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외상으로서의 마약중독과 회복 자원으로서 가족 역할: <뷰티풀 보이>를 중심으로
Drug Addiction as Attachment Trauma and Family as a Recovery Resource: Focusing on <Beautiful Boy>
Cho, Hanna1*; Cho, Soo min1
보건사회연구, Vol.45, No.2, pp.558-581, June 2025
https://doi.org/10.15709/hswr.2025.45.2.558
알기 쉬운 요약
- 이 연구는 왜 했을까?
- 본 연구는 최근 증가하는 마약 범죄와 청소년의 마약중독이 확산되는 사회적 현상에 주목했다. 중독자와 중독 가족의 경험을 다룬 『뷰티풀 보이』 회고록을 통해 아동기 애착 외상 경험이 마약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가족의 회복 자원 역할을 살펴 보고자 하였다.
-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 중독과 회복 과정은 나선형 구조로 진행되며, 각 단계는 이전 경험을 기반으로 확장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중독자는 회복과 재발을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자기 이해와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기능을 회복해 나가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중독자의 회복에 있어 가족의 지지와 치료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공동 의존에 빠지지 않고 중독자와의 경계를 재설정하는 것은 가족 회복과 중독자에게 필수적인 과정이다. 회복은 상호 연관이 있으며 이는 중독자와 가족 서로의 삶 전체에서 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함이 밝혀졌다.
-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본 연구는 중독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과 사회적 차원의 적절한 개입이 제공될 수 있도록 중독 치료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독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개입 전략을 수립하여, 중독 인식 개선 프로그램, 중독 예방 교육, 다학제적인 프로그램의 개발 확대가 필요함을 제시한다. 중독 회복적 관점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중독자와 가족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기여 할 수 있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the process by which attachment trauma experienced during childhood leads to drug addiction, using the true story portrayed in Beautiful Boy. It explores the physical, psychological, and relational challenges faced by drug addicts and their families, as well as the co-dependent dynamics that arise within families affected by addiction. The narrative of Beautiful Boy is analyzed using a qualitative research approach, examining the experiences of both the protagonist, the drug addict, and the addicted family. The process from attachment trauma to addiction recovery is conceptualized as a spiral structure. At the individual level, six key themes were identified: “Attachment Disruption in Childhood,” “Addiction and Intense Drug Dependency,” “Loss of Control Over Drug Use,” and “Reaching Rock Bottom and the Emergence of a Recovery Will.” At the family level, two additional themes were identified: “Codependency within the Addicted Family System” and “Re-establishment of Family Boundaries.”
study contributes to the understanding of drug addiction and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family resources in the recovery process, re-examining the role of the family in addiction recovery.
초록
본 연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뷰티풀 보이>를 통해 아동기에 경험한 애착 외상이 마약중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하고, 마약 중독자와 그 가족이 직면하는 신체적‧정신적‧관계적 어려움 및 중독 가족이 겪는 공동 의존 현상에 관해 탐구하였다. 연구는 <뷰티풀 보이>의 마약 중독자인 주인공과 중독 가족의 경험을 질적 연구 방법 중 내러티브 방식에 따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애착 외상에서 중독 회복까지의 과정은 나선형 구조로 나타났으며, 개인적 차원에서는 ‘어린 시절의 애착 손상’, ‘마약에 탐닉’, ‘마약 사용에 대한 통제력 상실’, ‘바닥치기와 회복 의지’의 4가지 주제가 도출되었다. 가족적 차원에서는 ‘중독 가족의 공동 의존 현상’, ‘가족의 경계 재설정’의 2가지 주제가 도출되어, 총 6개 주요 주제가 도출되었다. 본 연구는 마약중독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중독 회복 과정에서 가족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회복을 위한 가족의 역할을 재조명하였다.
Ⅰ.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2024년 8월, 전국 주요 명문대 학생들이 포함된 수백 명 규모의 대학생 연합 동아리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마약의 심각성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다(한겨레, 2024). 빅카인즈(BIGKinds) 데이터베이스 분석에 따르면, 마약 및 약물 관련 기사는 2022년 18,801건에서 2024년 62,451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SNS와 다크웹을 통한 약물 접근의 용이성, 향정신성의약품의 불법적 사용, 가상화폐를 이용한 거래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마약 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김상운 외, 2022). 보건복지부 『2024년 중독 주요 지표 모음집』에 따르면, 2023년 마약류 사범은 27,611명으로 2022년의 18,395명에 비해 약 1.5배 증가하였고, 그중 10대 마약류 사범은 1,477명으로 전체 마약사범의 5.4%를 차지한다.
청소년의 마약 투약은 만 17세부터 급격하게 늘어나며, 갈수록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에 노출되는 경향을 보인다(김선희, 김미경, 2024). 청소년의 약물 중독은 이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으며, 청소년의 비행 행동과 또래 집단 내 동조는 자신들만의 하위문화를 형성해 약물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심석, 2023; 최유정, 2022; 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 2020). 또래 집단이 마약 사용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경우 중독의 위험은 더욱 커지며, 스트레스와 폭력 피해 경험, 심리적 외로움, 사회적 무관심이 결합될 경우 중독의 위험이 증가한다(김유림, 2024; 최유정, 2022). 권예지, 나은영(2017)은 청소년의 마약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으로 부모 간 갈등, 이혼, 방임, 무관심 등 가족적 요인을 지적하였다. 심리적인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거나,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여 약물을 문제 해결의 도구로 삼는 경향이 있으며, 부모가 마약 중독자인 경우 자녀 역시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크며(전영실, 2007), 부모가 약물에 대해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면 자녀는 더욱 쉽게 약물에 접근할 수 있다(Chassin et al., 1991).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부정적인 애착 경험은 이후 성장 과정에서 심리적인 어려움을 초래하며, 약물을 보상행동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성혜연, 2024; Kristin et al., 2006). 부모와의 애착 외상은 스마트폰 중독(이윤미 외, 2019; 박영숙, 2021), 도박중독(박순아, 박근우, 2016; 배영윤 외, 2022), 알코올중독 (이승진, 이인수, 2015; 윤명숙, 박아란, 2019)등 다양한 형태의 중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마약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환경적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성장기의 취약한 가정환경, 애착 외상, 청소년기의 비행 또래 관계 경험 등이 마약중독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기존 연구들은 애착 외상과 스마트폰, 알코올, 도박중독 간의 관계를 주로 다루었으나, 애착 외상 경험과 마약중독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규명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마약중독 가족의 회고록인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2009)를 분석하여, 애착 외상이 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고, 회복 자원으로서 가족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마약류 중독(Drug Addiction) 및 중독자(Drug Addicts)
마약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바와 같이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포함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마약류를 강한 사용 욕구와 증가하는 사용량, 사용 중단 시 신체적, 심리적 증상이 견디기 어려워 개인과 사회에 위험을 주는 약물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규정」에서는 마약류 중독자를 마약류 물질을 남용하여 신체적 및 정신적 의존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독자라는 용어 대신 ‘마약류 사용자(Drugs User)’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연구들이 있다(이주용 외, 2023; 강준혁 외, 2021). ‘중독자’라는 용어는 마약 사용을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나 잘못으로 간주하게 할 위험이 있지만, ‘사용자’라는 표현은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대상을 회복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강준혁 외(2021)는 마약의 반복적인 사용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하며,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마약 문제를 단순히 범죄행위로 보기보다, 사회적 낙인을 완화하고 사회적‧법적‧보건적 관점에서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려는 중립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뷰티풀 보이>는 ‘마약 중독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연구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마약 중독자’라는 용어를 채택하였다.
2. 애착 외상(attachment trauma)과 중독
애착은 정신분석가 Bowlby(1980)가 제안한 개념으로, 생애 초기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강한 정서적 유대가 개인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중요한 기초가 된다. 아동이 양육자로부터 경험하는 신뢰와 지지는 이후 타인과의 신뢰와 상호작용 능력, 긍정적인 관계 형성의 토대가 된다(Hazan & Shaver, 1990). 그러나 양육자가 아동의 신호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아동은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게 되며, 성인이 된 후 극단적인 쾌락 추구나 중독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유숙경, 이삼영, 2023; 윤명숙, 박아란, 2015; Cihan et al., 2014). 애착 외상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방임 및 학대 등을 포함하며(윤명숙, 박아란, 2019; 이수림, 2017; 진미령, 신성만, 2016), 아동기에 경험한 애착 외상, 학대, 방임 등은 정서적 허기와 결핍을 초래하여 아동‧청소년의 중독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성혜연, 2024). Albert-Puleo(1980)는 중독을 자기애의 변형으로 정의하면서, 아동기에 적절하게 충족되지 못한 애착이 고착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심리적 위안을 찾기 위해 약물 남용이나 미성숙한 방어기제 및 행동을 취하게 된다고 하였다. 중독은 애착 형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혼란과 자기 손상에 대한 반응이며(Flores, 2018), 타인으로부터 자기애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개인이 자아의 결핍을 메우기 위한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백수현, 이준석, 2019).
3. 중독 회복 자원(Addiction Recovery Resources)
2000년대 이후, 중독에 대한 인식은 도덕적‧질병적 관점에서 회복적 관점으로 변화하였다(White et al., 2000). 이는 중독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통제력 상실 또는 생물학적 질병으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 개인의 삶 전체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지지하려는 접근으로 확장된 것이다. 회복은 단순히 중독적 행동을 중단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책임 있는 태도를 바탕으로 삶의 의미를 재구성해 나가는 적극적인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마약 중독자에게 회복은 약물 중단을 넘어, 자기 인식의 변화와 내적 성장을 포함하는 보다 심층적인 변화를 뜻한다(강선경 외, 2016). White(2007)는 회복의 지속성과 타인과의 관계성을 강조하였으며, 백형의, 한인영(2014)은 중독의 회복과 재발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순환적인 특성을 가지며, 이는 선형적인 변화가 아닌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의 흐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회복의 과정에서 중요한 심리적 자원 중 하나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개인이 역경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다시 적응해 나가는 심리적 저항력으로, 중독 회복에 필수적인 요소이다(이완정, 2002; 홍은숙, 2006). 회복탄력성이 높은 개인은 회복 과정에서 재발과 실패의 경험을 회복의 일부로 수용하며 자기효능감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재통합될 수 있다.
중독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기효능감, 회복 동기와 같은 심리적 내적 요인은 중독자의 회복 동기를 높이며, 가족과 친구 등 사회적 지지망은 회복을 촉진하는 외적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강준혁 외, 2021). 중독을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가족 전체의 문제로 확장하여 접근할 때, 가족이 중독자의 변화를 수용하고 지속적인 정서적‧물리적 지지를 제공하면 회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Foote, 2015). 특히 가족의 지지는 회복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원으로 기능하며, 중독으로 인해 손상된 애착이 회복되면 회복탄력성이 강화되고, 단약 효능감도 향상된다(김기태, 정종화. 2019; Lovimi et al., 2018). 따라서 중독 회복은 개인의 의지나 치료적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가족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임을 시사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자료
2009년 마약중독과 회복을 다룬 회고록 『뷰티풀 보이』의 번역 출간은 국내에서 마약중독과 중독 가족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 데이비드 셰프가 중독과 싸우는 아들 닉 셰프를 지켜보며, 2005년부터 10년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로, 애착 외상을 경험한 아들의 마약중독에 빠지는 과정, 재발과 회복,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일기, 편지, 회고록 등과 같은 문서분석 연구는 인간의 삶과 사회적 현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기여하며, 특히 개인의 삶을 다루고 있으므로 인문 사회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자료로 활용된다(지연정, 2024; Asdal & Reinertsen, 2021).
데이비드 셰프의 회고록 『뷰티풀 보이』(2005)와 아들 닉의 회고록 『트윅(Tweak): 메스암페타민에서 성장하기』(2008)는 영화 <뷰티풀 보이>(2019)의 원작이 되었다.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과 스티브 카렐,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사실성과 드라마틱한 극적 구성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데이비드 셰프는 이 작품으로 2013년 미국 중독의학협회(ASAM)로부터 미디어 상을 수상하였다. 본 연구는 회고록에 기반한 사실적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하였고, 영화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였다.
2. 자료 분석 방법과 절차
문학은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는 수단으로, 질적 연구의 중요한 분석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심리적 방어기제를 완화하고, 인간의 무의식에 강력하게 작용하는 치유의 효과를 지닌다(최세아 외, 2022; 박주원 외, 2019). 본 연구는 회고록을 분석 자료로 활용하므로, 양적 연구보다는 질적 연구 접근이 타당하다. 질적 분석 방법 중 내러티브 분석은 개인의 경험과 그 의미를 탐색하고 복합적인 현상을 드러내는 데 유용한 연구 방법으로(Clandinin, Huber, 2002), 개인의 태도나 열망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며 사회 전반의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Asdal & Reinertsen, 2021). 본 연구는 Yussen과 Ozcan(1997)의 내러티브 분석 절차를 준용하여 텍스트를 다음의 다섯 가지 주요 요소- 인물(characters), 장소(setting), 문제(problem), 행동(action), 해결(resolution)-로 분석하였다. 인물은 내러티브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장소는 단순한 배경 이상의 의미로 시공간적, 심리적,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문제는 갈등을 유발하는 내러티브의 핵심 요소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물들의 행동이 촉발되어, 해결 과정으로 이어진다.
자료 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자들은 회고록과 영화를 각각 독립적으로 분석하여 이야기의 구조와 내용을 파악하였다. 이 과정에서 영화의 주요 대화, 인물 간 갈등, 사건의 흐름 등 언어적 요소와 시공간의 변화, 영화 음악, 장면 전환 등 비언어적 요소를 비교 분석하였다. 둘째, 영화의 각색된 내용을 배제하기 위해 회고록에 서 사실에 기반한 내용을 추출하고, 내러티브의 다섯 가지 주요 요소를 확인하였다. 셋째, 선행연구를 토대로 문학 분석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연구 질문을 설정한 뒤, 개방 코딩(open coding)을 시행하였다. 넷째, 연구자들은 인물의 애착 외상, 중독 과정, 회복 동기, 가족의 공동 의존성 및 경계 재설정과 같은 경험의 의미를 분석하고, 전반적으로 반복되는 상징성과 중심의미를 도출하였다. 다섯째, 자료가 연구자의 시각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연구 결과가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구성하였다.
3. 연구의 엄격성과 연구 윤리
본 연구는 회고록이라는 2차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질적 연구 자료 수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이슈는 없으나, 연구의 엄격성, 신뢰성,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질적 연구 방법론에 기반한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활용하였다. 삼각 검증은 연구 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함으로써 객관성을 높이는 방법으로(김인숙, 2024), 본 연구는 연구자 삼각 검증과 이론 삼각 검증을 수행하여 자료를 다양한 이론적 틀로 해석하고 편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였다. 연구팀은 석박사 과정에서 질적 연구를 수강하고 다수의 중독 관련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으며, 중독 예방 및 상담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보유한 연구자들로 구성되었다. 연구는 소속 기관 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IRB No.1040395-202411-903), 윤리적 연구 절차에 따라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사회복지학 박사 및 중독 전문가들로의 검토를 거쳐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였다.
Ⅳ. 연구 결과
1. 등장인물의 관계와 중독 반응양식 분석
질적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연구 대상자를 ‘연구참여자’로 지칭하지만, 본 연구는 회고록에 등장하는 인물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므로 ‘등장인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뷰티풀 보이>에서 주요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반응양식은 <표 1>과 같다.
표 1
<뷰티풀 보이>의 주요 등장인물의 관계와 중독 반응양식
이름 | 관계 | 중독 반응양식 |
---|---|---|
닉 셰프 | 주인공 | 닉은 원가족 내에서 정서적 안정과 애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며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였다. 그는 회피적 행동을 통해 자신을 방어했고, 이러한 정서적 결핍은 약물 의존으로 이어졌다. 중독은 애착의 불안을 강화하며, 가족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
데이비드 셰프 | 닉의 친부 | 데이비드는 아들 닉을 돕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지녔지만, 구체적인 도움 방식에 있어 지속적인 갈등을 겪었다. 그는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신뢰감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였으나, 중독 문제가 발생할 때는 혼란과 무력감을 경험하며 중독에 대해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감정적으로 단절된 반응을 보이며, 이는 그의 애착 방식이 일관되지 않고 복합적임을 드러냈다. |
비키 셰프 | 닉의 친모 | 비키는 닉의 중독 문제에 직면하여 과보호적인 모성애와 함께 혼란스러운 정서 반응을 보였다. 닉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으나 동시에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서 감정적, 물리적 거리감을 유지하며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
2. 자료 분석 결과
자료 분석 결과, 개인 차원과 가족 차원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개인 차원에서는 의미 단위 15개, 하위범주 9개, 상위범주 4개가 도출되었으며, 가족 차원에서는 의미 단위 12개, 하위범주 5개, 상위범주 2개가 도출되었다. 분석 결과의 구체적인 내용은 <표 2>에 제시하였다.
표 2
애착 외상으로서의 마약중독과 회복 자원으로서의 가족 경험의 본질적 의미
차원 | 상위범주 | 하위범주 | 의미 단위 |
---|---|---|---|
개인 차원 | 어린 시절의 애착 손상 | 애착 결핍과 정서적 불안정 | |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 | |||
마약에 탐닉 | 심리적 악순환 | ||
또래 집단 영향 | |||
인지적 회피와 부정 | |||
마약 사용에 대한 통제력 상실 | 중독의 자기 파괴적 행동 | ||
죄책감 유발을 위한 책임 전가 | |||
바닥치기와 회복 의지 | 죽음의 공포와 문제 인식 | ||
바닥치기 후 회복 의지와 동기 강화 | |||
가족 차원 | 중독 가족의 공동 의존 현상 | 중독 가족의 무모한 희망 | |
중독자에 대한 통제력 행사 | |||
가족의 정체성 상실과 공동 의존 | |||
가족의 경계 재설정 | 가족의 변화 의지 | ||
가족의 지속적인 노력 |
3. 분석 내용
가. 개인 차원 - 어린 시절의 애착 손상
1) 애착 결핍과 정서적 불안정
닉은 어린 시절, 부모 간의 지속적인 갈등과 공동 양육 체계 속에서 반복적인 분리 경험을 겪으며 정서적 불안정성과 애착 손상을 경험하였다. 특히 부모의 언쟁 상황에서 닉은 애착 인형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 했는데, 이는 부모 갈등이 아동의 애착 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수림(2017)의 연구와 일치한다. 닉이 다섯 살 무렵, 친모를 만나기 위해 혼자 비행기를 탔던 경험은, 주 양육자와의 분리와 낯선 환경으로의 이동이 아동에게 불안과 공포를 유발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감정 조절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정서적 욕구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정명희, 김명찬, 2018). 닉은 공동 양육 제도에 대해 “나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다가 가슴에 큰 구멍이 뚫렸다.”(p. 127)고 회고하며, 가정이 아동에게 정서적 안정과 삶의 방향성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후 데이비드의 재혼은 닉에게 또 다른 정서적 혼란을 야기하였다. 닉은 새엄마에게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이를 외면하려는 갈등을 경험하였고, 이는 재혼가정 내 아동이 겪는 정서적 혼란과 적응 스트레스와 관련된다(박현지, 2023). 그는 “사랑하고 애착을 느끼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엄마가 아닌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p. 63)고 진술하며, 정서적 애착 대상이 불안정하게 분산될 때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을 보여준다. 애착에 대한 갈등은 아동이 새로운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어렵게 하며, 불안정한 애착 형성으로 애착 외상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2)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
닉은 동생의 출생을 계기로 부모의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경험하여, 가족 내에서의 소외감과 함께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fear of intimacy)으로 연결된다.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관계에서 개인의 감정이나 정보를 타인에게 솔직하게 표현하기를 어렵게 하며, 결과적으로 과도한 정서적 거리감을 형성하게 된다(남순현, 2020). 생애 초기 양육자와의 경험은 애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애착 관계에서 비롯된 행동 반응은 이후 대인관계 발달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Mallinckrodt, 2000; Bartholomew & Horowitz, 1991). 동생의 출생은 닉에게 불안, 좌절, 박탈감 및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아동이 가족 내에서 존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데 방해가 된다. 이는 첫째 아이의 자아존중감 형성과 사회적 유능감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박경자 외, 2017). 초기 애착 외상 경험에서 비롯된 불안정한 감정 상태와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심리적 욕구가 결합 되어 닉은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 ‘완벽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행동 반응을 보였다.
나. 개인 차원 – 마약에 탐닉
1) 심리적 악순환의 반복
닉은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기준에 부응하기 위해 완벽한 아이가 되려는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애착 손상을 경험했고, 청소년기에 이르러 심각한 조울증과 우울증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약을 선택하였으며, 치료보다는 약물 의존을 통해 내면의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려 하였다. Flores(2018)는 약물 남용을 건강한 애착 형성 실패이자, 애착 손상에 대한 임시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일시적인 자기 위안의 수단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심리적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하였다. 닉은 자신의 상태를 “커다란 검은 구멍”으로 표현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적 공허를 마약으로 보상하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약은 단순히 회피 수단을 넘어서, 쾌락을 추구하는 도구로 변질되었다. 마약은 일시적인 정서적 위안을 제공했지만, 점차 쾌감의 반복적 추구가 마약 의존으로 이어졌고, 결국 심각한 중독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닉은 메스암페타민 사용 후의 심리적 변화를 “메스암페타민을 하면 찬란하고 반짝이는 기분이 든다.”(p. 24)고 묘사하였다. 이러한 일시적인 쾌감은 반복적인 약물 사용으로 이어졌으며, 중독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하였다. 데이비드는 마약이 닉에게 편집증과 망상, 자기 파괴적 성향을 부추겨 결국 본래 모습을 잃게 만들었다고 설명하였다. 데이비드는 “닉은 섬세하고 슬기롭고 대단히 영특하고 활달한 아이였지만 메스암페타민에 빠지자 본 모습을 잃어갔다.”(p.24)고 회상하며 마약이 개인의 인격과 행동이 미치는 심각한 변화의 양상을 부각시켰다.
2) 또래 집단 영향
청소년은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또래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집단 내 압력에 순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닉은 “학교에서 쿨하다고 여겨지는 학생들을 동경하며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 학생들은 몰래 담배와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약물 사용에 허용적인 집단 문화 속에서 대부분 아이가 마약을 한 번쯤 경험했다고 한다.”(p. 93)고 말하며, 또래 집단의 인정과 배제에 대한 두려움은 청소년들이 마약과 같은 위험한 행동에 노출되기 쉽게 만든다. 닉은 또래 관계 속에서 알코올에서 마리화나를 거쳐, 메스암페타민에 이르기까지, 점차 강한 약물로 이행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중독 증상도 점차 심각해졌다. 닉은 또래들 속에서만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며, 그들과의 관계에 고착되었다. 마약 사용을 통해 또래 집단 내에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으며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래 문화는 닉에게 일시적인 유대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중독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중독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적 환경과 또래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최화경(2019)은 청소년기 약물 남용이 중독 문제로 발전하며 범죄의 원인이나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3) 인지적 회피와 부정
닉은 “실수 좀 한 거예요. 그것뿐이라고요 걱정 마세요. 나도 깨달은 바가 있으니까.”(p. 159)라고 말하며 자신의 중독 증상을 회피하려 하지만, 자각 없는 부정은 그를 더욱 깊은 중독으로 빠뜨렸다. 그는 마약 사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으며,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현상에 대해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믿으며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제 누가 봐도 중독자인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꾀바르게 그럴싸한 거짓말로 어처구니없는 짓을 정당화했고 자신의 행방을 감추는 데 점점 능숙해졌다.”(p. 137). 중독자는 쾌락과 약물 사용을 우선하느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며(한부식, 2016), 마약 사용에 대한 대담함이 가족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거리에서 만난 한 중독자는 데이비드에게 “절대 닉을 도와주지 마세요. 돈도 주시면 안 돼요. 닉을 도와주시면 더 빨리 죽이는 거나 같아요. 아저씨도 닉을 믿고 싶었겠죠.”(p. 285) 라고 경고했다. 중독의 본질은 단순히 물질 의존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왜곡과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게 되는 과정이다. 이로 인해 중독자는 상황을 부정하거나 정교한 거짓말로 타인을 조종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점점 더 고립되고 상처를 입게 된다. 가족들은 닉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다. 개인 차원 - 마약 사용에 대한 통제력 상실
1) 중독의 자기 파괴적 행동
닉의 중독상태는 영화의 한 장면을 통해 잘 드러난다. 마약을 투약한 후 초점 없이 흔들리는 닉의 시선과 어지럽게 반사되는 빛은 중독이 현실 감각을 왜곡시키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현재와 과거를 빠르게 오가는 플래시백(flashback) 기법은 마약 투약 후의 혼란과 고통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며, 강렬한 배경 음악은 마약 중독자가 경험하는 와해 된 현실감과 신체적 고통을 강조하여 중독의 파괴적 특징을 보여준다. 마약 중독자의 자기 파괴적 행동은 중독의 핵심이다. 심리치료사는 “닉은 자기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요. 자신이 골수 중독자라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훈장처럼 내세웠고, 괜찮을 거라 믿고 그 생각을 고수하는 아드님은 지금 부인 단계에 있습니다.”(p. 190)라고 말하며, 그가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박성철(2018)은 중독된 사람들은 지속적이고 고질적인 습관을 형성함으로써, 결국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였다. 중독은 그 자체로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중독자의 삶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증상만을 치료할 것이 아니라 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백수현, 이준석, 2019). 닉은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가족과 주변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며, 절도와 같은 범죄에 연루된다. “누군가 폐쇄된 내 계좌 앞으로 500달러짜리 수표를 발행했다고 했다. 도둑을 맞는다는 것은 어찌 됐든 격정을 일으키고 정신적 외상을 남기는 경험이다. 아들에게 사기를 당하다니.”(p. 298)는 데이비드의 고백은 중독이 가족의 신뢰를 파괴하고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동시에 자신과 타인, 사회 안전에 대한 파괴적 행동 양상을 드러낸다.
2) 죄책감 유발을 위한 책임 전가
중독 증상이 심각해지면서 닉은 마약중독을 숨기려 하지 않고, 점차 더 많은 약물을 찾기 시작했다. 데이비드는 “변덕스러운 행동과 감정 기복으로 보아 자주 약에 취해있는 데다 마리화나는 물론이고 다른 약물까지 복용하는 게 분명했다. 닉은 대단히 엉큼하고 호전적이고 무모해졌다.”(p. 142)고 회고한다. 닉은 자신의 중독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며, 특히 가족 중에서도 가장 친밀했던 아버지에게 죄책감을 유발하고자 한다. “아빠가 날 알아?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항상 쥐고 흔들려고만 해.”(p. 188)라고 말하며, 가족의 통제와 비판을 거부하려는 심리적 방어를 보인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가족과의 갈등을 일으키고 통제력을 약화시켜, 공동의존적 관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중독자가 자기 책임을 부정하고 가족의 감정을 조작하려 할 때, 가족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갈등이 깊어진다. 이것은 중독이 가족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독은 건강, 경제, 관계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내적 고통과 함께 삶에 대한 무기력과 원망을 야기하여, 자기연민과 같은 내적 고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의 과정을 보인다. 이처럼 중독자의 끝없는 절망감과 허무감으로 인해 최종에는 희망을 상실하고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강준혁 외, 2023).
라. 개인 차원 - 바닥치기와 회복 의지
1) 죽음의 공포와 문제 인식
가족들은 닉이 마약 과용으로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야 할 만큼 위급한 상태라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닉은 사라지고 없다. 치료에 대한 거부와 가족을 마주할 용기가 없던 닉은 마약을 찾아 또다시 거리로 도망친다. 가족들은 닉이 다시 바닥을 치고 스스로 회복의 의지를 다지도록 기다려야 함을 알게 된다. 닉이 복용한 메스암페타민은 자살 충동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감을 유도하는 강한 약물이다. 반복적인 마약 사용으로 죽음의 위기와 자살 충동을 겪던 중, 여자친구가 급성 중독으로 위험에 처하자 닉은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병원에 실려 가는 여자친구를 보며 닉은 자기 앞에 드리운 현실을 자각하고 모든 것이 떠난 텅 빈 거리에 홀로 남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중독자가 바닥을 치는 순간(hitting bottom)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 삶에 대한 절박함과 비슷하다.
중독에서 바닥치기는 중독자가 회복을 시작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자신의 힘으로 회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절대 절망의 순간’을 경험함으로 회복의 의지가 생기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닉은 바닥을 친 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가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버지는 자조 모임 후원자에게 전화하라고 말한다. 아버지 데이비드는 닉의 요청을 외면하는 듯하지만, 사실 아들을 진정으로 돕기 위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회복은 중독자가 자신의 심리적 방어를 극복하고, 사회적‧심리적 지원을 받으며 회복을 향해 서서히 확장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멘토에게 전화해, 랜디에게 전화해. 더는 해줄 말이 없다.’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달랐다. (...) 그리고 널 사랑한다. 제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살아가라는 말을 덧붙였다. 내 목소리는 체념한 듯 들렸을 테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았다.(p. 335)
나는 닉이 바닥을 치기를 기다렸다. (...) 나는 재앙이 오기를 바랐다. 감당할 수 있는 재앙이 오기를. 내 아들이 무릎을 꿇고 겸허히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혹독하지만, 영웅적인 노력과 내재된 선량함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재앙을 바랐다. 그것이 아니고서는 닉이 스스로를 구원하게 만들 방법이 없었다.(p. 405)
치료를 이어가던 중, 아버지는 닉의 단약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마약 검사를 요청한다. 하지만 닉은 아버지가 자기를 불신하고 있다고 느끼고, 과거에 경험했던 친밀감에 대한 불안이 떠오르면서 재발하게 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는 1년 내 90% 이상이 재발하며, 잦은 재발은 중독자와 가족의 삶을 파괴하는 특징을 보인다(Genie et al,. 2013: 송진희 외, 2017). 회복 과정에서 다시 재발로 후퇴할 수 있으며, 재발과 회복은 반복되고 순환되는 나선형 특성을 가진다. 이는 “재활 치료를 포기하고 다시 마약에 빠지는 것은 도덕성의 결여나 의지박약의 문제라기보다는 손상된 두뇌의 결과일 수 있다.”(p. 203)는 설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중독은 만성적인 뇌 질환으로,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독자가 자기의 삶을 성찰하고 회복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중요한 순간이지만 바닥치기를 경험했다고 해서 곧바로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복의 과정은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중독자가 회복 자원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 바닥치기 후, 회복의 의지와 동기 강화
닉은 회복과 재발의 점진적인 나선형 과정을 거치며 결국 자신의 중독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심한 금단증상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회복의 시작을 망설인다. 그러나 가족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서적 지지, 치료적 환경 제공을 통해 닉은 자발적으로 NA 모임(Narcotic Anonymous: 마약 중독자의 회복을 돕기 위해 설립된 자조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치료 동기와 통찰을 얻고, 외부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회복의 과정을 시작한다. NA 모임의 치료적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는데, 중독의 기제를 이해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의 교류하며 회복의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NA 모임에서 먼저 회복을 시작한 구성원들이 후발 주자를 돕는 구조는 중독자가 인간관계를 재구성하고, 사회적 지지를 통해 자기효능감과 변화 동기가 높아지며, 이것은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Kelly et al., 2020; 이혜진, 유영권, 2023).
회복의 과정 또한 나선형 구조로 이어지며, 회복 중에도 중독자는 자기에 대한 불신, 사회 적응에 대한 두려움, 재발에 대한 걱정으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실수나 재발도 변화과정의 일부분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회복 과정의 동기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닉은 직업 재활 과정을 통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가던 중, 강한 갈망을 느끼고 재발하게 된다. 회복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시사하며, 가족과 사회의 지속적인 지지가 회복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 가족 차원 - 중독 가족의 공동 의존 현상
1) 중독에 대한 무모한 희망
닉과 동생이 서핑을 계획하는 장면에서 가족은 닉의 심리적, 신체적 불안정성을 우려하며 서핑을 제지한다. 가족은 닉의 회복 의지와 단약 노력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안과 의심을 안고 있으며, 언어적‧비언어적으로 닉을 온전한 개인이 아닌 불완전한 중독자로 바라보고 있다. 데이비드는 닉이 영리하고 젊기에, 다른 중독자들과는 달리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반복되는 재발과 증상 회피로 혼란스러워한다. 이는 중독 가족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무모한 희망과 유사하며, 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고병인, 2004). 데이비드는 “중독자의 부모는 자식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질병의 부조리함과 타협해야 한다는 것. 이것과 맞서보지 않은 사람은 이 모순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p. 271)라고 하며 중독 가족이 겪는 회복에 대한 희망과 중독으로 인한 좌절의 공존을 느끼며 모순적인 삶을 경험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2) 중독자에 대한 통제력 행사
데이비드는 “나는 아들의 메스 중독을 막으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는 닉을 도우려 몸부림쳤다. 나는 내 아들이 망가지는 걸 막으려. 내 아들을 구하려 눈이 뒤집혔다.”(p. 25)며, 가족이 중독자를 돕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닉의 반복되는 재발과 치료거부는 가족에게 좌절과 무력감을 안겨주고, 가족은 점점 더 강력한 방법으로 중독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며 관계의 악순환을 만든다. 데이비드는 “시한폭탄과 함께 살아간다. 편집증으로 미쳐가는 것 같다.”(p. 341)며, 가족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닉의 중독 탓으로 돌리며 대립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중독으로 인한 분노, 무기력감은 가족의 모든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닉의 어린 동생들도 닉의 중독이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며”(p. 191) 가족 모두가 정서적 불안과 관계의 파국을 경험한다.
중독 초기, 가족은 중독을 일시적인 실수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이해하고 중독자에게 정서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재발이 반복되면서 신뢰는 서서히 무너지고 실망과 좌절이 깊어진다. 결국 가족들은 회복적 지원을 계속해서 제공하기보다는 포기하고 싶은 욕구에 휘말리게 된다. 외부의 시선 또한 중독자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의지가 부족해서 재발한다고 비난하거나, 가족이 책임져주었기 때문에 재발했다고 말하며 중독자와 가족에게 더 큰 심리적 상처를 주거나 외면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은 분노, 불신, 통제력 행사, 정서적 혼란, 자기희생적 돌봄, 무기력, 사회적 단절 등을 경험하며 점차 공동 의존(co-dependence)의 경향을 보이게 된다(김성은, 2021). 복잡한 감정 속에서 가족들은 자신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며, 중독 회복을 위한 지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3) 가족의 정체성 상실과 공동 의존
닉은 마약에 중독되어 노숙 생활을 하던 때, 가족들은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닉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닉이 다치거나 곤경에 처한 모습, 심지어 닉이 죽어가는 모습이 침습적으로 떠오르며 가족들은 매일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닉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일까 봐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상태도 점차 악화된다. 가족들은 닉을 위해 치료기관을 찾고 치료비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느끼며 무력감과 좌절을 경험하는 한편, 공동 의존(co-dependence) 상태에서 점차 가족 간의 집착과 통제가 더욱 심화된다. 공동 의존이란 중독자와 가족 간에 상호 지배적이고 조종적인 관계로(고병인, 2004), 가족 상호 간의 지나친 집착과 의존은 자기 자신을 망각하고, 정상적인 가족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러한 관계는 중독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David, 2013). 데이비드는 닉의 행동과 결정에 따라 가족들의 삶이 좌우되는 경험을 하면서 “내 복지에 해당하는 닉의 복지에 상호의존 하고 있었다.”(p. 341)라고 고백하며, 중독자와 가족이 병리적으로 밀착된 삶은 결국 가족의 정체성 또한 사라지게 됨을 알 수 있다.
바. 가족 차원 – 가족의 경계 재설정
1) 가족의 변화 의지
데이비드와 아내는 마약류 중독자 가족을 위한 자조 모임인 ‘NA 가족 모임’에 참여하면서 중독자와의 병리적이고 밀착된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NA 가족 모임에서는 중독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회복의 출발점임을 강조하며, 가족이 중독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환경을 제공 받으며 회복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간다. 현재 상황에 주목하여 가족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작업은 가족이 현실을 직시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중독 가족들과의 소통을 통해 상호 지지망을 구축하고, 닉의 동생들도 심리상담을 통해 자책감을 내려놓으며 중독자와의 건강한 경계를 설정해나간다.
가족이 중독자에게 변화를 기대하는 만큼 가족 자신도 변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Foote, 2015). 가족이 지치지 않고 동행하기 위해서는 중독을 가족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각 구성원이 스스로 돌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데이비드는 이런 변화에 대해 “닉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뒤로 물러서서 지원하는 한편, 건강한 관계, 서로 사랑하고 지원하지만, 독립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했다.”(p. 449)고 표현하여 가족 경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이 중독자를 방치하거나 외면하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중독자의 회복을 지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필수 조건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가족들은 닉의 치료에 힘쓰는 한편, 자신들도 공동 의존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하며 각자의 삶을 이어간다. 데이비드는 “NA 가족 모임을 통해 고립감을 해소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앞으로 닥쳐올 시련에 대한 각오를 다질 수 있다”(p. 25)고 하며 자조 모임의 경험은 타인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지지체계로 작용하는 것을 경험한다. 또한 닉의 재발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던 데이비드에게 한 중독자의 부모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아드님을 포기하지 마세요.”(p. 407)라며 용기와 지지를 제공한다.
2) 가족의 지속적인 노력
중독자가 바닥을 치고 회복의 의지를 갖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가족에게 있어 큰 고통이다(정윤영, 2023). “우리는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수 차례 시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약을 끊고 지내는 데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p. 410)라는 말에서, 재발한 닉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치료를 지원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재발은 치료의 실패가 아니라 회복 과정의 일부로 여겨져야 한다. 유숙경(2020)은 재발을 단순히 회복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상호 관계와 다양한 영향 요소를 통합적으로 탐색하여 중독자의 회복에 필요한 개입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하였다. 중독자의 회복은 나선형의 변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며, 긴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복합적인 과정으로(이경자, 정여주, 2023), 회복은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가족의 지지와 이해 속에서 이루어지며, 반복되는 재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회복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다시 시도하는 것은 미친 짓 같았다. 도움을 원치 않는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상관없었다. 우리는 다시 시도하기도 했다. 닉의 엄마와 닉의 새아빠도, 캐런과 나도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p. 410)
중독자의 가족은 여기저기 함정과 오류가 널린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실수는 불가피하다. 고통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족들이 열린 마음, 배우려는 의지, 회복은 중독과 마찬가지로 길고 복잡한 과정임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성장과 지혜,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은 절대 회복에 대한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회복은 날마다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멈추고 회복의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려서도 안 된다.(p. 413)
그림 1
영화에서 서핑 장면과 『뷰티풀 보이』의 실제 주인공인 닉과 데이비드
출처: “Beautiful boy [Film]”, Felix, 2018, United States: Amazon Studios.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서핑(surfing) 장면은 중독자의 회복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서핑은 변화무쌍한 파도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동작을 조정하는 운동으로, 서핑의 역동성은 회복 과정의 복잡성과 어려움 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의미하는 중요한 시각적 은유이다. 닉이 파도를 타고 먼바다로 나아가는 장면은 중독자의 고립과 불안정을 나타내며, 아버지는 아들이 사라진 적막한 바다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찾는다. 잠시 후, 닉이 서프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고 다시 아버지에게 돌아오는 장면은 가족의 유대와 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가족의 지지와 이해가 회복에 있어 중요한 요소임을 재조명한다.
Ⅴ. 결론 및 제언
1. 주요 결과 요약
본 연구는 아동기 애착 외상 경험이 마약중독으로 이어지는 심리적 과정을 분석하고, 중독 회복 과정에서 가족 자원의 중요성을 규명하기 위해 데이비드 셰프의 회고록 『뷰티풀 보이』를 내러티브 방식으로 분석하였다. 자료 분석 결과, 개인 차원과 가족 차원으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하였다. 개인 차원에서는 의미 단위 15개, 하위범주 9개, 상위범주 4개가 도출되었으며, 가족 차원에서는 의미 단위 12개, 하위범주 5개, 상위범주 2개가 도출되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애착 외상 경험이 마약중독과 회복에 이르는 과정은 나선형 구조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림으로 나타낸 결과는 [그림 2]와 같다.
먼저, 중독자 개인 차원에는 어린 시절의 애착 외상 경험이 중독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중독의 진행을 촉진하는 심리적 기반이 되었다. 닉은 부모의 갈등과 공동 양육 환경에서 정서적 불안을 경험하고, 친밀감에 대한 욕구와 불안을 동시에 내면화하게 된다. 이러한 정서적 결핍은 청소년기에 마약에 탐닉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으며, 마약 사용은 심리적 불안과 우울감을 해소하려는 도피처이며, 중독을 용인하는 또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중독은 점차 심화되었다. 중독은 점차 만성화되고, 이전의 행동이 원인이 되어 다음 중독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과정은 점차적으로 순환적인 나선형 구조로 확장되며, 과거의 중독 행동이 앞으로의 중독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확장되게 된다. 닉은 자신이 마약 사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회피와 부정을 지속하지만, 내성의 결과로 더 강한 약물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 중독은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두 번째로 중독 가족 차원은, 가족이 처음에는 닉의 중독 문제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주변에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기고, 닉이 단기간 내에 회복될 것이라는 무모한 기대를 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재발이 반복되면서 가족은 점차 닉의 일상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특히 닉의 첫 재발 이후, 가족은 중독자의 생활 전반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이를 통제하려 하였다. 가족은 중독 문제를 부정하거나 은폐하려는 비합리적 기대와 정서적 밀착을 보이며, 일상생활의 경계가 사라질 정도로 닉의 행동에 좌우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족의 정체성이 상실되며, 회복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품게 된다. 닉은 자기를 향한 가족의 통제를 의식하여 마약 사용에 대한 원인을 가족에게 돌리려는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 중독자는 방어적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가족의 통제와 비판을 거부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작용하며, 가족은 서로에게 병리적으로 밀착된 공동 의존(co-dependency) 현상을 보인다.
닉은 과도한 마약 사용으로 급성 중독 상태에 빠져 여러 차례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면서 현실을 인식하고, 바닥을 치는(hitting bottom) 경험을 통해 회복에 대한 동기를 갖게 된다. 그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마약이 더 이상 쾌락이나 위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약으로 인해 유발된 신체적 고통과 관계의 단절, 사회적 고립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은 닉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중독자의 바닥치기 순간이었다. 바닥치기는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절대적 절망의 순간이며, 중독자들은 이 시점을 지나야만 비로소 회복에 대한 동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닉은 바닥을 친 후, 자발적으로 NA 자조 모임에 참석하고 후원자와 함께 단약을 시도하며 약물이 없는 새로운 일상으로 재통합 과정을 시작한다. 또한 직업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소속감을 회복하고, 일상의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 나간다. 회복 중에도 재발은 반복되지만, 재발은 단순히 실패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
중독과 회복의 과정은 나선형(spiral) 구조로 전개되며, 각 단계는 선형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 단계 의 경험이 다음 단계로 확장되어 연결되는 특징을 지닌다. 중독자는 회복과 재발을 반복하면서 점차 더 높은 수준의 자기 이해와 조절 능력을 확보하게 되며, 회복은 점진적인 진전의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은 닉의 중독에 병리적으로 밀착되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다른 가족 구성원의 삶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족 역시 바닥을 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제 가족은 통제나 비난, 숨겨주는 것으로 중독자를 회복시킬 수 없음을 깨닫고,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바꿀 수 없는지 구분하기 시작한다. 가족은 각자의 일상과 삶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는 가족 회복에 필수적인 과정으로 작용한다. 더 이상 닉의 중독을 숨기거나 회피하지 않으며, 닉이 바닥을 치고 자발적으로 회복의 장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태도로 전환한다. 기다림의 시간은 가족에게 매우 고통스럽지만, NA 가족 자조 모임에 참여하며 인내하고 희망을 찾아 나간다. 자조 모임을 통해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중독자를 통제하려는 욕구를 완화하는 경험을 하며, 중독자와 경계를 재설정하여 정서적인 관계의 재구조화를 통해 각자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그리고 닉에게는 여전히 지지체계로서의 가족이 존재하며, 후원자가 회복을 돕고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중독자가 고립되지 않도록 관계의 유대를 이어나간다. 가족의 회복도 중독자의 회복 과정과 함께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며,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처럼 회복은 과거의 경험을 확장하여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과정이며, 중독의 순환 구조가 회복의 순환 구조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독은 만성적이고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특성을 가지며, 회복 역시 일회적인 사건이 아닌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중독자의 회복과 가족의 회복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나선형 구조 속에서 중독자는 점차 자신을 재통합하고 삶의 기능을 회복해 나간다. 따라서 중독 회복은 단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삶 전체의 과정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중독의 재발과 회복이 반복되면서, 회복에 대한 의지와 새로운 인식, 정서적 통찰, 관계의 재설정 등이 축적되며 이루어지는 미세한 변화가 나선형을 그리며 서서히 온전한 회복으로 향한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한다(이경자, 정여주, 2023; 장혜량 외, 2022). 본 연구에서도 중독에서 회복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은 반복과 확장을 통해 점차 진전되는 나선형 구조이며, 재발과 위기를 통한 자각은 다음 단계로의 발달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나선형 구조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위기와 변화 속에서 경험이 누적되며, 점진적으로 더 높은 차원의 이해와 적응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2. 연구의 함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몇 가지 함의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론적 함의이다. 본 연구는 아동기 애착 외상 경험과 마약중독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중독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사회적 차원에서도 복합적으로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중독과 회복의 과정은 나선형으로 확장되며, 중독자의 회복을 위해서는 가족이 경계를 재설정하고 병리적으로 밀착된 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삶을 독립적으로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중독자와 가족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교육을 통해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소통을 촉진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중독은 본질적으로 애착 결핍을 보상하려는 심리적 대응이며 일시적인 안정을 얻기 위해 외부 대상에게 반복적으로 의존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중독 회복은 단약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사회적인 관계에 대해 자신감을 증진해 전반적인 삶의 재통합을 촉진하는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실전적 함의이다. 중독은 더 이상 개인의 일탈이나 도덕적 결함의 문제로 간주하지 않으며,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복합적 현상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독은 개인의 기질, 성격, 성장 배경 등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나므로 정형화된 개입보다는 각 개인의 삶의 이야기를 반영한 유연한 개입 전략이 중요하며, 중독 회복의 과정에서 치료적 환경을 제공하고 중독자가 회복의 안전망을 이탈하지 않도록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독 인식 개선 프로그램, 중독 예방 교육 등 다학제적인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하며, 회복을 위한 지지와 희망을 제공함으로써 회복의 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관심,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중독은 가족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가족을 위한 정서적인 지지를 제공하고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며 회복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가족 중심의 중독 치료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
3. 연구의 한계 및 제언
본 연구의 한계점과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마약중독과 회복 자원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탐구하였으나, 이러한 접근은 외국 사례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과 사회적 제도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의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으며, 향후 한국 내 마약 중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양적‧질적 연구가 병행되기를 제언한다. 둘째, 본 연구는 중독 회복 자원 중 가족 자원에 집중하였으나, 향후 연구에서는 지역사회의 인프라, 의료적 개입, 상담 프로그램, 자조 모임 등 다양한 회복 자원에 대한 이론적 검토와 이들 요인 간의 상호 관계를 검토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분석 방법에서 내러티브 분석은 중독 회복의 주관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나, 근거이론, 현상학, 사례연구 등과 같은 다양한 분석 방법을 함께 활용한다면 중독 회복 과정을 보다 구조적이고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후속 연구들은 중독 문제를 개인, 가족, 사회 전체가 함께 이해하고 대응하는 통합적 접근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중독자의 회복을 위한 정책적‧실천적 노력의 확산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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