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는 공공의료와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Essential Health Care Should be Strengthened along with Public Health Care

필수의료와 공공의료의 강화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주요한 과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해당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지 못하고 전원되면서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끝내 숨지는 일이 일어났고, 소아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거나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 또는 축소하는 대형병원이 늘어나는 등 중증·필수의료 공급의 부족 및 불균형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중증·필수의료 확충 및 불균형 해소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증가에 부응하고자 정부는 일련의 대책을 발표하고 중증·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22; 보건복지부, 2023a; 보건복지부, 2023b; 보건복지부, 2024).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은 해결이 시급한 사항인 ‘지역완결적 중증·필수의료 제공 기능 강화’를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의료기관을 아우르는 전달체계 및 협력체계 구축, 의료인력 확충, 필수의료 영역 수가인상 및 공공정책수가를 통한 민간의료기관의 필수의료 제공 기능 강화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 정부의 일련의 필수의료 관련 대책은 ‘긴급하게 제공되지 못하면 국민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의료서비스 분야,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제대로 제공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 분야, 미래 전문인력인 전공의 충원율이 평균에 미달하는 과목’ 등을 기준으로 하여 필수의료의 주요 정책범위를 중증·응급, 분만, 소아진료 분야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이전의 필수·공공의료 정책에서 제시한 필수의료의 범위의 일부에 해당한다(손정인, 2022). 따라서, 현시점에서 매우 시급한 사항인 ‘중증 위주의 필수의료 제공 기능 강화’로 필수의료의 정책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1)

필수의료의 범위를 확장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와 보건의료정책에서 필수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과 범위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관련한 사회적 공감대 역시 미흡한 상황이다(김미진, 2023). 이에, 필수의료에 대한 개념 정립과 더불어 일반국민, 공급자, 정부 간에 필수의료에 대한 개념 및 인식 차이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 필요하다. 특히, 필수의료 정책의 주요한 수혜자인 일반국민의 인식, 욕구 파악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지속적인 의견수렴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코로나19를 통해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다시 한번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와 관련된 일련의 대책에는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부분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5.2%, 전체 병상에서 공공의료기관 보유 병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필수․공공의료 관련 정책은 보건의료정책의 주요 기조인 효율성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제고와 발맞추어 공공병원 확충 등의 ‘양적인프라 확대’보다는 ‘필수의료 제공 기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필수의료의 개념과 범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와 보건의료정책에서 공공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과 범위 규정 역시 모호한 측면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2012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의 제공 주체를 기존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민간을 포함한 (전체)보건의료기관으로 확장하고 “지역 ㆍ계층ㆍ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ㆍ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현재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제시된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은 “필수의료”로 대체되어 사용되고, “공공의료”라는 개념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의미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개념 정립과 함께 공공의료가 다루어야 할 범위에 대해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증 위주의 필수의료 제공 기능 강화’를 중심으로 마련되었으며, 이것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보다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필수의료 확충과 강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고, 이는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정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2024. 3. 31.
보건사회연구 편집위원회 부위원장 배재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Notes

1)

2022년 12월 발표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에서 필수의료 영역 중 “우선순위가 높은 중증‧응급, 분만, 소아진료 분야에 집중”하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 필수의료 분야(중증·희귀 난치질환, 중증응급 정신질환, 전문의료인력 희소분야 등)”에 대해서는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음.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임.

References

1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법률 제18897호.

2 

김미진. (2023). 필수의료 개념규정에서의 모호함이 초래한 위기. 한국의료윤리학회지, 26(4), 257-263.

3 

보건복지부. (2022).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4 

보건복지부. (2023a). 필수의료 지원대책.

5 

보건복지부. (2023b).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

6 

보건복지부. (2024).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7 

손정인. (2022). 공공보건의료 연계•협력 추진 현황과 과제. 보건복지포럼, 311, 5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