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우울의 시대, 사회정책의 전환을 모색하며

In Search of Directions for Social Policy in An Era of Anxiety and Depression

우리 시대 사회정책에 대한 요구는 무엇일까요? 2024년 한 해 동안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논문들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비춰보고자 합니다.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연구 성과물을 통해 지금의 삶과 사회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을 테지만, 그래도 학문은 삶의 다양한 문제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하나의 학술지를 결산하는 작업을 통해서도 지금 우리 시대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24년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논문은 총 85편이었습니다. 우선 제목으로 볼 때 빈도 면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바로 불안과 우울입니다. 이를 다루는 연구가 상당수인데, 정신건강이란 단어까지 아우른다면 관련 연구로 2024년에 게재된 것은 연간 11편에 달합니다. 불안과 우울에 관한 연구는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상이 생애 전반에 걸쳐 있어 매우 광범위합니다. 문제의 광범위함으로 볼 때 지금을 불안과 우울의 시대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안과 우울에 관한 연구들은 실업, 간병 및 돌봄 부담, 혹은 기후위기 등과의 연관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밖에 우리 학술지 연구들이 그동안 다룬 고립, 다양한 차원에서 존재하는 차별, 고용 불안정과 사회보험 가입의 불안정성, 빈곤의 문제들은 역시 개인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 및 우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빈곤과 차별 그리고 고립은 보편적인 권리의 담지자이자 특수성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묻어버리고 존재를 삭제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보건사회연구』는 의료이용 및 의료서비스의 공간적 접근성, 백신, 의료공급, 질병 비용, 호스피스 서비스,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서비스 이용 등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성과를 게재하였습니다. 의료 현장의 응급실 부족과 의료진의 과로 문제로 드러나는 중증·필수의료 공급 부족은 여전한 가운데, 현안인 의대정원 이슈에 대한 연구 또한 실린 바 있습니다. 보건의료는 모든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만큼, 지금 보건의료정책의 공백은 모두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건의료정책의 근본적 전환에 대한 요구는 여전합니다.

『보건사회연구』는 2024년 6월에 ‘존엄한 죽음’을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콜로키움에서는 존엄한 죽음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콜로키움 성과를 반영하여 학술지 가을호에서는 존엄한 죽음에 관한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접근은 어떠한지, 자기결정권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등을 특집 논문으로 게재한 바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기도 하므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우리 학술지의 논의는 결국 모두의 존엄한 삶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였습니다.

불안과 우울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평가와 탐색, 존엄한 삶과 죽음을 누리기 위한 모색은 2024년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논문들의 또 하나의 주요한 주제였습니다. 이주민 사회통합정책, 자립지원 사례관리, 핀란드의 노인 재가돌봄, 주민참여 건강사업, 공공의료 강화, 인권친화적 서비스, 주된 일자리 고용기간 연장 등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들이 그것입니다. 이 구체적이고 정밀한 분석들은 모든 사람이 빈곤, 고립, 차별, 불안정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모두의 목소리가 사회에서 생생히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 사회 변화를 위한 사회정책의 점진적인 혹은 획기적인 전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2024년 소중한 원고를 투고해 주시고, 엄정한 눈으로 심사를 해주셨던 모든 연구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보건사회연구』발행의 모든 단계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주신 분들께 역시 감사드립니다. 모든 종류의 생산물이 그러하듯이 양질의 학술지 한 권이 나오기 위해서는 실무진, 운영위원, 편집위원 등 여러 사람의 노동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책은 여럿의 섬세함과 정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학술지의 질은 우리가 속한 학문공동체의 역량에서 비롯되는바, 성실한 연구를 통해 우리 학문의 깊이와 넓이를 한층 더해준 모든 학생과 연구자분께 감사드립니다. 2025년에도 보건과 사회를 폭넓게 아우르는 학술지로서 『보건사회연구』가 담아낼 것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학문공동체가 주제의식을 갖춘 전문적인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냄으로써 모두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음을, 2025년 『보건사회연구』 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24. 12. 31.

『보건사회연구』편집위원회 위원장 주은선

(경기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