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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을호, 통권 34호 2025 가을호, Vol.34

일본의 개호보험 이외 시장 구조와 과제: 민간 서비스의 역할과 정책적 시사점The Structure and Challenges of Japan’s Long-Term Care Market beyond Public Insurance

1. 배경

일본은 고령자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한 돌봄 체계의 재구축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공적 개호보험(장기요양) 제도 도입 이후에도 제도권 밖의 다양한 수요에 대한 대응 한계가 지적되며 민간 참여 기반의 보험 외 시장이 새로운 정책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시장이 형성된 배경과 정책적 접근의 전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일본의 개호보험 이외 시장 형성 배경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로,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35%가 65세 이상 고령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개호 수요의 급증과 함께 개호비 지출의 지속적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 경제산업성(2023)의 분석에 따르면 2040년 개호급여비는 약 24조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가 재정뿐 아니라 노동시장과 가족 구조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족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돌봄을 수행하는 비즈니스 케어러는 2030년까지 약 31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노동생산성 손실은 연간 약 9조 2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경제산업성, 2025). 이는 돌봄 문제가 단지 복지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생산체계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과제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은 개호보험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방안으로 ‘보험 이외 서비스’ 의 제도적・산업적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 시장을 새로운 산업 진흥의 축으로 삼아 성과기반계약(PFS: Pay for Success), 민관 협력형 사업 모델, 정보통신기술(ICT)・개호로봇 등 기술 기반 서비스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제공 주체가 공공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의 중소기업,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NPO) 등 다양한 민간 주체들 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정책 기조는 후생노동성이 주도하던 전통적 복지체계로부터 국토교통성의 주거정책, 경제산업성의 산업정책, 지방자치단체의 실행 체계까지 포함하는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접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일본종합연구소(2018)의 조사에 따르면 동일 사업자가 개호보험 서비스와 자비 부담 외 보험 서비스를 조합해 제공하는 사례들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방 자치단체마다 해석 기준과 운영 방식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는 서비스 조합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명확성과 실행 기반 구축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공적 개호보험의 한계를 보완하고, 제도 밖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험 이외 서비스의 제도화와 민간 참여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이후 논의할 서비스 구조와 정책 과제, 그리고 한국에 대한 시사점 분석을 위한 기반이 된다.

3. 일본 개호보험 이외 서비스 구조와 민간 의 참여

가. 일본의 개호보험 이외 서비스 유형

일본의 개호보험 이외 서비스는 고령자의 삶을 보다 전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 등이 공동 발간한 지역포괄케어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적 개호보험 이외 서비스 참고 사례집 (2016)은 이러한 민간 서비스를 구조화하며 다음과 같은 범주로 정리한다.

첫째, 일상생활 지원형 서비스는 가사 대행, 식사 배달, 외출 동행 등 고령자의 일상 기능 유지에 초점을 둔 자조 지원 서비스다.

둘째, 사회적 관계 회복 및 정서적 돌봄형 서비스는 회화형 모니터링 서비스(예: 일본에서 활용되는 ‘이음 플러스(つながりプラス)’, 커뮤니티 카페, 지역 살롱 등으로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셋째, 문화・자기표현 및 여가 서비스는 화장, 미용, 운동, 여행, 평생학습 등 고령자의 자아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강화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이러한 서비스 유형은 신체 기능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회복시키는 플러스 지향 돌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를 고령자 삶의 질 향상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나. 민간 제공자의 역할과 지역 연계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지역 기반의 NPO, 소규모 민간사업자, 일부 대기업에 의해 제공되는데, 공공의 역할과 보완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기획하거나, 지역 커뮤니티가 운영 주체로 나서는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치현 도요아케시에서는 고령자의 이동 불편 해소를 위해 지역 슈퍼와 연계한 무료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이는 경제산업성의 실증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일상생활 지원, 외출 지원, 정보・교류 서비스 등 다양한 민간 서비스가 공적 개호보험의 한계를 메우는 실제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단카이세대(베이비붐세대) 이후의 고령자들은 자기결정권과 소비자 정체성이 강하고, 서비스에 대한 소비 의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비 부담을 기반으로 한 민간 돌봄시장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이 시장을 제로에서 플러스로 전환하는 삶의 질 기반 산업으로 정책적 위치를 재정의하고 있다.

4. 일본 개호보험 이외 시장의 정책 과제

일본이 개호보험 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배경에는 기존 개호보험 제도가 포섭하지 못하는 복합적인 돌봄 수요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민간의 자율성과 혁신을 통해 보완하고자 하는 전략적 판단이 자리한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가 확대되는 가운데, 공적 서비스만으로는 일상 지원, 정서적 돌봄, 여가 및 문화 활동 등 세분된 수요에 응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단순히 민간시장에 돌봄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제도적 기반 정비와 함께 제도화된 틀 안에서 보험 이외 시장을 육성하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가. 현장의 반응: 케어매니저 대상 설문 조사 중심

경제산업성(2023)은 보험 이외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과제를 제시하는 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케어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조사 결과 보험 이외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서비스 가격’(70.5%), ‘품질 신뢰도 부족’(64.9%), ‘정보 부족’(37.1%)이 지적되 었다.

이는 단순히 민간 서비스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수요자에게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제 서비스를 매개하는 현장의 중개자들이 가격 부담, 정보 비대칭, 품질 신뢰 부족을 동시에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보험 이외 시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신뢰와 정보 투명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제산업성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민간 중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4대 정책 과제를 <표 1>과 같이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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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민간 중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4대 정책 과제
서비스 개발 역량 부족 고령자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창의적 기획력 부족. 특히 중소 사업자들이 전문성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기 어려움.
정보 전달 체계 미비 고령자, 가족, 케어매니저 등이 서비스를 비교·선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보 채널 부재.
신뢰 확보 체계의 미비 품질 관리 체계와 인증 제도가 부족해 소비자 불안 요소로 작용.
가격 접근성의 한계 본인 부담 기반 서비스가 중산층 이하 고령자에게는 닿기 어려움.
이에 따라 경제산업성은 민간기업과의 연계 모델 개발, 품질 인증 제도의 도입, 정보 제공 플랫폼 강화 등 정책 기반 정비를 핵심 대응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음.
시장의 자율성 확대와 함께 공공성의 원칙을 지키는 균형 잡힌 거버넌스 설계가 강조되고 있음.

출처: “経済産業省の介護分野の取組について”, 일본 경제산업성, 2023, p. 5.

나. 실무 기반 과제

정책 프레임에 대한 설계와는 별개로, 실제 제도 운영 차원에서의 과제는 후생노동성의 위탁 연구로 진행된 일본종합연구소 (2018)의 조사 연구에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이 연구에서는 동일 사업자가 개호보험 급여 서비스(방문개호, 통소개호 등)와 전액 자비 부담 민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조합 운영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후생노동성의 공식 통지(老振発 0928 第1 号, 2018. 9. 28)1)를 계기로 서비스 조합의 기준이 마련되었지만, 조사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의 90%는 통지를 계몽했으나, 기초자치단체의 이행률은 약 55%에 그쳤다. 이는 정책의 전달력과 현장 적용력 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또한 서비스 범위 구분의 불명확성, 케어 매니저의 해석 기준 상이, 행정 문의 대응의 비일관성 등은 지역 간 편차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다. 제도 개선을 위한 실천 과제

이 보고서에서는 실무 기반의 제도 운영을 정비하기 위해 보험 서비스와 보험 이외 서비스의 범위 및 조합 기준 명문화, 사업자 대상 실무 교육 강화, 고령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 전 설명・동의 체계 정비, 케어매니저의 역할과 책임 주체의 명확화라는 네 가지 개선 과제를 제시한다.

이러한 제도 정비 과제는 행정 차원의 운영 표준화를 통해 현장 실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령 당사자의 권리 보장과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이중 목표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5. 맺음말

일본의 개호보험 이외 서비스 시장은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고령자의 자율성과 삶의 질 향상을 핵심 가치로 삼는 복합형 돌봄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후생노동성 중심의 복지정책을 넘어 경제산업성의 산업 진흥 전략, 국토교통성의 고령자 주거정책, 지자체 및 민간 기업・NPO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범정부・민간 연계의 통합 전략 모델이다.

특히 일본은 돌봄을 단순한 신체 기능 유지가 아니라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실현하는 통합적 서비스로 재정의하고 있다. 즉 외출 동 , 스마트 기기 기반 모니터링, 문화활동, 여가서비스 등 민간 주도형 서비스를 제도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 같은 정책 흐름은 고령자 스스로가 서비스의 소비자이자 결정권자라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반영한다.

한국 역시 빠르게 진행되는 초고령화, 1인 고령가구 증가, 지역 간 돌봄 격차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제는 보건복지부 중심의 공공 돌봄 체계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도 민간의 참여와 부처 간 협력이 확대되지 않으면 다양화된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의 정책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민간의 창의성과 다양성 수용을 위한 제도적 유연성 확보다. 일본은 민간의 생활 지원, 정서 돌봄, 이동 지원, 스마트 기술 기반 서비스 등을 정책 범주로 확장했다. 한 국도 문화 서비스, ICT 돌봄 기기, 지역 밀착형 돌봄 등 민간 영역을 정책화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중개 구조 및 정보 플랫폼의 강화이다. 케어매니저, 품질 인증제, 통합 플랫폼은 고령자의 서비스 선택권과 접근성을 높인다. 한국도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자 주도의 서비스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공공성과 시장성을 조화시키는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한다. 일본은 서비스 범위 명문화, 설명 의무, 인증제 등을 통해 민간 참여와 공공 안전망을 동시에 확보했다. 한 국도 공공은 기준 제시와 감독 역할을 중심으로, 민간은 서비스 다양화와 혁신 주체로 나서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돌봄은 이제 복지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 산업・주거・문화・지역 전략은 서로 융합된 국가 지속가능성 과제이자 새로운 사회적 인프라 구축의 핵심 영역이다. 고령자의 삶의 질과 자기결정권을 중심에 두는 정책 설계 없이는 초고령사회의 복합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지금 한국은 전환의 문 앞에 서 있다. 일본의 경험은 단순한 제도 따라하기를 넘어 더 넓은 시야에서 돌봄 생태계 전체의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한다. 고령자를 수동적 보호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선택자이자 삶의 주체로 인식하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제 한국도 돌봄을 복지의 부속물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지탱할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공공과 민간, 다양한 부처와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복합형 거버넌스 체계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Notes

1)

이 연구는 일본 후생노동성 노건국 진흥과의 공식 통지(老振発0928第1号, 2018. 9. 28)를 기반으로 일본종합연구소(2018)가 수행한 조사 연구에 수록되어 있다.

References

1. 

일본 경제산업성. (2023). 経済産業省の介護分野の取組について. 경제산업성.

2. 

일본 경제산업성. (2025). 介護分野の取組等について [2025년 1월 시니어비지니스네트워크 정책설명회 발표자료].

3. 

일본종합연구소. (2018). 介護保険サービスと保険外サービスの組合せ等に関する調査研究事業 [일본 후생노동성 위탁연구]. https://www.jri.co.jp/page.jsp?id=32523 .

4. 

일본 후생노동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2016). 地域包括ケアシステム構築のための公的介護保険外サービス参考事例集. 일본종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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