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관점에서 한국, 미국, 호주, 일본의 재가돌봄 제도 비교분석: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의 관점에서
A Comparative Analysis of Home Care Systems in South Korea, the United States, Australia, and Japan: From the Perspective of Respecting the Elderly’s Right to Self-Determination
Han, Da Jeong1; Kim, So Yoon1*
보건사회연구, Vol.45, No.2, pp.282-306, June 2025
https://doi.org/10.15709/hswr.2025.45.2.282
알기 쉬운 요약
- 이 연구는 왜 했을까?
- 자기결정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노인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에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관점에서 노인장기요양 보험 재가급여를 미국, 호주, 일본의 재가돌봄 제도와 비교분석하여 현재 문제점을 확인하고,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개선 방안 등을 도출하였다.
-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의 경우, 서비스 유형에 대한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 실질적인 선택권 행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였으며, 의사결정지원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반면 해외 사례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과 호주의 경우, 의사결정지원제도가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노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화시키기 위한 자기주도돌봄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돌봄 서비스 전달 과정에 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개선과 더불어 의사결정지원 제도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whether older adults' self-determination right is respected in their use of care services. It aims to identify issues in the Home Care System of Long-Term Care Insurance, suggest improvements, and guide future policies. Using Gilbert & Terrell’s framework, we compared home care systems in South Korea, the United States, Australia, and Japan. The comparative analysis showed that, unlike in other countries, older adults in South Korea's Home Care System had difficulty participating in service delivery and making meaningful choices. Moreover, the system lacked adequate support for those with limited decision-making capacity to make informed choices. In contrast, the United States, Australia, and Japan have systems that empower older adults to participate actively in service delivery and make their own choices. Additionally, the United States and Australia have widely implemented decision-making support systems. Furthermore, these countries have made efforts to respect older adults’ right to self-determination in the service delivery process by implementing self-directed care programs. These findings highlight the need for stronger mechanisms to empower older adults in service delivery and decision-making within the Home Care System of Long-Term Care Insurance. Policies should also strengthen mechanisms for older adults to exercise their right to self-determination in home care services and promote decision-making support in care settings.
초록
본 연구는 노인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을 존중받고 있는 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연구 목적은 자기결정권 존중 관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 방안 및 향후 관련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될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연구 방법은 Gillbert&Terrell의 분석틀을 활용하여 국내외 재가돌봄 제도를 비교분석하였고, 대상 국가는 한국, 미국, 호주, 일본으로 선정하였다. 주요 비교분석 결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는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노인이 서비스 전달과정에 참여하여 실질적으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웠고, 의사결정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의사 결정지원제도의 운영도 미흡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미국, 호주, 일본은 서비스 전달 과정에 노인이 참여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었으며, 특히 미국과 호주는 의사결정지원제도가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또한 자기주도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서비스 전달과정에서 노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러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 서비스 전달 과정에 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을 보완하고, 일반적인 돌봄 현장에서 의사결정지 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Ⅰ. 연구 배경 및 필요성
2024년 12월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비중의 20%를 차지하면서 초고령 사회가 되었다(행정안전부, 2024). 노인 돌봄에 대한 책임의 주체는 점차 가족에서 사회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고, 장수(⾧壽)에 대한 기대를 넘어, 살던 곳에서 나이 들어감(AIP, Ageing in Place), 건강한 노화(Healthy Ageing) 및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노인을 위한 좋은 돌봄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돌봄’의 사전적 정의는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이다. 한편 ‘수발’의 사전적 정의는 ‘신변 가까이에서 여러 가지 시중을 듦’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돌봄은 ‘돌봄’보다는 ‘수발’의 개념에 가까워 보인다. 돌봄은 못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닌, 노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삶을 되돌려 주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잔존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돌봄이 필요하다(손덕현, 2015).
이러한 관점에서 건강한 노화에 대한 WHO(2015)의 정의를 살펴보면, 건강한 노화란 ‘노년 동안 안녕(Well-being)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적인 능력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건강한 노화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 ‘살던 곳에서 나이 들어감’, ‘불평등 감소’, ‘선택권 존중’과 관련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WHO, 2015). 2023년 노인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87.2%의 노인이 건강상태를 유지하면서 현재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했고, 이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90세 이상 노인의 경우는 93.4%가 현재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였다. 또한 건강 악화 시에도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하는 노인이 48.9%로, 약 절반가량이 친숙한 환경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강은나 외, 2023). 즉 많은 노인들이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보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실현은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성낙인, 2020). 따라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 역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돌봄을 이용하고, 돌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존중받으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노인세대의 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서 오팔(OPAL), 욜드(YOLD)와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였다. 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줄임말로 활동적인 노인을 뜻하며, 2002년 일본 경제전문가 니시무라 아키라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2022). 욜드(YOLD) 역시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Young Old’즉 젊게 사는 노인을 뜻하는데, 건강과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인구 규모도 커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2022). 이들은 기존 노인 세대와 비교했을 때 고학력자가 많고,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주체적인 삶을 추구한다. 또한 가족을 위해 참고 희생하던 이전 세대의 노인과 달리,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향이 크다(오수연, 2023).
그동안 우리 사회는 노인을 생산성과는 거리가 있고, 합리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소수의 사회적 약자로 여기는 경향이 컸다. 이에 노인에게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미온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우국희, 2014). 하지만 새로운 노인 세대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돌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독립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며 돌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할 것이다. 노인 돌봄의 목적은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닌, 노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다(우국희, 2014). 또한 노인 관련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노인의 생각과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은성호, 2021). 따라서 돌봄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추구하는 노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해서는 돌봄을 이용하는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한편 노인돌봄 및 자기결정권에 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먼저 노인돌봄과 관련된 연구 대부분은 돌봄을 전달하는 기관이나 인력 혹은 돌봄 대상자의 가족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었고, 정작 돌봄의 당사자인 노인의 관점에서 수행된 연구는 많지 않았다. 노인의 관점에서 수행된 연구에는 한 노인의 일기를 분석함으로 돌봄을 받는 경험 및 태도 등을 확인하고자 한 연구(김혜경, 2020),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 신청부터 구제 단계까지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한 연구(강명희, 2021), 일본 개호보험 사례를 통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권리 보호 장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보장 위한 방안의 필요성을 주장한 연구(김미숙, 2011) 등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자기결정권에 대한 선행연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생애말기의 연명의료 및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임상시험 및 장기이식에 대한 자기결정권, 아동·장애인·치매노인 등 의사결정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의 자기결정권 등 특정 분야에서의 자기결정권이나 특정 대상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연구가 다수 확인되었다. 하지만 치매 노인을 제외한 노인의 자기결정권이나 돌봄 분야에서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사회복지 분야 관점에서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연구(오혜경, 2006)와 노인돌봄종합서비스와 관련하여 이용자의 선택 경험 및 돌봄 제공직원과의 관계의 질과 서비스 이용 만족도의 관계를 확인하는 연구(정진경 & 정세희, 2015), 독거노인의 경제, 의료 및 요양, 사회서비스, 거주지 결정 등에 대한 의사결정지원 시스템 필요성을 제안하는 연구(김효정, 2019) 등이 확인되었다.
반면 국외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먼저 서비스 제공 기관, 서비스 제공 인력, 서비스 질 관리 및 평가 등 노인돌봄 제도와 관련된 전반의 내용을 다룬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의 자율성 문제를 다룬 연구(Clark, 1987; Boyle, 2008), 노인 돌봄 혹은 노인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에 대한 연구(Tyrrell et al., 2006; Ekelund et al., 2014; Ottenvall et al., 2015; McCallion & Ferretti, 2017; Bolenius et al., 2023; Wamara & Naumiuk, 2023), 돌봄 분야에서의 의사결정 지원 문제를 다룬 연구(Nakashima et al., 2005; Alano et al. 2010; Jones et al., 2011; Hirschman, 2012) 등 돌봄 분야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이 확인되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는 국외 연구 동향과 비교했을 때 돌봄의 당사자인 노인의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노인이 돌봄 전달 과정에 참여하여 자기결정권을 적절히 행사하고, 이를 통해 자율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관점에서의 노인돌봄 제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Ⅱ. 이론적 검토
1. 자기결정권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 Right)은 자기결정에 대한 권리(Right to Self-Determination)로, ‘자기결정’은 외부의 강압이나 강요 없이 스스로의 마음 혹은 자유의지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Wehmeyer et al., 2017).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동할 수 있을 때 인격적 가치 및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받을 수 있다(성낙인, 2020). 그러므로 인간의 존엄성 실현을 위해서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이 반드시 필요하며, 따라서 자기결정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받는 기본권에 해당한다. 기본권으로서의 자기결정권은 헌법 상 명시적으로 규정·열거된 기본권이 아닌 헌법 이론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인정되는 개별 기본권에 해당한다(이세주, 2023). 헌법재판소는 개별 기본권으로서의 자기결정권을 ‘인간은 누구나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헌법재판소 1990) 혹은 인간의 존엄성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헌법재판소 2019)’라고 정의한다.
자기결정권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율성(Autonomy)이라고 할 수 있다(오석준, 2018). 칸트와 밀은 자율성 존중에 대한 해석과 관련된 주요 철학자이다(Beauchamp & Childress, 2008). 칸트는 보편적으로 인간은 실천적 이성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하였다(오석준, 2018; 임미원, 2016). 대표적인 공리주의자 중 하나인 밀은 자율성 존중은 인간 행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하며 이는 타인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 한하여 실현 가능하다고 하였다(Gillon, 1985). 한편 Beauchamp & Childress(2008)는 생명의료윤리 원칙으로 자율성 존중의 원칙, 해악금지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을 제시 하였는데, ‘자율성 존중’ 원칙을 통해 생명의료윤리 분야에서의 자율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자기결정권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동등하게 적용되는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 사회는 이와 관련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에 제한이 있는 자들의 자기결정권 존중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으로 UN 총회에서 노인 및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었는데, 먼저 1991년에 ‘United Nations Principles for Older Persons’를 채택하였다. 이때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노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돌봄에 대한 내용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함을 명시하였다(UN, 1991). 이후 2006년에는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한 50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장애인권리 협약을 채택하여, 장애인이 스스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하여 자율성 및 자립의 중요성 문제를 다루었다(UN, 2006).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이 가지는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평생 자신의 삶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간다. 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되었다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에게 돌봄은 노인의 삶에 매우 중요한 영항을 미치는 영역이 된다. 따라서 돌봄과 관련된 중요한 부분들을 노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을 때,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 의사결정지원
자기결정권은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장애, 연령, 질병 등의 사유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행사를 보장하는 책임이 있는 시민 공동체는 이성적 능력 등이 부족하여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어려움이 있는 시민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김현철, 2015). 즉 자기결정권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최선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실질적인 자기결정권의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박정연, 2023).
현재 의사결정 능력1)이 부족한 사람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에는 지속적 대리권, 성년후견 제도, 공공후견 제도, 사전의료지시 제도 등이 있고, 그 외 가족의 부양이 있다. 지속적 대리권은 미래에 의사무능력 상태 또는 의사결정능력 장애 상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와 관련된 의사표시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의사결정 대행 권한을 사전에 수여하는 것이다. 성년후견 제도는 스스로 법률행위 등을 수행할 수 없는 성인의 경우 후견인을 지정하여 법률행위를 지원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행위능력을 일률적·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금치산(禁治産) 제도 및 한정치산(限定治 産) 제도를 폐지하고, 질병, 노화, 장애 등의 사유로 의사결정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김성태, 2022).
공공후견 제도는 의사결정 능력에 제한이 있으나 후견인 역할을 수행할 가족 및 친척 등이 없고, 전문 후견인을 선임할 경제력도 없는 경우에 국가에서 공공후견인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는 성년후견제도를 근간으로 하며, 공공후견제도의 대표적인 예는 발달장애인 공공후견 지원사업과 치매 공공후견 사업이 있다. 한편 사전의료지시 제도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을 상황에 대비하여 치료 및 처치 등 의료적 문제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대해 사전에 의료지시서를 작성하고,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황이 되었을 때 사전의료지시서를 따른 의료인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제도이다(이석배, 이원상, 2010). 즉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하에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결정지원 제도가 노인 돌봄 영역에서 활용되는 데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먼저 지속적 대리권의 경우,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나 이를 갖추고 있지 않아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 활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제철웅 외, 2023). 공공후견제도는 이용 대상자가 발달장애인 및 치매 환자로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노인 돌봄 현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전의료지시서의 경우에도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외에는 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돌봄과 관련된 노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 즉 현재 구축되어 있는 의사결정 지원제도는 의사 결정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이 돌봄 현장에서 자기결정권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
노인의 돌봄은 발병 후 사망에 이르는 과정, 즉 발병 - 치료 - 돌봄 – 사망의 과정에서 치료와 사망의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중 ‘치료’와 ‘사망’은 각각 의료법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에 따라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돌봄’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과거에는 노인이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가족이 부담하였기 때문에 돌봄 문제는 공적인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돌봄이 계약에 의해 사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되면서 돌봄에 대한 노인의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논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제철웅 외, 2023).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돌봄에 대한 자기결정권 실현과 관련된 제도적 장치 또한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한편 치료 및 사망 단계에서의 자기결정권의 경우에도 그 적용 대상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나 재가 환경에 거주하는 노인의 경우에는 ‘치료’와 ‘사망’ 단계에서도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치료’와 ‘사망’ 단계의 자기결정권의 경우에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자기결정권의 존중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인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더 적은 정보를 활용하며, 인지적 능력을 덜 필요로 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특징을 보인다(Mata et al., 2007). 또한 자신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 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적인 자원 및 주위의 다양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노인의 경우 내재적 능력과 기능적 능력이 모두 취약하기 때문에 최선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WHO,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며,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권리를 갖는 것은 노인의 자율성 및 통제성과 중요한 관련이 있다(Davies et al., 1997; Lindberg et al.. 2014). 한편 돌봄에서의 독립이 갖는 의미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자립’을 뜻하기보다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자율성’의 특징이 크다(우국희, 2014). 따라서 노인의 돌봄 대한 임상 및 정책 분야는 노인의 신체적 건강 · 안전뿐만 아니라, 노인의 자율성과 통제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Denson, 2006).
그렇다면 돌봄 전달 과정에서 노인의 자기결정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술한 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은 ‘자율성’의 성격을 가진 독립성을 존중받으며, 노인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돌봄 전달 과정에서 노인이 자기결정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질적으로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인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하며, 노인이 원하는 경우 돌봄 전달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돌봄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이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의사결정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환경이 갖추어졌을 때,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이 형식적인 존중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4. 자기주도 돌봄
자기주도 돌봄2)은 정부 및 서비스 제공기관, 전문가에게 부여하던 돌봄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이용자에게 이전하는 것(Crisp et al., 2009)으로, 서비스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보다 강화하는 돌봄 전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돌봄을 계획하고, 전달 및 관리 등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제공자가 아닌 이용자가 중심이 되어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관, 선호, 요구 및 목표 등이 반영된 돌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Loughhead et al., 2023). 이러한 자기주도 돌봄은 장애인 돌봄 분야에서 시작되어 노인 돌봄 분야로 확대되었으며,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서구 문화에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재가돌봄 분야에서 보편화되고 있다(Ottmann et al., 2013).
자기주도 돌봄에 대한 미국과 호주 정부의 정의를 살펴보면, 먼저 미국의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2014)는 SDC(Self-Directed Care)를 참여자3) 또는 대리인이 특정 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국가 지원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돌봄 서비스를 관리·책임지는 서비스 모델이라고 정의한다. 다음으로 호주의 사회 서비스 부((Department of Social Services)는 CDC(Consumer-Directed Care)를 돌봄 서비스의 종류, 서비스 제공방법, 서비스 제공자, 서비스 제공시기 등에 대한 선택권을 수요자4)에게 부여하고, 수요자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돌봄에 대해 더 많은 선택권과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전달방식이라고 하였다(Department of Social Services, 2014). 자기주도 돌봄은 이용자격 여부에 대한 평가, 개인 예산제 운영 여부 및 운영 방식, 이용자에게 부여하는 책임의 수준, 인력 고용 방식 및 제한 요건, 선택권 및 통제권의 행사 수준 등에 따라 국가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Cash et al., 2017; Moore, 2021).
자기주도 돌봄은 서비스 이용자의 참여 수준에 따라 크게 3가지 모델로 구분된다. 먼저 전문적 감시 모델(Professionally Monitored Model)은 이용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직원을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용자는 케어 매니저로부터 자기주도 돌봄 이용에 대한 지침 및 교육을 받고 돌봄 계획에 따른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한 감독 책임을 케어 매니저와 함께 부담한다. 다음으로 전문적 지원 모델 (Professionally Assisted Model)의 경우, 이용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직원에 대한 고용·감독·해고 및 돌봄 일정 조정에 대한 결정 권한을 부여한다. 이용자는 필요한 경우 케어 매니저로부터 주요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지원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금 모델(Cash Model)은 이용자에게 주기적으로 현금을 배정하여 필요한 서비스 및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완전한 권한을 부여하고, 선택적으로 전문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에게 부여되는 권한이 큰 전문적 지원 모델과 현금 모델의 경우, 이용자가 돌봄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지시할 수 있는 능력여부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며, 적합한 돌봄 제공자를 선별하여 고용하고 교육 및 관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에 대한 다양한 상담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Kodner, 2003).
이와 같은 자기주도 돌봄은 서비스 전달 방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전달 과정에 주요 특징들이 집중되어 있다. 즉 노인이 서비스 전달 과정에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가치관, 선호 및 요구사항, 돌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이 반영된 돌봄계획(Care Plan)을 함께 수립하고, 서비스 종류, 이용 시간, 제공 방법 및 인력 등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따라서 자기주도 돌봄은 돌봄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 및 노인에 대한 관점의 전환 내지 확장을 통해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돌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Ⅲ. 연구 방법
1. 비교분석 대상 국가 및 재가돌봄 제도 선정
비교분석 대상 국가는 복지국가 연구에 널리 활용되는 에스핑-엔더슨(Esping-Andersen)의 복지국가 유형에 따라 우리나라와 동일한 유형으로 분류되는 국가들 중 인구 고령화 수준과 노인장기요양제도 운영 여부 및 주요 특성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먼저 에스핑-엔더슨(Esping-Andersen)의 복지국가 유형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 호주, 일본은 모두 자유주의 복지국가에 해당한다(조영훈, 2006; 한신실, 2020). 또한 인구 고령화 수준이 상당히 진행되었으며, 노인돌봄 제도로 노인장기요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 국의 노인장기요양 제도의 주요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인돌봄 제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있다. 노인장기요양 보험은 소득과 무관한 보편적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8년에 도입되었다. 재가급여 및 시설 급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영 방식은 사회보험 방식이다. 한편 노인맞춤돌봄 서비스는 기존에 단편적이고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여러 돌봄 제공 사업들이 2020년에 하나로 통합·재편된 돌봄 제도로 사회서비스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상자는 독거가구, 조손가구, 고령부부, 신체기능 및 인지기능 저하 노인 등이다. 생활의 안정, 건강 · 신체 · 인지 기능의 유지 및 악화 예방을 목적으로 하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예방 급여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노인맞춤돌봄 서비스는 보건복지부에서 사업을 주관하나, 운영주체는 시·도, 군, 구 지역자치단체이다. 따라서 세부지침이 지역별로 상이하고 서비스 제공 시스템 등의 일관성이 부족하여 지역에 따른 편차가 존재한다(이명진 외, 2020). 또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 보험과 비교했을 때 보편성이 부족하고, 이용자가 적은 한계가 있다. 이는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해당 조사에 따르면 돌봄을 받고 있는 노인의 30.7%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고, 4.7%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강은나 외, 2023). 따라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일반적인 노인 재가돌봄 제도를 다루고자 하는 본 연구의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를 비교분석 대상 재가돌봄 제도로 선정하였다.
미국은 건강보장시스템 중 민간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커서 주요 건강보장시스템은 민간보험이라고 할 수 있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에는 메디케어(Medicare) 및 메디케이드(Medicaid)와 같은 공공보건의료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메디케어의 경우 급성기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장기요양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메디케이드의 장기요양 서비스 프로그램인 Long Term Services & Supports(LTSS)(이하 LTSS)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메디케이드의 LTSS가 미국의 주요 노인돌봄제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LTSS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지역사회 기반의 재가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에는 Home and Community Based Services(HCBS)(이하 HCBS)가 있다. HCBS는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 시설 환경이 아닌 집이나 성인주간건강센터(Adult Day Health Centers) 등과 같은 지역사회 환경에서 생활하기 원하는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메디케이드 법은 주 정부가 LTSS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두 가지의 권한을 부여하는데, 첫째는 Medicaid State Plan하에 특정 LTSS를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특정 메디케이드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는 HCBS Waiver 프로그램을 통해 보장하는 것이다. HCBS Waiver 프로그램을 통해서 HCBS를 제공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Social Security Act의 Section 1915(c) Waiver 권한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부 주는 Social Security Act의 Section 1115 Waiver 권한하에 HCBS를 제공하나, 대부분의 주는 Section 1915(c) Waiver를 통해 HCBS를 제공하므로 HCBS Waiver 프로그램으로 Section 1915(c) Waiver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한편 메디케이드 운영 주체는 주 정부이기 때문에 메디케이드 내 LTSS 프로그램 중 하나인 HCBS Waiver 프로그램 또한 대상자 선정이나 운영방법 등이 주별로 상이하다. 이에 본 연구는 콜로라도 주의 HCBS-Waiver 프로그램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콜로라도 주를 선택한 이유는 콜로라도 주는 2023년도 노인을 위한 가장 건강한 5개 주에 선정되었으며(United Health Foundation, 2023), 미국에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Colorado Department of Local Affairs, 2025),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HCBS 프로그램과 자기주도돌봄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서비스 이용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자기주도돌봄 프로그램인 Self-Directed Care(SDC)(이하 SDC)프로그램을 도입하였는데, 콜로라도 주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신체장애·인지 및 발달장애·외상성 뇌손상이 있는 성인과 외상성 뇌손상이 있는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CDASS (Consumer-Directed Attendant Support Services)(이하 CDASS)라고 불리는 자기주도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호주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Aged Care를 운영하고 있다. Aged Care는 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65세 이상 노인을(토레스 해협 및 원주민의 경우, 50세 이상)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사회서비스 방식이며, Aged Care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재가돌봄 서비스에는 Commonwealth Home Support Programme(CHSP)(이하 CHSP)과 Home Care Packages(HCP)(이하 HCP)가 있다. CHSP는 비교적 단순하고 간단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고, HCP는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호주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재가돌봄을 제공함에 있어 Consumer-Directed Care(CDC)(이하 CDC)라고 불리는 자기주도돌봄 시스템을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편 CHSP와 HCP로 이원화되어 운영 중인 재가돌볼서비스는 2025년 7월부터 ‘Support at Home Program’으로 통합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사회보험방식인 개호보험을 통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호보험은 2000년 4월부터 시행되었고, 시설개호와 더불어 거택개호 등의 서비스를 통해 재가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연령을 기준으로 제 1호 피보험자와 제 2호 피보험자로 구분하며, 돌봄 필요도에 따라 요개호 혹은 요지원 상태로 인정받은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설계 당시 많은 부분에 있어 개호보험을 참고하였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이상을 정리해 보면, 미국, 호주, 일본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자유주의 복지국가 유형에 해당하고, 장기요양제도를 운영하며 재가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공적부조, 호주는 사회서비스, 일본은 사회보험 방식으로 주요 노인 장기요양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운영방식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서비스 전달 방식으로 모두 민영화 및 상업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본 연구는 재가돌봄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이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연구이기 때문에는 서비스 전달 방식이 장기요양제도의 운영 방식보다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재가돌봄 서비스를 전달함에 있어 자기주도 돌봄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고 있고, 미국과 호주는 자기주도돌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 역시 돌봄 이용에 있어 자기주도돌봄 제도가 노인의 자기결정권 실현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비교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하기에 적합한 특성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미국, 호주, 일본을 비교대상 국가로 선정하였으며, 이상 비교대상 국가 및 장기요양제도의 특성 등을 정리하면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비교대상 국가 및 장기요양제도 특성
분류 | 한국 | 미국 | 호주 | 일본 | |
---|---|---|---|---|---|
복지국가유형 (Asping-Andersen) | 자유주의 | 자유주의 | 자유주의 | 자유주의 | |
노인 장기요양 제도 | 제도명 | 노인장기요양보험 | LTSS(메디케이드) | Aged Care | 개호보험 |
재가돌봄 서비스 | 재가급여 | HCBS | HCP, CHSP | 거택개호 | |
운영 방식 | 사회보험 | 공적부조 | 사회서비스 | 사회보험 | |
서비스 전달방식 | 민영화, 상업화 | 민영화, 상업화 | 민영화, 상업화 | 민영화, 상업화 | |
자기주도돌봄 제도 운영 여부 | 미운영 | 운영 (SDC) | 운영 (CDC) | 미운영 | |
고령화 수준 | 초고령사회 | 고령사회 | 고령사회 | 초고령사회 |
2. 분석틀
Gillbert & Terrell(2010)이 제시한 사회복지정책 분석틀을 활용하였다. Gilbert & Terrell의 분석틀은 정책 설계의 필수 구성 요소를 할당, 급여, 전달 및 재정을 포함한 네 가지 차원으로 분류하여 분석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여러 국가의 정책 시스템과 결과를 비교하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Lee et al., 2023). 본 연구는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관점에서 한국, 미국, 호주, 일본의 노인 재가돌봄 제도의 주요 특징을 비교분석하는 연구이다. 따라서 서비스 이용자 선정 기준, 서비스 종류, 서비스 전달과정, 그리고 재정 등 재가돌봄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분석하는 데 용이한 Gilbert & Terrell의 분석틀의 활용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재가돌봄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이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지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재정 차원을 제외하고 아래 <표 2>와 같이 ①할당 차원 : 노인 재가 돌봄 이용 대상자 선정 기준, ②급여 차원 : 서비스 종류, ③전달 차원 : 서비스 전달 과정으로 분석틀을 재구성하였다. 할당 차원을 통해 재가돌봄 서비스 이용 여부에 대한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급여 차원을 통해 노인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한 실질적인 선택지 제공 여부를, 전달 차원을 통해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실현방식 등을 비교분석하였다. 한편 Gilbert & Terrell 분석틀의 전달 차원은 서비스의 효과성에 가치를 두고, 급여 서비스를 대상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본 연구는 노인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이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전달 차원을 서비스 전달과정으로 한정하여 재구성하였다.
표 2
분석틀
차원 | 기준 | 세부내용 |
---|---|---|
할당(Allocation) | 대상자 선정 기준 | 대상자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
급여(Benefit) | 서비스 종류 | 전문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선택지를 제공하는가? |
전달(Delivery) | 서비스 전달과정 | 노인에게 돌봄에 대한 선택 권한을 부여하는가? 서비스 전달 과정에 노인이 참여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노인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위한 의사결정 지원제도를 갖추고 있는가? |
Ⅳ. 한국, 미국, 호주, 일본 재가돌봄 제도 비교분석
1. 할당(Allocation): 대상자 선정기준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소득계층이 돌봄에 대한 욕구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단, 장기요양 급여 수급자5)는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ㆍ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 중에서 등급판정위원회로부터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받아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은 자이다. 따라서 65세 이상의 노인에 해당하지만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운 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65세 미만이면서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기 어렵지만 원인 질병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노인성 질병이 아닌 경우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즉 경제적 측면에서는 보편주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으나, 의학적 측면에서는 선별주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가 및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인 HCBS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메디케이드 수급 자격이 있어야 한다. 콜로라도 주의 HCBS Waiver 프로그램 중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HCBS-EBD(Elderly, Blind, Disabled)이며, 노인은 65세 이상, 시각장애인 및 일반 장애인은 18세~64세가 대상이다. 연령 요건과 함께 월 소득 및 자산, 그리고 의학적 상태를 평가한다. 의학적 상태는 일반적으로 신체기능, 건강문제 및 의료서비스 욕구, 인지기능 장애, 행동 문제 등 총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한 평가도구를 활용하여 평가한다. 즉 경제적 측면과 의학적 측면 모두 선별주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호주의 Aged Care는 65세 이상 노인이면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경우 재가돌봄 서비스 이용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단, Aged Care 서비스 신청 후에는 CHSP는 RAS(Regional Assessment Service)에 의해, HCP는 ACAT(Aged Care Assessment Teams)에 의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ACAT는 간호사 및 작업·물리치료사, 심리상담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전문가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다. 대상자로 승인을 받으면 자산평가가 이루어지며, 평가 결과는 이용 자격 여부와 무관하며 본인 부담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따라서 호주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측면에서는 보편주의 원리가, 의학적 측면에서는 선별주의 원리가 혼합되어 적용되고 있다.
일본의 개호보험의 피보험자는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연령에 따라 구분하며 제 1호 피보험자와 제 2호 피보험자로 나뉜다. 제 1호 피보험자는 만 65세 이상으로 원인을 불문하고 요개호 혹은 요지원 상태로 인정받은 경우 개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제 2호 피보험자는 만 40세~만 64세의 건강보험, 국민건강보험 등 의료보험 가입자로, 특정질병이 원인이 되어 요개호 혹은 요지원 상태로 인정받은 경우 개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일본도 우리나라 및 호주와 동일하게 경제적 측면에서는 보편주의 원리가, 의학적 측면에서는 선별주의 원리가 혼합되어 적용되고 있다.
2. 급여(Benefit) : 서비스 종류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총 6가지 급여서비스를 제공한다. 방문요양(인지활동형 방문요양 포함),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그 외 일상생활이나 신체활동 지원에 필요한 용구 및 기구를 대여·지원한다. 방문요양은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신체활동·인지활동·정서·가사 및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방문목욕은 요양보호사와 목욕 설비를 갖춘 차량이 수급자의 가정으로 방문하여 목욕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문간호는 장기요양기관에 소속된 간호사가 의사,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야간보호는 하루 중 일정 시간동안 장기요양기관에서 목욕, 식사, 기본간호, 치매관리, 응급서비스 등 심신기능의 유지 및 향상을 위한 교육과 훈련 등을 제공한다. 단기보호는 월 9일 이내의 기간 내에서 장기요양기관에서 신체활동 지원과 심신기능의 유지 및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 등을 제공한다.
미국의 HCBS Waiver 프로그램은 장기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대상자가 재가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비용을 절약할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Medicaid state plan은 주정부가 CMS(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이하 CMS)와의 계약을 통해 제공하는 것으로 연방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지만, HCBS Waiver는 CMS에 신청하여 승인을 받은 범위 내에서 대상 인구, 자격 요건, 서비스 종류, 서비스 제공방법 등을 주정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다(Roberts & Abery, 2023). 콜로라도 주의 노인재가 돌봄에 해당하는 HCBS-EBD waiver 프로그램은 Adult Day Services, Alternative Care Facilities, Consumer Directed Attendant Support Services(CDASS), Home Delivered Meals, Home Modifications, In-Home Support Services(IHSS), Life Skills Training, Medication Reminder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 중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유사한 개인돌봄(Personal care), 가사일 지원(Homemaker Services), 건강관리(Health Maintenance) 서비스를 포함하는 IHSS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가사일 지원은 집안 청소, 침대정리, 설거지, 빨래, 쓰레기 버리기, 식사준비, 쇼핑 등을 지원하고, 개인돌봄은 식사, 위생, 목욕, 피부 관리, 옷입고벗기, 보조기구를 이용한 이동 지원, 호흡보조, 의료장비 청소 및 관리, 안전 감독, 대소변 볼 수 있도록 돕기 및 소변백 비우기, 약물복용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건강관리 스비스는 호흡 관리, 피부관리, 구강관리, 목욕, 개인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되 앞의 서비스 내용보다 보다 전문적이고 복잡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외에 개인돌봄 제공 직원(Personal Care Attendants) 고용주로서의 역할 수행, 돌봄계획 수립, 서비스 이용자 교육, 비상 상황에 대비한 계획 수립(Emergency Planning), 면허를 소지한 건강 전문가(Health Care Professional) 및 등록간호사(RN)을 통한 건강상태 관리 및 교육, 24시간 비상 서비스 제공 등을 제공한다.
호주의 Aged Care는 1963년부터 연방정부의 지원이 시작되었으며, 호주 정부와 이용자가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한다. 정부의 지원금은 서비스 유형과 돌봄이 필요한 수준 및 이용자의 소득·자산에 기반하여 결정된다. 재가 돌봄 서비스는 크게 CHSP와 HCP가 있다. CHSP 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HCP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서비스 종류는 크게 건강 및 독립성 유지를 위한 서비스, 자택 내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 지역사회 활동 지원 서비스 총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건강 및 독립성 유지를 위한 서비스에는 개인 돌봄 서비스, 간호서비스, 건강관리 및 치료 서비스, 식사 준비 지원 및 식단 관리 서비스가 있다. 자택 내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로는 가사일 지원 서비스, 주택관리 및 개조 서비스, 물품이나 기구 대여 등이 있으며, 지역사회 활동 지원 서비스에는 교통수단 지원과 사회적 지원 서비스가 있다.
일본은 개호보험에서 제공하는 급여 서비스 중 재가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는 거택서비스와 지역밀착형 서비스가 있다. 먼저 거택서비스는 방문서비스(방문개호, 방문목욕, 방문간호, 방문재활, 거택요양관리지도), 통소서비스(통소개호, 통소재활), 단기입소서비스(단기입소생활개호, 단기입소요양개호), 특정시설입소자생활개호(유료노인홈), 복지용구 대여, 특정복지용구 판매, 주택수리 등이 있다. 다음으로 지역밀착형 서비스는 2005년 개호보험 개정 시 신설된 서비스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정촌은 지역밀착형 서비스에 대한 지정 기준 및 수가 설정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정재욱, 2015). 서비스 종류에는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개호간호, 소규모 다기능형 거택개호, 야간대응형 통소개호, 치매노인 그룹홈(인지증대응형 공동생활개호), 지역밀착형 특정시설입소자 생활개호, 복합형 서비스 등이 있다.
3. 전달(Delivery) : 서비스 전달 과정
1)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재가급여를 포함한 장기요양 서비스의 일반적인 전달 과정은 장기요양인정 신청 →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직원이 주거지를 방문하여 주거환경, 신체기능, 인지기능, 행동변화, 간호처치, 재활 영역 등에 대한 조사 시행 →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사소견서 제출 →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급판정위원회에서 장기요양등급 판정 →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급자에게 장기요양인정서·개인별 장기요양이용계획서·복지용구 확인서 발급 및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정보 제공 →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이용설명회 또는 1:1면담을 통한 종합적 상담 제공 → 장기요양기관 상담 후 선택 → 장기요양기관과 급여계약 체결 → 장기요양급여 제공 계획서 수립 후 수급자의 동의 획득 →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급여제공계획 통보 → 급여제공계획에 따른 재가급여 서비스 제공 → 모니터링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서비스 전달 과정을 바탕으로 서비스 계획 수립 및 제공 과정에 수급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선택권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는지, 의사결정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이루어지는 과정과 재가급여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먼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자택 방문을 통한 장기요양인정 조사와 등급 판정 및 장기요양인정서·개인별장기 요양이용계획서·복지용구 확인서를 발급하는데,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의 작성은 수급자의 참여가 배제된 채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 의해 단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는 수급자의 기능상태·욕구 및 특성 등을 바탕으로 적합하고 개별화된 급여 이용계획을 수립하여 수급자에게 제공하는 서식이다(이정석 외, 2011).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7조(장기요양급여의 제공)에서는 장기요양기관은 수급자가 제시한 장기요양인정 서와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를 바탕으로 장기요양급여 제공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별장기이용계획서의 실효성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2018년 12월에 신설된 내용이다. 하지만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는 장기요양인정조사 시 이루어지는 1회 방문을 통해 파악된 수급자와 가족의 의견 및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고 있다(선우덕 외, 2007). 이론적으로는 수급자 중심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나, 현실적으로는 수급자가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 작성 과정에 참여할 수 없어 수급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즉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가 작성 과정과 방법에 있어 수급자의 충분한 욕구 사정 및 참여를 제한하고 있어 케어플랜 작성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이정석 외, 2011 재인용; 정재욱, 2015).
다음으로 재가급여기관에서 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서비스 전달 전략으로 민영화 및 상업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수급자는 원하는 서비스 전달기관을 선택하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 전달기관을 선택하고 계약이 체결된 후 노인이 서비스 전달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돌봄에 대한 내용을 직접 선택하기 어렵다. 노인이 서비스 전달과정에 참여하여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능력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수급자의 의사결정능력을 평가하는 공식적인 도구 및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실질적인 케어플랜이라고 할 수 있는 급여제공 계획도 사정(Assessment) 단계에서 확인한 정보를 바탕으로 재가급여기관 직원에 의해 수립되기 때문에, 수급자가 이 과정에 참여하여 선택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급여제공계획 수립 과정은 돌봄 전달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로, 이 단계에서 수급자는 관리자와 함께 자신의 욕구와 목표 달성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받을 것인지 등을 협의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재가급여제공계획 수립 과정에는 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또한 수급자의 의사결정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수급자의 의사결정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돌봄 이용에 대한 결정을 가족 등의 보호자가 대신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는 수급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제한이 있는 경우 이들을 보호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사람은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이 대상자를 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에 대한 넓은 의미의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Beauchamp & Childress, 2014). 하지만 의사결정능력이 온전치 않은 수급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족 등 보호자, 성년후견인, 법원이 정한 기관 혹은 특정인 등 권한이 있는 대리인이 이중 동의서 혹은 대리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Beauchamp & Childress, 2014). 권한이 있는 대리인이 없는 경우, 재가급여기관은 의사결정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조직하여 윤리위원회의 이름으로 동의서를 대신하여 작성하거나, 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철웅 외, 2023). 그러나 재가급여기관에서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절차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지 않다.
2) 미국
미국의 IHSS 전달 과정은 콜로라도주 메디케이드 프로그램 중 IHSS에 대한 가이드(Consumer Direct Care Network Colorado, 2023a)와 In-Home Support Services에 대한 법령(Cornell Law School, 2025)6)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서비스 전달 과정을 간략히 요약하면, Single Entry Point(SEP)7) 기관에 서비스 신청 → 케이스 매니저 방문 및 사정(Assessment) → 주치의 평가 결과 혹은 참여자가 원하는 경우 대리인 지정 → IHSS 기관 선택 → 케이스 매니저가 IHSS 기관에 연락 → IHSS 기관의 평가 및 돌봄계획 작성 → 케이스 매니저 및 IHSS 기관의 협의 후 돌봄계획 승인 → 참여자가 원하는 돌봄제공 직원(Care-givers, Attendants)이 있는 경우 IHSS 기관에서 고용 → 돌봄제공 직원 교육 시행 및 서비스 수행능력 검증 → 서비스 제공 시작 → 모니터링 순서로 이루어진다.
서비스 신청 후 HCBS-EBD waiver 승인이 확인되면 케이스 매니저가 할당되고, 참여자의 집을 방문하여 사정 평가(Assessment) 및 추가적인 서류 작업을 수행한다. 참여자는 이 과정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개인돌봄 제공 직원을 직접 선택하기 원하거나,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해주는 대리인을 원하는 경우 케이스 매니저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케이스 매니저는 참여자의 요청이나 일차의료 의사의 평가 결과 돌봄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해줄 대리인 지정이 필요한 것으로 결정된 경우, IHSS 기관과 함께 적절한 대리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과정이 완료되면 케이스 매니저는 참여자에게 IHSS 기관 목록을 제공하며, 참여자는 자신에게 맞는 IHSS 기관을 선택한다. IHSS 기관은 참여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평가를 시행하고, 이 과정에서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주거 환경 및 개인돌봄 제공 직원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다.
사정(Assessment) 완료 후에는 케이스 매니저, 참여자 혹은 대리인이 함께 돌봄 계획(Care Plan)을 작성한다. 서비스 제공 일정 및 세부 정보들을 자세히 기재한 뒤 케이스 매니저와 IHSS 기관이 참여자에게 필요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것을 함께 검토 후 케이스 매니저가 돌봄 계획을 승인한다. 한편 IHSS 기관은 참여자가 원하는 개인돌봄 제공 직원이 있는 경우, 해당 사람을 고용하고 교육을 시행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식 및 기술이 검증되면 돌봄 계획에 따라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다. 개인돌봄 제공 직원에 대한 고용주로서의 책임은 IHSS 기관이 갖는다. 참여자가 원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 중에도 IHSS 기관 및 대리인 변경이 가능하다.
의사결정 지원과 관련된 내용을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IHSS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참여자, 가족 혹은 후견인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력이 필요한 경우 대리인을 지정할 수 있다. 대리인은 참여자와 최소 2년 이상 알고 지낸 사람으로 18세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IHSS 서비스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지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착취, 학대 및 폭행과 관련된 범죄 이력 및 정신적·정서적·신체적인 문제가 없어야 한다. 대리인은 참여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고, 서류 작업 등 일부 제한된 작업에만 참여할 수도 있다. 이는 대리인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의사결정에 참여시킬지 여부는 참여자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IHSS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건강과 관련된 정보는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 또한 대리인의 역할 및 책임은 참여자와 대리인, 그리고 IHSS 기관이 협의하여 작성하는 책임계획 공유문서(Shared Responsibilities Plan)에 명시하며, 이 문서가 법적 후견인이나 위임장의 효력을 대체하지 않는다. 또한 대리인이 지정되었다고 해서 의사결정 과정에 가족의 참여가 제한되지 않으며, 대리인은 IHSS 참여자를 위해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급여는 없다(Department of Health Care Policy & Finacing, 2023).
한편 IHSS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참여자가 원하는 개인돌봄 제공 직원이 있는 경우, 해당 직원을 고용하여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IHSS가 기관주도 돌봄 모델의 특징과 콜로라도 주에서 운영하는 자기주도돌봄 프로그램인 CDASS의 특징이 혼합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CDASS와 IHSS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CDASS는 돌봄제공 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급여를 지불하는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으나, IHSS는 돌봄제공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IHSS 제공기관에서 고용하여 교육·훈련·관리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CDASS는 개인예산에 대한 권한이 있고 참여자의 건강상태가 안정적인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IHSS는 개인예산에 대한 권한이 없고 건강상태가 안정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CDASS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으며, 노인 및 장애인의 HCBS waiver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개인돌봄 제공 직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직접 지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Consumer Direct Care Network Colorado, 2023b).
CDASS는 다양한 재가돌봄 서비스 중 하나로 CDASS를 원하는 사람이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으나 모두에게 이용 자격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담당 의사의 평가 결과에 따라 건강상태가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되는 사람에 한하여 CDASS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마친 뒤 시험을 치러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이용 자격이 주어진다. CDASS를 통해 제공 가능한 서비스는 IHSS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개인돌봄(Personal Care), 집안일 지원(Home-maker), 건강유지(Health Maintenance)로 일상생활 유지에 필요한 돌봄으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CDASS를 운영하기 위한 별도의 지원기관과 인력이 있는데, 대표적인 지원기관은 재무관리 서비스(Financial Management Service : FMS) 기관, 케이스 매니지먼트 기관(Case Management Agencies: CMA), 교육훈련 및 운영 기관(Training & Operations Vendor)이 있다. 케이스 매니저 외에 별개로 지원되는 인력에는 “Support Broker,” “Consultant,” “Advisor,” “Flexible Case Manager”, “Coordinator” 등으로 불리는 상담사 (Counselor)가 있다. 즉 CDASS 운영을 위한 별도의 기관 및 인력을 운영함으로써 참여자가 어려움 없이 자신의 돌봄에 대한 내용을 선택하고 지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3) 호주
Aged Care HCP 매뉴얼 등에 근거하여 재가돌봄 서비스 중 HCP를 중심으로 서비스 제공절차를 간략히 정리하면, My Aged Care에 서비스 신청 → ACAT에 의한 사정(Assessment) → National Priority System8) 등록 → 결과서 발급 → 자신에게 적합한 서비스 전달 기관 물색 → 자산 조사 → HCP 할당 → 서비스 전달 기관 선택 → 계약 체결 → 돌봄계획 수립 → HCP 예산 결정 → 돌봄계획 검토 → 서비스 이용 및 관리 시작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Aged Care 이용 신청 시 수요자는 필요한 경우, 자신의 의사결정을 지원해줄 대리인 (Representative 혹은 Agent)이나 대변인(Advocate)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HCP는 CDC 개념을 적용하여 돌봄을 제공하므로 서비스 전달 기관은 ACAT의 평가결과를 참고하여 케어 매니저가 수요자와 함께 돌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돌봄계획은 수요자의 참여하에 수요자의 요구, 목표, 선호에 기반하여 노화와 관련된 건강 및 안녕 상태를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수요자가 HCP의 정책 의도를 이해하고 그들이 돌봄 요구 및 목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수요자가 동의하는 경우 수요자의 주치의 및 다른 건강 전문가들이 돌봄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수요자가 계약을 체결한 서비스 전달 기관에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 서비스 전달 기관은 하도급 계약 및 인력 중개서비스 등을 이용하거나 개인 돌봄제공 직원을 고용하여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다. 수요자가 특정 직원에 의해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경우에도 서비스 전달 기관에게 이를 요청할 수 있으며, 서비스 전달 기관은 수요자의 HCP 예산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HCP 예산은 정부 지원금(Government contribution)과 수요자 부담금(Home care fees)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비스 전달 기관은 HCP 예산이 수요자에게 적절하고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보장해야 하며 매월 명세서를 수요자에게 제공한다.
호주는 재가돌봄을 전달함에 있어 자기주도 돌봄 개념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의 인지능력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선택과 지시를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잘 갖추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대리인(Representative, Agent), 대변인(Advocate), 권리 옹호 및 대변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먼저 대리인 중 Representative는 Regular Representative와 Authorized Representative로 구분되며, Regular Representative는 노인이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경우 노인과 함께 혹은 대신하여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고, Authorized Representative는 노인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 노인을 대신하여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반면 Agent는 Representative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수요자를 대신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 My Aged Care의 정보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접근할 수 있다. 전문 인력이나 공식적인 권리 옹호 단체가 Agent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가족이나 친구 등은 Agent가 될 수 없다. 한편 대변인(Advocate)은 Aged care 시스템에 대한 노인의 권리를 대변하는데, 돌봄 서비스 유형 결정, 돌봄 서비스에 대한 지식 및 기술 교육, 돌봄 서비스 관리, 돌봄 제공직원 혹은 전달기관과의 문제 발생 시 문제 해결, 법적 후견인 정보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Representative와 달리 수요자를 대신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대변인(Advocate) 제도에 대해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호주 정부는 CDC 도입 시 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노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대변하는 서비스에 대한 개혁도 함께 시행하였다(Moore, 2021). 그 결과로 인지능력 변화 및 의사결정 능력에 제한이 있는 사람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NACAP(National Aged Care Advocacy Program)을 운영하고 있는데, NACAP는 Aged Care Act 1997에 따라 국가 자금이 지원된다. 주요 활동은 자신의 권리를 협상하거나 주장하기 어려운 노인, Aged Care 시스템에 대한 이해 및 지식이 부족한 노인, Aged Care 서비스 이용 중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노인 등을 대상으로 지원 및 대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NACAP는 호주 정부를 대신하여 OPAN(Older Persons Advocacy Network)이라는 단체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OPAN은 9개의 비영리 기구로 구성된 국가 네트워크로 2017년 3월에 결성되었다. 이들은 노인이 Aged Care 서비스를 이용과 관련된 선택과 권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하고 Aged Care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하도록 돕는다. 또한 노인을 대신하여 정부와 서비스 제공자 및 이해관계자 등에게 노인의 목소리를 전달하여 Aged Care 개혁에도 참여한다.
호주의 자기주도돌봄 제도인 CDC는 미국의 SDC와 다르게 서비스 이용 대상자의 자격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CDC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 또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모든 HCP를 CDC를 통해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기관 및 지원인력을 운영하고 있지 않는 점이 미국의 SDC와의 큰 차이점이다. 또한 CDC는 수요자가 원하는 돌봄제공 직원이 있는 경우, 직접 고용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따라서 수요자가 서비스 전달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인력에게 서비스를 받기 원하면, 서비스 전달기관은 해당 인력의 서비스 전달과 관련된 기술 및 지식 수준 등을 확인하고 이들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즉 인력 고용 및 관리에 대한 책임을 서비스 전달기관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요자에게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 또한 그 권한은 수요자에게 있으나 지급은 수요자가 아닌 서비스 전달기관에게 하며, 그 관리를 서비스 전달기관에서 투명하게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모든 HCP를 CDC 기반하에 제공하고 있지만, HCP를 이용하는 모든 수요자가 자신의 돌봄에 대한 내용을 직접 선택하고 지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돌봄계획 수립 단계에서 HCP 관리에 대해 수요자가 원하는 참여 수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떄문에, 수요자가 원하는 만큼 돌봄 서비스 전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4) 일본
먼저 서비스 전달 절차를 일본 후생노동성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간략히 정리하면, 본인 혹은 그 가족, 대리인 등이 지역포괄지원센터 등을 통해 신청 → 시정촌 개호보험과 직원이 신청자의 집을 방문하여 주거환경, 심신상태, 일상생활수행능력 등에 대한 조사 진행 → 주치의가 의학적 관점에서 심신상황에 대한 의견서 작성 → 개호인정 심사회를 통해 주치의 소견서 및 방문조사 내용 등을 근거로 등급 판정 → 거택개호 제공기관 선택 → 계약 체결 → 사정(Assessment) → 돌봄계획 작성 → 서비스 제공 → 모니터링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전반적인 과정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매우 유사하다.
등급판정을 받은 이후 재가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재가돌봄 서비스 제공기관인 거택개호사업소와 계약을 체결하고, 거택개호사업소 소속의 개호지원전문원(케어매니저)에게 의뢰하여 이용할 서비스를 결정하고 돌봄 계획(개호서비스 계획)을 작성한다. 요개호 상태로 판정을 받고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거택개호사업소에 소속된 개호지원전문원에 의해 개호서비스 계획 작성이 이루어지고, 요지원 상태로 판정이 되면 지역포괄지원센 터의 개호지원전문원이 개호예방서비스 계획을 작성한다.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시정촌이나 시정촌이 위탁하는 조직에 의해 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정촌에 1곳 이상 설치되어 있다.
한편, 일본의 개호보험은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사례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개호보험의 공식적 인 서비스 종류 중 하나이다. 이는 노인의 돌봄 욕구를 중시하고 서비스 종류의 선택 및 이용 등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함이며(정재욱, 2009), 자원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개별적 돌봄 요구에 대응하고 서비스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장병원, 2009). 또한 이와 같은 사례관리 제도를 통해 기존의 ‘제공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행정기관의 조치(措置)주의’에서 ‘이용자의 이용주의’로 돌봄 제공의 패러다임을 변화 시켰다고 할 수 있다(정재욱, 2015).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더불어 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사례관리 제도의 수행 과정을 살펴보면(유애정 외, 2021), 먼저 욕구사정은 노인의 돌봄에 대한 욕구를 확인하고 개인 맞춤화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첫 단계로, 요개호자의 목표 및 선호, 일상생활수행능력, 잔존능력, 주거 및 생활환경 등을 평가하여 요개호자의 돌봄 욕구 및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돌봄계획 작성 단계에서는 요개호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조합 및 연계하여 제공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 제공기관 및 개호 요구자가 참여하는 돌봄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이후 요개호자 및 가족의 참여를 기반으로 서비스의 목표 및 달성 시기, 서비스의 유형·내용 및 비용, 서비스 제공 시 주의할 사항 등을 문서화한다. 그리고 각 서비스의 담당자가 참여하는 서비스담당자회의를 통해 돌봄계획 원안에 대한 검토 후 전문적인 협의 내용을 도출한다. 최종적으로 요개호자 및 가족의 동의를 얻은 후 서비스 제공이 시작되며 모니터링 단계에서는 요개호자의 심신 상태, 요개호자의 목표가 달성 여부 등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종료, 일시 중단, 지속 혹은 변경 여부 등을 결정한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 제도를 시행 전에는 노인에게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으나, 개호보험 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인은 서비스 제공기관 및 서비스 종류 등을 스스로 선택하여 계약 체결 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재산관리가 주목적이었던 기존의 성년후견제도를 개정하여 장기요양 계약 및 시설 입소 계약 등에 있어 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성년후견제도를 개시하였다(⽔野裕, 2003). 또한 개호보험법에서는 지역사회 지원 사업에 관한 내용을 정하면서 '종합 개호 예방 및 일상생활 지원 사업'을 통해 성년후견제도 이용을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후견인에 대한 비용은 국고보조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시정촌에 따라 재정적인 부분이나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의 차이 등으로 제도 운영의 적극성 등에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理恵⼦, 2009).
Ⅴ. 비교분석 결과
한국과 미국, 호주, 일본의 재가돌봄 제도를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관점에서 할당(대상자 선정 기준), 급여(서비스 종류), 전달(서비스 전달과정)으로 구분하여 비교 분석한 결과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할당(대상자 선정 기준)의 경우, 한국과 호주 및 일본은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돌봄 필요도를 평가하여 재가돌봄 서비스 이용자격을 부여하고 있었다. 반면 미국은 돌봄 필요도뿐만 아니라 경제적 수준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여 소득 및 자산 수준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고 있었다. 즉 한국, 호주, 일본은 의학적 측면에서는 선별주의 원리를, 경제적 측면에서는 보편주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었고, 미국은 의학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 모두 선별주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이 재가 돌봄 이용 여부에 대한 노인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가장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급여(서비스 종류)에 대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은 재가급여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가 적고 단순한 서비스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문간호를 제외하면 전문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었다. 재활 및 작업치료의 경우 주야간보호와 단기보호시설 및 노인요양시설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의료서비스와의 연계도 미흡하였다. 반면 미국과 호주, 일본은 일상생활 유지에 필요한 개인돌봄이나 가사일 지원과 같은 단순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 기능 유지 및 개선을 위한 전문 서비스, 24시간 상시 대응 서비스, 사회활동 지원 서비스, 주택 개보수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었다. 즉 한국은 미국, 호주, 일본과 비교했을 때 서비스 내용이 단순하고 종류가 적기 때문에, 노인의 복합적인 돌봄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달(서비스 전달과정) 부분에서 노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지, 노인이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 그리고 이를 위해 의사결정 지원제도를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과 미국, 호주, 일본 모두 서비스 전달 전략으로 민영화 및 상업화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비스 이용자가 서비스 전달 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이용자는 여러 서비스 전달 기관 중 자신이 원하는 기관을 선택하여 계약을 체결하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에 노인이 참여하여 자신의 돌봄에 대해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경우, 장기요양급여계획서 수립의 기본이 되는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노인의 참여가 제한된 채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재가급여 전달기관에서 작성하는 장기요양급 여계획서도 노인의 참여 없이 가정방문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수립되고 있었다. 즉 돌봄계획(Care Plan) 수립 과정에 노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이 자신이 이용하는 돌봄 서비스에 대해 이해하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공식적인 절차가 없었으며, 의사결정 능력에 어려움이 있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의사결정지원제도 역시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반면 미국과 호주의 경우 돌봄계획 수립 과정에 노인이 참여하여 돌봄계획을 함께 작성함으로써 선택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었고, 의사결정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대리인을 지정하는 의사결정지원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또한 자기주도돌봄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재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노인의 선택권 및 통제권을 강화하여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자율성과 독립성 최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호주는 모든 재가돌봄에 자기주도돌봄 개념을 적용하면서 노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대변하는 서비스에 대한 개혁 작업을 함께 진행하였고, 그 결과 정부 자금이 지원되는 NACAP(National Aged Care Advocacy Program)를 운영함으로써 의사결정 능력에 어려움이 있거나 재가돌봄 서비스에 대한 이해 및 지식이 부족한 노인이 재가돌봄 서비스를 포함한 Aged Care를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원하고 있었다.
일본은 사례관리(Case Management) 서비스를 공식적인 거택개호 서비스 유형 중 하나로 제공하고 있었다. 이는 일본의 개호 서비스 종류가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어 요개호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조정하고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지만, 사례관리 서비스를 공식적인 거택개호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돌봄계획 수립을 포함한 서비스 전달 과정에 노인의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의사결정 지원의 경우, 미국과 호주처럼 의사결정지원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지만, 개호보험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성년후견제도를 개정하여 재산관리 뿐만 아니라 장기요양 계약 및 이용 등에 있어 노인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기 위한 장치를 위한 정비작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 등을 사유로 보편적인 활용에는 제약이 있으나, 개호보험법의 ‘종합 개호 예방 및 일상생활 지원 사업’에 대한 내용을 통해 개호보험 이용 시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다. 이상 비교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 <표 3>과 같다.
표 3
비교분석 결과
구분 | 한국 | 미국 | 호주 | 일본 | |
---|---|---|---|---|---|
할당 | 대상자 선정 기준 | ▸경제적 : 보편주의 ▸의학적 : 선별주의 |
경제적 : 선별주의 ▸의학적 : 선별주의 |
▸경제적 : 보편주의 ▸의학적 : 선별주의 |
▸경제적 : 보편주의 ▸의학적 : 선별주의 |
급여 | 서비스 종류 | ▸다양한 서비스 부족 ▸전문적 서비스 부족 |
▸다양한 서비스 제공 ▸전문적 서비스 제공 |
▸다양한 서비스 제공 ▸전문적 서비스 제공 |
▸다양한 서비스 제공 ▸전문적 서비스 제공 |
전달 | 서비스 전달 과정 |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 획서(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급여제공계획(재가급여 전달 기관) 수립 시 노인의 참여 어려움 ▸의사결정지원 제도 활용 미흡 ▸자기주도돌봄 제도 미운영 |
▸돌봄계획 수립 과정에 노인 및 대리인이 참여하여 케이스 매니저와 함께 작성 ▸주치의 평가 결과 혹은 이용자의 희망에 따라 대리인 지정 ▸자기주도돌봄 제도 운영 |
▸돌봄계획 수립 과정에 노인 및 대리인이 참여하여 케어 매니저와 함께 작성 ▸의사결정 지원이 필요한 경우 대리인이나 대변인 지정 ▸NACAP 운영 ▸자기주도돌봄 제도 운영 |
▸돌봄계획 수립 과정에 노인 및 가족이 참여하여 개호지원전문원과 함께작성 ▸개호보험 도입 시 성년후견제도 개정 ▸개호보험법에서 후견인의 이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음. ▸자기주도돌봄 제도 미운영 |
Ⅵ. 결론
본 연구는 노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결정권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Gilbert & Terrell의 분석틀을 재구성하여,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관점에서 한국과 미국, 호주, 일본의 재가돌봄 제도를 비교분석하였다. 그 결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노인의 자기 결정권 존중과 관련된 문제점을 확인하고, 미국, 호주, 일본의 사례를 통해 개선 방안 및 향후 정책의 방향성 설정에 참고 가능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개선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비스 유형의 다양화 및 전문화가 필요하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표면적으로는 서비스 유형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유형이 매우 제한적이고 단순한 서비스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노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재가 돌봄 서비스 전달 과정에 노인이 참여하여 자율적으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의 정비 및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 및 급여제공계획과 같은 돌봄계획 수립 과정에서 노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 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돌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노인의 목표, 선호사항, 가치관 등이 반영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결정권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실질적인 자기결정권의 존중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자신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박정연, 2023). 그리고 의사결정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의사결정지원 제도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제도적 정비 및 개선뿐만 아니라 돌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와 돌봄 노동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호주 등과 같은 서양 문화권과 달리 노인의 선호나 이익보다 가족과의 관계 혹은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가족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돌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노인의 의견보다 가족의 의견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제철웅 외, 2023). 또한 노인 장기요양보험법 제1조에서는 노인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 도모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돌봄의 방향성이 노인이 아닌 가족의 이익을 향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돌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노인의 건강 및 존엄성 유지이기 때문에 노인의 선호와 이익을 우선시 하는 인식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돌봄 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국가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를 공적 서비스가 아닌 사적 서비스로 여겨서는 안 되며,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돌봄 노동자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서비스 제공인력과 제공기관의 역량 강화, 서비스 질 향상, 공정한 시장 원리 작동 등 여러 부분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돌봄에 대한 노인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오히려 형평성 문제, 돌봄에 대한 공적 책임 약화, 사회적 혼란 등 더 큰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선행 과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향후 자기결정권의 적절한 행사가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었을 때, 자기주도 돌봄 제도 운영에 대한 논의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기주도 돌봄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호주와 마찬가지로 서비스 전달 방법으로 민영화 및 시장화를 채택하 고 있기 때문에, 돌봄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기주도 돌봄 제도의 활용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사료된다.
한편,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돌봄제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있으나, 본 연구는 노인장기요양보험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예방적 급여 역할을 수행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지 않았다. 또한 비교분석 범위에 돌봄 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 전달 기관 및 인력, 서비스 질 관리 등에 대한 부분은 포함하지 않아 서비스 전달 차원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돌봄의 당자사인 노인의 관점에서 국내외 재가돌봄 제도를 비교분석하고, 돌봄 분야에서의 노인의 자기결정권의 중요성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치료와 사망 사이에 위치하는 돌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법적 근거 및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돌봄 제도는 국제적 추세에 맞춰 가족에 의한 돌봄에서 사회적 돌봄으로, 시설 돌봄에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재가 돌봄으로,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분절된 돌봄에서 이용자 중심의 통합된 돌봄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돌봄의 당사자인 노인세대가 교체되면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며 경제적 능력을 갖춘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돌봄 필요도가 높아지는 후기 고령자가 되면, 이들은 돌봄을 시혜가 아닌 권리로 주장하며 돌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할 것이다. 자기결정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인간의 존엄성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권리이다. 따라서 노인이 돌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으며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돌봄 제도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Notes
Consumer-Directed Care, Self-Directed Care, Participant-Directed Care, User-Directed Care, Self-Managed Care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며, 본 연구에서는 ‘자기주도 돌봄’으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미국의 경우, 자기주도 돌봄을 SDC(Self-Directed Care)라고 하며 SDC를 옵션 형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SDC를 선택하여 이용하는 사람을 가리켜 ‘Participant’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SDC 이용자를 ‘참여자’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호주의 경우, 자기주도 돌봄을 CDC(Consumer-Directed Care)라고 하며, 재가돌봄을 전달함에 있어 CDC 개념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돌봄 이용자를 가리켜 ‘Consumer’ 혹은 ‘Client’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CDC 이용자를 ‘수요자’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상 장기요양인정 신청 후 등급판정을 사람에 대해 ‘수급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므로, 본 연구에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급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수급자’라고 지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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