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 계속 낮아질 수 있을까?

Elderly poverty: Will it continue to decrease?

흔히 언론에서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폐지 줍는 노인’을 빈곤 노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곤한다. 그런데 이러한 흔한 묘사는 노인 빈곤의 개념에 대한 오해를 담고 있다. ‘폐지 줍는 노인’이 표상하는 빈곤층은 절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아 최저생활을 위협받는 소수의 ‘극빈층’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빈곤율 지표에 따른 노인 빈곤층은 전체 사회 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가진 다수의 ‘상대빈곤층’이다. 소수의 극빈 문제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선별적인 프로그램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겠지만, 다수의 상대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포괄적이고 구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노인 빈곤 문제를 고민할 때는, 우선 노인 빈곤이 소수 극빈층의 문제가 아니라 노인의 40%가 경험하는 다수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극빈층의 최저생계 보장을 넘어 평균적인 국민의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OECD 소득분배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66세 이상 빈곤율은 40.5%로 자료가 존재하는 34개 OECD 국가 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여유진 외, 2024, p. 71). 서구 국가에 비해 한국의 노인은 경제활동에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노동소득 수준이 높고, 따로 사는 자녀로부터 생활비를 받거나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도 많아,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노인의 시장소득 빈곤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인의 가처분소득 빈곤이 매우 높은 것은 전적으로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OECD 국가 중에서 노인 빈곤율이 가장 낮은 노르웨이에서는 공적이전이 노인 빈곤율을 68%포인트나 감소시키지만, 한국에서는 공적이전이 노인 빈곤율을 20%포인트밖에 감소시키지 못한다(여유진 외, 2024, p. 71).

과거 자료의 한계로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노인 빈곤이 높아진 것은 대체로 1990년대부터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 시기에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중고령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부양 규범의 약화로 가족 부양이 약해지는 한편, 공적 노후소득보장이 부재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노인 빈곤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2010년대 초반부터는 노인 빈곤이 낮아지기 시작하였다. 통계청(2025)의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11년 46.5%에서 2021년 37.6%로 상당히 감소하였다.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지만, 과거에 비하면 개선 폭이 작지 않다. 2010년대에 노인 빈곤이 감소한 데는 국민연금의 성숙, 기초연금 인상 등과 같은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강화가 주된 영향을 미쳤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노인의 시장소득 빈곤율은 57.0%에서 57.9%로 소폭 증가 하였지만, 국민연금의 수급률이 높아지고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이 인상되면서 노인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46.5%에서 37.6%까지 감소하였다.

이처럼 2010년대에 십여 년간 노인 빈곤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한때 노인 빈곤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무색하게도,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최근 3년 동안 노인 빈곤의 감소세가 멈췄고, 오히려 소폭 증가하였다. 통계청(2025)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21년 37.6%에서 2023년 38.2%로 증가하였다. 같은 시기에 노인의 시장소득 빈곤율은 57.9%에서 55.5%로 상당히 빠르게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적이전이 노인 빈곤을 낮추는 효과가 약해지면서 노인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이 소폭 반등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적이전의 노인 빈곤 감소 효과가 약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시기의 재난지원금이 점차 축소되면서 공적이전의 효과가 약해진 탓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최근의 노인 빈곤 증가 현상을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면, 국민연금·직역연금과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최근 정체하거나 약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노령연금 급여 수준의 정체, 2007년 연금개혁에 따른 점진적인 소득대체율 축소 등으로 인해 노인 빈곤 감소 효과가 약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초연금은 물가상승에 따라 인상되는 급여 수준이 중위소득과 빈곤선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명목 급여액을 인상하지 않는 시기에는 실질적으로 급여 수준이 하락하여 노인 빈곤 감소 효과가 약해진다.

요컨대, 한국의 노인 빈곤은 2010년경까지 오랫동안 증가하였고, 2020년경까지 십여 년간 감소하였으나, 최근 3년간 다시 소폭 증가하였다. 2010년대에는 공적이전의 효과가 강화하면서 노인 빈곤이 지속적으로 낮아졌지만, 2020년대에는 공적이전의 효과가 정체·약화하면서 노인 빈곤의 감소 추세가 멈췄다. 2010년대에 노인 빈곤이 낮아진 것도, 2020년대에 노인 빈곤이 낮아지지 않은 것도, 공적이전 때문이다. 결국, 노인 빈곤의 증감은 국가가 노후소득을 얼마나 잘 보장하는지에 달려있다. 더 많은 공적이전소득을 더 효과적인 형태로 지원할수록 노인 빈곤은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더 건강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베이비붐세대가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인 빈곤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2010년대 이후 최근의 경험은 노인 빈곤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개혁 방향을 둘러싼 백가쟁명이 벌어지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공적이전의 확대 없이 앞으로 노인 빈곤이 감소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025. 6. 30.

보건사회연구 편집위원회 편집위원 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References

1. 

여유진, 강혜규, 김가희, 김기태, 김성아, 류재린, 안수란, 이소영, 이원진, 이태진, 장성현, 전지현. (2024). 지속가능한 복지제도 대안모색 연구, 71, 그림 4-4.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 

통계청. (2025). 가계금융복지조사 소득분배지표 집계자료.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