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누가 돌보는가? 누가 관심이나 있는가?
Who cares about the area? Who cares?
Choi, Young Jun1
보건사회연구, Vol.45, No.3, pp.1-3, September 2025
https://doi.org/10.15709/hswr.2025.45.3.1
보건사회연구의 인사이트 포럼은 우리 사회 보건복지 어젠다를 선도적으로 발굴하고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되어왔다. 그 전통 때문인지 본 포럼은 긴 준비 단계를 거치고, 특히 주제를 선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올해도 몇 가지의 중요한 주제가 치열하게 경쟁했고, 결과적으로 ‘지역 보건복지 인력의 미래’라는 주제가 결정되었다. 부제로 붙은 ‘누가 돌보는가’의 최초 제안은 ‘Who cares?’였다. 돌봄을 담당하는 것은 당연히 보건복지 인력일진대, 왜 ‘Who cares?’라는 질문을 우리는 던졌을까? 이 질문은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미래에 돌봄을 할 사람이 충분히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이 이슈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며 문제를 풀어갈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지역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사는 모든 작은 단위들을 포함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비수도권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그러니 지역은 누가 돌보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미래 보건복지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를 넘어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서 더 빠르게 위기를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담고 있기도 하다. 윤태호 교수님, 강혜규 박사님, 이성한 교수님의 발표와 여러 토론자분의 논의를 통해서 이러한 우려들은 이번 인사이트 포럼을 통해서 충분히 공유가 되었고, 나아가 이면에는 더욱 복잡한 몇 가지 이슈들이 있다는 것 또한 발견되었다.
먼저, 인력의 문제 뒤에는 보건복지 체계에 대한 문제가 존재한다. 의사나 요양보호사 등이 단순히 양적으로 많아진다고 현재의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어떠한 시스템을 통해서 보건복지 인력을 배치할 것이며,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공동의 목표인 ‘건강과 돌봄’을 지키고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정부 단위에서의 보건복지 인력을 계획하는 체계부터 지역에서 보건복지를 사일로(silo) 효과 없이 협력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포럼에서 제안되었던 1차의료 및 통합돌봄체계의 강화, 독일의 농촌지역의사할당제, 사회적 처방을 하는 영국의 링크워커(Link Worker)와 같은 아이디어들은 더 나은 체계에 대한 고민의 일환이었다.
또 다른 이슈는 일자리의 질이다. 물론, 의사들 역시 비수도권 지역의 일자리의 질을 비판하지만, 의사를 제외한 요양보호사와 같은 다른 인력들의 일자리 질은 더욱 심각하다. 준시장(quasi-market)으로서의 돌봄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되지 않는다. 만일 인력이 부족하면 가격이 상승해야겠지만, 돌봄시장은 그렇게 작동되지 않는다. 인력이 부족해도 재정을 고려하여 가격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돌봄 노동의 가격이 쉽게 높아질 것이라 예상되지 않는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노령화가 심화되면 청년의 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대상자 수 역시 줄어들며, 동시에 재정의 제약도 강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의 가격을 지역에만 맡겨둔다면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다. 결국 예상되는 난관과 딜레마를 뛰어넘는 혁신적이고 대안적인 아이디어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지방의 거점기관에 대한 집중적 지원과 육성이나 재가인력 운영 및 보상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 등이 더 지금부터 시도 및 실험될 필요가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가장 필요한 곳은 재정이다. 왜냐하면 재정적 문제는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난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편이며, 우리의 지출(GDP 대비 7%)은 이미 OECD 평균(9.2%)을 넘어섰다(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4). 2017년에 우리의 경상의료비와 유사한 국가들은 아일랜드(7.1%), 헝가리(6.7%), 이스라엘(7.2%) 등이었다. 하지만 2022년 우리 지출은 9.4%로 증가한 반면, 아일랜드(6.1%), 헝가리(6.7%), 이스라엘(7.3%) 등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거나 오히려 줄었다. 우리보다 높은 지출을 보이는 호주(9.8%), 덴마크(9.5%), 스웨덴(10.5%)과 같은 일부 국가들의 지출도 같은 시기 동안 줄었다. 우리의 의료 수준이 훌륭하다고 하지만, 수도권에 한정된 이야기이며, 보건복지 시스템 내 인력 간 소득의 불평등은 너무 크다. 반대로 의료비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현재 의료비 지출의 주를 차지하는 항목의 증가율이 억제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이러한 재정이 열악한 비수도권의 보건복지 환경이나 최저생활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돌봄인력에 대한 보상으로 사용이 된다면, 긍정적 변화들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의료사태에서 보듯 이러한 바람직한 방향은 상당한 정치적 및 정책적 역량을 갖추어야만 가능하며, 동시에 강자가 자신의 집단을 넘어 약자에 관심을 두어야만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아직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대안들은 더 있다. 이주노동자를 통해서 보건복지 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대안이다. 다만, 농업이나 공업에 투입되는 인력과는 달리 보건복지 인력들은 소통이 중요하며,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 인력이 온다고 해도 교육을 통해 기대하는 숙련 수준까지 이르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고려 없이 외국인력에 대한 기계적 사고와 전망은 위험하다. 또한, AI 역시 대안이다. 간단한 진료와 처방을 인간 의사가 아닌 혹은 인간 의사와 함께 공공에서 운영하는 AI 의사가 한다면 비용이나 접근성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언어모델을 넘어 인류가 곧 경험하게 될 피지컬 AI, 즉 돌봄로봇이 미래 돌봄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들 역시 기술의 문제만큼이나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단시간에 기술이 보건복지 인력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는 낙관은 위험하다. 하지만 보건과 복지의 기술이 현재의 문제를 일부나마 풀어내고, 동시에 기술로 인해서 계층 간 불평등이 강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와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의 보건복지 인력의 문제는 보건복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포럼에서도 지적되었듯이 비수도권 지역을 얼마나 살만한 곳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번 포럼이 준 ‘인사이트’는 이 주제는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 하지만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모쪼록 2035년 지역의 보건복지 인력 문제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풀려있기를 희망해본다.
2025. 9. 30.
『보건사회연구』 편집위원회 편집위원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