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A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Cross-Addiction Experiences of Alcoholics
Yoon, Jiyoung1*; Chun, JongSerl1
보건사회연구, Vol.45, No.2, pp.47-77, June 2025
https://doi.org/10.15709/hswr.2025.45.2.47
알기 쉬운 요약
- 이 연구는 왜 했을까?
- 본 연구는 연구자의 임상 경험 중 접했던 여러 교차중독 사례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러나 중독 대상의 확대와 접근성 향상 등 교차중독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짐에도 국내 관련 연구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국내 대표적 중독질환인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을 바탕으로 교차중독의 발생 맥락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 개입 방안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은 점차 회복으로 나아가는 니코틴 교차중독과 계속해 중독의 악순환의 굴레를 속에 머무는 다중교차중독의 형태로 확인되었다. 이 두 유형은 교차중독의 발생과 순환, 확장의 맥락에서 사회적 환경, 기질적 취약성, 정신건강 수준에 있어 차이를 보였다. 또한 알코올 이전에 경험했던 중독이 알코올과 순환적으로 나타나거나, 다른 중독 대상에 대한 모순된 인식, 폐해가 적다고 인식되는 니코틴과 게임, 스마트폰 등에 대한 허용적 태도는 교차중독의 확장과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적 요소로 확인되었다.
-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알코올중독자의 금연을 비롯한 다양한 중독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중독재활 개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기능강화와 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독가족력 및 정신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사정평가와 사례관리 시 교차중독에 대한 모니터링, 중독전문가 대상 교차중독에 대한 교육훈련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lived experiences of alcoholics with cross-addiction amidst socio-environmental changes, such as the diversification of addiction subjects and improved accessibility. The goal is to enhance the understanding of cross-addiction and propose strategies for its improvement. To achieve this,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six participants who had experienced cross-addiction. These participants were users of alcohol rehabilitation services and self-help groups in the Seoul, Incheon, and Gyeonggi regions. The collected data were analyzed using a qualitative case study approach with thematic analysis. The results revealed three overarching themes: "Triggers of Cross-Addiction," "The Journey from Nicotine Cross-Addiction to Recovery," and "The Expansion and Circulation of Multi-Cross-Addiction," along with nine subthemes and 24 meaning units. Based on these findings, the study provides a deeper understanding of alcoholics with cross-addiction. It also proposes practical and policy recommendations, including active interventions and support for smoking cessation, enhanced assessments of other addictions, mental illnesses, and family history, monitoring of addictive substitute behaviors during case management, and strengthened education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 professionals.
초록
본 연구는 중독 대상의 다양화와 접근성 향상이라는 사회환경의 변화 속에서 알코올중독 임상군을 대상으로 다른 중독이 공존하거나 대체되는 현상인 교차중독의 경험은 어떠한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차중독 현상에 대한 이해와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하여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의 알코올 중독 재활서비스 기관과, 자조모임 이용자 중 교차중독 경험이 있는 성인 6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다. 이를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적용하여 주제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교차중독 촉발요인‘, ‘니코틴 교차중독에서 회복으로의 여정’, ‘확장과 순환의 다중 교차중독’이라는 3개의 주제 아래 9개의 하위 주제와 24개의 의미 단위가 도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에 대한 논의와 함께 알코올중독자의 금연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 알코올을 포함한 다른 중독 및 정신질환, 가족력에 대한 평가 강화, 사례관리 시 중독성 대체 행동에 대한 모니터링, 중독전문가 및 정신건강 전문가 대상 관련 교육 강화 등의 구체적인 실천적, 정책적 방안을 제안하였다.
Ⅰ. 서론
오늘날 중독의 대상은 물질을 넘어 도박, 게임, 성적 행동, 쇼핑, 음식 등의 행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2020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19의 감염을 막기 위한 2년여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풍선효과처럼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로 국민의 전반적 음주량을 증가시켰다(현진희 외, 2021). 동시에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의 과몰입도 확인되었다(중독포럼, 2021).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확장되며 최근에는 경제, 문화, 환경 등 사회 전반에서 중독 문제를 유도하거나 촉진하는 ‘중독을 권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김윤영, 2024).
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중독물의 접근과 노출이 용이하게 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다크 웹 또는 앱을 통해 마약류의 구입과 사용이 쉬워지며 마약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권혜진, 2019), 온라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사행성 요소는 손쉽게 도박의 원리를 습득하고 친숙하게 하여 도박게임 사용자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한영근 외, 2018). 이와 같은 중독의 다양화와 접근성 향상이라는 환경 변화는 한 개인에게 여러 중독이 동시에 공존하거나 기존 중독이 다른 중독으로 대체되는 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 개인에게 물질 또는 행위를 포함한 2개 이상의 중독이 공존하거나, 기존 중독이 또다른 중독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교차중독이라고 한다(장문선, n.d). 단일 중독에 비하여 교차중독이 있는 경우 우울증 및 자살 등의 일반 정신질환의 발병위험도는 일반인의 16배 이상 높아진다(김낭희, 서정민, 2012). 또한, 교차중독이 있는 경우 중독 간 증상이 유사하거나 복잡하여 이를 발견하고 평가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다른 중독이 또 다른 중독의 증상을 악화시켜 치료 동기를 떨어뜨리거나 재발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urleigh et al., 2022; 배미남 외, 2019). 따라서, 교차중독에 대한 효과적 개입을 위해서는 정확한 평가와 중독에 대한 통합적 개입 및 치료가 요구된다(Kim et al., 2023; 배미남 외, 2019; 장수미, 2016).
교차중독에 대한 보고는 다양한 연구의 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청소년기의 온라인 게임중독이 성인기 음주 문제를 예측하고(김도우, 2008; Kuss & Griffiths, 2012; 하문선, 2016), 대학생 연구에서 음주문제가 도박문제를 예측하여 중독의 교차가능성이 높인다고 보고되었다(장수미, 2016). 캐나다의 경우 성인의 21%는 두 개 이상의 물질 및 행위중독을 가지며(Konkolÿ Thege et al., 2016), 500명 이상의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83개의 연구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중독의 동시 발생률은 평균 23%로 보고되었다(Sussman et al., 2011). 교차중독은 중독자가 선행중독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한다(Kim et al., 2021; Shapira et al., 2021). 이때 다른 종류의 중독행동이 강화되거나 악화되는 대체 및 전환이 나타날 수 있고(Shapira et al., 2021; Sinclair et al., 2022), 이는 물질 및 행위중독 모두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Burleigh et al., 2022; 하문선, 2015). 최근에는 알코올과 담배를 비롯한 다양한 물질 (Hodgins et al., 2017; Shapira et al., 2021) 외에도 도박, 인터넷, SNS, 게임, 쇼핑, 성 중독과 같은 행위중독을 포함한 다양한 교차유형이 보고되고 있다(Burleigh et al., 2022; Dowd et al., 2022). 특히, 교차중독 고위험군의 경우 주로 인터넷, 도박, 약물, 알코올, 니코틴 중독이 다중으로 공존하고 있음이 보고되었다(Burleigh et al., 2022; Dowd et al., 2022).
그동안 국내 중독연구는 대부분 단일중독 중심의 연구로 교차중독에 관한 관심은 매우 부족하였다(배미남 외, 2019; 이세림, 전종설, 2021). 그나마 발견되는 국내 교차중독과 관련한 연구들은 주로 일반 대학생(김민정 외, 2015; 장수미, 2016) 또는 지역주민(Na et al., 2017; 김세래 외, 2017; 배미남 외, 2019; 정진욱, 2023), 청소년(Lee et al., 2013; 윤명숙 외, 2009; 하문선, 2015)과 같이 비자발적이고 중독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일반 지역사회 표본을 대상을 하고 있다. 이는 중독 간의 연관성과 예방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치료 및 회복이 필요한 임상군에게 어떻게 교차중독이 발생하고, 중독 간의 악화와 완화 등 치료적 맥락의 정보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개입을 하는 사회복지사 및 심리상담가, 의료진을 비롯한 중독전문가에게 실천적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독 임상군을 대상으로 한 교차중독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2001년 알코올과 도박의 교차중독 연구(김병창, 오동열, 2001; 이범룡 외, 2001) 이후 아직까지 선행연구가 확인되지 않는다. 그나마 임상군에 가까운 연구로 마약사범 대상 약물중독과 알코올중독, 정신질환의 관계를 연구한 김낭희와 서정민(2012)의 연구가 유일하다.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국립정신건강센터, 2022) 알코올사용장애의 1년 유병률은 2.6%로 대표적인 정신질환인 우울증 1.7%보다 높았다. 또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결과(국립정신건강센터, 2024), 지난 1년간 경험한 정신건강 문제 중 알코올 문제 경험 응답이 2024년 10.9%로, 도박중독 3.1%, 약물중독 2.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2016년(7.4%)부터 매년 보고된 알코올 문제 경험률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인되어 국내 알코올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알코올중독은 자조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사회적 치료와 약물치료까지 다양하고 포괄적인 치료접근법이 개발되어 있다(Ohtani et al., 2023). 또한, 국내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치료재활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전진아 외, 2018), 중독 관련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3.4%에 불과하다(국립정신건강센터, 2022).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지역사회 중독서비스 체계는 도박, 게임, 알코올, 약물(마약)중독 별로 전담 기관이 구분되어 있어(전교연 외, 2017; 전진아 외, 2018)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1차 중독 외의 교차중독에 대한 정책적, 실천적 관심은 매우 적다. 이를 방증하듯 알코올중독에서의 교차중독에 대한 국내 통계 및 관련 자료는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국내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에 대한 정확한 규모나 발생 유형 및 특성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과 유사한 동양 문화권을 가진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Ohtani et al., 2023), 치료 중인 알코올중독자 중 무려 41.3%가 알코올 외 새로운 중독에서 위험군 이상으로 선별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를 고려할 때, 국내 알코올중 독자 역시 높은 교차중독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독의 회복과 재활은 그 종류에 관계없이 지속적ᆞ이고 연속적으로 전문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하기에(조혜정 외, 2016), 그동안 간과되어오던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연구는 중독자의 회복의 질을 위해, 그리고 이를 지원하고 촉진하는 중독전문가의 전문성 증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국내 교차중독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알코올중독자의 교차 중독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탐색적 접근의 연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특정 집단이나 현상을 사례로 하여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현상의 복잡한 발생과정과 그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알코올 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을 사례로 접근하고자 한다. 연구목적을 고려할 때 연구참여자 개인 간의 경험의 차이와 비교를 강조하는 사례 내-사례 간 분석(이민지, 오지현, 2022)보다는 어떤 현상이 가지는 반복된 패턴을 식별하고 분석하는 데 효과적인 주제분석의 방법을 사용하여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 속에서 나타나는 공통의 속성과 특성을 드러내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 국내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을 이해하고,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교차중독의 예방과 다학제의 임상적 실천에 있어 구체적인 개입 방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더불어 향후 다양한 교차중독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에 따른 통합적 중독정책의 근거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교차중독의 개념
교차중독(cross addiction)은 사전적 의미로 하나의 물질이나 행위중독으로부터 또다른 중독의 대상으로 전환 및 대체, 또는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기분전환 물질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장문선, n.d). 유사한 용어로 ‘동반이환(comorbidity)’과 ‘동시발생(co-occurrence)’ 이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1가지 이상의 질환이 시간적으로 동시에 발생하거나 공존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그러나 Kaplan et al.(2006)는 ‘동반이환’의 경우 적어도 두 질환의 관계가 독립적일 때 사용되는 것이 적절하고, ‘동시발생’은 두 질환의 원인이 같거나 다를 수 있지만 동시에 또는 함께 발생한다는 시간적 관계가 강조되는 개념이라고 하였다. 이를 고려할 때 동반이환은 중독질환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동시발생은 2개 이상의 중독이 동시에 공존하는 교차중독의 한 형태로 주로 동시 발현의 시간적 개념을 담고 있는 용어이다.
또 다른 유사 개념으로 ‘중독대체’ 및 ‘중독전환’ 이 있다. 이는 선행하는 중독이 약화되거나 또는 종료 후 동일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하여 다른 종류의 중독적 행위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Kim et al., 2023; Sinclair et al., 2022). 주로 표면적으로 드러난 1차 중독이 종료된 후 다른 중독으로 대체 및 전환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이 역시도 연구마다 개념이 모호하거나 교차중독의 사전적 정의와 중복되어 사용되고 있어 아직까지 학술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는 실정이다(Sinclair et al., 2021).
국내 연구에서는 관련 연구가 현저히 적어 해외의 연구처럼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교차중독’이 주로 사용되었다(정진욱 외, 2023; 하문선, 2015). 하문선(2015)과 정진욱 외(2023)는 교차 중독은 물질 또는 행위중독자가 동시에 다른 중독을 가지거나, 또는 다른 대상의 중독으로 대체 또는 이동하는 경향을 의미하며 물질과 행위중독 영역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하문선(2015)은 이러한 교차중독은 각각의 중독 간의 공존(comorbidity) 및 동시발생(co-occurrence), 전환(switching) 또는 대체(substitution)되는 등의 다양한 하위유형이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복합중독’ 용어를 사용한 배미남 외(2019)의 연구 역시 용어를 달리 사용하였으나 위와 동일한 교차중독의 정의를 준용하였다.
본 연구는 알코올중독자의 시간적, 상황적 맥락에서 알코올을 비롯한 다른 중독의 공존 및 대체, 전환되는 경험을 포괄적으로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인 교차중독 용어를 사용하고 이에 따른 사전적 정의를 바탕으로 관련 개념을 형성하고자 한다.
2. 알코올 문제와 교차중독
국내외의 교차중독의 연구는 과거 알코올과 약물 등의 물질 간(Richter et al., 2017; 김낭희, 서정민, 2012) 또는 특정 물질과 행위(Burleigh et al., 2019; Na et al., 2017; Sinclair, Vanderplasschen, et al., 2021; 김병창, 오동열, 2001; 이범룡 외, 2001; 장수미, 2016)의 1:1의 관계를 주로 보았다면, 최신의 연구들은 이를 모두 포괄하여 다양한 중독 간의 복합적인 교차를 보는 연구들이 나타나고 있다 (Burleigh et al., 2022; Dowd et al., 2022; Kim et al., 2023; Ohtani et al., 2023; 배미남 외, 2019; 정진욱 외, 2023).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의 연구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Dowd et al., 2022; Na et al., 2017; Richter et al., 2017; 김세래 외, 2017; 배미남 외, 2019; 장수미, 2016; 정진욱 외, 2023), 실제 중독 임상군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소수이다.
중독 임상군의 국내 교차중독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이범룡 외(2001)는 중독 문제가 없는 대조군과 알코올중독 입원환자군에서 병적도박 공존율을 확인하고, 단도박군에서는 알코올중독 유병률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대조군에 비해 알코올중독 입원 환자군에서 병적도박 고위험군이 6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한, 단도박 자조모임 회원의 30%는 알코올중독과 교차중독 상태였고, 병적도박 고위험군의 마약류 사용경험 또한 19.1%에 달하였다(이범룡 외, 2001). 김병창과 오동열(2001)은 알코올중독과 도박중독 사례보고에서 두 중독의 동시발생 및 도박과 알코올이 상호 대체(도박기간에는 알코올 감소, 알코올 사용기간에는 도박 감소)되는 두 유형을 보고하며, 중독의 발생 패턴에 개인차가 있다고 하였다. 김낭희와 서정민(2012)은 마약류 사범 대상 연구에서 약물중독으로 선별된 대상의 2/3가 알코올중독이 함께 공존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동시발생 또는 대체와 같이 중독 문제가 두 가지 이상 있는 경우, 중독치료와 공존 정신병리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기에 치료진의 사전 평가와 통합적이고 주의 깊은 개입을 강조하였다(김낭희, 서정민, 2012; 김병창, 오동열, 2001).
해외의 경우 일본에서 치료 중인 알코올중독 환자의 60.6%가 비디오게임, 도박, 흡연, 운동, 폭식 등 20가지 대체물 중에서 1가지 이상의 과도한 활동을 하며, 그 중 41.3%는 알코올 외 새로운 중독 선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Ohtani et al., 2023). 또한 단일중독 집단에 비하여 교차중독 집단에서 미혼, 낮은 발병 연령, 많은 입원횟수, 정신질환 공존율 및 신경안정 효과를 가지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사용 경험이 높았다. 하지만 실제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요인은 정신질환의 공존과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처방 경험으로 나타났다(Ohtani et al., 2023). 더불어 단주 기간에 따른 유의한 차이는 없었는데(Ohtani et al., 2023), 약물중독 자조모임 참여자 대상 연구에서는 단약 5년차 이내에서(Sinclair et al., 2022), 도박중독자 대상 연구에서는 단도박 2년 이내에서 (Kim et al., 2023) 교차중독을 주로 경험한다고 보고되어 연구 간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교차중독군은 중독 및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가족력이 많았다(Kim et al., 2023). 이처럼 연구 간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선행하는 중독 또는 표본 구성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으나, 나라별 중독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 제도 등 환경과 문화에 따른 차이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Burleigh, Griffiths, Sumich, Wang, Stavropoulos, et al., 2022). 따라서, 국내 교차중독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교차중독 특성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코올과 니코틴 또한 임상군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교차중독이다. 니코틴중독은 일반인보다 물질 중독자에서 2배 이상 높게 확인되었다(Lasser et al., 2000). 또한, 알코올중독군에서 가장 낮은 금연유지율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알코올 사용과 흡연량의 증가는 상호 연관성이 높아 알코올이 금연 치료의 대표적 방해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나의현 외, 2015). 게다가 많은 중독전문가들은 알코올중독자의 흡연을 간과하거나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수용해주는 경우가 많다(나의현 외, 2015). 그러나 흡연과 알코올중독의 공존은 신체 건강 및 삶의 방식을 악화시키며(Lasser et al., 2000), 과음주-흡연집단은 보통 음주-비흡연 집단보다 인지기능 악화를 가속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나의현 외, 2015). 또한 알코올남용-현재 흡연군은 일반군보다 자살 사고가 2.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김현숙 외, 2016) 알코올-니코틴 교차중독의 신체적, 정신적 위험성을 시사하였다.
Sussman et al.(2011)은 전반적인 교차중독에 대한 83편의 연구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인터넷중독으로 보고된 성인의 12%~13.6%는 지난 1년간 알코올남용 또는 알코올중독을 경험하였다. Burleigh et al.(2019)도 게임중독과 다른 잠재적 중독 행동들의 동시발생에 대한 20편의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게임중독은 알코올중독 또는 SNS중독을 비롯한 물질 및 행위 중독의 동시 발생이 함께 보고되었다. 이는 알코올이 전통적인 약물 또는 도박중독과의 결합이 아닌 게임, SNS 등 디지털 콘텐츠 중독으로도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게임중독은 청소년기 유병률이 높은 만큼 전체 생애주기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고, 추후 알코올과 공존할 수 있어 또 다른 중독의 관문으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선행중독의 이력이 있는 경우 알코올을 포함한 물질 사용을 악화시켜 두 가지 중독 증상이 번갈아 나타나면서(Freimuth et al., 2008) 근본적인 중독의 상호순환성이 강화될 수 있다(Burleigh et al., 2019). 즉, 현재 알코올중독자라고 하더라도 생애 과정 중에 알코올보다 먼저 발생한 선행중독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내용에 따라 중독 간 상호 순환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내용과 맥락적 이해는 또 다른 중독으로의 교차 가능성을 예측하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이상의 선행연구를 종합할 때,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은 전통적으로 언급되었던 알코올과 도박, 니코틴 외에도 약물, 게임, 스마트폰 등 다양한 물질 및 행위와 복합적으로 조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선행 중독은 알코올 사용의 촉발요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알코올중독의 치료과정에서 새로운 중독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관되지 않지만 회복 기간, 단주 여부에 따라 교차중독의 차이가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공존 정신병리와 이에 대한 가족력도 중요한 특성임을 시사하였다. 그러나 이상의 특성들이 알코올중독 과정에 있어 어떠한 맥락을 통해 교차중독으로 확장되는지에 대한 종합적 탐색과 이해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질적연구를 통해 전술한 요소들이 알코올중독자에게 어떻게 나타나고 경험되는지 심층면담을 진행하여 알코올과 다른 중독의 상호작용 관계와 교차중독으로의 발전 맥락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Ⅲ. 연구 방법
1. 질적 사례연구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이라는 현상을 탐구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사례연구 접근을 시도하였다. 질적 사례연구는 연구 대상의 복잡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단일 또는 집단사례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방법으로(Yin, 2014), 특정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고 발전하는지를 맥락 안에서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데 유용한 질적연구방법이다(Creswell, 2013). 질적 사례연구는 일반적인 질적연구 방법과 같이 주제의 패턴과 범주를 도출하는 주제분석 방법을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연구대상인 사례를 정의하고 선정한다는 점에서 독특성이 있다(이원석, 2020). 이에 본 연구에서의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을 사례로 정의하고 알코올중독이 다른 중독과 연결되고 발전하는 과정과 이들의 상호작용 맥락의 특징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2. 연구대상 및 자료 수집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중독자 사회복귀시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 모임(Alcoholics Anonymous; 이하 A.A)연합의 협조를 얻어 해당 기관과 모임의 이용자를 중심으로 본 연구의 목적과 참여 안내를 실시하였다. 본 연구참여자 선정기준은 19세 이상 성인으로 과거 알코올중독으로 진단 및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으면서, 사전 검사로 알코올, 니코틴, 도박, 게임, 스마트폰, 약물중독 선별 자가검사지 결과 알코올을 제외한 1개 이상의 다른 중독 척도에서 위험군 이상으로 확인된 경우이다. 연구참여자 모집 결과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연구 참여 지원자는 모두 37명이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8명 이내의 연구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도록 설계되었기에, 이를 준수하고 다양한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수집하고자 연구지원자 목록에서 연구자가 의도적으로 성별과 다양한 단주기간 및 연령을 고려하여 10명(예비인원 2명 포함)을 선정하였다. 이들에게 유선 및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연구참여자 선정과 질적연구 참여 안내 및 동의 여부를 재확인한 결과 7명이 최종적으로 연구의 참여를 동의하였다. 7명의 연구참여자에게는 구체적인 연구참여 과정에 대한 설명과 서면 동의를 획득하였다. 그러나 이 중 1명은 심층면담 과정에서 연구참여자 선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어 본 연구의 자료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본 연구에 사용된 질적자료는 총 6명의 심층인터뷰와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임을 밝힌다.
단주 여부는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사전 유선 연락을 통해 조절음주 여부를 확인하였고, 이를 통해 음주로 인하여 인터뷰 진행에 어려움이 될 만한 상황이나 문제는 없다고 판단된 분만 면담이 진행되었다. 자료 수집 기간은 2024년 8월에서 10월 간이다. 연구참여자의 이동에 불편이 없고 녹음 및 면담에 방해되지 않는 스터디룸 또는 협조 기관의 상담실을 연구참여자의 동의 후 대여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사전에 모두 녹음되고 전사됨을 고지하고 동의를 득한 후 최소 90~120분간 1회 대면으로 진행하였다. 이후 앞선 면담의 추가 질문 및 보완을 위하여 약 30분의 유선 면담을 별도로 진행하였다. 사례의 충분한 경험을 수집하기 위하여 연구참여자의 면담 내용에서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는 포화상태에 이를 때까지 참여자의 진술을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하며 자료 수집을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반구조화된 질문으로 진행되었다. 주요 질문은 첫 음주로부터 알코올중독 진단까지의 경험, 알코올보다 먼저 시작 또는 동반되어 나타난 다른 중독 경험, 알코올중독의 치료 및 회복과정에서 경험한 다른 중독 경험, 이러한 경험이 알코올중독의 회복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3. 자료 분석
인터뷰 진행은 중독 상담 및 재활 현장에서 10년 이상 임상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학 박사급 연구자가 진행하였다. 녹음된 모든 인터뷰 내용과 함께 당시의 관찰된 분위기와 비언어적 특성, 현장 자료, 사전 검사지 일체를 분석자료로 활용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질적 사례연구 분석방법으로 제시된 Creswell & Creswell(2020)의 주제분석 방법을 따랐다. 1차로 녹음된 인터뷰의 모든 면담 내용은 전사하여 문서로 만든 후 반복적으로 숙독하면서 그 의미와 깊이, 진실성, 맥락을 관찰된 현장 노트와 그밖에 수집된 자료들과 비교하며 연구참여자의 전반적 교차중독 경험을 충실히 이해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연구참여자의 교차중독 경험 내용에서 유사한 의미단위와 패턴을 중심으로 범주화하고, 그 범주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의 코딩을 실시하였다. 코딩된 자료에서 중첩과 중복된 범주와 의미단위를 제거한 후, 더 적절한 의미의 범주는 없는지 검토하면서 공통된 범주를 묶어 상위 범주(하위 주제)를 생성하였다. 이를 다시 비교 및 검토하며 공통 주제로 묶어 최종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상의 모든 자료분석 과정은 2인의 연구진 간의 논의를 통해 수정되고 보완되었으며 최종 합의를 과정을 거쳐 도출되었다. 최종 분석된 주제를 중심으로 이를 구성하는 하위 주제와 그 특성이 구체적으로 서술될 수 있도록 개별 연구참여자의 관점과 구체적인 인용구를 활용하여 연구 결과를 기술하였다.
4. 윤리적 고려 및 엄격성
본 연구 과정에서 윤리적 접근 및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하여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통해(IRB No. ewha-202403-0016-02) 연구 과정의 윤리적 문제를 검토받았다. 연구참여자의 자발적 참여를 위하여 사전에 연구 절차 설명 후 최종 동의 의사를 확인하였다. 이때, 인터뷰 내용에 대한 비밀보장과 엄격한 자료보관 및 보존기간에 대하여 설명하고, 인터뷰의 녹취에 대한 사전 동의, 연구참여의 중도 철회가 가능하고 불이익 없음을 고지하였다. 또한 인터뷰 일정과 장소 선정과 관련하여 최대한 연구참여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결정하였다.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박사급 동료 연구자 1인과 10년 이상 알코올중독자의 재활 및 사례관리 경험이 있는 현장 전문가 1인에게 분석 결과에 대한 검토를 받았다.
Ⅳ. 연구 결과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전체 6명의 연구참여자 중 남성은 4명, 여성은 2명이었다. 연령은 49세~70세이며, 단주기간은 음주 중(조절음주)부터 최대 13년까지 다양하였다. 중독선별검사 결과 알코올 외 니코틴만 위험군인 경우는 3명, 알코올 외 2개 이상 4개 이하의 중독에서 위험군인 경우는 3명이었다.
표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참여자 | 연령 | 성별 | 결혼상태 | 단주 여부 및 기간 | 중독 문제 선별척도 결과(정상군 제외) | |
---|---|---|---|---|---|---|
A | 68 | 남성 | 미혼 | 단주 5년차 | · 니코틴: 낮은 의존군 | |
B | 54 | 여성 | 이혼 | 단주 11년차 | · 니코틴: 낮은 의존군 | |
C | 56 | 남성 | 이혼 | 단주 2년차 | · 니코틴: 높은 의존군 | |
D | 70 | 남성 | 이혼 | 음주 중 | · 알코올: 고위험군 · 도박: 저위험군 |
· 니코틴: 낮은 의존군 · 약물: 고위험군 |
E | 62 | 남성 | 이혼 | 단주13년차 | · 니코틴: 높은 의존군 · 스마트폰:잠재위험군 |
· 도박: 저위험군, · 게임: 위험군 |
F | 49 | 여성 | 재혼 | 단주 5개월차 | · 알코올: 고위험군 · 도박: 문제성 도박군 |
· 게임: 위험군 |
2. 연구참여자 소개
가. 참여자 A
참여자는 60대 남성으로 무직이며 중독 가족력은 없다. 참여자가 어린 시절부터 음주로 인한 고성방가 및 가정폭력 등 음주 문제가 만연하였고, 이러한 문제들이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지역 문화 속에서 성장하였다. 그러던 중 20세경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로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술과 담배를 배웠다. 20대 중후반부터 한번 마시면 며칠씩 폭음하는 습관이 형성되었고, 금주하는 동안에는 주로 담배를 심심풀이로 사용하는 패턴이 자리잡으며 서서히 중독으로 발전하였다. 첫 알코올 치료는 50세 무렵 모친에 의해 처음으로 입원하게 되면서 시작하였고, 이후 수십 차례 입ᆞ퇴원을 반복하였다. 그러나, 평소 술을 안 마실 때는 수일 또는 최대 2년까지 금주할 수 있었기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술을 끊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로 인해 알코올중독을 인정하지 못하였지만 점점 몸이 견디지 못할 때까지 음주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해지고 무력감에 자살시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잦은 자살시도는 60대 초반 행정입원으로 이어졌다. 이후 자살예방센터 직원의 도움으로 인근 중독관리센터와 알코올 전문병원, 중독자재활시설로 연계되었다. 이들 기관을 통해 A.A 모임의 철학을 배우고 이해하게 되면서 단주가 시작되었다.
참여자는 평소 담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음주 중에도 최대 2년간 금연을 유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연히 주변의 권유로 한 모금 피운 것이 계기가 되어 재흡연하였다. 이후 단주 기간 중 다시 금연을 시도하여 1년 넘게 유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우연한 기회에 한 모금 피운 것이 현재의 흡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현재도 금연을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몸에 밴 흡연 습관 때문에 금연이 쉽지 않다.
나. 참여자 B
참여자는 50대 여성으로 동료상담가로 활동 중이다. 중독 가족력은 없고 과거 우울증 치료 경험이 있다. 참여자는 음주보다 담배가 먼저 시작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부친의 전근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며 엄마 대신 동생을 돌봐야 하는 심리적 압박으로 힘들어할 때, 이웃 오빠가 우연히 권한 담배 한 모금은 큰 위안을 주었다. 이후 약 3년간 몰래 흡연하였고, 중학교 2학년 무렵에는 할머니의 권유로 막걸리를 마시게 되면서 더 큰 기분 변화를 느꼈다.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 해방감을 위해 어른들 몰래 술을 마셨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음주하다 만취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크게 당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각심은 옅어지고 조금씩 재음주를 시작하였다. 대학 4학년 무렵 음주로 인해 다시 큰 사고를 당하자, 부모님은 참여자의 음주 문제 해결방안은 결혼이라고 생각하며 대학 졸업 후 서둘러 당시 남자친구와 결혼시켰다.
결혼 후 바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서 수유기까지는 자연스레 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유기가 끝나면 육아 후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 음주와 흡연을 함께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막내 아이 출산 무렵 경제적 위기와 고부갈등을 한꺼번에 경험하면서 음주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40세경에는 알코올중독으로 첫 입원을 하였다. 이후 10여 차례 입ᆞ퇴원을 반복하다 여성 중독자재활시설에 입소하게 되면서 단주도 시작되었다. 퇴소 후 한차례 재발하였으나 A.A 모임을 다니며 다시 단주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단주 5년 차 무렵 첫 금연을 시도하여 약 1년간 금연을 유지하였다. 이 무렵 이혼을 하게 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A.A에서 호소하자, 당시 알코올이 재발할 수 있으니 차라리 흡연하라는 조언을 듣고는 재흡연하였다. 그 후로도 짧게 한두 달의 금연 시도가 반복되었으나 매번 허전함을 견디지 못하고 재흡연하여 현재까지 흡연을 지속하고 있다.
다. 참여자 C
참여자는 50대 남성으로 무직이다. 부친의 알코올중독 가족력이 있다. 참여자는 약 5세부터 집안의 제사 때마다 음복주를 마셔왔다. 중학교 1학년 무렵부터 동네 친구들과 야산에서 몰래 술과 담배를 배웠다. 술을 마시면 복잡한 가정사를 잊을 수 있어 정기적으로 사용하였다. 이때부터 술과 담배는 하나의 세트처럼 동시에 사용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주 후 폭력성이 나타나 고교 3학년에는 주취 폭력 및 기물파손으로 파출소에 연행되기도 하였다. 군 제대 후 영업에 소질을 보였고 이후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였다. 30세경 동업자의 사기로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이혼도 하였다. 이후부터 공사 현장의 막노동 일을 하며 고시원이나 여관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였다. 그러나 매번 폭음 후 고성방가 및 소란으로 쫓겨나기 일쑤였다. 이때마다 PC방을 전전하며 쪽잠을 자며 일정한 거주지 없이 생활하였다. 30대 후반부터는 만취하면 노상 또는 파출소에서 깨는 일이 잦아지면서 조금씩 자신의 알코올중독을 의심했지만 술을 끊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 50세경 노숙인 지원기관인 다시서기센터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주거가 안정되기 시작하였지만 음주문제는 지속되었다. 약 1년여 전 알코올중독 증상이 심해지면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로 연계되면서 단주도 시작되었다.
참여자는 단주 전 금연 시도를 5차례 하였지만 심한 갈망에 모두 1주일 만에 실패하였다. 마지막 금연은 3년 전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통해 시도하였다. 그러나 제공된 금연보조제가 오히려 불편감을 가중시켜 포기하였다. 현재 담배는 무의식적인 습관이며 끊고 싶어도 금단으로 끊기 힘든 상태이다. 현재는 건강 악화로(당뇨, 고혈압, 허리통증) 진지하게 금연을 고민하고 있다. 흡연량은 음주하던 때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이지만, 금연은 과거 니코틴 금단의 힘들었던 기억으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라. 참여자 D
참여자는 70대 남성으로 무직이다. 부친의 알코올중독 가족력이 있다. 현재 음주와 금주를 반복하며 단주를 시도하고 있지만 잘되지 않는다. 마지막 음주는 약 2주 전이었다. 60대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는 받지 않았다. 참여자는 유흥가로 유명한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7세경 매일 해장술을 찾던 부친의 막걸리 심부름을 다니며 호기심에 몰래 술을 훔쳐먹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지만, 학업을 등한시하며 동네 형들과 내기 게임(딱지, 홀짝, 짤짤이, 야바위 등) 또는 할머니와 화투를 하며 도박의 흥분과 짜릿함을 배웠다. 비슷한 시기에 부친의 담배를 훔쳐 피우기 시작하였다. 중학교 입시 실패 후, 술과 담배를 본격적으로 동시 사용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10대 후반부터는 전문도박장을 다니면서 술과 담배, 도박을 함께 하였고, 20대 초반에는 폭력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출소 후 고향에서 여관업을 하면서 직접 도박장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고, 상권 내 일수업1) 을 하며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40세 무렵 동업자를 통해 필로폰을 처음 접하였고, 일부 상인들이 필로폰과 대마를 상납하듯 제공하여 자연스레 중독되었다. 약 1년여간 필로폰 투약으로 심각한 환각과 편집적 사고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게 되자 산속에 약 1년간 혼자 칩거하며 단약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음주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술 없이는 생활이 어려워졌다. 이후 현재까지 마약류 사용은 안 하고 있지만 술과 도박, 흡연은 지속되었다.
단약 후유증으로 편집적 사고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의처증으로 번졌고, 50세 무렵 이혼을 하고 사업도 실패하였다. 60세경에는 음주와 도박으로 가사를 탕진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이 무렵부터 술 문제를 개선하고자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접하였고 현재까지 이용 중이다. 센터를 다니며 자신의 중독 문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지만 중독행위는 잘 교정되지 않는다. 현재는 예전에 비해 음주 빈도나 베팅 금액, 흡연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도박을 시작으로 폭음 및 흡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패턴은 유지 중이다.
마. 참여자 E
참여자는 60대 남성으로, 단주 후 청소 및 경비, 노점 일을 해오다 3년 전부터는 무직이다. 참여자는 심각한 도박 문제가 있었던 아버지와 강하고 집착적이었던 어머니의 잦은 부부싸움과 가정폭력을 보고 자랐다. 중 2학년 무렵 부친의 가내수공업 공장의 인부들을 통해 자연스레 담배를 배운 후 부모님 몰래 정기적으로 흡연하였다. 중학교 3학년 경에는 친구 따라 동네 불량 서클에 가입하면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고교 2학년에는 계속된 가정불화에서 탈출하고자 부모님께 자취를 요청하였다. 이후 주변의 통제가 사라지면서 학업은 뒤로하고 친구들과 함께 교내 불량 서클에 가입하여 거의 매일 음주와 흡연을 하였다. 20대 후반에는 금단으로 손떨림을 느꼈고, 알코올중독 의심 소견을 지역 보건기관에서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결혼 후 40대 중반부터는 경제 활동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술만 마시며 지냈다.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이는 오히려 음주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되었다. 나중에는 생을 마감하기 위한 방법으로 음주하였다. 50세에 부인에 의해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으로 강제입원 되었지만, 이에 대한 불만으로 얼마 뒤 부인과 이혼하였다. 퇴원 후 입소하게 된 중독자재활시설과 A.A 모임 참여는 단주의 계기가 되었다.
재활시설에서 자유시간, 또는 A.A 모임 참여를 위한 이동 시간에 ‘애니팡’과 같은 퍼즐형 스마트폰 게임과 웹툰을 보며 무료함을 달래기 시작하였다. 시설 퇴소와 취업 후에도 여가 시간마다 다양한 스마트폰 온라인 게임을 하였다. 이후 게임을 배워볼 생각으로 전문 게임 방송을 보기 시작하였다. 현재는 관련 방송을 시간대별로 보고 잠들기 전까지 틀어놓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무직이 된 후로는 아침부터 오후 A.A 모임 참석 전까지 매일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고 있다. 수년 전 담뱃값 인상으로 A.A 멤버들 사이에서 금연이 유행이었고 참여자도 당시 분위기를 따라 1년간 금연하였다. 그러나 금연했던 동료들이 모두 재발했다는 사실에 금연 동기가 사라지며 재흡연하였다. 현재 기흉으로 금연이 꼭 필요하지만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고 ‘위대한 힘’이 이끌 때 금연하게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한다. 참여자는 한 지역 A.A에서 봉사자로 있으면서 한 주에 한 번씩 멤버들과 친목 도모를 위해 내기 당구를 한다. 내기 결과에 따라 경제적 부담과 이로 인한 불안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 참여자 F
참여자는 40대 여성으로 식당 종업원으로 근무 중이다. 부친은 알코올과 도박 중독력이 있다. 부친은 이혼가정의 자녀로 보이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뛰어나야 함을 강요하였고, 참여자는 이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며 자랐다. 20대 후반 사회적 음주를 시작하였다. 30대 초반 결혼 후 육아와 경제적 문제로 부부 갈등이 깊어지면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당시 주변 지인들을 통해 게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빠져들었다. 이후 게임을 한번 시작하면 ‘현질’(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입하는 것)을 해서라도 ‘만랩(게임의 최고 레벨)’을 찍을 때까지 해야 했다. 스마트폰과 PC 게임을 가리지 않고 밤을 새워서 하거나, 약속으로 게임을 못 하는 날은 오토(AUTO) 프로그램이라도 진행시키는 등 인터넷게임 중독이 알코올중독보다 먼저 시작되었다.
30대 후반 이혼으로 양육권을 상실하면서 약 6개월간 술과 신경안정제를 번갈아 복용하면서 괴로움을 달랬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고 식당 종업원을 하며 지냈지만, 퇴근 후 새벽까지 폭음하고 필름 끊기는 일은 반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현질과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주고, 카드론을 받아 도박을 하는 행동이 반복되며 조울증 진단도 받았다. 주로 조증 시기에 음주와 도박, 게임 현질이, 우울 시기에는 폭음과 자살사고 증상이 순환하게 되었다. 조울증 약을 먹으면 증상은 관리되지만 급격한 체중증가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때문에 조울증 약을 끊고, 내과와 산부인과를 통해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며 조울증과 중독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었다. 참여자는 20대부터 체중에 민감한 편으로 다양한 디어어트 약과 시술을 받아왔다. 일명 나비약이라 불리는 암페타민계2) 다이어트 약물인 ‘디에타민’도 약 1년여 전까지 처방받아 복용해왔다. 현재는 다른 약물을 처방받고 있지만 여전히 다이어트 약은 불안해서 끊을 수 없다.
참여자는 5년 전 재혼 후 남편의 자녀들과 갈등을 겪으며 술을 도피처로 활용하던 중 건강검진에서 알코올중독 소견에 충격을 받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찾아가면서 단주를 시작하였다. 센터의 조언으로 현재 조울증 약은 5개월째 꾸준히 복용 중이다. 참여자는 20대부터 로또를 하였고 40대 초반에는 주식도 하였다. 약 6년 전 로또 2등에 당첨된 이후, 한 주라도 로또를 안 사면 1등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 같아 불안하였다. 3~4년 전에는 나스닥 리딩방3) 배팅하여 3억원의 손해를 보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유자금이 생기면 다시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있다. 현재는 단주 후 게임과 도박, 조울증 문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게임과 도박에 대한 갈망으로 게임을 다시 깔거나 로또를 과하게 구입하고는 후회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3. 주제 분석 결과
연구참여자의 교차중독 경험에 대한 주제 분석 결과는 <표 2>와 같다. ‘교차중독 촉발요인’, ‘니코틴 교차중독에서 회복으로의 여정’, ‘확장과 순환의 다중 교차중독’이라는 3개의 주제 아래 9개의 하위 주제와 24개의 의미 단위가 도출되었다.
표 2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 분석 결과
주제 | 하위 주제 | 의미 단위 |
---|---|---|
교차중독 촉발 요인 | 중독에 취약한 사회적 환경 | · 중독에 대한 관대한 인식과 손쉬운 접근 · 중독 가족력을 통한 자연스러운 학습과 노출 · 낮은 수준의 부모 통제(지나친 허용 또는 무관심) |
개인적 취약성 | · 재미를 쫓는 높은 자극 추구 성향 · 주위의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낮은 통제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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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보완적 관계인 술과 담배 | · 먼저 시작된 흡연은 음주와 다른 중독에 허용적 태도를 촉진 · 술과 담배는 대체와 보완의 한 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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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교차중독에서 회복으로의 여정 | 단주에 따른 흡연 인식과 태도 변화 | · 단주 초기 흡연은 간접적 음주 충동 관리제 · 단주 안정기 흡연은 단순 습관이자 심리적 대처 행동 · 심리적 안정은 흡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금연 결심으로 연결 |
금연을 위한 나름의 고군분투 | · 전문가와 회복 선배의 조언은 금연 시도를 지연 · 첫 금연 실패 이후 더욱 참기 힘든 흡연 충동 · 도움되지 않았던 금연보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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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회복의 걸림돌 | · 알코올 중심의 서비스, 중독에 대한 통합적 도움의 부족 · 담배를 대신할 대체재 선정의 어려움 · 누적된 금연 실패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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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과 순환의 다중 교차중독 | 순환과 대체의 중독의 늪 | · 선행 중독(니코틴, 게임)과 공존 및 순환하는 알코올 · 알코올을 중단해도 잔불처럼 남아있는 공존중독 · 술 없는 일상의 손쉬운 대체제로서 행위중독 |
중독에 대한 모순된 인식 | · 중독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른 왜곡된 신념 · 상대적으로 폐해가 적은 중독에 대한 허용적 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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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문제와 상호작용하는 중독 | · 중독과 불안의 순환 관계 · 우울의 관리 도구로서 중독 행동 · 조울증은 중독 행동을 증폭 |
가. 교차중독 촉발 요인
교차중독의 촉발 요인과 관련된 하위 주제로 ‘중독에 취약한 사회적 환경’, ‘개인적 취약성’, ‘상호보완적 관계인 술과 담배’ 3가지가 확인되었으며 이에 따른 7개의 의미 단위가 확인되었다. 각 하위 주제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중독에 취약한 사회적 환경
연구참여자들은 모두 중독에 대한 관대한 인식 문화와 중독 대상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주위 가족을 비롯하여 사회적으로 어른들의 음주와 흡연이 만연한 환경이었으며, 특히 참여자 D와 E, F는 술과 담배에 더불어 도박에도 익숙한 주위 환경이었다. 이로 인한 가정폭력도 이웃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기에 중독에 대한 인식은 거의 하지 못하였다. 참여자 D는 서울에서 유명한 유흥가에서 자라 주변의 음주와 흡연에 익숙하였고, 당시 아동들의 놀이문화가 도박과 내기 게임이었다. 참여자 B는 집 안에 항상 술이 있었고, 어른들의 술 심부름을 주로 다니며 담배를 비롯하여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몫까지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참여자 F는 성인이 되어 중독거리를 접하였지만 가까운 주변인들을 통해 게임에 쉽게 빠져들었고, 도박은 로또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성 문자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이렇듯 참여자들은 술과 담배, 게임, 도박에 관대하고 익숙한 문화적 영향을 받았고 쉬운 접근성으로 이들을 구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미성년자한테 술 파는 게 가능했느냐? 그때 동네에서 술 심부름을 늘 했기 때문에 동네 슈퍼, 좀 큰 슈퍼에서는 저희 집이 유명한 집이었어요. 술 많이 사다먹는 집으로. (중략)할머니 막걸리 심부름을 늘 했으니까 당연히 저는 막걸리를 사러 간 게 아닌데 맥주를 사다가.. 주인 아주머니가 물어보면 ‘집에 손님이 왔어요.’ 이렇게. 이제 거짓말하고 맥주 사다가 (마신거죠).”(참여자 B)
“70~80년대에 친구들끼리 놀이터에 모여 기타치면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그랬죠. 지금은 그렇게 안 하지만. (중략) 그때 이제 뭐… 빨리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한거죠.”(참여자 A)
연구참여자 C를 비롯하여 D, E, F는 직계가족 내 중독 가족력을 가지고 있었다. 참여자 C와 D는 부친의 알코올 문제를, 참여자 E는 부친의 도박문제, 참여자 F는 부친이 알코올과 도박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부모를 통해 자연스레 중독 대상을 접하거나, 환경적으로 부모의 중독의 진행과 대처 과정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체화된 부분이 있다고 하였다.
“우리 아버지 해장술, 또 아버지가 이제 이게 심하게 되면 이제 욕을 하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가 가르쳐준거지.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과거를 생각해보니까. 이게 이게 배우는구나...이게. 술 마시는 거를.”(참여자 D)
연구참여자들은 중독물질 및 행위와 관련하여 지나친 허용 또는 무관심과 같은 낮은 수준의 부모 통제를 경험하였다. 참여자 B의 경우 중학생이었음에도 당시 주 양육자였던 조모가 막걸리를 권하였고, 이후부터 정기적인 음주가 시작되었다. 참여자 C와 D, E는 술과 담배의 시작 연령이 상당히 낮았다. 그러나 당시 음주량이 상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훈육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 참여자 D의 조모와 어머니는 지나치게 허용적인 양육 태도로 참여자 D가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혼내거나 꾸중하지 않았다. 참여자 E는 부모님 자신들의 부부 갈등으로 인하여 참여자의 음주나 흡연에 대하여 무관심하였고, 청소년기 후반에는 자취 및 부모님의 해외 거주로 관련 통제 및 훈육을 받을 수 없었다.
2) 개인적 취약성
개인적 취약성은 연구참여자 중 알코올 외 2개 이상의 중독이 공존되어 있는 참여자 D, E, F 위주로 보고되었다. 그들 중 참여자 D와 F는 어린 시절부터 재미와 승부를 쫓는 높은 자극추구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 참여자 D는 학령기부터 호기심에 술과 담배를 시작하였고, 당시 동네 형들과 내기 게임에 빠져 등교를 안 하거나, 승부를 위해서라면 주변 형, 동생들의 돈을 빌려서라도 하였다. 참여자 F 역시 어린 시절부터 높은 승부욕과 충동성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특성은 승부로 결과를 내는 도박이나 게임의 원리와 결합되어 더욱 큰 재밋거리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성향은 현재까지도 도박이나 게임에 대한 강력한 충동을 유발하고 있었다.
“산에 밤을 하나 주우러 가도 남들이 3개 주울 동안 나는 10개를 주워야 해요. 그래야지 마음이 편하지. 만약에 내가 적게 했다 그러면 그날 밤에 잠을 못 자요. 남에게 지는 걸 싫어하거든요. (중략) 일단 솔직히 (도박이)재미있어요. 하다 보면 한탕은 한탕인데, 그게 심취해서 몰두해 있을 때 재미있어요. (중략) 자극적인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니까. 이렇게 막 탁탁(짜릿짜릿) 오는 이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참여자 F)
참여자들은 낮은 자기조절력으로 친구 또는 주변 지인들의 말과 권유에 쉽게 동요되고 흔들리는 경향을 보였다. 참여자 E는 중ᆞ고교 시절 2차례의 불량 써클 가입 경험이 있는데 모두 친구를 통해 우연히 가입하였다. 금연도 A.A멤버들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시작하였다가 재흡연 역시 함께했던 동료들의 재발 소식에 금연의 이유가 사라지며 바로 재흡연하는 등 주변인들의 결정에 같이 휩쓸렸다. 참여자 F는 자기통제 능력이 남들보다 낮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자극추구 성향과 맞물리며 작은 유혹에도 큰 충동과 갈망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3) 상호보완적 관계인 술과 담배
술보다 먼저 배운 담배는 음주의 허용적 태도를 촉진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참여자 B와 E는 술보다 담배를 먼저 시작하였다. 청소년기에 몰래 흡연한 경험은 당시의 심리적 스트레스와 맞물려 즉각적인 위안과 해방감을 주었다. 이러한 즉각적인 만족은 음주에 대해서도 허용적인 태도를 촉진시켜 어른들 몰래 술을 훔쳐 마시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행동은 해방감을 넘어 억압되었던 부모님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 해소에 더 큰 만족감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담배로 인한 즉각적 만족 경험이 더 큰 자극 추구 행동의 촉진제가 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평소에 불량 학생이라 말도 안 걸었던 오빠가 (슬퍼서 울고 있는) 나에게 하는 말이 담배를 피우면 눈물이 마른대요. 슬픔이 없어진대. 그러니까 너도 한번 피워봐. 이러더라고요. 그래? 그러고 한번 피워봤죠. 근데 담배가 처음에 좋을리가 없잖아요. 근데 그게 각인되었어요. 담배를 피우면 슬픔이 없어진다. 걱정거리가 없어진다. (중략) 할머니가 주는 막걸리를 먹는다는 것은 엄마에게 복수하는 것 같은 마음도 있었어요. 이후부터 계속 몰래 술과 담배를 했던 것 같아요. (중략)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면서 담배를 못 피우게 되니까 아빠의 양주를 훔쳐 먹는거.. 술을 먹는다 그 자체보다 부모님이 하지말라는 것들을 내가 버젓이 한다는 것에 대한 쾌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참여자 B)
연구참여자들은 사용방식은 다르지만, 술과 담배를 대체와 보완의 한 세트로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참여자 B와 C는 술과 담배의 동시 사용 패턴을, 참여자 A는 술과 담배를 교차 사용하는 패턴을 가졌다. 참여자 A는 한번 음주하면 지칠 때까지 폭음하느라 음주 중에는 담배에 관심이 없지만, 금주 중에 술 대신 담배를 주로 사용하며 음주와 흡연을 상호 대체하였다. 반면, 참여자 B와 C는 술과 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음주로 인한 불편감을 완화시키는 일종의 보조제처럼 사용하였다. 이들은 흡연 중에는 잠시 음주를 쉬기 때문에 취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동시에 니코틴의 각성효과가 취기를 일시적으로 상쇄시키는 느낌을 제공하여 술을 오래 마시게끔 도와준다고 하였다.
나. 니코틴 교차중독에서 회복으로의 여정
‘니코틴 교차중독에서 회복으로의 여정’ 주제는 알코올 외 니코틴 의존만 확인되었던 참여자 A, B, C의 경험을 중심으로 분석되었다. 하위 주제로 ‘단주에 따른 흡연 인식과 태도 변화’, ‘금연을 위한 나름의 고군분투’, ‘중독 회복의 걸림돌’의 3가지와 9개의 의미 단위가 확인되었다. 각 하위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단주에 따른 흡연 인식과 태도 변화
참여자 A, B, C는 단주 초기에는 담배가 음주 충동 관리제로서 간접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보고하였다. 참여자 B는 단주 2년 차, 참여자 C는 단주 3개월 차에 알코올 재발 위기가 있었다. 그때 음주의 갈망과 충동을 지연시키는 데 흡연이 일부 도움이 되었다. 참여자 A는 이들처럼 직접적 경험은 없지만 주변 단주 동료 또는 선배들이 술을 참기위해 담배라도 피워야겠다고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종합하면 참여자들에게 담배는 직접적인 갈망 감소 효과 보다 음주 촉발 상황을 피하거나 충동으로부터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벌어주는 간접 수단이 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신체적으로 안 좋고, 감정이 사그러들거나 이런 건 전혀 아니었거든요. 그렇지만 일단 술을 먹고 싶었던 상황들, 내가 어딘가 좀 피해 있어야 되는 상황들에 대해서 담배가 막아줬던 것 같아요. (중략)도움이 되기보다는... 그냥 한 김 빼준다? 이렇게 마음이 혼란스럽고 힘들 때 잠깐만.”(참여자 B)
단주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참여자 A, B, C는 흡연을 단순한 습관이자 심리적 대처 행동으로 인식하였다. 단주가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는 담배는 몸에 밴 습관이자, 무의식적이고 자동반사적 반응에 불과하였다고 변화된 태도를 보였다. 단주 과정에서 흡연량이 자연스럽게 현저히 감소하였음에도 하루의 일과처럼 의미없이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동시에 일상생활 중 다양한 심리상태에 따른 대체 행동으로서 흡연을 사용하고 있었다. 참여자 A는 일상이 무료하고 심심하다고 느끼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 참여자 B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주로 흡연하였다. 참여자 B는 힘들고 지친 날 흡연은 애쓴 자신에 대한 보상 또는 쉼을 주는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참여자 A, B, C는 공통되게 단주 중 흡연으로 인하여 음주 충동 및 갈망이 촉진된 경험은 없었다고 하였다.
“그냥 습관성이죠. 아무 생각 없이 피는 거죠. 지금에 있어서는. 앞전에는 이랬다, 저랬다, 핑계대면서 하나씩 피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자동으로 이제 손이 가죠.”(참여자 C)
참여자 A, B, C는 안정적 단주를 바탕으로 심리적으로 안정화되어가면서 자신의 흡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되었고, 이는 금연 결심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흡연하고 후회하기의 반복 속에서 자신의 의식과 행동 사이의 모순을 발견하며 니코틴 중독을 인정하게 되었다. 인터뷰 당시 참여자 A, B, C는 금전적 부담을 줄이고 건강을 위한 금연 결심을 하고 있었다. 이에 더하여 참여자 C는 흡연이 당장에 자신의 단주를 방해하지는 않지만, 과거 술과 담배를 동시 사용했던 사람으로서 흡연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는 한계가 있다고 성찰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금연이 필요하다 생각하였다.
2) 금연을 위한 나름의 고군분투
참여자 중 일부는 술과 담배를 동시에 끊는 것을 결심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회복자 또는 중독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였지만, 금연보다 단주 중심의 조언은 금연 시도를 지연시켰다. 참여자 A는 단주와 금연을 동시에 하고 싶었지만 회복선배들의 조언으로 단주 약 2년 뒤 첫 금연을 시도하였다. 참여자 B는 단주 중 금연을 고민할 때마다 주치의가 흡연을 지지해주었고, 심리적으로 힘들 때는 A.A.동료들이 알코올 재발방지를 위해 흡연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단주할 때 두 개 다 한꺼번에 끊으려고 그랬었는데, 한꺼번에 하면, 또 어떤 사람에 의하면 다시 술을 먹을 수가 있다고 나보다 앞서가는 단주가들이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참여자 A)
“의사 선생님이 술과 담배를 같이 끊으시면 힘들어지니까 그냥 담배는 가지고 계시다가 나중에 술이 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면 끊으셔도 됩니다라는 말이 이제 다 피워도 되는구나, 큰 면죄부 받는 느낌이었어요.”(참여자 B)
참여자 A, B, C는 모두 금연 유지와 실패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첫 금연 실패 후부터는 흡연 충동을 참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하였다. 참여자 A와 B는 단주 중 약 1년 넘게 금연을 유지하기도 하였다. 주변의 권유 또는 내적 갈등이라는 재흡연 상황은 달랐지만 한 모금, 한 개비를 시작으로 금연 전으로 빠르게 되돌아간 경험은 동일하였다. 참여자 B는 금연 뒤 오는 허전함 때문에, 참여자 C는 금연을 위해 대체활동을 하더라도 그 뒤에 쉬는 시간이면 강력한 흡연 욕구를 견디기 힘들었다. 참여자 C는 이를 금단이라고 인식하였다.
참여자 중 일부는 금연보조제를 활용하기도 하였으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참여자 A와 C는 보건소와 병원의 금연클리닉에서 금연보조제 처방을 받았지만 부작용 또는 효과 미비로 모두 사용을 중단하였다.
3) 중독 회복의 걸림돌
참여자 중 일부는 단주 후 수차례의 금연 결심과 시도에도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로 알코올 외 다양한 중독에 대한 통합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대부분의 A.A와 중독관리센터들이 알코올 중심의 내용과 서비스로 금연을 포함한 중독에 대한 통합적 도움의 부족을 니코틴 교차중독 회복의 걸림돌로 인식하였다. 참여자 C는 중독관련 기관에서 금연에 대해서도 함께 정보를 제공해주고 금연을 선택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였다.
“A.A에 보면 결론은 뭐라 하면 A.A에 참여해라. 자기의 루틴을 만들어가라. 누구는 선생을 둬라. 또 하나는 A.A 책을 많이 읽어라 그러는데, 책은 그 술을 끊는 그 방법, 그런 과정 그것만 얘기하지... 담배까지는 얘기 안 하고. (중략) 그걸 옆에서 누가 멘토로 이렇게 얘기해 줄 사람도 없고, 여기 알코올센터도 자세히 모르더라고...”(참여자 C)
참여자들은 담배를 대신할 건강한 대체재 선정의 어려움을 금연의 장애물로 인식하였다. 참여자 A는 ‘아이가 빈 젖병을 빨 듯’ 몸에 밴 습관을 대신할 만한 강력한 대체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참여자들은 과거 금연을 위해 여러 대안 활동들을 해봤지만 비용 문제와 단발성 프로그램, 관심도 저하 등 다양한 이유로 또다시 새로운 활동을 고르고 선택해야 했다.
“잘은 못 하지만 붓글씨도 쓰고, 자전거도 타고, 또 음악도 듣고... (중략) 지금은 좀 거기에 손이 안 가는 것 같아요. 집에 기타도 있고 음악도 들을 도구도 있긴 한데 말이죠.” (참여자 A)
누적된 과거 금연 실패 경험 또한 연구참여자들에게 금연의 어려움으로 인식되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첫 금연시도에 가장 긴 금연을 유지하였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첫 금연 시도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각자의 반복된 금연 실패 경험은 금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흡연에 대한 합리화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금연의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처음부터 술과 담배를 동시에 끊거나, 따로 한다면 첫 번째 금연을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였다.
다. 확장과 순환의 다중 교차중독
‘확장과 순환의 다중 교차중독’ 주제는 알코올 외 2개 이상의 다중 교차중독이 확인되었던 참여자 D, E, F의 경험을 중심으로 분석되었다. 하위 주제로 ‘순환과 대체의 중독의 늪’, ‘중독에 대한 모순된 인식’, ‘정신건강 문제와 상호작용하는 중독’의 3가지와 8개의 의미 단위가 확인되었다. 각 하위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순환과 대체의 중독의 늪
참여자 D, E, F는 니코틴과 게임, 도박 등 알코올보다 먼저 시작된 선행중독 경험이 있었고, 이후 알코올중독으로 확장되었다. 알코올중독이 시작된 후에도 선행중독은 사라지지 않고 알코올과 함께 유지되거나, 알코올을 조절 할 때 오히려 이를 대처 행동으로 사용하며 강화되었다. 이와 같은 공존 중독의 유지 및 강화는 결과적으로 알코올의 갈망과 충동을 높여 음주 문제를 다시 악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중독이 상호 순환하는 경향을 보였다.
참여자 F는 인터넷게임 중독이 약 6년 정도 먼저 시작되었다. 결혼생활의 스트레스 대처로 게임을 시작하며 사회적 음주도 병행하였는데, 점점 혼술과 음주 빈도 증가 등 문제 음주로의 진행 신호들이 있었다. 이혼을 계기로 음주문제가 본격적으로 발현하는 동안에는 일시적으로 게임사용은 중단되었지만, 이후 조절음주 중 다시 게임도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도박으로 확장되면서 게임, 알코올, 도박이 함께 공존하게 되었다. 참여자 D는 금주할 때마다 흡연과 도박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면서 금주로 인한 여러 스트레스를 흡연과 도박으로 대처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도박은 다시 자연스럽게 도박장 안에서 술을 권하고 나누어 마시게 만들었다. 또한, 도박의 결과에 따른 기분 변화는 알코올의 재발을 부르는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알코올과 도박이 시기적으로 일정 기간씩 전환되며 순환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술은 술이고 게임은 게임이고… 같이 했죠. 병행을 했죠. 근데 술 안 먹을 때는 게임하고, 술은 퇴근하고 먹는 거니까. (중략) 오토 돌려놓고 나가서 술 먹고 들어오고. 근데 그때 당시에는 진짜 지금처럼 크게 많이는 안 먹었어요. 그냥 이 모임 있어서 나갔다가 그냥 좀 먹고. (중략) 그러니까 그때부터(이혼 후) 이제 완전 무너져버린 거죠. 그래서 이제 술과 음주 가무를 즐기게 된 거죠.”(참여자 F)
“(술을 끊고 나면)외롭고,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봐야지. (중략) (도박하는 이유는) 좋아해서, 편해지려고. 또, 또, 잘난 척하고 싶어서. 또, 잘난 척하면 좋아서. 여러가지로 내 마음이 그러다 보면 거기서 술 먹고 그러더라고. 그게 바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더라고. 그걸 내가 그걸 몰랐는데... 이게 스트레스구나.” (참여자 D)
참여자 D와 F는 알코올 사용을 중단하고 있어도 과거 공존하던 다른 중독이 잔불처럼 남아 계속해서 갈망과 충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참여자 D는 최근 금주를 다시 시작하면서 흡연량도 줄었고, 도박도 안 하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지속되는 도박꾼들의 연락과 과거 도박에서 돈을 땄던 기억들로 인해 도박에 대한 갈망과 충동은 지속되고 있었다. 참여자 F도 단주를 하면서 로또를 제외한 도박과 PC게임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표면적으로 일상이 평온해진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게임 및 도박 관련 광고나 문자를 보면 심한 갈망과 충동을 느낀다. 일부는 다시 해보기도 하는 등 심리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었다.
“안 하는데… 한 번씩 문득문득 이렇게 왜 광고 뜰 때 있잖아요. 하고 싶다, 하고싶다는 이런 마음이 들어가지고… 안 했는데, 아래께 이게 테트리스 비슷한 게임이 하나 있어가지고 시작을 했어요. 솔직히 또 다시 깔았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이게 또 끝을 보겠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삭제를 했어요. 조금 아니다 싶어서…3일인가 하다가.” (참여자 F)
“안 하려고 그러지. 많이 절제해야 되는 거지. 어저께도 애들이 전화왔어요. 옛날에 하던 애들이. 반칙 쓴 애들이 또 왔더라고. 도박하자고. 콜! 내가 조건을 해서 얘기를 했어요. 돈 잃고 돈 달라고 그러지 마라. 깨끗하게.” (참여자 D)
게임, 스마트폰, 도박과 같은 행위중독 대상들은 참여자들의 술 없는 일상의 손쉬운 대체제로 활용되고 있었다. 참여자 E와 F는 술 없는 일상에서 게임이나 도박이 무료함과 스트레스 해소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참여자 F는 술은 끊었지만 매주 일정 금액 이상의 로또를 구입하고 있다. 참여자 E는 단주 전까지는 술과 담배만 하는 니코틴 교차중독의 특성을 보였으나, 단주 이후부터 니코틴 외에도 게임과 스마트폰을 대처행동으로 선택하면서 술 없는 일상을 채워 나갔다. 특히 스마트폰과 게임은 어느 곳에서든 손쉽게 할 수 있어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데 적격이었다. 점점 게임의 난이도를 높여갔고, 더 잘하기 위해 게임스트리밍 방송을 찾아보게 되면서 몰입도가 높아졌다. 3년 전 무직이 된 이후 게임과 게임스트리밍 방송은 참여자 일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더불어 A.A 동료들과 정기적인 내기 당구는 도박중독 위험군으로 선별되는 계기가 되었다.
2) 중독에 대한 모순된 인식
모든 참여자들은 알코올의 폐해와 단주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다이어트약과 도박에 대해서는 왜곡된 인식이 관찰되었다. 도박중독 문제가 있는 참여자 D와 F는 이미 과거 감당하기 힘든 큰 손실을 경험하였음에도 Big Win에 대한 기대감, 또는 자신이 도박을 하면 승률이 잘 나온다고 믿는 왜곡된 신념이 유지되고 있었다. 참여자 F는 인터뷰 과정에서 약 1년 전까지 암페타민계 다이어트 약물인 ‘디에타민’을 처방받아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중독 인식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참여자 F는 여성으로서 체중에 대한 민감함 때문에 과체중 여부와 관련없이 목표 체중을 넘으면 한약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다이어트 약물과 시술을 시도하였다. 그나마 지금의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약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로 인해 평소보다 과식한 날은 체중증가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처방된 용량보다 약을 더 먹는 등 남용할 때도 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략)5~6년 전 즈음에 로또 2등에 한번 됐었거든요. 그때부터 시작해가지고는 ‘내가 또 일등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그런 믿음이랄까? 나만의 믿음.”(참여자 F)
더불어, 폐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되는 중독에 대해서는 허용적 인식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D는 과거 필로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음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알코올중독으로 대체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경험하였던 환각과 편집적 사고 증상은 지금도 공포스러워 현재도 약물에 대한 충동과 기대는 전혀 없다. 그러나, 음주나 도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폐해가 적고 즐거움과 외로움 해소의 도구라는 이유로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여자 E도 현재 대체된 게임과 스마트폰, 니코틴 중독에 대하여 술보다 폐해가 크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삶의 활력소라는 이유로 허용적이었다.
“이제 뽕을 안 하다 보니까 술을 더 먹게 되더라고. (중략)왜냐하면, 외롭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답답하고. 그 당시엔 몰랐는데. (중략) 난 술 중독이 아니라고 그랬어. 나는 왜 마약이 중독이지, 뽕이 중독이지. 이게 내 생각이었어요. (중략) 그러니까 지금 생각하면 세트로 중독이라는 얘기죠. 끊어야 되는데... 외로우니까... (참여자 D)
“(게임, 게임방송 시청)소소한 행복이라고 보고 시간이 잘 지나가요. 이게(게임방송) 이제 수면제 역할을 하는 거지. (담배에 대하여) 또 병원에 입원해가지고 죽을동 살동 또 이렇게 해가지고 하면 이제 내가 또 혹시 모를까(웃음). 지금 내 의지로는 좀 힘들 것 같고…(중략) 내 수입의 절반 정도가 담뱃값으로 빠지는데. 따지고 보면 그 돈으로 충분히 다른 좋은 걸 할 수도 있는 그정도지.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중략)중독이라도.. 주위에 좀 안 좋은 중독들이 있잖아요. 이것들은 이렇게 남한테 해를 끼치는 건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자위하고 있는 거죠(웃음).”(참여자 E)
3) 정신건강 문제와 상호작용하는 중독
참여자 F의 중독 경험에는 불안이라는 정서가 전반적으로 관통하였다. 도박과 다이어트 약에 대한 왜곡된 믿음은 중독행위에 대한 갈망과 충동을 일으키고, 이를 하지 않으면 불안이 유발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불안을 낮추기 위해 중독행위를 하는 순환적 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지금은 너무 내성이 생겨 그런가 효과가 없어요. 안 들어요. (중략) 또 살이 너무 많이 쪘지 싶다, 많이. 참 부끄럽다... 길에 다니기가. 살 빠지는 약은… 내가 끊을 수가 없어요. 그거는 진짜 제대로 안 먹으면 불안해요.” (참여자 F)
참여자들은 우울감의 관리 도구로서 중독성 대체물을 사용하는 것은 나타났다. 참여자 D는 잦은 재발과정에서 자기비하와 같은 우울한 감정 완화를 위해 흡연을 하며,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면 몰입과 자극강도가 좀 더 높은 도박으로 해소하려 하였다. 이 과정은 자연스레 주기적인 알코올 재발로 연결되어, 결국 후회와 자기비난을 더 깊어지게 하는 악순환을 유발하여 우울과 중독 모두 악화되고 있었다. 참여자 E 또한 과거 만성적 음주과정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술로 우울증을 관리하려 하면서 중독과 우울증 모두 악화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냥... 괴로운데. 내가 한마디로 말해서 만사 귀찮아서 그냥 죽고 싶어. 그냥. 내 입으로 '얘 XXX, 왜 사냐...니가.' 이렇게 내 혼자 나를 욕해. 그게 불안 초조고, 이게 우울증이더라고. 그게. 내 자신을 막 욕하고 막 그런 거예요. 그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심해지더라고. 그게 나이가 한두 살 먹다 보니까 그게 자꾸 병이 든다는 얘기지. 정신적으로. 이게 뇌가 잘못된다는 얘기죠.”(참여자 D)
“술만 먹게 되면 또 폐인처럼 식구들한테 이렇게 인상쓰고 하는 게 너무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내가 심각한 우울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실 수밖에 없어라는, 어떤 술을 먹는 거에 대한 어떤 합리화? 무슨 자격증을 딴 것 같은…(웃음) 좀 혼자,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됐었는데. (중략) (나중에는)우울증도 심하고 그러니까 죽고 싶은 생각, 맨날 욕을 하는 거지. 이제 나 자신에 대해서. 버러지 같은 놈아, 인간 쓰레기 같은 놈아. 그러면서 심해졌어.” (참여자 E)
조울증 또한 중독 행동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F는 과거 우울증과 조울증 진단을 받을 경험이 있다. 30대 초반 우울증 진단과 함께 게임중독이 시작되었으며, 음주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조울증으로 진단명이 변경되었다. 조증 시기에는 충동성이 높아지면서 음주를 비롯한 게임 현질과 도박으로 감당하기 힘든 금전적 손실과 대인관계 악화를 경험하였다. 우울기에는 감정을 다스리거나 억눌렸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 보다 더 폭음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살충동과 자살시도(손목 긋기, 만취상태로 고속도로 운전)가 반복되었다. 이러한 중독적 행동의 강도는 조울증 치료제 복용 시에는 전반적으로 낮아지다가 약을 끊으면 다시 심해졌다. 결과적으로 조울증의 증상은 교차중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Ⅴ. 논의 및 제언
본 연구는 중독의 다양화와 접근성 향상의 환경변화 속에서 질적 사례연구를 활용하여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6명의 연구참여자를 심층면담하였다. 이를 주제분석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교차중독의 촉진요인’, ‘니코틴 교차중독에서 회복으로의 여정’, ‘확장과 순환의 다중 교차중독’의 주제 아래 9개의 하위 주제와 24개의 의미 단위가 분석되었다.
본 연구 결과 연구참여자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음주 및 흡연의 접근이 쉽고 관대한 환경이었다. 동시에 가족 내 여러 중독 문제가 있었으며 술과 도박, 담배의 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훈육이 부재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였다. 이러한 점은 이들의 사회환경적 촉발요인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낮은 자기조절력 및 자극추구 성향의 개인적 취약성이 앞선 사회환경적 특성과 상호작용하면서 중독으로의 빠른 진행을 이끌었다. 담배는 주로 알코올 사용의 관문이 되었고 술과 담배가 하나의 쌍으로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면서 동시 사용 또는 교차 사용 패턴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교차중독의 양상은 크게 알코올-니코틴 교차중독(이하 ‘니코틴 교차중독’)과 알코올 외 니코틴을 포함한 2개 이상의 다중 교차중독(이하 ‘다중 교차중독’) 형태로 나타났다. 두 교차중독 경험은 촉발요인의 영향과 알코올과의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맥락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중독 가족력의 경우 니코틴 교차중독보다 다중 교차중독 경험에서 알코올과 도박, 또는 이 두 가지의 가족력이 함께 있음이 보고되었다.
가족의 세대 내, 세대 간 교차중독의 대물림 가능성을 주장한 Nower et al.(2022)은 도박중독 가족력만 있어도 자녀의 도박과 알코올을 포함한 약물의 다중 교차중독 가능성을 높이며, 알코올과 도박 두 가지의 가족력이 모두 있는 경우 자녀의 도박, 알코올, 약물 사용의 심각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또한, 중독자가 가족 구성원의 중독에 대하여 심각했다고 인지할수록 본인의 교차중독 문제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Nower et al., 2022). 중독 가족력의 심각도가 높다는 것은 불안정한 성장 환경과 가정 내 트라우마 경험,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 노출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즉, 다중 교차중독 사례는 좀 더 다양한 중독 가족력의 영향을 받으며 자연스러운 노출과 학습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교차중독 촉진요인 중 높은 자극추구성과 낮은 자기통제력의 개인적 취약성은 Sheffer et al.(2004)의 중독증후군 모델에서 강조한 대표적인 기저취약성 요소이다. 기저취약성이 있는 경우 중독 대상의 사용경험에 긍정적 효과를 높이고 반복적 사용을 유도하여 중독의 진행을 촉진한다(Shaffer et al., 2004). 또한 개인의 높은 충동성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조절되고, 충동성이 높은 경우 중독의 심각도와 치료 저항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 정민 외, 2016).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개인적 취약성이 다중 교차중독 사례에서 주로 보고되었다는 점이다. 즉, 다중 교차중독의 경우 니코틴 교차중독 사례와 달리 중독에 취약한 기질적 요인이 작동할 가능성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중독의 회복으로 나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해석된다.
본 연구에서 알코올중독자에게 니코틴 의존만 교차하는 경우는 단주를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차중독이 있는 경우 중독치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던 것과(배미남 외, 2019) 차이가 있다. 니코틴과 알코올이 상호 사용을 촉진하지만(이주열, 2013), 흡연은 음주의 보완제로서 기능을 주로 하기에 (정준수, 2020) 알코올이 니코틴 사용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반면, 그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선행연구를 (van Amsterdam & van den Brink, 2022)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니코틴만으로 알코올 사용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아 단주의 방해물이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알코올중독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흡연에 대한 허용적 태도와 니코틴 의존을 합리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 알코올중독 자의 흡연에 대한 이와 같은 경험지식은 관습처럼 일부 선배 회복자 및 중독전문가에게 과장된 해석을 일으키면서 결과적으로 알코올중독자에게 금연을 지연시키거나 오히려 흡연을 조장하는 부적절한 조언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이는 나의현 외(2015)가 알코올중독 치료 관련 전문가들이 알코올중독자의 흡연에 허용적이라고 보고한 것을 지지하는 결과이다. 따라서, 알코올-니코틴의 작용과 영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이 중독전문가에게 강화될 필요가 있다.
니코틴 교차중독 사례는 전반적으로 단주를 통해 심리적 안정이 이루고, 이는 흡연에 대한 자기성찰의 계기가 되어 금연 결심과 실행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나마 가장 길게 유지되었던 첫 금연 실패 이후부터 흡연 충동은 더 참기 어려웠다. 금연의 실패 이유는 다양하였지만 다시 금연을 시도하더라도 처음만큼의 굳은 금연 의지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한, 금연보조제 사용도 해봤지만 부작용을 경험하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반복적 금연 실패 경험은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이는 흡연 대안 활동에 대한 고갈될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있었다. 더불어 알코올과 니코틴 중독의 분절된 서비스는 니코틴 교차중독 회복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었다.
홍미연과 조미경(2018)은 알코올중독의 회복과정에서의 자기성찰을 시작으로 중독 문제를 인식하고 과거로부터 변화하고 발전하려는 행동으로 연결된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표면적인 1차 중독(알코올)의 완화를 기반으로 한 심리적 안정화는 교차중독에 대한 인식과 성찰로 연결되었다. 이는 우선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1차 중독의 치료 및 안정화를 꾀하고 이후 교차중독에 대한 인식과 성찰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알코올중독군에서 니코틴 대체요법의 효과가 대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Kalman et al., 2006), 알코올 중독인 흡연자가 비 알코올중독 흡연자에 비하여 정서적 금단을 더 크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Kalman et al., 2010) 고려할 때, 알코올중독자의 금연은 일반인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알코올중독자의 금연은 근본적인 중독의 회복과 함께 신체 건강 및 삶의 질을 위한 긍정적 변화 행동이다. 알코올중독 환자의 약 80-90% 가 니코틴의존과 공존하며(Kohut, 2017) 니코틴은 알코올과 가장 흔하게 조합되는 형태이기에(Kohut, 2017; Richter et al., 2017), 이를 당연시하는 것은 근본적인 중독 회복 및 알코올중독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알코올중독자의 회복에 있어 금연에 대한 안내와 개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언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알코올중독자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실제로 금연에 대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는 알코올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중독전문가가 그들의 금연에 대해서도 통합적인 조언과 개입을 해야함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선 중독전문가에게 알코올중독자의 금연치료 및 상담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연클리닉의 상담가 역시 니코틴과 알코올중독에 대한 선별을 함께 실시하여 두 문제가 동시 존재할 때는 좀 더 주의깊은 상담을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로의 연계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중 교차중독 경험은 알코올 외 한가지 중독이 아닌 도박, 니코틴, 게임, 약물 등 여러 중독이 공존하거나 과거 알코올보다 먼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 교차중독은 니코틴 교차중독과 달리 알코올 대신 새로운 중독 대상으로 확장되거나 과거 공존했던 중독과 알코올이 순환하며 계속해 중독 현상의 체계 내에서 머물러 있는 특성을 보였다. 다중교차중독 경험은 중독 현상 자체에 대한 문제 인식보다 중독 대상 별로 각기 다른 왜곡된 신념과 인식으로 이들을 알코올의 손쉬운 대체제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대체제가 결국 중독적 사용으로 연결되거나 다시 음주에 대한 갈망을 높여 재음주를 촉발시키는 순환적 맥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는 알코올 중독이 전통적인 니코틴 외에도 도박, 약물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관련 중독과 교차하며 확장될 수 있고, 1:1의 짝 지워진 교차중독이 아닌 한 개인에게 여러 개의 중독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행위(소셜미디어, 쇼핑, 인터넷, 온라인 게임, 도박, 성)및 물질사용(약물, 알코올, 흡연)이 복합적으로 혼재되는 교차중독 형태를 보고한 해외 연구 결과와도 일맥한다(Burleigh et al., 2019; Dowd et al., 2022; Sussman et al., 2011). 도박(장수미, 2016), 사교적 게임(Erevik et al., 2019),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Grant et al., 2019), 진정제 및 각성제류(Stinson et al., 2005) 사용은 모두 음주를 촉진하거나 음주와 직접적 연관성이 보고되었다. 따라서 다중 교차중독 사례는 그만큼 많은 음주 촉발 요인을 가지기에 재발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교차되는 다른 중독이 알코올의 대체제로 사용되고 있고, 이들에 대한 모순적이고 허용적 인식을 통해 중독적 사용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알코올중독자의 사례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특정 중독물에 대한 초점을 넘어 중독 증상과 현상 자체에 대한 이해와 성찰 등 중독 통합적 개입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독전문가는 초기면접 및 사정평가 시 표면적인 중독 외에도 잠재된 여러 물질과 행위중독이 있는지 평가하고 선제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 D와 F는 선행중독과 알코올이 공존하며 상호 순환하는 교차중독 경험이지만, 참여자 E는 단주 후 게임과 스마트폰 과몰입 등의 새로운 중독성 행위로 확장되었다. 이는 Sussman & Black (2008)의 대체이론(replacement theory)을 지지하는 결과이다. 대체이론은 특정 중독을 중단하면 이미 활성화된 개인의 보상회로 시스템이 욕구충족이 안 되면서 새로운 중독에 취약해지는데, 이때 기존 중독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되는 중독대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Sussman & Black, 2008). 그러나 대체되는 새로운 중독이 폐해가 적을지라도 중독 치료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이를 회복 및 치료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Kim et al., 2021). 중독성 대체물들은 중독의 속성을 공유하기에 언제든 빠르게 중독으로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Jhon et al., 2017). 따라서 사례관리 과정에서 대체 형태의 교차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쉬운 접근이 가능한 게임,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과 도박 행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일상의 건강한 대안 활동에 대한 제시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중독성 대체물의 위험성과 교차중독에 대한 예방교육이 알코올중독 치료 초기부터 꾸준히 제공되어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다중 교차중독 사례의 중요한 특징으로 불안과 외로움 및 우울감에 대한 대처방식으로 중독행동이 선택되고, 불안과 우울, 조울증의 정신건강 문제와 함께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주를 결심하고 난 후 알코올의 사용이 제한될 때 부정적 정서에 대한 대처방식으로 도박, 게임, 니코틴 등의 폐해 인식이 낮은 중독 대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울증과 조울증이 있는 경우 증상의 완화 또는 관리를 위하여 중독물질 및 행위를 사용하거나 증상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고 있었다. 불안과 우울의 경우 증상의 불편감 관리를 위해 자가처방으로서 중독을 대처행동으로 사용한다는 자가처방가설에(Khantzian, 1987) 부합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조울증은 우울과 달리 주로 증상이 발현되는 수단과 과정으로서 여러 중독이 순환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조증기-도박, 게임, 우울기-알코올). 조울증은 충동성 및 자기통제력 상실과 관련이 있고, 조울증과 중독이 함께 있을 경우 더 빠르게 나쁜 경과를 보인다는 선행연구를 고려할 때(Varo et al., 2019) 동반이환된 정신질환 종류에 따라서 중독 행동의 동기가 다르고 중독의 진행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다중교차중독의 경우 정서적 문제의 심각도 및 동반이환된 정신질환에 대한 파악과 증상관리를 위한 개입이 요구된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실천적·정책적 제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알코올중독자의 회복과정에서 금연에 대한 적극적인 권고와 개입이 필요하다. 개입의 수준은 흡연의 위험성 및 단주 시 금연의 이점 등 니코틴의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상자들의 스스로 금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금연을 결심할 경우 적극적인 지지와 금연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알코올과 니코틴의 동시 중단으로 인한 이중의 스트레스 상황을 탐색하고 다루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알코올중독자의 금연결심 및 시도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금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흡연에 대한 사회적 압력과 금연 환경이었다(Matthews et al., 2023). 특히, 치료 및 재활 환경에서 금연 프로그램 및 서비스가 알코올과 통합적으로 적용되거나(Kalman et al., 2010), 기관 내 또는 그 주변에서 흡연을 제한하는 등의 환경 정책 설정은(Matthews et al., 2023)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그들의 금연 결심과 시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기관 차원에서 이용자의 금연을 지원하는 통합된 서비스와 관련 정책을 수립 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알코올중독 회복과정에서 금연에 대한 적극적인 권고와 개입이 이루어지기 위해 우선적으로 중독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알코올과 니코틴의 관계, 알코올중독자의 금연과정 및 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금연클리닉의 전문가 또한 금연 계획 전 알코올 문제 수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음주문제가 동반된 경우 이들의 금연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지와 관련 정보제공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중독관리센터와의 연계를 활성화하여야 한다.
셋째, 알코올중독자의 사정평가시 알코올 외 다른 중독의 공존 평가와 중독 가족력, 정신질환 평가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다중 교차중독자를 사전에 발견하여 구체적 개입 방향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가족력의 경우 단순히 그 여부가 아닌 영향 정도를 함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 과정에서의 심리적 상처 또는 트라우마가 중독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트라우마를 비롯한 심리치료적 접근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면밀한 사정평가로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 증상관리를 위한 중독성 대체물의 사용은 지양하고, 다른 건강한 대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입하여야 한다. 반면, 증상 자체가 보상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키는 조울증의 경우 충동성을 조절하는 증상관리 개입이 우선되어야 한다(Varo et al., 2019). 정신질환과 중독이 함께 있는 경우 개입의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의료기관, 중독관리센터의 유기적 협력이 요구된다. 더불어 원활한 연계와 협력을 위해서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경우 중독을, 중독전문가는 중독과 연관성이 높은 우울, 불안, 조울증, ADHD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넷째, 중독전문가는 중독자의 사례관리시 술 없는 일상의 대처행동으로서 다른 중독성 대체물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지 모니터링하여야 한다. 더불어 알코올중독자를 위한 교차중독 예방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대안 활동 제시가 필요하다. 특히, 내용의 구성에 있어 다양한 중독성 대체물의 위험과 주의점, 중독적 사용에 대한 판단 기준 등을 공유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교차중독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회복지원을 위해서는 4대 중독(알코올, 약물, 인터넷, 도박)의 치료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기능 활성화 및 인력보강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와 시군구의 지원을 받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2024년 기준 전국 60개소로 양적 확대를 이루었지만, 기본형 센터 기준 인력구성은 5명으로(보건복지부, 2023), 이는 한 가지 중독에만 개입하기에도 부족한 인력이다. 더구나 각 센터는 중독상담 및 사례관리, 재활프로그램 외에도 지역의 중독 예방사업까지 담당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23). 사실상 현재의 인력과 예산 구조로는 중독 통합적 개입과 예방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인력보강과 안정적 예산지원은 본연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기에 매우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기관명이 의미하는 바와 달리 그동안은 적은 인력과 최소한의 예산지원으로 알코올 외 다른 중독에 대한 개입은 제한적이었기에 교차중독에 대한 관심과 관련 서비스 제공은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마저도 땜질식 예산지원으로 부족한 사업비와 불안정한 고용환경 속에서 숙련된 중독전문가가 근무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은 결과적으로 다양한 중독과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 및 풍부한 임상경험을 요구하는 교차중독에 대한 개입의 전문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대한 적극적 지원은 기관명 그대로 ‘중독관리’의 ‘통합 지원’ 기능을 강화하여 향후 심각해질 수 있는 교차중독 문제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대처가 될 것이다.
본 연구는 국내 알코올중독 임상군의 교차중독 경험을 탐색한 국내 첫 질적연구로, 그동안 단일중독 중심의 연구 경향을 넘어 알코올중독의 발생과 회복과정에서 교차중독의 실체적 경험을 확인하였다는 점에는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특정 지역의 장년 및 노년층의 소수의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되었기에 전체 알코중독자의 경험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 또한, 질적연구는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연구참여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연구자가 분석 도구이기에 연구자의 주관성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전국단위의 표본설계를 바탕으로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특성과 현황을 파악하는 양적연구를 제안한다. 또한, 디지털 세대인 청년층 알코올중독자의 교차중독 경험은 장년층 및 노년층의 그것과 또 다를 수 있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질적연구를 후속 연구로 제안한다. 더불어, 본 연구에서 여성의 경우 결혼과 자녀 양육 및 다이어트라는 여성에게 강조되는 사회적 역할과 인식이 교차중독과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여 여성의 교차중독 경험에 대하여 좀 더 면밀한 탐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를 시작으로 교차중독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바라며, 최근 중독과 관련된 변화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본 연구가 근본적인 중독 회복을 위한 실천적 방향과 관련 정책 마련에 근거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Notes
암페타민계 약물은 강력한 각성효과를 일으키는 합성화합 물질로 중추신경 흥분제로 분류되며 내성과 정신적 의존성이 있어 마약류에 해당한다. 대표적 물질로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해당된다(약학정보원, 2024).
문자메세지, SNS 등의 메신저를 통해 전문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 안내 또는 주식종목을 추천해주시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이끈다는 의미에서 리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문화체육관광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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