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경험 평가 개선과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강화를 위한 과제: 환자 대상 질적 연구 결과
Tasks for Improving the Patient Experience Assessment and Strengthening Patient-Centeredness in the Healthcare System: Results of a Qualitative Study of Patients
Yoon, Eunsil1; Song, Yeongchae2; An, Gijong3; Do, Young Kyung2*
보건사회연구, Vol.45, No.3, pp.218-240, September 2025
https://doi.org/10.15709/hswr.2025.45.3.218
알기 쉬운 요약
- 이 연구는 왜 했을까?
- 환자경험 평가는 의료기관 입원 후 퇴원한 사람들에게 “담당 의사는 귀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 주었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이용하여 조사를 수행하고 의료 기관별로 결과를 공개하는 정책이다. 환자가 직접 의료의 질 평가에 참여하고 궁극적으로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론에 따르면, 환자 경험 평가 결과의 공개는 환자경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기관의 변화를 유도하며,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자경험 평가 시행이 국내 의료 현장에서 여러 변화를 낳았다는 것은 알려져 있으나,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과 환자중심성 향상에 기여하는지, 개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환자경험 평가 개선과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강화를 위한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 연구 참여자들은 전반적으로 환자경험 평가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환자경험 평가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 경로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 방식, 결과 제시 등 여러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환자경험 평가를 넘어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개선 과제들도 다수 제시되었다.
-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 환자경험 평가 자체의 방법론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동시에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identify the current status and challenges of the selection pathway―a causal mechanism through which patient experience measurement and public reporting promote quality improvement in healthcare systems by influencing patients' choice of healthcare providers―and to identify key areas for improving the patient-centeredness in the healthcare system from the patient's perspective. Data were collected through focus group discussions and one-on-one in-depth interviews with patients, followed by thematic analysis. The analysis yielded twelve subthemes categorized under three main themes: i) perceptions and attitudes toward patient experience assessment, ii) comprehensive improvement for patient experience assessment survey systems, and iii) tasks for improving patient-centeredness in the healthcare system. Patients expressed strong support for the necessity and value of the Patient Experience Assessment, while also identifying areas of improvement to better activate the selection pathway. Furthermore, participants proposed long-term strategies for promoting a more patient-centered healthcare system, including comprehensive healthcare quality improvement, reforms in medical education, and systemic changes in the healthcare system.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directly involved patients during the early stages of implementing the Patient Experience Assessment and contributed to understanding how effectively the selection pathway operates and identifying areas for improvement.
초록
이 연구는 환자경험 평가와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연결하는 이론적 인과 기전 중 하나인 선택 경로의 현황과 개선 과제를 규명하고, 환자의 관점에서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과제를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환자 대상 초점집단토의와 일대일 심층면접을 수행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주제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환자경험 평가에 대한 인식 및 태도', '환자경험 평가의 포괄적 개선방안', '보건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과제'의 세 가지 주제로 포괄되는 12개 하위 주제가 도출되었다. 환자들은 환자경험 평가의 필요성과 가치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선택 경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다양한 개선 과제가 존재하였다. 또한 향후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장기적인 과제로서 포괄적인 의료의 질 향상, 의학교육 개선, 전반적 의료체계 개선 등이 제시되었다. 이 연구는 환자경험 평가 시행 초기 단계에서 직접 환자를 대상으로 선택 경로의 작동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과제를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Ⅰ. 서론
환자중심성(patient centeredness)이 의료체계가 달성해야 할 핵심 목표의 하나로 강조되면서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IOM, 2001; Arah et al., 2006; Valderas et al., 2024). 환자중심성이란, 개별 환자의 선호와 요구, 가치를 존중하고 이에 부응하는 치료를 제공하며, 환자의 가치에 따라 모든 임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된다(IOM, 2001). 이는 의료의 질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면서 의료체계 성과의 핵심 차원으로 간주된다(IOM, 2001; Arah et al., 2006). 환자중심성 향상 노력의 출발점으로서 강조된 것이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이다(Cleary, 2016; de Bienassis et al., 2022). 환자경험은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 전반에서 환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 모든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Wolf et al., 2014), 의료진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정보 접근성, 존엄 등과 같이 환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료서비스의 여러 측면을 포착한다(Anhang Price et al., 2014). 따라서 환자경험은 환자중심성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 노력의 일환으로 환자경험을 측정하고 있다(IOM, 2001; Arah et al., 2006; Cleary, 2016).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1차 환자경험 평가(patient experience assessment, PXA)를 시행하였고, 이후 2년마다 평가 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2024년 제4차 환자경험 평가에서는 모든 종합병원이 포함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 환자경험 평가는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중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환자 개인의 선호와 필요, 가치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았는지를 조사하는 환자경험 조사(patient experience survey) 수행, 평가 결과의 체계적 분석과 의료기관에 대한 환류(feedback), 대중적 보고(public reporting) 등 일련의 과정 전체를 포괄한다. 더 나아가 의료기관별 환자경험은 하나의 성과로서 성과연동 지불제도(pay for performance)의 요소로 포함될 수도 있다. 환자경험 평가는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해 환자경험이라는 정보의 산출과 유통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정보의 흐름(information flows)이라는 지렛대 지점(leverage point)을 통해 시스템에 개입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Meadows, 2008).
환자경험 평가를 통하여 환자경험 정보의 산출, 환류, 대중적 보고와 같은 일련의 활동을 수행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이다. 따라서 현재 시행 중인 환자경험 평가가 이러한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중요한 정책적 질문임과 동시에 학술적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의 질을 대중적으로 보고하는 이러한 정책은 변화 경로(change pathway)와 선택 경로(selection pathway)라는 두 가지 기전을 통하여 성과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Berwick et al., 2003; Contandriopoulos et al., 2014). 첫 번째 기전인 변화 경로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스템과 과정의 변화를 통해 전체적인 분포를 개선하는 기전에 해당하며, 주로 의료기관 수준에서 조직 내부의 변화를 통해 의료 제공 방식 자체를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환자경험 평가에서 이러한 기전이 실제로도 작동한다는 것은 선행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2020년 의료기관에서 환자경험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서, 환자경험 평가 시행 이후 그 전과는 달리 의료기관 내부에서 환자경험에 대한 인식과 관점의 변화, 의료 제공 절차의 변화 등 다양한 변화가 의료 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송영채 외, 2022; Hwang et al., 2022). 두 번째 기전인 선택 경로는 현재의 환자와 잠재적 환자를 포함한 인구집단 수준에서 작동하는 기전이다. 대중적으로 보고된 성과 측정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가 질이 더 좋은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전체 인구집단 분포에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결과를 산출하고, 그 결과 우수한 성과를 가진 의료기관에 더 많은 환자와 자원이 배분되도록 하는 기전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에 의한 평판과 시장 경쟁은 의료기관의 변화를 유도하는 외부적 동인으로서 선택 경로가 변화 경로에 작용하는 기전을 형성하기도 한다(Berwick et al., 2003). 선택 경로 역시 변화 경로와 함께 성과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기전 중 하나이지만, 이 기전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환자경험 평가에서 선택 경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고되는 선택 경로의 주요 장벽은 성과 정보 존재에 대한 낮은 인지도, 낮은 정보 접근성, 환자가 필요로 하는 적절한 정보의 부재, 건강정보 이해능력(health literacy), 불명확한 정보 제시 방식, 성과 정보에 대한 낮은 신뢰 등이다 (Berwick et al., 2003; Victoor et al., 2012; Hibbard et al., 2003; Metcalfe et al., 2018). 이러한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 선택 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려우며, 이에 따라 의료의 질 정보를 대중적으로 공개하는 정책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환자경험 평가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환자경험 평가 영역에서 환자들이 공개된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고 있는지를 탐색한 연구는 거의 없다. 의료 질 정보의 대중적 보고가 환자 및 인구집단 수준의 변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서 환자의 인식과 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환자경험 평가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관점을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환자경험 평가 도입의 궁극적인 목적인 환자중심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환자중심성은 환자의 선호와 요구, 가치로부터 형성되는 개념이므로, 환자는 현재 의료체계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가장 잘 보고할 수 있는 정보원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환자경험 평가와 더불어 의료체계 전반에 관한 환자의 인식을 파악하는 것은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 노력에서 중요한 단계가 된다.
이 연구는 환자경험 평가 도입이 환자중심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작동기전과 그 한계를 이해하고,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연구는 환자 관점에 주목한다. 먼저 환자경험 평가 정보의 대중적 보고가 의료체계 수준에서의 환자중심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한, 환자 및 인구집단 측 기전인 선택 경로의 작동에 장벽이 되는 요인을 파악함과 동시에, 환자경험 평가가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가 개선될 필요가 있을지를 환자의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 작업은, 또다른 하나의 경로인 변화 경로에 초점을 맞추어 의료기관 내부를 조명한 기존 연구(송영채 외, 2022)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있다. 다음으로는 환자 경험 평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나 환자경험 평가의 개선으로 환원하기는 어려운,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포괄적인 과제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는 환자경험 평가라는 하나의 정책 수단 렌즈를 통해서만 환자중심성을 바라보는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의미와 함께,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이라는 목적으로부터 출발함으로써 환자경험 평가라는 정책 수단에 적절한 위상을 부여하고 관련 정책 과제를 환자의 관점으로부터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정책적 의미가 있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및 연구 참여자 선정
이 연구는 두 가지의 질적 연구 접근법을 활용하여 포괄적이면서도 심층적인 정보를 얻고자 하였다(Ritchie et al., 2013; O’Reilly et al., 2021). 첫 번째는 초점집단토의(focus group discussion, FGD)이다(Krueger & Casey, 2009). 초점집단토의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참여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내용이 드러나도록 유도하는 질적 연구 방법이다. 환자경험 평가와 의료체계 전반에 관한 환자의 관점을 넓은 범위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두 번째는 일대일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이다. 일대일 심층면접에서는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환자경험 평가를 조명하여 심층적인 통찰을 얻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모집단 정의, 표본 크기 및 참여자 선정기준 결정, 표집 전략 수립, 대상자 모집 등의 절차를 거쳐 수행되었다(Ritchie et al., 2013). 먼저, 모집단은 환자경험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잠재적 대상자로서 이 연구의 주제에 관해 그들의 태도, 견해, 경험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자였다. 환자경험 평가 대상자가 되는 기준에 따라 “1일 이상 입원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성인”을 목표 모집단으로 정의하였다.
표본 크기는 연구의 목적과 사용가능한 자원의 한계를 균형 있게 고려하여 결정되었다. 초점집단토의의 참여자 선정기준은 (1) ‘암으로 인해 입원한 경험이 있는 자’, (2) ‘암이 아닌 기타 질환으로 인해 입원한 경험이 있는 자’였다. 암 환자는 진단 초기부터 예후 예측, 치료 결정 등의 전반적 과정에서 진단의 충격, 복잡한 정보의 이해, 여러 의료전문가와의 소통, 불확실성 대처 등 환자중심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경험을 반복적으로 겪게 된다(Epstein & Street, 2007). 이러한 특수성은 암 환자가 환자중심성 측면에 대한 문제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집단임을 시사한다. 일반 환자 집단과 상이한 태도, 인식, 경험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암으로 인해 입원한 경험이 있는 집단(Group A)과 암을 제외한 기타 질환으로 입원한 경험이 있는 집단(Group B)으로 구분하였다. 일대일 심층면접의 참여자 선정기준은 ‘환자단체 활동가(Group C)’였다. 환자단체 활동가는 환자로서의 개인적인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유사한 경험이 있는 환자와 의사소통할 기회와 경험이 많고, 다양한 환자 권익 향상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일반 환자에 비해 보건의료제도 및 정책 등에 대한 지식의 범위와 이해 수준, 관심도가 높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정보와 맥락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우선 대상자로 고려되었다.
표집 전략은 질적 연구 표본에서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방법인 의도적 표집(purposive sampling) 방법을 사용하였다(Ritchie et al., 2013). 연구 맥락에 부합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표본을 효율적으로 모집하기 위해 네트워크 표집(network sampling)이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먼저 목표 모집단과 연결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연구의 배경 및 목적을 상세히 설명한 후, 참여자 모집 협조를 요청하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참여자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잠재적 참여자에게 연락하였고, 연구 참여 의사를 밝힌 경우에 한해 해당 대상자를 연구자와 연결하였다. 연구자는 각 참여자에게 연구의 배경과 목적, 내용을 구두로 상세히 설명하였으며, 연구 참여 동의를 받았다. 또한 연구 시작 전 모든 대상자들에게 다시 한 번 연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한 후 연구 참여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았다. 최종 연구 참여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표 1).
표 1
연구 참여자 특성
| 연구 방법 | 참여자 선정기준 | 참여자 구분 | 연령대 | 성별 |
|---|---|---|---|---|
| 초점집단토의 | A. 암으로 인해 입원한 경험이 있는 자 | A-1 | 40대 | 여 |
| A-2 | 50대 | 남 | ||
| A-3 | 40대 | 여 | ||
| A-4 | 20대 | 여 | ||
| A-5 | 50대 | 여 | ||
| B. 암이 아닌 기타 질환으로 인해 입원한 경험이 있는 자 | B-1 | 50대 | 남 | |
| B-2 | 50대 | 남 | ||
| B-3 | 50대 | 여 | ||
| B-4 | 50대 | 남 | ||
| B-5 | 40대 | 여 | ||
| 일대일 심층면접 | C. 환자단체 활동가 | C-1 | 40대 | 여 |
| C-2 | 40대 | 여 | ||
| C-3 | 40대 | 여 | ||
| C-4 | 40대 | 여 | ||
| C-5 | 40대 | 남 | ||
| C-6 | 40대 | 남 |
2. 자료 수집 방법 및 절차
초점집단토의와 일대일 심층면접은 주요 질문으로 구성된 반구조화된 개방형 질문지를 사용하여 진행되었다. 주요 질문은 ① 환자경험 평가를 접한 경험, ② 환자경험 평가에 대한 전반적 인식, ③ 전반적 입원 경험, ④의료의 질과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및 제도에 대한 제언이었다. 진행자는 이와 같이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질문으로 논의를 시작한 후 진행상황에 따라 연결되는 세부 질문을 던져 풍부한 논의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환자경험 평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연구 참여자도 있을 수 있으며(특히 Group A와 Group B), 인지하더라도 조사의 내용과 형식, 대중적 보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있기는 어려우므로, 조사 설문지, 조사 체계에 대한 요약 자료, 평가 결과의 대중적 보고를 다룬 언론 보도가 추가적인 자료로 사전 제시되었다. 초점집단토의는 2시간 내외로 진행되었고, 일대일 심층면접은 1시간 30분 내외로 진행되었다. 모든 논의 내용은 향후 분석을 위해 녹음 및 전사되었다. 자료 수집은 2020년 8월 6일부터 28일까지 총 23일 동안 진행되었다.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 수행되었다(IRB No.C-2006-213-1138).
3. 분석 방법
전사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Braun & Clarke (2006)가 제시한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수행하였다(Braun & Clarke, 2006). 주제 분석은 질적 연구에서 널리 수행되는 분석 방법 중 하나로, 전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중요한 주제나 패턴을 식별하여 관심 주제에 관한 포괄적인 이해와 통찰을 얻기 위한 체계적 접근방법이다. ① 자료에 익숙해지기, ② 초기 코드 생성, ③ 주제 탐색, ④ 주제 검토, ⑤ 주제 정의 및 명명(defining and naming themes), ⑥ 최종 분석 및 보고서 생성의 절차를 거쳐 수행되었다. 1단계로, 연구자들은 전체 자료에 익숙해질 때까지 녹음 자료를 청취하고 전사된 텍스트를 읽는 과정을 반복하여 수행하였다. 2단계로, 전사된 텍스트를 검토하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되는 발언을 식별하고 이를 별도로 코딩하였다. 3단계에서는 코딩된 텍스트를 다시 검토하며 유사한 내용을 가진 발언을 모아 별도의 범주로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잠재적 주제를 도출하였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주제를 식별하고, 유사한 주제를 모아 상위 주제로 범주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4단계에서는 각각의 주제와 코딩된 텍스트가 주제를 적절히 대표하는 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도출된 주제가 전체 자료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생각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수행되었다. 5단계에서는 최종적으로 도출된 주제의 개념과 내용에 맞게 명확한 정의를 생성하고 이를 명명하는 단계였다. 마지막 6단계에서는 분석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체 결과를 논리적으로 구성하고자 하였다.
초점집단토의와 일대일 심층면접 자료의 분석은 순차적 접근방식을 거쳤다. 먼저, 더 넓은 범위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되는 초점집단토의 자료를 귀납적으로 분석하여 중요한 주제와 메시지를 식별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일대일 심층면접 자료를 연역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초점집단토의에서 드러난 핵심 주제와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집단 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차이가 있다면 이를 식별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초점집단토의와 일대일 심층면접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비교하여 전반적인 현상을 포괄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연구의 타당도 확보를 위해 자료 분석의 모든 과정은 질적 연구 분석 경험이 있는 연구자 2인이 독립적으로 시행하였으며, 두 연구자의 결과를 비교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두 연구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초기 분석에 참여하지 않은 공동 연구자의 피드백을 받아 추가적인 논의를 수행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종 결과를 도출하였다.
Ⅲ. 연구 결과
자료에 기초한 주제 분석의 결과, 3개의 주제와 12개의 하위 주제가 도출되었다(표 2).
표 2
주제 분석 결과
| 주제 및 하위 주제 | 의미단위 |
|---|---|
| 1. 환자경험 평가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및 태도 | |
| 1-1. 긍정적 반응 | 환자경험 평가 시행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지지 |
| 객관적 의료기관 평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좋음 | |
| 평가 시행 후 환자중심성 개념과 가치가 널리 인식되었다고 느낌 | |
| 의료진과 병원의 행태 변화를 체감함 | |
| 환자중심 의료문화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됨 | |
| 1-2. 우려와 회의 | 평가에 대한 체감 인지도 낮음 |
| 참여 접근성이 낮음(조사대상 범위 작음, 전화조사 참여 어려움) | |
| 2. 환자경험 평가의 포괄적 개선방안 | |
| 2-1. 환자경험 평가 대상 확대 및 영역 확장 | 규모가 비교적 작은 기관에서도 평가가 되기를 원함 |
| 외래 등 평가 대상이 되는 임상영역이 확장되기를 원함 | |
| 2-2. 환자경험 평가 도구 검토 및 개선 |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 문항이 있음 |
| 환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측면이 측정되지 못함 | |
| 2-3. 자료 수집 방법 및 과정 개선 | 모바일 조사로의 전환이 필요함 |
| 조사 주기 및 시기가 적절한지 검토 필요함 | |
| 개인정보보안에 대한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음 | |
| 2-4. 평가 결과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점수 공개방식 개선 | 직관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결과가 제시되기를 원함 |
| 세부 결과 비교 용이한 방식으로 결과가 공개되길 원함 | |
| 2-5. 환자경험 평가 결과에 따른 진료비 차등지급 | 긍정적: 노력한 기관에 적절한 보상과 지원 필요함 |
| 부정적: 환자중심성 본질적 가치 훼손 우려, 기관 간 불평등 심화됨 | |
| 중립적: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함 | |
| 3.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과제 | |
| 3-1. 의료의 기술적 질(technical quality) 상향평준화 | 부정적 경험으로 인한 지역의료에 대한 신뢰가 낮아짐 |
| 환자의 관점에서 의료기관 간 자원 및 의료의 질 격차를 느낌 | |
| 3-2. 대인적 질(interpersonal quality) 개선 | 불충분한 설명, 정보 전달이 부족했던 경험이 있음 |
| 의료진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시간이 부족함 | |
| 의사소통 과정에서 정서적 지지를 해주기를 원함 | |
| 배려, 존중,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음 | |
| 3-3. 편의성(amenity) 차원의 질 제고 | 경제적 상황,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병실배정에 대한 불만 |
| 병원 안내시설 및 절차 안내 미흡하여 불편하였던 경험이 있음 | |
| 회진시간이나 일정 안내가 미흡하여 불편하였던 경험이 있음 | |
| 3-4. 의학 교육 과정에서 환자중심성 개념과 가치 강조 | 의료진의 의사소통 기술 역량이 향상되었으면 좋겠음 |
| 환자 존엄성 및 환자중심성 등 윤리적 측면 교육이 필요함 | |
| 3-5.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반적 의료체계 개선 | 짧은 진료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의사소통이 어려움 |
| 인력 부족으로 인한 환자-의료진간 상호작용 질 저하 문제가 존재함 |
1. 환자경험 평가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및 태도
가. 긍정적 반응
대체로 모든 참여자가 환자경험 평가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였으며, 시행 그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 참여자들은 환자경험 평가의 시행으로 의료진들이 환자경험의 개념과 가치를 인식하고 행동을 변화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한 경우도 있다고 보고하였다. 일례로, 한 대상자는 환자경험 평가 시행 이후 회진일정 안내 시스템이 환자의 입장에서 더 편하고 용이한 방식으로 변경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치매 질환으로 잠깐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아드님한테 회진 시간이 몇 시부터 몇 시입니다 문자로 오더래요. 그걸 자기가 직접 경험해보니까 너무 편하고 좋더라. 그 얘기를 회의 때 와서 해 주시는데.” (참여자 C-2)
참여자들은 환자경험 평가 시행이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환자경험 평가에서 다루는 항목들을 살펴보게 되면서 환자가 어떤 측면을 필요로 할 수 있는지, 또한 그것을 합리적으로 요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우려와 회의
환자경험 평가 수행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동시에 일부 참여자들은 우려와 회의를 나타내었다. 먼저 체감 인지도가 낮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환자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참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환자경험 평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거나, 들어본 적이 있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하였다.
“저희 개별 단체에서는 이 평가 항목을, 심평원 전화를 받거나 이래 본 적이 있다고 알려주신 분이 한 분도 안 계셨어요. 저는 사실 이걸 언제 한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하는지 몰랐고, 이 결과가 발표 나고 나서 했구나, 알았거든요.” (참여자 C-2)
조사 접근성이 낮은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환자경험 평가의 대상이 되는 입원환자의 비율이 전체 입원환자의 규모에 비해 너무 작다는 점, 대상자로 선정이 되더라도 전화조사 방식의 특성으로 인해 응답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지적되었다.
2. 환자경험 평가의 포괄적 개선방안
가. 환자경험 평가 대상 확대 및 영역 확장
참여자들은 환자경험 평가의 대상으로 더 많은 의료기관을 포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오히려 현재 환자경험 평가의 대상 의료기관(연구 시점 직전 2019년 2차 환자경험 평가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대상)보다 병상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이 의료의 질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러한 기관을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다만,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은 인력이나 자원 측면에서 대응 역량의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점진적인 확대가 이루어지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보았다.
“환자경험 평가가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관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걸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의료진도 모든 의원 동네의원까지도 진행된다고 하면 전반적으로 달라질 것 같고요.” (참여자 C-1)
“그 전에 사람이 쓰던 부산물 솜 그것도 그냥 있더라고요. 이런 평가를 그런 병원까지 다 해야지 개선이 되지. (...) 하급병원도 이런 걸 해서 평가를 내려서 개선시켜줘야 되지 않나, 생각하거든요.” (참여자 B-2)
“경증질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만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그 대상 질환자들만 의료의 질이나 서비스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아래쪽에 1차, 2차 의료기관에 도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자 C-4)
“저희 환자 입장에서는 확대를 해 주면 더 좋죠. (...) 병원 입장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소규모의 병원이고 말 그대로 치료하는 것 자체만으로 급급하게 인력이 적은데 사실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력이 터무니없는 병원에 이걸 확대하는 건 사실 어렵고요. 그러니까 상황을 봐 가면서 전반적으로 개선이 되어야겠죠.” (참여자 C-2)
평가 영역도 전체 의료 영역으로 확대되기를 원한다고 말하였다. 현재는 급성기 입원의료만을 평가 영역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환자경험 평가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외래는 물론이고 요양병원을 포함한 모든 진료 영역을 포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나. 환자경험 평가 도구 검토 및 개선
환자경험 평가 도구를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첫 번째는 문항 이해의 어려움과 관련된 것으로, 이는 특히 ‘병원 환경’ 관련 항목에서 두드러졌다. 현행 환자경험 평가에서는 낙상 위험 방지 시설 여부나 의료 폐기물 처리 상태 등 환자가 인식하는 병원 환경이 얼마나 안전하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병원 환경이 안전하였습니까?”라고 질문한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이 문항이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했다. 두 번째는 현재의 평가 도구만으로는 완전히 포착되기 어려운 환자중심성 측면이 있기 때문이었다. 참여자들은 하위 문항 추가 등의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도출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 남아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자료 수집 방법 및 과정 개선
환자경험 평가의 효용성 향상을 위해 현재의 자료 수집 방법 및 과정에서 개선되어야 할 다양한 사항들이 논의 과정에서 드러났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조사방법(mode) 변화의 필요성이었다. 연구 진행 시점까지 환자 경험 평가는 전화조사 방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참여자들은 이러한 조사 방식이 조사 참여율과 협조율을 낮추는 원인이라고 말하였다. 응답 편의성이나 디지털 친화적인 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여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온라인 기반 조사가 정확한 응답을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또한 위와 같이 조사방법이 온라인 기반 조사로 변화하는 경우 더 많은 응답을 짧은 시간 내에 수집할 수 있으므로 조사 목표 표본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조사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 또한 확보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수를 30만이나 50만까지 늘리는 게 실제로 우리들 환자들의 상황을 조금 더 점수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데에 영향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여자 A-2)
타당도 높은 결과를 얻기 위해 조사 시점 및 주기 변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퇴원 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기억 소실로 인해 응답 정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가능한 퇴원 직후 시의적절하게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 시점이나 주기를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자기가 며칠 전에 퇴원하신 분이 아니면 내가 병원에서 어떠한 대접을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 하세요. 내 치료하는 게 너무 바쁘기 때문에. (...) 막 퇴원하신 분들이나 이런 분들한테 빨리 접근해서 받는다면 이러이러한 게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라고 되게 현실적으로 답을 해 주실 것 같아요.” (참여자 C-2)
또한 조사 참여와 협조율을 높이기 위해 자료 수집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및 설문결과의 비밀유지를 철저히 보장하고, 이러한 내용이 더 적극적으로 홍보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이익 가능성이 환자의 입장에서 평가 참여를 가장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기 때문이었다.
라. 평가 결과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점수 공개방식 개선
환자경험 평가 결과를 환자의 입장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특히 많이 언급된 사항은 환자경험 평가 점수 공개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참여자들은 현재의 결과 공개 방식으로는 평가 결과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였다. 또한 현재 제공되는 정보만으로는 여러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비교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평가 결과 정보를 의료기관 선택에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부 참여자들이 제안한 것은 등급화 점수였다. 사전에 일정한 질적 목표를 규정해두고, 이에 따라 등급화된 점수를 공개한다면 환자가 의료기관의 질적 수준을 쉽게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 선택 시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마. 환자경험 평가 결과에 따른 진료비 차등지급
환자경험 평가 시행이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환자경험 성과에 따라 진료비를 차등지급하는 방안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참여자에 따라 의견의 차이가 있었으며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참여자들이 찬성하는 이유는 환자경험 개선을 위해 노력한 기관에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러한 재정적 인센티브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환자경험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자원을 배분하여 인력이나 시설 등에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았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저희 단체는 병원 인력도 충분해야 되고, 일하는 사람들의 보상이나 대우도 적절하고 충분해야 순환적으로 그 효과는, 환자들에게 안전해지고, 환자가 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거 제대로 하고 거기에 대한 감시와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되는거지. 우리가 이런 병원이나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에 우리가 투자하고” (참여자 C-1)
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참여자들은 의료의 가치를 단순히 비용으로 평가하고 보상하게 되면 ‘환자중심성’이라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현했다. 이와 더불어 의료기관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자원이 부족하고 재정적 여건이 좋지 않은 의료기관은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데, 이미 좋은 성과를 내는 기관에만 보상이 이루어지면 장기적으로 의료서비스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3.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과제
가. 의료의 기술적 질(technical quality) 상향평준화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과제에 관하여 의견을 요청받았을 때 참여자들은 다양한 부정적인 경험을 언급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자신들이 직접 겪은 과잉진료나 과소진료, 위험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자꾸 수술을 권하는 거예요. 수술해야 되나보다. 못 걷게 되나보다, 엄청 두렵더라고요. (...) 이번에는 병원 아니고 정형외과 의원이에요. 상황을 말씀드리고 가지고 온 MRI 자료를 다 보더니 내 나이에 성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증상이 있고, 이건 약물 치료하고 가서 물리치료 하고, 심하면 도수치료 하고 그러다보면 낫는 거라고. (...)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거기에서 3주 치료받고 나니까 멀쩡한 거예요. 지금까지.” (참여자 A-5)
“필름을 봤는데. 음 이거 별 거 아니야 이러시는 거예요. 저희 엄마는 사망선고 받았는데. 옆에 계신 남자 젊은 선생님한테 그 선생님한테 선생님, 교수님 필름이 거꾸로 됐습니다. 제가 그걸 들었어요. 필름이 뒤집혔어요. 그래? 음, 이거야? 뒤집으셔야 됩니다. 아, 이거구나.” (참여자 A-5)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 경험은 거주하는 지역 내 의료기관을 신뢰하기 어렵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방문하거나, 다른 환자들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얻어진 ‘입소문이 좋은’ 의료기관 또는 해당 질환에서 유명한 권위자로 알려진 의사를 찾고, 같은 질환이더라도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단받고 검사해볼 수밖에 없다고 말하였다. 환자 입장에서 이러한 전략은 제한된 정보라는 현실적 제약에서 자신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 유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합리적인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환자 쏠림’ 등의 문제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의 기술적 질이 상향평준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나. 대인적 질(interpersonal quality) 개선
참여자들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대인적 질(interpersonal quality)의 향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본인들의 입원 및 외래 경험을 공유하며 환자와 의료진 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개선되기를 원하는 다양한 사항들을 보고하였다. 특히 참여자들이 일관되게 보고한 부정적 경험 중 하나는 진료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진료 과정에서 현재의 건강 상태나 향후의 치료계획, 입원 중이나 퇴원 후 주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음에도,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답변을 얻지 못해 막연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중증이면서 예후의 불확실성이 큰 암 환자 집단일수록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몸에 암세포가 어느 정도 있고 어디 부위에 있고 혹시 놓친 건 아닌가. 얘기 안 해 주는 것들은 정말 괜찮은 건가. 아니면 더 심각한데 얘기를 안 해주는 건가. 항상 그런 부분들이 궁금증으로 남은 거죠.” (참여자 C-3)
“환자가 얘기하는 거는 불안하기 때문에 얘기하는 건데. (...) 위안이 될 수 있고 좀 안정적인 얘기를 해 줘야 하는 데 너무 성의 없게 괜찮아요, 하니까. (…) 뭔가 호소했을 때. 아까도 시각차가 그런 거죠.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의료진들은 그 부분이 중요하지 않은. 이 시각차를 조금 환자 눈높이에서 맞춰주면 좋을 거 같은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참여자 C-3)
환자의 관점에서 ‘충분한 설명’이란 객관적 정보 전달과 함께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여 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환자들은 현재의 건강상태, 치료 과정 및 결과 등에 대해 계량적 수치와 같은 기술적 정보만을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환자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설명하여 주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자신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이나 스스로의 삶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하였다.
“환자들한테 약을 선택할 때 1, 2, 3, 4 번 있는데 뭘 선택하시겠느냐? 다 똑같다 이렇게 설명하시면 환자가 뭘 알고 하겠어요. 사실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제비뽑기 뽑듯이 할 수는 없잖아요. 약간 부연 설명을 해 주시든가 정보를 주셔야 되는데 그냥 1, 2, 3, 4 있으니까 고민해 보시고 다음 진료 때 합시다, 이런 식.” (참여자 C-3)
“보통 치료하는 과의 선생님들은 중요도가 암 크기. 환자는 암 외에 내 몸의 전체적인 게 다 궁금한 거죠. 하다못해 여행을 가도 되는지, 비행기를 타도 되는지. 생활 전반이 궁금하잖아요. 다음 약제를. 지금 이 약을 쓰고 있지만 그 다음 약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 약을 바꿀 때 이런 약을 썼을 때는 (어떤 상황이 일어날 것인지) 이런 여러 가지.” (참여자 C-3)
참여자들은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의 원인이 의사 주도 하에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진료문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환자를 중요한 의사결정 주체로 존중하지 않는 일부 의료진들의 태도로 인해 소통의 장벽이 있고, 의사결정 과정으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였다.
“내가 치료 정보가 없고 잘 모르겠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주눅이 들어서 여전히 의사와 환자는 거의 주종관계로 가요. 병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그렇고 의사와 환자 주종 관계도 그렇고.” (참여자 C-2)
의사와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 기회와 시간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현하였다. 진료 과정에서 궁금하고 불안한 점이 많아 의사에게 질문하고 싶어도, 의사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궁금한 점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하였다.
“나에 대한 얘기를 해 주고 내가 뭔가 나한테 직접 질문해 주고 내가 또 질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고 있다가 의사 몇 분만 얘기하고 휙 나가면 이게 뭐지? 돼 버리는 거예요.” (참여자 C-2)
“외래 갈 때 저희가 의사를 만나는 시간이 대기하고 만나는 시간이 1분 정도 만나잖아요. 30초에서 1분 정도. 공장에서 찍어 내듯이 그렇게 만나는 것보다는 사실 지금 치료 중이지 않지만 추적 관찰 중일 때에도 물어볼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그런 질문을 자르고 30초만 보고 나오는 게 항상 불안감을 갖고 있는 거 같아요. 건강에 대한 불안감.” (참여자 B-5)
참여자들이 의료진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개선되길 바란다고 보고한 또 다른 사항은 ‘정서적 지지’였다. 참여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불안이나 우울, 낙담, 무력감, 막막함 등의 감정을 고려해주길 원한다고 말하였다. 즉,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치료를 제공하여주길 원하였다. 이러한 의견은 암과 같이 중증도가 높고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질환을 겪은 집단에서 두드러졌다.
“진단 받고 나서 많이 느끼셨겠지만 심리적으로 위축이 많이 되잖아요. 옥상에 올라가서 땅 바닥 보면 뛰어 내리고 싶고. 그렇게 안정적으로 가고 심리적으로 먼저 치료해 주는 게. 신체적인 치료로 갈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합니다.” (참여자 B-1)
“너 안 돼, 안 돼. 치료 성적이 안 좋고. 무조건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예를 들어서 프로테이지로 동기는 재발률이 높다. 100명이 치료 성적이 높더라도 1%가 당신이 될 수 있다, 그런 희망적인 말을 해 주셨으면 제가 희망을 갖고. 엄청 울었거든요. 애기들도 어렸고. 무조건 저는 6개월 밖에 못 산다 그런 식으로 얘기 하니까. 그때 낙심했었어요.” (참여자 B-3)
또한 참여자들은 반말이나 무시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받았던 비인격적 대우 경험을 호소하며,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이 환자를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존중해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 편의성(amenity) 차원의 질 제고
참여자들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물리적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하나의 예로서, 환자의 특성, 경제 상황, 건강상태, 프라이버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실 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입원기간 동안 안심하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하였다.
“저희가 다인실 써야 되면 전혀 구분 없이 써야 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환자별로 다 같이 묶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은 아는데 약간의 분류가 있으면 좋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는 어쨌든 폐렴하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환자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진단이거든요. 폐렴환자들은 호흡기 치료해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본인들이 큰 질환으로 생각을 하세요. (...) 진단을 받았는데 감염될 수 있는 환자들과 같이 입원한다는 게 어려움이 있고” (참여자 C-4)
그 외에도, 병원 안내 시설 및 절차 부족, 회진 알림 시스템 미비 등의 문제 또한 참여자들이 보고하는 주요 불편사항이었다.
라. 의학 교육 과정에서 환자중심성 개념과 가치 강조
참여자들은 충분하지 못한 설명, 소통 부족,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환자 소외, 비인격적 대우와 같은 문제가 환자를 사람이 아닌 ‘질병’이라는 객체로 인식하고 대상화하는 의료진의 태도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의학 교육 과정에서 환자의 삶과 감정,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하였다. 참여자들은 질병 치료에 집중된 교육을 받는 현실 속에서 의학적 지식과 기술은 점차 발전할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 환자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환자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정서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의학 교육 과정에서 환자중심성의 개념과 가치가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마.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반적 의료체계 개선
참여자들은 환자와 의료진 간 불충분한 의사소통이 의료인력 부족이나 짧은 진료시간과 같은 구조적 제약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인식하였다. 의료진이 다수의 환자를 짧은 시간 내에 진료하고 돌보아야 하는 구조적 상황에 서 의료진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충분한 시간 동안 소통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았다. 전반적인 의료체계 개선을 통해 적정 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충분한 시간 동안 환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환자경험과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환자 대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요. 서비스가 어쩔 수 없이, 질이 떨어진다고 봐요. (…) 간호사가 환자 한 사람 한 사람 케어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참여자 B-3)
“병원의 서비스적인 면들. 그런 건 좋아졌지만 병원에서 진료하면서 여러 가지 불만은 여전하거든요. 그런 것들은 전혀 바뀌지 않았어요. 기본적인 의료시스템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짧은 진료실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보호자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담을 수가 없잖아요. 그게 불만이죠. 짧은 진료시간” (참여자 C-3)
상호작용의 질적 측면에서도 이러한 제약조건이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의료진의 업무량과 강도가 과중하면 신체적이고 감정적인 피로가 높아지므로 환자에게 공감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였다. 따라서 양질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적정 의료 인력이 확보되고 근무환경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Ⅳ. 논의 및 결론
이 연구는 (1) 환자경험 평가가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이라는 목표로 이어지는 이론적 경로 중 하나인 선택 경로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의 상황을 가늠하고 그 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규명하는 것, (2)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환자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 이 두 가지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초점집단과 일대일 심층면접을 통해 수집한 자료에 주제 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12개의 하위 주제와 세 개 주제를 도출하였는데, 세 개의 주제 중 1. 환자경험 평가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및 태도와 2. 환자경험 평가의 포괄적 개선방안은 연구 목적 (1)에 대체로 포개지고, 3.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과제는 연구 목적 (2)에 해당한다. 아래에서는 두 가지 연구 목적을 기본 축으로 설정하고 주제와 하위 주제를 재료로 삼아 정책적 함의를 논의하고자 한다.
연구 목적 (1)은 환자경험 평가가 선택 경로를 통해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에 인과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 그리고 그 경로의 확률적 인과성(probabilistic causality)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에서 도출된 주제 1과 주제 2를 종합해 볼 때, 시행 초기인 2020년 당시 시점에서 선택 경로를 통해 환자경험 평가가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대체로 환자경험 평가의 필요성에 적극 동의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 데, 그 주된 이유는 환자경험 평가 시행으로 의료진의 행동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결과는, 변화 경로에 대한 기존 연구(송영채 외, 2022)에서 밝힌 바와 같이 환자경험 평가 시행이 의료기관 내부에서는 중요한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였다는 점과도 관련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구집단 수준에서 볼 때, 대중적으로 보고된 환자경험 평가 결과에 따라 환자들 스스로가 의료기관을 선택한다는 선택 경로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주제 1-2. 우려와 회의, 그리고 주제 2. 환자경험 평가의 포괄적 개선방안으로 도출된 다섯 개의 하위주제들은 환자경험 평가 시행 초기 단계에서 선택 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 적지 않은 장벽이 있음을 시사한다. 하위 주제 1-2. 우려와 회의에서 거론된 주요 이유인 낮은 체감 인지도와 조사 접근성은 아직 환자경험 평가의 대중적 가시성은 낮은 편이며 정책 개입의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책 인지도와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Quentin et al., 2019). 체감 인지도와 조사 접근성이 낮은 한계점은 하위 주제 2-1. 환자경험 평가 대상 확대 및 영역 확장이라는 개선방안 제안과 일맥상통한다. 더 많은 의료기관과 임상영역에서 질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참여자들의 요구는, 환자의 기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평가 정보의 제한이 환자의 정보 접근성과 선택 기회를 제약함으로써 선택 경로의 작동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적 한계임을 보여준다. 또한 하위 주제 2-3. 자료수집 방법 및 과정 개선은 전화조사 방식이 갖는 조사 수행의 한계점을 지적한 것 외에도 획기적인 평가 대상 및 영역 확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조사와 같은 기술적인 혁신이 불가피함을 환자의 관점에서 제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도영경 외, 2020). 실제로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미 2023년 4차 환자경험 평가는 모바일웹 기반으로 수행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 하위 주제 2-4. 점수 공개방식 개선의 요청 역시, 환자경험 평가에서 설사 체감 인지도와 조사 접근성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산출된 평가 결과가 대중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의료기관 선택 결정에 고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선택 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 접근하기 용이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 환자는 이러한 정보를 병원 선택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선택 기전의 활성화), 그에 따라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변화 기전의 강화)(Berwick et al., 2003; Hibbard, 2008; Contandriopoulos et al., 2014). 하위 주제 2-2. 환자경험 평가 도구의 검토 및 개선은 정보 산출 단계에서 환자들이 조사 문항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도록 조사 시기 및 기술적 변화 등에 따라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의료의 질 평가 결과에 따른 재정적 유인은 행동 변화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나(Marshall et al., 2004),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하위 주제 2-5. 환자경험 평가 결과에 따른 진료비 차등지급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의견을 보였다. 물론 이 하위 주제는 환자의 선택 경로 자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이러한 결과는 환자경험 평가 시행 초기 단계인 2020년 시점에서 선택 경로를 통하여 환자경험 평가가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았으며, 그 기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환자경험 평가에서 다양한 개선방안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연구 목적 (2)는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과제를 환자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으로서, 주제 3.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한 과제 아래 다섯 개의 하위 주제들로 도출된 결과에 해당한다. 다섯 개 중 첫 세 개의 하위 주제는 Donabedian이 이해하는 의료의 질의 속성에 해당하는 하위 주제 3-1. 의료의 기술적 질 상향평준화, 3-2. 대인적 질의 개선, 3-3. 편의성 차원의 질 제고이다. 우선 이처럼 기술적 질이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것은 환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이 기술적 질의 개선과 독립된 대인적 질의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환자의 관점에서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과제로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역시 환자와 의료진 간 상호작용 측면이었다. 환자들은 여전히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으며, 의사와 이야기할 기회가 부족하고, 정서적인 측면에서 배려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가장 최근에 수행된 4차 환자경험 평가 결과와도 맥을 같이 한다. ‘투약·처치 관련 이유와 부작용 설명’ ‘의사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 ‘위로와 공감’, ‘불만제기 용이성’, ‘치료결정 참여기회’ 등은 여전히 전체 평균에 비해 낮은 점수를 보고하는 항목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 이 연구에서 파악한 ‘충분한 설명’, ‘정서적 지지’의 중요성은 정책 수단으로서의 환자경험 평가가 향후 더 포괄적이고 심층적으로 발전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이란, 현재의 건강상태나 치료 과정 및 결과 등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함께 그것이 향후 환자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어떠한 사회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함께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정서적 지지 측면에서도 환자들은 더 복잡하고 심층적인 요구를 가지고 있었다.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우울이나 불안, 낙담 등의 심리적 어려움이 있음을 알아주고 이것이 치료 과정 전반에서 고려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현재 급성기 입원환자에 대한 일반적(generic) 도구인 환자경험 평가 조사 도구가 포괄하는 영역과 항목만으로는 환자들의 이러한 요구와 경험을 적절히 포착하기 어렵다. 향후 평가 영역의 확장과 함께 이러한 평가 항목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 두 개의 하위 주제인 3-4. 의학 교육 과정에서 환자중심성 개념 및 가치 강조와 3-5.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반적 의료체계 개선은 더욱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과제에 관한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충분한 설명, 제한된 의사소통,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소외, 비인격적 대우와 같은 문제들이 환자를 전인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는 의료진의 관점에서 비롯되며, 현행 의학교육에서 환자중심성의 개념과 가치를 강조하고 소통가로서의 의사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였다. 국제적으로도 환자중심성의 개념을 의학교육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Parent et al., 2016; Yeom et al., 2022; 전우택 외, 2022). 한국의 의과대학이 의학교육의 기본 기준으로 사용하는 2019년 한국의 의학교육 평가인증(ASK 2019)에서는 환자와 보호자 존중, 효과적인 의사소통, 환자의 참여를 모니터링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의학교육 영역에서 환자중심성의 개념과 가치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Yeom et al., 2022). 환자경험 평가의 시행은 분명 의료진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나(송영채 외, 2022), 의학 교육 과정에서 환자중심성의 가치와 의미가 충분히 강조되고 이후 수련을 통하여 가치 규범을 내재화, 습관화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이거나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이 수사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학교육 단계에서부터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환자들은 인식하고 있으며 개선을 요청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위 주제 3-5.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반적 의료체계 개선은 연구 참여자들이 짧은 진료시간, 불충분한 의사소통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의료인력 부족과 같은 구조적 제약과 밀접하게 관련됨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이는 결과이다. 의료인력 등과 같은 의료체계의 구조적 요인과 환자경경험 간의 관계는 여러 선행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Lake et al., 2016; Song & Do, 2024). 의료인력 부족과 업무과중, 그리고 이에 따른 신체적이고 감정적인 소진은 환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 부족, 불충분한 의사소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는 것은 환자경험과 의료의 질의 지속적 향상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동시에 이러한 결과는 환자경험 평가만으로는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견인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환자들이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 향상을 위해서는, 질 평가 수행, 평가 결과의 대중적 보고, 평가 결과에 따른 진료비 차등지급과 같은 의례화된 의료의 질 정책 회로를 탈피하는 의료체계의 구조 개혁과 그것을 추동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강점을 지닌다. 첫째, 환자경험 평가 시행 초기 단계에서 수행된 환자의 관점에 관한 기록이라는 점이다. 환자경험 평가는 정보의 흐름을 통해 시스템에 개입하여 광범위한 인구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환자 역시 개입의 주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선행 연구는 의료기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송영채 외, 2022). 이 연구는 기존에 주목되지 않았던 환자 관점을 고찰함으로써 해당 정책 개선과 향후 과제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러한 연구는 최근 들어 의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부터 보건의료정책 수립 전반에 이르기까지 환자 및 대중 참여(patient and public involvement)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맥락에서도 특히 의미가 있다(Ocloo & Matthews, 2016; Carman et al., 2013), 둘째, 환자경험 평가의 직접적 정보 제공자인 개개인으로서의 환자와 집단으로서의 인식과 경험을 대변하는 환자단체 활동가가 질적 연구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하여 환자의 개인적 경험과 정책 당사자로서의 환자의 관점을 포착하였다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초점집단토의와 일대일 심층면접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여 단일 방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자료를 얻고자 하였다. 초점집단으로 암 환자와 기타 질환군 환자를 구분하여 질병 경험의 특성에 따른 차이를 탐색하고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 내었다는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연구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 설계의 한계로서, 주제의 포화(saturation)를 사전에 목표로 설정하고 연구 수행 중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였다. 연구기간 및 비용의 제약,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대상자 접촉 어려움 등의 문제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보수적으로 표본 크기를 결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하위집단을 나누는 참여자 선정기준 역시 최소한으로 유지하였다. 다만 참여자의 경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질성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사전에 연구자 간 내부 논의를 거쳐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된 요인을 우선적으로 참여자 선정기준으로 고려하였다. 그 결과, 이 연구에서는 각각의 초점집단토의와 일대일 심층면접의 연구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분석 과정에서도 주요 주제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추가적인 주제나 관점이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향후 보다 확장된 표본과 다양한 집단을 포함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전에 환자경험 평가에 노출된 적이 없는 연구 참여자들의 경우 환자경험 평가의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데 일정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추가적인 자료를 사전 제시하였고 연구 참여자들은 어렵지 않게 전반적인 맥락을 이해하였으나 논의의 밀도에 있어서는 제한점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가 있으나 이 연구는 환자경험 평가와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에 대하여 환자의 관점을 기록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환자경험 평가의 초기 단계에 이루어진 이 연구는, 환자경험 평가 결과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 기전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다양한 개선 과제가 있음을 밝혔다. 또한, 의료체계의 환자중심성을 향상하기 위한 과제로서, 환자경험 평가 수행으로 환원될 수 없는 포괄적인 의료의 질 향상과 장기적인 시간 지평을 요하는 과제인 의학교육의 개선, 의료인력 등 전반적 의료체계의 개선 과제가 도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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