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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겨울호, 통권 31호 2024 겨울호, Vol.31

미국 대선과 사회보장연금 개혁안에 대한 고찰On the US Presidential Election and Potential Social Security Reform

Abstract

Amid unprecedented political turbulence, the Harris and Trump camps continue to put forth their policy promises through various channels. A key agenda issue that both camps have elaborated on is Social Security reform. To fully understand a country’s pension reform, it’s essential not to lose sight of the pension system’s role within the national socioeconomic context. This article, therefore, explores the current state and significance of US Social Security, as well as the implications and issues it presents in the US socioeconomic context. It also reviews each candidate’s social security reform proposals and assesses their potential effects and likely public perception in the US political landscape.

초록

유례를 찾기 힘든 정치적 격랑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미 대선에서 해리스와 트럼프 진영은 주요 정책 의제에 대해서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두 캠페인이 공통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대표적 정책 의제가 바로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개혁안이다. 이 글에서는 양 진영에서 내세우고 있는 사회보장연금 개혁 공약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미 정치권의 기류를 살펴보고 그 함의를 짚어보았다. 각 국가들의 연금개혁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서 연금제도가 갖는 특수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먼저 미국 사회보장연금의 현황과 특수성을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보장연금의 사회경제적 의미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그리고 해리스와 트럼프 캠페인의 구체적 연금개혁안의 의미를 알아본다.

1. 들어가며: 11월 대선과 미국 정치 환경의 급변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6개월은 미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격랑의 시기였다.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전국적으로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 탄탄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한편 공화당에서는 여러 군소 후보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전직 대통령이자 지난 선거에서 바이든에게 패배하였던 트럼프가 후보로 낙점된다. 이로써 이번 대선은 미 역사상 가장 고령인 전현직 두 대통령이 맞서는 미증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3월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는 모든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을 앞섰고 공화당과 트럼프 캠페인은 대선 승리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다(Pew Research Center, 2022).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바이든이 대통력직 수행에 적합한 체력적, 인지적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트럼트 캠페인에서 내세운 공략의 핵심이었고 이러한 전략이 큰 효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전국에 방영된 바이든의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 Address) 는 이러한 논란을 종식시키며 민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무당층에도 바이든이 고령이 긴 하나 나이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이를 기점으로 바이든 측은 뒤처진 지지율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이렇게 기세를 올려가던 바이든 캠페인은 7월 초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소도시에서 장외 유세를 하던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기도가 발생하였는데 이후 여론의 지지는 급속도로 트럼프에게로 기울었다. 그 후 채 2주일이 안 되어 또 한 번의 정치적 격변이 발생하는데 바이든이 즉각적인 재선 포기를 발표한다. 선거를 채 4개월도 안 남겨둔 시점에서 현직 대통령이 ‘자의로’ 재선을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최초의 ‘흑인 여성’ 대선 후보로 추대하였고 상황은 또다시 뒤집힌다. 해리스 돌풍은 예상보다 훨씬 거셌는데 단 2주 만에 10% 이상의 지지율 차이를 따라잡고 선거자금 모금액에서도 오히려 트럼프 캠페인을 압도하며 초박빙의 선거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유례를 찾기 힘든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이번 미 대선의 특징은 ‘정책 논쟁의 실종’이라 할 수 있다. 매우 이례적이고 극적인 사건들이 5개월 남짓한 기간에 발생하면서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등판한 해리스 측은 ‘의도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정책 관련 논의를 최소화하는 입장이고 트럼프 캠페인 역시 정책 사안에 대한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각 진영에서 추구하는 정책의 지향점이나 구체적 접근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양측은 주요 정책 의제에 대해서 여러 경로와 외부 지원 조직을 통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두 캠페인이 공통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대표적 정책 의제가 바로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개혁안이다. 이 글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 진영에서 내세우고 있는 사회보장연금 개혁 공약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미 정치권의 기류를 살펴보고 그 함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2. 미국 사회보장연금의 현황과 특수성

오늘날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많은 복지국가들은 공적연금제도에 대한 개혁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전략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각 국가들의 연금 개혁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서 연금제도가 갖는 특수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소득대체율이나 연금 지급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연금제도가 지니고 있는 특성(소득대체율이 높은 국가인지 낮은 국가인지 또는 연금 지급 시기가 빠른 국가 인지 늦은 국가인지)에 따가 동일한 개혁안도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미국 사회보장연금 개혁 논의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미국 공적연금제도의 현황과 특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가. 미국 노령연금(Old Age Insurance)의 기본 구조

미국 근대 복지국가의 초석이자 1930년대 뉴딜정책의 플래그십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보장법 (Social Security Act)의 핵심은 바로 노령유족장애연금(OASDI: Old Age, Survivor, & Disability Insurance)이다. 미국 공적 연금제도의 정식 명칭이 노령유족장해연금(OASDI)임에도 불구하고 통상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될 만큼 사회보장법의 대표 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사회보장연금은 세 개의 체제(노령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가 한 제도로 통합되어 있는 형태이다(김태근, 2020). 이 중 재정적으로나 수혜 대상의 규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 노령 연금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노령연금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보장연금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전형적인 공적 연금(pension)의 일종으로 원래 사회보장 노령연금(이하 사회보장연금)은 급여세1)(payroll tax)를 통해 제도에 세금을 납부한 퇴직 근로자와 그 가족에게 노후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노령연금의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근로 경력이 있어야 하며 급여세를 통해 사회보장제도에 기여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근무 경력에 따라 ‘크레딧(credit)’을 적립하는데, 노령연금의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 기준은 40크레딧이다. 모든 납세자들은 연간 최대 4크레딧까지 적립할 수 있기 때문에 노령연금의 수혜 대상이 되기 위해 최소 10년의 노동 기간이 요구된다(김태근, 2022). 한편 현재 사회보장연금의 실질적 재원이라 할 수 있는 급여세는 연방보험기여법(FICA: Federal Insurance Contributions Act)에 따라 징수되며 전액 사회 보장연금의 지급에 사용된다. 임금 노동자의 경우 본인과 고용주가 각각 임금의 6.2%를 부담하고, 자영업자는 12.4%를 본인이 전액 납부한다. 징수된 기금은 사회보장신탁기금(Social Security Trust Funds)에 예치되며, 이 기금은 현재 수급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데 사용하고 적립금은 안전 자산인 미 국채에 전액 투자하게 된다. 그리고 보험료 지급, 기금의 관리・감독 등 제반 행정업무는 연방기관인 사회보장국(SSA: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에서 전담하고 있다(김태근, 2020). 한편 미국 노령연금의 기본 구조를 요약해 보면 아래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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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1. 미국 노령연금의 구조 |
* 2024년 기준
보험료율 임금 노동자: 62% / 고용자: 6.2% 1인당 평균 급여액* $1,862
최소가입기간 10년 최고 급여액* $3,822
완전연금 지급연령 67세 보험 가입률 전 임금 노동자의 94%

출처: “Research, Statistics & Policy Analysis.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SSA, 2024를 바탕으로 표로 재구성함.

나. 미국 노령연금(Old Age Insurance)의 특징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연금개혁 논의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 사회보장연금의 기본 구조에 더하여 제도적 특징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급여세의 적용 대상이 되는 총급여에 제한(upper limit)이 있다는 것이다. 2024년 현재 사회보장연금의 최고 인정 급여는 16만 8600달러(약 2억 2000만 원)이다. 전체 임금에서 이 기준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급여세를 전혀 부과하고 있지 않다. 둘째, 배우자 급여(spousal benefit)가 자동으로 지급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족연금과는 별개로 부부 한 명이 급여세를 납부하여 사회보장연금 수령 조건을 획득하면 그 배우자는 급여세 기여 여부에 상관없이 자동으로 수급 자격을 얻게 된다. 현재 배우자 급여는 주 보험자가 받는 수령액의 50%이다(김태근, 2022). 즉 남편이 월 2000달러의 연금을 수령한다면 그 배우자에게 자동으로 월 1000달러의 수급 자격이 부여되어 부부의 합산 수령액은 월 3000달러가 된다. 마지막으로 사회보장 연금 수령액도 세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제도 도입 이래 사회보장 연금은 전액 연방 소득세에서 면제되었지만 1983년 의회는 고소득 사회보장연금 수혜자의 혜택에 과세가 필요하다는 전미사회보장개혁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Social Security Reform, 일명 그린스펀위원회라고도 함)의 권고를 승인하였다. 이에 1984년부터 개인의 경우 잠정소득(provisional income)이 2만 5000달러(현재 가치로 7만 6000달러)를, 또 부부의 경우 3만 2000달러(현재 가치로 9만 7000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이들이 수령하는 사회 보장 연금액의 최대 50%가 과세 대상이 되었다(IRA, n.d.). 잠정소득은 조정 총소득(AGI: Adjusted Gross Income, 조세 목적으로 인정되는 모든 출처의 총소득)에 사회보장 연금액의 절반을 포함한 특정 비과세 소득을 더한 금액을 의미한다. 그리고 1993년 종합예산조정법 (OBRA: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은 과세 대상인 사회보장 연금액의 범위를 확대하여 수급자의 잠정소득에 따라 최대 85%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세 구간으로 구성된 현행 체제를 완성하였다(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16). 이를 정리해 보면 아래 <표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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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2. 현행 사회보장 연금 과세 범위 |
구간 개인 잠정소득 부부 잠정소득 연금액 조세 인정 범위
1구간 $25,000 미만 $32,000 미만 전액 면제
2구간 $25,000-$34,000 이하 $32,000-$44,000 이하 연금액의 50%
3구간 $34,000 초과 $44,000 초과 연금액의 85%

출처: “Social Security Lifts More People Above the Poverty Line Than Any Other Program”, Roming, 2024; “Research, Statistics & Policy Analysis”, SSA, 2024를 바탕으로 표로 재구성함.

3. 미국 사회보장연금의 사회경제적 의미와 문제점

이상에서는 사회보장연금의 제도적 특징을 알아보았는데 이와 더불어 이러한 연금제도가 미국 사회 전반에 어떤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미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살펴볼 지점은 제도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다. 2024년 현재 60세에서 89세에 해당하는 인구 중 97%가 사 회보장연금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늦은 나이에 미국 사회에 편입된 이민자들까지 포함한 수치이다. 미국 사회보장연금은 국적에 상관없이 급여세를 일정 수준 이상 납부한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 노령인구의 거의 대부분이 사회보장연금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보장연금은 보편주의적(universalism) 성격의 제도다. 또한 사회보장연금은 다른 사적 보험들과 달리 일시금(lump-sum payment)이나 유증(bequests)으로 자금이 유출되지 않고 행정 관리 비용(administrative costs)이 훨씬 낮기 때문에 납부한 보험료당 연간 지급액이 민간 퇴직연금 보다 높다(Dushi et al., 2017). 2024년 1인이 수령하는 평균 사회보장연금액은 월 약 1900달러, 연간 약 2만 3000달러이다.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이 2024년 65세에 은퇴할 경우, 사회보장연금 혜택은 과거 소득의 약 40%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사회보장 연금은 배우자 연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실제 개인이 아닌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소득대체율은 더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회보장연금은 다른 나라들의 공적 연금제도와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한다. 사회보장연금은 ‘누진적(progressive)’이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낮은 근로자의 경우 이전 소득(transfer income)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2024년 65세에 은퇴하는 저임금 근로자(평균 임금의 45%)의 경우 연간 1만 6000달러를 수령하여 이전 소득의 약 절반을 대체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소득자(평균 임금의 160%)의 혜택은 연 3만 4000달러로 이전 소득의 약 3분의 1을 대체하는 수준이다(CBPP, 2024). 임금에 따른 소득대체율을 표로 정리해 보면 사회 보장연금의 재분배성을 확연히 볼 수 있다. 아래의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소득 구간의 소득대체율은 52%에 육박하는 반면 최고소득 구간의 대체율은 저소득 구간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25%이다. 다시 말해 소득이 낮을수록 사회보장연금으로 인한 혜택이 상대적으로 증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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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3. 임금 수준에 따른 사회보장연금 소득대체율 |

저소득 중간소득 고소득 최고소득
평균 임금 $29.831 $66.215 $106,002 $163,084
평균 연금액 $15,477 $25,544 $33,769 $41,201
소득대체율 52% 39% 32% 25%

출처: “Social Security Lifts More People Above the Poverty Line Than Any Other Program”, Roming, 2024; “Research, Statistics & Policy Analysis”, SSA, 2024를 바탕으로 표로 재구성함.

한편, 사회보장연금의 중요성은 제도의 빈곤 감소 효과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미국 인구 조사국(U.S. Census Bureau)의 2023년 추정치에 따르면, 사회보장연금의 혜택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65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의 소득은 공식 빈곤선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정치에 따르면 사회보장연금의 혜택으로 현재 1700만 명 이상의 노인이 공식 빈곤선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CBPP, 2024). 물론 연구 방법에 따라 추정치에 많은 차이가 나며 이는 학계에서 항상 논쟁의 소재이다. 예를 들어 2012년 행정 및 설문 조사 데이터(2012 Administrative and Survey Data)를 사용한 이 연구에서는 고령자 10명 중 3명은 사회보장연금이 없었다면 빈곤층이었을 것이며, 이 프로그램이 1000만 명 이상의 고령자를 빈곤선 위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는 데, 이는 그해의 공식 인구조사 추정치보다는 낮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든 사회보장 연금이 1000만 명 이상의 노인을 빈곤선 위로 끌어올리고 빈곤율을 크게 낮춘 것은 분명하다(Roming, 2024).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연금은 미국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취약한 인구집단 (vulnerable population) 즉 여성과 유색인종의 경제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 보다 대체로 소득과 저축액이 적고, 더 오래 살며, 다른 사적 연금의 가입 비율이 낮은 여성에게 사회보장연금은 더 중요한 노후 소득 보장 장치이다. 실제로 60대 사회보장 수급자의 절반 이상 그리고 80대 이상 수급자 10명 중 7명은 여성이다. 여성은 재분배적 급여액 계산 공식(소득이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과 배우자 연금이라는 제도적 특징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백인에 비해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유색인종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은 단순히 노후 소득 보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특성으로 인해 성별 또는 인종별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CBPP, 2024).

이러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와 제도의 보편성을 기반으로 사회보장연금은 미국 사회 정책들 중에서 여론의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는 제도로 입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제도적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크게 다음의 세 지점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먼저 인구 고령화다. 특히 2010년대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수혜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2010년 3500만 명이던 사회보장연금 수혜자가 2023년 5000만 명으로 단 13년 만에 1500만 명이 증가하였다. 또한 1960년에는 사회보장연금 수혜자 한 명당 약 5명의 근로자(기여자)가 있었지만, 현재는 수혜자당 약 2.8명으로 감소했으며 2030년에는 2.3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Statista, 2024).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인해 기금에 기여하는 근로자는 줄어드는 반면 연금의 혜택을 받는 퇴직자는 늘어나기 때문에 제도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임금 정체(income stagnation)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간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했고, 이는 급여세를 통해 충당되는 사회보장연금의 수입이 적절하게 증가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Roming, 2021). 또한 급여세가 적용되는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을 초과하는 고소득자가 늘어나면서 전체 임금에서 사회보장연금에 과세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 때문에 고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가 제한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가 결합하여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마지막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는데 바로 사회보장연금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기금 고갈 문제이다(Pattison, 2015). 한마디로 수혜자 수가 증가하고, 근로자 대 퇴직자의 비율이 감소하며, 인플레이션 대비 실질 임금이 감소하여 기금의 건전성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사회보장위원회(Social Security Committee) 보고서에 따르면,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경우 2034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시점이 되면 수혜자들은 예정된 급여의 약 80%만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매해 징수되는 급여세로 부분적인 연금 급여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SSA, 2024).

4. 사회보장연금 개혁 논의와 해리스, 트럼프 진영의 공약

이상에서 짚어본 미국 사회보장연금의 사회경제적 의미와 문제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 보장연금 개혁 논의들이 도출되었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미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부각된 가장 대표적인 세 개의 개혁 방향들을 소개하고 이를 근거로 현재 해리스와 트럼프 캠페인에서 내세운 공약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개혁 방안은 사회보장기금에 투여하는 급여세를 인상하자는 것이다(기금 수입 증대안). 이 접근 방식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기금 수입을 창출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이는 두 개의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데 먼저 임금 노동자와 고용주에 대해 각각 6.2%인 현행 급여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여 재정 상황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을 폐지하거나 인상하는 것이다.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을 없애거나 대폭 인상하면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므로 전체 기금 수입도 증가하게 된다. 두 번째 개혁 방안은 현재의 혜택을 조정 내지 축소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급여 조정안). 이는 다시 세 개의 논의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1) 완전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의 조정(현재 완전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은 67세인데 수명이 길어지고 혜택 기간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반영하여 이 연령을 점진적으로 늘리자는 제안), 2) 급여 자체의 조정(소득 수준에 따른 혜택을 조정하여 고소득 퇴직자의 혜택을 줄이고 저소득자의 혜택을 유지하면서 제도 내에서 재분배성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자는 제안), 3) 급여연동방식의 변화(현재 물가 인상 반영 방식(COLA: Cost-Of-Living Adjustments)을 보수적으로 변경하여 매년 자동 증가하는 급여액의 인상률을 억제하는 제안) 등이다. 마지막 개혁 방안은 사회보장연금의 장기적인 유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의 수익률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개의 구체안이 포함되는데 먼저 사회보장연기금 중 일부를 주식이나 기타 투자 수단에 투자하여 더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구체안은 특히 예산 흑자 기간 동안 연방정부 예산에서 사회보장연기금에 일회적 또는 주기적으로 잉여 예산을 이전하는 방안이다.

한편 이러한 기존의 논의를 바탕으로 해리스 캠페인은 기금 수입 증대안을 사회보장연금 개혁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급여세율을 전체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약 16만 달러로 설정되어 있는 급여세 과세 대상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선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소득자는 모든 소득에 대해 사회보장세를 납부하게 되어 기금의 수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줄곧 내세웠던 부자 감세와 연결된다. 사회보장 의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추가 세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스 캠페인은 원론적인 내용만 확인할 뿐 구체적 정책 실행을 위한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추가 납부자에 대한 혜택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또는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의 전면 폐지인지 아니면 인상인지 불분명하다. 한편 트럼프 캠페인은 기존 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우선 선거의 국면이 초박빙으로 이어지며 사회보장연금에 대한 트럼프 측의 태도는 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과거 급여세 폐지등 사회보장연금의 존폐 자체에 도전하였던 기존의 주장에서 사회보장연금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완전히 전환한 것이다. 이에 더하여 트럼프 캠페인의 연금개혁 핵심은 연금액에 부과되는 세금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화당 일부와 기존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장하였던 감세와 일치하는 정책 기조이다. 하지만 이는 기금 고갈이라는 당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연방정부는 연금액에 대한 과세를 통해 확보된 수입을 전액 사회보장연기금에 투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6년 사회보장연금 과세를 통해 사회보장연기금에 적립된 금액은 316억 달러로 총수입의 3.4%를 차지했다. 의회예산국(CBO: Congressional Budget Office)에 따르면 사회보장연금 수혜자 중 상위 50%(2600만 명)가 사회보장 급여에 대한 소득 과세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과세 대상 급여의 비율을 결정하는 데 사용되는 소득 기준이 인플 레이션이나 임금 상승률에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금액에 대한 소득세는 사회보장연기금의 더 중요한 수입원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다른 조치 없이 이러한 연금 소득세를 폐지하는 것은 현재 사회보장연금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인 기금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5. 나가며

지금까지 미국 사회보장연금의 현황과 문제점, 개혁 논의들을 살펴보았다. 연금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연금은 노후 경제적 안정과 빈곤 방지를 위한 주요 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의 주요 설문조사들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사회보장연금 급여가 65세 이상 은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소득원임을 알 수 있다(Ross, 2024). 설문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결과, 미국 고령인구의 약 절반은 가구 소득의 50% 이상을 사회보장연금으로 받는 가구에 살고 있으며, 약 4분의 1은 가구 소득의 90% 이상을 사회보장연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회보장연금은 미국 노후 소득보장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감당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Bee & Mitchell, 2017). 이번 대선을 통하여 양 진영 모두 혜택을 조정 하거나 축소하는 개혁안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보장연금이 많은 미국인들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니며 진영을 초월하여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현재의 상황으로 예단해 보면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에서 선전할 경우 사회보장 연금 개혁은 급여세 상한선 조정을 포함한 세율 증가안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화당이 선거의 주도권을 잡을 경우 트럼프의 감세 기조와 맞물려 연금액 과세 폐지라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흘러갈 수 있다.

Notes

1)

한국의 연금보험료와 같은 개념이나 정식 명칭이 ‘급여세(payroll tax)’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급여세라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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