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A Study on the Factors Affecting the Duration between Diagnosis of Depressive Disorder and Suicide
Sung, Keunhye1; Choi, Jin-Hwa1; Lee, Dong-Hyun1; Hwang, Tae-Yeon1*
보건사회연구, Vol.44, No.2, pp.239-255, 2024
https://doi.org/10.15709/hswr.2024.44.2.239
알기 쉬운 요약
- 이 연구는 왜 했을까?
- 우울장애는 대표적인 자살 위험요인이다. 연구진은 우울장애와 함께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확인해 자살예방 방안을 제안하고자 연구를 수행했다. 생전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자살사망자 210명의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을 파악했고, 어떤 위험요인이 존재할 경우 이 기간이 단축되는지 확인했다.
-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 연구 결과, 대상자의 약 3분의 1(210명 중 81명)은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1년 이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울 증상에 더해 3개월 전 수면 문제 또는 불안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졌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 기간 단축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우울장애 조기 발굴 및 치료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을 평가할 시 최근 수면 문제 또는 불안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dentify the suicide risk factors associated with depression and propose measures to prevent suicide among individuals diagnosed with depression. We collected suicide death data through psychological autopsy interviews with bereaved families of 210 people who were diagnosed with depressive disorders before death. The interviews investigated stress events, suicide attempts after diagnosis, increased alcohol consumption, sleep disturbances, and anxiety symptoms in the three months preceding death, as well as family mental health problems and the time elapsed between suicide and diagnosis of depressive disorders. This study found that, on average, subjects experienced suicide 53.42 months after diagnosis, with a third of all suicides occurring within a year. Controlling for demographic variables, an increase in sleep problems and anxiety symptoms three months before death significantly affected the duration between depression diagnosis and suicide. Based on these findings, recommendations were made for early diagnosis and intervention for depression, assessment of sleep problems and anxiety symptoms in suicide risk evaluation for depressed patients, mandatory suicide prevention education for medical professionals, and expansion of social safety nets to prevent occupational and economic problems.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우울장애의 자살위험 요인을 확인하여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심리부검 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살사망자 자료 중 사망 전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던 210명의 자료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심리부검 면담을 통해 자살사망자의 우울장애 진단 여부 및 시기를 포함하여 생애 스트레스 사건, 진단 후 자살시도력, 사망 3개월 전 음주·수면·불안 문제의 증가,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등을 조사하였고, 빈도분석과 분산분석, 다중회귀 분석을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연구대상자의 평균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기간은 53.42개월이었고, 전체의 3분의 1이 1년 이내에 자살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 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변인을 통제했을 때 사망 3개월 전 수면 문제와 불안 증상의 증가가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우울장애 조기 진단 및 치료적 개입,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위험 평가 시 수면 문제 및 불안 증상 확인, 의료진 보수교육에 자살예방 교육 필수 포함, 직업 및 경제적 문제 예방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대해 제안하였다.
Ⅰ. 서론
우울장애는 자살행동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우울장애와 자살행동의 관련성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Malone et al., 1995; Hawton et al., 2013, Orsolini et al., 2020).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에 대한 표준화된 사망률(Standardized Mortality Ratios, SMR)를 확인한 결과, 우울장애를 앓는 사람이 자살할 확률은 일반 인구에 비해 남성은 20배, 여성은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Osby et al., 2001).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는 성별(남성), 과거 자살시도, 정신질환 및 자살행동 가족력, 우울장애 심각도, 공병 정신질환(불안장애, 인격장애, 물질사용장애), 만성적인 신체 질환, 충동 적이거나 공격적인 성격 특징(Hawton et al., 2013; Isometsa, 2014) 등이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서도 생활 스트레스 사건, 알코올 사용, 과거의 자살시도, 낮은 약물 순응도가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행동을 높이는 위험요인으로 확인되었다(Ruengorn et al., 2012).
생활 스트레스 사건 중 실직 상태와 재정적 어려움과 같은 직업적·경제적 어려움은 자살의 대표적 위험요인으로 손꼽힌다(Steele et al., 2018). 6개 아시아 국가의 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 실업 상태가 높은 자살 위험과 관련이 있었고(Lim et al., 2014), 낮은 소득수준(엄현주, 전혜정, 2014) 또한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관계에서의 갈등 또한 자살의 위험요인으로 손꼽힌다(Hall et al., 1999; Steele et al., 2018). 자살사망한 집단과 자연사한 집단 간 비교연구를 수행한 결과, 자살사망한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사망 전 6개월 동안 대인관계 어려움(배우자, 자녀, 친구와의 갈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Overholser et al., 2012). 대인관계 갈등은 자살사망과 근접한 시일(사망 당일~한 달 전)에 발생해 자살행동의 촉진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Kazzan et al., 2016). 또한 신체질병, 통증 등 신체건강 문제도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Van Orden et al.(2010)은 신체적 질병으로 인해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골칫거리, 또는 짐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경우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신체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기능에 제한이 생길 경우 자살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Kaplan et al., 2007).
우울장애 환자의 공병 정신질환 또한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알코올 사용 장애 공병은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며(powell et al., 2002; Isometsa, 2014) 불안장애 공병 또한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장애 환자를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불안장애 동반 이환이 자살 위험을 3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Bolton et al., 2010). 또한 기분장애 환자를 불안장애 동반이환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으로 구분해 2년간 추적관찰했을 때,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우울감, 절망감, 자살사고, 충동성, 공격성, 적개심 등 자살의 위험요인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Abreu et al., 2018). 선행연구에 의하면 수면 문제 또한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Hall et al., 1999; McGirr et al., 2007). 심각한 자살시도를 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전체 대상자의 약 90% 정도가 사망 전 불면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Hall et al., 1999), 수면 문제(잠 드는 데 어려움, 아침에 일찍 깸, 수면과다증)가 정신질환과 독립적으로 자살 시도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Geoffroy et al., 2021).
가까운 사회적 관계에서 자살을 경험하는 것 또한 개인의 자살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연구에서 자살에 대한 가족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데(Baldssarini & Hennen, 2004; Brent & Mann, 2005). 15년간의 추적 연구 결과, 부모의 자살 이력이 자녀의 자살 시도 위험을 5배나 증가시키며 이 과정에서 기분장애(예: 주요우울장애, 양극성장애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면서 자살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Brent et al., 2015). 가족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까운 관계(예: 친구, 지인)의 자살행동에 노출된 경험도 미래의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Nanayakkara et al., 2013; 이민아 외, 2010; 정명희, 허성희, 2017).
한편, 효과적인 자살예방 대책을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살 고위험군 즉 서비스 수요자를 정확하게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채수미, 2020). 이러한 맥락에서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을 확인한다면, 자살 고위험군 발굴 및 치료 연계에 자원을 집중하고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적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자살 관련 위험요인이 우울장애 환자가 진단을 받은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한다. 독립변인은 선행연구와 심리부검 면담을 통해 확인된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설정하였다. 대표적으로 생애 스트레스 사건(직업, 경제, 가족관계, 대인관계, 신체건강), 정신질환(우울장애,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우울장애 진단 이후 자살시도 경험,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등이 있다. 종속변인은 우울장애 진단 후 사망시까지의 기간(단위: 개월)으로 설정하였다. 자살사망의 위험요인이 존재할 경우,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 비해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뒤 자살로 사망하기까지의 기간(단위: 개월)이 짧을 것으로 가정하였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본 연구는 심리부검 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살사망자 자료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심리부검 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살사망자 자료 약 950건 중, 사망 전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한 번이라도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210명을 선정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15년부터 자살 사별 유족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면담 사업을 시행 중으로, 2023년 현재 약 900건의 자살사망자 심리부검 자료가 누적되어 있다. 자살사망자와 유족이 면담 대상 기준(고인: 만 19세 이상의 성인, 경찰 조사에서 자살사망으로 확정된 자/ 유족: 만 19세 이상의 성인, 고인의 사망 직전 6개월 간 근황에 대해 보고가 가능한 자)을 충족하는지 확인한 후 유족과 면담이 가능한 일정과 장소를 협의해 심리부검 면담을 시행한다. 1건의 심리부검 면담에는 주면담원과 보조면담원 각 1인, 총 2인이 배정된다. 주면담원은 심리부검 면담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며 보조면담원은 면담 전 필요서류 확인, 면담 내용 속기 및 면담 전반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 측정도구
심리부검 면담 시 사용한 도구는 K-PAC(Korea-Psychological Autopsy Checklist) 2.0(2015년), 2.1(2016~2019년), 3.0(2019~2022년)이다. K-PAC은 국내외 심리부검 문헌과 심리부검 도구를 수집, 조사하여 개발한 근거기반 도구로, 자살사망자의 일반정보, 사망 정보 및 사망 전 행동, 생애 스트레스 사건(직업, 경제, 가족관계, 부부관계, 연애관계, 대인관계), 성격 및 범죄경력, 성장과정, 건강 상태(신체적, 정신적)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구성된 반구조화된 면담 도구이다. 이때 자살사망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할 때 면담에 참여하는 자살 사별 유족을 통해 고인이 사망 전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던 이력이 있었는지를 함께 확인하였고, 우울장애 진단 이력이 있었다고 보고될 경우, 최초 진단 시기와 약물치료 이력 등을 추가로 확인하였다.
나. 독립변수
인구사회학적 변수
인구사회학적 변수에는 연구대상자의 성별, 연령대, 고용 상태, 결혼 상태, 학력을 포함하였고, 해당 변수를 이용하여 인구사회학적 특성별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 차이 분석을 실시하였다. 성별은 남성과 여성, 연령대는 20대 이하,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으로 분류하였다. 고용 상태는 피고용인, 자영업자, 전업 주부 또는 학생, 실업자, 은퇴자, 기타로 분류하였고 기타에는 의무복무, 개인 주식 투자자, 불법 업무 종사자 등이 포함되었다. 결혼 상태는 미혼, 기혼, 사별 및 이혼으로 분류하였고, 기혼 안에는 사실혼과 재혼이 포함되어 있다. 최종 학력은 초졸이하, 중졸, 고졸, 대졸, 대학원 재학 이상으로 분류하였다.
생애 스트레스 사건
심리부검을 통헤 파악한 연구대상자의 직업(구직, 퇴직/은퇴/실직, 업무적응, 업무부담, 동료관계, 승진실패/누락, 업무상 과실/징계, 사업부진/실패 등), 경제(수입감소, 지출증가, 파산, 부채, 지속적인 빈곤 등), 가족관계(부부 /자녀/부모/형제자매/친인척 관계 갈등, 가족 내 소외감, 가족의 질병/사망 등), 대인관계(대인관계 및 연인관계 불화 또는 이별, 사회적 단절 등), 신체건강(심각한 질병, 신체적 장애, 만성질환, 중상해 등) 스트레스 유무를 분석에 포함하였다. 사망 전 스트레스가 시작되어 사망 당시까지 자살사망자가 해당 일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다고 보고되었을 경우 스트레스 ‘있음’으로 코딩하여 분석하였다.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
심리부검 시에는 자살사망자의 사망 당시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이를 위해 심리부검 면담원은 유족에게 “고인에게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까?”라고 질문한 뒤 있었다고 답할 경우 고인의 우울감, 불안감, 음주 문제, 수면 문제 등을 확인한다. 본 연구에서는 유족이 보고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여 사망 3개월 전 알코올 사용 증가(음주량 증가, 음주빈도 증가 등), 수면 문제 증가(평소보다 더 잠을 못 자거나 지나치게 많이 잠), 불안 증상 증가(불안함, 안절부절못함, 초조함 등)가 있었을 경우 ‘있음’으로, 없었을 경우 ‘없음’으로 코딩하여 분석에 이용하였다. 즉, 알코올 사용과 수면 문제 및 불안 증상의 증가가 ‘없음’으로 코딩되었다 하더라도 사망 당시 해당 문제가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심리부검 시 자살사망자가 사망 전 자살시도를 한 이력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면 자살시도 시기를 확인한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대상자 중 자살시도 이력이 있었고, 그 시기가 우울장애 진단 이후일 경우 진단 후 자살시도 ‘있음’으로 코딩하여 분석하였다.
4. 분석 방법
분석 포함 자료는 SPSS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 기간을 확인했다. 우울장애 진단일은 심리부검 시 유족이 보고한 자살사망자의 최초 우울장애 진단일이며, 자살사망일은 경찰기록에서 확인된 사망일로, 진단일 이후 사망일까지의 개월 수를 일정 구간으로 나누어 빈도분석 하였다. 둘째, 사망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성별, 연령대, 고용 상태, 결혼 상태, 학력), 생애 스트레스 사건(직업, 경제, 가족관계, 대인관계, 신체건강 스트레스) 및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자살시도, 알코올 사용 증가, 수면 문제 증가, 불안 증상 증가),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유무의 빈도를 분석한 후 해당 요인에 따라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 기간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산분석을 시행했다. 셋째, 우울장애 진단 후 사망까지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다중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종속변수는 우울장애 진단-사망기간으로 설정하였고, 독립변수는 앞서 실시한 분산분석 결과 중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던 변수들로, 생애 스트레스 사건과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의 일부로 구성되었다.
아울러 본 연구는 연구 시작 전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았으며, 「생명윤리 및 안전 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3조 및 제33조에 따라 심의가 면제되었고,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연구계획서를 준수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면제번호: P01-202308-01-016).
Ⅲ. 연구 결과
1.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개월 수를 분석하였고, 1개월 미만,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12개월 이상 36개월 미만, 36개월 이상 72개월 미만, 72개월 이상으로 분류한 뒤 그 빈도를 <표 1>에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210명의 연구대상자 중 11%(23명)가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후 1개월 내에 자살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연구대상자의 4분의 1이 6개월 이내에 자살사망하였고(누적빈도 54명, 25.7%), 3분의 1이 1년 이내에 자살사망하였다(누적빈도 81명, 38.6%). 연구대상자의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은 평균 53.42개월이었고, 표준편차는 68.03개월이었다.
표 1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 기간 분석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 | 빈도, 명(%) | 누적빈도, 명(%) | 평균(표준편차) |
---|---|---|---|
|
|||
1개월 미만 | 23 (11.0) | 23 (11.0) | 53.42(68.03) |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 18 (8.6) | 41 (19.5) | |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 13 (6.2) | 54 (25.7) | |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 27 (12.9) | 81 (38.6) | |
12개월 이상 36개월 미만 | 41 (19.5) | 122 (58.2) | |
36개월 이상 72개월 미만 | 39 (18.6) | 161 (76.8) | |
72개월 이상 | 49 (23.4) | 210 (100.0) |
한편,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 기간의 왜도와 첨도를 확인한 결과, 왜도의 절댓값이 2 이상이고, 첨도의 절댓값이 4 이상으로(왜도 2.20, 첨도 5.76) 정규분포 하지 않는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분산분석과 회귀분석 시에는 로그 변환한 값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로그 변환 후 왜도 -.43, 첨도 -.91). 로그 변환 후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은 평균 3.00, 표준편차 1.66이었다.
2. 인구통계학적 특성별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 차이 분석
연구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별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표 2>에 제시하였다. 종속변인인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은 로그 변환한 값을 사용하였다. 먼저, 연구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은 98명(46.7%), 여성은 112명(53.3%)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고, 연령대는 20대 이하 23.3%(49명), 30대 21.9%(46명), 50대 21.4%(45명) 순으로 많았다. 고용 상태는 사망 당시 피고용인 상태(76명, 36.5%)와 실업자(53명, 25.5%)가 많았으며, 결혼 상태는 기혼이 114명(54.5%)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학력은 대졸(91명, 44.0%)과 고졸(76명, 36.7%)이 대부분이었으나, 그 외 중졸(17명, 8.2%)과 초졸 이하(11명, 5.3%)도 존재하였다.
표 2
인구통계학적 특성별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 차이 분석
구분 | 명(%) |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 개월(표준편차)1) | t/F | Post-hoc |
---|---|---|---|---|
|
||||
성별 | 4.03* | - | ||
남성 | 98 (46.7) | 2.75 (1.70) | ||
여성 | 112 (53.3) | 3.21 (1.61) | ||
|
||||
연령대 | 0.24 | - | ||
20대 이하 | 49 (23.3) | 2.97 (1.41) | ||
30대 | 46 (21.9) | 2.82 (1.60) | ||
40대 | 38 (18.1) | 3.01 (1.74) | ||
50대 | 45 (21.4) | 3.16 (1.89) | ||
60대 이상 | 32 (15.2) | 3.02 (1.75) | ||
|
||||
고용 상태 | 1.09 | - | ||
피고용인 | 76 (36.5) | 2.72 (1.82) | ||
자영업자 | 28 (13.5) | 2.79 (1.81) | ||
전업주부/학생 | 34 (16.3) | 3.24 (1.48) | ||
실업자 | 53 (25.5) | 3.16 (1.41) | ||
은퇴자 | 13 (6.3) | 3.31 (1.80) | ||
기타 | 4 (1.9) | 3.88 (1.43) | ||
|
||||
결혼 상태 | 1.15 | - | ||
미혼 | 68 (32.5) | 2.87 (1.43) | ||
기혼 | 114 (54.5) | 2.97 (1.77) | ||
사별, 이혼 | 27 (12.9) | 3.43 (1.75) | ||
|
||||
학력 | 2.44* | abc>de | ||
초졸이하(a) | 11 (5.3) | 3.17 (1.35) | ||
중졸(b) | 17 (8.2) | 3.61 (1.72) | ||
고졸(c) | 76 (36.7) | 3.35 (1.47) | ||
대졸(d) | 91 (44.0) | 2.69 (1.72) | ||
대학원 이상(e) | 12 (5.8) | 2.70 (1.82) |
인구통계학적 특성별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 기간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결과, 성별(t=4.03, p <.05)과 학력(F=2.44, p<.05)의 차이가 유의미하였다. 성별은 여성보다 남성이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이 더 짧았고, 학력의 사후검정 결과 고졸 이하보다 대졸 이상의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이 유의미하게 더 짦았다. 연령대(F=0.24, NS), 고용 상태(F=1.09, NS), 결혼 상태(F=1.15, NS)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3. 생애 스트레스 사건,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유무별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 차이 분석
연구대상자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유무별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 망까지 기간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는 <표 3>과 같았다. 종속변인인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은 로그 변환한 값을 사용하였다. 분석 결과, 생애 스트레스 사건 중 자살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t=7.80, p<.01)와 경제 스트레스(t=4.26, p<.05)를 경험했을 때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이 유의미하게 더 짧았고, 그 외 가족관계 스트레스(t=0.31, NS), 대인관계 스트레스(t=0.30, NS), 신체건강 스트레스(t = 0.02, NS)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에서는 사망 3개월 전 수면 문제의 증가(t=10.64, p<.01)와 불안 증상의 증가(t=22.06, p<.001)가 있었을 때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이 유의미하게 더 짧았고,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시도 이력 유무(t=3.72, NS)와 알코올 사용의 증가 유무에 따라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t = 0.22, NS). 또한,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을 경우(t=5.20, p<.05)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이 유의미하게 더 짦았다.
표 3
생애 스트레스 사건,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유무별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 차이 분석
구분 | 명(%) |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 개월(표준편차)1) | t/F | |
---|---|---|---|---|
|
||||
생애 스트레스 사건 | 직업 스트레스 (n=201) | 7.80** | ||
있음 | 122 (60.7) | 2.72 (1.72) | ||
없음 | 79 (39.3) | 3.38 (1.50) | ||
|
||||
경제 스트레스 (n=194) | 4.26* | |||
있음 | 98 (50.5) | 2.71 (1.54) | ||
없음 | 96 (49.5) | 3.19 (1.76) | ||
|
||||
가족관계 스트레스 (n=195) | 0.31 | |||
있음 | 136 (69.7) | 3.02 (1.66) | ||
없음 | 59 (30.3) | 2.87 (1.78) | ||
|
||||
대인관계 스트레스 (n=202) | 0.30 | |||
있음 | 72 (35.6) | 3.05 (1.47) | ||
없음 | 130 (64.4) | 2.92 (1.78) | ||
|
||||
신체건강 스트레스 (n=201) | 0.02 | |||
있음 | 60 (29.9) | 2.97 (1.72) | ||
없음 | 141 (70.1) | 3.00 (1.68) | ||
|
||||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 | 진단 후 자살시도 (n=189) | 3.72 | ||
있음 | 53 (28.0) | 3.31 (1.46) | ||
없음 | 136 (72.0) | 2.80 (1.73) | ||
|
||||
알코올 사용 증가 (n=198) | 0.22 | |||
있음 | 32 (16.2) | 3.10 (1.52) | ||
없음 | 166 (83.8) | 2.95 (1.71) | ||
|
||||
수면 문제 증가 (n=200) | 10.64** | |||
있음 | 68 (34.0) | 2.45 (1.88) | ||
없음 | 132 (66.0) | 3.23 (1.45) | ||
|
||||
불안 증상 증가 (n=210) | 22.06*** | |||
있음 | 42 (20.0) | 1.97 (1.65) | ||
없음 | 168 (80.0) | 3.25 (1.57) | ||
|
||||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n=202) | 5.20* | ||
있음 | 99 | (49.0) | 2.70 (1.63) | |
없음 | 103 (51.0) | 3.23 (1.66) |
4. 연구대상자 특성이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에 미치는 영향
앞서 분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던 변인이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다중 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표 4>에 제시하였다. 회귀모형 해석 전, 전체 모형의 Durbin-Watson 통계량을 확인하여 회귀모형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VIF(Variance Inflation Factor) 값을 통해 다중 공선성 문제를 확인한 결과, Durbin-Watson 통계량은 2.09로 자기상관성이 없었고, VIF값은 1.04에서 1.11사이의 값을 보여 다중공선성 문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 4
연구대상자 특성이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에 미치는 영향
구분 | B(SE) | β | t | |
---|---|---|---|---|
|
||||
독립변수 | 직업 스트레스 | -.404(.244) | -.122 | -1.66 |
경제 스트레스 | -.335(.231) | -.103 | -1.45 | |
수면 문제 증가 | -.557(.239) | -.164 | -2.33* | |
불안 증상 증가 | -1.120(.284) | -.284 | -3.94*** | |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 -.141(.235) | -.043 | -.60 | |
|
||||
통제변수 | 성별(남성) | -.159(.239) | -.049 | -.663 |
학력 | -.290(.131) | -.164 | -2.21* | |
|
||||
Adj R2 | .175 | |||
|
||||
F | 6.15*** |
분석 결과, 독립변수로 생애 스트레스 사건 및 사망 전 정신건강 변화,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유무별로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던 변수, 즉 직업 스트레스, 경제 스트레스, 사망 3개월 전 수면 문제 증가와 불안 증상 증가,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를 투입하였고, 위 변인들이 종속변인에 영향을 미칠 때 인구통계학적 변인의 영향을 고려하여 인구통계학적 변인 중 우울진단-사망 기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던 변수, 즉 성별과 학력을 통제변수로 투입하였다. 통제변수 중 학력이 우울진단-자살사망 기간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쳤는데, 학력이 높을수록 우울진단-자살사망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β=-.290, p<.05). 독립변수에서는 사망 3개월 전 수면 문제의 증가(β=-.557, p<.05)와 불안 증상 증가(β=-1.120, p<.001)가 우울진단-자살사망기간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증상이 있었을 때 없었던 사람보다 우울진단-자살사망기간이 더 짧았다.
Ⅳ. 논의
이 연구의 목적은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탐색하여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의 자살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살사망자 심리부검 데이터에서 사망 전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한 번이라도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던 210명의 데이터를 추출하여 분석에 이용하였다.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대상자의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에 이르기까지의 평균 진단-자살사망 기간은 53.42개월, 약 4.5년 이었다. 연구대상자의 11%(23명)가 우울장애 진단받은 후 1개월 이내에 자살사망했고, 4분의 1이 6개월 이내에, 3분의 1이 12개월 이내에 자살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도 우울장애 발병(또는 진단) 후 3개월(Malone et al., 1995; Randall et al., 2014)에서 1년 이내(Holma et al., 2010)에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울장애 조기 진단 및 개입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연구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분석 결과, 남성(46.7%)보다 여성(53.3%)의 비율이 높았다. 국내 자살사 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2.2배 가량 높지만, 우울장애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2.1배 가량 높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2). 연구대상자의 성별 분포는 자살사망자와 우울장애 유병률의 상반된 분포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자살사망자 중 사망 당시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던 자의 성비는 공표된 통계 결과가 없으므로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대상자의 연령대는 20~30대(45.2%) 젊은 연령대의 비율이 높았는데,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는 40~50대가 가장 많고, 우울장애 유병률은 70대 이상 노년층에서 가장 높은 것과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는 심리부검에 참여한 대상자(고인)가 젊은 연령에 집중 분포되어있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3). 고용 상태는 피고용인(36.5%)과 자영업자(25.5%)의 비율이 높았고, 학력은 대졸(44.0%)과 고졸 (36.7%)의 비율이 높았는데, 이 점 역시 심리부검 참여 대상자(고인)의 분포와 유사하다(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3).
셋째, 자살사망자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직업, 경제, 가족관계, 대인관계, 신체건강 스트레스 유무), 사망 전 정신 건강의 변화(사망 3개월 전 알코올 사용 증가, 수면 문제 증가, 불안 증상 증가),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 유무별로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 기간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 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와 경제 스트레스가 있었을 때, 사망 3개월 전 수면 문제와 불안 증상이 증가했을 때,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을 때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 기간이 유의미하게 더 짧았다. 이는 실직 상태(Lim et al., 2014)와 낮은 소득수준(엄현주, 전혜정, 2014), 수면 문제(잠 드는 데 어려움, 아침에 일찍 깸, 수면과다증)가 자살 시도 위험을 증가(Geoffroy et al., 2021)시키고, 심각한 불안증상 또는 공황발작 증상이 자살 계획이나 자살시도와 관련이 높다는(Hall et al., 1999; Nock et al., 2010)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그러나 알코올 사용의 증가 유무에 따라서는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 기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는데, 이와 관련해 Powell et al.(2002)의 음주와 자살시간 관계 연구에서 만성적인 알코올 사용 또는 평균 음주 빈도나 음주량 등의 지표보다 자살시도 직전(3시간 전) 음주한 것이 자살행동과 더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어 알코올 사용의 빈도와 절대적인 양의 증가와 자살사망 간의 시간적 관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 연구 결과, 직계가족(부모, 형제자매, 자녀)과 배우자의 기분장애 병력이 있는 경우, 가족력이 없는 경우보다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 기간이 유의미하게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 결과에서도 직계가족의 기분장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우울장애를 포함한 기분장애의 발병 연령이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고 (Mann et al., 2005, Tozzi et al., 2008), 가족 간 공유되는 우울장애의 초기 발병이 자살행동의 위험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Azorin et al., 2010).
넷째, 인구통계학적 변인을 통제한 후에는 사망 3개월 전 수면 문제의 증가와 불안 증상의 증가만이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쳤고, 두 변인 모두 진단-자살사망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 수면 문제는 일반적으로 자살 문제를 증가시키는 위험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너무 적게 자거나(6시간 미만), 많이 자는 것(9시간 이상)은 적절한 수면시간을 갖는(7시간) 것보다 자살생각 확률을 높였고 (Jang et al., 2016), 불면증이 있는 우울장애 환자는 일반인구에 비해 자살시도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Jang et al., 2020). 특히 수면 문제는 쉽게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데, 자살 유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수면장애가 지속적 비탄장애보다 우울장애와 더 강한 상관을 보였고, 이들에게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했을 때 수면 문제가 크게 감소하기는 했으나 치료 후 절반 이상에서 수면 문제가 재발했으며 이것이 우울장애와 상관을 보였다(Boelen & Lancee, 2013). 즉, 수면 문제의 증가는 우울장애를 악화시키고, 이것이 자살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불안 증상은 우울장애와 흔히 공존하는 증상 중 하나로, 불안 증상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인지적 왜곡이 자살과 관련되 어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Nam et al.(2016)은 불안장애 하위 유형 중 공황장애 증상이 있는 사람의 자살 행동 위험이 높다고 보고하였는데, 이에 대해 연구진은 공황장애 증상이 있는 경우 파국적 해석과 같은 인지적 왜곡을 높이고, 회피 행동이 자극되며 결과적으로 자살 행동을 높인다 해석하였다. 한편, 직업 및 경제 스트레스 있음은 분산분석 결과에서는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이 유의미하게 짧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성별 및 학력을 통제한 후 회귀분석 하였을 때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고, 이때 통제변인 중 학력의 영향이 유의미하였다. 직업 및 경제 스트레스 두 변인은 모두 학력의 유의미한 영향을 받는 변인으로, 학력을 통제한 후에는 우울장애 진단-자살 사망 기간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우울장애 조기에 지속적인 개입을 할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많은 연구에서 우울장애 발병 시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Sokero et al., 2005; Sinclair et al., 2005), 본 연구에서도 연구대상자의 11%가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1개월 내에, 전체의 3분의 1이 1년 내에 자살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우울장애에 대한 조기개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우울장애 조기 발굴을 위해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현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겠다 발표하였는데, 이러한 정책이 잘 실현될 때 우울장애 조기 발굴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우울장애의 조기 진단 뿐 아니라 지속적 인 개입 또한 중요한데, 동일한 우울장애 환자 집단에서 지속적인 항우울제 치료를 받은 경우 자살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치료집단 SMR 13.8, 비치료집단 SMR 33.3, Angst et al., 2005). 다른 연구에서는 우울장애 발병 후 10년마다 자살 시도 위험이 10%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Crona et al., 2013) 우울장애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 또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우울장애 환자의 자살위험을 평가할 시 동반되는 수면 문제 또는 불안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행연구 결과 우울장애 환자에게서 불안 및 수면 문제가 동반될 시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Nock et al., 2010; Pigeon et al., 2012), 본 연구에서도 사망 3개월 전 수면 문제 및 불안 증상이 증가하는 것이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울장애 환자가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증상 중 수면 문제와 불안 증상을 더욱 민감하게 탐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며, 위에서 언급한 우울장애의 지속적 개입의 측면의 연장선상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사와 같이 우울 장애를 주로 만나는 치료진의 역할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고, 심리부검 면담 자료를 이용한 분석 결과(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3), 자살사망자의 20.4%가 사망 3개월 전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일차 의료 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고려했을 때, 내과, 한의원과 같은 일차 의료기관의 의료진의 자살예방 역량 개별 역시 필요하다. WHO(2000)는 과거 일차 의료기관에서 자살 위기자를 식별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에게 연계하는 등 자살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한 바 있고, 헝가리에서는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대상으로 자살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고 우울장애 클리닉으로 연계하며 항우울제 처방을 신속히 허용하는 등의 개입을 통해 국가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Szanto et al., 2007).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부터 의료기관 보건의료인력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체로 선별 도구를 이용하여 절단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로 연계하는 것을 강조하는 데 그치고 있어 수면 및 불안 증상의 증가에 보다 민감하게 대처할 것을 추가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직업 및 경제 스트레스가 우울장애 진단-자살사망 기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해당 스트레스가 있었던 경우 이 기간이 유의미하게 더 짧았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은 모든 연령층의 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특히 중년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Qin et al., 2022; Hempstead & Phillips, 2015), 국내 연구에서도 소득 수준이 남성의 자살생각과 유의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엄현주, 전혜정). 지역 사회의 실업률이 1% 증가할 때, 자살률은 1.2% 증가하고 반대로 지역 인구의 평균 소득이 1% 증가할 시 자살률은 0.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Naher et al., 2020), Kerr et al.(2017)은 실업률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은 빈곤율을 매개하며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자살예방에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주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자살예 방에 있어 사회경제적 보호망을 촘촘히 하는 것이 필수로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본 연구는 몇 가지의 한계점이 있다. 첫째, 본 연구는 자살사망자의 대리인(배우자, 직계가족 등)과의 면담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심리부검 면담 자료를 활용한 연구로, 심리부검 연구의 방법론적인 한계(Hjelmeland et al., 2012) 를 공유한다. 특히 심리부검 면담원에게 자살사망자의 공식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유족과의 면담을 통해 사망 전 우울장애 진단을 확인해야 했다. 이러한 한계에 파생되어 자살사망자의 우울 진단인지 초발 또는 재발 여부, 전체 유병기간, 과거 관해되었던 경험 여부, 증상의 심각성, 치료의 순응성 등에 우울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여 분석과정에서 이를 고려하지 못하였다. 선행연구를 통해 유족과의 면담을 통한 사후 진단 방식의 신뢰도가 검증되었으나(Deep-Soboslay et al., 2005, DeJong & Overholser, 2009), 보다 정확한 정보 확인을 위해서는 자살사망자의 공식적인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본 연구의 연구대상자는 여성과 20~30대의 젊은 연령층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나라 심리부검 자료는 여성과 젊은 연령층, 사망 당시 직업이 있었던 사람의 비율이 높은데(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3), 본 연구 역시 이러한 심리부검 표본의 편향과 일치하는 특성을 보였으며, 이는 전체 자살사망자 및 우울장애 유병자의 성별 및 연령분포와 다르다. 연구 결과가 더 대표성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자살사망자 또는 우울장애 유병률을 고려한 표본 선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대조군 없이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자살사망자만을 연구대상자로 하였기에 자살사망자의 단순 현상 기술밖에 할 수 없었으며, 이를 고려하여 연구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추후에는 우울장애 진단받지 않은 자살사망자 또는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자살하지 않은 자를 대조군으로 한 비교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역치 이하 우울(진단 인터뷰나 자기 보고를 통해 우울증상이 확인되었으나 주요우울장애 진단 기준에 해당하지는 않는) 환자도 우울증이 없는 대조군에 비해 자살사망 위험이 1.3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선행연구를 참고하여(Cuijpers et al., 2013) 후속 연구에서는 우울 진단을 받지 않았으나 그에 준하는 증상을 보였던 자로 연구대상자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자살사망자 중 사망 전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던 자를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연구 필요성과 연구 결과해석에 인용한 선행연구들은 자살사망자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살생각과 자살시도와 같은 자살의 위험성을 연구한 결과들로, 본 연구의 대상자와는 다른 모집단을 분석한 결과를 인용할 수 밖에 없었기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했다. 또한, 본 연구는 특정 위험요인이 있을 경우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이 더 짧았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였는데, 해당 위험요인이 우울장애 진단 후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우울장애 진단 이전부터 지니고 있었던 위험요인이었는지 알 수 없어 해석상에 한계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자살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요인으로 다루어진 면이 있다. 추후에는 본 연구를 필두로 하여 우울장애 전체 진단 기간, 진단과 위험요인 발생의 시간적 선후 관계 명확화 등의 문제를 보완하여 세부 분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자살사망자 중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까지의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탐색하는 것을 통해 우울장애 진단 후 자살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핵심 변인을 찾고, 자살예방 방안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울장애는 자살의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로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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