 방향을 제언하였다.

주요 용어
청년정신건강심리정신적 문제도움요청상담추구정신건강서비스 이용

Ⅰ. 서론

최근 불안정 고용과 실업을 포함하는 사회경제적 상황의 악화가 우리 사회 청년의 빈곤, 주거 문제 등 삶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면서(이승윤 외, 2016; 한승헌 외, 2017), 청년의 정신건강 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신희천 외, 2008; 김정숙, 2018). 우리나라 20~30대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동시에 매우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17; 이태규, 2019. 11. 2.). 2019년 20~30대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국가정신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청년 4명 중 1명 이상 우울증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윤소하, 2019. 10. 4.). 청년들은 아동청소년의 의존적 지위에서 성인의 독립된 지위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단계에서 진로, 취업, 사회적응 등 복합적인 발달과업을 수행하고 있다(Oliver et al., 1999). 사회경제적 위험은 이 같은 발달과업의 수행과정에서 예측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위험요인으로, 청년 당사자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유발하거나 가중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는 주요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등 주요 정신질환의 발병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 예방과 개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Santrock, 2004; Kessler et al., 2005; Cvetkovski et al., 2012).

하지만 이제까지 정신건강 문제를 포함하여 청년세대와 관련된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해법은 주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과 경제적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이승윤 외, 2016; 김지경, 이윤주, 2018).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위험 수준이라는 여러 실태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비율은 국내외 모두 발병 규모에 비해 저조하다(Karlin et al., 2008; Wright et al., 2011; Eisenberg & Chung, 2012). 최근 서울시 실태조사에서 한 해 동안 정신건강 문제로 진료를 받은 20대 청년은 10.8%에 불과했다(서울연구원, 2019. 7. 22.). 또한 20대를 대상으로 심리지원 및 상담서비스 이용조사 결과, 중고교 시설과 대학 시절에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15% 내외, 대학 졸업 후에는 11.8%로 나타났다(김지경, 이윤주, 2018). 이러한 조사 결과는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이 매우 저조한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상담ㆍ심리치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적 지원이 마련되면서 관련 자원 이용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관련 서비스 이용률과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수집 체계는 미비한 실정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조기 개입을 통해 발병 감소 및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널리 인식되고 있으나(McGlashan & Johannessen, 1996; Judge et al., 2005), 사회 일반에서는 어려움을 경험하는 상황에서도 전문적 도움을 찾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서비스 갭(Stefl & Prosperi, 1985) 현상과 관련하여 정신건강 도움요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하는 연구가 다양하게 수행되어왔다. 그런데 정신건강 문제는 내적갈등이나 가족을 포함한 대인관계 어려움부터 정신병리 증상까지 내부자의 호소 내용과 양상이 다양하다. 또한 신체건강 문제와 달리 현상 이해와 접근 면에서 생물, 심리, 사회적 관점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연구자 및 전문가의 스펙트럼이 넓은 반면 연구 초점이나 범위, 개념이나 용어 사용 등 면에서 특정 분야에 한정되거나 문헌의 교차 검토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유사한 행동에 대해 도움요청, 도움추구, 서비스 이용 등 상이한 용어가 사용되거나, 유사한 이슈에 대해 심리적 문제, 정서적 문제, 정신적 문제, 정신건강 문제, 정신질환 등 다양하게 지칭되는 것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상담 및 심리치료 분야에서 진행되는 도움요청 관련 연구는 도움요청의 태도, 의도, 또는 행동의 세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영향 요인들을 밝히는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여기에는 문제 심각성, 주관적 고통, 스트레스 지각(Mechanic & Greenley, 1976)이나 자기은폐(김주미, 유성경, 2002; Kelly & Achter, 1995), 낙인(박준호, 서영석, 2009; Turner & Fisher, 1970) 등 다양한 개인적, 심리적 요인들이 포함된다. 심리적 고통이나 타인의 압력과 같은 도움요청 접근 경향성 그리고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나 비용 문제, 시간투자와 같은 회피 경향성 요인도 연구되었다(신연희, 안현의, 2005; Kushner & Sher, 1989). 이 범주의 연구들은 주로 공식적 자원인 전문상담에 초점을 두고 전문적 도움요청에 대한 태도나 의도의 영향 요인을 이해하는 데 역점을 둔다. 한편, 정신건강서비스를 보건의료체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는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이 단지 정신건강 증상의 심각성뿐 아니라 개인의 인구사회경제적 특성과 더불어 질환 지식이나 치료에 대한 태도와 같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한다(Andersen, 1995). 여기에는 성별, 연령, 교육 수준 등과 같은 인구사회학적 변수인 선행요인, 소득, 건강보험 등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에 필요한 능력이나 수단과 관련된 가능요인, 정신병리 증상 등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욕구요인이 포함된다. 국내에서도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년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에 정신건강 리터러시 요인의 중요성이 검증된 바 있다(박지혜, 2020). 이 범주의 연구들은 관련 요인들에 대한 검증을 통해 서비스 이용 행동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교육적 전략이나 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의의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전문적 도움요청 및 서비스 이용 선행연구들은 초점, 범위, 관점에 있어 매우 다양하지만 잠재적 이용자들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과정이 보다 수월하도록 경로를 확보하자는 방향성 면에서 청년 대상 서비스 확대에 참조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문제의 자각에서부터 서비스 이용 및 회복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개인이 도움요청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지속하거나 중단하는 사례에 다양한 요인과 상황이 관여되어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유용한 근거다. 하지만 상술한 선행연구들은 도움요청 태도나 의도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도움요청 행동에 있어 비공식 자원의 역할을 고려하지 못한 점에서 제한적이다. 또한 양적 방법을 활용한 연구이기에 실제 청년 당사자가 경험하는 도움요청의 전 과정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양적연구의 방법으로는 여러 요인과 상황과 맥락 속에서 도움요청의 전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다양한 자원이 도움요청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문적 서비스의 경험은 어떠했으며 그 이후에 청년의 정신건강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측면은 어떤 지점으로 이동했는지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도움요청의 과정에 대한 심층 이해는 질적연구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인데, 내담자가 경험하는 상담의 치료적 전환점을 발견하거나(한영주, 2010), 상담성과가 저조한 사례를 대상으로 내담자 경험을 탐색하거나(권경인 외, 2011), 내담자의 상담요청 결정과정을 탐색한 연구(오현수, 김진숙, 2012)로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후자 연구는 20~38세 성인을 대상으로 전문적 상담요청의 결정 과정을 설명하는 근거이론을 도출하였는데 양적연구를 통해 유추하기 어려운, 당사자의 주관적 도움요청 경험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 뒤로 우리 사회에 금융위기, 세대갈등, 양극화, 공정이슈 등 거시 맥락이 전개되었고 이러한 현상이 청년들의 사고ㆍ행동 방식과 상호작용해 왔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존 이해의 연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청년의 심리정신적 어려움을 저출생 고령화의 구조적 위험과 세계 정세 및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조명하고 정책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커진 시점에서, 청년세대의 도움요청 양상 및 특성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겠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은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도움요청 과정과 맥락을 살펴보고 도움요청 행동의 당사자인 청년의 입장에서 그 경험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질적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향후 청년 정신건강 정책 및 실천에 대한 함의를 제공하고자 한다. 청년기가 다중적 발달과업으로 인한 부담이 크고 주요 정신건강 문제의 발병 시기와 겹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심화된 이해를 통해 청년 정신건강서비스 체계의 구조와 운영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겠다.

Ⅱ. 선행연구 고찰

1. 청년의 다면적 위험과 정신건강 실태

청년은 신체 및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생애주기상 의존적인 아동기와 독립적인 성인기 사이에 위치하는 과도기적 시기이고, 성인이 되기 위한 다양한 발달과업을 수행하게 된다(허혜경, 김혜수, 2015; 김기헌 외, 2016). 특히 전통적인 청년기 발달과업에는 직업선택, 경제적ㆍ정서적 독립, 사회적 책임 및 가치관 형성 그리고 결혼, 가족생활 준비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과업들이 포함된다(Santrock, 2004). 그간 청년기의 보편적이고 표준적 발달과정은 ‘졸업-취업-결혼-출산의 이행’으로 인식되어 온 경향이 있으나 이러한 발달과업의 성취가 지연되고 단절되는 ‘생애과정 탈표준화(de-standardization)’ 현상(남춘호, 남궁명희, 2012)이 한국사회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됨에 따라 청년기에 대한 정의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청년은 주로 20대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고, 청년을 정의하는 유일한 법률인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서는 청년을 ‘15세 이상 29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고용불안정, 실업, 소득 감소, 주거비 부담 등 사회경제적 위기로 인해 오늘의 청년세대는 이전과는 다른 삶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데 청년기 연장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다(최상미 외, 2019).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 범위를 19세에 이상 34세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는 19세에서 39세로 각각 정의하고 청년 정책의 추진 근거로 삼으면서 청년기는 이제 20대를 넘어 30대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삶에 존재하는 불안정성과 취약성은 여러 삶의 영역에서 드러난다. 경제, 주거, 건강 등 대표적 청년지표를 중심으로 볼 때, 2020년 기준 청년 고용률은 42.2%, 공식실업률은 5.8%, 구직단념자 및 비자발적 실업자를 포괄한 실업률은 21.7%에 달한다(통계청, 2020. 6. 10.). 또한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17.6%로 나타나 전국 가구의 11.6% 보다 높다(통계청, 2015). 높은 흡연율(47%)과 폭음률(58%)뿐 아니라 높은 스트레스 인지율(37%)을 보이는 등 건강 상태 면에서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질병관리본부, 2018). 정신건강의 경우, 전국 규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기분장애 일년유병률 3.6%, 20~30대의 불안장애 일년유병률은 15.9%(20대 9.0%, 30대 6.9%)로 나타나 모든 연령군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 2017).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대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2016년 기준 2012년과 비교했을 때 65.0% 증가(윤소하, 2017. 9. 20.), 우울증 환자의 경우 2019년 기준 2014년과 비교했을 때 97% 급증(4만 9천 명에서 9만 8천 명), 조울증 환자의 경우 2019년 기준 2014년 비교했을 때 47% 증가(1만 1천 명에서 1만 7천 명)하면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이태규, 2019. 11. 29.). 나아가 이와 같은 객관적 지표뿐 아니라 주관적 평가에서도 20대는 자신의 정신건강을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42.4%, 30대는 47.4%로 나타났다(전진아 외, 2019). 이상의 결과는 조사기관 및 연구별 측정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우리 사회 2, 30대 청년이 경험하는 객관적ㆍ주관적 정신건강 문제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결과를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 청년 정신건강 도움요청의 특성

청년은 정신건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대체로 정신건강 문제의 해결에 관한 주제는 상담, 심리치료, 정신과 진료를 포함하는 정신건강서비스 이용과의 관련성 속에서 논의되는 경향이 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도움요청(help-seeking)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보다 광범위한 범위의 자원 이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Rogler & Cortes, 1993, Rickwood et al., 2005). 도움요청이란 개인이 자신의 어려움, 문제,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타인의 이해 및 조언, 관련 정보 등 전반적인 지원을 얻기 위한 의사소통을 말하며, 일종의 문제해결 대처방식으로써 개인의 대인관계 및 사회관계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Rickwood et al., 2005). 도움요청의 자원은 크게 공식적 자원과 비공식적 자원으로 구분된다. 우선 공식적 자원은 정신건강 전문인력, 상담ㆍ심리치료사 등과 같은 전문교육 및 훈련과정을 거친 서비스 제공자를 포함하고, 다음으로 비공식적 자원은 가족, 파트너, 친구 등과 같은 일차적 지지체계 위주의 자원이 포함된다(Angermeyer et al., 1999, Rickwood et al., 2005).

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일차적으로 비공식적 자원의 활용과 선호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실태조사에서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상담하고 싶은 대상’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배우자, 친구나 지인을 먼저 꼽았고 이어서 정신과 의사, 상담전문가 순으로 나타났다(전진아 외, 2019). 청년의 경우 정신건강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차적으로 친구나 가족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향이 높다(Kelly et al., 2006). 이처럼 친구나 가족과 같은 비공식적 자원은 도움요청 과정에서의 일차적 자원이 되면서 정신건강 문제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청년에게 관련 전문적 서비스를 권유하는 등 매개자 역할까지 수행하는 특징을 보인다(Rickwood et al., 2005). 한편 청년은 정신과 입원이나 약물치료와 같은 정신의료서비스 이용보다는 심리적ㆍ사회적 낙인감이 비교적 낮은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유성경, 2005, 박지혜, 이선혜, 2020, Angermeyer & Dietrich, 2006). 청년의 서비스 이용률을 살펴보면, 정신건강상 어려움을 경험했을 시점에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았다고 응답한 이들 중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정신과진료)한 20대는 36.9%, 30대는 27.2%로 나타났다(국립정신건강센터, 2019). 이는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인 22.2%보다 높은 수치이지만(보건복지부, 2017), 청년기의 생심리사회적 위험의 크기 비해, 그리고 국외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예: 캐나다 47%, 미국 43%)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저조한 수치이다.

이상의 연구의 다수는 대학생 중심의 연구가 주를 이루며,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으로 공식 혹은 비공식적 자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에 대한 낙인감(이민지, 손은정, 2007), 신념 및 태도(김희철, 2018) 그리고 의도(Jennings et al., 2015)를 주목한다. 주요 결과로는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에 대한 낙인감이 낮을수록(정진철, 양난미, 2010; Vogel et al., 2005), 주요 주변 인물의 도움요청 인식이 긍정적일수록(Jennings et al., 2015), 도움요청 행동에 대한 태도 및 의도가 긍정적일 때(Aldalaykeh et al., 2019; Zorrilla et al., 2019)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최근 들어 도움요청 행동을 증진하는 요인으로서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및 관련 지식, 적절한 관리 및 예방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정신건강 리터러시(mental health literacy) 강화에 주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교육과 홍보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박지혜, 2020; Jorm, 2000). 이들 선행연구는 관련 요인의 포괄성이나 방법론 면에서 정교한 특징이 있으나, 정신건강 분야에서 서비스 자원의 구성과 서비스 관행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휴먼서비스 전반에서 당사자, 이용자, 소비자와의 양방향적 소통과 협력이 중시되는 서비스환경적 변화 속에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둘러싼 거대담론(병리관점), 서비스 자원구성 및 제공관행이 청년 당사자의 도움요청 과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정신건강서비스 자원 동향에 있어 주목되는 부분은 온라인상담과 같은 서비스 전달방식의 확대와 공적 영역에서의 상담 및 심리치료 지원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청년을 포함한 성인은 1:1 개인 대면상담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서 온라인상담(인터넷, SNS, 카카오톡 등)에 대한 이용 욕구가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전진아 외, 2019). 이러한 결과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가 정신건강서비스의 잠재적 제공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전통적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따르는 낙인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해결 자원으로서의 잠재적 이득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Mitchell et al., 2017).

3. 청년 정신건강에 대한 공적 지원

우리 사회 청년이 경험하는 정신건강 문제의 크기와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됨에 따라 정신건강서비스 자원의 폭이 넓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해결을 위한 공적자원의 확대 움직임도 눈에 띈다. 2021년 현재, 32개 중앙행정기관이 합동으로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청년 관련 5개 분야(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ㆍ문화, 참여ㆍ권리)의 308개 정책을 발표하였고(관계부처 합동, 2021. 4.), 여기에 청년의 정신건강서비스 및 인프라 확대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보건복지부, 2021. 4. 6.). 여기에서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우울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의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서비스로서의 마음건강 바우처 지원, 정신건강(우울증)검사 검진주기의 개선, 시도별 청년사회서비스 사업단을 통한 신체 및 정신건강 사회서비스 제공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보건복지부, 2021. 4. 6.).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에 대한 일련의 어두운 지표들이 재차 확인됨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로 볼 수 있으나 청년 정신건강에 대한 공적영역의 관심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한승헌 외, 2017).

과거 청년 정신건강은 청년정책 혹은 정신건강 부문(영역)에서 별도로 분리된 정책이나 서비스라기보다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서비스 내 성인기 정신건강사업 영역에 포함되어 다루어져 온 경향이 있으며, 주로 성인초기의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상담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중 학생생활상담센터는 학교보건법 제7조, 제11조에 근거하여 대학생의 마음건강 지원을 목적으로 설치 운영되기 시작하여 현재 286교 중 280교(98%)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제까지 대학생의 상담서비스로 대표된다(관계부처 합동, 2021. 2. 9.). 한편, 대학교 밖 청년들의 경우는 일반 정신건강 체계 내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다 최근 들어 자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은데, 먼저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당시 정신보건센터를 중심으로 한 예방적 성격의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가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고, 여기에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사업이 지역사회 서비스로 확대 보편화 되면서(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의료관리학연구소, 2008), 성인기 대학생 포함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하는 일부 청년을 대상으로 정신의료기관 연계서비스나 개인ㆍ집단상담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였으며 이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이다(예를 들어, 과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다렸어봄’ 프로그램).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이는 분리특화된 서비스로서의 청년 정신건강 지원이라기보다는 지자체별 혹은 서비스 제공기관별 상이한 방식의 선택적 서비스로 제공 운영되면서 해당 사업의 포괄성과 보편성 측면에서는 충분치 못하였다.

그러던 중 우리 사회 청년의 낮은 취업률ㆍ높은 실업률 현상, 졸업유예 문제, 취업준비 장기화, 저임금 문제 등 일자리를 비롯한 청년 빈곤 문제가 지속심화 되면서(이승윤 외, 2017) 또 이에 대한 결과지표로서 청년의 우울 및 자살과 같은 정신건강 실태 역시 심각한 수준을 유지하고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두 영역의 문제는 복합적인 사회적 문제(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2020년 청년기본법 제정 전후를 시발점으로 하여 청년 지원 정책과 서비스가 마련되기 시작하고 이와 맞물려 청년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관심 또한 동반 상승하게 된 경향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센터를 중심으로 미취업 청년의 진로 상담시 심리정서지원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포함하거나(고용노동부, 2021. 12. 1.) 서울시의 경우 청년수당 대상의 마음건강을 위한 개별 혹은 집단상담 프로그램들이 확대되면서(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2021) 청년의 일자리와 빈곤 문제, 그리고 심리정서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22년 현재 청년 마음건강지원사업을 통해 연간 7천 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심층상담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서울특별시, 2020). 이처럼 공적영역에서의 청년 정신건강 사업의 확대는 고무적이나 아직 수요자 대비 공급 불충분의 문제, 서비스 비용부담의 문제,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의 문제 등은 여전히 정신건강 영역의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이상의 선행연구 검토 결과를 종합할 때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관찰된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 청년 집단이 연령상 20~34세에 분포하고 사회적, 경제적 지위 면에서 다양함에도 도움요청에 관한 대다수 연구가 대학생에 집중되어 왔다. 이에 따라 연구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선행연구에서 고려하는 도움요청 자원은 주로 전문상담과 의료서비스 등 공식적 자원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전문적 서비스로의 이행 과정에서 비공식 자원의 역할을 조명한 선행연구 결과들을 고려하여 비공식 자원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온라인 중심의 정신건강 및 심리정서지원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했으나 기존 연구는 전통적 유형의 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의 청년이 이미 디지털, e-커뮤니티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이나 생활양식에 익숙한 점에 비추어볼 때, 디지털 자원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셋째, 전문적 도움요청 행동에 대한 연구들은 요인들 간의 관련성 및 모델링에 초점을 두면서 양적 연구가 주를 이룬다. 청년 당사자가 경험하는 도움요청의 전 과정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움요청 행동의 과정과 맥락, 그리고 도움요청 이후에 청년의 정신건강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측면을 살펴보는 데 적합한 질적연구 방법에 근거한 연구가 필요하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가. 연구 참여자 모집

본 연구의 대상은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공식ㆍ비공식적 자원1)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며, 과거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거나 현재 이용하고 있는 청년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경로와 이용 경험을 이용자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것이므로 연구 참여자의 조건은 일반청년이 아닌 ‘심리정서적 위기경험’과 ‘정신건강서비스 이용경험’이 있는 청년이다. 본 연구는 질적연구 수행의 고려사항 중 하나가 연구 참여자의 수나 집단의 크기뿐 아니라 연구 참여자의 구성을 통해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Yin, 2013) 연구주제를 대표하는 연구 참여자를 구성하는 데 주력하였다. 특히 연구 참여자 조건 중 하나인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부분은 국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원 및 제공자(기관)가 본 연구에 포함되도록 선행연구(김지경, 이윤주, 2018)를 근거로 총 5개 대표 자원을 선정하였고, 이후 잠재적 연구 참여자들 중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연구 참여자로 확정하는 단계를 거쳤다.

본 연구는 표집과정에서 전형적 표집과 눈덩이 표집을 혼합 사용하였다. 먼저 위와 같은 모집단 성격 및 조건을 전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사례를 표집하고자 청년을 대상으로 심리정서지원 및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에게 상기한 조건, 성비, 연령구성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추천을 의뢰하였다. 이에 총 4인의 전문가로부터 위 조건을 충족하는 6명을 추천받았는데 이들 중 2명은 연구목적에 동의하고 참여의사를 밝힌 반면, 나머지 4명은 연구목적에 동의하였으나 심층면접에 대한 불편감(예: 개인적 에피소드 노출 우려 등)으로 면접을 거절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면접 전 불참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형적 표집 방법으로 모집된 연구 참여자는 총 2명이었다. 연구목적에 동의하였으나 면접에 불참한 잠재적 참여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다음으로 본 연구는 면접에 참여한 이들로부터 유사경험을 한 다른 이를 소개받는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 방법을 통해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앞서 심층면접에 참여한 2명의 연구 참여자가 각각 1명을 추천하고 마지막으로 참여한 1명이 또 다른 이를 추천하여 눈덩이 표집 방법으로 모집된 연구 참여자는 총 3명이었다. 이러한 모집과정을 거쳐 본 연구에 최종 참여한 이들은 총 5명이다.

나. 연구 참여자

본 연구에 참여한 5명은 <표 1>과 같이 모두 여성으로 나이는 26~34세이고 현 직업은 대학원생, 직장인, 프리랜서였으며, 이들은 모두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진로이행기에 속한 청년들이다. 연구 참여자는 모두 서울ㆍ경기지역에 거주 중이며, 이들 중 원가족 및 친구와 거주 중인 연구 참여자는 2명, 나머지 참여자는 모두 1인가구였다. 이들의 호소 문제는 우울과 불안이 주를 이루며 강박과 공황 증상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는데, 이러한 문제로 찾아간 곳은 의료기관, 공공 및 민간 상담기관, 대학 상담기관, 온라인상담(모바일앱)으로 연구 참여자에 따라 1~5개 유형의 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연구참여자별 공식적 자원의 이용기간은 짧게는 1년 미만에서 길게는 5년 이상이었으며, 현재 연구 참여자 중 2명은 정신건강 의료기관을 이용 중이며, 1명은 관련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였고, 나머지 2명은 증상 및 건강 상태에 따라 간헐적으로 상담 및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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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ID 연령 직업 동거여부 호소문제 도움요청 자원 공식자원 이용기간 현재 이용 여부
a b c d e
참여자A 26 대학원생 X 우울, 불안 3년 이상
참여자B 26 직장인 우울, 불안 3년 이상
참여자C 29 직장인 X 우울, 불안, 강박 4년 이상
참여자D 30 프리랜서 우울, 불안, 공황 5년 이상
참여자E 34 프리랜서 X 우울 1년 미만 X

주: a: 정신과의원, b: 지자체 청년심리정서지원사업, c: 사설상담소, d: 학생생활상담센터, e: 온라인상담 ○: 이용 중, △: 간헐적 이용, X: 이용 중단

2. 자료 수집

본 연구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한 청년의 도움요청 과정과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질적연구 방법 중 1:1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을 적용하였다. 심층면접은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해당 주제에 대한 심층적 탐구를 가능하게 한다(Yin, 2013). 이를 위해 연구자는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하여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인지한 시점부터 도움을 요청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회상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정신건강서비스 자원의 스펙트럼이 광범위하고 한국인들이 다양한 자원을 순차적으로 또는 병행 이용하는 경향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김광일, 1997), 연구 참여자가 실제로 도움을 요청한 자원을 모두 열거하도록 하고 자원별 경험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심층면접에서 활용한 주요 질문 및 관찰항목은 다음과 같다.

  • ●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인지, 당시 상황, 도움을 요청하게 된 계기와 경위

  • ● 위 과정에 작용한 개인적, 환경적 요인 및 조건

  • ● 도움요청 욕구, 결정과정, 선택한 자원에 대한 기대점과 우려점

  • ● 도움자원 이용 경험 및 결과, 도움요청 경험의 의미

  • ● 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 촉진 방안에 대한 제안(서비스, 전달체계, 정책 등)

이상의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연구자는 면접에 앞서 참여자에게 개별적으로 연구의 목적 및 절차, 내용 및 방법, 연구 참여에 따른 어려움과 보상, 개인정보 보호 및 비밀보장, 녹취 동의, 연구자 신원 등의 정보를 제공했고, 연구 참여자의 충분한 이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서면동의 절차를 진행했다. 특히, 연구에 참여한 청년이 면접 과정에서 과거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던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심리적 불편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이러한 불편감으로 인한 면접 중단 및 철회가 가능한 점, 요청 시 면접내용 삭제 등의 연구윤리 조항을 상세히 안내했다. 면접은 정신건강사회복지 전공의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소지한 연구자가 직접 수행하였으며, 면접장소는 연구자의 연구실을 포함하여 연구 참여자의 이동편의를 위해 해당 거주지역(수도권) 인근의 면접 가능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심층면접 기간은 2021년 7월부터 8월까지 약 2개월간 1인당 1~2회 면접을 진행했고 회당 면접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면접방식은 대면을 원칙으로 했으나 면접 시점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일부 연구 참여자의 경우 온라인 화상면접으로 전환 실시했다. 면접 과정은 연구 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음되었으며 자료 누수를 예방하고자 면접 당일 전사하여 텍스트로 전환하였고, 이 텍스트는 연구자가 작성한 메모와 함께 분석자료로 활용되었다. 이상의 절차는 연구자 소속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거쳤다(IRB No. 1041078-202106-HRSB-194-01).

3. 자료 분석

본 연구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한 청년이 정신건강 도움요청 과정에서 경험한 바와 그 의미를 당사자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한 연구로서 일반적 질적 연구 방법(Generic Qualitative Research)을 활용했다. 이 방법은 특정 이론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며, 공통분모가 되는 주제 분석을 통해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며, 다양한 질적 연구 방법들을 관통하는 기초적이고 공통적인 성격과 절차를 따르는 특징이 있다(김인숙, 2016). 본 연구에서도 특정 이론적 틀을 따르기보다 심층면접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텍스트를 수차례 반복하여 읽고 숙지하면서 의미 있는 문단과 문장, 구를 도출하였고, 텍스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의미단위들을 추출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정신건강 도움요청을 한 청년의 경험과 의미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바, 상위범주와 하위범주를 구성할 때 연구 참여자 전원의 텍스트를 관통하는 공통적 경험, 즉 심리정서적 위기와 대표적 정신건강 자원의 이용과정에 관한 개인적 경험에서 수렴된 주제를 근거로 구성하였으며, 의미단위는 연구 참여자 5명 중 최소 3명 이상의 발화를 근거로 구성하였다. 의미단위로 구성한 연구 참여자들의 세부 경험은 개인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그들의 정신건강 위기경험, 서비스 이용 경로 및 경험은 수렴되는 주제에 따라 전개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연구참여자별 소속 및 지위는 상이하나 청년 정신건강서비스의 공적개입ㆍ경제적 지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발화는 공통적이다. 즉, 연구 참여자 경험의 이야기 속 구체적 내용이나 표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그들의 경험 속에서 관찰되는, 정신건강 위기경험 및 관련 서비스 이용경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의 주제는 포화를 이루고 있다.

나아가 본 연구는 추출된 의미단위들을 놓고 자료 간에 유사성이나 차이를 지속 비교하고 재배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의미단위들을 유목화하여 추상적인 범주들을 도출했다. 또한 전체 텍스트를 반복 검토하면서 범주화-재범주화의 순환작업을 거치는 지속적인 비교분석(constant comparative analysis)을 수행하면서 의미단위, 하위범주, 상위범주 간에 연결과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4. 연구의 엄격성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료 수집 및 분석 과정에 Lincoln & Guba(1985)의 신뢰성, 전이성, 일관성(의존성), 확증성 기준을 적용했다. 신뢰성(credibility)은 연구 결과가 참여자의 경험을 충실히 반영하는지, 즉 연구자의 해석과 기술이 연구 참여자의 경험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자의 편견, 전제, 관점을 드러내도록 함으로써 연구 엄격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연구자들은 신뢰성 확보의 방안으로 참여자확인(member checks) 방법을 선택, 참여자를 대상으로 연구 결과와 시사점 초안을 공유하였고 그들의 피드백을 기초로 전사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연구 결과의 일부 내용을 보완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 정보를 습득하고 반영하거나, 행동 이면에 존재하는 의도 등 전사된 내용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거나, 해석 내용을 조정하는 등 신뢰성 향상 작업이 이루어졌다. 전이성(transferability)은 질적 연구에서 외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 결과가 시간, 공간, 상황, 대상을 초월하여 적용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연구 결과의 전이성을 확보하기 위해 풍부한 서술(Geertz, 1973; Holloway, 2005) 기법을 활용해 관찰 대상의 패턴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상세히 묘사, 맥락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전이성을 높일 수 있다. 연구자들은 문제 발생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도움요청의 전 과정에 작용하는 조건과 요인들을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참여자들의 경험이 맥락 속에서 설명되도록 노력했다. 또한 청년들의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검토하면서 심리정신적 어려움에 대한 그들의 경험이 연구 참여자의 경험과 유사한지 검토하였다. 일관성(dependability)은 연구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와 연구 결과물 사이의 상관성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연구 결과가 수집된 자료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지, 해석과 결론이 연구 결과와 유기적 연결성을 갖는지를 민감하게 인식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들은 일관성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서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연구 과정과 결과물 사이의 일치와 정확성에 대한 외부감사(external audit)를 수행하도록 했다. 확증성(confirmability)은 연구 과정 및 결과에 있어 편견이 배제되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연구의 전 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술(audit trail), 삼각화(trianglaiton), 성찰(reflexivity) 등의 방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설계 과정부터 결과 해석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해 원자료(전사자료), 의미단위, 하위범주, 상위범주 도출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문건, 연구자 노트 등을 포함하는 기록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각 단계마다 연구자들 간에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상호 검토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또한 지식 구성의 맥락에 대해 체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자, 정신병리, 증상자각, 여러 유형의 자원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점, 입장, 신념, 편견을 공유하고 연구 결과를 교차 검토하였다. 자료 수집 및 분석뿐 아니라 해석 결과의 확증 가능성을 위해 분석된 내용은 정신건강사회복지 전공의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소지자이면서 질적연구 경험을 갖춘 연구진과 교차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수정되었다. 또 한 사회복지학 전공의 동료 연구자 1인과 현장전문가 1인에게 연구 절차 및 분석 결과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의 틀이나 설계, 연구방식 및 분석 결과에 대한 최종 검토가 가능하였다.

Ⅳ. 연구 결과

연구 참여자 5인을 대상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도움요청 경험을 심층면접 조사하고 전사된 내용에 기초하여 의미단위들을 추출 분석한 결과, 5개 상위범주와 14개 하위범주로 유목화되었다. 범주별 분석 결과는 <표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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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분석 결과

상위범주 하위범주 의미단위
청년의 고되고 불안정한 삶 다면적 위험 속에서 살아감 성장과 생존을 위한 역할 수행으로 과부하됨
기댈 곳 없는 현실
주변에 널린 치료받는 청년들
무기력과 좌절의 장기화 길어지는 취업준비 기간으로 무기력해짐
성차별적 취업 현실이 예고됨
도움요청의 지난한 과정 문제의 심각성 지각 자연소멸을 기대함
이전과 다른 수준의 무력감을 경험함
인식과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가 됨
도움요청 필요성의 인식 주변의 엇갈린 반응으로 혼란을 경험함
질환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도움요청을 망설임
서비스 이용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함
자원탐색 과정의 난관 가까운 이들의 도움요청 행동을 따라 해봄
내 나름의 자원 선택기준을 세워봄
서비스 정보가 미흡하고 불친절함
선택과 결정 과정 각자의 상황과 조건을 고려한 자원 선택
‘조심스러운 선택’으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함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원동력이 됨
청년 당사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서비스 체험 제공자 중심의 불투명한 과정 주어지는 서비스에 수동적으로 따라감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고 결과 예측이 어려움
소비자의 위험부담 제공자를 바꿀 때마다 일정한 고통이 따름
나와 맞는 제공자를 내가 찾아야 함
제공자는 자기 방식을 고수하려 함
소비자 선택의 결과는 복불복
전문가의 자세 서비스 내용보다 판단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함
경청과 공감의 자세가 서비스 만족감을 높임
잃을 줄 알았지만 얻은 게 많은 과정 증상관리 노하우 증상 악화의 신호를 알아차리게 됨
나름의 증상관리 방법들을 실천하게 됨
위로와 해방의 경험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변화를 경험함
주저하던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권유자로 변모함
존재와 정체성의 성찰 도움요청 전 과정에서 주체로 행동했던 나를 보게 됨
내 존재의 개인적, 사회적 의미를 인식하게 됨
청년 소비자의 평가와 제안 청년 정신건강 인프라 문제 방치와 도움요청 지연의 해소
경제적 지원 확대
익명성 보장
청년맞춤 홍보전략
우호적 정신건강 생태환경 청년 정신건강 게이트키핑
직장 내 정신건강 감수성 향상
정신건강 교육 의무화

1. 청년의 고되고 불안정한 삶

가. 다면적 위험 속에서 살아감

청년들의 삶은 진학, 수학, 구직, 취업과 같은 전형적인 발달과업을 수행하는 모습일 때 표준적이라 인식되며, 이러한 과업이 무리 없이 수행될 때 비로소 성인기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과업수행 당사자인 청년들의 삶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면, 그들의 생애 과정은 피상적으로 비치는 표준화된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연구 참여자들의 일상은 첫 직장에서의 부적응이나 퇴사, 학업과 소득활동의 병행, 지역적 이동과 낯선 생활환경에 대한 적응 등 중첩된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고 이는 심리적 압박과 위축으로 이어졌다.

“공무원으로 처음 생활을 시작하고 적응하기가 엄청 힘들었었어요. 결국 그만두게 됐는데. 그만두고 나니까 자존감이 너무 타격을 받더라고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가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엄청 힘들었어요. 그때 집 밖으로도 못 나가고 집안에서만 계속 있었거든요... (중략) 그렇게 힘들게 준비를 해서 합격을 했는데 남들은 공무원 합격하면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다니잖아요. 그런데 합격하고 나니까 이게 내가 생각했던 공무원 생활이 아닌 거예요. 입사하고 나면 뭔가 신입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무것도 없고... 그냥 일을 시켜요. 그냥 제가 갑자기 책임자가 되는 거예요.” (참여자D)

“대학원을 진학하고 제 생활이 많이 바뀌었죠. 집도 새로 구하게 되었고… 이제 막 적응을 해야 하는 때였죠.” (참여자B)

“일을 하면서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하느라고 조금 힘들어서. 그때 일이 너무 많이 쌓여 가지고. 그것에 대한 압박감?” (참여자A)

진로이행기 청년들은 별다른 안정망이 없는 상태에서 일차적으로 가족 자원에 의존한다. 그러나 일부 참여자들은 학업이나 취업 때문에 일차적 지지체계인 가족과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분리되면서 기댈 곳이 마땅치 않았다. 더욱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청년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미비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는데, 자신을 포함하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실까봐요. 제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늘 매일 보는 사이보다는 더 많이 걱정을 하실 거 아니에요. 그래서 더 걱정하실까봐 (아프고 힘들다) 선뜻 말을 못하죠.” (참여자C)

“(주변 청년이) 한 10명이 있다고 하면 거의 8명 정도는 저한테 정신과를 다닌다고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제가 아는 많은 분들이 정신과에 다니고 계시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중략) 그 2명도 저한테 말 안 했을 수도 있죠?” (참여자B)

“정말 진짜 ◯◯◯에 정신의학과가 몇십 개가 있거든요. ◯◯◯에는 직장인들이 많으니까. 그런 문제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진짜 많은 거 같아요.” (참여자C)

나. 무기력과 좌절의 장기화

청년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취업을 준비하게 될지, 과연 취업할 수 있을지 등 장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무력감을 경험한다. 일자리 진입의 어려움은 우리 사회 청년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문제가 돼버렸지만 여성 청년들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일자리 진입을 시도하기도 전에 주변인과 사회로부터 좌절을 통보받고 그렇게 예고된 불안정한 미래로 인해 여성 청년들의 무력감은 배가 된다.

“(주변에) 취업한 선배들이 와서 이야기해 줄 때, 대놓고 ‘넌 남자니까 이 정도는 갈 수 있어’, ‘넌 여자라서 힘들겠다’ 바로 얘기를 했대요. ‘너는 여자인데 스펙이 너무 빤하다고...아니면 나이가 좀 있어서?’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남자들한테는 훨씬 그보다 성적이 안 되거나 훨씬 좋은 성적이면 ‘너는 여기까지도 되겠다야. 너는 이 정도라도 남자니까 뽑힐 거야’라고 말할 때마다 되게 무력감을 느꼈다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요즘 점점 더 길어지고 있고, 그만큼 더 취업하기 힘들어지고 있는데.” (참여자B)

“실제로 제 친구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취준 하면서 그런 무력감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해요. 그리고 취업을 한다고 해도 모든 회사가 여성주의적인 그런 시각이 없으니까 대우가 다르고. 실상 긴 시간 동안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그런 무력감을 느끼고 그걸 취업해서 해소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회사에서 (성차별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 되니까 힘들죠.” (참여자B)

2. 도움요청의 지난한 과정

가. 문제의 심각성 지각

청년은 아동ㆍ청소년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발달적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또 이를 나름대로 해결하며 성인으로 성장한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은 청년기의 여러 스트레스나 우울감 역시 이전 시기에도 겪어본 적 있는, ‘지나가는 일’ ‘이겨내야 하는 것’쯤으로 여기면서 자연스레 상황변화와 감정소멸을 기대했다.

“그냥 저는 제가 이겨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냥 제가 일이 많아서 일이 줄어들기만을 바란 것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새벽이나 그럴 때 우울감이 들기는 했지만 그냥 좀 이겨내야 되는 정도라고 생각했고... (중략) 친구가 저한테 너 뭔가 정신건강 쪽으로 힘든 게 아니냐고 했을 때도 사실 저는 이게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주의 깊게 듣지 않았고, 별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던 거 같아요.” (참여자A)

“제가 대학교 다닐 때는 그때도 할 일이 많았는데, 어떻게 꾸역꾸역 다 했던 거 같아요. 어떻게든. 그때도 정말 진짜 너무 하기 싫고 이 일이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꾸역꾸역하는 힘조차 사라지게 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중략) 그 당시에는 그럴 수가 없는 거예요. 너무 무기력하고 머릿속에서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참여자B)

“계속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제 모습이 너무 싫었어요. 자기혐오라고 해야 하죠?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생각이 제일 많았던 거 같아요.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왜 내가 이런 어둠 속에서 집 밖에도 못 나가고 이런 생활을 하고 있지?” (참여자D)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우울한 생각이나 감정, 무력감 등이 이전에 경험한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부 참여자들은 반복되는 자살사고, 신체 증상을 동반한 우울감과 불안감 등이 이전과 차원이 다른 증상임을 인식할 수 있었던 반면, 다른 참여자들은 증상을 자각하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계속 죽고 싶은 생각이 매일 같이 들고 그때는 진짜 심했을 때였거든요. 그때는 뭐 죽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 한 번 나는 게 아니라 하루에도 엄청 여러 번 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왜 지난밤에 죽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되게 심각한 정도였어요. 거의 학습 기능이 떨어질 정도로 뭔가 읽고 이해하는 게 잘 안됐어요. 되게 심각하다는 걸 알았죠.” (참여자C)

“제가 그 당시에는 너무 우울감이 심하고 누가 말만 걸어도 울었어요. (중략) 저도 제 상태가 점점 심각해진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정말 더 심각해질까봐 그 당시에는 정말 병원에 가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자A)

“또 슬픈 생각이 들어도 ‘아 여기서 빠져나와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고, 우울한 마음이 들어도 ‘빠져나와야 되나? 굳이?’ 그런 생각이 들고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참여자B)

“신체 증상이 나타났어요. 불안하니까 손이 떨리고 그러다 보니까... 혼자 있으면 아무래도 그때는 판단능력이 엄청 떨어져 있을 때라 가지고 집 밖에도 못 나가는데 어떻게 병원을 가겠다고 생각하겠어요. 전혀 못 하죠.” (참여자D)

나. 도움요청 필요성의 인식

참여자들은 자신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문제 심각성을 자각하게 되거나 주변 인물이 이상을 감지하고 외부 도움을 권유하는 등을 계기로 도움요청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특히 일상에서 접촉하는 빈도가 높은 친구나 가족들이 참여자의 건강 상태가 전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병원진료, 상담이용과 같은 도움요청 행동을 먼저 권유하기도 했다.

“제 대학교 친구가 저에게 먼저 ‘너 이래서 힘든 거 아니냐’고 물어봤던 거 같아요.” (참여자A)

“주변에서 많이들... 그때 당시 주변 친구들이 제 상태가 심각하니까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다’, ‘병원에 다녔으면 좋겠다’, 아니 다녔으면 좋겠다기보다 ‘가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말을 여러 번 했어요. 여러 번...” (참여자C)

“저는 다행히 가족이랑 같이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까 증상이 쉽게 보여지더라고요. 혼자 있었으면 병원 못 갔을 거 같아요. 집에서 ‘아, 이거 심각한가 보다’ 하고 병원에 데리고 갔죠.” (참여자D)

이와 반대로 어떤 가족은 참여자의 우울감, 무력감 등을 도움요청이 필요한 증상이라기보다 나약함이나 의지 문제로 돌리며 도움요청 행동을 만류하기도 했다. 또한 심리정서적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특성이 있어 섣부른 조언이나 충고는 역효과인데도 주위 사람들은 당사자에게 무언가 실행을 하도록 종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도움요청에 대한 주변인의 상반된 혹은 무지한 태도는 무언가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청년들에게 혼란을 준다.

“엄청 화를 내셨어요. 왜 이렇게 약하냐. 정신이 왜 그렇게 약하냐. 멘탈이 이렇게 약해서 사회생활 하겠냐.. 보통 어른들 생각하시는 그런 거 있잖아요. ‘너는 이것도 못 버텨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냐’ 그런 식으로 제 탓을 되게 많이 하셨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게 다 제 탓인 거 같은 거예요. 안 그래도 지금 자존감이 힘든데...” (참여자D)

“최근에 이제 20, 30대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죽고 싶다고 말해본 사람한테 죽지 말라고 얘기하지 말라고 그런 얘기 많이 떠돌잖아요. 이런 얘기하지 마라, 우울증 있다고 하는 친구한테 이런 얘기하지 마라. 그런 걸 보면 진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몰라서 하는 얘기라는 걸 느끼거든요.” (참여자C)

그러면서, 도움요청 관련하여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이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정하고 이행하는 과정을 어렵게 했다. 특히 이 병이 나약해서 생겼다든가,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병이라든가, 병원에 간다는 것은 병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상담받는다고 과연 나아질지 확신이 없고 행여 상처받고 돌아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참여자들을 망설이게 했다.

“자꾸 나약하다고 그러니까 제가 나약한 거 같은 거예요. 처음에는 이제 세뇌당했죠. ‘아, 내가 나약한가 보다. 내가 나약해서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이 강했죠. (중략) 그리고 상담을 받는다고 뭐가 괜찮아질까 하고 의심이 처음에는 되게 많았어요. (중략) 별로 이렇게 신뢰가 안 갔어요. 이걸 뭐 한다고 해서 정말 좋아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자D)

“그 당시에는 우울증이라는 것이 저는 사실 나아질 수 없다는 생각이 엄청 강했어요. 그러니까 평생 가지고 가는 거다... 왜냐하면 제 주변에 그렇게 병원에 다녔던 사람들이 몇 년을 다녔는데도 약을 계속 먹더라고요. 그래서 ‘아, 우울증은 치료를 할 수 없는 걸까?’ 가기 전에는 그런 생각은 있었죠.” (참여자B)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니까. 내가 정말 여기에 발을 담그면 내가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제 스스로 인정을 하는 게 되는 거 같아서 조금 망설여졌던 거 같아요.” (참여자A)

이러한 생각들과 함께 이제까지 직간접적으로 접했던 정신질환이나 정신과치료에 대한 여러 소문, 정보 등이 복합적으로 떠오르면서, 상담이나 정신과치료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미래의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점을 크게 걱정했다. 자신의 문제를 자각은 하지만 아직 대응 방법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 단계에서는 주변의 권유와 만류, 정신과적 질환과 치료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인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보통 뭐 정신과를 다닌다고 하면 사보험, 실비(보험)를 드는 것도 어렵다는 얘기가 있고, 이력이 남는다는 거요. 내가 병원에 간 사실은 건강보험에 다 남잖아요. 그러니까 신화, 신화... 거짓된 소문? 뭐라고 해야 하지. 외국 나갈 때, 이민 갈 때, 어디는 기록 본다부터 시작해서.. 그런 소문이 많잖아요.” (참여자C)

“사회적 인식이 아직 있다 보니까. 뭐랄까 우울증 같은 거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니까. 이제 사회생활을 다시, 취직할 때도 지장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치료진이) 한 일주일 입원해보자 하셨던 거 같은데 엄마가 싫어했어요. 거부하셨어요. 엄마가 입원은 아닌 거 같다. 괜히 애 다음 취업할 때 지장 있을까봐. 그런 옛날 구식적인 생각이 있으시잖아요. 그걸 못 비켜가셨죠.” (참여자D)

“실제로 뭐 정신과 치료를 마음 먹고 갔다가 상처받고 돌아오는 걸 봤어요.” (참여자A)

다. 자원 탐색과정의 난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판단과 인식을 하고 도움요청의 필요성을 자각한 참여자와 그렇지 않은 참여자는 자원을 탐색하는 과정에 차이가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도움요청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유지한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자원들을 탐색했다. 탐색의 출발은 자신을 중심으로 가까운 주변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일부 연구 참여자들은 평소 가까운 지인의 치료 경험을 눈여겨보면서 친구가 권한 신경안정제를 먼저 복용해보고 약효과를 체험하거나 지인의 정신과 진료에 동행하면서 ‘조심스럽게 체험’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친구가 먼저 병원을 다녔는데 계속 저한테 너도 (힘들어 보이니) 병원에 가라 계속 얘기를 하긴 했었어요. 그런데 저는 달갑게 들리지 않았었고. 친구가 비상약으로 준 약이 한 알 있었는데. 제가 약간 심리적으로 힘든 시점에 그 약을 한 알 먹었던 거 같아요. 제가 직접 처방받은 건 아닌데... ○○○이라는 신경안정제를 한 알 먹었는데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거예요. 제가 그때 불안함, 불안함이 있었는데 그게 가라앉는 게 느껴져서요. 일단 친구가 병원 갈 때 따라는 가보자 해서 ‘그래, 그럼 내가 따라는 가겠다’고 하고. 친구가 상담을, 진료를 받는 중에 안내데스크에서 초진 예약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본 거 같아요.” (참여자A)

도움요청을 위한 자원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도움자원과의 거리, 자신의 진료 및 상담기록의 보안, 익명성 보장, 비용 등 물리적, 심리적, 경제적 장벽의 크기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왜 먼저 (정신과 진료가 아니라) 상담을 택했는지 생각해보면 병원은 이력이 남아서 두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록이 남는 게 두려워서 갔으니까 내 정보가 잘 보안되길 바랐어요. 상담기록이나 내용이... 공공기관에서 하는 거니까요. 잘 보관되거나 내가 요청하면 폐기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중략) 상담하는 센터가 엄청 구석에 있어요. 처음에는 찾아가기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편했다? 그런 좀 (구석에) 감춰져 있으니까... 내가 이 구석에까지 와서 뭘 하든 사람들은 보지 않을 거고...” (참여자C)

“보통 심리상담은 5만 원 정도 하잖아요. 비싼 편인데. 여기는 거기에 이분의 일 가격, 3만 원 정도? 만원 2만 원 선이면 청년들도 지불 할 수 있으니까. 알바를 해서라도 낼 수 있으니까. 3만 원은 부담이 되는 거 같아요... 최대 3만 원씩 해도.. 한 달이면 십몇 만 원이잖아요. 알바 해봤자 60만 원? 이렇게 밖에 못 버는데 한 달에 이 중에 1/5, 1/6을 큰마음 먹고 하는 거니까.” (참여자D)

“(정신과 의원) 가봤는데 분위기도 약간 카페 같은 분위기가 나고. 대기하는 곳에 제 또래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해가지고 초진을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다음 달 초에 전화로 먼저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던 거 같아요.” (참여자A)

도움요청을 위한 자원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우선순위와 조건들을 고민하는 한편 실제로 자원찾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정신과 의원이나 상담센터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도움요청 자원과 관련한 정보를 어디에선가 본 것 같지만 기억이 나지 않을뿐더러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잘 찾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참여자들은 마을버스 안이나 지역신문의 광고글과 같은 우발적 경로를 통해 도움요청 자원을 알게 되고 또 이용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광고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요. 한두 개 기억나는 거는요. 전단지 같은 것도 봤던 거 같고요.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기사 같은 걸로 본 것 같기도 하고. 얼핏 기억나기로는 맨날 타고 다니는 마을버스에도 있었던 거 같아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어쨌든 제가 그걸 알게 된 게, 교수님이나 수업에서 알게 된 건 아니고 광고를 통해서 알게 된 건 맞아요.” (참여자C)

“찾기 어려워요. 홍보도 안 하고 잘 알려있지 않고요. 아빠가 지역신문 같은 거 어른들은 잘 챙겨보시잖아요. 거기에 이렇게 뜬 거예요. 뭐 ○○구 어쩌고 어쩌고 합니다. 이렇게 딱 한 줄 써 있어요. 그리고 아빠가 또 공공기관 가실 일이 있었어요. 주민센터 가셨는데 거기에 전단지 같은 걸 가지고 오셔서...” (참여자D)

나아가, 연구 참여자들에게 ‘찾기 어렵다’, ‘잘 찾아지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는 단순히 기관명이나 위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도움요청 자원을 선택할 때 물리적 장소, 익명성 보장, 비용 이외에도 자신이 이용하게 될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곳에 가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곳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관점과 부합하는 곳인지 등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용해 보기 전까지는 그런 것들을 알 수 없고 관련 정보 또한 찾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정신과치료 및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자원들에 대한 현재 방식의 홍보나 안내는 참여자들에게 매우 빈약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다들 뭐 똑같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어쩌고 그런 식으로 써 있고요.” (참여자A)

“제가 좀 정신과에 간다면, 그 과정에서 여성주의 시각이 없는 그런 병원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알 수 없어서) 계속 구글링도 해보고.. 그때는 트위터도 안 했는데 아는 사람들이 그런 게 트위터에 많다고 해서 트위터도 검색을 하고 그래서 그때 알게 됐어요. 누가 ‘여성주의, 퀴어 프랜들리 병원’ 이런 식으로 목록화를, 엑셀로 정리한 게 좀 있더라고요. 그 병원의 성향이 얼마나 그런지... 좀 자유로운지...” (참여자B)

라. 선택과 결정과정

도움요청 자원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구체화한 이후 참여자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자원 선택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참여자들이 선택한 자원의 유형과 선택 시점에는 도움요청의 과정에 지원자가 존재했는지의 여부, 문제의 심각성이나 자각의 정도, 도움요청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 참여자 나름의 우선순위와 조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대학상담센터, 의료기관, 공공 및 민간 상담소, 온라인 상담 및 앱을 아우르는 자원 스펙트럼 상에서 이뤄졌다.

“처음에 (대학상담센터) 온라인으로 상담을 하겠다고... 그러고 나서 오프라인을 예약했던 거 같아요.” (참여자A)

“부모님 두 분이 같이 알아보시고 데리고 가셨죠. 원래는 작은 병원을 갔었는데, 작은 병원보다 큰 병원에 가자 그래서 3차 병원 대학병원으로 옮겼어요.” (참여자D)

“처음 마음건강센터? 마음건강센터라는 데가 있었는데. 센터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요. ○○○에 있어요. 거기를 처음 가게 됐는데...” (참여자C)

도움요청 자원을 탐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자원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행보 역시 조심스럽게 이루어졌다. 특히 도움요청 자원으로 정신과 진료를 선택한 경우, ‘비급여 진료’를 요청하는 등 정신과 진료기록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심스러운 선택’을 취했다.

“그래서 그러면 처음에는 비보험으로 한 번 다녀볼까?” (참여자A)

“저희 엄마가 (정신과의사에게) 꼭 보험 급여 나오는 거 말고 비급여로 해달라고. 증거 안 남게 해 달라고... 처음에는 비급여로 받았어요.” (참여자D)

도움요청 자원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크고 작은 나름의 기대와 바람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 도움요청을 통해 ‘이전의 생활을 되찾고 싶다’, ‘이제껏 해오던 나의 일들을 다시 해내는 것’ 등 보통의 일상과 보통의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작은 바람부터, 이 경험을 자신이 지향하던 ‘어려움과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는 바람까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불안해하는 삶) 너무 불편하잖아요. 살면서 너무 싫잖아요. 그래 가지고 그런 것들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랬죠. 적어도 일상을 회복하는 게...” (참여자C)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마음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중략) 저 굉장히 밝은 편이고 활발하고 밝게 사는 편인데. 친구들을 좀 못 만나잖아요. 제가 그렇게 아픈 상태인데 어떻게 만나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빨리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바깥 생활도 하고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참여자D)

“뭔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조금 바뀌고 싶다 라는, 활기찬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떨지 않고 그런 걸 조금 맞서고 싶다. 그런 게 좀 있었고. (당시에) 제가 해야 하는 일을 잘 못해서 제가 해야 하는 일을 그냥 잘 하고 싶다 그런 목적으로 갔던 거 같아요.” (참여자A)

“제가 예전부터 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에 좀 자연스럽지 않다고 해야 하나? 속마음을 털어놓는 걸 좀 어려워해요. 그래서 이렇게 이런 기회에 상담이니까 아무래도 내 속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빈번하게 가지다 보면 저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기저에 있었던 거 같아요.” (참여자B)

3. 청년 당사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서비스 체험

가. 제공자 중심의 불투명한 과정

연구 참여자가 경험한 정신건강서비스의 내용과 접근은 제공자나 자원 유형 따라 상이했다. 자신이 선택한 자원을 실제로 이용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어떠한 서비스를 받게 될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수동적인 입장에 놓이게 된다. 대체로 ‘사고를 바꾸는’ ‘부정적인 생각을 전환하는’ ‘산파술 같은’ ‘호흡법 같은’ 내용이었다고 기억했다. 이들 중 어떤 이는 제공자의 질문과 정리가 자발적 사고를 촉진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반면 다른 이는 ‘(사고전환이) 안 되는 걸 자꾸 강요받아’ 불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상담을 받을 때 제가 생각하고 있는 사고나 이런 거를 최대한 바꾸려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참여자A)

“그 선생님이 내가 다친 데를 긁지 않으면서 질문을 잘 유도했어요. 그런 (생각이) 왜 들었을까 질문하고 질문하고 질문하고. 약간 무슨 산파술도 아닌 게. 계속 질문을 함으로써 제가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감정의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내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계속 질문하고... 내가 얘기했던 거 정리해주고 그랬어요.” (참여자C)

“(어머니가) 사고 방식을 전환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다고 해서 프로그램들을 좀 해봤어요. 4주였나? 두 달이었나? 집단을 위주로. 그건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지금 뭐하는 거지? 그런 생각 들었었어요. 모여 가지고 이게 지금 무슨 짓인가? 힘들어 죽겠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이런 생각 들었어요.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든데 지금... 사람들 모아서 장난치나. 거기 가면 호흡법 이런 거 알려주시고 밤에 어떻게 호흡훈련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시고. (중략) 치료 과정 중에서 계속 사고를 바꾸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환자는 그게 안 돼요. 나는 그게 안 되는데 자꾸... 자꾸 부정적인 사고를 다른 방식으로 전환을 해봐라라고 그런 식으로 조언을 해주시는데 그게 지금 이 부분이... 저는 안 되는데 그걸 왜 자꾸 강요를 하나 짜증이 나는 거예요.” (참여자D)

이처럼 치료나 상담서비스가 참여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다 보니 그 결과가 만족스럽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불투명한 과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등 참여자 선택에 따른 뒷감당은 온전히 참여자의 몫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맞는 훈련인데 그때는 처음에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그런 생각하면서 되게 부정적이었어요.” (참여자D)

나. 소비자의 위험부담

상담이나 치료 과정에서 참여자가 경험한 것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정신건강서비스 고유의 특성이라 보기에는 불편하고 불친절한 부분이 많았다. 우울ㆍ불안 상태나 판단능력이 전무할 만큼 무기력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장시간의 검사, 정신과의원이든 상담센터든 관계없이 참여자가 경험했던, 꺼내고 싶지 않은 힘든 이야기를 꺼내 놓아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수고를 당연시한다는 것이 그렇다. 일부 참여자는 처음 선택한 도움요청 자원이 정신과의원이었고 거기서 약물치료를 받은 뒤 상담센터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이렇듯 기관을 옮길 때마다 자신이 경험한 힘들었던 그간의 이야기를 되풀이하여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고 버거웠으며 이는 소비자에게 불편하고 불친절한 과정이라고 토로했다.

“(상담센터도) 똑같아요. 병원 가는 거랑 똑같아요. 가서 내 얘기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게 싫었어요. 이것도 처음부터 언제 다 설명하나 지금 몇 번 겪었잖아요. 저는. 이걸 언제 처음부터 다 설명하고 앉았나 숨이 차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프게 된 시점부터 무슨 이유가 있었고 거기서부터 물어보니까 그런 것도 말해줘야 하니까요 기억하기 싫은 기억을... 그걸 계속 여러 번 반복을 해야 하니까 너무 싫은 거예요.” (참여자D)

“그런 것도 하고 엄청 문항 많은 거 있잖아요. 그것도 하고. 결과 기다리고. 상담받으러 왔는데 선생님이 상담이 대기가 길다는 거예요. 너무 길다는 거예요. 상담 대기가 너무 길어서 이제... 나는 지금 당장 상담을 받고 싶은데 그게 안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길로 나와서 다른 방법이 뭐가 있나 하다가” (참여자C)

또한 일부 참여자들은 정신건강서비스가 이비인후과 같은 진료과와 달리 서비스 제공자나 기관 유형에 따라 서비스 내용과 만족도가 다를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시 말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치료진과 정신과 약물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었고, 이런 위험부담을 적게 경험했던 일부 참여자는 ‘나는 운이 좋았다’라고 표현했다.

“새 병원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서... (중략) 만약에 정신과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비인후과에 갔을 때, 정말 긴급한 문제가 생겼을 때, 가까운 병원에 가잖아요. 그런데 정신과는 가까운 병원을 무조건 이용하지 않는 게 다른 점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랑 좀 맞는 친절한 의사일 거라는 예상(확신)을 하지 못하잖아요.” (참여자A)

“저는 운이 좋았어요. 솔직히, 한 번에 간 병원이 잘 맞았던 거예요. 그런데 보통은 병원을 많이 옮기잖아요.” (참여자C)

“이 선생님이 잘한다니까 믿어보자 그런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여는 게 쉬웠던 거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효과를 본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사람들의 좋은 평가가 많았다고 하니까 그럼 나도 한번 믿어볼까?” (참여자D)

정신건강서비스 특유의 일방적 접근방식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한 참여자는 ‘정신과 의원’부터 ‘온라인 상담’까지 거의 모든 유형의 서비스를 시도해보는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각 자원의 특징을 이해하게 되었고 제공자의 접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서비스 내용을 바꾸어 달라고 요구했다. 다행히 제공자가 참여자 욕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상황은 ‘소비자’ 만족으로 정리되었다. 즉 정보가 제한된 상태에서 당사자 선택의 결과는 대체로 ‘복불복’ 인 가운데 요구사항이 수용되면 만족도 향상의 여지가 열리는 구조다.

“네 3차병원도 경험했고, 개인병원도 경험했고. 저는 경험할 수 있는 거 다 해본 거 같아요. 그냥 바짓가랑이 다 붙잡아 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참여자D)

“(상담 받으면서) 나아지고 싶고 내 앞길을 제시해주시면 좋겠고 그런 거였는데 너무 답답해서 말씀을 드렸죠. 다른 분이었으면 말씀 못 했을 거예요. 저는 이런 걸 원한 게 아니라고. 바꿔주셨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그럼 내가 상담기법을 바꾸겠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다음부터는 상담을 계속 잘했던 거 같아요. (중략) (이런 요구는) 상담(셋팅)에서밖에 못 하는 거죠. 병원에서는 전혀 할 수 없는 거죠. 병원 가면 맨날 똑같은 거 물어보세요. ‘오늘 기분은 어떠냐, 약은 잘 먹고 있냐, 그래 잘 가라...’ 이렇게요. ‘약 지어 줄게 잘 가라’ 맨날 똑같아요.” (참여자D)

“제가 다음 진로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진로 고민도 되게 컸단 말이에요. 그걸 ○○○ 선생님이랑 같이 했었어요. 제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부터 선생님이랑 상담하면서 다시 하나씩 정했거든요. 그래서 이제 다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그렇게 된 거죠. 진로 고민도 같이 해주셨었어요. 직장을 새로 구해야 하니까.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어떨까’, 다 중요지만 아프고 나서부터 지금부터 새로운 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참여자D)

다. 전문가의 자세

연구 참여자들에 있어 자신이 받았던 서비스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자세와 태도라고 했다. 특히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판단하는 듯한 질문과 태도는 ‘내 걱정과 고민을 거부당한 느낌’, ‘나를 다 이해 못 한다는 느낌’을 들게 했고, 그런 자세와 태도를 ‘프로답지 못하다’라고 평가했다. 연구 참여자B는 첫 이용기관인 대학상담센터에서 경험한 상담사와 이후에 만난 정신과 의사 사이에 상담 태도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경험하면서, 서비스 제공자의 비판단적 자세가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저는 그 당시에 대학원 진학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관련해서 어쩔 수 없이 저의 최대 이슈이니까 선생님과 그런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제가 여성학에 관심을 가지고 진학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말을 했을 때 저한테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더라고요. 그분은 제가 개인적인 바운더리 안에서, 굉장한 차별을 받은 줄 알았는데 보편적인 일반 여성의 경험을 (자신의 관심사라고) 얘기하니까 본인은 잘 모르겠다, 그게 왜 불쾌하냐고 질문하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그런 뭔가 제 걱정을 거부당한, 제 고민을 거부당한...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게 상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저한테 약간 아리송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어? 이거는... 좀 이어나가기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중략) 제가 여성학을 하거나 이런 일들에 대해서 막. 다른 그러니까 제가 이전에 받았던 상담은 여성학이라고 하니까 대번에 여성으로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다면, 이 쪽에서는 그냥. 뭐 하나의 전공? 이렇게... 특별하게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런데 관심이 있으시냐고 저도 배워보고 싶었는데... 관심도 되게 많이 가져주시고 상담사로서 굉장히 저를 편안하게 해줬죠.” (참여자B)

반면에 참여자 이야기를 경청하는 느낌, 고개를 끄덕이는 등 비언어적 행동에서 읽을 수 있는,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은 서비스에 대한 높은 만족감으로 이어졌다.

“느린 호흡으로 말씀을 하시면서, 저랑 이제... 제가 말을 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고개를 끄덕거린다거나. 그런 가벼운 사인들이 되게 좋았어요.” (참여자B)

“조금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고 워낙 경청을 잘 해주시는 편이라서... (중략) 병원이 약물치료도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인 거 같아요. 어떤 데는 ‘이번 주는 기분이 어땠어요? 약은 잘 맞아요?’ 이런 것만 물어보는 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거기는 15분에서 20분 정도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그런 시스템이어서...” (참여자A)

4. 잃을 줄 알았지만 얻은 게 많은

가. 증상관리 노하우

참여자들은 이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도움요청의 과정을 지나오면서 증상을 관리하는 것부터 일상을 관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나름의 방법들을 터득하고 또 이를 활용하게 되었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찾아오는 ‘주간’을 인식하게 되면서 그때마다 그 기간을 버티고 이겨내는 나름의 노하우를 개발하고 활용하거나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보는’ 절차를 밟는 등 정신건강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었다. 또한 회복에 이른 현 상태를 자기 건강의 기준점으로 삼고, 공공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를 즐겨찾기에 저장하는 등 컨디션 악화에 대비하는 방법을 채택, 실천하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그러한 주간이 찾아오는데 그래도 그런 주간이 오면 ‘어차피 내가 해야 된다, 내가 몸과 머리가 이게 신체는 따라주지 않을 거니까 너무 기대는 하지 말자’ 일단 지금은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어차피 나는 해낼 거니까. 그 기한 내에 할 거니까’, ‘지금은 상태 좀 이상한데? 그럼 쉬엄쉬엄해볼까?’ (중략) 처음에는 병원 다니면서도 이 감정에 동요되고 휩쓸리고 이 감정 자체가 저인 것 같은... 지금은 이게 꾸준히 계속 치료를 해야 된다는 걸 인정을 하고 제 병을 좀 받아들인다? 받아들이고.. 그리고 그 전에 이런 경험이 몇 번 있었으니까요. 사실은 지금도 일이 좀 있고 하면 불안해하고 그런 것 비슷한데요. 그래도 조금은 생각해보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걸...” (참여자A)

“이 모든 시간을 다 지나고 오니까 한 가지 선명하게 느끼는 게. 지금의 내 상태보다 나빠지면 무조건 그 세팅에 가야겠구나 생각해요. 제가 병원 다닐 때 제 휴대전화에 즐겨찾기 제일 위에 있던 번호가 1577-0199? 그 자살예방 번호 있잖아요. 그게 여기 이렇게 전화통화 누르면 여기 즐겨찾기 맨 위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 별명이 띠링띠링이었어요. 약간 힘들면 여기 전화하면 되니까 걱정하지마. 약간 이런 생각을 혼자 했던 거죠. (중략) 엄청 굉장한 자산이 됐어요. 왜냐하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원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줬으니까. 내가 내 상태를 캐치할 수 있는 기준점을 찾아줬고. 기준점. 그 컨디션까지 완전 돌아왔으니까요. 그리고 이보다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상태가 바뀌면 어디에 가서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됐으니까...” (참여자C)

나. 위로와 해방의 경험

전문적 도움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참여자들의 일상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가까운 이들로부터 ‘(전보다) 표정이 좋아졌다’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문밖을 나서지 못했던 참여자가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뭔가 하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타인에게도 관찰되고 스스로도 인식할 만한 변화들이었다.

“일단 주변 사람들이 얘기를 해요. 제가 병원 다닌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하고... 제 표정도 좋아지고요.” (참여자C)

“사회활동을, 일단 바깥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천천히 바깥 활동을 시작했던 거예요. 하나씩 하나씩 했던 거죠. (중략) 억지로 하던 것들도 스스로 하게 되고요.” (참여자D)

연구 참여자들은 길고 복잡한 도움요청 단계를 지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한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위로를 느꼈다’, ‘해방감을 느꼈다’, ‘마음의 짐을 덜었죠’, ‘많이 털어냈죠’와 같은 말로 자신들의 만족감을 표현했다. 참여자C는 정신질환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던, 주저하던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권유자가 되기도 했다.

“상담하면서 위로를 받았던 거 같아요. 상담을 받고 나니까 이게 참 위로가 되고 나의 일상생활을 돌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중략) 마음이 조금 무거웠었는데 마음의 짐이 좀 덜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상담하면서 많이 털어냈던 거 같아요. 다 제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탓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시잖아요. 상담을 받으면. 그런 과정에서 아 이게 내 탓이 아니구나 라면서 위로를 받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한 발짝 나가는 게 좀 나아졌던 거 같아요. 내 탓이 아닌데 그럼 왜 나만 힘들어야 되지? 그래서 이제 처음에 조금씩 나아지고...” (참여자D)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10회 상담이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그걸 받아보고 나니까. 다 그 얘기를 하고 다녔어요. 사람들한테. 서울시에서 구마다 다하는 걸 거예요. 그래가지고 너네 구에도 있을 테니까 너도 해봐라. (그럼 친구가) 그런 게 있어? 그러죠 뭐. 그런데 얘기를 해주고. 구마다 있으니까 찾아가보라는 얘기를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많이 했죠. 그래서 좋은 프로그램인 거 같다. (중략) 지금도 그때... 상담을 안 받았으면 그때 죽었을 거 같아요.” (참여자C)

다. 존재와 정체성의 성찰

연구 참여자들은 도움요청의 과정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돌이켜보며 도움요청 행동의 계기가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도움요청 행동이 외적인 요인이 아닌 당사자인 자신의 내적인 지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행동이 선택과 실행의 주체로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참여자들은 이전의 자기 모습을 재확인하기도 하고 그간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다. 자기 존재의 개인적 의미는 사회적 의미에 대한 통찰로도 이어졌다.

“약간 추상적으로 뭐... 약간 그냥 뭐... 나를 사랑하는 마음 이상으로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 때문에, 그 뭐라고 해야 하지 버릴 생명은 아니다... 다른 생명처럼 내 생명도 중요한데. 나는 그걸 잘 몰랐던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원래 엄청 밝고 적극적이고 건강하고 씩씩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원래... 씩씩하고 내 말 다하고 할 말 다하고... 나는 내가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리고 내가 나한테 해가 될 일은, 내가 하지 않아... 내가 나를 해치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고 나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고 그걸 알고... 그리고 밝고 다른 사람들한테 밝은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그리고 건강한 걸 되게 좋아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인데...” (참여자C)

“내가 조금 더 나를 더 소중하게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던 거 같아요. 나는 조금 더 좋은 거 보고, 좋은 걸 경험해도 되는 사람인데 내가 나를 학대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중략) 저는 정말 꾸준히 받은 케이스라고 생각돼요. 저는 약간 뭐랄까... 사회에 도움은 안 되어도 뭔가 내 이름은 남기고 싶다가 항상 있었거든요. 그런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제가 (퇴사로 인해) 사회인으로서 한 명의 생활을 못 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제 혼자서 자립할 수 없는 인간이 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한 발짝씩이라도 다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노력해보자 그랬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꾸준히 받았던 거 같아요.” (참여자D)

5. 청년 소비자의 평가와 제안

가. 청년 정신건강 인프라 강화

(1) 문제 방치와 도움요청 지연의 해소

연구 참여자들에 따르면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때부터 실제 도움을 요청한 시점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부터 길게는 3, 4년 이상 소요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전문적 자원에 ‘바로 가지 않고’ ‘(주변의 권유가) 누적된 다음’에야 비로소 자원을 탐색하거나 자신의 결정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했다. 하지만 ‘지연되고’ ‘방치한’ 기간 동안에는 당사자가 주변 사람들의 권유만으로 도움요청을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참여자들은 누군가 당사자 곁에서 지속적으로 증상 식별과 도움요청 의지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함께 왔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방치했다고 생각해보면, 한 3, 4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참여자A).

“(병원에 가봐) 얘기 듣고 그다음에 바로 병원 가야 돼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이게 누적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연된다고 해야 하나? 그 행동이 나타날 때까지 지연이 있는 거 같아요. 내가 3월에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아서 얘기했으면 한참 뒤에 8월에 9월에... 나중에 그 생각이 나고, 나도 느끼고, 그래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중략) 그래서 우울증 있으면 병원 가.. 그런데 병원을 왜 못 가는데. 왜 못하는지를 나도 모르겠거든,.. 그럴 때는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지 궁금한데 나는 그걸 찾을 기력이 없고 의지가 없거든.” (참여자C)

(2) 경제적 지원 확대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역설하는 가장 시급한 부분은 청년들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 적정 치료ㆍ상담 비용 책정, 소요비용에 대한 지원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보호해줄’ 철저한 익명성 보장이라고 했다. ‘보통 5만 원에서 10만 원, 많게는 20만 원까지’하는 치료ㆍ상담비용은 건강악화로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청년들을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이용한 ‘구민들을 위한 무료상담서비스’나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일부 지자체의 사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리상담이 20만 원까지 받아 봤잖아요. 너무 비싸잖아요. 일반적인 심리상담도 받아봐야겠다고 주변에 알아봤는데, 거의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더라고요. 근데 직장 그만두고 아픈데 돈을 어디에서 벌어요. 누가 벌어요. 돈을 벌고 있지 않잖아요. 그럼 부모님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거예요. 청년들은 비용이 되게 걱정이에요. 그래서 못 받는 사람들 엄청 많아요. 3만원도 엄청 힘들어요. 청년들한테는... 그래서 비용은 웬만하면 청년 지원이 된다면 최저로 낮춰주는 게 맞지 않나.” (참여자D)

“거기서 구민들에 한해서 10회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는 걸 광고로 알았어요. (중략) 무료상담프로그램, 그 프로그램 아마 이용자 가성비로는 최고인 거 같아요. 진짜. 회기가 짧았고 무료였는데 엄청 많이 변화했으니까. 변화가 이루어졌으니까요.” (참여자C)

“경기도 같은 경우에는 정신과 관련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에, 그 증빙을 가지고 오면. 매년 60만 원인가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사실 청년들이 돈이 많아 가지고 남아 가지고 병원에 가는 것도 아니고. 사실 병원 가서 약 받아먹고 하는 돈이면 밥이라도... 좋은 한두 끼 먹을 수 있는 그런 정도인데. 그런 지원이 있으면 사실 더 그 장벽이 낮아질 것 같긴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도 그렇고 6개월 다니면서도 그랬고 사실 병원비가 부담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참여자B)

“(대학교에서 교내) 활동 같은 걸 하면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제도가 있었어요. 그래서 약간 취업에 관련된 컴퓨터 자격을 딴다든지 그런 거랑 심리상담센터에서 또래상담 같은 게 있어서 친구랑 같이 한 번 해보자고. 마일리지 쌓으려고요. 나중에 현금으로 환급되는 시스템이라서요. (중략) 마일리지가 계속 매주 쌓이는 건 아니었는데. 그게 분기별로 약간 쌓였던 거 같아요.” (참여자A)

(3) 익명성 보장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치료ㆍ상담기록이 유출되거나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지만 도움요청을 한 것은 ‘용기를 낸 것’이라고 했다. 일부 연구 참여자들은 도움요청 과정에서 기록이 남지 않을 ‘비보험으로 시작’하기도 했으며 ‘공공이니까’ 자신의 기록이 유출 없이 잘 보관될 것이라 기대하였는데, 취업ㆍ결혼 등 미래의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한 장치를 기대하고 있었다.

“밖에 잘 나가기 싫어하고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 자체가 큰 용기를 내는 거거든요.” (참여자D)

“그때 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익명성이랑 비용 문제였는데 그게 보장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갔던 거고. 그러니까. 내가 진짜 가까이에서 부담 없이 가볼 수 있는 센터가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참여자C)

“초진 예약을 하고 처음에는 비보험으로 한번 다니고 그다음부터는 보험으로 병원을 쭉 다녔던 거 같아요.” (참여자A)

(4) 청년맞춤 홍보 전략

더불어, 청년으로 하여금 가깝게 느껴지는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기존의 ‘마을버스’, ‘지역신문’ 광고가 아닌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용하는 SNS에서의 적극적인 홍보와 온라인상에서 일차적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청년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것들. SNS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시는 게 좋죠. 이런 서비스가 있다... 그냥 지원만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요. 요즘 누가 신문에 홍보를 해요. 지역신문에다. 아빠가 보시는 지역신문 쪼가리 들고와가지고 이게 있대 보여주는 거예요. 신문 아무도 안 봐요. 청년들은.” (참여자D)

“앱으로는 안돼요. ○○○채널로 들어와야 해요. 앱은 앱을 깔아야 하고, 앱을 모르면 못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채널은 안 쓰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전 국민이 다 쓴단 말이에요. 그리고 특히 젊은 사람들은 그걸 안 쓰는 사람들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상담창구를 찾을 수 있게 하려면 ○○○채널에 일대일 상담 기능도 있으니까 그걸로 하는 거죠. (중략) 이제.. 이렇게 대면으로 내가 심리적인 문제가 있소 하면서 얘기하면서 오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경우에는 ○○○채널 같은 걸로 문자 상담이나 전화상담부터 하는 것도 방법인 거 같아요.” (참여자C)

나. 우호적 정신건강 생태환경

(1) 청년 정신건강 게이트키핑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처럼 ‘회복된 사람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년’에게 ‘다리가 되어 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 및 환경의 청년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요청을 권유하는 등의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표현하였다.

“(지지체계가) 없는 분들은 진짜 더 힘드시겠죠. 치료 과정이 2배는 더 힘들지 않을까. 제가 1년 만에 나았다면 그분들은 2년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참여자D)

“회복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실제로 가까운 친구가 가끔 저를 일부러 찾는 이유가 있어요. 너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니가 건강해졌으니까. 병원을 다닌 이력도 알고 상담을 받은 이력도 알고. 그 친구가 맨날 하는 말이, 나도 너처럼 건강해지고 싶어... (중략) 그러면 그럴 때 이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리가 되는 거죠. 이 사람이 나한테는 털어놓을 수는 있겠는데 센터까지는 못 가겠어 그럼 나는 이런 문제를 호소하는데 이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뭐가 있는지 내가 알아봐 줄 수 있고. 그래서 그 친구한테 한 번쯤 가보라고 권할 수 있고. 그렇게 옆에서 한 사람이 두 번 말할 걸 세 사람이 여섯 번 말해주면 그게 나중에 쌓여서 한 통화가 될 거거든요.” (참여자C)

일부 참여자들은 직간접 경험상, 기존의 지지체계로부터 분리ㆍ독립한 청년이나 지지체계가 없는 청년이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경험한다면, 다른 상황에 있는 청년보다 몇 배의 어려움을 경험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1인 가구 및 지지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의 도움요청 과정을 촉진할 수 있도록 가까이 있는 동료들의 다리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지점이다.

“저는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그런데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청년들도 있단 말이에요. 혼자 살거나 독립해서 살거나 부모님들이 조금 부정적이시거나 지지를 안 해주신 다거나 그런 경우도 많단 말이에요. 그래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 자체가 되게 힘들잖아요.” (참여자D)

(2) 직장 내 정신건강 감수성 향상

청년의 주요 생활공간에서 정신건강 이슈에 대해 높은 감수성이 유지되는 것은 청년의 서비스 이용을 촉진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참여자C의 에피소드는 직원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개인정보 보호나 행정절차를 배려하는 직장문화가 당사자 청년에게 주는 심리적, 실질적 안전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부장님이 더 도와줄 거 있냐... 뭐 그때 막 울면서 얘기하고 그러니까. 상태가 많이 안 좋으면 병원이나 이런 데 가야하는 거냐 뭐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중략) 그래 병원 다니고 병원 가야 하는 시간 다 빼줄 테니까... 빼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녀라. 너 병원 가는 건 나만 알고 있을 테니까 나한테 따로 얘기해라 조용히 그러면 내가 언제든지 다녀오라고 해주겠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신 거죠.” (참여자C)

(3) 정신건강 관련 교육 의무화

일부 참여자들은 정신건강 교육이 보편적 교육으로서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청년기 이전의 청소년기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기 이전의 시점부터 정신질환이란 무엇인지, 자신의 정신건강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경험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지 등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정신건강 예방은 물론 도움요청 행동이 보다 수월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피력하면서, 청년 대상의 정신건강 교육의 보편화를 제안했다.

“전체적으로 교육을 한다든지. 그 과목을 듣지 않아도 그걸 들어야 해서 이수를 해야 한다든가, 몇 번의 보수교육, 학기 중에 몇 번 이상을 받아야 한다든가. 뭐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면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요새는 취업과 관련해서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정신건강 예방을 위해서 사회초년생들이 알아야 할 직장생활 미리보기처럼 직장 내 스트레스라든가. 요즘 사람들이 다 힘드니까 다 이럴 거야 하면서 버티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거든요. 그래서 예방 교육 식으로 먼저 접근을 하면 그 사람들도 뭔가 인지를 하거나 그런 상황에 닥쳤을 때도 생각이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참여자A)

Ⅴ. 논의 및 제언

1. 연구 결과 요약 및 논의

본 연구는 정신건강 도움요청의 과정과 의미를 탐색한 결과 총 5개 상위범주, 14개 하위범주의 의미단위들로 분석되었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있어 정신건강 도움요청 경험이란 여타 질환의 문제해결 방식과는 구별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자 여정이면서 ‘치료’나 ‘서비스 이용’과 같은 단순 건강행동 실천을 뛰어넘는 개인적 의미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연구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다양한 청년기 발달과업 수행과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영향으로 학업과 일의 병행, 일자리 진입 및 취업의 어려움 등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불안정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는 심리정서적 불안정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정신건강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청년의 도움요청의 과정은 그 문제의 심각성을 지각하는 것부터 도움요청의 필요성을 인식하기까지 다양한 혼란에 노출되는데, 도움요청에 대한 결심이 섰다 하더라도 문제해결 자원을 찾는 과정부터가 난관이었으며 다양한 선택지와 결정 상황 앞에 놓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선택한 정신건강서비스는 이들의 기대와 바람과는 다르게 제공자 중심의 서비스라는 점에서 실망스럽고, 불투명한 치료 및 상담 과정은 소비자로서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게 하는 경험이었으며, 이는 서비스 제공자가 갖추어야 하는 전문가로서의 자세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정신건강서비스의 이 같은 현실이 도움요청의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장벽으로 작용하였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청년들로 하여금 증상관리의 노하우를 습득하도록 한 경험이자 정신건강의 어려움으로부터 해방과 위로의 경험,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의 성찰의 경험을 가져다준, 손해보다는 이득이 되는 경험이기도 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청년들은 도움요청의 전 과정에서 이렇게 소비자로서 그리고 서비스 평가자이자 정책 제안자로서 청년 친화적 정신건강 인프라의 마련과 청년 우호적 정신건강 생태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피력하였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 과정과 의미를 논의하고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부 연구 참여자는 우울과 반복되는 자살사고를 경험하면서도 당시 이를 정신건강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조치에 대해 판단하지 못했다. 공식적, 비공식 자원에 신속히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지연되고 있었다. 이는 국내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정신증의 경우 문제가 나타난 시점부터 실제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기 까지(Duration of Untreat Psychosis, DUP) 평균 84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보건복지부, 2017) 우울을 포함한 심리정서적 문제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정신건강 문제는 스스로 그 문제를 자각하거나 자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을 수 있으나(Komiya et al., 2000), 해당 질환을 식별하는 능력이 높을수록(Cheng et al., 2018), 정신건강 및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전반적 지식이 높을수록 정신과 및 상담센터 방문 가능성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Downs & Eisenberg, 2012; Bonabi et al., 2016). 이러한 선행연구의 결과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기 이전부터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와 정신건강 증상의 식별력을 형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시사해주는 것으로, 정신건강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학교와 직장 등을 통한 리터러시 교육 의무화 전략의 필요성(박지혜, 2020)도 잘 보여준다.

둘째, 친구, 가족과 같은 비공식적 자원이 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에 있어 중요한 준거자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본 연구를 통해 재확인되었다. 생애 과정에서 청년 초기 동안 동년배는 가장 가까운 준거자로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지지체계다(Horwitz, 1977; Rickwood et al., 2005). 본 연구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이 가장 먼저 친구에게 자신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털어놓거나 이들로부터 상담이나 정신과 의원의 방문 등을 권유받았다. 이는 초기 성인기 청년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을 당시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인물이 친구, 가족 순으로 나타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국립정신건강센터, 2021). 특히 일부 참여자는 평소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의 치료과정을 유심히 관찰하거나 친구의 정신과 방문을 동행해보고 친구가 권한 신경안정제를 복용해보는 등의 간접학습을 통해 도움요청 과정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는 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의 이행이나 불이행을 논하기에 앞서 청년으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를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고 심리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학업이나 취업 때문에 일차집단과 분리된 상태에서 장기간 생활하거나 자발적ㆍ비자발적 1인가구가 되면서 사회적 고립, 대인관계 단절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노혜진, 2018; 유민상, 신동훈, 2021). 코로나19 상황에서 청년1인가구의 정신건강 상태에 일차집단과의 관계의 질이 유의미하게 작용한 연구 결과를 참조할 때(이인정, 2021), 청년들의 지지집단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예: 서울시, 청년 또래 커뮤니티 지원사업 등)은 사회성 발달이나 일상생활 만족도 향상을 넘어 심리정서적 문제의 발견과 조기개입을 촉진하는 인적 네트워크로서 매우 유용할 수 있다(송하진, 안수정, 2019; 서울특별시, 2020).

셋째, 본 연구 결과는 자발적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참여자들에게 서비스 이용을 촉진하는 매개자(gatekeeper)나 권유자(recommender)가 있었고 그들의 역할이 서비스 이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부 참여자들의 친구는 ‘정신과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닐까’라거나 ‘상담을 받아봐라’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과거 대학생 집단에서 타인에게 정신건강서비스를 권유하는 행동이 ‘참견’이나 ‘오지랖’으로 인식되었던 것(박지혜, 2012)과는 대조가 되는 양상이다.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한편, 일부 연구 참여자의 가족은 ‘의지력이 약해서’, ‘정신과는 위험하다’라는 인식으로 정신건강서비스의 이용을 만류하기도 하였는데, 또래 친구인 청년들은 ‘권유’를 하고 윗세대인 부모는 ‘만류’를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준거자의 인식과 정보는 권유나 만류와 같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특히 세대 간 정신건강 인식과 정보의 간극은 문제 인식과 도움요청 과정을 어렵게 하고 관계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일반인은 누구나 서비스 이용의 매개자이자 권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리터러시 교육 및 게이트키퍼 교육(예를 들어, 대학생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이 보다 유용하겠다.

넷째, 연구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있어 도움요청 자원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정신건강 문제해결 자원으로 정신과나 상담센터와 같은 자원에 대한 지식은 보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자신의 특정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신건강서비스 제공기관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하는지(예: 정신과 의원 대 상담센터), 여러 정신건강서비스 내용이나 방법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예: 약물치료 대 상담, 대면 상담 대 비대면 상담)의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찾는 과정’의 어려움은 물리적 위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상세한 정신건강서비스의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의 크기와 그 문제해결의 욕구가 증대됨에 따라 공적영역과 민간영역에서의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영역에서의 서비스(예: 청년 마음건강지원 바우처)의 홍보는 보다 청년 친화적이고 적극적일 필요성을 보여준다. 일부 연구 참여자들은 청년 정신건강지원사업을 ‘마을버스’, ‘지역신문’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는 e-커뮤니티, 온라인 중심 생활패턴의 청년들이 정보를 획득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청년을 위한 정신건강서비스의 홍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겠다.

다섯째, 연구 참여자들의 도움요청 행동의 양상은 MZ세대 소비행태와 맞닿아 있었다. 청년세대의 소비행동의 특징은 자신의 가치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하고 실용적인 소비이다(김연진, 2022. 3. 8.).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와 비소비를 결정한다. 이러한 청년의 소비패턴은 청년기에 있는 참여자들의 건강서비스 소비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도움요청 자원에 대한 탐색, 선택지 검토,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움직이기를 원했다. 단순 위치 정도가 아니라 서비스의 내용과 방향성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가 가진 철학까지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온라인을 통해서 자신이 이용할 정신과 의원이나 상담소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홈페이지나 지면 광고가 대부분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라는 식의 일률적이고 막연한, 구체성이 떨어지는 문구나 소개에 그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청년 세대의 가치 및 행동방식과 현행 정신건강서비스 전달체계의 작동 방식이 합을 이루지 못하는 지점이다. 현행 정신건강서비스가 청년들의 높은 서비스 욕구에 적절히 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권리에 부합하는 서비스로의 변혁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도움요청 당사자이면서 소비자인 청년은 정신건강서비스 내용과 홍보, 서비스 제공자(공급자)의 서비스 제공방식에 대해 투명한 정보에 기반한 결정과 이용을 선호한다.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탈신비화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여섯째, 본 연구 결과에 근거할 때 청년세대의 핵심가치라 꼽히는 ‘공정’과 ‘평등’의 가치들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장면에 동일하게 적용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서 일부 참여자는 상담 장면에서 제공자가 공감하지 못하거나 질문을 되풀이할 때 자신의 가치관을 의심하거나 고통을 거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제공자의 이런 태도를 ‘전문가답지 못한 자세’라고 평가하였고, 이런 평가의 근거는 정신건강서비스의 소비자로서 소비자와 제공자 간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기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소비자로서의 바람과 욕구를 대외적으로 표현해 온 것의 역사는 짧지 않다. 1970년대 서구의 반정신의학운동은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전통적 정신의료서비스 방식에 반기를 든 것으로, 거기에는 소비자 의식이 작용한 것이지만 뜻을 같이한 전문가도 일부 합류한 바 있다. 또한 1980년대 포스트구조주의와 사회구성주의 철학이 정신건강 및 상담 영역에 도입되면서 정신건강서비스에서 제공자와 소비자의 동등한 관계, 비지시적이고 비판단적인 상담, 병리보다 회복을 강조하는 상담실천 모델들이 발전해왔다(정문자 외, 2018; 이선혜, 2020). 이 접근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문제 개념화와 해결 방법에서 권력관계의 해체와 열린 가능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서비스에서 소비자가 직면하는 신뢰, 선택, 권력 이슈는 21세기 서구에서도 계속되고 있고(Laugharne et al., 2012) 국내에서도 정신건강 소비자운동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예를 들어, 멘탈헬스코리아, 2022). 국내 정신건강 현장에 치료자와 환자 사이,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수직적 권력관계가 우세하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경직된 개념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한영주, 2010; 권경인 외, 2011)이 이미 보고된 바, 청년세대의 가치와 욕구가 반영된 탈신비화되고,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 보편적 서비스 전달의 모델링 작업이 시급하다.

2. 정책 및 실천적 제언

이상의 연구 결과 및 논의를 바탕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에 대한 정책적, 실천적 지원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년은 누구나 잠재적으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 혹은 매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시기나 인물이 아닌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리터러시(mental health literacy) 증진 전략이 요구된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상황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자각하거나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식별력이 있다 하더라도 증상의 영향으로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도움요청이나 자원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심리정서적 위험의 초기 단계에서 당사자의 주변 인물들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의 매개자이자 권유자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므로, 잠재적 이용자이자 매개자로서의 전체 청년을 대상을 하는 정신건강 리터러시 교육이 대학이나 직장을 중심으로 보편 적용될 필요가 있겠다. 이때 정신건강 리터러시 교육은 지식습득 위주의 교육 방법보다 체험형 교육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서비스 기관 방문이나 회복 경험자들과의 만남 등 심리정서적 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서비스 이용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접하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문제 지각을 촉진하고 도움요청 행동으로의 보다 신속한 연결과 이행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직장에서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 교육이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으나 맥락과 대상 면에서 볼 때 대규모 사업장에서 정규직 위주로 진행되는 제한점이 있다. 청년 집단은 비주류적 고용ㆍ노동 환경과 지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밀집된 환경을 찾아 들어가는 ‘생활공간’ 전략(한국사회서비스연구원, 2018)이 유용할 수 있다. 또한 최소한의 서비스 품질이 확인된,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 자원 정보를 탑재한 공공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의 완화 전략이 요구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조기 개입과 회복 증진을 통해 기회 비용의 상실을 최소화하고, 사회적으로는 청년의 심리정서적 문제의 경제적, 구조적 맥락을 고려하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감소를 위해, 청년 대상 보편적 서비스로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에 소요되는 비용을 합리적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최근 지자체별 청년대상 무료 상담서비스 제공을 계획하거나(예: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등) 경제적 수준을 고려한 청년심리정서지원서비스(바우처)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은 선착순으로 제한된 인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계가 있고, 비용이 저렴하나 이마저도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이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장벽 없이 적정 품질의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보장하는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정신건강서비스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청년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청년이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도움의 필요성을 지각하는 과정에서 ‘정신과 방문’이나 ‘상담서비스 이용’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해결 정보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에서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에서 한 발짝 더 나가야 하는 순간, 서비스의 구체적 내용과 전달방식에서 기대효과, 나아가 제공자의 서비스 철학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신건강서비스는 기관 및 제공인력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과 접근 방법의 폭이 넓고 다양한 특성이 있다.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는 도움요청 행동을 개시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소요되고 그 뒤에도 서비스 이용의 경험이 개입의 지속성, 참여도, 성과 및 만족도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서비스의 선택과 결정에 따른 위험부담을 최소화시켜 줄 방안이 절실하다. 청년이 이용자뿐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는 점은 증상관리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공급자 중심 접근보다 구매 상품으로서 정신건강서비스의 내용과 품질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는 접근이 매력적일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즉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는, 환자 정체성보다 소비자 정체성에 소구하는 전략이 조기개입 및 지속관리 등 청년 정신건강증진에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넷째, 청년 소비자 욕구에 보다 부합하는 서비스 관점과 모델에 대한 제공자의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본 연구와 같이 정신건강서비스를 하나의 상품으로 바라보면서 내용, 방식, 제공자 특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경험을 평가하는 특성을 보이는 청년 이용자와의 ‘성공적’ 관계는 기존 서비스 패러다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세기말에 즈음하여 서구 휴먼서비스 패러다임은 교정에 초점을 두는 치료(treatment)에서 성장과 힐링에 초점을 두는 웰니스(wellness)로 이동했다(Travis & Callander, 1990). 이중연속체모델(Westerhof & Keyes, 2010)의 등장과 확산은 정신적 건강 상태가 증상이라는 단일한 차원이 아니라 웰빙과 번영(flourishing)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조합 결과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처한 청년 당사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내적 지향과 동기가 강한 추진력이 되었던 본 연구 결과에 기초할 때, 국내에서도 웰빙과 번영 차원을 증진하는 접근이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즉 질병-치료 중심의 접근과 병행하여 당사자의 고유한 자질과 자원에 주목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서비스체계 전반에 요구되고, 이를 위해서는 질병 내러티브가 반복되는 제공자 중심의 기존 서비스전달 구조에 소비자와의 공동구성(co-construction) 요소가 추가되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여러 부문에서 소비자 피드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의료서비스도 예외는 아닌데, 정신건강 영역에서는 치료 당위성이 더 강조되다 보니 서비스 자원이나 내용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제공자-이용자 관계의 일방성 등 소비자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이 절실하다. 포스트구조주의와 사회구성주의를 비롯한 인식론 및 세계관에 기초한 정신건강서비스 모델들(예를 들어, 협력적 언어체계, 해결중심단기치료, 내러티브실천)은 문제를 극복의 대상에서 의식의 대상이고 배움의 원천이며 가능성으로 이동하라는 신호로 바라보는 접근으로서(Travis & Callander, 1990) 수평적 관계 속에서 그러한 가능성을 현실화, 구체화하는 공동구성의 방법론을 제공하고 있기에, 서비스 전달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파헤치지 않는 상담’ ‘나의 가치관과 맞는 상담(여성주의 관점 등)’ ‘소비자가 원하면 상담기법을 바꿔주는 등 평등한 관계에서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한 접근방식을 통해 잠재적 정신건강 소비자인 청년들의 욕구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의 개발과 적용이 시급하다.

3. 연구 한계점 및 후속연구 제안

본 연구의 한계와 후속연구 관련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 참여자 전원이 여성인 점은 의도되지 않았으나 남녀 간 도움요청 행동의 차이에 관한 선행연구 결과를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연구대상을 모집하기 위해 남녀를 비슷한 비율로 접촉했으나 자신의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데 대해 관심을 보인 것은 여성들뿐이었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관련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데 있어 여성이 남성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이라는 연구 결과(Wendt & Shafer, 2016)가 본 연구 참여자 모집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향후 성별, 소속 및 지위 등 면에서 연구 참여자를 보다 다양화하여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청년 집단의 정신건강 도움요청 행동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도움요청의 과정을 중심으로 개인적 차원의 경험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청년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는 사회환경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3년차 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하에 청년들의 도움요청 행동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에 관해 후속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속에서 청년들이 어떤 심리정서적 경험을 했는지, 고용ㆍ경제 상태나 주거 상태(가족과 동거, 1인가구 등)가 청년의 심리정서적 증상이나 인간관계 갈등 경험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그리고 도움요청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이나 도움요청 행동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등 청년기 발달적 특징과 사회환경적 조건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도움요청 과정 및 정신건강 결과에 대해 내부자적 이해를 축적하는 연구들이 필요하다.

Notes

1)

공식자원: 정신건강 전문인력, 상담ㆍ심리치료사 등, 비공식자원: 가족, 파트너, 친구 등(Rickwood et al.,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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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knowledgement

IRB No. 1041078-202106-HRSB-19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