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에서의 주민주도형 보건·복지 통합사례관리: 증례 시리즈 연구
Resident-Led Integrated Health and Welfare Case Management in Depopulated Areas: A Case Series Study
Choi, Jihee1; Jang, Soong-nang2; Park, Susan3; Hwang, Jongnam4; Choi, Eunhee1; Choi, Suhyeon2; Kim, Minkyoung1; Kim, Seok-gyu1; Han, Keumhee1; Park, Sunyoung2; Park, Juhee4; Kim, Jongwoo4
보건사회연구, Vol.45, No.2, pp.78-100, June 2025
https://doi.org/10.15709/hswr.2025.45.2.78
알기 쉬운 요약
- 이 연구는 왜 했을까?
- 지역 주민이 노인 통합돌봄 사례관리를 수행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특히 초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인구감소지역인 정읍시는 돌봄 시스템의 인력 부족과 보건·복지 서비스 사각지대와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주민이 이러한 공백을 메우고 인구감소지역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 지역 주민은 노인의 보건·복지 욕구를 파악하고 지역자원을 연계하며, 통합사례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의 돌봄서비스에서는 서비스 계획 수립과 서비스 제공자 간의 주체 불일치로 인해 파생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주민은 대상자 측면에서 그들과 가까운 곳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며 적시에 적절한 서비스를 연결했다
-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지역 주민과 공공기관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법률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고, 주민 조직화를 제도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개입이 미치는 장기적인 효과를 평가하고, 이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potential role of community members in integrated care for older adults through an action research approach. The research was conducted in Jeongeup City, Jeollabuk-do, one of the depopulated cities in South Korea. Sixteen community volunteers were selected as "Village Care Managers" and assigned to various towns and villages. Their activities included identifying health and welfare needs of older adults, coordinating AI-based care calls and follow-up actions, organizing health promotion programs, and linking community resources. Three joint case conferences with local health and welfare organizations were held during the intervention, and the analysis focused on three cases where resource linkage was attempted. The findings revealed that resident-led case management effectively addressed care needs by strengthening social networks and communication among community members, while also improving proximity and continuity of care. These outcomes were comparable in both quantity and quality to expert-led case management. Furthermore, trust restoration among neighbors and the initiation of voluntary mutual care were notable achievements. However, challenges included limited access to health-related services, a lack of information on welfare resources, and the passive involvement of local resources in addressing complex needs, which hindered the overall effectiveness of the intervention. This study highlights the potential for community members to lead integrated care and emphasizes the need for ongoing support and research.
초록
본 연구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이 노인 통합돌봄 사례관리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한 실천연구이다. 초고령화가 진행된 대표적 인구감소지역인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에서 16명의 주민자원자를 선발해 “마을돌봄매니저” 로 명명하고 각 읍면에 배치했다. 이들은 보건·복지 수요 확인, AI 안부전화 연결과 사후조치, 경로당 건강증진 프로그램 운영, 개별 돌봄 요구 지원, 자원연계 등의 활동을 수행하였다. 활동 기간 중 시청, 보건소, 복지관 등 지역사회 보건·복지자원과 3회의 합동 사례회의를 진행했고, 자원연계를 시도한 노인 중 3명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주민주도의 사례관리는 주민 간 사회적 관계망 강화, 의사소통 증진, 근접성과 지속성을 높임으로써 효과적으로 노인의 돌봄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전문가 중심 사례관리와 양적·질적으로 유사한 성과를 보였으며, 주민 간 신뢰 회복과 자발적 상호돌봄이 촉진되는 효과도 확인되었다. 반면, 건강문제 접근의 어려움과 복지자원 정보 부족으로 복합적 요구를 가진 사례는 자원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참여했던 지역사회 자원의 소극적 대응으로 실효성이 제한되었다. 본 연구는 지역 주민이 통합돌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를 위한 체계적 장치와 실행 방안에 대한 지속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Ⅰ. 서론
급속한 고령화를 겪어온 우리나라는 2024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행정안전부, 2024). 돌봄이 필요한 노인 인구수는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보건·복지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점차 증가하고 동시에 복잡해지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전남, 경북, 강원, 전북, 부산, 충남, 충북, 경남 지역은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이중고 속에서 지역 주민의 돌봄권을 보장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은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지역 중 노인과 유소년인구의 증감과 유출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2021년을 기준으로 전체 시·군·구 중 89개가 지정되어 있다(행정안전부, 2021).
도시와 달리 보건·복지 자원이 열악한 인구감소지역은 의료 및 돌봄 자원이 부족하고 접근이 어려워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며, 인구의 빠른 유출로 인해 생활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인구가 3,000명 이하로 줄어들게 되면 그 지역의 보건의료 시스템에는 문제가 발생한다(한이철, 2023). 면 지역의 65.5%는 의원이 없고, 59.2%는 약국이 없다. 농촌 지역 소재 보건의료기관은 8,030개소로 도시지역 보건의료기관 수의 13%에 불과하며, 농촌 지역의 민간 보건의료기관 수는 인구 100만 명당 822개소로 도시의 약 7/10 수준에 해당한다(조승연 외, 2023). 돌봄 자원도 마찬가지이다. 면 지역은 노인 인구 대비 돌봄 제공 시설이 현저히 부족하다. 700명 이상의 노인이 있는 면 지역에는 최소 하나의 주간보호시설이 필요하지만, 이 시설을 갖춘 지역은 약 40%에 불과해 노인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재가노인복지시설과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면 지역 1만 명당 기관 수는 각각 4.5개, 19.0개로, 동 지역 기관 수인 각 6,0개, 39.7개에 비해 기관 수가 적다(김남훈 외, 2020). 인구감소지역 중 상당수가 의료 및 돌봄 취약지이며 뿐만 아니라 문화, 편의시설 등 생활 전반의 인프라도 부족하며, 교통과 지리적 접근성도 주요한 문제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역의 주민이 생애말기까지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돌봄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까? 노인 인구 천만 시대를 대비하여 정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돌봄(integrated care) 기본계획을 발표하였고, 2019년부터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모델 개발을 위한 선도사업을 시작했다(보건복지부, 2018). 의료-보건-복지 등 돌봄서비스의 지속적이고 유기적 연계를 기반으로 돌봄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연대성에 의한 주민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김남훈, 하인혜, 2020; 유애정, 박현경, 2022). 특히 후기 고령인구 비중이 높고, 의료 및 돌봄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주민의 역할이 더욱 크다(김남훈, 하인혜, 2020). 주민이 이웃의 돌봄 공백에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구축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의 관계성과 근접성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통합은 지역 돌봄에 더 쉽게 접근하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에 의한 실제 증례연구는 많지 않으며, 특히 인구감소지역에서의 증례는 더욱 드물다. 지속가능한 지역 돌봄을 위해 주민참여와 지역사회 역량 강화를 위한 실제 적용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통합돌봄에 관한 다양한 운영 모형 중에서, 핵심요소로써 사례관리를 강조하는 모형에는 PRISMA(Program of Research to Integrate the Services for the Maintenance of Autonomy)가 있다. 캐나다 퀘백주의 농촌지역 노인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와 복지 간 조정(coordination)을 통해 독립생활 유지를 위한 통합서비스이다. PRISMA에서 사례관리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강조된다. 사례관리자는 대상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필요 서비스를 계획하여 연결해 주고, 대상자 모니터링과 재평가를 수행한다. 필요한 경우 직접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기관 간의 서비스 연계를 촉진한다(Hébert et al., 2003). PRISMA는 서비스 조정 및 자원연계가 통합의 주요 성과임을 입증하였다(Somme et al., 2008).
이 연구는 인구감소지역에서, 주민에 의한 사례관리 기반 통합돌봄 전달체계 구축 활동의 성과를 증례분석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였다. 사례관리 기능이 강조된 통합돌봄의 PRISMA 모형에 비추어 프로그램을 분석하였고, 주민 참여에 의해 사례관리가 진행된 증례들을 중심으로 성과와 한계점을 기술하고자 하였다. 프로그램이 진행된 지역은 전라북도 정읍시로, 1읍, 14면, 8동으로 이루어졌으며 2023년 기준 총 인구는 103,62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1,905명, 전체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전라북도특별자치도, 2025).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라북도 지역보건 의료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읍시의 인구수는 전국과 전라북도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5년간 20세 미만 인구가 5.9%, 20세 이상 성인은 2.3% 감소했다. 23개 읍면 중 9개 지역에는 일차의료기관이 없으며, 인구 1천만 명 당 의료인 수는 4.1명으로, 전국(8.9명)과 전라북도(9.0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초고령화가 진행된 대표적 인구감소지역인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를 중심으로 2024년 4월부터 8월까지 노인 통합사례관리를 수행하고 자원연계를 위해 지역의 보건·복지자원과 합동 사례관리를 수행한 지역 주민 16명의 활동을 제시하고자 한다. 돌봄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한 주민을 ‘마을돌봄 매니저’라고 명명하고,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술하였다. 첫째, 통합돌봄의 PRISMA 모형에 따른 주민주도 통합사례 관리과정은 어떠한가? 둘째, 주민주도 상향식 사례회의 결과와 함의점은 무엇인가?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검토
1. PRISMA 통합돌봄 모형
캐나다 퀘백주에서는 1999년부터 노인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거주할 수 있도록 보건· 복지 통합 모형인 PRISMA(Program of Research to Integrate the Services for the Maintenance of Autonomy)를 시행하고 있다. 이 모형은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복지서비스 확대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만성질환 등 집중적 관리가 필요하고 다양한 욕구를 가진 노인을 대상으로 연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설계되었다(MacAdam, 2015). PRISMA의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달체계는 서비스 조정 및 협력(coordination & partnership), 단일 진입점(single entry point), 단일 평가 도구(single assessment instrument), 사례관리(case management), 개인별 맞춤 서비스(individualized services plan), 정보공유 시스템(information system)의 6가지 핵심요소로 구성된다(Hébert et al., 2003). 서비스 조정 및 연계는 모형의 핵심으로, 다양한 기관 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당사자에게 필요한 보건·복지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단일 진입점은 지역사회 보건의료 기관과 서비스를 마주하게 되는 최초 지점으로 평가 도구를 활용해 욕구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례관리 대상자로 등록된다. 스크리닝 된 대상자는 사례관리자에게 연계된다. 사례관리자는 평가결과와 가족의 욕구를 반영해 개인별 맞춤 서비스 수립, 자원연계, 다학제 팀 사례회의 구성, 모니터링 및 재평가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전산화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서비스 진행 및 변경사항을 공유하고, 자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한다.
국외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PRISMA 모형은 보건·복지 시스템 통합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분절화된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한다(Hébert et al., 2003; Hébert et al., 2010). PRISMA 모형의 핵심요소를 지역사 회에 적용한 결과, 노인의 기능 저하 감소, 미충족 의료 감소, 응급실 방문 감소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를 바탕으로 노인 돌봄 표준시스템으로 확장되었다(MacAdam, 2015). 모형에서는 사례관리를 통합돌봄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며, 서비스 조정과 자원연계를 통해 통합의 성과를 높인다고 설명한다(Somme et al., 2008). 특히,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상향식(bottom up) 접근법이 중요하다(Somme et al., 2014). 이 접근법은 지역사회의 실제 요구와 상황을 반영하고, 지역주민과 보건·복지 자원이 함께하는 공론화의 장을 마련한다. 본 연구에서는 준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갖춘 지역주민이 수행하는 사례관리에 주목하며, 주민이 이웃 간 신뢰와 관계성을 바탕으로 현장의 요구와 연계를 시도하여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방식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PRISMA 모형의 사례관리자를 지역주민으로 확장하여 사례관리의 효과성을 높이고, 특히 인구감소지역에서의 통합돌봄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 하고자 한다.
2. 돌봄 통합지원과 주민참여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2018년에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보건복지부, 2018). 이후 2022년부터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모형이 시범 지역에 적용되었으며, 2024년에 「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 이 제정되었 고, 2026년에는 본 사업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보건복지부, 2025).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역에 거주하며,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김용득, 2018).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안내 보고서에 의하면, 통합돌봄 선도사업은 의료 및 돌봄의 복합적인 욕구가 있는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4대 핵심요소인 보건의료, 돌봄 및 요양, 주거, 생활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보건복지부, 2023a).
돌봄 통합지원 사업의 전국화와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보건복지부, 2025) 농촌형 통합지원 모델 구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농촌은 도시와 달리 의료 및 돌봄 시설이 부족하고, 교통문제로 인해 대상자는 시설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러한 물리적, 지리적 한계로 인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선도사업 모델을 농촌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김남훈, 하인혜, 2020). 이에 농촌의 환경적 특성을 인지하여 농촌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 방향이 제시된 바 있으며, 인적자원으로 지역 주민을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담긴 구체적인 추진 전략이 제시되기도 하였다(김남훈 외, 2020). 농촌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형의 핵심은 비공식자원을 활성화 하는 데 있으며, 주민이 지역자원을 파악하고 지역의 공동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다(김남훈, 하인혜, 2020; 유애정, 박현경, 2022). 지역주민 중심의 돌봄 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외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고령화 사회 문제에 대응하고 보건·복지 전달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비공식 자원인 주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더 진행된 이탈리아에서는 지역주민이 만성질환 이환 노인을 위해 세분화된 의료서비스 제공과정에서 각 절차별로 서비스를 연결하고 공백을 메우며, 의료 제공자와 노인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촉진했다는 보고가 있다(Bruni et al., 2019). 또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가족, 친구, 이웃이 제공하는 비공식 돌봄과 의사, 간호사와 같은 공식적인 돌봄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통합돌봄 사례도 보고 되었다(Bredewold et al., 2020). 주민은 공식적 자원을 대신해 지역사회 내 응급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필수 존재로 인식되기도 하는데(Shen et al., 2021), 이는 결론적으로 주민의 상호돌봄이 인구감소 지역에서 부족한 돌봄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민이라는 비공식 자원의 효과성 기전에는 사회참여와 사회적 관계망이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 안에서 상호 연결된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노인의 건강과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박영란, 박경순, 2013). 이 관계망을 통해 노인은 세상과 상호작용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며, 긍정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수시로 필요한 돌봄과 위기상황 대처 등 보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박윤희, 2016). 노쇠로 신체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후기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기회를 제공해 줄 자원이 부족한 인구감소지역에서 근접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돌봄 인프라를 확대하려면 주민주도의 조직화가 필요하며, 주민이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의료 및 돌봄자원이 부족한 인구감소지역에서는 주민 스스로 돌봄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연구 대상은 정읍시 읍·면 지역에서 보건·복지 통합사례관리를 제공한 16명의 마을돌봄매니저 사례관리 활동과 이들이 사례관리를 제공한 278명의 노인 중 복합적 욕구가 있어 지역의 합동 사례회의에서 논의된 3명의 사례이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정읍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필요한 돌봄의 빈구석을 채울 수 있는 돌봄자원 인력이다. 선발을 위해 포스터와 현수막 모집 공고를 정읍 관내 13개소 및 읍·면 사무소 15개소에 게시했다. 선발 과정은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으로 진행됐다. 1차 서류 과정에 53명이 지원하였고, 지원한 모두가 2차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은 정읍시 보건소와 연구진이 협력하여 진행했다. 연구진 중 전북특별자치도 통합건강증진사업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보건정책분야 전문가 1명, 간호학 분야 전문가 2명과 정읍시 보건소의 건강증진 업무 전문가 1명, 건강센터 건강증진 전문가 1명 총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면접을 진행했다. 1:1 개별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노인에 대한 태도, 책임감, 업무이해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종합하여 평가했다. 총 지원자 53명 중 서류와 면접을 종합하여 최종 16명의 마을돌봄매니저를 선발하였고, 15개의 읍면에 각 한 명씩, 1개의 읍에만 지역 대비 노인 인구 수를 고려해 2명을 배치하였다.
마을돌봄매니저들은 배정된 각 읍면 지역에서 마을 이장단 회의, 경로당 방문, 지역 주민과의 소통, 차창 밖 조사 등의 활동을 통해 돌봄이 필요한 주민을 발굴하고, 필요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5개월간 16명의 마을돌봄매니저가 278명(마을돌봄매니저 1인당 약 17명)의 돌봄이 필요한 주민과 그 가족에 대해 사례관리를 제공했다. 이 연구의 사례회의에서 논의된 3명의 사례 선정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직접 사례 관리를 수행한 마을돌봄매니저에 의해 사례들이 추려진 후, 연구진과 마을돌봄매니저와의 정기 사례회의를 거쳐서 지역사회 자연연계가 필요하며, 합동사례회의 증례로 적합하다고 판단된 8건의 사례가 선정되었다. 8건의 사례는 지역자원과의 합동 사례회의에서 논의되었고, 이후 마을돌봄매니저에 의해 사후조치가 이뤄졌다. 최종적으로 8건의 사례 중 보건·복지·주거 등 2가지 영역 이상에서 복합적 욕구가 있으며, 자원연계가 필수적이라고 판단된 대표 증례 3개를 선정하였다.
2. 연구 설계 및 분석 방법
본 연구는 주민주도형 보건·복지 통합사례관리 활동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첫째, PRISMA 모형의 서비스 조정 및 협력(coordination & partnership), 단일 진입점(single entry point), 단일 평가 도구(single assessment instrument), 사례관리(case management), 개인별 맞춤 서비스(individualized service plan), 정보공유 시스템(information system)의 6가지 요소로 분석하였다(Hébert et al., 2003). 둘째, 모형을 적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한 3개의 대표적 사례는 증례연구(Case study) 방법을 선택하여 분석하였다. 분석에 활용된 연구자료는 마을돌봄매니저가 통합사례관리 수행과정에서 작성한 활동기록지, 관찰기록보고서와 사례보고서, 사례회의록 등이다. 본 연구는 중앙대학교 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다(1041078-20230426-HR-118).
Ⅳ. 연구 결과
1. 통합돌봄의 PRISMA 모형에 따른 주민주도 통합사례관리과정은 어떠한가?
1) 서비스 조정 및 협력(coordination & partnership)
돌봄서비스 조정과 협력적 설계를 위해 서비스 제공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은 PRISMA 모형의 핵심 요소이다. 지역 수준의 위원회 또는 다학제 전문가 팀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조정과 연계가 이루어진다 (Hébert et al., 2003). 통합돌봄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정읍시와 수차례의 세미나 및 간담회를 개최하며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정읍시 보건소, 시청, 소방서, 노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재가센터 등 공공 및 민간기관과 돌봄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우선적으로 지역에 분절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서비스 데이터 통합을 위해 공문을 주고 받았으며 데이터 연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였다. 이후, 데이터 통합을 위해 정보공유 시스템인 CARE-Net(이하 케어넷)의 주요 활용방안을 설명하고 공공 및 민간기관 관계자와 실효성을 검토했으며, 피드백을 통한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통합돌봄을 위한 주민참여형 역량 강화 전략을 논의하였고, 돌봄 자원을 연계하는 마을돌봄매니저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2) 단일 진입점(single entry point)
PRISMA 모형에서는 돌봄 대상자가 진입하는 통로는 하나로 통합하여 운영한다. 즉, 대상자가 직접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의뢰를 통해 하나의 창구에서 접수되며(Hébert et al., 2003), 이 창구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한다. 마을돌봄매니저가 미시적 수준의 단일 진입점 역할을 하였고, 보건소는 지역의 자원 소집 및 협조 등 보다 광범위한 수준에서의 단일 진입점 역할을 수행하였다. 마을돌봄매니저가 노인에게 직접 다가가는 찾아가는 서비스 형태로 이웃과 동네를 탐색하며 대상자를 선정했다. 또한, 주민의 단일진입점 역할을 지원해 주는 역할로 보건소를 설정했다. 그러나 보건소 담당자의 잦은 교체 등으로 지속적인 지원역할을 위해 연구진과 보건소가 협력하여 마을돌봄매니저의 활동을 지원하였다.
3) 단일 평가 도구(single assessment instrument)
PRISMA 모형에 따르면 대상자는 ADL, IADL, 의사소통, 정신건강 등 통합 평가도구인 SMAF에 의해 스크리닝 되며, 그 결과에 따라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수립하게 된다(Hébert et al., 2003). 마을돌봄매니저는 대상자 선정을 위해 15개의 읍면 지역을 돌아다니며 차창 밖 조사(windshield survey)를 실시했다. 자가용, 버스, 도보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해 경로당 등을 방문하며 지역의 고충과 문제점을 확인했다. 또한, 각 읍면의 마을 이장과의 회의를 통해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통합사례관리를 제공한 278명의 대상자는 마을돌봄매니저가 차창 밖 조사와 마을 이장단 회의를 통해 확인된 경우였다. 선정된 대상자의 건강상태, 돌봄필요도, 사회자본 등의 조사를 위해 돌봄수요조사를 실시했다. PRISMA 모형에 의하면 단일 평가 도구의 결과에 따라 대상자로 선별된다. 마을돌봄매니저가 수행한 차창 밖 조사 등의 지역진단 활동과 돌봄수요조사는 욕구 평가로서의 기능은 하였지만, 통합돌봄의 통합판정체계로서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하였다.
4) 사례관리(case management)
통합돌봄 대상자는 사례관리자와 연결되며, 사례관리자는 욕구평가, 서비스 기획 및 연계, 자원 조정, 모니터링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다양한 자원과의 연계 및 조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례관리자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Hébert et al., 2003). 마을돌봄매니저는 지역주민 중에서 이웃의 돌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건강 리더(Community lay person)이다. 이들은 지역사회 노인을 대상으로 통합사례관리를 제공하는 돌봄 자원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시민조직이다. 통합사례관리를 위해 주민 조직화, 집단 프로그램 기획 및 수행, 봉사활동, 주민자치조직과의 소통, 연결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부여하였다. 돌봄을 수행한다고 해서 요양보호사처럼 직접 일상활동을 개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거동불편자나 노인의 보건·복지 관련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고, 주민 중에서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마을돌봄매니저 16명은 남성 6명, 여성 10명이며, 연령은 40대 초반부터 70대 초반까지이며,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부터 대학원 졸업까지이다. 이들은 주부, 농업종사자, 교사, 회사원뿐만 아니라 가족돌봄, 학교돌봄 및 방과후 교사, 장애아동 돌봄, 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 등 다양한 자격과 경력을 갖고 있었다. 마을돌봄매니저 활동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생활지원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나, 생활지원사는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인 지침과 대상자 선정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며, 마을돌봄매니저는 스스로 이웃과 동네를 탐색하면서 발굴한다. 현장에서는 마을돌봄매니저가 그 마을의 ‘돌봄 이장님’으로 불리었다. 요양보호사와 생활지원사와 비교내용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지역사회 돌봄 수행인력 자원 비교
구분 | 요양보호사 | 생활지원사 | 마을돌봄매니저 | ||
---|---|---|---|---|---|
전반적 내용 | 제도 및 사업 |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 노인맞춤돌봄서비스사업 | - | |
시행 년도 | 2008년 | 2020년 | 2023년 | ||
자원 유형 | 공식적 자원 | 공식적 자원 | 비공식적 자원 | ||
소속기관 | 노인장기요양기관 | 지방자치단체 | 해당 없음 | ||
자격 조건 | 표준교육과정 이수 후 국가자격 취득한 자 | 제한 없음 | 제한 없음 | ||
서비스 대상자 |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자 | 소득, 독거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 |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그 가족 | ||
서비스 제공 공간 | 장기요양기관, 주거공간 등 | 주거공간 등 (방문형, 통원형) | 주거공간, 경로당 등 | ||
평균 담당인원 | 2.3명 | 15명 | 17명 | ||
근무시간 |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름 | 주 25시간 | 주 20시간 | ||
월 급여 |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름 | 1,285,750원 | 1,000,000원 | ||
업무지침 | O | O | X (사전교육 이수함) | ||
전산 시스템 활용 | O 재가급여전자관리시시스템 |
O 노인맞춤돌봄시스템 |
O 케어넷 |
||
사례 관리 | 돌봄 욕구조사 | O | O | O | |
케어플랜 (서비스 제공계획) 수립 주체 | 장기요양기관 또는 소속기관 종사자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 전담 사회복지사 | 마을돌봄매니저 | ||
개입 우선순위 설정 | △ | O | O | ||
보건·복지 | 개별 | O | O | O | |
통합 지원 | 서비스 | 표준서비스 및 급여 (신체활동지원, 가사활동지원, 정서지원 등) | 직접서비스(안전지원, 사회참여, 생활교육, 일상생활지원) 연계서비스, 특화서비스 등 | 건강관리, 맞춤형생활요구서비스, 케어콜 사후관리 등 | |
집단 서비스 | X | O | O | ||
활동기록지 작성 | O | O | O | ||
자원연계 | △ | O | O | ||
사례회의 | O | O | O | ||
사후관리 | O | O | O |
출처:
-
1) “2024년 요양보호사 양성지침”, 보건복지부, 2024b, p. 3, 4, 5, 7, 74
-
2) “2024년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 교재”, 보건복지부, 2024c, p. 55, 57, 59, 62~66, 79~80, 308~309, 340~342
-
4) “2024년 제2차 장기요양위원회 개최” 보도자료, 보건복지부, 2024. 6. 27.
-
5)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 보건복지부, 2023b, p. 42, 73
-
6) “2024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안내”, 보건복지부, 2024a, p. 6-10, 29, 39, 41, 45, 53, 55, 85, 91~93, 116, 125
마을돌봄매니저의 업무는 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와 비교했을 때 사전교육 외의 구체적인 지침을 주지 않은 것과 사례관리의 기능을 부여한 것, 그리고 지역자원과 함께하는 통합사례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마을돌봄매니저의 통합사례관리에는 노인의 복지·보건·주거 등 각 영역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돌봄 욕구조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케어플랜 수립, 개입 우선순위 설정, 서비스 통합지원, 자원연계, 지역자원과의 사례회의 등 사례관리 일련의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지역 주민으로서 마을돌봄매니저가 주체적으로 돌봄 사례관리를 연속성있게 수행한다는 점에서 타 직역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파악된 복합 사례 대상자는 읍면동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사업의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또는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 방문간호사에게로 이양되었다.
통합사례관리 수행을 위해 마을돌봄매니저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은 필수적이었다. 케어플랜을 작성하고 개별화된 욕구에 기반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의 서비스를 아우르고 이를 연계 및 조정하는 통합적 관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2주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진행하였다. 정기모임에서는 사례관리를 위한 교육, 서로의 경험과 어려움을 공유하고, 돌봄제공자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시간이 있었다. 그 중, 아래의 표는 정기모임에서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두었으며, 14회에 걸친 교육 내용은 <표 2>에 제시되어 있다.
표 2
마을돌봄매니저의 통합적 관점을 위한 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
일정 | 교육명 | 구체적 내용 | |
---|---|---|---|
1회차 | 노인 이해증진 역량강화 교육 | 노인의 신체적 특성 | 치매, 당뇨, 심혈관질환 등 노화로 인한 신체적 질병과 운동요법을 통한 예방 및 관리 방안 교육 |
노인의 인지 정서 발달 | 노인의 인지발달 과정을 바탕으로 건강정보 전달 방안을 제시하고, 돌봄이 노인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에 대한 이해 증진 | ||
노인과 의사소통 | 효과적인 돌봄 제공과 정보 제공을 위해 노인과의 의사소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술과 방안 교육 | ||
2회차 | 질적인터뷰 이해와 연습 | 대상자의 돌봄에 대한 수요, 돌봄 현황, 정책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심층면담의 진행 방법 및 윤리적 고려사항 교육 | |
3회차 | 케어넷 활용 교육 (총 6회) | 대상자의 통합적 사례관리 제공을 위해 태블릿PC를 활용한 케어넷 플랫폼 활용 | |
~8회차 | 교육 진행 | ||
9회차 | 경로당 중심 노쇠예방관리 프로그램 ‘온돌’ 교육 | 경로당 중심으로 수행되는 노쇠예방관리 및 인지증진 프로그램 교육, 지역사회 공동체 기반 돌봄을 제공하며 대상자의 건강상태와 신체기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 |
10회차 | 정읍시 노인 보건·복지사업 교육 | 방문건강관리사업,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응급안전안심서비스, 119 안심콜, 찾아가는 사회서비스 활동지원사업 등 자원 파악 및 연계역량 제고 | |
11회차 | Walk-along interview 교육 | 낙상예방을 위해 거주지 주변의 인적, 환경적위험 요인을 조사하고, 대상자의 생각, 경험, 인식, 의미를 파악을 위한 심층면담 교육 진행 | |
12회차 | 응급 처치 교육 | 만성질환 등으로 인한 긴급한 상황에서 대상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응급처치의 필요성 및 방법 교육 | |
13회차 |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및 치매안심센터 사업 안내 | 노인의 대표적 서비스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치매안심센터 이해를 통해 지역사회 자원, 제도를 연계할 수 있는 역량 강화 | |
14회차 | 정신건강복지센터 생명지키미 및 자살예방교육 | 우울감 및 자살생각을 경험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자살예방사업과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프로그램 교육 진행 |
마음돌봄매니저의 통합사례관리 과정은 <그림 1>과 같다. 특히 노인은 특성상 건강관리, 사회적 관계 등의 복합적인 욕구를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식적 자원뿐 아니라 비공식적 자원의 개발과 확보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단편적 서비스보다는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요구된다(이근홍, 2013). 마을돌봄매니저의 통합사례관리는 5개월간 진행되었다.
5) 개인별 맞춤 서비스(individualized services plan)
마을돌봄매니저는 조사된 돌봄욕구조사를 토대로 개별화된 욕구에 맞는 케어플랜을 수립하였다. 케어플랜은 보건과 복지영역으로 나누어 계획되었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연계가 필요할 경우 의료 및 보건기관, 복지 유관기관 등의 서비스를 조사하고, 연계 계획을 수립했다. 대상자로 선정된 노인들은 대부분 만성질환의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건강 영역 케어플랜은 돌봄욕구조사를 통해 조사된 주요 건강문제를 토대로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정해졌다. 기타영역으로는 복지 분야를 포함한 말벗 서비스, 정서적 지원 서비스, 인지 지원 서비스, 사회적 관계 향상 등의 계획이 수립되었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케어플랜을 토대로 서비스 제공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지원을 수행했다. 통합지원은 개개인에게 제공하는 개별서비스와 경로당 중심의 집단서비스로 구분된다. 마을돌봄매니저의 방문 형태는 전화, 자택, 경로당으로 나뉘었다. 개별서비스로 건강관리, 맞춤형 생활요구 서비스, 일상돌봄 모니터링을 위한 대화형 AI 케어콜 안부전화 서비스(이하 케어콜)를 제공하였다. 케어콜의 안부형 대화를 통해 대상자의 건강, 수면, 식사, 운동, 외출, 응급상황(가슴통증, 도움요청, 마비증상, 실신증상, 어지럼증, 호흡곤란, 고열, 구조요청)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최은희 외, 2024). 마을돌봄매니저는 케어콜 모니터링 후 위급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직접 방문하여 사후관리를 하였고, 필요시 지역의 자원을 연계하였다. 또한, 마을돌봄매니저 역량별 맞춤 지원서비스도 제공하였는데 소도구를 활용한 건강 교육, 공예, 미술활동, 손유희, 숟가락 난타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마을돌봄매니저의 통합지원 특징 중 하나는 개별서비스 외에 경로당 중심의 집단 건강증진 프로그램(이하 온돌 프로그램)을 함께 지원한 것이다. 온돌 프로그램은 ‘온세상 돌봄 프로그램’의 줄임말로, 경기도 화성시 동부보건소에서 개발한 경로당 중심의 노쇠 및 치매예방관리 집단 프로그램이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온돌프로그램 수행을 위해 경기도 화성시 온돌 프로그램 개발자로부터 직접 프로그램 교육과 자문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신체기능 평가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고혈압, 당뇨, 치매 등 주요 건강문제의 정보를 얻으며 신체운동과 영양교육을 병행하여 낙상 예방과 두뇌건강을 위한 실천활동을 진행한다. 교육 주체는 훈련된 노인 당사자나 지역 주민으로도 가능하며,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 방문간호사에 의해서도 가능하다(화성시동부보건소, 2024). 정읍시 마을돌봄매니저에 의한 온돌 프로그램은 매주 1회 12주간 진행되었고, 원활한 교육 진행을 위해 워크북을 함께 제공했다.
6) 정보공유 시스템(information system)
마을돌봄매니저의 통합사례관리를 위한 자료들은 전산화되어 CARE-Net(이하 케어넷)에 보관되었다. 케어넷은 마을돌봄매니저가 통합사례관리 주요서비스 제공을 위해 대상자와 관련한 건강 등의 정보를 기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공유 시스템이다. 대상자 등록, 조사 동의, 차창 밖 조사 데이터, 지역사회돌봄수요조사, 케어플랜, 활동기록지 등의 모든 기록 자료들은 케어넷에 통합되었다. 정읍시의 돌봄 데이터 통합을 위해 보건소의 지역보건 의료정보시스템(PHIS) 데이터 연계를 위한 노력을 시도했으나, 전산을 통한 데이터 연계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정읍시 보건소의 협조를 받아 방문건강관리 사업등록자 중 제3자 자료 제공동의서를 받은 대상자의 기록을 케어넷에 업로드했다. 이를 위해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능으로 PDF 서류에서 텍스트 추출한 후, 케어넷에 업로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모든 데이터들은 보안이 검증된 서버에 안전하게 보관되었다.
2. 주민주도 상향식 사례회의 결과와 함의점은 무엇인가?
마을돌봄매니저가 읍·면을 돌아다니며 만난 노인들의 욕구는 다양했다. 마을돌봄매니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주거 등 복합적인 욕구에 대응하며,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 정읍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합동 사례회의를 진행했다. 총 3회의 사례회의에서 보건·복지·주거 등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는 8명의 노인 사례를 논의했고, 최종선정된 3건의 사례는 <표 3>과 같다.
표 3
최종 선정 사례 요약
김상철(가명, M/만 87세) | 문영호(가명, M/만 80세) | 송길춘(가명, M/만 84세) | ||
---|---|---|---|---|
당면한 문제 | 보건 | 우울감, 치매 배우자 돌봄부담 | 청력 손실, 저작능력 감소 | 정신질환 배우자 돌봄부담 |
복지 | 협소한 사회적 관계 | 뇌경색으로 인한 광장공포증 | 노일일자리 사업 참여를 원함 | |
주거 | - | 거주환경 열악 (심한 웃풍) | 거주환경 열악 (재래식 변기, 하수처리 불가 및 심한 악취) | |
가구유형 | 부부 가구 | 독거 가구 | 부부 가구 | |
만성질환 (현재 또는 과거에 앓았던 질병) | 청각장애, 고혈압, 방광암, 우울증, 기타 | 고혈압, 고지혈증 | 관절염 | |
주관적 건강상태 | 나쁨 | 좋음 | 좋음 | |
기타 환경 | 지역 최고령이며 산책 제외 외부활동 전무 | 지역 주민들과 원만한 관계 유지 | 최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 연금과 수당으로 생활 | |
사례회의 논의 결과 | 배우자 치매안심센터 연계 | 보건소 만성질환 관리 사업 | 복지관 사례관리 | |
복지관 인지지원센터 | ||||
생활지원사와 협력하여 자택 방문 | 119 안심콜 서비스 | 배우자 정신건강복지센터 | ||
복지기동대 및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 면사무소 주거급여, 사례관리사업비 연계 등 | |||
마을돌봄매니저 사후조치 | 서비스 연계 시도 및 개별화된 맞춤 지원 | 해당 지역 담당자와 함께 자택 방문 | 노인회장과 자택 방문, 배우자 정신건강 검사 | |
문제해결 및 자원연계 여부 | 없음 | 없음 | 배우자 정신건강 검사 | |
자원연계 불가 이유 | 당사자 거부 | 관료주의 (당사자의 서명이 담긴 서류 제출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직접 출석하도록 요구함) | 관료주의 및 수동적 태도 |
가. 우울감, 치매배우자 돌봄, 협소한 사회적 관계를 가진 사례의 개입
김상철(가명, M/만 87세)님은 면 단위 지역에 거주하며 치매 배우자를 둔 노인이다. 청각장애가 있고 고혈압과 신경통의 복합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과거 방광암 수술이력이 있으며, 당시 소변주머니를 사용하고 있어 일상생활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과거 자살생각이 있었고, 당시 우울증 약물치료를 받고 있어 전반적으로 정신 불안정성이 높았다. 이웃 사람의 안부를 궁금해하지만, 외부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알 방법이 없었고 협소한 사회 관계망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을돌봄매니저는 김상철님의 자택을 매주 방문하며 동네 이웃 주민들의 근황을 전달하고 건강상태 모니터링과 만성질환 관리 교육을 제공했다. 또한,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노쇠관리 및 인지 향상 프로그램인 온돌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하였다. 마을돌봄매니저는 김상철님의 복합적인 건강문제와 치매가 있는 배우자에 대한 돌봄부담, 협소한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지원하고자 했다. 통합사례회의에서 김상철님의 보건· 복지 문제를 공유하며 연계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사례회의 논의 결과, 마을돌봄매니저는 우선적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배우자를 치매안심센터에 연계하여 말벗 서비스와 조호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김상철님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생활지원사를 연계하여 자택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추천받았다.
(1) 배우자 치매안심센터 연계
치매안심센터 담당자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해 가족 교육, 치매예방 프로그램, 사례관리, 가족 자조모임, 말벗 서비스, 기저귀 지원(조호물품 제공 서비스), 치매치료 관리비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안내했다. 다만, 대상자의 거주지가 치매안심센터에서 지원하는 이동서비스 지역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우므로 대상자가 직접 내소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말벗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대상자가 이전에 어떤 치매 지원 서비스를 받았는지 확인 후 지원받지 않은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상자는 사회적 관계가 협소하고, 대인기피증이 있으며, 소변 주머니를 착용하기 때문에 거동이 어렵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치매안심센터 내에서 이뤄지는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우울감, 자살사고로 인한 정신적 개입도 필수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했다. 시청 담당자는 대상자는 사회와 단절된 것으로 보이며,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 우선적으로 마음을 열게하는게 가장 중요하며, 배우자 치매로 인해 우울감이 더욱 클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치매안심센터의 말벗 서비스가 필요해 보이며, 이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게 중요함을 언급했다.
(2) 생활지원사와 협력하여 자택방문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대상자를 위한 정기적인 가정방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를 위해 보건소 담당자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와 마을돌봄매니저의 협업을 제안했다. 노인복지관 담당자 또한 마을돌봄매니저 활동 지역의 숙련된 생활지원사와 이미 안면이 있는 마을돌봄매니저와 협력하여 대상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며, 우선적으로는 사회적 고립을 위한 개입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사례회의 이후, 마을돌봄매니저는 치매 배우자에게 치매안심센터를 연계하려 했다. 그러나 김상철님은 자택에 누군가 타인이 방문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지원을 위해 생활지원사가 방문을 하려 했으나, 외부 접촉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연계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마을돌봄매니저는 보건·복지 자원연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선 일대일 개별화된 맞춤 지원을 이어 나갔다. 2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김상철님은 마을돌봄매 니저에게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꾸준하게 대상자 맞춤형으로 다가갔던 지원은 김상철 님에게 위로가 되었다. 여러 돌봄 자원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막상 대상자와 가족은 타인의 방문이나 개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경우 이웃이 신뢰감을 가지고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정서적, 심리적 지지를 천천히 이어나가는 단계가 필요하다. 돌봄 지원의 거부감이 돌봄의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을돌봄 매니저의 꾸준한 활동이 점차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나. 뇌경색 후 광장공포증 완화 및 거주환경 개선이 필요한 사례의 개입
문영호(가명, M/만 80세)님은 면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며,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동네 이웃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최근 뇌경색으로 인해 쓰러진 일이 있었고, 이로 인한 트라우마로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한편, 인지기능 검사 결과 인지기능저하로 판정되었다. 올해 들어 청력이 손실되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으며, 사람들과 대화할 때 특정 주파수에만 반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거환경도 열악하여 겨울에 웃풍이 심해 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을돌봄매니저는 매주 어르신을 방문하며 두 차례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건강캠프와 치매파트너 예방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연계했다. 또한, 경로당 중심의 온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권하며 운동과 노쇠예방·인지증진을 위한 개입을 시도하였다. 마을돌봄매니저는 건강문제와 거주환경 개선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관계자들이 모인 사례회의에서 문영호님의 어려움과 돌봄 요구를 공유하며 지역자원 연계를 촉진하고자 하였다.
사례회의 논의 결과, 마을돌봄매니저는 보건진료소 만성질환관리사업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복지기동대와 에너지효율 관리사업을 연계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1) 보건진료소 인지선별검사 및 만성질환관리사업 연계
최근 기억력 저하와 같은 치매 초기 증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치매안심센터 담당자는 먼저 가까운 보건지소를 통한 인지기능 검사를 권해주었다. 노인복지관 담당자도 정읍터미널 인근에 있는 인지지원센터를 소개했다. 인지 지원센터는 인지 활동 및 신체 활동 공간과 교육자료, 프로그램 등이 준비되어 있어 치매 고위험군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지속적인 검사도 시행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어르신 자신도 본인의 인지 및 체력 기능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도록 서비스 연계가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 하였다.
(2) 복지기동대 및 에너지효율 관리사업 연계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다양한 주거지원 방안이 논의되었다. 시청 담당자는 전북 복지기동대 사업을 통해 한 가구당 최대 150만 원까지 주거수리비를 지원받을 수 있음을 안내했다. 또한, 노인복지관 담당자는 집수리 관련하여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이 있으며, 주민등록상 거주지 읍, 면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례회의 이후, 마을돌봄매니저는 해당 OO면 주민센터 보건·복지 담당자와 협력하여 문영호님 댁에 방문하였다. 주민센터 담당자가 주거복지 지원을 연계하려 했으나, 시에서 책정된 예산의 배정 인원이 초과되어 주거 지원이 곤란하다고 알렸다. 추후 기초생활수급자 주거급여로 해결하기로 결론 내리고 문영호님께 면사무소를 직접 방문할 것을 고지하고 상담을 종료하였다. 이에 문영호님은 자필로 쓴 재산내역, 현재 상황이 담긴 서류를 마을돌봄매니저의 도움으로 받아 작성하였고, 거동이 불편해 대신 전달을 부탁하여 마을돌봄매니저가 사업 담당자를 찾아갔다. 그러나 면사무소에서는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마을돌봄매니저는 문영호님께 직접 방문하도록 안내해 드렸지만, 독거이자 청력이 낮은 문영호님이 직접 면사무소에 가서 상담하기를 주저하여 자원연계가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일 경우 면사무소의 사회복지사와 같은 인력이 자택 방문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주거급여에 대해 설명하고 신청과정을 돕는 활동이 필요하다. 거동이 불편하고 시력, 청력 기능이 낮은데다 동거가족이나 지근 거리의 가족이 없는 경우에, 이웃이나 주민조직이 지역복지자원의 연결의 행정절차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 정신질환 배우자 간병부담 및 거주환경 개선이 필요한 사례의 개입
송길춘(가명, M/만 84세)님은 면 지역에 거주하고 부부 가구이며, 배우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최근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었고, 수급비, 기초연금과 배우자의 장애수당으로 생활하고 있다. 거주하고 있는 동네는 송씨 집성촌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며 마을돌봄매니저에게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해오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라포가 형성되어 점차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게 되었다. 집안 내부는 깨끗하나,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해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있는 상태였다. 또한, 거주지 근처에 축사가 있어 냄새가 매우 심하며 하수처리도 원활하지 않아 악취가 심각한 환경이었다. 한편 대상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였는데, 일자리에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이 하루에 3회만 운행되어 접근이 어렵고,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골 주민을 위해 도입된 천원 복지택시 또한 외진 지역이라 지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주 1회 대상자의 자택을 방문하며 라포를 형성해 나아갔다. 지역에 몇 안 되는 주민 중 한 명으로서 마을돌봄매니저는 대상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온돌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정기적인 걷기 운동을 격려하였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지역 이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었는데, 매니저 활동을 시작한 후에 지역 주민들이 이장으로 선출을 해준 것이었다. 정읍시 읍면 지역 중에서도 가장 외진 지역으로 교통 인프라, 사회복지 시설 등 많은 부분이 타 읍면 지역보다 열악했다. 마을돌봄매니저는 통합사례관리를 제공하며 대상자 지원에 필요한 지역사회 내 유용한 자원에 관한 정보가 부족함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농촌특성 상 지역 이장, 노인회장을 비롯해 지역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의 정보력이나 인식수준에 따라 주민이 받을 수 있는 보건·복지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여 적극적인 정보 교류 활동을 이어갔다. 배우자의 정신질환에 대한 돌봄 접근, 주거환경 개선, 노인일자리 참여를 위한 공식적 지원을 연결하기 위해 보건·복지 자원이 모인 사례회의에서 송길춘님의 어려움과 욕구를 공유하였다.
지역자원과의 사례회의 결과, 마을돌봄매니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마음안심버스, 주거급여, 사례관리 사업비, 해당 면 지역의 교통 문제해결을 위한 시청의 민원 접수 등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1) 배우자 정신건강복지센터 마음안심버스 연계
보건소 담당자는 마을돌봄매니저가 대상자의 불편과 필요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배우자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여 관련 사항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대상자와 배우자가 함께 가족관리 형태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마음안심 버스를 소개하며, 버스가 읍면동 지역을 하루 두 차례 방문하며 상담과 다양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안내했다. 담당자는 배우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며,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관리와 사례관리를 제공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2) 주거급여, 사례관리 사업비 연계
다른 지역 보건소 담당자는 대상자가 사용하고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에게는 복압을 상승시켜 신체적으로 부담될 수 있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에 수세식 변기 설치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재 재래식 변기 위에 양변기를 우선적으로 설치하여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함을 제안했다. 노인복지관 담당자 또한 민간 자원봉사 단체와 연계하여 기존의 재래식 변기 위에 양변기를 설치 할 수 있는 하수처리 작업 등이 필요하며, 가능한 경우 이동식 화장실을 놓을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민간 자원봉사를 통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자원봉사 지원도 가능하며, 자원봉사자를 통해 분뇨 처리 등을 지원받으며 민간단체와의 연계를 제안했다.
사례회의 이후, 마을돌봄매니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자택을 방문했다. 배우자의 정신건강 척도 검사를 진행하였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해당 면사무소 주민센터 보건· 복지 담당자와 연계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다소 비협조적인 태도로 연계가 이어지지 않았다. 교통문제는 타 읍면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겪고 있는 문제로 시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논의했으나 버스노선 변경, 배차간격 감소, 천원 복지택시 확대 운영은 예산 문제 등의 이유로 단기적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받았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지역주민의 ‘돌봄 리더’로서의 역할 가능성과 실험적 적용 성과를 탐색하기 위해, 주민주도의 보건·복지 통합사례관리 과정과 상향식 사례회의를 증례 시리즈로 분석하였다. 통합돌봄을 위한 주민 조직화와 시민참여가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지금, 주민주도 사례관리는 통합사례관리 전문가(사회복지사 또는 간호사 등)와 협력할 때 큰 장점이 될 몇 가지 중요한 성과를 확인했다. 주민주도 사례관리의 의미와 성과를 종합하여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표 4
주민주도 사례관리의 의미 및 성과
마을돌봄매니저와 타 직역(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과의 비교 | |
- 개별 케어플랜 수립과 서비스 제공 주체의 일치 | |
- 사회적 관계망을 활용한 지속성, 근접성을 담보하는 지원 | |
마을돌봄매니저의 사례관리자로서의 핵심적 역량 | |
- 의사소통 역량 | |
- 기록보존자로서 스마트기기 및 돌봄 플랫폼 사용 역량 | |
- 지역사회 안의 교육 제공자 역량 (온돌 프로그램) | |
사례관리자로서의 성과 | |
- 보건·복지·주거 등 다양하고 복합적 욕구의 통합적 개입 | |
- 보건·복지 전문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사례회의 시행 | |
- 이웃에 대한 신뢰 회복과 자발적 상호돌봄의 시작 |
첫째, 마을돌봄매니저의 사례관리는 개별 케어플랜 수립부터 서비스 제공의 일련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고 장기적인 관계성을 유지한다. 지역 주민의 관계성에 의한 잠재력은 노인 돌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 가족, 친구, 이웃을 돌봄 인프라의 일부로 참여시키는 것은 후기고령인구 비중이 높고 노쇠로 신체활동이 어려우며 주변인과 관계맺기를 어려워하는 노인인구가 많은 인구감소지역에서 특히 중요하다(조경욱 외, 2021). 사례관리의 목적 중 하나는 서비스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노인 돌봄은 복합적인 욕구가 예기치 않게 상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보건·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서비스 전달체계에는 한계와 장애가 존재한다(전용호, 2018). 예를 들어, 장기요양서비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이 서로 소통하는 경우는 드물다. 각 케어플랜을 수립하는 주체와 서비스 제공 주체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돌봄 제공인력인 요양보호사나 생활지원사는 대상자가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거나, 받길 희망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마을돌봄매니저는 ‘제공자의 측면’에 있지 않고, ‘대상자의 측면’에서 존재하는 이웃으로서, 가족의 위치에 더 가까운 지점, 때로는 가족과 같은 위치에 있기도 했다. 따라서 그들은 세분화되고 세심한 돌봄 요구에 대한 파악과 더불어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파악이 가능했고, 주민의 다양한 욕구 변화에 따라 적시에 적절한 서비스 연계를 시도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증명하였듯 마을돌봄매니저가 사례관리 전 과정을 수행하고 후속 모니터링을 제공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둘째, 주민이자 시민활동가인 마을돌봄매니저는 사례관리에 필요한 핵심적 직무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핵심요소인 보건, 복지, 주거, 생활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하였다. 통합돌봄 수행을 위한 노인과의 의사소통, 돌봄 필요 조사와 정보입력 플랫폼 사용, 지역사회 보건복지 자원에 대한 정보, 건강생활실천 교육 제공자로서의 역량 등이 있었다. 사례관리에서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의사소통이다(김진학 외, 2019). 보건· 복지 및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노인이 가진 다양한 욕구를 해소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자원을 연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의사소통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역할극을 포함한 교육을 통해 실제 돌봄수행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의사소통법을 익혔다.
또한, 사례관리자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기록보존자이다. 기록보존자는 사례관리 실천과정인 사정, 수립, 실행, 점검 및 평가 등의 일련의 과정을 기록한다. 마을돌봄매니저의 통합사례관리 활동은 디지털 플랫폼인 케어넷에 보관되었다. 돌봄 분야도 디지털 전환으로 정보 축적, 정보 활용 및 공유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Kania-Lundholm & Manchester, 2022), 돌봄 플랫폼을 활용해 사례관리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디지털 활용역량을 갖추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한 보건·복지 위기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데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Paniagua, 2020). 디지털 플랫폼은 돌봄 업무의 효율성 향상시키고 단순화하며 제한된 인력으로 보다 수월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원격 의료 기술은 지리적 장벽을 극복하고 고립된 지역의 노인까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확장한다. 노인은 만성질환, 사회적 관계망 축소 등 복합적인 보건·복지 욕구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돌봄 로봇, 인공지능(AI) 맞춤형 안부서비스 등과 같은 기술이 돌봄공백을 메우고 서비스 연결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Kania-Lundholm & Manchester, 2022). 이로써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지역에서는 이를 대체할 기술이나 대체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사례관리자는 대상자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 증진 등에 대한 전반적 교육 역량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노쇠의 과정을 지나며, 치매 등 인지적 기능 저하가 일어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이해와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온돌 프로그램과 교육용 책자를 이용하여 노쇠, 만성질환 관리, 치매, 영양, 낙상, 손팔 및 다리 근력, 기억력, 유연성, 평형성 운동 프로그램을 동아리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건강생활실천을 위한 자가 프로그램의 운영자이자 교육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대상자의 상황에 맞는 신체 및 인지기능 욕구에 더욱 민감하게 개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과 연계되도록 구조를 갖추었다.
셋째, 마을돌봄매니저는 마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욕구조사를 실시하였다. 차창 밖 조사를 수행하며 지역의 환경을 살피고 돌봄과 관련한 지역역량을 파악하였다. 사진, 인터뷰, 메모, 녹음 등을 활용해 개별화된 케어플랜을 세우고 우선순위에 따른 개입을 진행하였다. 보다 효과적인 개입을 위해 정읍시 노인 돌봄사업(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응급안전안심서비스, 119 안심콜, 농촌 찾아가는 사회서비스 활동지원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을 확인하고, 실제로 대상자에게 필요한 제도와 서비스를 연계했다. 서비스 연계 후에는 주 1회 지속적인 대면 만남을 통해 서비스가 적절하게 잘 연결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사례관리자는 실천과정에서 주체적인 지역사회 돌봄활동을 수행하면서, 비공식 및 공식 돌봄 활동의 연계를 도모하였다. 일련의 과정은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기에 역량이 있는 전문가의 자질이 요구된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사례관리 실무에서의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읍면동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사업의 사회복지사 및 간호사의 업무와 연결하여 공적인 사례관리로 인계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였다.
넷째, 지역 주민이 발굴한 사례들로 지방자치단체의 보건·복지 전문가와 상향식(bottom up)의 사례회의가 진행되었다. 사례관리자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는 것이며, 사례관리의 꽃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핵심적이다. 자원연계를 위해 실천현장에서 발굴된 사례를 가지고 마을돌봄매니저가 직접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과정에 참여하는 상향식 방식의 사례회의를 진행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주민주도 사례관리 및 사례회의와 관련한 기존의 선행연구들은 사회복지사와 같은 공공 및 민간 실무자 대상의 전문가 중심 사례관리 연구가 대다수이다(민소영, 2021; 이정석 외, 2023; 정재연, 남석인, 2024). 지역사회 돌봄을 수행하는 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와 비교하였을 때, 사례관리 측면에서 역할과 활동을 정리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로 이들의 돌봄 경험에 초점을 두어 수행된 연구가 대다수이다(이치숙, 변상해, 2014; 박영주, 2023). 돌봄을 수행하는 주체가 사례관리에 참여하며, 특히 주민에 의한 사례관리와 사례회의 내용을 분석한 연구는 국내에서는 이 연구가 최초일 정도로 찾아보기 어렵다.
마을돌봄매니저는 처음에는 사례관리자로서 돌봄을 제공하는 업무에 집중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웃으로서 관계가 형성되어 세밀한 욕구에 맞는 돌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기존의 돌봄서비 스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례관리를 받았던 대상자 중에는 주변 이웃이나 가족,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며 보건·복지 서비스도 일절 이용하지 않던 대상자가, 유일하게 마을돌봄매니저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던 사례가 있다. 마을돌봄매니저의 꾸준한 관심과 진정성 어린 지원이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마을돌봄매니저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매파트너교육,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건강교육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노인의 신체 및 심리적 요구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시켰고, 지역 구성원에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자발적인 상호돌봄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확인하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주민주도의 상향식 합동사례회의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자원연계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보건·복지자원이 모인 자리에서 연계 협력을 위해 열띤 논의가 이뤄지고 협력을 약속하는 과정이 있었으나, 정작 공식적 자원의 최종지원은 논의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주민주도의 사례를 공론화했으나 지원에 소극적이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사례관리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수준이 존재했다. 서로 다른 이해 차이와 무관심으로 인해 노인돌봄 사례관리자가 겪는 어려움은 김유진(2020)의 연구에서도 밝히고 있다. 공무원들은 성과중심의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 방식이나 표준화된 서비스 제공에 익숙했기 때문에 주민주도 사례회의 이후 자원연계, 절차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다. 수개월을 함께 대화하며 관계를 만들어 간 마을돌봄매니저는 대상자가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돌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았지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절차, 대상자 기준, 관할 업무나 책임소재 등 행정적인 관점으로 지원 가능성을 판단했다. 주민에 의해 자원이나 인력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통합돌봄지원법의 법적 효력이 아직 없어서 공무원 조직을 움직일 동력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마을돌봄매니저들은 지역자원들의 관료적 행태로 인해 장벽을 느꼈다. 사례회의 이후 공무원 조직은 마을돌봄매니저와 협력할 의무가 없어 후속 조치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는 자원연계 과정과 성패에 영향을 미쳤다. 거동불편 주민을 위해 대리로 서류 접수를 진행하려 했으나 규정을 이유로 접수를 받아주지 않아, 꼭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결국 받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결론적으로 지역 주민을 돌봄 주체로 인정하고 활용할 수 있는 보다 단단한 체계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주민 상호돌봄이 장기화되고 연속성과 근접성의 장점을 유지하려면 공공조직과의 약속된 협력이 강조된 법률적 뒷받침과 예산,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돌봄은 가족 또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 가족, 이웃, 시민사회와 정부, 국가가 다 함께 돌봄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리적 불리함, 돌봄 제공인력 부족, 열악한 돌봄체계의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는 인구감소 지역에서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실정에 맞는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통합돌봄의 PRISMA 모형을 적용하여 인구감소지역에서 주민이 단일 진입점으로서 사례관리를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모형에서 단일 진입점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서비스 창구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one-stop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의 사례 발굴과 진입의 용이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단일 진입점으로서의 주민이 사례관리의 과도한 책임이 부과될 것을 우려하여 보건소를 지원 조직으로 설정하였던 것은 그 역할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보건소가 통합돌봄에서 어떤 역할을 찾아 나갈지 보건소 역할 재정립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향후 지역별로 설치될 돌봄 전담 부서인 통합지원센터가 주민의 사례관리자 역할을 지지할 수 있는 지원조직으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군구청, 읍면동 주민센터와 보건소 등이 협력하여 지원하는 방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주민의 돌봄 욕구 파악을 위해 통합판정체계가 이루어진다면, PRISMA의 단일 평가도구 요소가 더 탄탄하게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단일 진입점인 마을돌봄매니저가 다측면 조사를 통해 개인과 지역단위의 돌봄 필요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통합돌봄 필요도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파악을 위해 객관적인 평가체계가 필요할 것이며, 이 연구를 통해 주민과 공공기관이 단계적인 평가체계로 접근할 수도 있음을 확인하였다. 통합돌봄을 위해서 주민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식, 비공식 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없는 필수적이고 중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실천은 수많은 특성과 조건에 따라 실행이 좌우된다.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사례를 통해 실무단위에서의 장벽과 성공 요인을 수집하여 분석하는 작업은 다양한 지역 현장을 중심으로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특별히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돌봄 인프라 확장을 위해 주민주도 조직화를 지원하는 방안이 지금보다 더 큰 동력으로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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