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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여름호, 통권 37호 2026 여름호, Vol.37

독일 요양시설 모델 전환Transformation of Long-term Care (LTC) Facilities in Germany

Abstract

Germany has developed a variety of alternative residential care models to help seniors live comfortably in everyday life in family-like residential settings. Spearheaded by the German Center for Gerontology (KDA), these initiatives have introduced new approaches that address the limitations of conventional models by creating homelike environments, integrating local infrastructure, and ensuring residents’ rights to self-determination. The German government has also expanded financial support through long-term care insurance to promote innovative housing arrangements for older people. Legislation enacted in 2025 further accelerated the adoption of these alternative models. This article examines the residential long-term care models pursued in Germany, with particular attention to Bavaria’s outpatient-supported communal housing (abWG).

초록

독일은 요양시설에서 일상성을 회복하고 가족과 같은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적 모델을 개발했다. 대표적으로 독일 노인복지재단(KDA)에서는 가정적 시설 환경, 지역사회 인프라와의 결합, 시설 내 자기결정권 보장 등 기존 시설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노인 주거 모델을 제안하고, 기존 시설의 재구조화를 유도해 왔다. 이런 배경에서 독일 정부는 노인을 위한 새로운 주거 형태를 장려하기 위해 수발보험 기반 재정지원을 본격화했다. 특히 2025년 이루어진 입법은 대안적 주거 모델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글에서는 바이에른주의 외래지원공동주거(abWG) 사례를 중심으로 독일 사회가 추구하는 요양시설 모델을 검토하였다.

1. 들어가며

사회 전반에 삶의 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애 말기에 존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적절한 거주 공간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한창이다. 요양시설 입소는 지역사회에서 최대한 오래 거주하고자 하는 대부분 노인들의 의사에 반한다. 그러나 의존성이 높아진 생애 말기의 요양시설 입소는 앞으로도 현실적인 선택항으로 남아 있을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현재 한국 요양시설의 생활 조건에 대한 우려와 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유럽 사회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독일에서도 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요양시설을 더 나은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오랜 기간 이루어진 사회적 대화와 실험적 정책 시도를 바탕으로 2025년 11월에는 「요양 역량 강화 및 관료주의 해소법(Gesetz zur Stärkung der Pflegekompetenz und zur Entbürokratisierung in der Pflege)」이 연방의회에서 의결되면서 재가 요양과 시설 요양의 경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대안적 주거 모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 글에서는 독일 요양시설 모델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요양시설 정책의 방향성과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

2. 요양시설 모델의 변화

독일 노인복지재단(KDA: Kuratorium Deutsche Altershilfe)은 1990년대 초반부터 노인 요양시설 모델을 분석하고, 대안적 모델을 제안해 왔다. KDA에서 체계화한 노인 요양시설 유형은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노인 돌봄의 사회적 인식과 실천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보여 준다.

요양시설은 큰 틀에서 설립 초기에 ‘수용’의 개념에서 시작되어 1980년대 이후 ‘거주’ 패러다임으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세대와 2세대 모델이 해당되는 1980년대 이전 시기에는 요양시설이 수용과 치료를 목적으로 존재했고, 노인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간주했으며, 시설은 지역사회와 완전히 단절되어 존재했다. 1세대(1940∼1960년대) 시설 수용 개념 모델이 노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최소한의 생존만을 보장하는 수용의 논리가 지배했다면 2세대(1960∼1980년대) 병동 개념 모델에서는 노인을 수용자에서 환자로 재정의하였으며, 노화를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질환으로 간주하였다(Michell-Auli & Sowinski, 2012).

1980년대를 기점으로 노인들이 시설 공간에서도 주체적 삶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나타난다(Winter et al., 2000). 이러한 인식 전환은 제3세대 ‘주거그룹’, 제4세대 ‘가정공동체’, 제5세대 ‘지역사회의 집’ 개념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3세대에서는 노인을 ‘거주자’로 지칭하는 주거그룹 개념 아래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활성화하는 돌봄’을 시도했고, 4세대에서는 요양시설 ‘정상화 원칙’을 공간적, 관계적으로 구현하여 8∼15명의 소규모 가정공동체에서 거주자들이 공동으로 취사, 식사를 하는 등 가정적 형태의 모델을 구현했다. 4세대에서 더 진화한 5세대 모델은 지역사회 연계형 요양시설을 표방한다. 5세대는 ‘사생활, 공동생활, 사회생활’이라는 원칙을 통해 시설을 지역사회의 개방된 거점으로 전환시켰다(Michell-Auli und Sowinski,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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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KDA의 노인요양시설 유형
GSSR-37-1-127_F1.tif

출처: "Wohnen 6.0: Mehr Demokratie in der (institutionellen) Langzeitpflege", Kremer-Preiß, 2024, https://www.diakonie.at/file/download/48375/file/UKP_Wohnen6.0_Linz.pdf, p. 16.

KDA의 요양시설 유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1, 2세대는 극복해야 할 과거의 유산이지만, 3세대부터는 이전 세대의 장점을 흡수하며 확장되는 구조이다. 각 모델이 지향하는 가치가 현대 요양 정책의 서로 다른 층위를 담당하고 있다. 4세대는 시설 안에 ‘가정’을 들여와 소규모 그룹으로 운영함으로써 일상성을 회복하는 모델이며, 5세대 지역사회 통합 모델은 시설 내부의 물리적 구조를 넘어 지역사회와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1-5세대 모델이 물리적 환경 개선과 돌봄 서비스 질 향상에 초점을 두었다면(Michell-Auli & Sowinski, 2012), KDA가 2021년 발표한 6세대 모델 ‘주거 6.0(Wohnen 6.0)’은 시설 운영의 지배구조 자체를 새로운 의제로 제시한다. 주거 6.0(Wohnen 6.0)은 거주자가 능동적 주체로서 자신의 거주 공간을 직접 만들고 개선할 수 있도록 민주적 참여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참여 범위는 일상의 식사 메뉴 결정부터 시설 운영 정책, 직원 채용까지 아우른다. 이는 요양시설 운영에서 거주자를 포함한 가족, 시민사회, 전문가, 국가가 공동 의사결정 주체로서 협력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Kremer-Preiß, 2021).

이러한 요양시설 모델의 진화는 건축 설계 차원을 넘어,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 진입과 시민권 담론 확대라는 거시적 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구조적 재편이다. 높은 교육 수준과 강한 자기결정 의식을 가진 신노년층의 등장은 요양시설에 대한 사회적 기대 수준을 변화시켰으며, 이는 가정적 환경, 지역사회 연결성, 의사결정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시설 모델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3. 대안적 주거모델 개발: 외래지원공동주거

기존 요양시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존엄한 노후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과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과업에 부응하여 등장한 대안적 주거 모델은 임대 계약 형태, 임대 계약과 서비스 계약을 조합하는 형태 등 형식이 다양하지만, 공통적이고도 중요한 특징은 요양 필요자가 자신의 집과 같은 환경에서 시설 수준의 서비스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6년 1월 1일부터 「요양 역량 강화 및 관료주의 해소법(Gesetz zur Stärkung der Pflegekompetenz und zur Entbürokratisierung in der Pflege)」이 시행된 것은 이러한 주거 모델의 현실화를 더욱 앞당길 전망이다. 개정을 통해 수발보험법 내에 ‘공동주거형태’라는 새로운 지원 영역이 명문화되었고, 입소자가 시설 내에서도 시설 서비스와 외래 서비스를 유연하게 혼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 구조가 개선되었다. 이를 통해 대안적 주거 지원에 대한 재정적 기반 또한 강화되었고, 바이에른주를 포함한 각 주 정부는 이 법안을 토대로 지역사회 중심의 요양 인프라를 설계할 수 있는 더 큰 자율권을 얻게 되었다(Bundesministerium für Gesundheit, 2025).

가. 외래지원공동주거

바이에른주는 2006년 연방제 개혁으로 요양시설에 대한 입법과 관리 권한을 넘겨받은 이후 2008년 기존 연방시설법(Heimgesetz)을 대체하는 「요양주거품질법(PfleWoqG)」을 제정하고, 외래지원공동주거(abWG: Ambulant betreute Wohngemeinschaften)를 법적으로 규정하였다. 바이에른주의 「요양주거품질법(PfleWoqG)」 제2조 4항에 따르면 외래지원공동주거는 “요양 필요자에게 공동 가구에서의 생활과 외부 요양 및 지원 서비스의 유료 이용을 가능하게 하여, 최소한의 공동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주거 형태”로 정의되며, 결정권의 주체와 운영 방식에 따라 ‘자기주도형(selbstgesteuert)’과 ‘공급자주관형(trägergesteuert)’으로 구분된다.1) 자기주도형 외래지원공동주거는 거주자의 자기결정권과 의사결정 참여를 핵심 가치로 하며, 이는 앞서 검토한 KDA의 ‘주거 6.0’ 모델이 강조하는 의사결정 민주화의 방향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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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자기주도형 외래지원공동주거의 구조
GSSR-37-1-127_F2.tif

출처: "Ambulant betreute Wohngemeinschaften für Menschen mit Demenz", Schmitt & Gräßel, 2024, https://digidem-bayern.de/wp-content/uploads/2024/10/2024-10-15_digiDEM-Webinar_Nr61_Copyright.pdf, p. 13.

자기주도형 외래지원공동주거의 구조를 도식화하여 살펴보면 공동주거는 임차인(거주자) 또는 법적 대리인이 자기결정위원회(Gremium der Selbstbestimmung)를 구성하는 것으로 설립 추진이 시작된다. 이 위원회는 서비스 위탁을 맡기고, 계약과 협약을 체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역사회 시민 참여가 강조되는데, 유치원, 교회 공동체, 자원봉사자, 음악 협회 등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모든 활동과 제안을 주거공동체로 들여오는 것이 권장된다. 설립 과정에서는 운영 조정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어 자기결정위원회의 구성, 위원회에 대한 동행 및 조정, 새로운 임차인 모집 지원, 기존 운영 방안의 실행 지원, 네트워크 구축 및 홍보 업무 등을 맡는다.

「요양주거품질법(PfleWoqG)」에 근거한 자기주도형 외래지원공동주거의 성립 조건은 다섯 가지 핵심 기준으로 요약된다(Schmitt & Gräßel, 2024; Koordinationsstelle Pflege und Wohnen in Bayern, n.d.). 첫째, 소규모성(제2조 제3항 제1호)으로, 최대 12인 이하의 거주 인원을 제한하여 가정적 환경을 유지한다. 둘째, 거주자의 자기결정권(제18조)이다. 거주자 또는 법적 대리인으로 구성된 자기결정위원회가 운영에 직접 참여하여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고 일상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선택의 자유(제19조 제1항)로, 요양 서비스 업체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넷째, ‘계약의 분리’(제19조 제2항)이다. 임대차 계약과 요양 서비스 계약을 법적으로 분리하여 주거 주권을 확보한다. 다섯째, ‘운영자의 독립성’(시행령 제28조)으로, 요양, 가사 서비스 제공자는 공간 내 상주 사무실을 둘 수 없는 방문자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위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해당 주택은 행정절차를 거쳐 ‘공급자주관형 공동주거’로 분류되어 이후에는 시설 기준에 따른 점검이 수행된다. 공급자주관형 모델은 해당 요양 주거공동체의 운영자가 인력 요건, 주거 품질, 거주자 참여 및 결정권 등 다양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는 전문인력 쿼터, 산업 안전, 특수 건축 규정 등이 포함된다. 운영자의 법적 규정 준수 여부는 시설 감독 기관이 매년 점검하며, 이는 예고 없이 진행될 수 있다(Schmitt & Gräßel, 2024).2)

나. 대안적 주거 형태에 대한 재정지원

독일 정부는 수발보험법 45f조에 근거하여 기존의 시설 중심 요양과 차별화된 대안적 주거 모델을 법적·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수발보험에서 제공하는 지원에는 ‘주거그룹추가지원’, ‘초기설립지원금’, ‘주거환경개선보조금’이 있다. 주거그룹추가지원은 공동주거 거주자들이 상주 인력을 고용하여 가사 및 조직 업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액 급여이다. 1회성의 초기설립지원금도 제공한다. 초기설립지원금은 모든 수발 등급자가 신청할 수 있는 주거환경개선보조금과 별도로 신청할 수 있는 지원으로, 주거 그룹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유인책이다. 주택 내 문턱 제거, 욕실 개조 등 물리적 공사 비용을 지원하는 주거환경개선보조금은 1인당 최대 4180유로 한도인데, 공동주거의 경우 여러 명의 보조금을 합산하여 주거당 최대 1만 6720유로까지 지원이 가능하다(Koordinationsstelle Pflege und Wohnen in Bayern, n.d.).

이 외에도 공동주거 거주자는 일반 가정에서와 같이 가족이나 지인이 돌봄을 수행할 때 지급하는 ‘요양현금급여’와 ‘현물급여’를 받는다. 해당 주거 모델이 법적으로 시설요양 환경과 엄연히 구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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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공동주거에 대한 수발보험 지원
구분 내용 조건·제한사항
주거 그룹 추가 지원 – 주거공동체 내에서 가사 활동, 조직 및 관리 업무, 혹은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으로 인력을 고용하는 경우 요양 등급자는 매월 224유로(수발보험법 제38a조)를 추가 지원받음 – 요양 등급자(3~12명)가 하나의 공동주택에서 함께 거주하며, 거주자 중 최소 2명이 요양 등급 1~5단계에 해당
– 거주자들은 해당 주거지에서 시설형 요양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안 됨
초기 설립 지원금 – 새로운 요양 주거공동체를 설립하거나 배리어프리 주거 공간으로 개조하기 위해 등급자 1인당 최대 2613유로의 일회성 지원금을 제공 – 주거공동체당 최대 1만 452유로로 제한됨 (요양 등급 1~5급)
주거환경 개선 보조금 – 주거공동체 내의 공용 공간이나 개인 방을 요양에 적합하도록 개조(예: 문턱 제거, 욕실 개조 등)
– 요양 등급자(1~5급)는 개조 조치당 최대 4180유로를 지원받음
– 주거공동체당 최대 1만 6720유로로 제한됨 (요양 등급 1~5급)
기타 요양 급여 – 요양 현금 급여: 가족이나 지인이 돌봄을 수행할 때 지급
– 요양 현물 급여: 외래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급
– 일반적인 재가 요양과 같이 본인의 요양 등급에 따라 급여 청구 가능

덧붙여 개별 연방주는 요양시설 관리와 운영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서 다양한 지원 수단을 개발하였다. 바이에른주의 경우 자기주도형 외래지원공동주거 모델 확산을 위해 설립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시행하였다. 요양지원지침(WoLeRaF)에 따라 자기결정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돕는 ‘운영 조정자(Moderator)’ 고용 비용의 90%를 주 정부가 지원하는데, 조정자는 설립 추진자들의 중의를 모으고 행정적·법적 절차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Bayerisches Landesamt für Pflege, 2024; Schmitt & Gräßel, 2024). 바이에른주 외에도 브란덴부르크주는 공동 주거 형태의 신축 및 기존 건물 개조를 지원하고, 작센주는 공용 공간 조성을 위한 건물 변경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nullbarriere, n.d.). 이러한 주 정부의 지원은 수발보험 지원 외에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성격으로, 각 주의 재정 상황이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 규모가 변동될 수 있다.

4. 나가며

의존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생애 말기에 노인은 어디서 어떻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 것인가? 한 사회가 이 물음에 답하는 방식은 요양시설의 설계 원리와 운영 철학에 그대로 반영된다. 독일에서도 과거의 요양시설 모델은 노인의 일차적인 욕구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인식이 수용, 병동 개념의 요양시설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기점으로 생애 말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현대 사회는 생애 말기를 생존 연장의 단계가 아니라 권리 행사, 사회적 관계, 일상적 정상성이 지속되는 삶의 국면으로 재개념화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요양시설 공간에서 노인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이라는 인권적 가치와 돌봄의 질이라는 실천적 가치를 동시에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나아가 요양시설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공간의 일부로, 지역사회 내의 평범한 주거지로 재통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공간적 개방을 넘어 최근에는 요양시설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민주화하여 노인이 삶의 마지막까지 주체적 존재로 살아가도록 돕는 ‘주거 민주화’ 실천이 제안되고 있다.

이처럼 독일은 요양시설을 존엄하게 생의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을 토론하고 실험했으며, 최근에는 대안적 주거 형태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키고자 적절한 법적·제도적 체계를 마련하였다. 독일의 이러한 행보는 초고령사회를 맞이하여 요양시설에 대한 전환 요구가 높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며, 시설을 거주자의 주권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제도의 보완을 넘어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함의를 갖는다.

Notes

1)

바이에른주는 2008년 제정된 「요양주거품질법(PfleWoqG)」에서 처음에는 자기주도형(selbstgesteuert) 외래지원공동주거만을 규정하였으나, 실무상 발전 과정에서 공급자가 주도하는 형태의 공동주거 모델이 다수 지역에서 설립되었고, 이러한 공급자주관형 모델을 자기주도형과 법적으로 차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023년 법 개정은 공급자주관형(trägergesteuert) 개념을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주거 형태의 분류와 구분을 실용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Bayerischer Landtag, 2023).

2)

실제로 거주자나 가족이 스스로 설립하고 조직·관리하는 외래지원공동주거는 주법상 일반 요양시설, 공급자주관형 공동주거와 엄격히 구분하여 관리된다. 거주자가 스스로 운영에 참여하는 자기주도형 공동주거는 주 정부가 일반 요양시설에 적용하는 엄격한 규제(전문인력 쿼터 등)를 완화하여 대안적 주거 형태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한다. 공급자주관형 주거공동체는 주 정부가 거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까다로운 품질 기준과 감독권을 행사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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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mitt, R., & Gräßel, E. (2024). Ambulant betreute Wohngemeinschaften für Menschen mit Demenz [Webinar Nr. 61]. digiDEM Bayern, Friedrich-Alexander-Universität Erlangen-Nürnberg. https://digidem-bayern.de/wp-content/uploads/2024/10/2024-10-15_digiDEM-Webinar_Nr61_Copyright.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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