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f-life decisions may include matters concerning a living will, hospice care, life-sustaining treatments, and preferred funeral arrangements. Another important end-of-life decision pertains to euthanasia, which, permitted in some European countries, is also called physician-assisted suicide or aid in dying, depending on the method used for ending life. These countries have legal provisions in place that authorize the practice of euthanasia. In this article, we explore the euthanasia systems implemented in selected European countries, including the Netherlands, Switzerland, Belgium, and Spain.
생애말기 자기결정 관련 제도에는 호스피스 이용 여부, 연명의료 중단 여부, 장례의 진행 방식 및 유언 등 여러 가지 결정 사항이 포함될 수 있다. 그중 제한적인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또 다른 생애말기 결정 사항 중 하나는 바로 안락사(의사조력자살)에 대한 결정이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며, 생을 마감하는 방식에 따라 안락사, 의사조력자살, 죽음에 대한 도움 등의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안락사를 시행하는 행위를 비범죄화하는 문구를 법률에 포함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스페인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안락사 제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생애말기 자기결정권의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생애의 마지막 단계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생애말기 자기결정 관련 제도에는 호스피스, 연명의료 중단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안락사 제도를 통해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의사가 직접 생을 마감하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의사가 관련 약물을 처방하면 환자가 직접 투여하여 생을 마감하는 방식인데, 국내에서는 시행되고 있지 않은 제도이기도 하여 아직 이러한 제도를 일컫는 통일된 국문 명칭이 없다. 또한 국외에서도 국가에 따라 안락사(euthanasia),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등의 상이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 안규백 의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기존에 마련되어 있던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더하여 개정안에 조력존엄사를 도입하는 내용을 다루며 관련 제도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었으며, 당시 다양한 찬반 의견이 대립되었다. 국외에서는 현재 이러한 안락사 제도가 일부 국가에서만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안락사를 시행 중인 나라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스위스, 스페인, 캐나다, 호주, 미국(일부 주) 등이다. 국가별로 안락사 관련 제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여러 국가 중에서도 네덜란드, 벨기에 등 안락사를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는 유럽 4개국의 관련 제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명칭 통일을 위해 포괄적인 관련 제도를 일컬을 때는 안락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되 국외 사례에서는 원문을 번역한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1973년 의사였던 포스트마가 말기 증상으로 고통받던 어머니에게 모르핀을 주사하여 살해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례부터 안락사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법원은 포스트마에게 1주일 구금을 1년간 유예하는 형을 선고했고 이는 의사가 일정한 상황에서 환자의 안락사 요청에 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안락사 관련 판례가 지속적으로 있었으며, 안락사 합법화에 대한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었다(차승현 외, 2023). 1993년 네덜란드 의회에서는 의사가 말기 환자의 명시적 요구를 바탕으로 환자의 사망을 도와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지침을 채택했다(이문호, 2019). 1998년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안락사 합법화를 강하게 반대해 왔던 분위기가 바뀌어 2000년에 ‘Wet toetsing levensbeëindiging op verzoek en hulp bij zelfdoding’(요청에 의한 안락사 및 조력자살 심의 절차, 형법 및 장례 법 개정에 관한 법률)이 네덜란드 하원을 통과한 뒤 2001년 4월 상원을 통과하였다(차승현 외, 2023). 이 법률이 2002년 4월 시행되면서 네덜란드는 특정 환경에서의 안락사를 비범죄화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요청에 의한 안락사 및 조력자살 심의 절차, 형법 및 장례법 개정에 관한 법률’에서는 ‘hulp bij zelfdoding’(조력자살, assisted suicide)이라는 용어를 별도로 정의하며, 이를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방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행위”로 규정하였다. 이 법률로 인해 네덜란드의 의사는 환자에게 자발적・적극적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의사가 아닌 사람에 의해 행해지거나 의사이지만 법에 규정된 요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네덜란드 형법 제293조와 제294조에 의해 각각 처벌된다(김선택, 2018).
다음은 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주요 조건이다. 1) 의사는 환자의 요청이 자발적이고 신중하게 숙고한 것이라는 점을 확신해야 한다. 2) 의사는 환자의 고통이 참을 수 없는 것이고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3) 의사는 환자에게 그의 상태와 전망에 대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 4) 의사와 환자는 환자의 상태에 비춰 어떠한 합리적인 대안도 없다는 점을 확신해야 한다. 5) 의사는 최소한 한 명의 다른 의사와 상의해야 하는데, 그 의사는 환자를 봐야만 하고 적정한 처치 기준에 관해 서면 의견서를 제출한다. 6) 환자의 생명을 종결하거나 환자의 자살 조력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의사는 의학적으로 적정한 처치 기준에 따라 그리고 주의를 기울여 행해야 한다(김선택, 2018).
또한 이 법은 자발적・적극적 안락사를 위한 사전지시서를 허용하고 있는데, 환자가 결정 능력이 있었던 때에 사전지시서에 써 놓은 것을 바탕으로 환자의 자발적・적극적 안락사 요청을 시행할 수 있다. 이때 자발적・적극적 안락사는 환자 스스로는 사망을 초래할 행위를 할 수 없을 때 의사 등 다른 사람이 개입하여 환자를 죽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사전지시서의 적용 기준은 1) 환자의 의식이 축소된 상태에 있거나 가역적인 혼수상태에 있지만 사전지시서가 명확하게 작성되어 있고, 환자의 고통이 참을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질 경우, 2) 환자가 사전지시서를 명확하게 작성했는데 나중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거나 결정 능력을 상실한 경우이다(김선택, 2018).
네덜란드에서는 만 12세부터 조력자살 요청이 가능하고 미성년자인 만 12~16세 환자는 부모 또는 법적 후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만 17~18세 환자는 부모나 법적 후견인이 결정과 정에 포함되어 충분한 논의 후 조력자살 요청을 할 수 있다(차승현 외, 2023). 네덜란드에서의 2002년 법의 특징 중 하나는 조력자살 요청이 가능한 기준에 환자의 질병이 말기적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김선택, 2018).
의사는 자신이 시행했던 모든 조력자살 케이스를 지방검시관에게 통보해야 하며, 검시관은 보고서를 해당 지역심사위원회로 보내 검토하도록 한다. 위원회에서는 보고서 검토 후 의료 기준을 충족했는지 판단한 뒤 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검찰청과 보건 감독관에게 통지를 한다. 이후 해당 의사는 범죄 수사 및 징계 조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의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데 대해 지역의사징계위원회에서 경고, 견책, 과태료, 정지 또는 퇴출(의사면허 정지나 취소) 등의 결정이 내려질 수 있고 이에 대해 의사는 중앙의사징계위원회나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김선택, 2018).
벨기에도 현재 안락사가 시행되고 있는 유럽 국가 중 하나이며, 네덜란드와 거의 비슷한 시기인 2002년에 관련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안락사를 비범죄화한 국가가 되었다. 벨기에는 인공수정(procréations médicalement assistée, 의학보조생식), 성전환(changement de sexe des transsexuels sur dossier médical et déclaration administrativ, 진료 기록과 행정 신고에 대한 성전환) 관련 법률 등 다양한 개별 입법을 통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조력자살의 경우 의사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자신의 신체에 대한 독자적 결단이 성립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국가기관은 조력자살이 이루어진 이후에 개입하게 되는데, 이러한 개입 역시 조력자살을 요청한 자의 결정을 사후적으로 허가하기 위한 개입이 아니라 의사와 개인이 내린 결정이 법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했는지를 사후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박수곤, 2015).
벨기에는 본래 자살을 돕는 행위와 안락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안락사를 시행한 자를 살인 혐의로 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2년 하원에서 안락사 형벌을 철폐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통과와 함께 완화의료에 관한 법률과 결합되었다(차승현 외, 2023). 벨기에에서는 법적으로 미성년자도 안락사가 가능하고, 정신질환으로 인해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어 논쟁의 주제가 되기도 하였다.
벨기에의 안락사 법안인 ‘Loi relative à l’euthanasie(안락사에 관한 법률)’에서는 네덜란드와 유사하게 특정 조건에 의해서 의사 조력자살을 시행한 경우 의사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Euthanasie(안락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으며, 안락사는 제3자의 요청에 따라 의도적으로 삶을 종료하는 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벨기에에서는 법적 자격이 있는 성인, 미성년자도 안락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안락사를 요청할 때는 의식과 분별력이 있는 상태여야 할 것을 명시하였다. 또한 환자는 더 이상 가망이 없는 의학적 상황에 있으며, 완화될 수 없는 지속적이고, 견딜 수 없는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고통을 보고하는 병적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미성년자는 완화될 수 없고, 단기간에 사망에 이르는 심각하고 치료 불가능한 병리학적 상태로 인해 견딜 수 없는 신체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의학적 상황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Federale Overheidsdienst Justite, 2024).
담당 의사는 안락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하여 자신의 의사를 더 이상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서면으로 사전의향서(La declaration anticipée)를 작성할 수 있는데, 사전의향서에는 환자가 자신이 의식이 없고, 심각한 불치의 병리학적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 과학으로는 이 상태를 돌이킬 수 없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안락사를 행해 주기를 원한다는 의지를 표현할 수 있다(Federale Overheidsdienst Justite, 2024). 또한 환자는 자신의 희망사항을 주치의에게 알려 줄 ‘신뢰 대상자’를 한 명 이상 지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환자 주치의 및 진료 팀원은 신뢰 대상자로 지정될 수 없다. 환자는 언제든지 안락사와 관련된 의향을 밝힐 수 있으며, 이때 성인 두 명의 증인이 참석한 가운데 서면으로 의향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두 증인 중 적어도 한 명은 요청자의 죽음에 대해 금전적, 물질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안락사 요청은 언제든지 철회가 가능하며, 요청을 철회하게 되면 문서는 환자의 의무기록에서 삭제되고 환자 본인에게 반환된다.
담당 의사가 환자의 사전의향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하게 되면, 제4조 제2항에 규정된 환자에 대한 사실(① 환자가 심각하고 치료할 수 없는 사고 또는 병적인 상태에 시달리고 있음, ② 환자가 의식 불명의 상태임, ③ 현대의 과학으로는 이 상태를 돌이킬 수 없음)을 확인하고 해당 절차를 준수해야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안락사가 수행된 후에, 주치의는 사후 통제를 위해 ‘안락사를 위한 연방 통제 및 평가 위원회(Federal Control and Evaluation Commission for Euthanasia)’에 보고하여야 한다(Federale Overheidsdienst Justite, 2024; De Hert & Van Assche, 2024).
벨기에에서는 2002년 안락사 관련 법이 제정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학계에서는 아직 벨기에 안락사 법안과 개정안 등이 실질적이고 개념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견이 있으며, 불법 안락사 관행이 여전히 벨기에에서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미래에 안락사를 비범죄화하려는 국가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Saad, 2017).
스위스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한다고 명시한 법률은 없으며, 제3자가 직접 안락사를 시행하는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는 불법이다(Pillonel, 2022). 다만 안락사 허용을 법제화하는 대신 형법 조항의 해석을 통해 조력자살을 시행한 의사를 살인죄 또는 자살방조죄로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행위를 비범죄화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스위스의 형법 제115조에는 “이기적 동기”로 타인의 자살을 방조한 경우에만 처벌하게 되어 있으며, 조력자살 단체의 자살 조력은 처벌받지 않는다.
스위스의 유명한 조력자살 민간 단체 중 하나인 ‘디그니타스(Dignitas)’는 전 세계 100여 개국 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다. 디그니타스는 스위스 의사의 지원을 받아 불치병이나 심각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병이 있는 회원에게 조력자살(Assisted dying)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관은 2020년 말까지 약 3248명의 조력자살을 시행한 바 있으며, 조력자살 외에도 완화의료, 사전 건강 관리 계획, 자살 시도 예방 및 각국의 죽을 권리와 관련한 법 제정에 대한 자문 작업을 제공하고 있다(Dignitas, 2024). 스위스의 일부 민간 단체는 국외에서 오는 외국인들에게도 원할 경우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으며 디그니타스 역시 외국인 회원을 받고 있다. 2023년 기준 이 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한국인은 162명이며 이는 2018년 이후 한국인 회원 수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수치이다(Dignitas, 2023).
(단위: 명) | |||||||||||
---|---|---|---|---|---|---|---|---|---|---|---|
2018 | 2019 | 2020 | 2021 | 2022 | 2023 | ||||||
회원 수 | 전년 대비 증감 수준 | 회원 수 | 전년 대비 증감 수준 | 회원 수 | 전년 대비 증감 수준 | 회원 수 | 전년 대비 증감 수준 | 회원 수 | 전년 대비 증감 수준 | 회원 수 | 전년 대비 증감 수준 |
32 | - | 58 | +26 | 72 | +14 | 104 | +32 | 117 | +13 | 162 | +45 |
앞서 스위스에서는 “이기적 동기”로 타인의 자살을 방조한 경우에만 처벌받는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이타적인 행동”을 입증해야 처벌받지 않으며, 이를 증명하는 것은 또 다른 법적인 문제가 된다. 디그니타스의 창설자도 이러한 문제로 기소된 적이 있었는데, 이 단체에서는 회원들에게 비용을 받고 있던 부분이 이기적인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스위스 재판부는 이 행동에 이기적인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Swissinfo, 2018).
조력자살이 시행되고 있는 스위스에서 조력자살과 관련된 중앙 등록 기관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스위스 연방 통계청(Swiss Federal Statistical Office)에서는 2011년 이후 이러한 사망을 별도의 범주로 문서화하고 있다. 또한 스위스에서는 헬스케어 시스템 및 절차가 주(Canton)마다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있으며, 조력자살과 관련된 절차도 주마다 다를 수 있다. 2019년에 보고된 취리히의 조력자살 이후의 절차를 살펴보면, 취리히에서는 조력자살이 취리히 법의학 연구소의 법의학 의사에 의해 기록되며, 다른 일부 주에서는 공중 보건 담당자(지역 의료 담당자 등)가 이러한 절차를 수행한다. 의사의 책임에는 사망자의 신원 확인, 시신 검안의 법적 검사, 치명적 물질의 명백하고 독립적인 섭취 상황을 고려하면서 조력자살 제공 단체가 제출한 서류의 완전성과 타당성 확인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의뢰인이 자살로 사망하기를 원하는 것과 관련하여 건전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확인하게 되며, 시신에서 이상이 발견되거나 사망 경위가 의심스러운 경우 담당 검찰청(Public Prosecutor’s Office)에서 추가적으로 법의학적 조사가 수행될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의 모든 의사조력자살 사례에 법의학 전문가가 투입되는 것은 아니며, 의사조력자살의 모든 사례가 실제로 경찰에 보고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Bartsch et al., 2019).
출처: “Assisted suicide in Switzerland: An analysis of death records from Swiss institutes of forensic medicine”, Bartsch et al., 2019, Deutsches Ärzteblatt International, 116(33-34), p.546.
스페인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보다는 비교적 최근인 2021년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안락사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네 번째 유럽 국가이자 세계 여섯 번째 국가가 되었다. 스페인에서 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것은 ‘라몬 삼페드로’사건이다. 스페인 선원 삼페드로는 1968년 사고로 목을 다쳐 몸 전체가 마비되자 안락사를 주장하였는데 당시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스페인 법정과 30여 년간 법정 다툼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1998년 동료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하였고, 도움을 준 동료인 라모나 마네이로는 체포된 이후 증거 부족으로 풀려나게 되었다(Westphal et al., 2019).
2021년 스페인에서 합법화된 안락사 관련 법은 자살에 대한 의학적 지원을 비범죄화하는 내용으로 안락사가 필요한 대상과 시점, 필요사항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의사가 약물만 처방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투약하는 행위까지 허용 가능한 조력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차승현 외, 2023). 스페인에서 안락사를 요청하려면 다음과 같은 필요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1) 스페인 국적을 보유하거나 스페인 합법 거주자 및 스페인 영토에서 12개월 이상 체류 기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로, 신청 당시 합법적인 연령이어야 하고 인지 능력이 있어야 한다. 2) 완화의료 접근을 포함하여 의료 과정, 다양한 대안 및 조치 옵션에 대한 정보를 서면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3) 자발적인 안락사 요청을 서면으로 두 번 하되 첫 번째 요청 후 최소 15일이 지난 뒤 두 번째 요청을 해야 한다. 다만 사전 동의를 제공할 수 있는 요청자의 능력이 곧 상실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담당 의사는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더 짧은 기간을 수락할 수 있으며, 이에 관한 내용을 환자의 의료 기록에 남겨 두어야 한다. 4) 법에 규정된 조건에 따라 심각한 난치병을 앓고 있거나, 담당 의사의 인증을 받은 심각하고 만성적이며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을 앓고 있어야 한다. 5) 환자는 자살 도움 전 사전 동의를 제공해야 하며 이러한 동의는 환자의 의료 기록에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Congreso de los diputados, 2020). 의사가 환자의 자살을 도운 이후, 의사는 최대 5일 이내에 자치단체 또는 지방 보증평가위원회의 심의를 위해 환자 정보 및 환자의 요청 사항 등에 관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차승현 외, 2023).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스페인에서 안락사 법안이 마련되었으나 인구의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이며, 종교계에서도 기존 안락사 입법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어(Library of Congress, 2021), 안락사는 스페인 내에서도 계속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안락사 및 조력자살을 다른 국가에 비하여 먼저 허용했던 일부 유럽 국가들의 관련 제도를 살펴보았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한다’라는 표현보다 안락사를 시행한 의사의 행위를 비범죄화하는 문장을 법률에 포함하는 형태로 제도를 마련하였다. 실제로 네덜란드 정부가 안락사 제도를 설명하는데 있어 안락사와 조력자살은 형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는 문구가 가장 먼저 등장하며 이후 특정한 상황에서 의사가 수행하는 안락사 및 조력자살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Government of the Netherlands, n.d.). 스위스 역시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률 규정이 부재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유럽에서도 안락사나 조력자살이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지나치게 확대되는 관행이 제도화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문화 및 의학 윤리의 충돌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의사 조력자살이 비범죄화되어도 정신적 문제로 인한 안락사까지 합법화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과 불법적 안락사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국가의 사례를 보았을 때, 안락사를 허용한다고 해도 여전히 추가적인 법적,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Saad, 2017). <표 2>는 앞서 살펴 본 유럽 4개국의 안락사 제도에 대한 주요 특징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네덜란드 | 벨기에 | 스위스 | 스페인 | |
---|---|---|---|---|
안락사 시행 주체 | 환자에 대한 의사의 조력자살 제공이 가능함. 의사가 아니거나 의사이지만 법 규정을 어길 시 처벌됨. | 조력자살의 경우 의사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함. | 형법 조항의 해석을 통해 조력자살을 시행한 의사를 살인죄 또는 자살방조죄로 기소하지 않음. | 의사가 약물만 처방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투약하는 행위까지 허용 가능한 조력 행위로 규정함. |
안락사 시행 조건 | 환자의 자발적이고 신중한 요청, 환자의 고통이 참을 수 없고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 환자에게 상태와 전망 정보 제공, 최소한 다른 한 명의 의사와 상의 등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함. | 환자는 가망이 없는 의학적 상황에 있으며, 완화될 수 없는 지속적이고, 견딜 수 없는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고통을 보고하는 병적 상태가 있어야 함. | “이기적 동기”로 타인의 자살을 방조한 경우에는 처벌하게 되어 있음. | 국적, 서면 정보, 자발적인 안락사 요청, 질병 조건, 사전 동의와 관련된 사항 충족 필요. |
안락사 대상자 | 만 12세부터 조력자살 요청이 가능하며 만 12-16세 환자는 부모 또는 법적 후견인 동의 필요함. 환자의 기준에 말기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음. | 법적 자격이 있는 성인, 미성년자도 안락사를 요청할 수 있음. | 스위스의 일부 민간 단체에서는 국외에서 오는 외국인들도 원할 경우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음. | 법에 규정된 조건에 따라 심각한 난치병을 앓고 있거나, 담당 의사의 인증을 받은 심각하고 만성적이며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을 앓고 있어야 함. 사후 검증 |
사후 검증 | 모든 조력자살 케이스를 지방검시관에게 통보하고 검시관은 보고서를 해당 지역심사위원회에 보내 검토하도록 함. 기준 위반 발견 시 의사를 대상으로 조사함. | 국가기관의 개입은 의사와 개인이 내린 결정이 법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했는지를 사후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임. | 취리히에서는 조력자살이 취리히 법의학 연구소의 법의학 의사에 의해 기록되며, 다른 일부 주에서는 공중 보건 담당자가 이러한 절차를 수행함. | 조력자살 시행 이후 의사는 최대 5일 이내에 자치단체 또는 지방 보증평가위원회의 심의를 위해 환자 정보 및 환자의 요청 사항 등에 관한 서류를 제출함. |
출처: “의사조력자살의 합법화: 세계적 동향”, 김선택, 2018, 한국의료법학회지 제26권 제1호.; “국외 의사조력자살 입법례 고찰”, 차승현, 이봄이, 전우휘, 백수진, 2023, 생명, 윤리와 정책, 7(1), 49-83.; “Assisted suicide in Switzerland: An analysis of death records from Swiss institutes of forensic medicine”, Bartsch et al., 2019, Deutsches Ärzteblatt International, 116(33-34), pp.545-552.
이미 안락사를 도입했던 유럽 일부 국가를 살펴보면, 안락사가 허용된 이후에는 이를 다시 규제하는 법안이 마련되지 않는 흐름을 보이며, 주변 국가로도 관련 안락사 정책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안락사가 도입된 이후에는 다시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안락사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주제이며, 관련 법안도 2022년 최초로 발의된 바 있어 또다시 안락사에 관한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기를 대비하여, 계속해서 해외 제도의 최신 동향과 세부 내용, 그리고 관련 찬반 논쟁을 검토해야 하며 국내의 의료, 윤리, 법학, 환자 및 보호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2020). Proposición de Ley Orgánica de regulación de la eutanasia. https://www.congreso.es/public_oficiales/L14/CONG/BOCG/B/BOCG-14-B-46-6.PDF .
(2024). Dignitas, To live with dignity, To die with dignity. http://www.dignitas.ch/?lang=en .
(2024). Loi relative à l'euthanasie. https://www.ejustice.just.fgov.be/cgi_loi/change_lg.pl?language=fr&#x26;la=F&#x26;table_name=loi&#x26;cn=2002052837 .
(n.d.). Is euthanasia allowed?. https://www.government.nl/topics/euthanasia/is-euthanasiaallowed .
(2019). Spain: Bill on Euthanasia and Assisted Suicide Approved by Congress of Deputies, Moves to Senate for Consideration. https://www.loc.gov/item/global-legal-monitor/2021-02-09/spain-bill-on-euthanasia-and-assistedsuicide-approved-by-congress-of-deputies-moves-to-senate-for-consideration/2024.07.18 .
(2021). Wet toetsing levensbeëindiging op verzoek en hulp bij zelfdoding. https://wetten.overheid.nl/BWBR0012410/2021-10-01 .
(2018). Dignitas boss found not guilty of profiteering. https://www.swissinfo.ch/eng/society/assisted-suicide-_dignitas-founder-found-not-guilty-of-profiteering/441607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