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정책 담론 분석: WPR(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접근을 중심으로
Analyzing Policy Discourses on Youth Gambling: A WPR (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Approach
Jeong, Hye-ji1; Im, Sol2*
보건사회연구, Vol.45, No.4, pp.209-234, December 2025
https://doi.org/10.15709/hswr.2025.45.4.209
알기 쉬운 요약
- 이 연구는 왜 했을까?
- 이 연구는 청소년 도박문제가 정책, 언론, 학술담론에서 주로 불법행위 단속과 처벌 중심으로 다루어지면서 예방과 치유, 청소년 주체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2007년부터 2025년까지의 청소년 도박 관련 법령 및 정책문서, 언론기사, 학술논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청소년 도박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화되어 왔는지를 담론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 분석 결과, 공중보건모델의 예방·치유 관점과 규제 관점 간 불균형적 담론이 형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청소년 도박은 주로 불법 행위 영역의 관리·통제 대상으로 표상되었으며, 그 전제에는 청소년 개인의 책임과 규제 중심의 통제적 관점이 작동하였다. 이 과정에서 예방·치유 관점과,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는 주변화되었고, 청소년은 정책 형성 주체가 아니라 지도·교정의 대상으로 재현되어 낙인을 강화하는 담론 구조가 드러났다.
-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청소년 도박을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중보건문제로 인식하고, 예방·치유·규제 관점을 균형감 있게 재구성하는 정책적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처 간 협력체계와 청소년 참여 기반의 정책 설계를 제도화해, 청소년을 보호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예방과 회복의 주체로 위치시키는 담론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critically analyzes the way adolescent gambling issues have been problematicized within South Korean policy and social discourse. We applied Bacchi’s WPR (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approach as the theoreti cal framework and conducted a discourse analysis on policy documents, media reports, and academic literature from 2007 to 2025. The entire period was segm ented into the Pre-problematicization Period (2007–2014), the Transition Period (2015–2019), and the Problematicization Period (2020–2025).
The research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adolescent gambling was initially treated as a secondary issue of adult gambling, but it transitioned into an independent agenda following national surveys and the enactment of municipal ordinances. Second, during the COVID-19 pandemic, the dominant language shifted toward terms like 'illegal,' 'criminal,' and 'control,' intensifying a discourse that framed adolescents primarily as objects of protection and regulation. Third, this reinforced discourse had the effect of stigmatizing adolescents and excluding their agency.
To overcome these limitations, this study proposes an alternative re-problematicization strategy that combines a Public Health Model—which employs a balanced approach encompassing prevention, regulation, and support —with the assurance of adolescents' rights to health and participation. This re-problematicization approach can serve as a theoretical and practical foundation for establishing a balanced system of prevention, treatment, and support that ensures the active participation of youth and minimizes stigmatization in the future.
초록
본 연구는 청소년 도박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정책과 사회 담론 속에서 문제화되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Bacchi(2009)의 WPR(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접근을 이론적 틀로 적용하여, 2007년부터 2025년 8월까지의 정책 문서, 언론 보도, 학술자료를 대상으로 담론 분석을 수행하였다. 비문제화기(2007~2014), 문제화 전환기(2015~2019), 문제화기(2020~2025)로 전체 시기를 구분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청소년 도박은 초기에 성인 도박의 부차적 문제로 취급되었으나, 실태조사와 조례 제정을 거치며 독립적인 의제로 전환되었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불법’, ‘범죄’, ‘통제’의 언어가 지배적으로 자리 잡아 청소년을 보호와 규제의 대상으로 전제하는 담론이 강화됐다. 셋째, 이러한 담론은 청소년을 낙인화하고 주체성을 배제하는 효과를 야기하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방·규제·지원의 균형적 접근을 갖춘 공중보건모델과 청소년 기본권으로서의 건강권에 기반한 대안적 재문제화를 제안한다. 이러한 재문제화 방식은 향후 청소년의 주체적 참여를 보장하고 낙인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예방·치유·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이론적·실천적 기초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Ⅰ. 서론
우리사회의 청소년 도박은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러한 환경은 청소년 도박이 온라인·오프라인, 도박·2차 문제, 운영·이용의 경계를 넘나들며 불법적으로 성행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온라인 도박의 확산은 청소년들이 도박에 접근하기 용이한 환경을 제공하여 청소년 도박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임태진, 김동록, 2024).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 도박의 증가와 저연령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현실적 사회문제로 가시화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중독 치유서비스 이용자는 2024년 약 4천 건에서, 2025년 약 8천 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고, 14~16세의 치유서비스 이용자 비율의 증가 추세를 보여 도박문제의 저연령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2025).
청소년의 도박은 성인과 달리 또래 집단 내에서 놀이문화의 일부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개인의 일탈 행위를 넘어서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 폐해와 위험행동으로의 전이로 이어질 수 있다(장여옥, 김지민, 2024). 청소년 도박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가족,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수준에서 직·간접적 비용을 발생시키며, 기회비용 손실과 장기적 사회적 부담을 초래하는 문제이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김동준 외, 2024). 이러한 위험성과 광범위한 폐해의 범위를 고려할 때, 청소년 도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에 머무를 수 없으며, 공중보건(Public Health) 과제로 분명히 인식되어야 한다. 실제 국제사회에서는 청소년 도박문제를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 도박을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Abbott, 2020), 국내·외에서도 이 관점에서 정책적·실천적 개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Messerlian et al., 2004; 양미진 외, 2020). 한편 청소년 도박에 대한 공중보건 관점의 접근 시, 피해 예방, 규제, 피해 경험자 지원의 축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는 점(Wheaton et al., 2024)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중보건적 접근은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청소년의 정신적·사회적·정서적 건강 전반을 보장하는 기본권 차원의 개입 필요성, 즉 청소년의 건강권 실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청소년의 건강권과 참여권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각각 제24조와 제12조에 명시된 권리(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1991)로, 국가와 사회는 이를 보장하기 위한 책무성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의 도박문제는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위험인 만큼, 국가 정책은 청소년의 건강과 사회참여의 권리를 보장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의 도박문제는 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정을 시작으로, 201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가 시행되기 시작하며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었으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격하게 국가 정책 어젠다 전면에 등장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청소년 도박에 대한 정책·언론·학술 담론에서 청소년 도박이 어떻게 표상되어 왔는지 분석하고, 청소년 도박의 예방과 치유를 위한 건강한 관점에서의 정책적 방향성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청소년 도박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는 실태 파악과 영향요인 분석에 집중되었으며, 도박 심각도나 비합리적 도박 신념, 스트레스, 가족갈등 등 개인 및 환경 요인을 중심으로 양적 조사가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다(고도현, 김상미, 2021; 박선태, 2023). 연구 대상 역시 10대 청소년이 아닌 대학생에 편중되었고, 연구방법 또한 설문조사 기반의 양적 접근이 다수를 차지하였다(박은경 외, 2019). 특히 담론 수준에서 청소년 도박이 어떻게 문제화(problematized)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중보건적 관점이나 청소년 주체성 관점이 어떻게 배제되어 왔는가에 대하여 구조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매우 미비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청소년 도박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책과 사회 담론 속에서 구성되어 왔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공중보건이론에 의한 예방, 치유, 규제의 균형 잡힌 전략과 청소년 주체성에 기반한 관점의 정책적 대안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Bacchi(2009)가 제안한 WPR(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이론을 활용하고자 한다. WPR 이론은 정책을 결과적 현상으로 보지 않고, 정책이 특정한 사회문제를 ‘문제’로 구성하고 표상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삼는 정책 분석틀이다. WPR 접근법을 통해 청소년 도박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범죄 행위로 축소되는 담론적 흐름이 관찰되는 가운데, 정책과 사회 담론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구성해 왔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은 현재 정책에서 표상되고 있는 담론을 해체하고, 정책에서 드러나지 않았거나 당연하게 여겨온 것, 소외된 것들의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영향력을 가시화할 수 있다(류이현, 이덕로, 2021). 이를 통해 청소년 도박에 대한 정책적 대응과 담론 형성이 어떠한 가정과 전제를 통해 표상됐는지를 밝히고, 대안적 정책 구성을 위한 분석 기반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청소년 도박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문제화되어 왔는지를 WPR 접근에 따라 분석하고자 다음의 세 가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청소년 도박문제는 한국 사회의 정책, 학술, 언론 담론에서 어떻게 표상되었으며, 전제는 무엇인가?
둘째, 청소년 도박문제의 지배적 담론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으며, 무엇을 배제하고 있는가?
셋째, 이 지배적 담론은 어떤 효과를 낳았으며, 문제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하는가?
Ⅱ. 이론적 배경
1. WPR 이론(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Bacchi(2009)는 Foucault의 ‘문제화(problematization)’ 개념을 발전시켜 탈구조주의적 분석을 바탕으로 WPR(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이론은 공공정책에서 제시되는 ‘문제’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특정한 전제와 담론적 구성을 통해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Bacchi, 2009)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WPR 접근은 표면적 정책 결과가 아닌, 그 안에 내재된 문제 구성 방식과 전제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Bacchi, 2009).
Bacchi(2009)는 정책 분석을 위한 6단계 질문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정책에서 문제화되는 방식과 전제, 배제, 효과, 대안 가능성 등을 구조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요 질문은 ‘정책에서 문제화되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화는 어떤 전제·가정에 기반하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화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침묵된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화는 어떤 효과를 만드는가?’, ‘문제화는 어디서, 어떻게 생산·유포되고 있으며, 어떻게 중단·대체될 수 있는가?’로 구성된다. 이러한 문제화 연구는 연구자 스스로가 이 구성 과정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하며, 이론이 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게 한다(Bacchi, 2015). 다시 말해 이러한 접근은, 현 사회의 제도적·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문제에 대한 대안적 이해와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유용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WPR은 청소년 도박처럼 오랜 기간 공적 담론에서 주변화되어 온 문제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새롭게 문제화되었는지를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담론이 청소년 개인의 자기 인식과 행위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유용성에 의해 WPR은 사회적 주변부에 위치한 청소년, 다문화, 빈곤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 분석에 폭넓게 적용되어 왔다(류이현, 이덕로, 2021).
따라서 본 연구는 WPR 접근법을 활용하여, 2007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도박이 어떻게 문제화되어 왔는지 정책·언론·학술 담론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그 구성 전제와 효과, 배제된 요소를 고찰함으로써 공중보건적·참여 중심의 대안적 재해석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2. 공중보건 모델과 청소년 건강권
본 연구는 청소년 도박문제를 기존의 주류 담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안점 관점에서 재해석하기 위하여 공중보건 모델을 적용하고자 한다. 공중보건은 특정 질병의 치료를 넘어, 전체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는 접근을 의미한다(Winslow, 1920). 공중보건 접근의 목표는 피해 예방, 규제, (치유)지원의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다(Wheaton et al., 2024). 이는 청소년 도박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던 기존의 인식에서, 공공의 건강권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담론, 다시 말해 예방·치유·규제의 균형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담론을 형성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국제사회는 도박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비행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예방과 관리가 필요한 보편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Abbott, 2020).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청소년 도박문제 역시 포괄적인 공중보건 전략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2000년대 들어 공중보건모델을 청소년 도박에 적용하여 개념적 틀과 모델을 설명(Messerlian et al., 2004)하고자 하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공중보건적 접근을 기반으로 한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치유 관련 매뉴얼(양미진 외, 2020)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본 연구는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한 접근의 다른 축으로 청소년 건강권에 주목하고자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제24조는 국가가 모든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 지원과 건강 관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1991), 이는 1991년 우리나라에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비준되어 온 이래로, 청소년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성이 국내·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선행연구에 따르면 최근 국제 사회에서는 WHO를 중심으로 청소년 건강권 보장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범세계적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건강권을 보건의료 뿐만 아니라 건강결정요인에 대한 권리에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본권으로서의 건강권’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임희진 외, 2021). 이는 청소년의 건강권이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포괄적이고 예방적인 공중보건 모델 및 다양한 정책 주체의 협력적 관점에서 개입되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며, 청소년 도박문제 역시 이러한 보편적 건강권 보장 원칙 하에 통합적 예방 전략과 청소년 참여를 통해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원칙에 기반하여 공중보건 모델을 통해 청소년 도박문제의 예방, 치유, 규제적의 균형감 있는 통합적 접근을 모색하고, 청소년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설계 및 분석틀
본 연구는 2007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 사회의 청소년 도박 정책이 어떻게 ‘문제화’되어 왔는지를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효과 및 배제를 탐색하여, 대안적 ‘재문제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담론 분석(discourse analysis) 방법론을 채택하고, Bacchi(2009)의 WPR(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접근을 적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담론분석은 정책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하며, 정책결정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의 맥락과 인식의 차이 및 근본적 원인을 탐색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다(유재구, 김현정, 2024). WPR 접근은 정책이나 사회적 담론에서 제시되는 ‘문제’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구성된 것으로 보고, 문제화(problematisation)의 방식과 그 전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 정책이 ‘구성되어진’ 하나의 담론으로 이해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WPR 이론을 통하여 정책적 담론의 문제화 표상과 전제, 배제된 것, 효과 등을 분석하고 있다.
표 1
선행연구
| 연구자(발행연도) | 연구목적 | WPR 분석틀 |
|---|---|---|
| 이정민(2023) 「WPR 접근에서 본 교육복지 정책의 문제화」 | 교육복지가 정책으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놓치고 있던 중요한 교육적 본질과 가치를 살펴보고, 향후 교육복지 정책의 발전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 | 1) 문제화의 역사적 기원과 문제 재현의 방식의 변화 2) 문제화로 인한 현상 3) 재현된 문제에 대한 재해석 |
| 류이현, 이덕로(2021) 「탈북자와 다문화가족 정책담론 비교 연구」 | 탈북자들과 다문화가족을 둘러싼 정책 담론을 비교함으로써 정부의 통치기술을 분석 | 1)문제화 과정, 문제화의 기원 및 내재된 전제 2) 문제화의 영향력, 침묵 당하는 현상이나 존재 3) 문제화에 대한 논박 혹은 재해석과 함의 |
| 김올튼(2024)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 담론 심문하기」 |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이 돌봄노동, 저출산, 여성 경력단절을 어떻게 문제화·재생산하는지를 WPR 관점에서 분석 | 1. 문제 정의 2. 정책 제언 내 침윤되어 방식과 (재)생산되는 담론 |
| 강윤주, 손준종(2023) 「성소수자 관련 교육정책에 대한 반동성애 담론 분석: 혐오를 중심으로」 | 텍스트 내 문제 재현 방식·담론 전제·담론 효과를 분석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성소수자 관련 교육정책의 새로운 논의 가능성을 발견 | 1) 반동성애 담론의 문제 표상 2) 그 전제 3) 효과 극대화 전략 |
| 김수아(2025) 「성평등 관점에서 본 국내 AI 윤리와 정책 담론」 | 한국의 AI 관련 정책 담론이 성평등 혹은 성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 | 1) 어떠한 개념이나 대상을 설정 2) 전제 3) 누락하고 있는 것 |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선행연구를 참조하여, 다음 [그림 1]과 같이 분석틀을 구성하고, WPR 접근을 통해 청소년 도박 정책의 표상된 것, 문제화 과정, 재문제화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그림 1
분석틀
주: 청소년 도박 관련 정책 및 담론 분석을 위한 WPR(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분석 틀을 시각화한 것임.
출처: Bacchi(2009)의 WPR 이론틀을 활용하여 본 연구자가 재구성함.
본 연구는 위의 분석틀을 기반으로 청소년 도박에 대한 정책·언론·학술 담론을 시기별로 분석하였다. 고도현과 김상미(2021)는 사행산업 건전화 시기를 기준으로 2003~2014 학문전기,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를 기준으로 2020~2025년 학문후기의 시기 구분을 통해 청소년 도박 연구동향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참고하되, 청소년 도박 문제가 표상된 양상의 차이를 보이는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시기를 재구분하였다. 정책적 담론은 WPR이론의 ‘전제 및 가정’ 질문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전 시기의 표상이 이후 시기까지 영향을 미치나, ‘지배적 표상’의 변화를 통해 분석의 명료성을 확보하기 위해, 담론적 전환 과정을 중심으로 비문제화기, 문제화 전환기, 문제화기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비문제화기(2007~2014: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정), 문제화 전환기(2015~2019: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 도입, 시·도교육청 조례 제정으로 인한 정책적 의제로 담론 변화), 문제화 기(2020~2025: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국가 정책 강화)의 3단계로 구분하였다.
2. 자료수집 및 범위
본 연구는 청소년 도박 정책의 담론 형성과 변화 과정을 시기별로 분석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발표된 정책 문서, 언론자료, 학술논문, 정부 발언 등 다양한 공개 문서를 분석 자료로 수집하였다.
첫째, 정책자료 33건(정책문서 13건 및 관련 법령 20건)의 문서를 수집하였다. 사행산업, 청소년 정책, 중독관리 등 청소년 도박과 연관된 정책자료를 수집하였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2007년 제정 및 2012년·2020년 개정), 「제4차 사행산업건전발전종합계획」(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2024) 등 관계 부처의 정책 및 법률 문서를 포함하였다. 이를 통해 청소년 도박이 정책 의제로 등장하고 전환되는 과정을 확인하였다. 둘째, 언론보도 자료를 수집하였다. 청소년 주제의 언론담론 선행연구(김지혜, 2017)를 참고해, 보수·진보 언론 담론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하여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을 자료수집 범위로 선정하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전문검색사이트 빅카인즈에서 ‘청소년+도박’ 키워드로 해당 언론사의 200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자료를 검색하였다. 수집된 853건의 자료는 1차적으로 헤드라인에 ‘청소년’ 또는 ‘도박’을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않는 584건의 자료를 제외하고, 2차적으로 헤드라인과 본문을 검토하여 청소년 도박과 무관한 자료(예: 성인 도박, 연예인 도박 등)를 제외한 후 120건의 자료를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2007년~2014년 7건, 2015년~2019년 16건, 2020~2025 97건의 자료로 구분하였다. 셋째, 학술연구 자료를 활용하였다. 해당 기간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청소년 도박’ 관련 논문 총 106건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표 2
정책·학술자료 분류범주 및 세부항목
| 구분 | 분류범주 | 항목 | 세부내용 |
|---|---|---|---|
| 정책자료 | 정책문서 | 공식문서 | 정부부처에서 발간한 기본계획, 연차별 시행계획, 성과관리 계획 등 정책문서 내 ‘청소년 도박’이 직접적으로 명시된 자료 13건 |
| 법령 | 제·개정 법률안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학교보건법, 시·도교육청 조례 등 관련 법률안 및 관련 문서 20건 | |
| 학술자료 | 시기별 동향 | 출판연도 | ‘청소년 도박’ 주제의 KCI 등재 논문 출판연도별 분류 (2007–2014, 2015–2019, 2020–2025) |
| 연구분야 | 학술지분야 | 한국연구재단의 등재학술지의 중분류 기준으로 분류 | |
| 하위유형 | 예방치유, 규제, 정책, 기타 |
주:
-
1) ‘학술지분야’는 선행연구(고도현, 김상미, 2021; 박은경 외, 2019)를 참조하여 표준화된 학문 분류를 적용함.
-
2) ‘하위유형(예방·치유/규제/정책/기타)’은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예방·치유와 규제의 균형을 탐색하기 위해 논문 제목과 내용을 검토한 후 분류함.
3. 분석 방법
본 연구는 Bacchi(2009)의 WPR 이론을 적용하여 담론분석을 실시하였다. 수집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Bacchi의 WPR 모델에 따라 6개 질문을 활용하여 문제화의 구성 양상을 분석하였다. 첫째, 선별된 자료를 통해 시기의 담론적 특징을 파악했다. 둘째, WPR 질문을 활용하여 전제 및 가정, 배제된 것, 효과, 재문제화 가능성 항목을 분석범주로 구분한 후 코딩하였다. 코딩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전체 자료 중 10%에 대해 연구자 간 개별 코딩을 실시한 후 상호 비교 및 조율 과정을 거쳐 코딩 기준을 정교화하였다. 특히 학술연구 자료의 경우, 선정된 106건의 학술연구 자료를 시기별로 분류하고, 학술지분야와 연구분야(예방·치유/규제/정책/기타)로 다시 분류하였다. 이후 전체 자료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코딩하였다. 셋째, 코딩된 자료를 바탕으로 시기별로 반복되는 담론 구조와 그 변화 양상을 비교 분석하였다. 넷째, 청소년 도박 문제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요소들이 배제되며, 어떠한 정책적·사회적 효과를 낳는지를 파악하고, 대안적 재문제화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Ⅳ. 결과
1. 청소년 도박문제 담론의 표상과 전제
본 장에서는 각 시기별 정책, 언론, 학술담론에서 청소년 도박의 표상과 전제에 대해 탐색하고자 한다.
표 3
청소년 도박문제 담론의 시기별 표상과 전제:WPR 분석 결과
| Q1. 표상된 것 | 2007~2014 비문제화기 | 2015~2019 문제화 전환기 | 2020~2025 문제화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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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담론 | 사행산업의 부차적 부작용 문제: 성인 도박 중독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중독 예방 교육'의 소극적 대상으로만 표상됨 | 유해 환경으로부터의 '보호 대상' 문제: 시·도 교육청 조례 제정을 통해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청소년을 외부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표상함. | 독립적 '국가 개입' 및 '통제' 문제: 중앙 법률 개정을 통해 독자적 정책 영역으로 표상되었으며, 다부처적 협력 및 '불법/범죄' 근절을 위한 정책과제로 강화함. |
| 언론담론 | 성인 도박/사행산업 문제에 부수적으로 다루어짐. 도박과 게임이 혼재되는 위험 환경에 노출된 수준의 부차적 현상으로 표상됨. | 청소년 도박의 문제 인식 및 대응 필요성이 강조됨. 그러나 여전히 '스마트폰/게임 중독'의 하위 요소로 주변부에 머무름. | '급증'한 보편적 위협으로 표상됨. 온라인상 위험요소로서 규제 대상으로 부각되었으며, '범정부 대응 팀', '특별 단속' 등 사법적 통제가 지배적 담론으로 형성됨. | |
| 학술담론 |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 문제로 표상하고, '충동성', '우울', '스트레스' 등 개인의 심리적 변인과 도박 행동 간 관계 탐구에 집중됨. | 중독 문제 및 통합 담론: 도박을 '진단 가능한 병리적 문제'(진단 척도 연구)로 표상하고, 여타 중독(게임, 인터넷)과의 통합적 담론 하에서 관련성을 탐색함. | 독립적·정책적 문제로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함. '온라인 유해환경', '도박 접근성', '생태 체계적 요인' 중심으로 사회 문제화됨. 대응방식이 예방· 치유에서 규제 위주로 전환됨. | |
| Q2. 전제, 가정 | 청소년 도박은 개인적 원인에 기인한 일탈적 결과이며, 사회문제의 주변부에 위치한 소수의 문제로 간주 | 청소년 도박이 사회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여타 주류 중독 문제와 같이 전문가의 진단 및 개입이 필요한 병리적 문제라는 전제 → 공중보건의제로서의 대두(예방, 치유 전략 위주) | 청소년 도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온라인 유해환경'으로 대표되는 사회 환경적 위험이며, 제도적 통제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정책적 문제라는 전제 → 공중보건이론의 규제 전략 위주 | |
출처: Bacchi(2009)의 이론을 적용하여 해석한 내용을 연구자가 작성한 것임.
가. 정책담론
1) 2007~2014 비문제화기
2007년 1월 「사행사업통합감독위원회법」의 제정으로 청소년 도박과 관련된 정책적 담론이 태동하였다. 동법 제5조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행산업 중독 예방 교육의 실시에 관한 사항’을 위원회의 기능으로 규정하였다. 이 조항은 동법의 목적이 사행산업으로 인한 부작용의 최소화와 사행산업의 건전한 여가·레저산업으로의 발전을 통한 국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청소년 도박’은 사회적으로 ‘사행산업의 부작용’ 수준에서 인식되었으며, ‘중독 예방 교육’의 소극적 예방 또는 대응 수준에서 다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3년 3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일부개정으로 제14조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설립에 관한 조항이 신설됐으나 청소년 도박 예방 관련 조항은 추가로 명시되지 않았다. 본 논문에서는 2007년 1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정으로부터 2015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도입 및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청소년 사업 확장 이전까지 기간을, 제도적으로 청소년 도박이 등장하였으나 그 이상의 적극적인 담론이 형성되지 못했던 점에서 비문제화기로 구분하였다.
정책적으로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이 제정된 2007년 이후, 심지어 2020년 전까지 13년 동안, 청소년 도박에 대한 명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행산업 중독 예방 교육의 실시에 관한 사항’에 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 시기 도박 정책을 주관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관련 법령에서 청소년 도박을 독립된 정책 대상으로 분리하여 다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도박 정책의 주류 대상인 성인의 사행산업의 부작용 감소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청소년 도박을 부차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부수적인 위치로서의 표상은, 청소년 도박이 사회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었던 결과로 보인다.
2) 2015~2019 문제화 전환기
2017년 「경상남도교육청 학생 도박 예방교육에 관한 조례」(경상남도조례, 2017) 제정 이래로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 도박 예방교육 및 치유 지원에 관한 조례」(제주특별자치도조례, 2020)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별 도박 예방교육 조례가 제정되는 등 점진적으로 청소년 도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장되었다. 조례 제정은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학생 도박 예방교육을 위한 기본계획 및 예산의 지원을 가능하게 하여,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정책적 기반을 조성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이 시기 조례들은 ‘학생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라는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 도박 예방교육 조례 제1조(목적) 이 조례는 학생의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여 서울특별시의 학생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에서 보다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 도박 예방교육 조례[시행 2018. 1. 4.] [조례 제6800호, 2018. 1. 4., 제정])
이는 조례에서 청소년 도박문제를 외부의 ‘유해한 환경’으로 규정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예방교육’을 실행하도록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기본 사항에 대한 법적·제도적 틀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곧 청소년 도박문제는 외부의 유해환경으로, 청소년은 수동적 보호의 대상으로 표상된 것을 의미한다.
한편 2015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가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를 시범적으로 시작(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2025)하였다.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는 청소년 도박문제 해소 정책·수립 추진을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5년 1차 시범조사, 2018년 2차 시범조사로 시행되었으며, 이후 문제의 심각성이 강화되며, 2년 주기로 계속해서 시행되고 있다(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2025). 이는 이 시기 청소년 도박에 대한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인지한 결과이자, 동시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공공기관으로 지정(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2023)되며 청소년의 도박 예방정책이 본격적으로 확산(박순아, 박근우, 2020)된 시기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관계 법령에 의해 우리나라의 도박 예방 및 치유 정책을 집행하는 대표적인 전달체계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이 기관에서 청소년 도박문제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통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청소년 도박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청소년 도박문제의 정책적 개입 필요성이 가시화되며 문제화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제도적 변화는 청소년 도박의 지배적 전제가 개인적 문제에서 전문가의 진단 및 개입이 필요한 병리적 문제로 전환되고, 청소년 도박을 공중보건 관점에서 바라보는 암묵적 믿음이 작용했던 결과를 보여준다.
3) 2020~2025 문제화기
청소년 도박의 문제화 양상은 정책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2020년 2월 시행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을 통해, 기존에 단순히 ‘청소년 대상 도박중독 예방교육’만을 규정하고 있던 법령에 청소년 도박 관련 다수 조항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러한 법 개정은 청소년 도박이 더 이상 성인 도박 중독·게임이나 사행성 문제의 주변부에 위치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 없으며, 정책적으로도 독립적·전면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로 공식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학교교육과의 연계’ 조항의 신설은 청소년 도박이 특정 기관이나 부처의 대응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범사회적 협력과 다부처적 연계가 요구되는 복합적 과제임을 드러낸다. 특히 종합계획 수립 시 ‘청소년 보호 대책’을 명시적으로 반영한 것은 청소년 도박이 성인 도박의 하위 카테고리에 존재하는 것을 넘어, 종합계획 내에서 독자적인 정책 영역으로 격상되었음을 보여주는 전환을 의미한다. 법 개정은 곧 문제의 정책화 및 제도화, 그리고 정책적 담론 형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이는 이후 실질적 대응체계 구축의 제도적 기반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2022년 「학교보건법」 일부개정안 제9조에 ‘도박 중독 예방’이 보건교육 내용으로 포함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학교보건법, 2022). 이는 그동안 시도교육청 단위의 조례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던 도박예방교육이, 전국 단위의 보건교육 체계 내에서 정규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것으로, 청소년 도박문제 정책의 법제도적 위상이 강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2020년 이후 이루어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과 「학교보건법」의 개정은 단순한 법령의 명시적 변화가 아니라, 청소년 도박 담론이 국가가 개입해야 할 중요한 주제로 정책의 전면부에 등장함으로써 문제화의 기반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제5조제1항제9호 중 "예방 교육"을 "예방 교육(이하 "청소년 도박중독예방교육"이라 한다)"으로 한다.
제14조제1항제7호 청소년의 도박 중독에 관한 조사 및 연구
제16조제1항제7호 사행산업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대책
제18조의4(청소년 도박중독예방교육과 학교교육의 연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시행 2020. 2. 27.] [법률 제16598호, 2019. 11. 26., 일부개정])
학교에서 실시하는 보건교육에 "이동통신단말장치 등 전자기기의 과의존 예방"과 "도박 중독의 예방"을 추가함 (학교보건법 [시행 2022. 6. 29.], [법률 제18640호, 2021. 12. 28., 일부개정])
이 시기 정책문서 내에서도 청소년 도박이 정책 의제로 떠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청소년 도박이 정책적으로 ‘예방치유’의 대상이자 동시에 ‘보호, 통제’의 대상으로 표상된 것을 나타낸다.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특징적인 것은, 실제 정책 현황 안에서 청소년 도박이 ‘온라인 유해환경’으로 인한 부작용 해소 맥락에서 ‘유해환경’, ‘규제’의 대상으로서 표상이 강화된 점이다. 또한 정부의 주요 정책 계획에 ‘도박’이 포함됐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사회적 협업’, ‘보호’, ‘법과 제도의 정비’의 맥락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청소년 도박이 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로 표상되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명확한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 과정에 200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청소년 도박이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유해환경의 부작용이며, 청소년은 보호해야 할 취약한 대상이라는 인식이 이 시기 전제로 작용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표 4
2020~2025년 청소년 도박 표상 관련 주요 정책과제 예시
| 발간년도 | 저자 | 문서명 | 청소년 도박 정책 과제 |
|---|---|---|---|
| 2024 | 경찰청 | 주요업무계획 | 청소년 마약·도박 등 사회적 협업을 필요로 하는 사안에 대한 효율적 대응 |
| 2024 | 법무부 | 2024 성과관리 시행계획 |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보호 |
| 2024 | 보건복지부 | 2024년도 보건복지부 성과관리 시행계획 | 지역사회 알코올·마약·도박·인터넷 중독문제 대처를 위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운영 |
| 2024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 제4차 사행산업건전발전종합계획 |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체계 강화 |
| 2023 | 여성가족부 | 제7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 및 연차별 시행계획 | 청소년 유해환경 차단 및 보호 확대 |
| 2022 | 여성가족부 | 제4차 청소년 보호대책 및 연차별 시행계획 | 도박·마약 등 유해정보 삭제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 |
| 2022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제5차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예방 및 해소 기본계획, 연차별 시행계획 | 사이버범죄 예방교육, 사이버도박 예방 및 치유, 인터넷/게임/도박 등 중독통합관리 |
나. 언론담론
1) 2007~2014 비문제화기
2007부터 2014년까지 ‘청소년 도박’을 명시적으로 다룬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의 언론 보도는 총 7건으로 매우 부족하였다. 절대적인 보도량의 부족은 청소년 도박에 대한 표상이 뚜렷하게 형성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언론보도 기사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 도박은 ‘도박’과 ‘게임’이 혼재되는 위험, 또는 심각한 ‘성인도박’에 청소년이 ‘노출’되는 수준의 부차적인 위험요소로 표상된 것으로 보인다.
표 5
2007~2014년 청소년 도박 표상 관련 주요 연구 예시
| 발간년도 | 저자 | 논문명 |
|---|---|---|
| 2013 | 김영경 | 청소년의 스트레스와 인터넷 중독 및 도박행동과의 관계 : 자기효능감과 자아탄력성의 조절효과 검증 |
| 2012 | 김영화, 신성만, 이혜주 | 청소년 인터넷 도박행동의 실태 및 심리적 특성과의 관계 |
문제는 도박중독 증세가 사회적으로 심화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불법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에 노출돼 있다. 스마트폰 중독률은 2011년 8.4%에서 2012년 11.1%로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청소년은 인터넷·스마트폰 게임을 도박으로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률이 훨씬 높은 이유이다. 같은 기간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률은 11.4%에서 18.4%로 무려 7%포인트 증가했다.(경향신문, 2014. 9. 15.).
'바다이야기' 빠진 청소년 1천명 넘어, 지난해 도박범죄 입건 급증(이인숙, 2007. 1. 26.).
이와 같은 현상은 선행연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2009년 ‘도박중독’ 관련 언론보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강원랜드’, ‘사행산업’, ‘사람들’, ‘사감위’, ‘치유센터’, ‘바다 이야기’ 순으로, 사행산업의 이용 대상인 사람, 즉 ‘성인’과 관련된 용어들이 핵심어로 등장하였다(박순아, 박근우, 2020). 또한 2010년 전후로는 언론보도의 초점이 ‘연예인들의 원정도박, 상습도박 단속, 사행산업체 운영 및 도박으로 인한 각종 폐해와 범죄 문제’(박순아, 박근우, 2020)에 집중되어 있었다. 즉 이 시기 청소년 도박은 ‘심각한 사회적 위협이 아니다.’라는 전제 속에서, 독립적 사회문제로 표상되지 못하고, 심각한 사회문제의 부차적 현상으로 다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2) 2015~2019 문제화 전환기
이 시기 언론보도는 총 16건으로 짧은 기간 이전에 비해 확대되었다. 여전히 보도량은 절대적으로 증가하지 못하였으나, 언론보도가 담고 있는 질적 표상이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시기와 다르게 이 시기에는 ‘청소년 도박’ 자체를 주제로 다루는 보도가 증가하였고, ‘문제 인식’과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즉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청소년 도박문제가 사회적으로 개입하여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된 시기이다. 또한 청소년 도박이 범죄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표상의 형성은 청소년 도박이 그 자체로 사회문제로 표상되기 시작하는 문제화 전환기에 접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적 문제로 표상되기보다는 ‘스마트폰’, ‘게임’ 등 주류 청소년 문제와 함께 다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표 6
2015~2019년 청소년 도박 표상 관련 주요 연구 예시
| 발간년도 | 저자 | 논문명 |
|---|---|---|
| 2019 | 이래혁, 장혜림, 이재경 | 학교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의 문제도박 관련요인: 2018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
| 2018 | 한영근, 김주일, 이영글 |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이 도박경험에 미치는 영향 |
| 2016 | 김성봉, 장정임 | 청소년 도박중독 판별요인 분석: 비합리적 도박신념, 충동성, 스마트폰 중독을 중심으로 |
| 2016 | 김예나, 권선중, 김원식 | 한국판 청소년 도박중독 진단 척도(K-DSM-Ⅳ-MR-J)의 타당화 연구 |
중학생 아들이 스마트폰 도박에 빠졌어요(김형태, 2017. 11. 6.).
국내 성인 207만명이 ‘도박중독’ 60%가 10대 때 온라인 사행게임 시작(최희진, 2015. 11. 13.).
“도박중독 청소년은 범죄에 빠질 가능성 커 예방교육이 중요”(강정훈, 2019. 8. 5.).
이러한 분석은 여러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박순아와 박근우(2020)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도 ‘도박 중독’ 관련 언론보도 연관어 분석 결과 ‘청소년들’이 1위, ‘스마트폰’이 3위로 등장하였다. 2010년대 후반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도박은 게임 분야와 혼재되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장승옥의 연구에 따르면, 소셜 빅데이터에서 ‘청소년 도박’ 키워드에 대한 관심도가 2019년 5월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 WHO의 게임사용장애 질병코드 발표, 확률형아이템 확률 명시 정책 등 ‘게임’ 정책의 변화로 인하여 ‘도박’ 키워드가 함께 노출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장승옥, 2023).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표상이 형성되고 있으나, 독립된 문제로 표상되기보다는 게임 및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광범위한 청소년 일탈의 일부로 인식되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즉 주류 담론은 게임을 위주로 형성되었으며, 청소년 도박 담론은 범죄나 일탈의 위험 속에서 주변부에 머무르며, 문제화 전환 시기에 진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2020~2025 문제화기
이 시기 청소년 도박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격히 대두되며,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까지 ‘급증’하는 보편적 문제로 표상이 전환되었다. 또한 청소년 도박 노출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스마트폰 과다 사용, 디지털 성범죄, 대리입금 등의 위험과 결합하는 심각한 위협으로 표상되었으며, 특히 온라인 영역에서의 위험성에 대한 담론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표 7
2020~2025년 청소년 도박 표상 관련 주요 연구 예시
| 발간년도 | 저자 | 논문명 |
|---|---|---|
| 2025 | 정완 | 디지털사회 온라인도박의 실효적 규제방안에 관한 고찰 |
| 2024 | 김봉수 | 청소년 도박심리중독에 대한 형사정책상 개선방안 |
| 2022 | 한성희, 정대용, 권헌영 | 불법 온라인 도박 입금 계좌 신속차단정책 제안 |
| 2020a | 조윤오 | 사이버도박 규제방향 및 청소년 보호 정책에 관한 소고: 미국을 중심으로 |
“성인 237만명 도박중독 추정 11세때 ‘돈내기 게임’ 첫 경험”(전주영, 2024. 2. 29.).
“게임인줄 알았는데 도박 청소년 10% “도박하는 친구 봤다”(서지원 외, 2024. 9. 12.).
[단독] 온라인 ‘불법 도박’ 콘텐츠, 2년 만에 9배로 폭증(윤상진, 2024. 5. 30.).
나아가 청소년 도박을 ‘규제’ 영역에서 다루는 표상이 확대되었다.
유입경로부터 막는다. 경찰, ‘청소년 불법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이유진, 2023. 9. 26.).
‘입금 금액 20억’ 온라인 불법 도박 청소년 150명 적발(이현준, 2024. 5. 28.).
이렇듯 종합적 위험으로 표상되는 현상으로 인하여, 여러 정부부처에서는 청소년 도박 문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안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였다. 이는 청소년 도박이 비로소 정책적 의제로 문제화된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 불법 도박으로부터 청소년 보호... 정부, ‘범정부 대응 팀’ 출범(이세영, 2023. 11. 3.).
대검, “청소년 대상 도박사이트 운영자에 법정 최고형 구형할 것”(양은경, 2023. 11. 15.).
금융 교육 경찰 함께 힘 모아 “청소년 도박 근절”(경향신문, 2024. 8. 22.).
청소년 도박의 이러한 문제화 배경에는 청소년은 온라인상의 위험환경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으며, 외부의 통제 없이는 위험한 행위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존재로 보는 통제적인 관점의 전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민상(2025)은 사이버 도박의 실행 용이성을 지적하며, “도박 실행 이전 단계에서의 예방 교육 강화”와 같은 인식 개선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특히 청소년이 “가해자 및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기 차단과 맞춤형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곧 청소년을 ‘보호’와 ‘가·피해자’라는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며, 이는 청소년이 문제 해결의 자율적 주체가 아닌 취약한 존재로 구성하는 통제적 전제를 드러낸다. 이러한 전제는 결과적으로 청소년 도박을 ‘사법적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지배적 담론으로 형성되는데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다수의 언론보도에서 ‘온라인 도박’, ‘불법 도박’, ‘사이버 범죄’ 등과 같은 문제와 함께 제시되고 있다는 점은 청소년과 연결되어 주목받기 시작한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다. 학술담론
청소년 도박 학술담론은 2007~2014 비문제화기, 2015~2019 문제화 전환기, 2020~2025 문제화기를 거쳐 변화하였다. 2007~2025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게재된 논문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문제화기, 문제화 전환기, 문제화기로 이행하며 청소년 도박과 관련한 학술연구는 11건→25건→70건으로 증가하였다. 연구분야와 학술지분야는 청소년 도박에 대한 학술 담론의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연구분야는 공중보건전략(Wheaton et al., 2024)에 따른 ‘예방치유’와 ‘규제’, 그리고 ‘정책’과 ‘기타’ 분야로 분류하고, 학술지분야는 한국연구재단(KCI) 등재학술지 중분류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비문제화기 연구분야는 예방치유 분야가 주를 이루었고, 학술지분야는 심리학과 기타사회과학 분야가 각각 4건으로 가장 많아 개인 심리요인에 집중되었다. 문제화 전환기에는 연구분야에 ‘기타’분야가 등장하고, 학술지분야는 사회복지학(5건)과 경찰학(4건)이 전체의 45%를 차지해, 도박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문제화기 연구분야는 여전히 예방치유 분야(36건, 51.4%)가 여전히 높은 비율을 보였으나, 규제분야 연구(24건, 34.4%)가 급격히 확대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학술지분야 역시 학제간 연구(11건), 기타사회과학(10건), 경찰학(9건)으로 다변화되었고, 법학(5건) 분야가 새로 등장하며, ‘규제’분야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청소년 도박에 대한 학술담론의 표상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시기별로 변모하며 현재의 지배적 표상을 형성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2
2007~2014년 청소년 도박 연구 및 학술지 분야 분포
주. 본 표는 2007~2014년 청소년 도박 관련 학술연구의 연구분야와 학술지분야 분포 변화 추이를 제시한 것임. 연구분야 및 학술지분야 분류범주 및 세부항목은 본 논문 6쪽의 표 2에 따름.
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연구자 자체 분석 및 재구성.
1) 2007~2014 비문제화기
이 시기 수행된 청소년 도박에 대한 선행연구는 11건으로, 2015~2019 문제화 전환기 25건, 2020~2025 문제화기 70건에 비하여 매우 적은 수의 연구만이 수행되었다. 또한 2007년 1건의 연구(권선중 외, 2007)가 수행된 이후 2011년에서야 청소년 도박 연구(양정남 외, 2011)가 다시 등장하여 이 시기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미비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충동성’, ‘우울’, ‘스트레스’ 등 청소년 도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변인을 탐색하였다. 이는 곧 청소년 도박이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 문제로 표상된 것을 의미한다. WPR 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표상은 특정한 암묵적 가정, 즉 전제에 의해 형성된다. 수행된 연구들 속에서 청소년 도박이 개인적 요인으로 표상된 것, 청소년 도박과 관련된 연구가 매우 적게 수행된 것을 고려할 때, 이 시기 학술 담론을 가능하게 했던 전제는 청소년 도박이 ‘개인적’ 원인에 기인하는 결과이자, 사회문제의 주변부에 위치한 소수의 문제로 간주하는 인식이었다고 역으로 추론할 수 있다.
2) 2015~2019 문제화 전환기
2015~2019년 문제화 전환기에 발행된 논문은 총 25편으로, 비문제화기에 비해, 짧은 기간임에도 두 배 이상 많은 논문이 발표되어 양적 증가를 보여준다. 한편 질적으로는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청소년 도박문제가 ‘도박 중독’이라는 진단 가능한 병리적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이 강화되었다. 둘째, 스마트폰, 인터넷 등 여타 청소년 중독 영역의 문제들과의 관련성을 탐색하는 시도가 관찰된다. 셋째, 2015년 시행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시행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의 도입과 더불어 국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청소년 도박’을 정책 주제로 인식한 연구가 시도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이 시기 학술담론에서 청소년 도박은 진단가능한 중독문제로, 다른 주류 중독 문제(게임, 인터넷)과의 통합적 담론 으로 표상되었으며, 특히 정책적 대상으로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표상으로 미루어볼 때, 청소년 도박이 여타 주류 중독 문제와 같이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병리적 문제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전제는 학술담론에서 청소년 도박을 공중보건 의제로 보는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공중보건이론에 의한 세 가지 개입 전략(Wheaton et al., 2024) 중 중독을 예방·치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3) 2020~2025 문제화기
2020~2025년 학술영역에서는 청소년 도박문제가 독립적·정책적으로 표상되었다. 이 시기 발행된 연구는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발행된 청소년 도박 관련 연구는 총 70건으로, 2007년~2019년까지 13년간 수행된 연구의 36건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증가는 청소년 도박이 학문적·정책적 중요성을 가진 독립적 문제로 표상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독립적 표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청소년 도박이 청소년기의 일반적 문제로 표상되었다. 이전 시기 ‘학교 밖 청소년’과 같이 취약한 일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청소년’ 전체에 대한 연구가 확장되었으며, 취약계층 청소년 대상 연구도 학교 밖 청소년, 비행 청소년, 보호관찰 청소년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소수의 일탈 문제에서 일반적 청소년기의 주류 위험 문제로 급격히 표상이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 둘째, 청소년 도박문제가 ‘온라인 유해환경’을 중심으로 ‘사회문제화’되어, 청소년 도박이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 문제로 확장되었다. 연구의 주제도 기존의 개인내적 요인 탐색에서, ‘도박 접근성’, ‘도박 위험환경’, ‘생태체계적 요인’과 같이 사회환경적 요인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개인의 일탈 문제에서 사회적 환경의 위험으로 인한 정책적 대응으로 전환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정책적 대응 방식에 있어 기존의 예방·치유적 관점에서 규제의 관점으로 담론이 확산되었다. 문제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에서 찾게 되면서, 해결방식 역시 개인의 변화를 유도하는 예방·치유보다는 위험 환경 자체를 통제하는 규제 측면으로 초점이 전환되었다. 이러한 표상의 전환은 즉 2020년대에 들어 청소년 도박에 대한 전제가 기존의 ‘개인적 문제’에서 ‘사회 환경적 위험’으로 급격히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청소년 도박을 공중보건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전제가 확산되었고, 규제 전략을 정책적 접근법으로 여기는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표상은 청소년 중독과 관련한 선행연구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정은선 외(2024)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과 게임중독 관련 연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까지 활발히 이루어졌으나, 2015년 이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도박중독과 스마트폰·마약중독 연구는 2020년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정은선 외, 2024). 이는 2010년대부터 2020년 이전까지 청소년 도박은 게임중독 및 사행성 게임과 연결되어 사회적 담론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었으나, 2020년 이후에는 보다 독립적인 연구 주제이자 사회적 문제로 문제화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을 둘러싼 정책담론의 전환 속에서 도박중독이 2020년 이후 독립적 담론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2020~2025년 청소년 도박 연구는 문제의 위상, 원인,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한 표상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였다. 이는 청소년 도박이 학술적 주류로 독립하고, 원인을 '온라인 유해환경'으로 대표되는 사회 환경적 위험으로 규정하며, 궁극적으로 개인 치료 중심에서 환경 통제 중심의 규제 정책으로 대응의 초점을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화기’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문제화 과정과 배제
가. 지배적 담론 형성 과정
2007년~2014년은 청소년 도박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제도적으로 명시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이는 2004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촉발된 성인 도박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청소년 도박이 성인 중독의 하위 범주(subset of adult gambling addiction) 수준에서 피상적으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시기(2015년~2019년) 이 시기 시행된 「2015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국가적으로 청소년 도박문제가 가시화되고, 학술적으로는 실태조사를 활용한 청소년 도박 주제의 연구들이 증가하며 청소년 도박은 문제화 전환기에 접어든다. 더불어 2019년 5월에 열린 국제질병분류(ICD-11) 회의를 통해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이 질병으로 규정되고, 동시에 ‘확률형아이템’의 ‘도박적 요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확산되는 현상 역시 청소년 도박에 대한 사회적 표상을 전환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정책적·사회적 사건으로 인해 2015년~2019년은 비록 청소년 도박이 ‘게임이나 사행성과 같은 중독문제’라는 전제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전제가 청소년 도박이 독립적으로 문제화되지 못했지만,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19 중독치유 해법포럼’ 건전한 게임과 도박형 게임 분리 대처해야 (중략) 도박이나 다름없는 유사 콘텐츠를 과연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엄상현, 2019. 11. 1.).
2020년부터 2025년은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을 계기로, 현재의 ‘규제’ 위주의 지배적인 담론을 형성한 시기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청소년 도박은 ‘문제화기’로의 급격한 전환을 맞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중지와 온라인 환경의 급격한 확대는 학생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각종 위험 요소들을 접하는 것을 촉진하였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위협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청소년 도박’이 ‘불법 온라인 도박’을 대표로 하여 국민적 경각심이 증대되었다. 이 시기에 비로소 ‘청소년 도박’ 그 자체로 공적 담론화 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시기에 청소년 도박이 주로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주변부에 위치하였던 것에서, 독립적인 사회문제로 ‘문제화’된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관심이 촉발된 배경에는, 코로나19를 전후로 하여 도박중독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했다는 점(최상수, 2022)이 있다. 청소년 도박에 대한 사회적 표상은 문제화 전환기에 예방, 치유, 규제의 공중보건 관점의 균형적 접근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상의 유해요소’라는 사회환경과 맞물린 강력한 전제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규제’ 영역이 불균형하게 확대되는 결정적 계기를 맞이하였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청소년 ‘사이버도박’ 관련 언론보도를 분석한 선행연구(장여옥, 김지민, 2024)를 통해 이러한 규제 중심 표상의 형성 맥락을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청소년 도박’이 ‘불법’, ‘중독’, ‘이용’, ‘운영’, ‘경찰’, ‘범죄’와 같은 키워드가 높은 중심성을 보이며, ‘위험한 사이버도박의 증가’, ‘사이버도박 예방 및 개입’, ‘사이버도박의 규제’, ‘사이버도박의 법적 처벌’의 네 가지 군집을 형성한다(장여옥, 김지민, 2024). 이는 청소년 도박이 ‘사이버’, 즉 ‘온라인’ 환경과 결합할 경우, 청소년 도박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적으로 공유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라는 사건으로 인해 도박환경의 초점이 규제 표상이 강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며, ‘청소년 도박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환경의 위해요소이므로 규제가 필요하다’라는 전제가 지배적인 담론으로 확대되는 결정적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표상은 정책 결정권자의 발언으로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 도박 개장은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악질 범죄”라고 말하며, 시급한 안전관리 대책을 즉각 적용하고 실행할 것”을 요구하였다(안용수, 곽민서, 2023. 10. 10.). 특히 이 담화에서, ‘경찰’의 수사, 단속과 ‘법무부’를 주축으로 한 범부처 대응팀의 출범을 촉구한 것은, 청소년 도박담론의 지배적 프레임이 ‘예방치유’와 ‘규제’ 분야의 균형감을 잃고, ‘규제’ 분야로 쏠리도록 하는 데 강한 영향을 발휘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은 "최근 초·중·고등학생 19만여명이 도박 위험집단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특히 인터넷 방송·게임·SNS 등으로 청소년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한 이 온라인 불법 도박은 청소년들의 정신과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략) "경찰은 불법 도박 및 연계 범죄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단속을 해주기 바란다"며 "아울러 불법 사이트 차단, 중독 상담과 치료 등 범정부 총력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를 주축으로 교육부, 보건복지부, 방통위 등 관계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부처 대응팀을 조속히 출범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안용수, 곽민서, 2023. 10. 10.).
이 발언 이후, 청소년 도박문제를 주제로 한 언론보도가 급격히 증가되었으며, 정부 차원의 청소년 도박에 대한 적극적 대응 움직임이 관찰되었다. 법무부 주재로, 9개 부처가 함께하는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범정부 대응팀과 국민통합위원회 도박극복프로젝트 특위가 조직되었다. 두 조직은 수사·단속, 치유·재활, 교육·홍보, 조사·연구(법무부, 2023. 11. 3.)와 불법도박 감시·단속, 도박중독 예방·홍보, 치유·회복, 거버넌스 구축(국민통합위원회, 2024. 6. 28.) 과제를 제시하였다. 법무부 주재의 범부처 대응팀이 조직되었고, 수사·단속, 불법도박 감시·단속이 서두로 제시된 점은, 청소년 도박 정책이 ‘범죄’, ‘불법’의 틀에서 문제화 되었음을 시사한다.
나. 지배적 담론의 효과와 한계: 담론적 배제를 중심으로
현재의 지배적 담론 구성은 청소년 도박을 예방·회복의 대상이 아닌 단속과 처벌의 대상으로 문제화하며, ‘예방’과 ‘치유’ 등의 대안적 언어를 주변화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이를 공중보건 관점에서 해석하면 ‘규제’ 담론이 지배적 관점으로 대두되면서, 예방과 지원이 주류 담론에서 주변으로 물러나는 불균형이 초래된 결과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책, 언론, 학술 담론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이같은 지배적 담론은 정책 자원의 불균형과 낙인화를 통한 주체성 배제라는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공중보건 모델의 실현을 저해한다. 정책 최고 결정권자의 발언 이후 법무부 주축의 범정부 대응팀이 출범하고, ‘수사·단속’ 및 ‘불법도박 감시·근절’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대응책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정책적 우선순위의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러한 전개는 한정된 정책 예산과 인력이 불법 감시 및 형사 입건 등 사법적 통제 영역으로 치우치는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며, 자원 배분의 불균형은 공중보건 영역에서 상대적인 예방, 치유 전략이 후순위로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른 한편 이러한 전개는 청소년을 정책 설계의 주체가 아닌, 관리·통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위치시키며, 상담, 교육, 정책 형성의 자율적 주체로서의 청소년을 배제시키는 구조를 강화하였다. 규제 담론 속에서 형성된 정책 방향은 청소년을 범죄자 혹은 보호가 필요한 취약한 존재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언론보도를 통해 노출되며 언론담론에 영향을 미치고, 이렇게 표상된 청소년 도박은 다시 규제를 초점으로 한 연구주제로 확대되며 학술 담론과 서로 상호작용하여 청소년을 배제시키는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청소년의 목소리가 정책, 언론, 학술담화의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의 배제 현상은 낙인이론(stigma theory)을 통해 해석할 수 있다. 낙인은 Goffman(1963)이 제안한 개념으로, 사회적으로 특정한 개인·집단에게 부정적 고정관념을 부여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낙인은 전략적 개입이 시급한 공중보건 문제를 구성한다(Lu et al., 2025). Lu et al. (2025)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낙인은 청소년이 스스로를 고정관념에 맞추어 인식하게 하는 자기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기 낙인은 공공 낙인과 내면화된 낙인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고정관념화, 편견, 차별을 포함한 낙인적 태도의 내면화"로 정의된다. 이는 공공 낙인이 자기 낙인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시사한다. 사회에서 청소년을 '범죄의 가·피해자' 또는 '불법으로부터 보호·통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낙인찍는 것은, 청소년 스스로 자신이 도박문제를 극복하고 주체적으로 나아갈 수 없는 수동적 존재로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다. Killick et al.(2024)은 도박은 개인의 책임으로 낙인이 부여될 위험이 높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도박정책 속에서 낙인이 지속된다고 보았다. 또한 낙인은 정신건강 측면에서 회복 과정을 방해(김선자, 서미경, 2025)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하였다. 국가가 청소년을 불법 도박 행위에 가담한 소년범죄 영역에서 바라보는 정책 담론은 청소년의 자기낙인을 지속시켜, 도박문제를 극복하려는 동기를 저하시키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예방·치유 관점의 배제와 청소년 참여 배제는 상호작용하며, 공중보건담론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청소년 도박이 통제의 대상으로만 의미가 축소될 경우, 청소년을 개입·처벌의 대상으로만 위치시켜, 공중보건모델의 예방·치유·규제 정책 간 불균형을 초래하는 문제를 형성한다는 점으로 연결되어, 대안적 관점의 도입이 필요하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청소년 도박 담론을 정책, 언론, 학술의 세 가지 영역에서 연대기적으로 통합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공중보건접근의 불균형화라는 담론적 배제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특히 Bacchi(2009)의 WPR 이론을 바탕으로 팬데믹과 최고 결정권자의 발언이라는 외부 요인이 청소년 도박 문제화의 표상을 이끌며, 공중보건 모델의 예방·치유·규제 균형을 저해하고, 규제 중심의 지배적 담론을 형성하는 과정을 탐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공중보건모델에서 예방·치유·규제의 균형적 접근과 청소년 참여 기반의 재문제화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청소년의 도박 언어를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청소년 도박 언론보도 가이드라인」 의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언론보도에서 청소년을 ‘무서운 10대’, ‘악마적 존재’로 표현하는 보도 행태에 대하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김고은, 2024.6.3.). 이러한 범죄 중심 프레임은 낙인을 강화하고 정책적 해결보다는 통제와 처벌을 정당화하는 담론 구조를 촉진한다. 따라서 이러한 언어를 ‘건강’, ‘예방’, ‘회복’, ‘참여’ 등의 언어로 다시 서술하여 균형감을 제고하고, ‘청소년’을 주체적 행위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언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은 정신질환이 예방·회복이 가능함을 언급하고, 정신질환자의 자기통제나 사회적 소외를 암시하는 표현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박효순, 2022.5.7.). 또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에는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대안적 방식을 사용,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후속 보도 실행, 피해자 고정관념을 반영하는 이미지 지양’이 명시되어 있다(박재령, 2023.4.7.). 이를 참고로 청소년 도박문제 보도에서 청소년을 ‘범죄’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낙인 찍는 언어 사용의 지양, 단속이나 처벌 중심의 자극적 언론보도 지양, 청소년 도박의 예방과 회복이 가능성 언급, 청소년의 주체적 예방 및 회복 사례에 대한 후속 보도 실행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1단계로 가이드라인 구성 및 이행 협력을 위한 공동 협의체를 신속하게 구성하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교육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한국기자협회와 같은 언론 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 협의체 주재의 토론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공동 개발하여 기본 원칙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2단계로 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협력적 실행방안을 관계 부처의 도박 관련 정책 언어를 순화하는 기획 단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자발적 모니터링을 통해 자극적 자료를 선별하고 삭제하는 배포/제공 단계로 나누어 각 주체별 역할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3단계는 협력과 책임 이행을 위한 실행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기자협회가 ‘안전한 도박보도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마련하여 언론인들의 자가점검을 제도화하고, 모든 참여 주체가 가이드라인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협의체의 정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둘째, 공중보건 전략의 균형적 관점에서 청소년 도박 예방, 치유, 규제의 핵심 원칙으로 삼을 수 있는 「청소년 건강권 기반 도박예방 원칙」을 수립하고, 보건·복지·교육 등 관계부처 전달체계 전반에 공유하여, 공중보건 모델 기반 정책적 접근으로의 전환을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공중보건 관점의 청소년 보호와 관련한 영국의 9가지 원칙(Responsible Gambling Strategy Board, 2018)과, 미국의 「전략적 예방 프레임워크 가이드」(SAMHSA, 2019)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 10대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급증에 대응하여 강도 높은 규제를 추진하면서도 (조윤오, 2020b), 동시에 예방·치유를 우선시하는 균형잡힌 접근을 보여준다. 이는 '규제' 담론에 치우치지 않고 예방과 치유를 아우르는 담론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만 공중보건 접근의 경우 청소년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간과할 수 있고, 부처별 이해관계나 우선순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청소년 도박을 중심으로 한 근거기반의 보건, 복지, 청소년 활동 영역의 균형잡힌 합동 연구로 시작하여, 향후 실효성 있는 정책전략의 개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접근은 WHO 정책 등에 반영된 청소년 건강권(임희진 외, 2021)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전략이다.
셋째, 청소년의 주체적 도박 예방 및 회복을 위한 참여 채널을 제도화하여 ‘다르게 말하기’를 실현할 수 있는 장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청소년 건강권을 보장하는 ‘청소년의 직접적 참여(임희진 외, 2021)’를 실현할 수 있는 제언이다. 선행연구에서는 교육, 수사/단속, 활동 영역의 상담 체계를 통해 청소년이 낙인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없이 도박 및 관련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을 형성할 것을 권고하였다(노희주, 조윤오, 2025). 나아가 각 분야의 전달체계상의 청소년 참여 기구를 통하여 낙인 없이 청소년 도박의 예방 및 치유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공식 창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는 청소년이 낙인 없이 청소년 도박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안전공간을 조성하여 자문기구를 공식화하고, 도박 예방정책의 수립 및 평가 단계에서 청소년의 의사결정 참여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학교는 도박 예방을 위한 학생자치회의 의제 설정 권한을 부여하고, 청소년 시설은 청소년 참여기구를 통해 청소년이 실질적으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공식적 참여 채널은 청소년이 낙인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안전망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청소년이 무분별한 불법도박 환경에 노출되어, 범죄 행위자로 문제화되는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공중 보건적 관점에서의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불법 도박에 대한 규제를 통해 청소년을 예방적으로 보호하고, 청소년의 자기통제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청소년 불법도박 시장 노출을 차단하고, 정책담론이 규제에 치우쳐 문제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술 기반의 예방적 감시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식약처 AI 기반 마약 모니터링 시스템’(차종환, 2024. 1. 12.)을 모델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도박 광고나 확산 경로에 대한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청소년 도박문제의 요인 탐색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던 선행연구와 달리, WPR 접근을 국내 청소년 정책 연구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선도 연구이다. 정책 문서, 언론보도, 학술연구를 통합한 담론분석과 Bacchi의 WPR 접근을 결합한 이 연구의 분석틀은, 청소년 정책담론을 대상으로 정책 문제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청소년 도박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예방 전략으로 전환하는 전제를 마련하고, 청소년을 정책 주체로 재위치시키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였다. 또한 대안적 관점을 모색함으로써 실천적 함의를 제시하였다. 특히 본 연구결과는 청소년 도박 예방 정책, 상담체계 개선, 미디어보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 실제 정책 실행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첫째, 본 연구는 정책 문서, 언론보도, 학술연구 등 공식 문서에 기반한 담론 분석을 위주로 진행되어, 청소년 당사자의 직접적인 인식을 포괄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즉 청소년이 지배적 담론을 어떻게 인식하며, 이러한 인식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FGI, 인터뷰 등 질적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청소년이 도박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하며 의미화하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낙인 경험, 공중보건접근에 대한 당사자 관점의 후속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표상은 시기에 따라 변화하므로, 2025년 이후의 정책 변화와 청소년 도박 담론의 구조적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후속연구를 통해 실증 근거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후속연구에서는 시기별 담론 변화의 미묘한 경계와 연속성에 대한 추가적인 심층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자료수집과 분석 과정에서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노력하였음에도, 담론 분석이라는 질적연구의 특성상, 정책담론의 해석에 있어 연구자의 주관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연구자의 청소년 도박 정책담론에 대한 후속연구가 활발히 전개되어, 폭넓은 견해를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넷째, 본 연구의 정책적 함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공중보건 모델 기반의 청소년 프로그램 개발 및 평가, 청소년 참여형 정책 수립 모델 구축,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의 효과성 검증 등에 대한 후속연구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 모델로의 환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본 연구에서 제시한 WPR 기반 정책담론 분석틀은 청소년 도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중독, SNS 도박 광고, 사행성 게임, 온라인 베팅 플랫폼 등 새로운 사회적 위험요인을 포함한 청소년 정책 전반에 확장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영역의 청소년 문제를 대상으로 정책·언론·학술 담론을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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