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

The Effect of Occurrence of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 on Child Problem Behavior

알기 쉬운 요약

이 연구는 왜 했을까?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은 아동의 성장과 건강의 주요한 부정적 요인으로 밝혀져 있다. 아동의 건강은 성인기 경제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중요한 주제이다. 이에 경제적 어려움 중 하나인 재난적 의료비 발생도 아동의 문제행동에 유사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특히, 부모의 학력에 따라 아동에 대한 부모의 대응이 다를 것으로 판단되어, 부모 학력으로 집단을 나누어 결과를 살펴보았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가구에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면 아동은 비행을 더 많이 보였다. 또한,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학력이 낮은 경우에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면 아동에게서 우울불안, 주의집중 문제, 비행이 더 많이 나타났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학력이 높은 경우에 이러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가구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가구 의료비 지원정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학력이 낮은 부모가 있는 가구의 의료비가 경감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Abstract

Previous studies have shown that economic hardship negatively affects children’s health by reducing investment in children. Therefore, this study analyzes the impact of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 one type of economic hardship, on children’s problem behaviors in households using data from the 4th (2009), 7th, 10th, 13th, and 16th waves of the Korea Welfare Panel Study. The population was children under the age of 18. The threshold of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 was set at 10%, and child problem behavior was measured using the K-CBCL indicator. The results showed that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s had a negative effect on delinquency among five different problem behaviors. When the subgroup was divided by parental education level, delinquency and some problem behaviors were negatively affected by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 only when parents had a low level of education. Through these results, this study demonstrated that household financial strain, such as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s, adversely affects children's mental health and related problem behaviors. Furthermore, this study found that problem behaviors were more prevalent among children whose parents were less educated, raising the possibility that the occurrence of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s may lead to 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 of socioeconomic status in the long run.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provides a policy rationale for supporting households facing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s.

keyword
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ChildrenProblem BehaviorEducation Level of Parents

초록

경제적 어려움(economic hardship)은 아동에 대한 투자를 줄여 아동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이 기존연구에서 알려져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경제적 어려움의 하나인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가구 내 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한국복지패널조사 아동부가조사 4차(2009년), 7차, 10차, 13차, 16차 자료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 대상은 만 18세 미만의 아동으로 재난적 의료비의 역치를 10%로 두고 K-CBCL 지표를 통해 아동 문제행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다섯 가지 문제행동 중 비행에 대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모의 교육 수준으로 하위집단을 나누었을 때,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에만 비행 등이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본 연구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 등의 가구의 재정적 부담이 아동의 정신건강과 연관된 문제행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증하였다. 또한, 주로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아동에게서 문제행동이 나타남을 보임으로써, 가구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수준의 세대 간 전이(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를 일으킬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로써, 본 연구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대한 정책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주요 용어
재난적 의료비아동문제행동부모 교육 수준

Ⅰ. 서론

한국의 건강보험은 도입된 이후로 지속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해왔으나,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재난적 의료비로부터 충분히 국민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문재인 케어로 인해서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2020년 65.3%까지 증가하였고(이재호, 임재희, 2021. 12. 29.), 이와 관련하여 2020년에 역치 40% 이상을 넘어서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경험한 가구가 2020년 2.44%에서 2021년 1.73%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저소득층에서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동일한 자료에서 5.19%에 달하는 한계를 보였다(정성훈, 강수현, 박은철, 2022).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재난적 의료비가 가구의 경제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며(송은철, 신영전, 2014; 김은경, 권순만, 2016), 현재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것이 가구원, 특히 아동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이는 한 세대의 경제적 영향이 다음 세대인 아동의 인적자본 축적에 영향을 미치거나(Cunha & Heckman, 2008) 성인기 건강을 악화시켜(Haas, 2008; Currie, Stabile, Manivong & Roos, 2010), 이들의 성인기 경제 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은 가구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데, 가구가 재정적 대응전략(financial coping strategy)을 펼치어 의료, 식품 등의 소비지출을 줄이게 한다(Sauerborn, Adams & Hien, 1996; Russell, 2003; Flores, Krishnakumar, O’Donnell & Van Doorslaer, 2008; Alamgir, Naheed & Luby 2010; Nguyen, Khuat, Ma, Pham, Khuat & Ruger, 2012). 이때, 아동에 대한 투자를 비롯한 전반적인 소비지출의 축소는 아동의 적절한 시기의 의료, 영양을 제한한다(Nelson, 2000; Casey, Szeto, Lensing, Bogle & Weber, 2001; Guendelman, Angulo & Oman, 2005). 또한, 재난적 의료비 발생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economic hardship)은 부모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침으로써(Altice, Banegas, Tucker-Seeley & Yabroff, 2017) 부모의 아동건강을 위한 투자를 축소시킨다(Kiernan & Huerta, 2008; Hsu & Wickrama, 2015). 한편, 재난적 의료비 발생은 그것이 반복될 경우에 가구의 경제 상태를 악화시켜 빈곤을 유발하거나 빈곤화된 상태에서 빈곤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여(송은철, 신영전, 2014; 김은경, 권순만, 2016), 가구의 재정적 대응능력을 더욱 약화시킨다(Mooney & Fohtung, 2008).

지금까지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삶의 질, 우울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Kang, Ju, Yoon, Lee, Kim & Park, 2018; Yang & Hu, 2021; Zhang & Gao, 2021). 하지만 이들 가운데 아동의 건강에 대해 패널분석을 실시하여 살펴본 연구는 없었다. 그리고 국내 문헌에서도 일반적으로 빈곤과 아동건강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있으나(권은선, 구인회, 2010; 신인순, 2010; 김광혁, 김동관, 2011), 이들은 빈곤을 일으키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 등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재난적 의료비의 발생이 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자 한다. 재난적 의료비는 가계에 경제적 어려움(economic hardship)을 일으키고, 이것이 아동에 대한 소비지출과 부모의 정신건강에 변화를 주게 되어 아동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양상은 부모의 교육 수준과 같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한국복지패널조사 4차(2009년), 7차, 10차, 13차, 16차 자료를 활용해 패널분석을 실시하여, 역치를 10%로 설정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아동의 우울불안, 주의집중 문제, 위축, 비행, 공격성 등의 문제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이것이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완화 또는 심화되는지 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이로써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방지하고, 그것이 아동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정의

정영일, 이혜재, 이태진, 김홍수 (2013)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 발생은 “가구의 지불능력을 분모로 하고 지출한 의료비를 분자로 하여 역치를 넘는 경우”로 정의된다. 이때, 가구의 지불능력은 그 정의에 논란이 있다. 이것은 Wagstaff & van Doorslaer(2003)Xu, Evans, Kawabata, Zeramdini, Klavus & Murray(2003)의 경우로 각각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양자 모두 가구의 지불능력을 가구의 지불 전 소득에서 식료품비를 뺀 것으로 정의하였다. 하지만 전자가 실제 지출한 식료품비로 두고 있다면, 후자는 최소라고 기대되는 식료품비로 설정하고 있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한편 역치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Wagstaff & van Doorslaer(2003)는 역치를 10%, 20%, 30%, 40%로 각각 두어 각 경우에서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을 살피고 있는 데 반해, Xu, Evans, Kawabata, Zeramdini, Klavus & Murray (2003)는 역치를 40%로 두어 국가별로 그 발생률을 살펴보고 있다. 이렇게 역치의 정의에 차이가 나는 것은 각자가 보고자 하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2.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아동 건강과의 관계 경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 가구는 재정적 대응을 하게 된다(우경숙, 신영전, 2015). 이러한 재정적 대응은 소비지출 감소를 통해 아동에 대한 투자를 줄임으로써, 아동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에 경제적 어려움(economic hardship)으로 인해 아동의 부모는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이것이 아동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켜 아동의 건강을 부정적인 양상으로 이끈다.

재정적 대응은 부와 소비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것은 부와 관련하여 대출을 늘리거나 자산을 매각하고, 소비에 대해 그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Sauerborn, Adams & Hien, 1996; Russell, 2003; Flores, Krishnakumar, O’Donnell & Van Doorslaer, 2008; Alamgir, Naheed & Luby 2010; Nguyen, Khuat, Ma, Pham, Khuat & Ruger, 2012). 소비지출의 감소는 다시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것과 비의료서비스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의료서비스 소비의 감소는 질병을 무시하거나 치료를 중단하며, 그나마 저렴한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Sauerborn, Adams & Hien, 1996; Goudge, Gumede, Gilson, Russell, Tollman & Mills, 2007). 실제로 경제적 부담이 있는 빈곤한 아동의 경우에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치료가 지연되고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거나 상용치료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Guendelman, Angulo & Oman, 2005). 또한, 이른 시기에 적절한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질병은 중증으로 발전하기 쉽다(Aber, Bennett, Conley & Li, 1997). 비의료서비스 소비의 감소는 식품과 같은 영양공급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구의 아동은 그것이 높은 가구 아동보다 채소와 과일, 영양분의 섭취가 적다(Nelson, 2000; Casey, Szeto, Lensing, Bogle & Weber, 2001). 영양섭취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동의 신체적 건강, 정신건강,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Fanjiang & Kleinman, 2007; Lee, 2018).

한편, 경제적 어려움은 부모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며(Altice, Banegas, Tucker-Seeley & Yabroff, 2017), 정신건강이 악화된 부모는 아동과 함께하는 활동에 대해 자신을 투자하기 힘들어진다. 아동에 대한 투자는 책 읽기 또는 음악 연주 및 노래 부르기와 식사, 낮잠, 수면 등의 하루 일과 유지 등으로 측정되었다(Hsu & Wickrama, 2015). 특히, 경제적 결핍(economic deprivation)은 아동에 대한 투자를 저하시켜, 인지점수(cognitive score)와 외부화 문제(externalizing problem)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Kiernan & Huerta, 2008). 위 내용을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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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아동 건강에 대한 작용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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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소득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빈곤 상태에 빠지게 되며(송은철, 신영전, 2014; 김은경, 권순만, 2016), 이는 가구의 재정지출 여력을 감소시켜 건강을 더욱 부정적 상황에 놓이게 한다(Sauerborn, Adams & Hien, 1996; Mooney & Fohtung, 2008).

3. 선행연구 고찰

재난적 의료비가 삶의 질 또는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선행연구는 세 편이 있다. 먼저, Kang, Ju, Yoon, Lee, Kim & Park(2018)은 한국의료패널조사의 만 19세 이상 8,850명을 대상으로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삶의 질 간의 관계를 살폈다. 해당 연구는 2011년도의 역치 40%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2013년의 EQ-VAS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을 밝혀냈다. 연구의 한계로는 EQ-VAS가 주관적이라는 점과 2년 동안의 단기적 효과만을 살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다음으로 Yang & Hu(2021)은 CHARLS(China Health and Retirement Longitudinal Study)의 만 60세 이상 13,166명을 대상으로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우울 간의 관계를 CES-D 지표를 이용해서 살펴보았다. 해당 연구는 추가적으로 사회건강보험(SHI)이 양자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지도 분석하였으며, 2011, 2013, 2015년도 자료를 이용하여 고정/임의 효과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역치 10%, 20%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우울을 악화시켰으며, SHI는 그 결과를 완화하였다. 해당 연구는 역인과성이 존재한다는 점과 장기적 효과를 살피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Zhang & Gao(2021)는 CHARLS의 만 45세 이상 8,829명을 대상으로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신체적, 정신적 삶의 질 간의 관계를 살폈다. 해당 연구는 2011년과 2013년의 자료에 대해 이중차분법(DID)을 적용하여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역치 20%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에 진입하는 인구가 그렇지 않은 인구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 삶의 질이 악화되었으며, 재난적 의료비 발생에서 이탈하는 인구는 대조군에 비해 삶의 질이 나아졌다. 해당 연구는 DID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역인과성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음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Ⅲ. 연구 방법

1. 자료원 및 연구 대상

본 연구는 한국복지패널조사 4차(2009년), 7차(2012년), 10차(2015년), 13차(2018년), 16차(2021년) 자료를 이용하였다. 한국복지패널조사는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이용한 표본에서 중위소득 60%를 기준으로 일반가구와 저소득 가구 두 층을 구분하고, 이들을 3,500가구씩 선정하여 총 7,000가구를 표본으로 선정한 조사이다. 한국복지패널조사 1차, 4차, 7차, 10차, 13차, 16차는 아동부가조사를 2006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하였다. 해당 아동부가조사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인 초등학교 4~6학년(1차, 10차)이 중학교 1~3학년(4차, 13차), 고등학교 1~3학년(7차, 16차)이 되면서 변화하는 양상을 조사하였다. 10차(2015년)에는 초기에 표집한 아동이 성인이 됨에 따라, 추가 표집이 이루어져 마찬가지 방법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복지패널조사의 일반적 문항은 보통 보호자가 아동에 대해 대리보고를 하는 데 반해, 아동부가조사의 문항은 아동이 문제행동, 건강, 학업, 가정환경 등에 대해 자기보고를 한다. 이때, 주관적 건강에 대한 아동부가조사의 자기보고 결과는 대리보고 결과와 달랐으며(이용우, 2020). 아동 본인의 자기보고 결과가 좀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아동부가조사에 응한 만 18세 미만 아동의 문제행동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아동부가조사가 수행된 1차(2006년) 자료를 이용하지 않은 것은 조사에서 식료품비와 의료비를 묻는 문항이 다른 차수의 문항과 차이를 보이며, 후술할 문제행동증후군의 문항 중 일부가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사문항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1차 자료를 이용하지 않았다.

2. 변수 및 분석 방법

독립변수인 재난적 의료비의 지표에는 분자로 조사문항 중 보건의료비를 두었으며, 분모로는 가처분소득에서 가정식비와 외식비를 합친 식료품비를 제외한 값을 이용하였다. 한국복지패널조사에서 가처분소득은 임금소득, 사업소득, 농어업소득, 부업소득, 재산소득, 사적이전소득, 공적이전소득을 더한 다음 사적이전지출과 조세 및 사회 보장부담금을 뺀 값으로 구성된다(여유진, 2020). 그리고 재난적 의료비의 발생은 그 역치가 10%에 해당하는 경우로 두었다. 종속변수인 아동 문제행동은 아동의 문제행동증후군을 평가하는 K-CBCL(Korean Child Behavior Checklist)의 우울불안(14개 문항), 주의집중 문제(11개 문항), 위축(9개 문항), 비행(13개 문항), 공격성(20개 문항) 지표를 통해 측정하였다. 각 문항은 “전혀 아니다”(0점), “그런 편이다”(1점), “자주 그렇다”(2점)을 응답으로 하여 0~2점으로 채점되었다. 본 아동부가조사에서는 원래의 공격성의 문항 중 하나가 빠지어 그 지표의 만점이 38점이 되었다.

통제변수는 크게 아동의 연령 및 건강, 학업, 가정환경, 사회경제적 수준, 가구원의 만성질환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아동의 건강변수로는 주관적 건강과 자아존중감 변수를 투입하였다. 주관적 건강은 “매우 나쁨”에서 “매우 좋음”까지 연속변수로 설정하였다. 자아존중감은 Rosenberg(1979)의 Self-esteem scale을 이용하였으며, 해당 문항은 긍정적 자아존중감 8문항과 부정적 자아존중감 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업 변수로는 교사애착과 또래애착, 평균성적을 두었다. 교사애착과 또래애착은 각각 6개와 4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평균성적은 “아주 못함”에서 “아주 잘함”까지 연속변수로 두었다. 가정환경 변수로는 가정폭력 경험과 학대 경험이 있다. 가정폭력은 모욕적, 악의적 이야기, 신체적 폭력의 위협, 신체적 폭력의 행사 경험이 양 부모 중 어느 한쪽에서 한 번이라도 있는 경우에 경험이 있는 것으로 두었다. 학대는 한국복지패널조사가 제시한 8개 문항 중 하나라도 한 번 이상으로 결과가 나온 경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아동의 사회경제적 수준으로는 아버지/어머니 교육, 아버지/어머니 고용, 가구소득, 가구빈곤, 거주지역을 두었다. 아버지/어머니의 교육 및 고용은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투입하였으며(Chou, Liu, Grossman & Joyce, 2010; Mörk, Sjögren & Svaleryd, 2014), 아버지/어머니 교육은 고졸 이하와 전문대졸 이상의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가구소득과 가구빈곤, 거주지역은 사회경제적 자원이 아동기의 문제행동에 작용하는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가구소득은 로그를 취하였으며, 가구빈곤은 표본표집 시의 저소득 가구 여부를 통해 변별하였다. 마지막으로 아동/아버지/어머니 만성질환을 통제변수로 투입하였다. 이는 가구원에게 6개월 이내에 만성질환이 생겼는지를 살펴보는 변수이다. 한국복지패널조사에서 만성질환에는 암, 뇌혈관질환 심근경색 등의 중증질환이 포함된다, 본 연구는 위 문항을 이용하여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아닌 가구원의 중증질환의 발생이 가구원의 감정을 거쳐 아동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는 것을 의도하였다. 이러한 종속변수와 독립변수, 통제변수의 정의는 다음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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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변수의 조작적 정의
변수 조작적 정의
우울불안 연속변수(0~28점)
주의집중 문제 연속변수(0~22점)
위축 연속변수(0~18점)
비행 연속변수(0~26점)
공격성 연속변수(0~38점)
재난적 의료비(역치 10%) 미발생=0, 발생=1
연령 연속변수(만 8~17세)
주관적 건강 연속변수(매우 나쁨=0, 나쁨=1, 보통=2, 좋음=3, 매우 좋음=4)
자아존중감 연속변수(0~39점)
교사애착 연속변수(0~18점)
또래애착 연속변수(0~16점)
평균성적 연속변수(아주 못함=0, 보통 이하=1, 보통=2, 보통 이상=3, 아주 잘함=4)
가정폭력 경험 없음=0, 있음=1
학대 경험 없음=0, 있음=1
아버지/어머니 교육 고졸 이하=0 전문대졸 이상=1
아버지/어머니 고용 비고용=0, 고용=1
로그 가구소득 연속변수(연간 가처분소득)
가구빈곤 일반가구=0, 저소득 가구=1
거주지역 중소도시 이하(시, 군, 도농복합군)=0, 대도시(서울, 광역시)=1
아동/아버지/어머니 만성질환 6개월 이내 미발생(비해당, 6개월 이상 투병/투약)=0
6개월 이내 발생(3개월 미만, 3~6개월 투병/투약)=1

분석 방법으로 식 (1)을 사용하여 고정효과 패널분석을 실시한다. 여기서 Y는 종속변수인 문제행동, X1는 독립변수인 재난적 의료비 발생 여부, X2는 통제변수, i는 아동번호 t는 연도를 의미한다. α는 아동 고정효과, μ는 연도 고정효과에 해당하며, ε는 오차항을 의미한다.

식 (1)
Y = β 1 X 1 + β 1 X 2 + α i + γ Z i t + μ t + 𝜖

Ⅳ. 연구 결과

1. 기술통계

표본의 기술통계는 살펴보면 먼저 표본수가 최대 2,297명이며, 역치 10%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경험한 아동은 그중 302명으로 비율이 10% 이상이었다. 가정폭력 경험과 학대 경험이 있는 아동의 비율은 둘 다 전체 아동의 약 1/3에 해당함을 살필 수 있다. 교육 수준과 관련하여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약 40%가 전문대졸 이상이었으며, 고용 상태와 관련해서 아버지가 고용된 경우는 90%를 넘는 데 반해 어머니가 고용된 경우는 약 65%에 해당하였다. 가구원의 만성질환 여부는 6~9% 수준이었다. 저소득 가구로 표집된 경우는 전체의 약 19%였으며,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는 50%를 넘지 못했다. 아동 문제행동은 비행을 제외하고는 총점과 상관없이 평균 2~4점을 기록했으며, 비행만 그 평균이 1점을 넘지 못했다. 주관적 건강은 그 평균이 3점대로 “좋음”에 근접하였고 자아존중감은 총점 39점에 평균 약 26점을 기록했다. 교사애착과 또래애착은 모두 12점 후반대를 기록했으며, 평균성적은 평균이 2점대로 “보통”에 근접했다. 가구소득은 평균이 500만 원대였으며 그 최솟값과 최댓값의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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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기술통계
더미변수 관측수 비율(%) - -
재난적 의료비 발생(역치 10%) 2,297 302 13.15 - -
성별 남아 2,297 1,139 49.59 - -
가정폭력 경험 있음 1,895 573 30.24 - -
학대 경험 있음 2,266 751 33.14 - -
아버지 전문대졸 이상 2,000 870 43.50 - -
어머니 전문대졸 이상 2,050 806 39.32 - -
아버지 고용 2,000 1854 92.70 - -
어머니 고용 2,050 1,344 65.56 - -
아동 만성질환 있음 2,297 153 6.66 - -
아버지 만성질환 있음 2,000 170 8.50 - -
어머니 만성질환 있음 2,050 134 6.54 - -
저소득 가구 2,297 445 19.37 - -
대도시 거주 2,297 1024 44.58 - -
연속변수 관측수 평균 표준편차 최솟값 최댓값
우울불안 2,297 4.055 4.412 0 26
주의집중 문제 2,295 3.624 3.835 0 22
위축 2,296 2.594 2.930 0 17
비행 2,296 0.861 1.535 0 20
공격성 2,291 2.956 3.962 0 30
연령 2,297 13.450 2.316 8 17
주관적 건강 2,297 3.133 0.818 0 4
자아존중감 2,292 26.558 6.354 0 39
교사애착 2,275 12.851 2.778 0 18
또래애착 2,289 12.937 2.625 0 16
평균성적 2,274 2.259 0.991 0 4
가구소득(만 원) 2,297 5,589.611 6355.895 -732 244,030

2. 고정효과 모형 분석 결과

만 18세 미만 아동을 재난적 의료비의 역치를 10%로 두고 그 발생이 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정효과 모형을 통해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 <표 3>과 같다. 유의수준 5%에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비행에만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다(모형 (4)). 다음으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라는 가구의 경제상황이 통제된 것을 전제로 다른 통제변수 등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대체로 유의수준 1%에서 주관적 건강과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문제행동을 보일 확률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정폭력 경험은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반면, 학대 경험은 일관되게 유의수준 1%에서 영향을 미쳤다. 그 외에 대체로 유의수준 10%에서 부모의 고용 상태가 문제행동과 유의한 관계를 보였다. 여기서 전체표본의 표본 수가 800명대이고 관측 수는 1,800명대로 각 표본이 두 번 이상 정도 종단분석의 대상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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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고정효과 모형 분석 결과
변수(준거범주) 모형 (1) 모형 (2) 모형 (3) 모형 (4) 모형 (5)
우울불안 주의집중 문제 위축 비행 공격성
재난적 의료비 발생 (역치 10%) 0.211 (0.355) 0.403 (0.305) 0.242 (0.244) 0.255** (0.123) 0.220 (0.317)
연령(연속변수) -0.199** (0.0947) -0.0559 (0.0812) 0.0874 (0.0652) -0.0601* (0.0327) -0.322*** (0.0847)
주관적 건강(연속변수) -0.752*** (0.167) -0.379*** (0.143) -0.388*** (0.115) -0.150*** (0.0577) -0.276* (0.149)
자아존중감(연속변수) -0.225*** (0.0240) -0.166*** (0.0206) -0.125*** (0.0165) -0.0138* (0.00830) -0.0867*** (0.0215)
교사애착(연속변수) 0.0752 (0.0489) -0.00657 (0.0420) 0.0358 (0.0337) 0.00940 (0.0169) -0.110** (0.0438)
또래애착(연속변수) 0.101** (0.0496) 0.0369 (0.0425) -0.0252 (0.0341) -0.0234 (0.0171) 0.0304 (0.0444)
평균성적(연속변수) 0.406*** (0.148) -0.287** (0.127) 0.0878 (0.102) -0.0290 (0.0512) 0.118 (0.133)
가정폭력 경험(없음) 있음 -0.424 (0.261) 0.141 (0.224) 0.0371 (0.180) -0.0412 (0.0903) 0.215 (0.234)
학대 경험(없음) 있음 1.453*** (0.268) 1.219*** (0.230) 0.612*** (0.185) 0.450*** (0.0926) 1.380*** (0.240)
아버지 교육(고졸 이하) 전문대졸 이상 0.683 (2.252) -0.147 (1.931) -0.658 (1.549) -0.0434 (0.778) -0.879 (2.013)
어머니교육(고졸 이하) 전문대졸 이상 -0.660 (1.411) -0.354 (1.210) 0.521 (0.971) -0.286 (0.488) -0.431 (1.261)
아버지 고용(비고용) 고용 0.334 (0.596) 0.907* (0.511) 0.896** (0.410) 0.213 (0.206) 0.705 (0.533)
어머니 고용(비고용) 고용 -0.615* (0.318) -0.209 (0.272) -0.403* (0.219) -0.202* (0.110) -0.351 (0.284)
로그소득(연속변수) 0.542 (0.408) 0.313 (0.349) 0.0574 (0.280) 0.0700 (0.141) 0.0732 (0.364)
가구빈곤(일반가구) 저소득 가구 0.600 (0.591) 0.719 (0.507) 0.722* (0.407) 0.302 (0.204) 0.722 (0.529)
거주지역(중소도시 이하) 대도시 -0.747 (1.133) -0.639 (0.971) -0.231 (0.779) -0.651* (0.392) -1.347 (1.013)
아동 만성질환(없음) 6개월 이내 있음 0.465 (0.425) 0.482 (0.366) 0.575** (0.292) -0.173 (0.147) 0.229 (0.380)
아버지 만성질환(없음) 6개월 이내 있음 -0.508 (0.377) -0.147 (0.324) -0.0515 (0.259) 0.0404 (0.130) -0.0888 (0.337)
어머니 만성질환(없음) 6개월 이내 있음 -0.510 (0.421) -0.472 (0.362) -0.138 (0.290) 0.0182 (0.146) -0.0513 (0.378)
상수 7.212* (3.954) 6.874** (3.390) 4.449 (2.721) 2.269* (1.366) 10.77*** (3.536)
관측 수 1,812 1,810 1,811 1,811 1,806
표본 수 890 889 890 890 888

주: * p<0.10, ** p<0.05, *** p<0.01, 괄호는 표준오차

한편,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아동에 대한 투자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각각 고등교육 이상인 경우와 미만인 경우로 나누어 하위집단 분석을 실시해 다음 <표 4>와 같은 결과를 보았다. 여기서 아버지의 교육 수준이 높은 경우의 관측 수는 800명대인데 반해, 낮은 경우의 관측 수는 900명을 넘었다.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높은 경우의 관측 수는 700명대였고, 낮은 경우의 관측 수는 1,000명에 달했다. 대체로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에 관측 수가 더 많았으나, 관측 수에서 배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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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부모 교육 수준에 따른 분석 결과
부 고등교육 이상 모형 (6) 모형 (7) 모형 (8) 모형 (9) 모형 (10)
변수 우울불안 주의집중 문제 위축 비행 공격성
재난적 의료비 발생 (역치 10%) -0.394 (0.543) 0.0631 (0.457) 0.212 (0.373) 0.185 (0.183) 0.461 (0.443)
관측 수 819 818 819 818 817
부 고등교육 미만 모형 (11) 모형 (12) 모형 (13) 모형 (14) 모형 (15)
변수 우울불안 주의집중 문제 위축 비행 공격성
재난적 의료비 발생 (역치 10%) 0.735 (0.477) 0.818* (0.417) 0.379 (0.331) 0.306* (0.170) 0.134 (0.457)
관측 수 993 992 992 993 989
모 고등교육 이상 모형 (16) 모형 (17) 모형 (18) 모형 (19) 모형 (20)
변수 우울불안 주의집중 문제 위축 비행 공격성
재난적 의료비 발생 (역치 10%) -0.536 (0.533) 0.185 (0.444) 0.420 (0.371) 0.0607 (0.161) 0.150 (0.435)
관측 수 733 732 733 732 732
모 고등교육 미만 모형 (21) 모형 (22) 모형 (23) 모형 (24) 모형 (25)
변수 우울불안 주의집중 문제 위축 비행 공격성
재난적 의료비 발생 (역치 10%) 0.927* (0.488) 0.613 (0.429) 0.168 (0.334) 0.439** (0.180) 0.278 (0.459)
관측 수 1,079 1,078 1,078 1,079 1,074

주: * p<0.10, ** p<0.05, 괄호는 표준오차

우선,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고등교육 이상인 경우에는 모두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유의수준 10%에서 주의집중 문제(모형 (12))와 비행(모형 (14))에 영향을 미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유의수준 10%에서 우울불안과 관계를 보였고(모형 (21)), 유의수준 5%에서는 비행과 관계를 나타냈다(모형 (24)). 양친에서 모두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에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아동의 비행과 유의한 관계를 보였고, 이것이 전체표본에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비행과 유의한 양상을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

V. 고찰

본 연구는 가구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가구 구성원인 만 18세 미만 아동의 문제행동 중 비행에 유의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침을 밝혀냈다. 또한, 부모의 교육 수준을 나누어 분석하였을 때, 그 수준이 낮은 경우에만 우울불안, 주의집중 문제, 비행의 문제가 유의하게 나타남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역치를 10%로 설정했을 때 아동에게서 비행 등의 문제행동이 발생했다. 이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소비지출 감소 등을 통해 아동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켜 아동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재정적 부담이 성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Wilkinson, 2016; Altice, Banegas, Tucker-Seeley & Yabroff, 2017; Hiilamo & Grundy, 2020), 아동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McKenna, Law & Pearce, 2017)을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관점에서 재현했다는 데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다른 결과는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가 아동에 대해 보상적(compensatory) 투자를 하여,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영향을 완화한 것과 관련지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양상은 부모로부터의 정신건강 측면에 대한 유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Case, Lubotsky & Paxson, 2002). 하지만 정책적 개입을 고려 시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에게서 아동에 대한 투자가 높아(Almond, Edlund & Palme, 2009; Yamauchi, 2010; Prickett & Augustine, 2016) 아동의 건강 및 건강행동, 인지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을 상정하는 것이 더 함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Almond, Edlund & Palme(2009)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낙진이 아동의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그 영향이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 유의함을 보였다. 해당 연구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선천적인 부모의 인지기능 유전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였지만,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은 경우에 아동에 대한 보상적 투자가 이루어짐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하였을 때,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한 가구 중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가구의 아동에 대해 사회적 투자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이 아동의 문제행동, 성적,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 대한 모형은 크게 투자 모형(Invest Model, IM)과 가족 스트레스 모형(Family Stress Model, FSM)으로 구분된다(Conger, 2005). 본 연구에서는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기존 연구가 주로 가정의 재화 소비지출의 감소와 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투자 모형을 염두에 두고,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아동 문제행동과의 관계경로를 설정하였다. 그런데 회귀분석 시에 통제변수로 투입한 학대 경험이 아동 문제행동과 매우 유의한 결과를 보임에 따라, 가족 내 갈등에 따른 양육 방식과 관련되어 있는 가족 스트레스 모형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아동 문제행동의 관계에 대해 두 모형을 적용하여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실증하여, 어떤 지점에 효과적으로 정책적 개입을 할 것인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재난적 의료비 발생은 아동기 건강을 악화시켜 이들의 성인기 사회경제적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아동기에 악화된 건강은 학습을 통한 점진적인 인적자본의 축적을 방해하거나(Cunha & Heckman, 2008), 성인기 건강의 악화로 이어져(Haas, 2008; Currie, Stabile, Manivong & Roos, 2010) 성인기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동기 건강이 성인기 건강으로 이어지는 경로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Hass, 2008). 아동기에 약화된 기능이 성인기까지 이어지거나, 아동기 건강 상태가 성인기의 만성질환의 유발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Hong, 2013). 또한, 아동기 건강 상태는 앞서 언급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저하를 통해 다시 성인기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Case, Fertig, & Paxson, 2005). 이러한 현상은 한 세대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다음 세대에서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하락과 건강 상태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동의 문제행동과 장기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로 기존의 개인단위의 의료비 상한제를 가구단위의 포괄적 상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둘 수 있다(송은철, 신영전, 2015). 그리고 아동 자녀에게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연령제한적 보장성 강화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이후로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이 10~20%에서 5%로 경감된 바 있는데(홍승령, 2017. 8. 23.) 이를 유지 및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 수준 등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구원이 있는 가구에 대해서 본인부담액상한제 상한액이 낮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인 경우에 지역가입자일 수 있으므로(박영삼, 2016. 11. 1.), 이들에게 대등한 경제적 여건의 직장가입자와 동등한 상한액이 설정될 수 있도록 주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비급여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한 4대 중증질환 보장정책은 개인의 의료비 지출은 감소시켰으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은 줄이지 못했다(이현옥, 2018). 이후의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감소하였으나, 그것이 코로나19에 따른 진료감소로 인한 것인지 문 케어로 인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현재 저소득층의 재난적 의료비 경험가구 비율이 다른 계층에 비해 크다는 데서 이들의 비급여 지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정성훈, 강수현, 박은철, 2022).

결과적으로 가구단위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은 아동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켜 아동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은 경우, 보상적 투자를 통해 완화된다. 이 점을 고려 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한 가구 중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가구의 아동에 대한 사회적 투자 정책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 상정한 관계경로 모형은 재난적 의료비 발생에 따른 가구의 재정적 대응을 고려한 투자 모형(IM)으로, 학대 경험 변수의 유의성을 보았을 때에 가족 스트레스 모형(FSM)도 적용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적합한 관계 모형의 설정을 통해 정책적 개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난적 의료비 발생에 따른 아동의 문제행동은 아동의 성인기 건강과 사회경제적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회경제적 수준의 세대 간 전이(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 이에 따라,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아동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억제하기 위해서 가구단위 포괄적 상한제와 연령제한적 보장성 강화 등을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만 18세 미만 아동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 연구이다. 이 연구는 한국복지패널조사 4차(2009년), 7차, 10차, 13차, 16차 자료에 고정효과 모형을 적용함으로써, 시불변 비관측변수를 소거하여 기존의 연구보다 분석에 엄밀함을 더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아동 문제행동 간의 관계에서 역인과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한국복지패널조사에서 의료비에 기입할 예시로 문제행동 교정을 위한 고가의 인지행동치료비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해당 항목에 그 비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작다. 그러나 여전히 아동의 문제행동이 인지행동치료비용의 증가를 가져와서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일으킬 여지는 남아있다. 또한, 본 연구는 당해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아동 문제행동에 대한 단기적 효과만을 살펴서, 그 장기적 영향을 살피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이 노인을 비롯한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지난 연구(Kang, Ju, Yoon, Lee, Kim & Park, 2018; Yang & Hu, 2021; Zhang & Gao, 2021)를 넘어서서, 아동에 대한 영향을 살피고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정책을 통해 억제할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향후에는 구조방정식 등을 통해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아동의 문제행동의 관계 경로를 실증하고, 장기축적된 패널 자료를 이용하여 아동기 재난적 의료비 발생의 성인기 성과에 대한 장기적 영향을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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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knowledgement

IRB No. E2210/0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