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 상태의 재구성: 이차적 건강 상태 경험에 관한 질병 내러티브 분석

Reconstructing the Secondary Health Condition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알기 쉬운 요약

이 연구는 왜 했을까?
지금까지의 이차적 건강 상태에 관한 연구는 주로 원인이 되는 질병이나 손상을 원인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장애인의 내러티브를 통해 그 원인을 찾고자 했다. 또한 이차적 건강 상태를 개인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그 해석이 질병의 적응과 정체성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이차적 건강 상태를 가진 참여자들은 자신의 질병의 원인을 장애 차별이라고 해석하였다. 장애와 이차적 건강 상태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의료 체계 내에서 진단도 늦어졌다. 이차적 건강 상태가 나타난 후 참여자들은 공적인 지원과 장애인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상을 회복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장애와 건강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라는 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적 변화도 함께 추구해 나갔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장애인건강주치의 제도 등을 통해 의료 현장에서 장애인 환자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또한 장애인이 정확한 건강 정보를 가지고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정보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Abstract

The primary focus of this study is ‘secondary health conditions’ among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characterized by their occurrence several years after the onset of the primary disability. While the conceptualization of these secondary health conditions acknowledges the significance of disability and the passage of time, the discourse predominantly addresses the association with impairment, omitting considerations of environmental constraints and subsequent personal and social changes post-illness. Consequently, the research aims to reconstruct the experiences of secondary health conditions within the illness narrative framework proposed by Bury (2001), drawing insights from the narratives of nine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First, the main cause of the secondary health conditions reconstructed by the participants was the stress of disability discrimination, and the timing of discovery and diagnosis was delayed due to the combination of each life history reason and the medical staff's incomprehension of disability. After the onset of secondary health conditions, the participants reconstructed and recovered their daily lives with public support and support from the disability network. In this process, participants developed an awareness that individuals’ health problems are a social concern and attempted to turn the changes they had experienced into social changes. The study concludes by suggesting that medical staff should actively listen to the narratives of patients with disabilities and implement targeted health education and health literacy initiatives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keyword
Disability HealthSecondary Health ConditionDisability ParadoxIllness Narrative

초록

장애를 원인으로 하여, 장애 발생 후 수년 후 나타나는 건강 상태인 ‘이차적 건강 상태’는 장애인이 가장 빈번하게 경험하는 건강 상태이다. 이차적 건강 상태에 대한 개념화는 장애와의 연관성, 시간성을 주요한 요소로 언급하고 있으나, 주로 손상과의 연관성만이 다루어졌고, 환경적 제약과의 연관성, 질병 이후의 개인적•사회적 변화를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차적 건강 상태를 가진 9인의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하여 Bury(2001)의 질병 내러티브 틀로 이차적 건강 상태 경험을 재구성하였다. 먼저, 참여자들이 재구성한 이차적 건강 상태의 주된 원인은 장애 차별의 스트레스였고, 각자의 생애사적 이유와 의료진의 장애 몰이해가 결합하여 발견과 진단 시기가 지연되었다. 이차적 건강 상태 발병 후 참여자들은 공적 지원, 장애 네트워크로부터 오는 지지로 일상을 재구성하고 회복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의식을 키웠고, 자신의 변화를 사회적 변화로 확장해 나갔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여, 의료 현장이 장애인 환자의 내러티브에 귀를 기울일 것, 장애인 대상으로 하는 건강교육과 건강정보건강 정보 문해력 교육을 진행할 것 등을 제언하였다.

주요 용어
장애인 건강이차적 건강 상태장애의 역설질병 내러티브

Ⅰ. 서론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구 중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4.9%로 전체 인구의 32.4%와 비교할 때 낮게 나타난다(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p.219). 또한 장애인구 중 70.6%가 3개월 이상 계속되는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p.231). 장애인의 건강 문제는 장애인이 경험하는 중대한 어려움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장애인의 사회참여, 교육, 고용 등에 대한 논의보다 상당히 늦게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장애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각종 규제와 제도들이 이미 2000년대에 등장해 사회에 자리매김하고 있음에도, 장애인의 건강권을 다루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건강권법)은 2017년에 와서야 시행되었다. 장애인이 경험하는 다른 사회적 문제들에 비해 장애인의 건강에 관한 관심이 비교적 늦은 시기에 시작하였음을 시사한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장애인이 ‘이미 아픈 사람’이라는 의료사회학의 오랜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Parsons, 1951). 장애인을 의료 전문가를 통하여 질병이나 손상을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로 간주하였고, 의료 전문가들은 손상의 제거와 완화를 목표로 재활이나 치료를 진행했다. 장애 치료나 재활을 종료하고 나면 장애인의 건강과 기능은 고정된 상태에 영구적으로 머무는 것으로 간주하였다(신유리, 김경미, 유동철, 김동기, 2016; Pope & Tarlov, 1991).

그러나 WHO(2001)가 장애와 건강을 구성하는 개념적 틀로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를 채택하고 건강 상태를 장애를 구성하는 요인으로 파악하며 장애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ICF 모델에서 장애와 건강은 특정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는 건강 조건을 지닌 개인에 의해 하나 그 이상의 생활영역 속에서 신체, 개인, 혹은 사회 수준에서 기능하는 어려움”(WHO, 2001, p.9)으로 정의되며, 손상이 장애의 원인이 아니라 각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장애와 건강 상태를 구성한다고 본다. 따라서 장애인의 삶을 탐구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개입을 구성할 때 장애인의 건강 상태를 탐구하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장애인의 건강 상태는 장애를 원인으로 하여 장애와 시간 차이를 두고 발생하는 ‘이차적 건강 상태(secondary health condition)’이다. 예컨대 척수손상 장애인은 휠체어에 오래 앉아 생활하므로 요로감염이나 욕창 등을 앓기 쉬우며(Adriaansen et al., 2016), 운동, 식단관리 등 건강행동 수행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은 비만을 경험하기 쉽다(Haveman et al., 2011). 척수손상 장애인의 요로감염이나 욕창, 발달장애인의 비만은, 장애를 원인으로 장애 발생 후 수년 후 발병한 경우 ‘이차적 건강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이차적 건강 상태는 장애로부터 시작하지만, 장애를 둘러싼 다양한 개인적‧환경적 요인의 영향으로 촉발되므로 장애인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의료적‧사회적 개입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차적 건강 상태의 개념화가 장애와의 ‘연관성’, ‘시간성’을 주요한 요소로 언급하고 있어 장애 경험을 통해 그 구체적인 발병 과정을 파악하는 일이 필요함에도,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를 다룬 연구들은 어떠한 위험요인이 이차적 건강 상태의 개수나 심도에 영향을 주는지 계량적으로 파악하는 시도들만이 진행됐다(Chien, Wu & Chang, 2017; Rimmer, Yamaki, Lowry, Wang & Vogel, 2010; Terrill, Ehde, Jensen & Molton, 2013; Wagner et al., 2015). 또한 이차적 건강 상태 경험을 다룬 실증 연구들 역시 참여자들이 해석하는 장애와의 연관성 및 시간성을 제한적으로만 다루고 있으며(전지혜, 남지현, 2020; Guilcher, Casciaro, Lemieux-Charles, Craven, Mccoll & Jaglal, 2012), 개인의 해석이 질병 대응과 삶의 재구조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 경험 속에서의 연관성과 시간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Bury(2001)의 질병 내러티브(illness narrative) 틀을 활용해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차적 건강 상태와 같은 만성질환은 개인에게 ‘생애사적 혼란’을 가져오는 사건이며, 관계와 정체성, 역할의 변화 등이 수반된다. 질병 전후의 경험을 탐구하고자 할 때 질병 내러티브 방법론을 유용한 방법론일 뿐만 아니라, 질병을 경험하는 개인이 생애사를 재구성하고 조정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Bury, 2001). 이차적 건강 상태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주체인 장애인의 내러티브를 통해 이차적 건강 상태 경험을 재구성하여, 건강 행위주체인 장애인을 통하여 건강한 삶을 구성하게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또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 제도와 정책은 어떠한 모습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Ⅱ. 문헌 검토

1.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 – 일차적 상태, 연관 상태, 동반질환과의 비교

의료 전문가들이 장애 문제에 개입하는 방법은 주로 재활과 치료를 통해서였고, 재활의 최종적인 목표는 장애인의 기능 회복이었다. 기능의 회복이 어느 단계에 도달하고 치료가 종료되면 장애인의 건강 상태와 기능은 이 상태에서 영구적으로 고정된 것으로 간주하였다(Pope & Tarlov, 1991). 장애인의 건강이 재활 이후 고정된 실체(static entities)로 여겨진다는 점을 비판하며 Marge(1988)는 기존 장애(일차적 상태)로 인하여 가지게 되는 건강 문제를 ‘이차적 장애(secondary disability)’라는 개념을 통하여 최초로 설명하였다. 장애는 장기적이고 역동적인 조건이고, 생애주기 내에서 그 심도가 변화할 수 있으며, 일차적 상태인 장애 발생 이후로도 건강 상태가 계속해 변화하여 이차적으로 다른 건강 상태 혹은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차적 건강 문제가 반드시 장애로 이어지지 않으며 병리상태나, 손상, 기능적 제약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Turk, 2006) 이차적 건강 ‘상태’(secondary health condition)라는 용어가 좀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이차적 건강 상태 외에도 장애인이 삶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건강 상태가 있다. 먼저 장애인이 경험하는 여러 종류의 건강 상태와의 비교를 통하여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장애인의 일차적 장애를 유발하는 ‘일차적 건강 상태(primary health condition)’가 있다. 예컨대 관절염, 뇌성마비, 녹내장, 다운 증후군, 조울증 및 우울증 등은 각각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의 일차적 건강 상태이다. 일차적 건강 상태는 운동기능의 손상, 감각의 손상, 정신의 손상, 그리고 의사소통의 손상 등 광범위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WHO, 2011, p.58).

다음으로는 ‘연관 상태(associated condition)’라고 부르는 건강 상태이다. 일차적 상태와 병리학적으로 연결된 상태로, 일차적 상태 그 자체에서 유발되며, 일차적 상태와 시간상 동반되어 나타나는 건강 상태를 의미한다. 예컨대 뇌성마비로 인한 장애인의 경련‧발작‧정신지체, 척수장애인의 요실금 등은 뇌성마비, 척수장애 등의 일차적 상태와 동시에 발현되며, 현재 존재하는 일차적 상태의 병리학 하에서 예측될 수 있는 건강 상태이므로 이는 연관 상태라고 본다(Rimmer, Chen & Hsieh, 2011; Turk, 2006).

마지막으로 ‘동반질환(comorbidity 혹은 comorbid condition)’이라고 불리는 상태이다. 암이나 당뇨처럼 장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의학적 상태를 의미하며, 이차적 건강 상태와 구별하기 가장 어려운 개념이다. 실제로 이차적 건강 상태를 다룬 실증 연구들에서 동반질환과 이차적 건강 상태를 구별하지 못하는 점을 연구의 한계로 제시하곤 한다(Molton et al., 2014; Rimmer, Yamaki, Lowry, Wang & Vogel, 2010). 의학기술의 수준이 높아지며 이전 시기에 동반질환이라고 판단되었던 상태들이 이차적 건강 상태로 판단되기도 한다. 예컨대 척수장애인의 인슐린 저항성 당뇨는 이전 시기에 척수장애와 무관한 동반질환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척수장애와의 연관성이 알려져 척수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로 개입이 진행되고 있다(Turk, 2006).

이차적 건강 상태는 일차적 상태에서 기인한 건강 상태로, 연관 상태나 동반질환과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이나 여전히 그 정의에 대해 학자들의 온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학자들마다 대동소이하게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Rimmer, Chen & Hsieh, 2011). 1988년 Marge의 개념화 이후 이차적 건강 상태를 개념화한 연구들에서의 정의를 표1로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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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선행연구에서 이차적 건강 상태의 정의
연구 정의
Marge(1988) 일차적 상태뿐 아니라 일차적 장애보다 더 상위 수준에 있는 추가적인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은 개인의 건강 상태(health status)
Pope & Tarlov(1991) 장애 상태와 인과적으로 관련된 상태로, 이상상태이거나 손상이거나 기능적 제약일 수 있음. 일차적 장애 조건은 특정 이차적 건강 상태의 가장 위험 조건임
Coyle et al.(2000) 일차적 장애 이후 경험하는 상태나 문제. 일차적 장애와 연결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음
Healthy People 2010(2000) 주로 일차적 장애 상태를 가진 사람이 경험하는 의료적, 사회적, 감정적, 가족 및 지역사회 문제들
Turk(2006) 일차적 상태와 인과적 연관성을 가지는 상태로, 예방 가능하고, 형태나 발현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교정될 수 있고, 일차적 상태의 심도를 증가시킬 수 있음
Marge(2008) 일차적 장애에 의해 일어난 건강 상태 등 위험이나 민감성이 증가된 결과이며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일 수 있음. 일차적 장애의 획득부터 이차적 건강 상태의 발생까지 시간이 경과된다는 점에서 다른 건강 상태와 구별됨. 일차적 장애를 악화시켜 기능 제약 수준을 증가시킬 수 있음. 확인된 많은 이차적 건강 상태는 예방 가능한 것으로 간주됨
WHO(2011) 일차적 상태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추가적인 건강 상태. 일차적 건강 상태의 획득 시점과 일차적 상태가 발생한 시점 사이에 시간적 경과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건강 상태와 구별됨
Rimmer, Chen & Hsieh(2011) 이차적 건강 상태의 시작은 일차적 상태와 관련이 있으며, 일차적 상태 이후에 발생함. 일차적 상태와 동반되는 상태나(척수장애인의 요실금), 진행성 장애(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시각장애인의 시력의 저하)와 구별됨.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태로 약물이나 개입에 의한 것이 아님. 건강의 위험 조건이 아니라 건강 상태임
Molton et al.(2014) 장애인에게 빈번하게 나타나고, 일차적 상태의 발생 이후에 나타나는, 장애 진단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 의학적 건강 상태
Battalio, Jensen &
Molton(2019)
장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으면서, 일차적 상태 이후에 발생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의료적 건강 문제

연구자들의 정의에서 공통으로 언급되는 이차적 건강 상태의 특징은 ‘일차적 상태와의 연관성’, ‘일차적 상태와의 시간성’, ‘예방 가능성’이다. 각각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차적 상태, 즉 장애와의 연관성이다(Battalio, Jensen & Molton, 2019; Marge, 1988, 2008; Molton et al., 2014; Pope & Tarlov, 1991; Rimmer, Chen & Hsieh, 2011; Turk, 2006; WHO, 2011).

그러나 일차적 상태와의 연관성만으로 이차적 건강 상태를 정의하는 것은 충분치 않은데, ‘연관 상태’ 역시 일차적 상태와 연관된 건강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번째로, 일차적 상태 이후에 시간성을 가지고 발생한다는 특성이 함께 언급되어야 한다(Battalio, Jensen & Molton, 2019; Coyle et al., 2000; Marge, 2008; Molton et al., 2014; Rimmer, Chen & Hsieh, 2011; WHO, 2011). 시간성을 가정할 때 일차적 상태와 동반되어 출현하는 연관 상태를 이차적 건강 상태와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차적 건강 상태는 일차적 상태를 가지고 된 후 ‘시간이 경과하며’ 일차적 상태로 인하여 건강 위험이나 민감성이 증가하여(Marge, 2008) 나타나는 건강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차적 건강 상태는 장애인의 건강 문제 중 유일하게 장애인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의료적‧사회적 개입을 통하여 예방 가능한 상태이다(Marge, 1988, 2008; Turk, 2006). 장애인의 건강 상태 중 ‘일차적 상태’와 ‘연관 상태’는 장애 발생 시점에서 이미 발현된 건강 상태이므로 완화가 가능하지만 예방이 어렵다. 아직까지 장애와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은 암과 같은 ‘동반질환’의 경우 장애 인구에서 그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김지영, 강민욱, 서욱영, 이지원, 2020) 장애인의 질병 예방을 위한 특수한 공중보건의 개입을 구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차적 건강 상태는 장애인 집단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며 장애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어 있으므로 장애인의 의료적 필요를 반영하여 구체적으로 예방적 개입을 구성할 수 있다(Battalio, Jensen & Molton, 2019; Molton et al., 2013; Rimmer, Chen & Hsieh, 2011).

2.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과정

Pope & Tarlov(1991)는 장애인이 건강 상태를 획득하는 기제를 위험 요인과 촉발 사건으로 설명한다. 위험 요인에는 장애 그 자체, 부적절한 건강행동, 유전적 요인 등이 포함되며, 위험 요인이 부적절한 재활, 감염, 사회적 고립 등의 환경적 요인과 만날 때 이차적 건강 상태의 장애화(disabling processing for a secondary condition)가 일어난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이차적 건강 상태의 장애화 과정에 근거하여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과정을 위험 요인과 촉발 사건으로서의 환경적 제약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가. 위험 요인

이차적 건강 상태 위험 요인에 대한 연구로는 국내 장애 유형 기준으로 ‘지체장애’로 분류되는 척수장애인 대상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되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이차적 건강 상태는 경련, 만성피로, 근골격계 혹은 신경계의 만성통증이다(Callaway, Barclay, McDonald, Farnworth & Casay, 2015; Coyle, Santiago, Shank, Ma & Boyd, 2000). 또한 부종, 요로감염(Adriaansen et al., 2016), 방광문제, 욕창(Guilcher, Casciaro, Lemieux-Charles, Craven, Mccoll & Jaglal, 2012; Piatt, Nagata, Zahl, Li & Rosenbluth, 2016), 감각상실로 인한 부상(전지혜, 남지현, 2020; Callaway, Barclay, McDonald, Farnworth, Casay, 2015) 등의 다양한 이차적 건강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지체장애인 중 소아마비 후 증후군 장애인은 근육약화, 관절염 등의 이차적 건강 상태를 경험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Chien, Wu & Chang, 2017). 이는 척수장애인이나 소아마비 후 증후군 장애인이 손상된 특정 기관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특정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여 생기는 문제들이다. Campbell, Sheets & Strong(1999)은 장애로 인하여 특정 신체 부위나 장기를 과도하게 사용(overuse)하게 혹은 덜 사용(underuse)하거나 잘못 사용(misuse)하는 것이 이차적 건강 상태의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손상으로 인한 이동성의 제약과 보조기구의 이용 등도 이차적 건강 상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Rasch, Magder, Hochberg, Mazaziner & Altman(2008)은 이동의 제약이 있는 장애인은 4.7개의 이차적 상태를 보유하며, 이는 이동 제약이 없는 장애인의 3.9개보다 높은 수준이며, 특히 이동성 장애가 있는 장애인은 내분비 및 대사계, 신경계, 순환계, 호흡기, 소화계, 비뇨생식계, 근골격계의 사고, 정신질환 등의 발생확률이 이동의 제약이 없는 장애인보다 모두 높다고 보고하였다. Chan, Shumway-Cook, Yorkston, Ciol, Dudgeon & Hoffman(2005)은 이동성 장애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이차적 상태 보유 집단에 속하기 쉽다고 보고하였다. Stuifbergen(2005)는 기능의 제약을 보완하기 위한 보조기구의 수가 많을수록 이차적 건강 상태의 수가 많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

나. 촉발 사건으로서 환경적 제약

이차적 건강 상태에 취약하더라도 예방하거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이차적 건강 상태를 피하거나 그 시기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다양한 이유로 병원 진료가 어려우며, 이는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 위험 요인을 추가적 손상이나 질병으로 이끄는 촉발 사건이 된다. 최근 1년간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2.4%의 장애인이 가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관리와 치료를 적시에 적절히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이나 악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장애인이 건강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가장 결정적인 어려움은 빈곤과 의료서비스 접근성의 문제이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병원 혹은 의원에 가지 못한 이유를 살펴본 결과 ‘의료기관까지의 이동이 불편함’이 29.8%로 가장 큰 어려움이었고, 다음으로 ‘경제적인 이유’가 20.8%를 차지하였다(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이차적 건강 상태를 촉발한 환경적 제약을 다룬 경험 연구들도 존재한다. 전지혜, 남지현(2020)은 일차장애 관리와 생활 사고, 노동시장의 몰이해, 재활 위주의 의료시스템에서 이차장애 관리와 예방책이 부족한 점 등을 지적하였다. Guilcher, Caschiaro, Lemieux-Charles, Craven, McColl & Jaglal(2012) 역시 이차적 건강 상태를 이끄는 제약을 미시, 중시, 거시 수준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특히 중시와 거시 수준에서 간병 부담, 의료기관 접근성 및 가용 자원의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상술한 환경적 제약에 관한 연구들은 단독으로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를 촉발한다기보다는 장애로 인한 다른 차별들과 결합하여 이차적 건강 상태로 이어지므로, 해당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3. 선행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장애인은 장애 자체로부터 이차적 건강 상태에 취약해지며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결합해 이차적 건강 상태로 이어진다. 선행연구 고찰을 통하여 장애인이 이차적 건강 상태를 획득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으나 다음과 같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이차적 건강 상태의 획득 기제를 탐구하는 연구들이 구체적으로 장애에서 기인하는 어떠한 측면을 통해 장애인이 이차적 건강 상태에 취약해지며, 어떠한 장벽 속에서 이차적 건강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지 파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차적 건강 상태의 정의에서 징애와의 연관성과 시간성을 주요하게 언급하고 있음에도, 대다수의 연구들은 장애인이 많이 가지는 이차적 건강 상태의 리스트를 구성해 해당 리스트의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이차적 건강 상태를 가진 것으로 간주하여 이차적 건강 상태를 조작화하고 있다(Chien, Wu & Chan, 2017; Rimmer, Yamaki, Lowry, Wang & Vogel, 2010; Stuifbergen, 2005; Terrill, Ehde, Jensen & Molton, 2013; Wagner et al., 2015).

또한 대다수의 연구들은 이차적 건강 상태의 위험 요인으로 질병 혹은 손상 요인만을 다루고 있다, 소수의 연구가 촉발 요인으로 환경적 제약에 대해 다루고 있으나 건강행동, 빈곤, 경제적 이유 등 제한적인 요인만이 다루어지고 있다. 장애를 설명하는 개념적 틀인 ICF 모델은 장애를 손상으로만 환원하지 않으며 손상, 기능 제약, 활동 제한과 상호작용하는 구성체로 제시한다(WHO, 2001). 이와 같은 관점에서 손상으로 취약해진 신체를 이차적 건강 상태로 이끄는,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는 환경적 요인들을 장애인의 경험을 통해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둘째, 선행연구들을 통해서는 이차적 건강 상태의 획득 과정에서 일차적 건강 상태 이후 일어나는 시간의 변화와 삶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장애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애과정 속에서 변화하는 실체라는 Marge(1988)의 개념화를 시작으로 이차적 건강 상태에 대한 탐구가 진행되었으나, 이차적 건강 상태 연구는 주로 한 시점에서의 양적인 분석으로 진행되어 ‘연관 상태’와의 구별을 어렵게 한다(Kinne, Patrick & Doyle, 2004; Molton et al., 2013).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과 대응 경험을 다룬 선행연구들을 통해서도 참여자들이 이차적 건강 상태의 원인을 임상적 판단과 다르게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이 해석이 개인의 대응과 삶의 재구조화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전지혜, 남지현, 2020; Guilcher, Casciaro, Lemieux-Charles, Craven, Mccoll & Jaglal, 2012).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환자 내러티브를 통해 질병 경험을 재구성할 때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경험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질병 내러티브’ 방법론을 통하여(Bury, 2001) 이차적 건강 상태 경험을 파악하고, 의료적•사회적 개입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의 선정 및 자료 수집

본 연구는 이차적 건강 상태를 ① 장애와 연관성을 가지며, ② 장애의 발생 이후 시간성을 가지고 나타나고, ③ 장애인에 대한 구체적인 의료적‧사회적 개입으로 예방 가능한 상태로 정의하였다. 세 가지 기준을 근거로 참여자들의 이차적 건강 상태를 조작화하였다. ①과 ②의 정의에 의하여 “장애를 원인으로 하여, 장애 발생 혹은 재활치료를 받고 수년 후 가지게 된 질병”을 포함하였으며, ③을 반영하여 장애인을 위한 직접적인 의료적‧사회적 개입으로 예방이 가능하지 않은 암, 급성 심장질환 등의 질병을 제외하였다.

참여자의 연령은 30대 이상 55세 미만 사이로 제한하였다. 30대 이상의 참여자를 선정한 이유는 성인기를 최소 10년 이상 지난 이후 성인을 참여자로 선정할 때 생애 건강의 변화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55세 미만의 하한선을 둔 것은 노화의 경험을 배제하기 위해서이다. 장애인은 조기 노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노승현, 신유리, 김정석, 2017) 국내에서 고령자를 가장 낮은 연령으로 규정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에서의 고령자 정의(55세 이상)를 따랐다.

또한 참여자 기준으로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적 장애인 이외의 장애인으로 등록된 모든 장애인으로 설정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이차적 건강 상태 연구는 신체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신체적 손상에서 기인한 위험 혹은 물리적 접근성의 제약 등의 특정 선행요인만을 다루어 왔다. 더욱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을 파악하기 위해 장애 유형의 제한을 두지 않되, 자신의 경험을 내러티브로 구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정신적 장애인(지적, 자폐성, 정신장애인)은 포함하지 않았다.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심층 인터뷰를 선택했다. 질적 인터뷰를 통해 생성되는 지식은 맥락의존적으로 구성되어 현상의 복잡성을 잘 이해하도록 해준다(김인숙, 2016, p.217). 인터뷰 질문은 Rosenthal(2004)이 제시한 내러티브-생애사 인터뷰 방법을 따라 진행하였다. 주 나레이션 시기(period of main narration)에 “장애와 건강 문제에 대해 무엇이든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질문하여 참여자가 자유롭게 경험을 구성하도록 한 후, 질문하기 파트(questioning period)에서 생애의 특정 주제나 사건에 관한 질문, 이미 언급했던 주장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는 2021년 11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 참여자당 1~3회, 60~90분 가량 진행하였으며, 참여자들이 구술하는 장애, 건강 상태 관련 민감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수행했다. 인터뷰에는 연구자와 참여자 2인만 참여했으나, 청각장애인의 경우 문자통역사와 동행하였다. 인터뷰는 대면 인터뷰를 원칙으로 하되 코로나바이러스-19 확진 등 대면 인터뷰가 어려운 일부 참여자에 한하여 온라인 회의 플랫폼(ZOOM)을 통해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면담의 내용은 녹음기와 핸드폰 녹음 애플리케이션 두 종류로 녹음하고 이를 전사하여 텍스트로 전환한 후 분석의 주 자료원으로 활용하였다. 인터뷰 참여시 참여자들에게 연구 목적, 연구 참여로 인한 위험, 비밀 보장 등을 설명한 후 자발적 참여를 확인하여 동의서를 받았다.

2. 분석 방법: 질병 내러티브 (illness narrative) 분석

환자의 주관적 경험은 재활과 치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1990년대부터 질병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해석 역시 질병 경험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관점이 강조되기 시작한다(김재형, 이향아, 2020). 환자가 가진 주관적인 경험을 이해하고자 질병 내러티브(illness narrative) 분석이 시도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이다. 질병 내러티브는 자신이 경험하는 고통에 대한 원인을 믿음으로 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회 속에서 삶을 다시 해석하며, 몸과 자아, 세계와의 연결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Williams & Bendelow, 1996). 개인의 내러티브를 통해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변화하는 역할과 정체성, 관계를 탐구할 수 있으며,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 유사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적인 경험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Bury(2001)는 질병 내러티브가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경험적 내러티브(contingent narrative)는 질병의 근접한 원인, 증상이 장애화 되는(disabling) 과정을 포함한 질병 발병에 대한 설명으로 ‘왜 하필 자신이 질병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구성한다. 둘째, 도덕적 내러티브(moral narrative)는 질병 이후 역할, 정체성,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사회가 질병과 환자를 어떻게 도덕적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평가를 드러낸다. 셋째, 핵심 내러티브(core narrative)는 경험에 연결된 더 깊은 문화적 수준의 의미 사이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유사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적 내러티브의 본질과 ‘핵심’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남상희, 2004; Bury, 2001). 따라서 이차적 건강 상태라는 질병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질병 내러티브 분석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질병 내러티브 분석에서 구성 요소로 언급되는 경험적 내러티브, 도덕적 내러티브, 핵심 내러티브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주제 분석은 Lieblich, Tuval-Mashiach & Zilber(1998)가 제시한 생애사 범주적 내용 분석법을 따라 수행하였다.

3. 연구의 엄격성과 연구 윤리

본 연구는 Guba(1981)가 연구의 엄격성을 위해 제안한 네 가지 기준인, 신빙성(credibility), 전이가능성(transferability), 의존가능성(dependability), 확증가능성(confirmability)을 적용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첫째, ‘신빙성’을 보장하기 위해 김인숙(2016)의 제안대로 녹취록, 원고 등을 연구 참여자에게 공유해 피드백을 받는 응답자 타당화, 다른 논리적 가능성을 고려해 왜 이 자료에 의해 지지 되는지를 확인하는 경쟁적 설명을 시도했다. 둘째, ‘전이가능성’ 보장을 위해 연구 결과를 다양한 맥락에 설득력 있게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셋째, ‘의존가능성’ 담보를 위해 일관성 있는 절차로 자료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기술하고자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편견을 고집하지 않는지와 관련된 ‘확증가능성’의 확보를 위해 연구자가 질문을 강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발화하는 참여자의 이야기를 따라가고자 노력했다.

이와 더불어 연구 윤리를 준수하기 위해 연구자 소속 기관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IRB No. 2110/001-011)을 받은 후 윤리적 연구 절차에 의거하여 연구를 수행했다.

Ⅳ. 연구 결과

1. 연구 참여자의 특성 및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과정

본 연구의 참여자 9인의 특성과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과정을 <표 2>로 제시하였다. 참여자 중 남성이 2인, 여성이 7인이었고, 참여자들의 연령은 30~55세로 다양하였다. 선행연구에서 많이 다루어진 장애 유형인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 등 신체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5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이외에 청각장애인 3명, 시각장애와 요루장애 중복장애인이 1명 포함되어 있었다. 신체적 장애인인 참여자의 이차적 건강 상태는 장애로 인해 특정 신체 부위를 과도하게, 혹은 잘못 사용해서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오는(Cambell, Sheets & Strong, 1999) 회전근개파열, 목디스크, 척추협착, 척추측만 등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았다(Callaway, Barclay, McDonald, Farnworth & Casay, 2015; Coyle, Santiago, Shank, Ma & Boyd, 2000). 참여자2는 목발 사용으로 어깨를 무리하게 사용하여서, 참여자4는 저신장장애로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여서, 참여자8은 근육병으로 인해 척추가 휘어 이차적 건강 상태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외에도 다양한 이차적 건강 상태를 보고한 참여자들이 있었다. 참여자1, 참여자3, 참여자5, 참여자6, 참여자9는 장애 차별과 사회적 자원 부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각자의 이차적 건강 상태인 류마티스, 목디스크, 위장장애, 우울증 등이 발병하였다고 구술했다. 또한 참여자7은 시각장애만을 가지고 있었으나, 시각장애로 인해 입은 골절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여 방광루와 요루 장애를 추가로 진단받았다. 참여자들이 가진 일차적 상태와 이차적 건강 상태는 대체로 구분 가능하였으나, 복합적인 건강 상태를 가진 참여자들의 경우 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척수성근위축증으로 척추측만, 하반신마비, 요로결석 등을 연쇄적으로 가지게 된 참여자8은 구술에서 일차적 상태와 이차적 건강 상태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였다. 시각장애로부터 이차적 건강 상태인 방광루와 요루장애를 가지게 된 참여자7의 경우에는 현재 시각장애, 장루•요루장애를 중복으로 진단받은 중복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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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연구 참여자의 특성 및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과정
번호 성별 연령 진단 장애 유형/정도 주장애 원인 이차적 건강 상태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과정
참여자1 53 지체장애/심한 소아마비 류마티스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온 장애 스트레스로 인해 29세에 류마티스 발병
참여자2 51 지체장애/심한 소아마비 회전근개 파열 이동의 제약으로 목발로 무리하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깨 연골 소모 심화되어 50세에 회전근개파열 진단받고 전동휠체어 이용하게 됨
참여자3 46 뇌병변장애/심한 뇌성마비 목디스크,
고지혈증, 당뇨
다수의 활동지원사로 일상을 조율하는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44세에 목디스크 발병, 목디스크 증상 완화 약물 복용으로 고지혈증, 당뇨 발병
참여자4 41 지체장애/심하지 않은 출생시 저신장장애 척추협착 부적절한 자세 유지(의자 사용 시 바닥에 다리가 닿지 않는 등)로 38세에 척추협착 발병
참여자5 38 청각장애/심한 돌발성 난청 손목통증,
위장장애
직장 내 차별로 무리하게 업무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손목 통증, 위장장애 발병
참여자6 34 청각장애/심한 돌발성 난청 이석증 초등학교에서 겪은 왕따로 인해 이석증 처음 발병하여, 스트레스 심화될 때마다 이석증 재발
참여자7 32 시각장애, 장루 요루장애/심한 원인불명의 시력저하 골절,
방광루·요루
시각장애로 10대에 넘어져 입은 골절 제때 치료를 못하여서 방광 손상, 이후 방광루·요루장애 진단
참여자8 31 지체장애 /심한 근육병
(척수성
근위축증)
척추측만,
하반신마비,
요로결석
근육병으로 인한 척추측만, 척추측만 교정하기 위한 수술 후 하반신마비 진단, 하반신마비로 인해 요로결석 등 지속적으로 발병
참여자9 30 청각장애/심한 돌발성 난청 우울증 직장에서의 장애 차별 경험으로 퇴사 후 우울증 발병

주: 1) 참여자들의 연령은 인터뷰 시점에서의 연령임

2)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과정은 참여자들의 내러티브를 통해 구성된 것임

2. 질병 내러티브 분석

가. 경험적 내러티브 – 장애와 연관성, 시간성의 재구성

1) 장애 차별의 경험에서 시작된 이차적 건강 상태

이차적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해당 건강 상태가 ‘장애를 원인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를 원인으로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본 연구에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참여자들이 가진 이차적 건강 상태인 회전근개파열, 목디스크, 척추협착, 척추측만 등의 근골격계 질환은 손상으로 인해 신체 부위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잘못 사용해서 오는 건강 상태였다(Campbell, Sheets & Strong, 1999). 참여자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의 원인으로 손상과 관련된 진단명을 구술할 것이라는 연구자의 예상과 다르게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신체 부위의 사용과 관련된 의학적 기제와 무관한 원인이 자신의 건강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대다수가 호소한 원인은 장애로 인한 차별이나 배제가 누적되며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문제였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진단받은 이석증, 우울증 등이 장애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석증을 처음 발견한 게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요. 본격적으로 6학년 들어가서부터 애들이 저를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고 귀에 있는 게 보청기인지 뭔지, 뒤에서 저를 부르면 ‘왜 자꾸 못 들어?’, 하면서 종이를 던지기도 하고요. 뒤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데 내가 돌아보면 ‘뭐야? 왜 쳐다봐?’ 이렇게 대답하고요. 그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초등학교 6학년 가을, 겨울쯤 갑자기 학교에 가려고 일어났더니 어지럼증이 쫙 도는 거예요. (참여자6/청각장애)

(회사에) 다니는 목표 그런 걸 줬으면 좋겠는데요,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거예요. 너는 장애인 의무고용 머릿수 채우러 온 사람이다. 그러면 그냥 나는 이곳에서 장애인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건가? 나도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일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런 생각으로 빠졌던 것 같아요. (참여자9/청각장애)

장애 차별의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심리적 건강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강승원, 2018; 노승현, 신유리, 김정석, 2017). 또한 직접적인 차별, 배제의 경험이 아니라도 장애인의 삶을 지원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삶을 구조화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차적 건강 상태로 이어졌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예컨대 이차적 건강 상태가 오기 전 혼자 활동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던 참여자3은 이차적 건강 상태인 목디스크 발병 이후 “모든 것을 활동지원사가 손으로 해줘야 하는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차적 건강 상태를 유발한 목디스크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하자, 참여자3은 주저 없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목디스크가) 스트레스로 온 것 같아요. 물어보니까 우리 뇌성마비 같은 경우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몸으로 나타난대요. 건강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고. 활동보조도 지금 7명이거든요. 7명을 쓰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각자 사람이 다르니까, 각자 성격도 다르고 그러니까 거기에 또 신경을 써야 되고. 한 명도 힘든데 7명을 써 봐요. 친구들이 그래요. “뭘 그렇게 많이 쓰냐?” 그게 더 편해. 내가 한 사람 두 사람만 보면 갑자기 일이 있거나 그러면, 나는 그분들이 없으면 붕 뜨잖아요. 근데 한 사람이 안 되면 다른 사람을 부르면 되고 하니까. (참여자3/뇌병변장애)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으로 여러 명의 활동지원인으로부터 삶을 구조화해야 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참여자3은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시행 초기에 월 100시간 지원으로 시작해 현재 거의 하루 20시간가량의 활동지원 급여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지원의 틈을 메우기 위해 참여자3은 여러 명의 활동지원사를 팀으로 구성해 과업을 배치하고 지시하고 있었다. 이처럼 삶을 구조화하려는 노력은 삶에 큰 통제감을 부여하였지만, 그만큼 큰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 서비스 시간이나 범위 등 이용자들의 서비스 선택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최대한 활동지원사의 기분과 컨디션을 살펴보고 조절하며 지원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의 구술은 이차적 건강 상태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인 ‘장애와의 연관성’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선행연구들은 이차적 건강 상태를 촉발하는 의학적, 기능적 제약에 주로 초점을 두어, 장애인이 생애사 속에서 실제로 경험한 제약 중 의료 접근성 문제나 빈곤 등의 요인들을 제한적으로만 다루어 왔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판단하고 의미화하고 있는 이차적 건강 상태의 가장 큰 원인은 대체로 장애 차별과 배제의 스트레스였다. 참여자6의 이석증과 참여자3의 목디스크가 장애 스트레스에서 기인하였는지에 대한 임상적 판단은 본 논문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나, 참여자는 장애 스트레스로부터 발생했다고 보아 두 경험을 적극적으로 연결하여 구술했으므로 이를 참여자들이 부여한 의미 속에서 이차적 건강 상태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이차적 건강 상태 발견의 어려움과 진단 시기의 지연

이차적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은 시간성이다. 일차적 건강 상태와 구별을 위하여 장애 발생 혹은 재활치료 후 수년 이후에 ‘발생한’ 건강 문제를 이차적 건강 상태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와의 연관성과 마찬가지로 건강 문제가 ‘발생한’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정한 시점에 증상이 나타나 즉시 의학적 진단을 받은 경우 명확하게 판단이 가능했지만,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 통증 등의 증상이 항상 있었거나 일차적 건강 상태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그 시점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이차적 건강 상태가 장애인의 대다수가 경험하는 문제임에도 보건 영역에서 관심을 두지 못했던 이유는, 이차적 건강 상태가 일차적 건강 상태와 구분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immer, Chein & Hsieh, 2011). 예컨대 근육병 장애인인 참여자8은 장애로 인해 척추가 휘었고. 이를 교정하기 위한 수술 후 하반신 마비가 왔고, 연쇄적으로 방광 기능 장애, 비뇨기능장애, 요로결석 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즉 참여자8에게는 일차적 상태, 연관 상태, 이차적 건강 상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연관 상태와 이차적 건강 상태가 명확하게 다른 상태로 구분되는 것과 달리 한 개인의 삶에서 그 구분이 다르게 발견되고 해석될 수 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참여자8에게 건강 문제가 ‘발생한’ 시점은 어느 때라고 보아야 할까? 어떤 질병을 자각하거나 진단받은 시점인가?

제 병이 척추가 많이 휘어요. 성장기에 급격히 휘거든요. 척추가 한 100도 휘어서 앉아있기도 힘들 정도라 척추측만증 수술을 중1 넘어가는 때 했고, 수술을 하고 나서 허리는 좋아졌지만 하반신 마비가 왔어요. 그러면서 또 하반신 마비 때문에 방광 기능이 망가졌어요. 비뇨기 기능이 망가지고 또 몇 년 후에 방광 수술을 하고, 그리고도 자잘하게 수술을 많이 했어요. 나사를 박는 수술, 또 결석이 잘 생기게 되어서 결석 빼내는 수술 두세 번 했고요. (참여자8/지체장애-근육병)

장애로 인해 삶에서 축적된 차별과 배제 경험은 삶의 일반적 문제뿐 아니라 건강 문제도 역시 장애의 문제, 자신의 문제로 해석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질병의 발견 시기를 지연시켰다. 참여자1은 류마티스로 인한 통증이 시작된 이후에도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다. 류마티스로 인한 통증이 새로운 질병의 증상이라고 인지하기보다는, 그것을 장애로 경험하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참여자9는 우울증 증상을 경험하면서도 의료진에게 ‘게으름’이라고 판단 받을 것이 두려워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난받아왔던 경험들이 삶에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몸이 아프고 건강검진을 하면 몸에 열 체크하는 그게 있잖아요. 이렇게 도표로 나오잖아요. 몸에 열이 있는 부분이 근데 그 검사 결과를 이렇게 보여주시는데 온몸에 다 열이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빨갛게 경계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온몸이 빨갛게 되어 있어. 내가 봐도 그래서 의사가 항상 열이 있는 것 같다. 몸에 염증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제가 위염도 있고. 근데 내가 너무 나답지 않게 사니까 스트레스라서 그럴 거야, 이렇게 생각을 한 거야. (참여자1/지체장애)

아무 것도 못했어요. 그냥 누워서 핸드폰이나 보고… 병원에 갔는데 별거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 정도는 별거 아니고 우울증 심한 것도 아닌데 왜 왔어? 너는 그냥 게으른 것뿐인데, 그런 얘기를 듣기 싫어서 오히려 안 갔던 것 같아요. (참여자9/청각장애)

현대 의료기관이 장애인의 몸과 증상에 대해 전체론적 관점(holistic view)을 가지지 않고 조각조각 내어 진단하는 것(Guilcher, Casciaro, Lemieux-Charles, Craven, Mccoll & Jaglal, 2012), 반대로 모든 증상을 장애와 연관해 해석하고 개입하는 것은 장애인의 건강 진단과 관리에 모두 장애물이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참여자들은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해도 적시에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없었던 이유는, 참여자들이 방문한 병원에서 증상이 장애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체론적으로 고려하기보다 증상만을 치료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참여자2는 근본적 치료가 아니라 통증 완화를 위한 스테로이드 치료만을 권유받았고, 허리 통증을 경험하던 참여자4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며 버텼는데, 결과적으로 이차적 건강 상태를 적시에 치료하지 못하고 악화시킨 원인이 되었다. 같은 진단명이라도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는 비장애인과 상이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비장애인에게 알맞은 치료 방법이 장애인에게 적절하지 않거나, 또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장애인의 증상을 모두 장애와 관련된 문제로 해석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시각장애로 인해 넘어져 입은 골절로 지속적인 통증을 경험하던 참여자7은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이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녀의 통증이 장애로 인한 심리적 문제일 것이라고 쉬이 진단하였다. 의료 전문가가 환자의 증상의 원인을 조사하기보다 공존하는 장애 혹은 정신건강 문제로 가정하고 진단하는 ‘진단의 그림자(diagnostic overshadowing)’는 의료진들의 장애에 대한 낙인과 부정적 태도, 장애인에 대한 교육 및 훈련 부족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다(Nash, 2013). 결국 정확한 진단명을 찾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고, 뒤늦게 원인을 찾았을 때는 이미 골절로 인해 방광이 망가져 방광루를 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진행된 후였다.

통증이나 이런 것 때문에 비뇨기 내과나 산부인과, 대장항문외과 이런 쪽 진료들을 받았었는데 다 괜찮다고 들었거든요. 본인이 심리적으로 계속 아프다라고 생각하니까 뇌에서 통증 신호를 더 많이 받아서 통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고 그래 가지고, 그때는 발견이 안 된 거예요. (참여자7/시각장애)

나. 도덕적 내러티브 – 관계의 재구성을 통한 삶의 회복

1) 공적 지원을 통해 가족으로부터 자립함

참여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집중적인 돌봄을 받아오다가 성인이 되어 독립했으나, 중대한 이차적 건강 상태를 경험하며 다시 부모의 돌봄을 받게 되었다. 참여자들이 이차적 건강 상태로 일상의 어려움을 겪게 된 시점은 대체로 30대 이후이며 참여자들 부모의 연령은 50~70대에 이르러, 물리적으로 참여자들을 돌보는 일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참여자2는 이차적 건강 상태를 획득한 직후 일차적으로 아버지로부터 돌봄을 받았다. 그러나 70대의 노인인 아버지로부터 돌봄을 받는 일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컸다. 참여자1이 류마티스 진단을 받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통원 치료를 받던 중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이후 참여자1은 한동안 자신이 “짐짝”이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가족이 이제 병수발, 간호를 해주셨고. 제가 그 당시에는 오른팔은 아예 못 쓰고 왼팔로만 해야 되는데 여기도 무게를 다 버티기는 힘든데, 아버지도 70대시고 활동보조 이런 것들을 안 해보시니까 요령이 없으니까 변기 앞에서 아버지랑 저랑 막 어떻게 옮겨야 돼, 이거 한 20~30분씩 씨름을 하다가 화장실 볼일을 보게 되고요. (참여자2/지체장애)

내가 너무 아팠을 때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의지했던 우리 아빠가. 내가 맏딸이거든요. 제 동생은 이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내가 가장인 것 같은, 맏딸로서의 이상한 책임감이 있는데 내가 너무 아파버려서 그 책무랄까 그걸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내가 너무 그냥 짐짝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동생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엄마를 위해서 뭐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참여자1/지체장애)

흥미로운 점은 이차적 건강 상태를 진단받은 후 참여자1과 참여자2가 그동안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는 점이다. 부모 도움의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자2는 기존의 장애 네트워크로부터 “활동지원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어” 퇴원 후 한 달 만에 서비스 수급을 받기 시작해 가족으로부터 자립하여 홀로 살아가는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것이 중도장애인이 처음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다른 점은 추가적인 손상 혹은 질병에 적응하는 기간을 짧게 거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장애 경험을 토대로 곧바로 이차적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자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이효선, 2007). 장애의 경험이 이차적 건강 상태를 더욱 잘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적, 정보적 자원이 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활보(장애인 활동지원)가 그나마 빨리 나왔어요. 제가 8월 10일인가 퇴원했는데 빨리 신청을 해서 8월 20일쯤 심사가 오고 그리고 나서 9월에 활보를 받았어요. 그런 것들에 대해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 좀 빨리 하게 됐어요. 그래서 한 달 만에 활보가, 9월부터 오게 돼서 한 달 병가 끝나고 복직을 한 거죠. (참여자2/지체장애)

그 이후로 한 10년을 뭘 잘 못 했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너무 무기력하고, 그 시기가 내 인생의 가장 암흑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어떻게 죽으면 잘 죽을 수 있을까, 생에 대한 어떤 의지 이런 게 없고 빨리 삶을 끝내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평생 이걸 앓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절망적인 거예요. (참여자1/지체장애)

그러나 공적 지원을 탐색하여 삶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활용가능한 공적 서비스와 자원이 존재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참여자2와 참여자1의 경험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라는 자원의 존재에 따라 삶을 다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존재하는 2020년에 이차적 건강 상태를 진단받은 참여자2는 공적 지원을 통해 사회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었으나, 1996년 류마티스를 진단받은 참여자1은 아버지의 사망 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이 시작된 2006년까지 직장 등 사회생활을 거의 멈추고 가정 내에서만 생활했다. 삶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적 서비스에 따라 대처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 장애 네트워크로부터 오는 생애사적 지혜의 전달

참여자들은 이차적 건강 상태를 획득하고 난 후 소극적으로 공적 돌봄 자원을 탐색한 것이 아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아야겠다고 인식하는 인생의 다양한 터닝포인트를 만나, 스스로 건강관리를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장애인 동료와 이미 맺고 있는 관계였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적응의 시간을 빠르게 통과하여 건강과 삶을 재구성하였다. 예컨대 참여자2, 참여자9의 사례는 정보적 지지와 정서적 지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참여자2는 넓은 장애 네트워크에 속해 있었기에 보조기기와 제도 관련된 정보를 잘 알고 있어 이를 통해 이차적 건강 상태 후 삶을 빠르게 재조직화하였다. 참여자9는 우울증 진단 후 연결되어 있던 장애 네트워크의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삶을 회복했다. 장애인의 공식적•비공식적 장애 네트워크는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데도 핵심적인 자원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Guilcher, Casciaro, Lemieux-Charles, Craven, Mccoll & Jaglal, 2012), 참여자들의 경험을 통해 장애 네트워크로부터 오는 지지가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건강의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저는 아는 친구 중에 전동 탄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한테 이제 계속 부탁을 했어요. 아버지랑 같이 집을 봐달라고.그래서 그 친구가 집 얻을 때 좀 같이 가서 봐주고 아버지한테는 이 집은 휠체어 못 들어간다. 이 집은 그나마 접근이 가능하다 이런 정도로 장애 관련된 정보는 장애 가진 친구가 좀 보러가줘서 집을 얻게 됐어요. (참여자2/지체장애)

이제 (병원) 가라고 옆에서 푸시해주니까. ○○ 언니한테 병원 가라고 얘기 들었고, ○○ 언니 친구 △△이도 병원 가라고 걱정된다고, 걔는 심지어 블로그 댓글에다가 너 병원 가서 진단 받아오면 내가 5만원 줄게. □□ 언니도 나 우울한 것 같으면 되게 잘 챙겨주더라고요, 감정적으로 신경 써주고. 만나서 같이 얘기하면 좋은 것 같아요. (참여자9/청각장애)

참여자들의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이후 구술을 통해 장애 네트워크가 적응과 회복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모습을 확인했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차적 건강 상태를 획득하기 이전의 생애사를 조망하면, 건강 상태 획득 이후의 도움만이 지지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참여자2는 휠체어 장애인 A소장을 만나 운전 보조공학 기기를 알게 되고, A소장의 도움으로 운전면허를 빠르게 취득했다. 그의 이차적 건강 상태는 긴 시간 무리한 목발의 사용으로 어깨 연골이 소모된 것에서 기인했으므로, 참여자2가 운전을 통해 어깨를 덜 소모하게 하여 이차적 건강 상태의 발생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추어졌을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참여자1 역시 이차적 건강 상태로 장애 상태가 악화된 후에도 한동안 목발을 사용해 거동하였으나, 동료인 중증의 장애여성이 혼자 휠체어를 밀고,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들이지 않고 운전하는 “요령”을 배워 운전을 시작했다.

A소장님이 자기 운전하고 가는데 지나가다가 저를 본 거죠. 그래서 그 차를 타서 저렇게 손으로 운전하는구나. 핸드 컨트롤러가 있는 건 그때 처음 알았어요. 소아마비 선배들에게 어깨가 아프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는 했어요. 덜 쓰고 덜 쓰면 덜 아프다… (참여자2/지체장애)

쓰면 쓸수록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망가지는 게 우리거든요. 그런데 ○○○이 초대 손님으로 나왔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게 그 분이 척수장애잖아요. 팔, 손 이런 거 잘 못 움직여요. 근데 그분은 휠체어도 혼자 밀고 차도 운전하고 다니는 거야. 팔도 못 움직이시는데 요령껏 저렇게, 굳이 힘을 안 들여도 요령껏 하면 할 수 있겠구나… (참여자1/지체장애)

즉, 장기적으로 신체를 덜 소모할 수 있는 삶의 운용 방식을 장애 네트워크로부터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참여자1은 “(몸을) 쓰면 쓸수록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망가지는 게 우리”라며, 신체를 덜 소모하게 하는 요령들을 네트워크로부터 습득하는 것이 장애인의 삶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삶의 요령은 오직 장애를 몸으로 겪어온 사람들로부터만 전해지는 생애사적 지혜를 의미한다. 참여자1과 참여자2 등 연령대가 높은 참여자들에게 특히 장애 네트워크와의 연결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 시기에 정보들이 직접 만남을 통해서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출생한 참여자들의 경우 건강을 덜 소모하는 삶의 요령들을 직접 만남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장애 네트워크와 결합하고, 건강과 삶에 대한 요령 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장애 커뮤니티로부터 온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참여자2는 소아마비 장애인 선배들로부터 “소아마비는 어깨가 다 아프지만 어깨를 덜 쓰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통증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만을 진행했다. 이차적 건강 상태를 진단받은 후에야 좀 더 빠르게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장애 네트워크와의 만남을 통하여 장애와 건강 정보를 습득했고 건강관리를 능동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게 되었다. 참여자2의 구술은 동기와 정보를 가진 것만으로 건강을 잘 관리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며 장애인에게도 건강 정보 문해력(health literacy)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소아마비 선배들이 어깨가 아프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는 했어요. 덜 쓰면 덜 아프다 그런 식으로만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이제 아프면 치료받고, 내가 좀 덜 쓰고 이런 식으로 이제 그냥 최소의 관리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죠. 근데 이렇게 이제 끊어지는 거에 대해서는 저도 알지 못했죠. (참여자2/지체장애)

다. 핵심 내러티브 – 질병 경험의 사회적 의미 발견

1) 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의식 자각

이차적 건강 상태 발병 이전에 장애 문제를 개인적으로 대응해 오던 참여자들은 이차적 건강 상태를 획득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건강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장애 네트워크와의 만남을 통해 구성된 장애정체성은, 장애와 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의식의 형성을 촉진하였다. 참여자들은 장애 네트워크로부터 장애와 건강을 관리하는 지혜를 전달받았을 뿐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장애에서 오는 문제들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기인하며 적절한 사회적 지원을 통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삶을 향유할 수 있다는 관점을 수용하였다. 참여자5는 자신이 근무 과정에서 발생한 건강 문제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해 오다가, 장애 네트워크와 교류하며 그것이 청각장애인 노동자를 지원하지 않는 사회의 제약, 그로 인해 가지게 되는 “긴장감, 제한”이라는 점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참여자7 역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근거로 자신의 치료와 노동 경험에서 겪는 차별을 설명했다. 건강 문제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의식으로 참여자들은 이차적 건강 상태로 삶의 제약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통제감과 주인의식을 더욱 발전시키기 시작한다.

이 사람한테 어떤 건강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그런 정책보다는 이 사람이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게끔 장애지원 제도 자체가 잘 돼 있었으면 이 사람이 그 장애로 인해서 갖고 있어야 되는 긴장감, 제한이 없어질 거고. 질병으로 넘어가지 않을 확률이 더 높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평범하게 일을 해도 됐을 거고 근본적인 장애인제도가 잘 돼 있으면 이 사람이 어떤 질병으로 아픈 게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참여자5/청각장애)

나는 여성이고 환자이고 장애인인데, 환자로서의 정체성 따로,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 따로, 이렇게 되다 보니까 그 안에서 계속 배제를 경험하는 것 같아요 병원을 이용할 때는 내가 장애인이라서 편의 제공을 받지 못하고, 장애인 단체에서는 장애인치고는 너무 아픈 거야, 그런 것들이 차별이 되는거죠. (참여자7/시각장애)

2) 개인의 변화를 사회의 변화로 이어가기

참여자들은 장애 네트워크, 장애정체성이라는 새로운 자원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게서 출발한 변화를 확장하여 외부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참여자2와 참여자7은 장애 운동에 참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 차별 진정서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특히 참여자2는 자신이 장애와 이차적 건강 상태에 대처할 수 있었던 힘이 장애 운동을 했던 선배들에게 나왔다고 구술하며, 자신도 역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장애 운동에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또한 참여자4는 자신과 같은 저신장 장애아동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장애 운동을 계속하는 거는, 제게 선배들이 해줬기 때문에 내가 또 다른 후배들에게 또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부분에서 계속 장애 운동을 계속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은 해요. 계속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은 바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그런 부분에 일조하면 좋겠다 생각해요. (참여자2/지체장애)

저신장뿐만 아니라 장애 아이들이 그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저는 중요한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장애를 가지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먼저지 장애를 너무 질병화시켜가지고 다치지 말고 그런 것보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은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지 생각해요. (참여자4/지체장애-저신장)

변화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참여자들의 의지는 장애정체성에서 형성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장애로부터 오는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였기에 이차적 건강 상태 역시 장애를 둘러싼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참여자2는 자신의 회전근개파열이 과거 장애인 이동권이 열악했던 1990년대에 “지하철을 타려면 계단이 너무 많고 힘들어 어깨를 학대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렇게 때문에 사회적 원인에서 오는 건강 문제를 후배들이 경험하지 않도록 장애 운동에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점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장애인 동료들이 자신과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이라는 장애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변화를 위한 행동을 기꺼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이차적 건강 상태에 관한 기존 보건의료 영역의 개념화가 손상 자체만을 주된 원인으로 분석한다는 점, 이차적 건강 상태 획득 후의 역할, 정체성, 관계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Bury(2001)의 질병 내러티브 틀을 활용해 이차적 건강 상태를 가진 9명의 장애인의 내러티브로 이차적 건강 상태 경험을 재구성하였다.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과와 함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장애인 당사자의 내러티브로 ‘이차적 건강 상태’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였다. 지금까지 보건의료 영역에서 장애인의 건강에 관한 연구는 ‘이차적 건강 상태’와 장애인이 경험하는 또 다른 건강 상태인 ‘연관 상태’, ‘동반질환’ 등을 명확히 개념적으로 구분하였다. ‘연관 상태’는 장애와 동시에 발현된다는 점에서 시간성을 가지고 삶에 등장하는 이차적 건강 상태와 구분되며, ‘동반질환’은 장애와의 임상적 연관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차적 건강 상태와 구분된다고 여겨졌다. 본 연구의 결과는 시간성과 장애와의 연관성이 개인이 위치한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르게 관찰되고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차적 건강 상태와 연관 상태는 발병 시점으로 구분된다고 여겨지지만 건강 상태 발견 및 진단의 어려움으로 시간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한 임상적으로 장애와의 연관성이 증명되지 않은 건강 상태도 개인의 삶의 맥락에서 장애와 연관되어 있다고 ‘해석’될 수 있었다.

이는 이차적 건강 상태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장애를 개념화된 역사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장애는 ‘이미 아픈 상태’이므로 장애 치료와 재활이 장애인 삶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고 의료 전문가와 재활 전문가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장애 운동은 이러한 ‘의료적’ 관점과 거리를 두며 장애가 의료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성장했다.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 역시 의료적 차원에서 주로 분석되어 왔으나, 장애인 당사자의 언어를 통해 경험을 재구성한 결과 의료적 차원의 개입과 사회적 차원의 변화가 동시에 필요한 현상임을 드러냈다. 참여자들의 이차적 건강 상태는 장애에서 기인하는 위험요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손상’에 대한 의료적 접근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위험요인을 이차적 건강 상태로 이끄는 촉발 요인인 이동권, 의료 접근성의 개선, 장애와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등의 공적 지원 등 사회적 차원의 개입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확인하였다.

둘째, 장애인의 이차적 건강 상태 내러티브는 ‘상실’의 내러티브가 아니라 ‘회복’의 내러티브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참여자들은 장애와 이차적 건강 상태를 동시에 경험하면서도 삶의 항상성을 유지해 나갔다. 이를 통해 장애인이 장애 경험을 통해 단단하게 구성한 몸과 마음의 균형으로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장애의 역설(disability paradox)’ 현상을 확인하였다(Albrecht & Devlieger, 1999). 참여자들은 생애과정에서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늘 대처하며 살아왔기에 이차적 건강 상태로 삶의 영역이 축소된 상황에서도 자원과 관계를 재조정하며 삶을 새롭게 구조화해 나갔다. 또한 장애인으로 쌓아온 장애 네트워크와 사회적 지지 체계는 이차적 건강 상태 대처와 예방에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되었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장애와 이차적 건강 상태를 동시에 가진 상황 속에서도 역설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해 나갔다.

또한 이차적 건강 상태로부터 회복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행위 주체로 성장하는 모습도 확인하였다. 장애 네트워크로부터 온 정보적•정서적 지지,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점, 장애인이 다양한 삶을 선택해 살아가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과 기회들과 결합하여 장애인의 행위 주체로서의 역량을 강화하였다. 삶과 건강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은 삶의 과업들을 모두 독립적으로 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통제하에서 의존과 돌봄을 구성하는 ‘자기 규제적 의존성(self-regulating dependency)’을 가진 주체로 성장하기 시작했다(Gignac, Cott & Badley, 2000). 이들은 네트워크로부터 형성한 장애정체성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변화를 사회적 변화로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차적 건강 상태를 가진 장애인의 내러티브를 재구성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여 장애인이 건강한 삶, 건강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다음의 제언을 제안한다.

첫째, 장애를 가진 환자의 내러티브에 귀를 기울이는 시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 만성질환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질병의 증상이 삶의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집중하여 환자 스스로 일상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Bury, 2001). 현대 의료보건 체계 내에서 환자는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병이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로 제약하는지 말할 기회도, 치료에 대해 관여할 기회도 가지지 못한다(OECD, 2024). 더욱이 오랜 시간 사회에서 배제되었던 장애인은 자신의 장애에 대해 말할 기회를 더욱 갖지 못하여 의료기관 내에서 경험을 설명하고 치료에 관여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환자 중심 의료’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장애인의 건강에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박춘선, 2019).

이를 의료 현장에서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제도로 2017년 장애인건강권법 제정 후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제언한다. 참여자들은 이차적 건강 상태 증상으로 통증 등의 전조증상을 경험하면서도 각자의 생애사적 이유로 제때 치료받지 않았고, 결국 이차적 건강 상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장애인의 건강을 근거리에서 관찰하고 경험을 청취하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는 의료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최은희, 임승지, 구여성, 변진옥, 박인태(2022)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0.16%만이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이용하는 등 이용률이 매우 낮게 나타난다. 가장 주요한 문제는 건강주치의 참여 병원의 전문 의료 분야와 특화 병원의 부족이다. 장애인이 빈번하게 경험하는 의료 분야와 특화 병원을 확대해 더 많은 장애인이 주치의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적시에 건강 상태를 발견하고 치료, 예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둘째, 장애인 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장애인의 건강 정보 문해력 증진이 필요하다. 참여자들은 이차적 건강 상태 예방과 치료와 관련한 정보를 주로 장애 네트워크로부터 습득하였다. 네트워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생애사적 지혜와 요령을 전달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잘못된 정보를 얻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환자가 정확한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할 수 있는 건강 정보 문해력(health literacy)을 갖추지 못한 경우 건강에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Schulz & Nakamoto, 2013).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습득한 장애와 건강 정보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참여자들의 경우 부정확한 정보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컸다. 장애 네트워크를 통해 삶에 대한 역량을 성장시킨 것과 별개로, 건강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함을 시사하며, 장애인이 건강 정보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된다고 하더라도 건강 상태의 관리와 예방은 건강 상태를 발견하고, 그 원인을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건강 행위를 실천하는 건강 행위주체를 통해 가능한 것이기에, 장애인이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와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장애인건강권법 제12조(건강 정보 제공)와 제13조(건강교육)를 근거로 한 장애인 건강 정보 교육이 실효성 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지역별 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는 장애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장애인 건강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하여 장애인의 만성질환 관리, 건강한 식생활, 약물 복용, 운동 등에 대한 교육 참여자는 742명이다(한국장총, 2021, p.12). 향후 이와 같은 장애인 건강 정보 교육이 장애 유형별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건강 정보 교육의 진행이 수도권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되어 다양한 유형, 지역의 장애인이 건강의 주체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참여자 모집 과정에서 장애 관련 단체의 도움을 받아 섭외하여 장애 네트워크 결합이나 장애 서비스 경험 수준에 있어 편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참여자들의 내러티브가 ‘실패’의 경험보다 ‘회복’의 경험을 주로 구술한 것은, ‘장애의 역설’을 감안하더라도 일부분은 이러한 편향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둘째, 참여자 구술을 바탕으로 하는 내러티브 연구로 특정한 건강 상태가 발생하는 임상적 기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장애 차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차적 건강 상태의 원인이 되었다는 참여자들의 구술에 대하여, 장애 차별의 스트레스가 이차적 건강 상태로 이어지는 기제에 관한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향후 이차적 건강 상태 연구가 보건과학과 사회과학의 학제 간 연구로 진행된다면, 더욱 구체적인 의료적•사회적 대응 및 예방책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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